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1 회)
26
(1)
남철이네를 묻어버렸던 붕락은 그들이 짐작했던대로 경사갱의 200메터구간을 완전히 메꾸어버렸다.
처음에 전호진장령은 붕락이 일어나는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것이 전에없이 큰 붕락이라는것을 느끼였으나 얼마간은 안심이 되였다.
갱내 전등이 꺼지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이것은 외부와의 련계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는것을 의미했다.
전기선과 전화선, 압축공기관이 막장에서 외부로 뻗어있었다. 전기선이 살아있다는것은 전화선이나 압축공기관도 살아있을수 있다는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아 허물어졌다. 전호진이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고 귀에 대보았으나 전혀 감도가 없었다. 다음은 압축공기의 투입이 중지됐다는것이 일제히 멎은 착암기소리에 의하여 명맥해졌다. 제일 무서운것은 바로 그것이였다. 이것은 군인들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조성했다. 갱내에서는 압축공기에 의하여 산소를 공급받고있었던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념두에 두면서 전호진은 인원점검을 해보았다. 그 결과 50여명의 인원이 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 인원들은 붕락에 묻혔을수 있는 인원이였다. 물론 붕락구간밖에 말하자면 붕락시에 경사갱의 다른 장소에 있던 군인들도 있을수 있었다. 그들은 외부로 빠져나가 구원되였을것이였다.
전호진은 붕락퇴치에 경험이 있는 군인들로 돌격대를 무어 구조전투에 진입시켰다. 돌격대원들은 맞교대로 붕락된 구간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전호진은 구조대가 일에 달라붙자 비상지휘관회의를 소집했다.
전등이 꺼지지 않았다는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몰랐다. 전호진은 전등앞에 둘러앉은 지휘관들을 바라보면서 한순간 큰 붕락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알고보니 관리국의 주요지휘력량이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고있는 이 막장에 다 들어와있었다. 후방물자구입을 위해 노상 대외기관에 나가 살고있던 후방부국장조차 흰 취사복을 입은채 회의에 참가했는데 붕락시에 그자신이 더운국을 떠서 군인들에게 공급해주고있던 모양이였다.
전호진은 지휘관들을 바라보면서 붕락으로 인한 불안과 고독을 잊고있었다. 더우기 옆에 정치위원 리완수가 앉아있다는것이 큰 힘을 주었다.
리완수는 전호진이 비상지휘관회의를 소집한데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는데 이것은 그가 비상정황에서 지휘관의 단독결심을 존중하고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전호진자신은 비상지휘관회의소집을 명령하던 순간은 물론 지휘관들이 다 모여앉은 지금에 와서도 이 회의에서 무슨 문제를 토의할것인가에 대한 결심이 서있지 않았다.
항용 이러한 경우 지휘관들앞에는 붕락퇴치와 관련한 대책적인 문제가 제기되였다. 그러나 그 대책은 이미 취해졌다. 지금 자기에게 시선을 보내고있는 지휘관들을 바라보는 전호진의 뇌리에는 뜻밖에도 붕락과는 관계없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갱내에 떠도는 이상한 가스와 관련된 생각이였다.
작업은 지금 지질조사결과에 이상한 가스가 발견된 지점에서 진행되고있었다. 무색무취의 가스를 다른 사람들은 느낄수 없었다. 그러나 지휘관인 전호진은 그 가스가 인체에 미치는 후과에 대하여 외면할수 없었는데 그는 붕락이 있기 바로전에도 린접부대의 화학병들을 불러다가 검측해볼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붕락을 당한 비상정황에서 그 문제를 상정시킨다는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우스운 일로 될수 있었다.
그렇다. 지금은 붕락과 관련한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것인가 하는것이 급선무이다. 붕락의 결과 압축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조건에서 착암기를 동작시킬수 없는것은 물론이거니와 곧 질식이 시작될것이였다. 그러니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하였다.
이 순간 전호진에게로 시선을 보내고있는 지휘관들은 그가 작업이 중단되게 된 사태와 관련한 말을 꺼내리라고 믿고있었다.
