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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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철범은 남철이를 앞세우고 둬걸음 떨어져서 응접실로 들어섰다. 방안에 흥분으로 하여 변한 남철의 목소리가 울렸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건강하십니까?》
심철범은 처음 몇초동안 그 인사를 자기가 드린것으로 느꼈다. 그다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슴을 쑥 내밀고 몸을 꼿꼿이 펴고 서있는 남철이를 향해 오른손을 쳐드신것을 보고 긴장으로 하여 멈추었던 숨을 알리지 않게 내쉬였다. 남철은 옳게 인사를 드리였으며 그이께서 그 인사에 답례를 하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 쳐들었던 손을 내리우며 남철의 앞으로 쑥 내미시였다. 남철은 한발 나서며 주저함이 없이 자기 손을 마주 내밀었다.
그이의 손을 잡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이의 손이 매우 부드러울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는 정반대다. 하여 사람들은 그 손이 몹시 썩썩하고 억세다는데 놀란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있는것이 아니였다. 그 억센 손아귀의 힘에 잡히운 손뿐아니라 몸과 마음이 다 끌려든다는데 있었다. 그러고보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이의 친화력은 손에 있는것 같기도 했다.
심철범도 그것을 체험하지 않았던가!
대련합부대의 참모부에서 그이의 손을 처음 잡아보게 되고 그 억센 힘을 느끼는 순간 심철범은 그이께 대번에 끌려들고 긴장감도 어려움도 한순간에 잊었었다.
지금 남철이도 그이께서 이끄시는대로 그이곁에 스스럼없이 앉아있었다.
심철범은 마음이 놓였다. 방안에 있던 세명의 장령과 리웅걸의 얼굴에도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도 그이를 처음 뵙게 되는 전사가, 그것도 대렬을 리탈했던 전사가 어떤 실수를 하지 않을가 걱정했던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몸을 돌려 손을 포개여 두무릎우에 올려놓고 앉아있는 남철이를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힘들지?》
남철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고있었다. 그는 최근에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것이다.
심철범과 같은 차를 타고 평양길에 오를 때까지도 남철은 거의 자포자기상태에 빠져있었다.
한가닥 희망이 있었다면 마음을 돌린 아버지가 힘써서 자기가 이 길에 오르지 않았을가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그가 간 곳은 해군사령부도 아니고 새로운 부대도 아니였다. 그는 당중앙위원회로 갔으며 그것도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계시는 청사의 현관으로 들어서게 되였다. 그는 막연하게나마 자기에게서 멀리 떠나가버린 세계, 공사장에 다시 설 영광의 세계가 문득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끼였다. 자기 문제가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되였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할수 없었던 남철은 무엇때문에 그렇게 된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두려운 세계였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대기실에 앉아서 다시 들어설 그 세계에서 자기가 꽤 견디여낼수 있을가를 가늠해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머리가 공회전하는 기계처럼 빙빙 돌뿐이였다.
지금 그러한 남철이가 최고사령관동지곁에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몸을 돌린채 대답을 기다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순간 남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군인으로서 저는…》
《알고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팔을 아래로 당겨앉히며 크게 그 말씀을 반복하시였다.
《알고있단 말이요. 그래서 난 전사동무와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오!》
이제는 남철에게 자기가 이 자리에 오게 된것이 혹시 아버지와 관련되여있지 않을가 했던 막연한 짐작이 명백해졌다. 그는 자기가 아버지에게 한 거짓말이 이런 상상할수 없는 자리에 와서 계산될줄은 몰랐다.
그는 이미 자기가 중대장을 속이고 나중에 아버지까지 속였던 사실을 깊은 수치감을 가지고 저주하고있었다.
남철은 모든것을 솔직히 말씀드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숙이고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힘듭니다.》
그는 명령을 받은 군인이 답례할 때와도 같은 힘있는 소리로 그 말을 반복했다.
《정말 힘듭니다!》
첫 순간에 심철범은 전사가 그 대답을 정반대로 했으면 하였다. 지금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한사람의 전사가 아니라 전체 부대가, 그를 지휘하고있는 자기자신이 시험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곧 전사가 옳게 대답했다는것을 알았다. 그가 자기가 바란대로 대답했더라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믿지 않으시였을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였더라면 남철은 또 한번의 거짓말, 그것도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거짓말을 하는것으로 되였을것이였다. 그런데 남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철범자신이 이 공사를 인계받은 후 공사의 실태를 솔직히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렸던것처럼 남철이도 자기를 솔직히 드러내보였다. 심철범에게는 자기 부대에 수치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던 이 전사가 갑자기 돋보였으며 그가 대견하게 생각되기 시작했다.
