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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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조브는 응접실의 쏘파에서 일어나 방안을 거닐며 흥분으로 하여 갈린 목소리로 말하였다.
《물론 2차세계대전시기 쏘련도 중과부적이였습니다. 쏘련의 운명이 결정되고있던 모스크바에서 붉은군대가 가지고있던 무력은 적의 수중에 있는 무력의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780대의 쏘련땅크들이 1 700대의 히틀러땅크들을 상대로 하여 맞서고있었으며 545대의 쏘련비행기들이 거의 1 000여대에 달하는 도이췰란드전투폭격기, 추격기, 습격기들과 대항할수 있었을뿐이였습니다. 그래도 이것은 현재 제국주의련합세력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무력대비에 비하면 량호한 편이였습니다. 게다가 당시 쏘련은 동상이몽하는 벗이긴 해도 미국과 영국을 자기 편에 가지고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귀국의 편에는 누가 있습니까. 쏘련이 건재했던 때조차 당신들은 충분한 방조를 받지 못했습니다만 지금은 그것마저 기대할수 없지 않습니까?》
《…》
야조브는 말을 끊고 잠시 심철범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기다리는것 같지는 않았다. 체념에 잠겨 모든것을 포기한듯 싶었다.
심철범은 야조브의 팔을 끌어다가 자리에 앉히고나서 입을 열었다.
《너무 락심하실건 없습니다. 원수동지가 말한것처럼 당신들의 비극은 쓰딸린동지의 서거후 쏘련에 참다운 수령이 없었던데 그 원인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김정일최고사령관동지께서 계십니다.》
《물론입니다.》 야조브는 벌떡 일어나 늙은이답지 않게 다시 흥분하며 웨치듯 계속하였다.
《그래서 저는 그이께 기대를 걸고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이께 저의 운명, 사회주의의 운명을 걸고있습니다. 이에 대하여서는 이미 모스크바에서 개별적으로 그이께 편지를 보내였습니다. 그러나 그이와의 상봉은 고통스러운것으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당신들의 처지는 다시 말하지만 너무나도 중과부적이니까요. 저의 말이 리해됩니까?》
《예, 리해됩니다. 그러나…》
《잠간.》
야조브는 서둘러 응접실에서 나갔다가 타자친 종이 몇장을 접철로 접은 무슨 문건같은것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이건 미중앙정보국이 국방성과 국무성 등 행정부의 대조선기관들에 비밀리에 내려보낸 〈최근 북조선정세와 대북조선정책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된 극비자료입니다. 출처에 대하여서는 묻지 말아주십시오. 신빙성은 제가 담보합니다. 나는 당신이 이것을 보는것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야조브는 그 문건을 마치 당장 터지려는 시한탄이라도 되는듯이 두손에 받쳐들고 조심조심 심철범에게 넘겨주었다. 이때 그의 표정은 몹시 무겁고 침울하며 불안에 차있었다. 그러고보면 노상 그의 얼굴을 덮고있는 그림자가 그것때문에 오는가 싶었다.
반면에 그 문건을 받아든 심철범의 얼굴표정은 그저 덤덤하였다.
그러나 자기 방으로 돌아와 탁상등밑에서 한장한장 문건을 번져가는 그의 표정은 편안치 않았다.
미중앙정보국의 비밀문건은 《1. 최근 북조선정세, 2. 대북조선정책방향》으로 되여있었다. 《1》에서 문건은 쏘련과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와 특히는 수령님의 서거후 우리 나라의 이른바 《정세》를 분석하고있었다. 여기서 주목되는것은 그들이 가소롭게도 우리 나라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있는것이였다. 문건은 그 요인을 렬거하면서 우리의 정치, 경제, 군사적《위기》를 들고있었다. 특히 식량난 등 우리 나라의 경제적난관을 상세히 분석하고는 우리 식 표현대로 《배하고는 타협할수 없다.》고 하면서 《북조선주민들은 이제 더는 사회주의와 타협하려고 하지 않을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문건은 《2》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미행정부의 대북조선정책방향을 규정하고 전력을 다하여 우리 나라의 《붕괴》를 가속화할것을 지령하고있었다.
처음에 심철범은 《붕괴》요 《위기》요 하는 표현들이 눈에 들어왔을 때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성스러운 우리 공화국의 이름을 그런 상상할수 없는 표현들과 결부시키는데 대하여 격분하였다. 그에게서 사회주의위업은 절대적이였으며 그 불패성에 대하여서는 꿈에도 의심할수 없는것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지지 않을수 없는것은 적들이 우리를 오판하고있는 조건에서 분별을 잃고 달려들수 있다고 보았기때문이였다.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적들은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수 있었다. 그 몽둥이란 잘 준비되고 정예화된 무력이며 최신무기들이였다.
