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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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빛이 비치는 2층집은 수매량정부 자재상사건물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조브와 함께 그 건물로 들어서면서 현판에 붉은 글씨로 큼직하게 써놓은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를 보시였다. 상사의 로동자, 사무원들은 부에서 내려온 정무원들과 함께 자력갱생기지라고 하는 자그마한 공장에서 산하 정미공장과 자동차기동대들에 필요한 설비와 부속품들을 만드느라고 밤을 밝히고있었다.

그들중에는 키가 호리호리하고 눈이 녀자처럼 곱게 쌍까풀진 웃기관에서 내려온 당일군도 있었다. 그는 아닌밤중에 예고도 없이 나타나신 김정일동지를 뵙고는 너무도 놀랍고 황송하여 한동안 묻는 말에 변변히 답변도 올리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와 담화를 하시였다.

그 일군은 다른곳에서 페기처분하게 되여있는 선반과 볼반, 기공구들을 하나하나 주어다가 재생하여 쓰고있는데 대하여, 부산하 정미공장들과 자동차기동대들에서 필요되는 설비와 부속품들을 국가에서 받지 않고 거의 자체로 해결하고있는데 대하여 그리하여 여기서 전국적인 방식상학까지 진행하게 된데 대하여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어느 개별적일군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로동자들의 창의창발성과 자력갱생의 정신에 의하여 이루어진데 대하여 매우 조리있게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생활형편에 대하여 알아보시였다. 그 일군은 매우 솔직하고 고지식한 사람이였다.

그는 하루에 두끼는 입에 풀칠을 하고있다고 하면서 한끼는 새벽 두시에 또 한끼는 낮 두시에 먹는다고 하였다. 그것이 배를 달래는데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하면서 웃기까지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가슴이 저리시여 동무네야 나라의 쌀독을 쥐고있는데 굶는다니 말이 되는가고 하시자 그는 큰일난것처럼 펄쩍 뛰였다. 인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을 책임진 사람들이 구실을 못하고있는것만도 대역죄인데 저부터 먼저 먹으면 그 죄가 천추에 씻지 못할것이라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말이 눈물이 나오도록 고마우시였다. 그이께서는 그 일군의 앙상해보이는 어깨에 손을 얹고 갈리신 음성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이래 제일 고생하는것이 가정주부인것처럼 나라의 주부인 쌀독을 책임진 일군들의 마음고생이 쌀을 직접 생산하는 농업부문 일군들보다 더 클것이라는데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그 일군은 목이 꺽 메여 아무 응답도 못하고 섰는데 둘러선 사람들중에서 누군가가 《일없습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이렇게 우리와 같이 밤을 새우신다고 생각하니 저희들은 고생이 락으로 생각될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잠시후 그곳을 떠나 나오실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에서 들리는 노래소리를 들으시였다. 그 노래는 요새 창작되여 불리우는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고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는 노래였다.

그이의 충격은 크시였다. 그 노래를 들으시면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인민의 마음을 느끼시였고 그들의 운명을 책임진 사명감에 어깨가 몹시 무거워지시였다.

차는 평양-순안대통로에 들어섰다. 앞에서 차 한대가 마주오면서 전화로 그이께 말씀 올리고있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차를 세워주십시오, 저의 차에 운전사가 있습니다.》 곽무선의 목소리였다.

《됐소. 그런데 곽동무, 홍경봉부총리가 지금 어데 있소?》

《집무실에서 기다리다가 마주 나왔습니다. 지금 그도 저의 차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소.》 김정일동지께서 차를 길섶으로 몰다가 급히 멈춰세우시였다. 그러자 앞차도 멎었다. 운전사가 뛰여오고 곽무선이 홍경봉을 앞세우고 다가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향륜을 운전사에게 넘겨주고 옆자리로 옮겨앉으시면서 차문을 열고 들여다보는 곽무선에게 이르시였다.

《부총리동무를 태우시오.》

《예.》

곽무선이 차뒤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더니 야조브에게 《실례합니다.》라고 하며 홍경봉에게 차에 오르라고 손짓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을 열고 밖에 서있는 곽무선에게 《동무는 퇴근하도록 하시오.》 하시였다.

그 말씀이 끝나기가 바쁘게 차는 떠났다.

《원산도로쪽으로!》

김정일동지께서 운전사에게 이르고나서 의자등받이에 손을 올려놓고 몸을 반쯤 돌리며 뒤에 앉은 홍경봉을 바라보시였다.

《가면서 말해봅시다.》

《알았습니다.》하면서도 홍경봉은 옆에 야조브가 있는것이 불편한듯 주저하는 표정이였다.

《일없소.》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조브를 바라보며 웃음을 띠고 말씀하시였다. 《국사를 좀 의논하려는데 들으셔도 일없습니다.》

야조브는 그 말씀이 무척 반가운듯 머리를 숙여 그이께 사의를 표시했다.

화제는 큰물피해대책 그중에서도 식량문제에 대한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시는 이미 정무원에 과업을 주신듯 홍경봉으로부터 그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였다.