최고사령관동지와 전사사이에 진행되는 대화를 주의깊게 들으면서 량쪽으로 번갈아 시선을 보내던 방안의 다른 사람들도 이젠 그 시선을 완전히 전사에게 멈추었다. 마치 군사관등급상 제일 낮은 직급에 있는 이 이름없는 전사의 대답에 따라 그 어떤 중대한 국사가 결정되기라도 하는것처럼 그들은 숨을 죽이고있었다.
《옳소. 힘들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철의 대답을 긍정하시였다. 그리고 계속하시였다.
《앞으로는 더 힘들거요. 오늘보다 래일은 더. 그리고 모레는 좀더… 얼마간 고난은 계속될거요. 남철동무.》
남철은 그이께서 지금까지 자기를 괴롭히고있는 고난, 그래서 피하려고까지 했던 그 고난이 더 간고해지고 또 계속될것이라고 말씀하시였지만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두손을 무릎우에 포갠채 침착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동무에게 나라의 형편을 다 알려주자고 하오.》
김정일동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남철에게서 시선을 돌려 맞은켠 벽쪽에 놓인 쏘파에 주런히 앉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시였다.
처음은 심철범을 바라보고, 다음은 오기철, 리국현을 본 다음 리웅걸을 보시였다. 그이의 시선은 그에게서 잠시 멎었다.
리웅걸은 자리에서 몸을 약간 들었다놓으며 알릴락말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의 이 회견조직에 대해 그에게 말씀하시면서 장령들에게 나라의 형편을 알려주려고 하는데 그 자리에 문제의 전사를 참가시키겠다고 하시였다. 리웅걸은 절대찬성이였다. 오진우와 최광이와 마찬가지로 새 세대청년들에 대한 교양문제를 절박하게 여기고있던 그는 이 기회에 이 문제와 관련한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으려고 하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남철에게서 나타난 동요에 조금도 놀라지 않으시였다. 인간이기때문에 있을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시였다. 더우기 그가 신입대원임에야… 그이께서는 인민군대를 철석같이 믿으면서도 그 매개 군인들이 결코 다 완성되였다고 보지는 않으시였다. 그이께서 믿으시는 군대는 완성되여가는 군대, 완성하여 써야 할 군대, 산 인간의 집단이였다. 그래서 최고사령관이 있고 장령들이 있고 각급 지휘관들이 있는것이다.
그이께서 보시건대 남철은 군대의 빈구석을 그대로 볼수 있게 한다는데서는 하나의 표본이였다. 그이께 있어서 남철은 그가 전 세대의 전형이라고 볼수 있는 김동환의 아들이라는것으로 하여 더욱 관심이 가시기도 하였다. 그래서 남철이를 만나보기로 하신것이였다.
그러나 남철이를 만나기로 한것은 그때문만도 아니였다. 생전에 어버이수령님께서 늘 하시던것처럼 어려울 때마다 인민대중을 만나 나라의 형편을 털어놓고 의논하시기 위해서였다.
그이의 속마음을 알길 없는 심철범은 물론 세명의 장령들도 그이께서 전사에게 나라의 형편을 다 알려주시겠다고 하자 모두 긴장되였다.
《일없소.》
그이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맞힌듯 말씀하시였다.
《나라의 형편에 대해서는 따로 비밀이 없소. 누구나 다 알아야 하오. 그래야 마음을 합칠수 있는거요. 천둥속에서는 천하가 한마음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시선을 돌려 남철이를 바라보며 믿음이 어린 미소를 지으시였다.
《나는 전사동무에게 중요한걸 알려주자고 하오. 동무도 나라의 어려운 형편을 알아야 하오.》
그이께서는 방금전 홍경봉으로부터 보고받으신 전국적인 식량실사와 관련된 해당부문의 극히 제한된 일군들에게만 통보하기로 된 자료를 공개하시였다.
《물론 식량사정이 나라의 어려운 형편을 보여주는 전부는 아니요. 그러나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수 없소. 누구나 배고픈것하고는 타협할수 없으니까.》
그이께서 이해 정초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심철범에게 보여주었던 미중앙정보국의 극비자료, 굶주린 우리 인민들이 사회주의와 더는 타협하지 않을것이며 2년내에 손을 들게 되리라고 한 그 자료를 상등병에게 들려주신것은 그다음이였다.