미중앙정보국의 문건은 우리의 《붕괴》를 3년내의 일로 확고히 단언하고있었다. 3년, 이 3년이라는 수자는 미국방성의 강경보수세력들에게는 리성을 잃을만큼 현란한 수자일것이다. 그들은 기뻐서 고함을 치며 미친듯이 달려들수 있었다. 3년, 3년만 견디여보자! 라고 하면서 저들의 정치, 군사, 경제적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할수도 있었다. 미중앙정보국의 문건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그리하여 지금 당기발이 사시장철 펄럭이고 김정일동지께서 집무를 보시는 사무실이 있는 청사의 계단을 오르는 심철범의 눈안에는 3년이라는 수자가 자꾸만 밟혀오는것이였다.
두말할것도 없이 3년은 우리 당과 인민, 군대에게 있어서 엄혹한 시련의 시기로 될것이다. 하다면 그 수위에 서계시는 김정일동지의 심려는 얼마나 클것인가.
심철범은 이러한 생각에 파묻혀서 청사현관에서부터 안내하는 한 젊은 군관을 따라 책임서기의 방에 어떻게 들어섰는지 알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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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2분전이였다.
《들어가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 기다리고계십니다.》
젊은 군관에게서 손님들을 인계받은 책임서기 곽무선이 나직이 말하였다.
그는 손님들의 앞에서 어쩐지 좀 조심스럽게 살며시 문의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곧 세사람의 손님을 돌아보면서 들어가라고 눈짓하였다.
야조브가 앞서고 심철범과 통역인 대위가 거의 동시에 문턱을 넘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에서 몇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계시였는데 먼저 들어온 야조브가 자신에게로 다가서자 침착한 어조로 몇마디 말씀하시고나서 손을 내미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신을 환영하십니다.》 그들의 등뒤에서 누군가가 로어로 말하였다. 《그이께서는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여 반갑다고 말씀하십니다.》
뒤를 돌아본 야조브와 심철범은 몸이 호리호리하고 기름한 얼굴에 금테안경을 낀 중년의 사나이를 보게 되였다. 그이의 통역을 맡고있는 사람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탁 한쪽 가운데 평의자에 앉으며 손님들에게 자리를 권하시였다.
야조브는 그이와 마주한 책상 한쪽에 앉고 심철범은 그와 나란히 앉았다. 두 통역은 김정일동지와 그들 두사람뒤에 얼마간 거리를 두고 각각 서있었다.
모두가 자리를 잡자 야조브가 말씀드리였다.
《무엇보다먼저 저는 김일성동지의 서거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저 합니다.》
야조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반쯤 몸을 일으켜 그의 조문을 받으시였다.
《감사합니다.》
그이께서는 심철범쪽으로 시선을 보내며 물으시였다.
《손님이 불편해하는 점은 없습니까?》
《예, 숙소조건도 그렇고 오진우무력부장동지와 함께 있게 해주신데 대하여 만족해합니다.》
야조브는 자기와 관련한 그 이야기에는 끼여들지 않고 줄곧 김정일동지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그이의 모습이 10여년전 권총을 선물받던 때보다 많이 변모되였다는것을 느끼였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당하고있는 고통, 이 나라가 겪고있을 그 위험의 그림자가 그이의 얼굴에 비끼지 않았을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이의 얼굴에 번민의 흔적이나 불안한 기색이라도 있다면?…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안광도 변치 않았고 얼굴표정도 태연자약하였으며 억양 역시 침착하시였다. 게다가 평양체류기간의 생활을 물어주시면서 웃음까지 보여주시였다.
야조브는 조용히 납작한 서류가방을 자기앞으로 끄당겼다.
이때 《야조브동지.》 하고 김정일동지께서 먼저 말꼭지를 떼시였다. 그이께서는 야조브가 열기 시작한 서류가방에 눈을 주시면서 계속하시였다.
《동지는 편지에서 우리에게 긴요한 문건을 가지고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을 보여주겠습니까?》
《예, 바로 이것을…》 야조브는 동작을 좀 빨리하여 가방에서 미중앙정보국의 문건을 꺼내 그이께 넘겨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문건을 받아들고 한장한장 넘기시였다.
