
(제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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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된 전호진은 복순의 앞을 떠나 비칠거리듯 걸어갔다. 어데선가 나팔소리가 《붕붕-》 하고 들려왔다. 쓰러지지 않은 예술선전대원 하나가 혼자서 주저앉은 전투장을 들어일으키려고 애쓰듯 석수에 허리를 잠그고 서서 나팔을 불고있었는데 나팔의 본체는 물에 잠기고 주둥이만이 나팔꽃모양으로 물우에 떠있었다.
전호진은 그리로 다가가서 선전대원의 손에서 나팔을 나꿔채가지고 입에 대였다. 그리고 배에 힘을 주고나서 힘껏 불었다. 《삐익-》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였다.
이때 그의 등뒤에서 웅성웅성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전호진은 그 소리를 기다리고있던 사람처럼 온 정신을 도사려 듣고있다가 홱 몸을 돌려 소리가 난쪽을 바라보았다.
리완수를 선두로 몇명의 구조대원들이 세명의 군인을 등에 업고 사갱쪽에서 다가오고있었다.
그것을 보자 전호진은 나팔을 선전대원에게 돌려주고 석수에 첨벙거리며 마주달려갔다. 그는 리완수가 업고온 군인을 후방부국장에게 넘겨주자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세명의 군인중 한명만이 의식이 있습니다.》
리완수가 숨을 돌려쉬고나서 말했다.
《살아남은 군인은 김남철입니다. 소대장과 분대장은 이미… 붕락구간을 50메터쯤 파들어가다가 광차밑에 몸을 피한 그들을 발견했습니다.》
전호진은 그 말을 다 듣지 않고 몇걸음 걸어가서 평평한 돌무지우에 나란히 눕혀놓은 희생된 두 군인을 내려다보았다. 김남철은 누군가가 현장《입원실》로 날라갔다.
희생자들의 얼굴은 성한데가 없었다. 으깨여진 손과 발이 피범벅이였다.
전호진의 등뒤에서 리완수가 말했다.
《우리가 이들을 발견했을 때 셋은 서로 손을 맞잡고있었습니다. 그 손을 겨우 펼수 있었지요.》
전호진이 고개를 돌려 묻는듯 한 시선으로 리완수를 바라보았다.
리완수가 그를 마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이들은 현장에 그대로 둡시다. 밖으로 내갈수도 없습니다. 이들의 넋은 죽어서도 최후의 돌격전이 벌어지고있는 전투장을 뜨고싶지 않아 할것입니다. 이들은 두사람 다 이 공사를 시작하던 1986년도 입대생들이였지요. 10년간 손톱끝하나 다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리완수는 말끝을 흐리였다.
그러자 일시에 흐느낌소리가 터졌다.
그의 등뒤에 담벽처럼 둘러서있던 군인들이 작업모를 벗어들고 어깨를 들먹이고있었다. 쓰러져있던 예술선전대의 나팔수들이 《적기가》를 울리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동발목으로 빽빽이 붙여놓아 단을 만들고 그우에 방수포를 깐 광차를 밀고왔다.
《정치일군돌격대》가운데서 상좌의 령장을 단 군관 몇명이 리광호분대장과 김학철소대장의 시신을 쳐들어 광차의 단우에 나란히 눕히였다. 누군가가 작업장에 휘날리던 붉은기를 가져다가 그들의 시신우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광차를 밀고 천천히 막장가까이로 다가갔다. 예술선전대원들이 붉은 수기를 들고 취주악에 맞추어 《적기가》를 부르며 광차를 뒤따랐다.
그러자 갑자기 막장안은 붉은 조명등이 켜진것 같았다. 시신을 덮은 두폭의 붉은기와 수십개의 붉은 수기가 눈부시게 빛났다. 붉은 반사광이 막장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이고있었다. 그 붉은 색갈속에서 지쳐 쓰러졌던 전투원들이 다시 일어섰다. 그들은 속으로 《적기가》를 부르고있었다. 작업장은 마치 피흐르는 혈전장을 방불케 했다.
이때 갑자기 조명등이 꺼졌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전투원들의 함마질소리, 질통을 지고 달리는 어기영소리, 취주악과 노래소리는 멎지 않았다.
전호진은 작업장이 어둠에 잠기자 무슨 구령인가를 내려야 한다것을 느끼고 《작업중지!》 하고 소리치려고 하였다. 그때 뜻밖에도 전등이 켜졌다. 그가 전등이 다시 켜진 기회에 본능적으로 자기가 서있는 위치를 알아두려고 두리번거리는데 전등이 또 꺼졌다. 그리고는 몇번 연거퍼 껌벅껌벅하였다.
처음에 전호진은 전기사고이거니 하고 마음을 조이며 전등알을 쳐다보고있다가 길게 짧게, 짧고 길게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껌벅거림을 보고는 그것이 밖에서 보내는 그 어떤 신호라는것을 알아차렸다.