심철범은 숨을 죽이고 이야기를 듣고있는 남철이를 지켜보았다. 남철은 무릎우에 포개놓았던 두손을 풀어 의자팔걸이에 올려놓더니 주먹을 쥐였다폈다 하며 큰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심철범은 남철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중앙정보국의 자료를 처음보던 때의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그때 그는 정세에 대한 그이의 심려를 리해하였고 어떤 경우에도 그이와 운명을 같이 할 결심을 다지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그의 온몸을 휩싼것은 자신에 대한 그이의 믿음이였고 자기가 그이의 기대속에 있다는 흥분이며 희열이였다. 그것이 본질이였다.
그는 남철이도 그때의 자기와 같은 심정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하고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남철은 흥분하고 격동되여있었으며 그것이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으로부터 오는것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그의 생각은 극히 단순하였다. 지금 남철은 자기가 일하고있는 공사장을 눈앞에 그려보고있었다. 그것은 멀리 눈아래 내려다보였다. 그는 그 어떤 무한대한 힘을 온몸에 느끼고있을뿐이였다. 그래서 최고사령관동지께 무슨 말인가 올리고싶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였다.
《지금 사람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목소리가 그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이께서는 팔걸이건너로 팔을 뻗쳐 남철의 손을 잡고 소곤소곤하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나라형편이 어렵지만 내가 그것을 알고있기만 하면 일없다고들 하고있소. 그렇소. 나는 알고있소. 그들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있소. 적들은 〈압살〉정책을 쓰면서 우리가 질식되여 죽기를 기다리고있단 말이요. 어떻게 해야 되겠소? 남철동무.》
심철범은 남철이를 바라보았다. 이제야말로 그가 똑똑한 대답을 하여 그이께 기쁨을 드리고 그이의 심려를 덜어드려야 했다.
《어째서 말이 없소?》
최고사령관동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남철은 일어섰다. 그리고 꼿꼿이 서있었다.
심철범은 손에 땀을 쥐였다. 남철이가 오래도록 말이 없자 《전사, 어서 말씀드려. 적을 요정내겠다구!》 하고 속으로 웨쳤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의 대답을 듣고계시였다. 전사의 퍼런 불이 이는 눈빛에서 번뜩이는 증오를 보시였다. 증오, 그렇다. 전연시찰의 길에서 만난 수많은 병사들의 눈빛에도 하나같이 증오가 어려있었다. 신대원이든 구대원이든 모든 군인들의 눈빛에 아니, 적들로 하여 고통받고있는 이 나라 남녀로소들의 모든 눈빛에 증오가 불타고있었다. 그것은 그대로 멸적의 기상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심철범은 안도의 숨을 쉬였다. 그도 비로소 남철의 눈빛을 보고 자기가 바라던 대답을 읽었던것이다.
《남철이, 앉으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사를 앉히고나서 그의 손을 잡으며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에서 적들과 포성없는 전쟁을 하고있소. 남철동무, 대답해보시오. 어떻게 하겠는가?》
남철의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시였다.
전사는 입을 다문채 까딱않고 앉아있었다.
《왜 대답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잡고있던 남철의 손을 놓고 몸을 뒤로 제치시며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나는 장령들의 말이 아니라 전사들의 말을 들어보고싶었소. 내 말을 알겠소? 전사동무.》
물론 남철은 리해하였다. 그의 타는듯 한 마음속의 눈앞에는 꽃바다가 펼쳐져보였다. 금강산발전소준공식이 진행되고 꽃보라에 묻힌, 최고사령관동지의 축복을 받고있는 자신을 보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꽃보라에 휘말려 혼비백산한 적들이 아우성을 치며 비명을 올리는 몰골도 보였다. 우리의 된타격에 봉쇄환이 끊어져나가고 적들의 어리석은 망상이 산산이 쪼각나서 보잘것없는 먼지로 되여 아득한 미궁으로 날려가버리는것이였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겠습니다!》
남철은 전호가에, 포진지에, 함선의 갑판에 써붙인 인민군대의 멸적의 구호를 자기 말로 말하였다. 그리고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더니 고개를 무릎우에 숙이였다. 그는 흐느끼였다. 이 숭엄한 공기가 흐르는 방에 들어와 내내 흥분되고 긴장한 나머지 느끼지 못하고있던 죄책감이 행복한 이 순간에 가슴을 친것이였다. 그 죄책감은 병사가 선 초소는 그 어디나 적들과의 대결장이며 그 어떤 조건에서도 거기를 리탈한다는것은 투항이라는 자각에서 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잠하시였다. 그 눈물을 리해하신듯 하였다.
전사의 그 눈물은 심철범에게로 옮아갔다. 그는 최고사령관동지앞이라는것도 잊고 큰 눈을 연거퍼 슴벅거리면서 전사들을 똑똑하게 이끌어주지 못한 자책감을 느끼고있었다.