《정무원은》 홍경봉은 확고한 어조로 자기의 결심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국제적인 식량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불가피하게 1996년 인민경제계획을 조절해야 하며 특히는 기본건설을 당분간 중지하여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쌀을 사오려고 한다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등받이에 올려놓았던 팔을 내리우고 몸을 본래위치로 돌려 앞을 바라보고앉으시였다.

차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통역이 야조브의 귀전에 대고 소곤소곤 무엇인가 말하였다. 아마 김정일동지와 부총리사이에 오간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모양이였다. 야조브는 무거운 표정으로 듣고있었다.

《그러니.》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침묵을 깨치시였다. 《바지를 벗어주고 웃도리를 사오겠다는건데…》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엔 홍경봉이 조심조심 그 침묵을 깨뜨렸다.

《우리에게 외화가 부족한 조건에서 쌀시장으로 들어갈수는 없고 대외경제위원회에서는 대치물자만 있으면 친선적인 나라들과 련계를 가져보겠다고 합니다. 세멘트와 강재, 석탄 등을 념두에 두고있는것 같습니다. 지금 생산되는 세멘트와 강재의 대부분이 기본건설에 들어갑니다. 이런 형편에서 기본건설을 죽이지 않고는…》

《기본건설에서 제일 큰것이 금강산발전소건설이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 좀 거센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분명 노여움이 어린 어조였다.

홍경봉이 주저주저하며 말씀 올렸다.

《그 공사에 한해서도 추가로 사다주게 되여있는 연유와 륜전기재를 예견대로 공급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추가분을 공급해준대도 공사장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는게 아닙니까.》

《외화사정이 하도 긴장해놔서… 국제적으로 식량을 지원받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것도 아니니 자금이 돌아가는대로…》

홍경봉의 그 말은 김정일동지께서 피끗 뒤를 돌아보시는 바람에 그만 중단되고말았다. 그이의 시선에서 못마땅해하신다는것이 알렸던것이다.

《부총리동무, 미리 말하지만 나는 하나의 외교적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건 우리에게 도전한 국제인권협약에서 탈퇴해버리자는것입니다.》

차내에는 갑자기 땅이 꺼진듯 한 침묵이 깃들었다. 야조브의 귀전에 대고 통역이 말하는 소리가 그 정적을 더해주는듯 했다. 그 정적을 깨치고 야조브의 비명비슷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는 개의치 않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쌀을 주어도 좋고 안주어도 좋다는 립장에 서야 합니다. 아마 수령님께서 생존해계시였대도 그렇게 하시였을것입니다.

그리고 쌀을 사오기 위해서 인민경제계획을 조절하고 만년대계의 공사를 중지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금강산발전소건설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는거야 정무원도 잘 알고있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말씀을 매우 안타까운 어조로 하시였다. 잇따라 다른 문제가 걸리기때문이였다. 홍경봉이처럼 생각하면 국방공업에 지출하는 몫도 줄여야 할것이다. 그밖에 전국의 빛섬유통신화와 콤퓨터화를 위한 투자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

《홍경봉동무는 정초에 우리와 만났을 때에도 금강산발전소건설에 대해 시원한 립장이 아니더니 아직도 그렇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조에 저으기 노여움을 담으시였다.

홍경봉은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의 뒤덜미가 벌개진것이 차내의 그리 밝지 못한 조명등속에서도 알릴 지경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감정이 섞이지 않은 단조로운 어조로 타이르듯이 말씀하시였다.

《안됩니다. 그건 후퇴입니다. 그렇게 뒤걸음치다간 정말 목조르기를 당합니다. 질식당한단 말입니다. 인민들은 나라의 근본리익을 희생하면서 사온 쌀을 먹지도 않을것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쌀때문에 나라의 많은 자연부원이 이러저러한 경로로 빠져나갑니다. 정무원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있습니까?》

《…》

홍경봉은 물론 통역과 운전사까지도 숨을 죽이고 그이의 말씀을 듣고있었다. 야조브도 차안의 분위기를 느낀듯 하였다.

《좋습니다.》 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배하고는 타협할수 없으니 쌀부터 사고 봅시다. 그렇다고 나라의 근본리익을 외면할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금강산발전소건설은 죽어도 베고죽어야 할 대상입니다. 나는 심철범장령을 불렀습니다. 인민군대의 결심을 들어봅시다. 그다음 결론을 내립시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을 끊고 고개를 돌려 차창밖을 살피시였다.

《금방 원산도로에 들어섰습니다.》

눈치빠른 운전사가 말씀드렸다.

《좀더 마주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 운전사에게 말씀하신 다음 야조브를 뒤돌아보시였다.

《밤이 깊어서 피곤하지 않습니까?》

《원 천만에. 이런 밤이라면 밝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야조브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허허…》

김정일동지께서 차안의 무거운 공기를 단번에 가시여내며 웃으시였다.

차는 상원쪽으로 한참 더 달리였다. 새벽을 가까이 한 때여서 마주 오는 차들이 별로 없었다.

《심철범동무와 전화를 련결하시오.》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이르시자 운전사는 곧 그와 련결되였다고 하면서 묻듯이 그이를 바라보았다.