순식간에 마지막장을 넘기신 그이께서는 그것을 탁 소리가 나게 책상우에 놓더니 심철범을 건너다보시였다.
《심철범동무!》
《예?!》
심철범이 벌떡 일어섰다.
《이것을 동무도 보시오. 구체적으로 자세히 볼수록 좋습니다.》
그이께서는 문건을 심철범앞으로 밀어놓으시였다. 심철범이 그것을 받아들고 《알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 모든것은 순식간에 진행되였다.
야조브에게는 김정일동지께서 자기가 모스크바로부터 가슴을 조이고 가져온 그 문건, 그를 줄곧 괴롭히고있던 그 문건을 전혀 보시지 않은채 심철범에게 넘겨주신것처럼 생각되였다. 외형상으로 볼 때 야조브가 가져온 문건을 김정일동지께서 읽지 않고 심철범에게 넘겨주시였기때문이였다. 그러니 이 접견이 심철범에게 미중앙정보국의 문건을 넘겨주기 위해 필요했단 말인가.
심철범의 머리에는 오진우로부터 장군님의 지시를 집행하게 된다는 말을 들을 때부터 떠오른 의혹이 다시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는 그 생각을 오래하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반쯤 일어서서 집무탁우에 무드기 쌓인 문건들가운데서 하나를 골라들고 말씀하시였기때문이다.
《이것을 보십시오.》
야조브와 심철범은 그 말씀을 듣고 동시에 그이를 바라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 문건을 야조브앞으로 쑥 내미시였다. 그것을 받아든 야조브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원수동지, 제가 드린 그 자료를 먼저 보십시오. 우리의 이야기는 그 다음에 나누기로 합시다.》
야조브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풀지 못하자 그이께서 가볍게 웃으시며 다시 말씀하시였다. 한쪽 볼에 보조개가 패였다.
《야조브동지가 우려하는 문제에 대하여 저도 깊은 주의를 돌리고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모스크바에서 보낸 편지를 받고 동지를 초청하도록 해당 부문에 지시를 주었던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제가 방금 드린 그 자료를 보신 다음에 나누기로 합시다. 저는 동지가 필요하다면 아무때나 시간을 내겠습니다. 래일도 좋고 모레도 좋습니다.》
야조브는 그이로부터 받은 문건을 서류가방에 넣으면서 동의를 표시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심철범에게 한마디 하시였다.
《심철범동무도 함께 보는것이 좋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야조브의 건강을 묻고 나이많은 사람들은 동맥경화에 주의를 해야 한다시면서 그 치료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하시였다.
김정일동지의 모습을 보아서는 그들중 어느 한사람도 최근 이틀동안에 그이께서 다 해서 네시간이나 다섯시간도 눈을 붙여보지 못하시였으며 그들이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는 총참모장 최광이 적들이 군사분계선일대에 무력을 집중하고있다는것과 다량의 삐라와 교란물자를 떨구고있다는 보고자료를 드리였다는것을 상상할수 없었다.
야조브는 물론 심철범도 그이께서 주신 문건에 미국의 차기 대통령후보인 미상원 공화당 원내총무인 보브 돌과 미중앙정보국장이 우리 나라의 《붕괴》를 3년이 아니라 2년으로 앞당길데 대한 모의를 한 사실이 적혀있다는것을 알지 못하였다. 지금 응접실에 금강산발전소건설문제와 최근에 더욱 긴장해진 나라의 식량문제에 대한 결론을 받으려고 온 부총리들이 김정일동지를 초조히 기다리고있다는것은 더욱 몰랐다. 그이께서는 매우 온화한 자세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조브와 헤여지시면서 심철범에게 손님과 관련한 전화는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에게 직접 걸라는 지시를 주시였다.…
그날 밤 12시가 다 되여서 심철범은 전화로 김정일동지께 야조브의 반영자료를 보고드리였다.
야조브는 돌아오자 즉시 김정일동지께서 주신 문건을 보았으며 심철범자신도 보았다는것, 그것이 천만사람을 놀래우는 번개라면 야조브 자기가 가지고갔던 문건은 밤길손이나 놀래울 반디불이였다는것, 그런데도 장군님께서는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으시였는데 그렇다면 그이께서는 무엇을 믿으시는가 한다는것이였다.
이에 대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미리 준비하고있던 말마디를 쏟아놓듯이 한마디로 간단히 말씀하시였다.
《그 대답은 동무가 주게 될것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