《됐소, 됐소! 울지 말라구…》
김정일동지께서 남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리고 응접실 한가운데로 나서시였다.
《동무들.》 그이께서는 흥분으로 하여 갈린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우리 병사들은 힘들게 일하고있습니다. 그들은 목석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게다가 단련이 없는 새 세대군인들입니다. 우리 지휘관들은 목석인간, 식물인간이 되여서는 안됩니다. 그들을 더 잘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무엇으로 어떻게? 나는 얼마전에 오진우, 최광동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젊은 시절에 고난의 행군을 어떻게 이겨냈는가고 묻자 행군길에 지쳐 쓰러졌다가도 머리를 들고 보면 저앞에서 김일성장군님께서 걸어가고계시였기에 힘을 내여 따라일어서군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흥분에 떨리는듯 한 숨소리만이 방안의 고요를 깨뜨리고있었다. 이때 장령들은 손수건으로 눈언저리를 누르시는 그이를 젖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이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것은 침착하고 힘있는 목소리였다.
《우리는 대오의 앞장에 서야 합니다. 돌격앞으로가 아니라 나를 따라 앞으로! 이것이 우리 지휘관들의 구령으로 되여야 합니다. 이 어려운 때 열백마디의 말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우리의 모든 군관, 장령들이 이신작칙해야 합니다. 이신작칙이야말로 병사들에 대한 참된 사랑입니다. 이 사랑속에 우리 병사들은 강자로 될것이며 우리 군대는 강군으로 될것입니다. 이신작칙으로 병사들을 이끌라. 나는 오늘 동무들에게 다시 이 구호를 제기합니다!》
《알았습니다!》
오기철과 리국현, 심철범, 리길남이 약속이나 한듯이 동시에 일어서서 차렷자세를 짓고 응답하였다. 장령들의 뒤를 따라 리웅걸이도 긴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김남철이만은 응당 자기도 일어서야 한다는것을 잊고 우는지 웃는지 알지 못할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힘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최고사령관인 나자신이 이 구호를 실천에 옮겨나갈것입니다.》
그러자 리길남이 물기도는 눈을 슴벅이며 감동된 어조로 말씀드렸다.
《사실 최근 몇달동안에 장군님께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을 만나주시였습니까. 최전연에까지 나가시여 식당에도 들리시구, 잠자리도 보아주시구… 기념사진도 찍어주시구… 우리 군대에 장군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은 병사가 수천수만이 잘될것입니다. 병사들은 장군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는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정말 최대의 행복, 최상의 영예로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나는 앞으로 전군의 모든 병사들과 한번씩은 다 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병사들이 좋아한다는데 최고사령관의 얼굴이야 못 빌려주겠습니까? 허허…》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으나 좌중은 웃지 못하고 서있었다. 그이의 애병사상이 웃기에는 너무도 절절하고 너무도 뜨거웠던것이다.
《사실 내가 매일처럼 전선길을 걷는것은 병사들에게 나의 진정, 나의 마음을 쏟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이 말씀은 장령들보다 남철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장령들의 충동도 컸다. 과묵한 표정으로 나타나지 않는 그들의 마음속의 세계에서는 지금 자기들이 준비해온 서류철에 있는 엄중한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이미 그 문제들을 해결할 방도를 찾은것이다. 그이처럼 하자. 그이처럼 지휘하고 그이처럼 생활하자. 그러면 전선의 숨막히는 정적도 분계선상에서 벌어지고있는 적들의 교란책동도 한줌도 못되는 간첩무리들의 쏠라닥거림도 문제없을것이다. 그렇다. 그이의 말씀은 그들에게 있어서 필승의 보검이였다.
그러나 남철에게는 그 말씀의 마디마디가 뜨거운 덕수처럼 퍼져내려 온몸이 화끈 달아올랐다.
남철은 그이께서 자기앞에 다가와 서신것을 몰랐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섰다.
《남철동문 나한테 할 말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 물으시자 남철은 서둘러 말씀드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어서 말하라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저는 대오에 설 자격을 잃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권한으로 저를 대오에 다시 설수 있게 해주실수 없습니까?》
남철은 차렷자세를 짓고 그이의 승낙을 기다렸다.
《그게 다요?》
그이께서 빙그레 웃음을 짓고 또 물으시였다.
《옛!》
남철은 차렷자세를 짓고 가슴을 쑥 내밀며 구령처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위하여 복무하겠습니다!》 하고 병사의 인사를 올렸다.
《고맙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남철의 두손을 꽉 잡으시였다
방안에는 잠시 숙연한 침묵이 깃들었다.
《자, 그럼 리국현동무.》
김정일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리시였다.