전투시의 각종 정황판단에 정통하고있던 전호진은 얼마후 《모르스기호》로 보내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해득할수 있었다.
《전기선에 전화기를 련결할것! 심철범.》
지상에서.
19갱에서 전대미문의 붕락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00리물길공사에 참가하고있는 수만명의 인민군장병들속에서는 커다란 파문이 일어났다.
그들은 19갱의 관통여하에 따라 전반적인 공사의 완공이 결정된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이미 할당된 구간을 완공하고 19갱만을 바라보고있던 동원부대의 최고지휘관들인 각 군종, 병종, 대련합부대 지휘관들은 물론 가까운 작업장들에서 일하고있던 병사들이 19갱입구로 물밀듯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지금 3주야동안 외부와 완전히 련계가 두절되였던 막장과 통화를 할수 있게 되였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야전전화기앞에 서있는 심철범을 둘러싸고있었다.
심철범중장은 붕락이 있은 직후 순간적인 정황판단으로 붕락이 사갱의 근 200메터구간을 막아버렸으며 그것을 밖과 안에서 동시에 파헤친다고 해도 4~5주야는 걸릴것이라는것을 알았다.
(그러니.)
그는 잔등이 서늘해지는것을 느끼며 생각하였다.
(밀페된 갱안에 기아와 질식이 닥쳐올수 있다. 적어도 3주야전에 공기와 음식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수백명의 장병들이 생명을 잃을수 있다.)
심철범은 어지간히 당황하였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께 직접 전화할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으나 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던 관례를 깨뜨리고 최고사령부의 통신결속소를 찾아서 최고사령관동지와 련결시켜달라고 부탁하였다. 최고사령부와의 전화는 그가 밖으로부터 붕락을 파헤치기 위한 돌격전투를 조직하고 붕락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을 판단한 다음에 련결되였다.
심철범은 19갱에서 큰 붕락이 있은데 대해서와 첫 순간에 판단한 정황을 보고드린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문제는 우리가 기대를 걸었던 압축공기관이 막히고 통신선이 절단된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가급적으로 필요한 공기를 공급해줄수 없으며 밀페된 갱안과 련계를 취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그의 보고를 받으신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무엇보다 통신을 빨리 회복하도록 하라고 지시하신 다음 평양에 올라가서 다시 련계를 가지자고 하시였다.
심철범은 그이께서 어느 전선지역에서 자기의 전화를 받고계시는지는 알수 없어도 평양으로 올라가시겠다는것으로 봐서 19갱의 붕락에 대하여 몹시 심려하신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얼마후 그이와의 두번째 전화가 련결되였다. 평양으로 올라가신 그이께서 먼저 전화를 걸어오신것이였다.
그때까지 갱안과 통신을 회복하지 못하고있던 심철범은 깊은 자책감속에 그이의 전화를 받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동안의 형편을 문의하신 다음 구조전투진행정형에 대하여 시간별로 보고하라고 하시면서 자신께서는 전화기앞에서 지키고있겠다고 하시였다.
붕락이 있은 때로부터 3주야가 되던 날 깊은 밤중에 또 먼저 전화를 걸어오시였다.
구조전투현장에 있던 심철범은 거기까지 걸어놓은 통신선끝에 련결된 그이와의 직통전화를 받았다.
복잡한 작업소음가운데서도 그이의 목소리는 매우 똑똑하게 들리였다.
《어떻게 됐습니까?》
《아직》 하고 심철범은 죄책감속에 침울하게 말씀올렸다.
《저희들때문에 장군님께서…》
《나는 일없습니다. 한가지생각이 떠올라서 전화를 합니다. 갱안으로 통한 전기선은 살아있지 않습니까?》
《전기선말입니까?》 하고 반문하고나서 심철범은 힘있는 어조로 대답올렸다.
《전기선은 살아있습니다. 장군님.》
《거기에 전화를 련결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
심철범이 미처 생각할사이가 없이 수화기에서는 그이의 힘있는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될수 있을것입니다. 그렇게 해보시오!》
…
드디여 밀페된 갱과의 통신이 회복되였다.
심철범은 첫 통화에서 전호진에게 최고사령관동지의 은정을 전달한 다음 힘을 잃지 말고 대기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목숨만은 부지하라고 지시하였다.
몇시간후 밖으로부터 붕락을 헤쳐들어오던 돌격대원들이 쇠돌같은 바위에 짓눌려 납작해진 압축공기관을 발견하고 그것을 원상대로 만들어놓았다. 이것은 질식상태에 처한 갱의 숨통을 열어놓을수 있게 하였다.