그들은 안변은 물론 고산과 회양, 창도와 김화땅을 포괄하는 광대한 지역의 물줄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 동해로 떨구는 연연 100여리 지하물길굴을 뚫는 최후의 돌격전투를 진행하고있었다.
우리 인민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속에 금강산발전소건설의 첫삽을 박던 그날 서방의 통신방송들과 그 나라의 《각료》, 형형색색의 《정계인사》들과 《과학계의 선각자》들은 입을 모아 웨쳐댔다. 조선이 혼자힘으로 해낼수 있겠는가? 거액의 발전소건설자금, 자재, 설비지출은 불가능하며 그들은 기술적관례를 무시한 후과를 초래할것이다. 그 건설은 21세기를 가까이한 현대건설력사의 첫 모험으로 될것이다. 남조선괴뢰들은 이러한 훼방군들과 맞장구를 치며 《종이장우의 발전소》라는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입방아까지 찧었다.
바로 이런 공사가 마지막관통을 앞두고 중단되게 되였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그들의 뒤에는 지난 10년간 피와 땀으로 열어놓은 100리물길굴이 있었으며 앞에는 얼마되지 않는 구간이 남아있었다. 이제 와서 주춤거린다는것은 오늘을 위하여 청춘과 생명을 다바친 전우들에 대한 배신인것이였다.
전호진은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문제를 회의에서 론의하려고 결심하였으나 곧 자기의 그 결심이 무의미하다는것을 깨달았다.
이때 막장으로부터 병사들이 부르는 《막장주제가》가 들려왔다. 지난 10년간 병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애로와 난관이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적기가》를 부르며 그 엄혹한 시련을 맞받아나아갔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일로 전우들이 희생되였을 때에도 전우의 령전에 붉은기를 세우고 《적기가》를 부르며 새로운 결의와 투지를 가다듬군 했다.
민중의 기 붉은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전에
혈조는 기발을 물들인다
피를 끓게 하는 이 《적기가》는 육탄정신, 자폭정신을 안고 공사를 다그치던 굴진막장안의 전투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심장의 맹세를 다지며 부르던 유일한 《주제가》였다. 그리하여 《적기가》를 일명 《막장주제가》라고 불렀다.
그 《막장주제가》는 전호진으로 하여금 작업을 계속할데 대한 문제를 토의한다는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병사들은 자기가 결심한 문제를 이미 실천에 옮길 의지를 피력하고있었기때문이였다.
《지휘관동무들!》 하고 전호진은 자기의 결심을 돌리며 말하였다.
《지금 작업은 지하가스가 배출되는 지점에서 진행되고있습니다. 이 문제를 토의합시다.》
전호진의 그 말은 지휘관들로 하여금 굴진막장에 아무러한 정황도 생기지않은듯 한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평상시와도 같은 활기띤 분위기속에서 전호진이 제기한 문제를 토의하였으며 갱내에서 나오는 이상한 가스가 유독성으로 검측되는 경우에 취할 대책을 강구하였다.
다음은 마치 부차적인 문제처럼 작업을 계속하는데서 제기되는 일련의 문제들을 토의했다.
그 일련의 문제란 착암기도 쓸수 없고 폭파도 할수 없는 조건에서 매 병사들이 정대로 다문 한치라도 굴을 뚫고나가야 한다는것, 밀페된 갱내에서 사활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산소의 부족은 용접용산소병을 터뜨려 보충한다는것, 식사공급이 두절된 문제는 허리띠를 조이는것으로 해결한다는것 등 이였다.
회의는 이러한 방법으로 적어도 사흘간은 작업을 계속할수 있을것이며 그 사흘어간에 붕락구간이 열리리라는것을 예견하였다.
회의가 끝나자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있는 막장을 향해 밀려나갔다.
리완수는 전호진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는것을 발견하고 되돌아섰다.
《어디 불편합니까?》
리완수는 전호진의 이그러진 얼굴을 보며 놀라와하였다.
《손칼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리완수는 호주머니에서 손칼을 꺼내주며 그의 시선이 가고있는 장화를 신은 두다리를 바라보았다.