《어디쯤 왔는가를 알아보시오.》

운전사가 상대방과 몇마디 주고받더니 전방 5키로지점에 있다고 그이께 보고드리였다.

《됐소. 그럼 어디 자리를 봐서 차를 세우시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잠시후 차가 멎고 차에서 내린 일행이 길섶 둔덕진 공지에 올라서는데 쾌속으로 달려오던 심철범의 야전용승용차가 다급히 멎어섰다.

차에서 내려 달려오는 심철범의 한손에 붕대가 감겨있었다. 오른손이였다.

그는 거수경례를 할수가 없어 그저 차렷자세를 짓고 그이께 도착보고를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둔덕에 선채 붕대를 감은 그의 손을 한번 슬쩍 보고는 다급하고 빠른 말씨로 그리고 매우 짧게 전투정황을 주듯이 나라에 조성된 정세를 알려준 다음 《알겠소?》 하고 간단히 물으시였다.

《알겠습니다.》 심철범 역시 간단히 대답을 드리고나서 자기가 파악한 내용을 요약해서 복창하였다.

《좋소. 그렇다면 동무의 결심을 말하시오. 정무원에서는 동무들에게 주기로 한 연유와 륜전기재를 사올 외화로 쌀을 사다가 인민들에게 먹이겠다고 하오.

그것도 필요한것이요. 그렇다고 공사를 줴버릴수도 없는거요. 잘 생각해보시오.》

김정일동지의 이 말씀에 심철범은 잠시 침묵하였다. 그는 다부진 몸에 두팔을 꼿꼿이 펴서 붙이고 차렷자세를 유지한채 서있었다.

이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물론 홍경봉과 야조브도 바지혼솔에 붙어있는 그의 붕대를 감은 손을 바라보고있었다. 그것은 새벽빛속에서 류달리 크고 희게 보였는데 붕대우로 빨간 물약인지 피인지 모를 축축한것이 슴새여나온것이 보였다. 모두는 지금 그것을 보면서 다같이 쓰라린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비장한 결심을 해야 하는 장령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짐작하였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심철범은 오래 있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무조건 공사를 해내겠습니다.》

그는 간단히 대답을 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를 찬찬히 바라보시였다. 장령의 우아래를 깐깐히 훑어보시는것이였다. 그 시간이 퍼그나 오래 걸리였다.

그러나 그이 역시 간단히 응답하시였다.

《알겠소. 믿겠소!》

그다음 그이께서는 자신의 등뒤에 한발 떨어져 서있는 홍경봉에게로 돌아서시더니 군인들에게 하듯이 명령조로 말씀하시였다.

《정무원은 기본건설에 투자하기로 한 추가분물자와 자금으로 국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살아갈수 있는 대책을 취하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는 홍경봉도 군인식으로 간단히 대답을 드리였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눌러오던 격한 심정을 비로소 터뜨리듯 강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나라가 쌀에 먹히워서는 안된다는겁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주저앉아서는 안됩니다. 특히 우리가 결심한 금강산발전소건설은 한시도 중단할수 없습니다. 정무원은 이걸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홍경봉은 대답대신에 군인들처럼 자세를 꼿꼿이 폈다.

국가의 운명과 련결된 이 모든것은 이처럼 로상에서 불과 몇분사이에 결정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철범의 붕대를 감은 손을 잡고 다심히 물으시였다.

《다쳤소?》

《일없습니다.》 심철범이 송구해서 손을 등뒤로 감추려고 했다.

《치료를 받고 내려가지…》

그이의 목소리에는 무한한 애정이 흐르고있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가서 최고사령관동지의 의도를 전달하고 집행대책을 세우려고 합니다.》

《고맙소, 고맙소! 당은 군대를 믿고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로 했소. 아침보도로 그것이 발표될거요. 자 그럼…》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두어깨를 잡고 포옹하듯이 앞으로 당겼다가 되돌려세우며 잔등을 떠미시였다.

《내차를 바꾸어 타고가시오. 좀 빨리 갈수 있을거요. 그렇게 하시오.… 그렇게 하시오!》

김정일동지께서 자신의 차에 사양하는 심철범을 태워 떠나보내고 그의 야전용승용차에 올라타시기까지는 한동안이 걸리였다.

벌써 동명왕릉이 자리잡은 산발에 려명이 비끼기 시작했다. 후련한 마음으로 그것을 내다보고있던 야조브가 시선을 차안으로 돌리는데 비좁은 앞자리에 앉으신 김정일동지께서 까딱않고 고개를 숙이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어느새 쪽잠에 드신것이다.

강성했던 고대로마가 망한것은 군력이나 경제력이 약했기때문이 아니라 덕이 부패했기때문이거늘 오, 덕으로 다스리고 덕으로 받드는 이 나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것이다.…

야조브는 마음속으로 이날의 일기를 쓰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척없이 쪽잠에서 깨여 《어 잘 잤군!》하며 두팔을 뒤로 쭉 펼쳐 천정을 치받치듯 기지개를 켜더니 고개를 돌리시였다.

《혼자만 자서 미안합니다. 원수동지, 날도 밝는데 우리 내려서 아침요기를 하면서 이야기나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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