《전호진장령이 제기한 문제를 토의해봅시다. 총참모부에서는 그 제의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있습니까? 다른 동무들도 들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중의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고나서 공사장에서 제기된 의견대립에 대하여 설명해주고 그들도 화제에 끌어들이시였다.
그사이 리국현이 일어서있었다.
《총참모부는 심중한 토의끝에 전호진장령의 제의를 기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김남철전사를 만나고나서 그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결국 공사의 담당자인 병사들의 의지문제이니 말입니다.》
《옳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철범을 바라보며 긍정하시였다.
심철범이 벌떡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심철범은 힘있게 대답을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나는 심철범동무의 주장에서 제기된 아치형시공을 하면 직선돌파에서 안정성을 담보할수 있다는 문제를 국가적으로 유능한 과학자, 기술자, 시공경험이 있는 일군들의 토의에 붙여보았습니다. 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보고해왔습니다.》
그이께서는 심철범에게서 시선을 돌려 모두에게로 보내며 계속하시였다.
《그러나 나는 심철범동무의 주장에서 보다 중요한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직선돌파정신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 정신은 우리 군대의 기본정신으로 되여야 합니다. 바로 그 정신이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가 내린 0026호명령은 반드시 수행될것입니다. 나는 우회로를 택하자고 하는 전호진장령과 그곳의 일부 지휘관들의 주장에서 합리성을 찾아보려고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뭔가 부족한것이 느껴졌는데 그것의 바로 우리 인민군대의 근본정신에 맞지 않는 주장이기때문이였습니다. 최고사령관인 나는 직선돌파를 지지합니다.》
그이의 이 말씀은 방안에 명령처럼 울렸다.
장령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평양-원산도로로 앞창유리에 《금강산발전소건설》이라고 쓴 특별자동차운행증을 붙인 야전용승용차가 달리고있었다.
평양으로 올라올 때와는 달리 심철범장령은 뒤좌석에 남철이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의 손이 남철의 손을 꽉 잡고있었다.
도로에는 금강산발전소건설장으로 가는 물동을 가득 실은 대형화물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있었다.
심철범은 마음이 흐뭇하였다. 그는 그 물동을 합친것보다 더 귀중한, 이제 틀림없이 영웅으로 자랄 전사를 곁에 태우고가는것이다.
그에게는 자기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사실자체도 큰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강조하신 《나를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가, 그이의 애병사상이 떠올랐던것이다.
력사에는 이름있는 명장들이 있어 저마끔 령군술을 자랑해왔다. 한때 유럽땅까지 정복했던 칭기스한은 5인조, 10인조를 묶어 그중 하나의 병사가 도주하던가 군률을 위반하면 전체를 목베는 무서운 형벌로 군사를 다스렸고 현대군사가의 《시조》라고 일컬은 나폴레옹은 군사를 움직이는 동인을 공포와 리익 두가지로 보면서 공로에 대해서는 일망무제한 령지를,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3대멸족이라는 전률할 처벌을 안기였다. 지금 미군을 비롯한 자본주의국가의 군대는 고용병들로서 그들을 움직이는 기본무기는 황금이다.
고대 《손자병법》으로부터 클라우제위츠의 《전쟁론》은 물론 맑스-레닌주의고전가들의 군사사상 그 어디에도 《애병》이라는 말자체가 없다.
오직 우리 군대, 어버이수령님께서 창건하시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군대에만 《애병정신》이 꽉 차흐르고있다.
일찌기 수령님께서는 군대에서 《영창》제도를 없애버리고 정치사업을 기본으로 삼도록 하시였으며 오늘은 우리 장군님께서 군인들이 자폭정신, 육탄정신을 발휘해야 할 현 정세의 요구를 반영하여 애병사상의 최고정화라고 할수 있는 《날 따라 앞으로!》라는 구호를 체질화하도록 하심으로써 혁명군대 령군술의 기본원리, 근본초석을 다시금 밝혀주시였다.
최고사령부에서 김정일동지를 만나뵙고나서 커진것은 남철전사가 아니라 바로 나자신이다! 심철범은 차를 타고오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한편 김남철은 장령에게 두손을 꼭 잡히운채 까딱않고 앉아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생각하고있었다. 내가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뵙고 부대로 돌아간다는것을 아실가? 그걸 아신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실가? 자기를 욕되게 한 이 아들을 용서하실가?…
그러나 그는 자기를 대신하여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아버지앞으로 친필서한을 보내시였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할수 없었다.
남철이를 바래우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김동환의 자료철겉장에 이렇게 쓰시였다.
-아들을 용서해주는것이 좋겠습니다. 그는 반드시 훌륭한 군인이 될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