붕락이 있은 첫 순간부터 낮에 밤을 이어 갱입구를 떠나지 않던 군인들은 송풍기가 퉁퉁거리며 압축공기를 갱안에 쏘아넣는것을 보고 금시 거기에 갇힌 전우들이 살아나오기라도 하듯 서로 얼싸안고 돌아갔다.
이때 누군가가 한가지 기발한 생각을 하였다. 경사지에 놓여있는 압축공기관으로 갱안에 주먹밥을 굴려넣을수 있으리라는것이였다.
이때 또다시 김정일동지의 전화가 걸려왔다.
심철범은 압축공기관이 열렸다는 보고를 올렸다.
수화기에서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 공기관이라는게 직경이 얼마입니까?》
《15센치메터입니다.》
《그것이 설치된 경사각은 몇도입니까?》
《30도이상 경사로 놓여있습니다.》
《음…》
잠시 그이의 목소리가 끊기였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렇다면 철범동무, 그 관으로 밥을 들여보낼수 있지 않소? 주먹밥을 말이요!》
심철범은 인차 응답하지 못했다. 그이께서 이곳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환히 꿰뚫고계시며 더우기 이곳 전사들과 꼭같은 생각을 하신다는 사실에 놀라 잠시 굳어졌다.
최고사령관과 전사들사이의 혼연일체를 새삼스레 느끼며 심철범은 한없이 숭엄한 감정에 휩싸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여기 병사들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좋소!》
갱안으로 주먹밥이 굴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다시 환호성을 올리였다.
그러나 심철범과 총참모부, 총정치국대표 등 책임적인 장령들의 불안은 가시여지지 않았다. 압축공기관을 통해 들여보내는 주먹밥을 가지고는 갱안에 갇힌 수백명 군인들의 기아를 극복할수 없을뿐아니라 그들앞에는 아직도 붕락으로 막힌 100메터구간이 남아있었던것이다. 그것을 돌파하자면 앞으로도 3주야의 시간이 필요했으며 그 기간에 갱에 묻힌 군인들이 질식은 면할수 있다 해도 기아를 면할수는 없는것이였다. 거기에다가 갱에 갇힌 군인들은 심리적압박감을 받고있었다. 그것은 기아에 못지 않게 그들을 쓰러뜨릴것이다.
전호진은 이미 전화로 일부 군인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해쓱하게 질리여 주먹밥도 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또한 갱안에 있는 부상자들도 문제였다.
이때 심철범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기였다. 그것은 전호진이 밥대신 압축공기를 들여보내달라고 제기해온 사실이였다.
전호진의 전화는 심철범이 총참모부와 총정치국대표들과 19갱밖의 야전용지휘탁에 둘러서서 붕락된 나머지 100메터구간을 최대한으로 빠른 시간안에 돌파하기 위한 대책을 협의하고있을 때 걸려왔다.
《뭐라구?!》
잠을 못자서 두눈에 피발이 선 심철범은 전화에 대고 대바람에 어성을 높였다.
《그렇습니다.》 하는 전호진의 침착한 목소리가 수화기의 진동판을 울렸다.
《압축공기관으로 주먹밥을 넣는 시간이면 압축공기를 더 보내달라는겁니다.》
《그것이 무엇에 필요한가 말이요?》
심철범은 여전히 성난듯 어성을 높였다.
《착암기를 돌리자는겁니다. 우린 벌써 3주야째 전진을 멈추었단 말입니다!》
《됐소!》
심철범은 송수화기를 전화통이 아니라 야전용지휘탁우에 내던지듯 탕 놓았다.
탁자우의 송수화기에서는 한동안 무어라는지 알아들을수 없는 전호진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려오다가 멎었다. 그러자 총정치국대표 차인중이 송수화기를 들어 전화통의 제자리에 놓았다.
그 순간 전화종이 다시 울렸다. 전화종소리는 몇번 다급하게 반복하여 울리였는데 아마도 상대방이 흥분하여 신호기를 마구 눌러대는것 같았다.
《내버려두시오!》
심철범은 펴놓은 사갱도면을 들여다보면서 자르듯 말했다. 총정치국대표가 송수화기를 들고 귀에 가져다대고 잠자코 있다가 그것을 심철범앞으로 말없이 내밀었다.
심철범은 할수없이 도면을 보느라고 탁자우에 구부렸던 긴 허리를 펴고 송수화기를 받아 귀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총정치국대표가 그랬던것처럼 한동안 잠자코 듣고있었다.
처음에 심철범은 필사적으로 진행하던 굴진이 정지된데로부터 안달아난 전호진이 그저 해보는 소리라고만 생각하였다.
그러나 전호진은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말하고있었다.
전화에서는 그의 마디마디 피가 떨어지는듯 한 목소리가 울리고있었다.
《저는 이 결심을 정치위원동무와 토의했습니다.