《물독이 오른게로군요!》
《예, 좀 앉아있었더니 피가 몰렸는지 장화가 조여서 일어설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장화를 째야 벗어던질수 있을것 같습니다.》
《칼을 인주십시오.》
하고 리완수는 그에게 주었던 칼을 도로 달래가지고 쭈그리고 앉아서 장화목에 칼을 박고 쭉 내리째기 시작했다.
장화에서 벗어져 나온 전호진의 발은 어떻게 그안에 들어가있었던가싶게 놀라울 정도로 퉁퉁 부어있었다.
리완수는 혀를 찼다.
《쩌쩌! 며칠째 물속에 있었으니…》
《어! 이제야 살것 같군!》
전호진은 오히려 환성을 올리며 일어섰다.
《맨발로 걷겠습니까?》
《뭐랍니까? 편안하니 좋습니다!》
《좀 앉으십시오.》
리완수는 그의 팔을 잡아 앉히고 자신도 그와 나란히 앉았다.
《한대 태우십시오.》
리완수는 《백승》갑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권하였다.
《아니 산소를 아껴야지요.》
전호진이 웃으며 거절하였다.
《정말 그렇군요.》
두사람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정치위원동무.》
이윽고 전호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든 밀페상태에서 병사들에게 일을 시킨다는것이 지나친 모험이 아닐가요?》
《우리가 시킨것이 아니라 그들스스로가 일을 하고있지 않습니까.》
리완수가 대답했다.
《그들을 제지시키는것이 지휘관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하는겁니다!》
전호진이 화를 내듯 어성을 높였다.
《저 노래를 들어보십시오. 저 노래를 멈출 힘은 없습니다. 그 어떠한 명령으로도!》
리완수도 《적기가》가 울려나오는 막장쪽을 가리키며 흥분이 깔린 어조로 대답했다.
두사람은 다시 말이 없었다.
잠시후에 전호진이 또 먼저 입을 열었다.
《정치위원동무, 이 붕락에 대해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알고계실가요?》
《밖에 심철범중장이 있으니 보고드렸을겁니다.》
《그렇다면 여기 일에 대해서 뭐라고 하실가요?》
《작업을 계속하기로 한 문제말입니까?》
리완수는 반문하고 나서 참모장이 말이 없는것을 보자 말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전선시찰이 그에 대한 대답으로 되지 않을가요?》
리완수는 자기 말이 지나치게 비약된듯 한 감을 느끼며 말에 주를 달았다.
《그 전선시찰은 낮에 밤을 이어 계속되고있습니다. 그게 어디 간단한 일입니까?
그이께서는 차안에서 쪽잠에 드시고 길가에서 줴기밥으로 때식을 굼때시면서 몸소 조향륜을 잡으십니다. 적들과의 의지의 대결인 오늘의 〈고난의 행군〉에서 그이께서야말로 최대의 의지력을 발휘하고계십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그이의 의지가 우리의 의지로 되자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일을 하다가 뜻밖의 희생을 낼수 있지요. 그러나 그게 두려운것이 아니라 그이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는것이 두려운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참모장동무!》
《정치위원동무, 고맙습니다! 저의 결심을 지지해주어서. 그럼 일어서볼가요?》
전호진이 먼저 일어섰다. 그는 맨발로 뾰족한 바위부스레기우를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걸어갔다.
리완수가 그 모양을 선자리에서 한참 바라보다가 다급히 달려가서 그의 팔을 끼였다. 정치위원과 참모장은 서로 어깨를 겯고 《적기가》를 부르며 병사들속에 합류하였다.
그들을 보자 병사들은 더한층 기세를 돋구었다. 병사들은 두 지휘관처럼 서로서로 어깨를 겯고 비장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높이 들어라 붉은 기발을
그밑에서 굳게 맹세해
…
《동무들, 난관앞에 주춤거린다면 그게 무슨 병사이겠습니까? 최후의 관통전투에서 대중적영웅주의를 발휘합시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리를 지켜보고계십니다. 날따라 앞으로!》
전호진의 이 불같은 웨침소리에 누군가가 구호를 웨쳤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한목숨바쳐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결사옹위! 결사옹위!》
군인들은 착암기의 정대를 뽑아 손에 들고 두명씩 한개조를 무어 굴진단면에 달라붙어 함마를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그러한 수굴조는 무려 50개를 헤아렸다. 굴진조들은 거의 90도에 가까운 아찔한 단면에 달라붙어 교예사와도 같이 날파람있게 함마를 휘둘러댔다.