우리 두사람은 지금 그렇게밖에는 달리 결심할수 없습니다. 중장동지, 잠간 들어보십시오…》
심철범은 전호진의 목소리가 멎은 수화구에서 노래소리, 함마소리, 고동구호소리 등이 한데 합쳐진 지진때의 땅울림과도 같은 신비로운 메아리를 들을수 있었다.
이윽고 전호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지금 여기서는 희생된 두 군인의 시신우에 덮은 붉은기가 홰불처럼 타오르고있습니다. 희생된 전우의 혈조는 병사들의 심장속에서 활화산으로 타번지고있단 말입니다.
〈하루계획을 수행하기전에는 조국의 푸른 하늘을 보지 말자!〉는 지난 10여년 끊임없이 들어온 그 구호가 지금처럼 저의 가슴을 칠 때는 일찌기 없었습니다.
중장동지, 현재 우리는 여기 인원에 해당하는 365개의 주먹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시간전에 받은 생명수와도 같은 그 밥이 아직 165개나 그냥 남아있습니다 그 수량은 정대를 놓지 않고있는 군인들의 몫입니다. 그들은 밥이 아니라 압축공기를 요구하고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들에게 작업중지명령을 내릴수 있단 말입니까?》
심철범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혈전이 벌어지고있는 막장을 눈앞에 그려볼수 있었다. 피와 땀과 함성을…
《됐소…》
심철범은 풀죽은 어조로 말하고나서 송수화기를 든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였다.
그러나 그는 이 순간 자기가 무엇을 됐다고 했는지 알지 못하였다. 잠시 고막이 잉- 울리고 온몸이 거세찬 선풍에 휩싸인듯 한 상태에 있던 심철범은 송수화기를 들고 단호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그렇게 하시오! 이건 명령이요. 명령이란 말입니다! 이건…》
그는 마치 전호진에게 하는 말이 아닌듯이 말을 하는것이였다. 갑자르던 심철범은 동정하는 어조로 물었다.
《알겠소? 전호진동무, 우리야 수백명의 생명을 가지고 모험할수는 없지 않소?》
할 말을 다 했으나 그는 상대방에서 전화를 끊지 않은듯 하여 송수화기를 그대로 들고있었다.
이윽고 수화기에서는 전호진의 목소리가 아닌 젊고 챙챙한 귀익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장동지!》
《동문 누구요?》
심철범은 의아하여 물었다. 그리고 전사 김남철이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동무에 대한 보고를 들었소. 그래 살아났다지? 장하오! 그런데 무슨 일이요? 전사동무.》
이렇게 물으면서도 심철범은 자기가 부질없는 질문을 한다는것을 느꼈다.
지금 전호진의 곁에는 숱한 병사들이 둘러서있을것이며 김남철이도 그들중의 한사람일것이였다. 그는 지휘관이 말문이 막히자 자기가 나섰을것이였다.
《용서하십시오! 중장동지.》
흥분했으나 례의를 지키려고 애쓰는 전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하시오. 전사동무, 말하라니까…》
심철범은 그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아픔을 느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아픔은 다만 거기에만 있는것이 아니였다. 바로 몇시간전 그는 최고사령부 작전직일관으로부터 《경비함사건》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 통보는 경비함선원들에 대해서도 밝히였는데 그는 김남철의 아버지 김동환대좌가 그 함을 지휘하고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지금 심철범은 남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지하에 갇힌 아들과 적구에서 피를 흘리고있을 아버지의 모습이 하나로 어울려 시련을 겪고있는 조국의 모습처럼 여겨지는것이였다.
수화기에서는 남철이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심철범은 그 노래가 그의 아버지 김동환이가 지은 노래라는것을 알았다.
그는 김남철이가 노래를 시작하면서 리광호분대장이 숨을 거두기전에 부른 노래를 하겠다고 하던 말과 그 노래가 바로 병사들의 결심이고 의지라고 하던 말은 거의나 기억에 남지 않고 《붉은 연기로 피여오르리》, 《붉은 재로 남으리》라는 구절만이 뇌리에 새겨지는것을 느끼였다.
그는 노래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송수화기를 총정치국의 장령에게 넘겨주면서 고통스럽게 중얼거리였다.
《그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전진하라는 명령만을 안다고 합니다! 공사지도에 새겨진 붉은 화살표식만을!》
송수화기를 귀에다 대고 저쪽의 말을 듣고있던 총정치국의 장령은 심철범을 바라보면서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
《이 사실을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려야 하지 않을가요?》
공사장에서 최고사령부에 올리는 제의서와 반영자료 등 각종 문건을 깐깐히 검토하고 그이의 문건부담을 덜어드리려는데로부터 그중 많은것을 부결하는데 습관된 이 장령이 이러한 제기를 한다는것은 처음있은 일이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듯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풀지 못하고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