힘있는 노래선률과 박자에 맞추어 일제히 정머리를 내리치는 50여명의 함마질소리가 금시 천길지하막장을 들부셔놓을듯 찌렁찌렁 울렸다. 박력있는 음악선률의 강약박자에 따라 막장안을 뒤흔들며 메아리치는 그 굉음소리는 마치 무적의 슬기와 용맹이 약동하는 그 어떤 여러개의 악곡들이 하나의 통일된 주제사상으로 묶어져 울리는 큰 규모의 관현악소리처럼 들렸다. 그것은 공사속도를 두배세배로 높이도록 병사들을 고무해주는 하나의 《함마교향곡》이였다.
그들이 뜯어낸 버럭을 《정치일군돌격대》와 《가족지원대》가 조구통이 있는데까지 날라갔다.
《가족지원대》속에는 희생된 김철종의 안해 복순이도 있었다. 그가 머리에 큰 바위를 이고 작은 버럭을 치마폭에 싸안고 허리치는 석수를 헤치며 달려가는것을 본 전호진이 한마디 인사를 건네였다.
《아주머니, 주의하십시오.》
《일없습니다. 이젠 습관돼서…》
《참모장동지, 우리 아주머니들이 〈남강의 녀성들〉같지 않습니까?》 하고 한 병사가 달려가며 소리쳤다.
《그렇게는 못돼두 금강의 녀성들은 돼요!》 하고 복순이가 대답했다.
금강산발전소 군인건설자들은 지금까지 석수가 허리치는 굴진막장속에서 두팔, 두다리가 잘리우고도 피를 뿌리며 버럭을 담고 광차를 밀었으며 동지를 위해 무너지는 암반밑에 자기 한몸을 그대로 《동발목》으로 세워놓군 했다. 제0026호명령을 기어이 관철할 일념으로 가슴불태우던 그들은 필요하다면 한몸그대로 《뢰관》이 되고 《폭약》이 되여 영웅적으로 최후를 마치군 했다.
사람들은 금강산발전소건설 전투장의 이 불사신 같은 병사들, 그 모든 자랑스럽고 용맹스러운 군인들의 자기 희생성, 높은 정치사상적풍모를 함축하여 《금강사자》라고 불렀다.
복순이가 자기를 《금강사자》에 대비하여 《금강녀성》이라고 말한것은 그가 희생된 남편의 뒤를 이어 군인들과 한막장에서 일하고있는데 대한 긍지를 표현한것이였다.
전호진은 가슴이 달아오름을 느끼며 따뜻이 한마디 더하였다.
《애는 잘 자랍니까? 영남이말입니다.》
《네, 잘 자라요.》
대답하는 복순이의 말이였다.
《애가 밖에서 기다리겠는데요?》
《기다리겠지요. 그러나 걱정할건 없어요. 중대병실에 가서 아저씨들과 같이 잘테니까요.》
《하하하!》
전호진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뒤끝에 가슴이 답답해옴을 금할수 없었다. 만일 막힌 굴이 제때에 열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이렇게 3주야가 흘러갔다.…
막장안에는 전투원들의 생명선으로 되고있던 산소통이 다 떨어지고 그보다 앞서 식량(간식으로 보관하고있던 얼마간의 사탕과 과자)이 떨어졌다. 그리하여 전투장에는 기아와 질식이 현실적위험으로 닥쳐왔다.
하나둘 들리워나가는 군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을 들어낸들 어데로 가져간단말인가? 전쟁판이라면 은페호도 있고 처치장도 있고 야전병원도 있지만 여기에는 그런것이 없었다. 그 어디에도 산소와 밥이 있는 곳이 없었다.
쓰러진 그들에게 차례진것은 마지막산소병이였다. 군의는 현장에서 들려나온 그들을 휴계실에 주런이 눕혀놓고 방수포와 세멘트포대로 입구를 밀페한 다음 산소병을 열어 산소를 공급해주고있었다.
전호진은 전투장에 휴식을 선포하고 나서 접전뒤끝의 전장과도 같은 작업장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후방부국장이 허리를 구부리고 내려다보고있는 한 병사앞으로 다가갔다. 그 병사는 휴식이 선포되였는데도 함마를 놓지 않고있었다. 후방부국장이 소나무동발목에서 벗겨낸 송피를 짓좋은 비상식량을 쥐여주려고 하자 함마자루에서 그 병사의 손떨어지는 소리가 《쩍!-》 하고 들렸다. 손을 떼고도 그는 손가락을 펴지 못해 주먹우에다 송피를 받았다. 하지만 팔굽이 굽혀지지 않아 그것을 끝내 입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후방부국장이 송피를 뭉그려 입에 넣어주자 그는 몇번 우물거리다가 꿀꺽 삼기고는 히죽히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 광경을 보고있던 전호진이 근육의 초긴장으로 굳어졌던 병사의 손을 가까스로 펴보니 손가락은 온통 물집투성이였다.
《아프지?》
전호진이 젖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닙니다. 장령동지, 아픔중의 진짜 아픔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관철 못하게 될 때의 아픔일것입니다.》
병사는 또 한번 히죽이 웃었다.
전호진은 그의 손을 꽉 쥐여주고 나서 아찔한 굴진단면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함마를 든 병사가 선자리에서 잠을 자고있는것이 보였다. 3주야동안 작업장을 떠나본적이 없는 병사들은 휴식이 선포되면 그러한 말뚝잠을 자는것이였다.
전호진은 못 볼것을 본것처럼 얼른 시선을 떼고 《가족지원대》가 휴식하고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연약한 녀성들이 군인들과 꼭같이 일을 하다나니 지칠대로 지쳐서 그가 다가갔는데도 일어나앉지 못했다. 그들이 이렇게 된데는 자기몫으로 차례진 과자와 사탕을 군인들에게 먹이고 자신들은 입에 넣어보지 못한 사정과도 관련되여있었다.
복순이가 일어나앉으며 전호진을 반기였다.
《참모장동지도 좀 쉬세요.》
《고맙소.》
전호진이 선채로 대답했다.
《참모장동지의 발이 말이 아니군요!》
복순은 짓찢겨진 피부가 물에 떠서 걸레쪼각처럼 너풀거리는 그의 발을 보며 혀를 찼다.
《아주머니도 매한가지입니다.》
참모장은 꿰진 작업신발사이로 삐죽이 나온 피터진 복순의 발가락을 바라보며 측은히 응답했다.
《그래도 우린 녀자가 아니나요.》
《녀자라구요?》
전호진이 눈물겹게 반문하고 나서 되뇌이였다.
《녀자라, 녀자란 말이지요?》
《그래요. 참모장동지.》
복순은 일어서서 참모장의 팔을 잡아끌고 유측으로 가더니 귀속말을 하듯 말했다.
《우리들가운데는 애기엄마들이 있어요. 애기를 떼두고 온 그들의 젖이 불었답니다. 쓰러진 아저씨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가요?》
《뭐라구요?!》
전호진은 놀란 소리를 냈다.
《좀 조용하세요.》
복순이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고나서 속삭이듯 말했다.
《그래요. 젖말입니다. 애기엄마들은 부끄러워 말을 못하고있어요. 그래서 제가 말하는거예요.》
《…》
전호진은 온몸에 짜릿한 아픔을 느끼며 아무말도 못하고 못 박힌듯이 서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단 말인가!
언젠가 굴진막장에 찾아왔던 쏘련원수 야조브는 《조선에 리인모가 하나인줄 알았더니 여기에 와보니 숱한 리인모로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이것이야말로 《고난의 행군》시기에 군대와 인민이 혼연일체가 되여 자기 운명의 《신》이신 최고사령관동지를 떠받들고있는 참모습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