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장 편 소 설

 

 

 

박    윤

 

 

( 제 38 회 )

 

제  6  장

 

아츠러운 동음을 내지르는 신형직승기 밑으로 굴곡이 심한 험준한 산악들이 움씰움씰 흘러간다. 클라크대장은 시름겨운 눈길로 름멜소장과 정일권을 돌아보았다.

《대지가 조락하누만. 온통 붉은색으로 변해버렸소.》

귀가 삐죽한 름멜이 기창턱에 매달려 밑을 내려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대구에서 직승기가 리륙할 때부터 입을 봉하고있던 정일권중장은 전략폭격기사령관이 대답이 없자 마지 못해 입을 열었다.

《사령관각하, 단풍이 타고있습니다.》

《단풍이라?! 땅도 붉고 단풍도 붉다?!…》

《…》

《단풍… 여하튼 장엄한 경치요. 나플리나 안데스 그리고 우리 텍사스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신비경이요.》

(허, 공세가 풍지박산되는 판에 자연의 미라… 염소 우물 들여다보기지…)

정일권은 억이 막힌속에 상처입은 대지와 그 대지를 랭담하게 관망하는 클라크를 보며 때아닌 상념에 잠겼다.

불쑥 대구에 날아들어 밴플리트나 젠킨스 알몬드가 아니라 유독 자기를 《지명수배》하듯 해서 불러들인 백전로장의 심사도 알길 없고 또 화려한 출발로 큰 기대를 걸었던 《금화공세》도 볼품없이 끝장난 음악회처럼 종막에 이르렀는데 오히려 클라크의 안색이 덤덤한것이 리해되지 않았다.

(이 작자를 다들 철가면을 쓴 용장이라더니… 몰트케나 나뽈레옹같은 굳은 심장을 지니지 않고서는 저렇게 태연할수 없다.…)

정일권의 심리를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클라크가 한수 더 뜬다.

《터너대좌, 기수를 낮추게 하시오. 나의 어머니에게 이 기이한 동방나라의 가을풍치, 단풍미를 보여드려야겠소.》

터너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클라크가 데리고온, 부인들곁에 앉았던 미3사대대장인 죤 아이크2세소좌가 랭철한 눈길을 번뜩였다.

《귀하, 전선지역에서 더 낮추 뜨는건 대단히 위험합니다. 불미스럽게도 제가 오판해서 북조선군이 이런 신형직승기를 로획했다는 사실을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헨리 밴플리트는 끝내 저의 카지노 빚을 갚지 못할 운명인가 봅니다.…》

마감말은 물론 입안소리로 중얼거렸다.

름멜소장의 얼굴도 찌뿌둥해졌다.

《각하, 벌써 우리는 신형직승기 29대를 북조선군 대공화력에 잃었습니다.》

두 군인의 경종에 클라크의 기분은 대번에 울적해지고말았다.

《귀하, 어머님께서는 멀미가 나시는것 같아요.》

클라크는 어머니와 함께 무엇인가를 속삭이던 리지아의 말에 흘끔 고개를 돌렸다.

아닐세라 어머니의 얼굴이 이지러진것이 정상이 아니였다.

터너가 후닥닥 일어나 조종사에게 뭐라 말하자 직승기는 기수를 돌렸다.

포천 리착륙장에 내리자 클라크는 리지아부인에게 어머니를 부탁한 후 정일권과 아이크2세를 데리고 《철의 삼각지대》에 있는 미9군단장 젠킨스중장의 지휘처로 차를 달렸다.

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지친듯 두눈을 감았다.

그래, 모든것은 종말에로 가고있다.

그동안 품들여 준비한 모든것이 비극에로 줄달음치고있는것이다. 하지만 주역은, 아니 연출가는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관객들앞에서 마지막까지 례의와 신사적인 품격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검은 눈동자가 우아하고 품격과 몸가짐, 사고가 리지적인, 어머니의 심장을 온통 틀어잡은 동방의 녀신같은 저 《뉴욕타임스》지 특파원인 리지아부인앞에서의 객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 저 녀자의 글은 내용은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운 필채로 윤색이 되여있었지. 영국의 《옵써버》가 전재한 이번 공세의 시작과 관련한 저 녀인의 기사는 분명 나의 자존심에 만족을 주었지만 공세의 종말에 대한 기사는 어차피… 실망을 줄거야.…)

클라크대장은 자기를 맞는 밴플리트대장과 루빈중장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전방지휘소로 올라갔다.

그는 흉장에 팔을 짚고 벌써 고요해진 《철의 삼각지대》를 한참 바라보다가 젠킨스중장을 넌지시 돌아보았다.

《루빈, 당신이 함락한 제인 러쎌고지로 나를 안내할수 있겠소?》

《각하… 우린… 그 고지를 또다시 잃었습니다.》

유모아를 즐기는 젠킨스였지만 이 순간만은 말짱 쪼들린 자의 빈털터리본색을 드러내고야말았다.

클라크는 밴플리트를 돌아보았다.

《대장, 어떻게 된거요? 왜 당신들은 이 정중장이 한개사단을 바쳐 이룩한 공로를 휴지장으로 만들었소?》

밴플리트와 정일권의 얼굴이 한순간 다 같이 쭈그러들었다.

클라크는 비로소 속이 끓어올랐다.

밴플리트가 뻣뻣이 머리를 쳐들고 웅얼거렸다.

《각하, 저<철의 삼각지대>에 난데없이 인민군 한개사단과 드세찬 포병화력이 나타나 방어지대를 그만… 뒤엎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각하, 이번 공세에서 관건적인 854.1고지가 함락된후 형세가 위급해지므로 부득이하게 이 계선에서 5개련대를 전선동부로 배비변경시켰습니다.》

클라크는 그만 어깨가 축 처지고말았다.

《그러니 우리의 작전을 북조선군이 환히 꿰뚫어보고있었다는게 아니요. 저 동해상의 통천상륙작전의 실패도 국군1군단의 좌절도 결국은 이미 몇달전부터 그곳에 강력한 방어진이 형성됐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닌가.》

클라크는 명백히 찍지 않았으나 이들은 모두 릿지웨이대장을 생각해볼것이다. 클라크는 랭소를 지었다. 구태여 꼬집으려는게 아니다.

《<금화공세>는… 수만의 병력과 수백대의 땅크와 비행기의 손실을 가져왔소. 그리고 저 <철의 삼각지대>는 근 1년간 견제하고있던 우리의 전술적요충지를 더 빼앗은것으로서 강해졌소.… 하지만 전쟁은 항상 마지막 5분에 달려있다는걸 명심하오.》

클라크는 부하장령들을 쏘아보며 팔짱을 끼였다.

그때 젠킨스중장이 무엇인가를 정히 손에 받쳐든 베키양과 함께 클라크앞으로 다가왔다.

《각하, 이걸 전선기념으로 존경하는 클라크부인에게 드리는 행운을 지닐가 합니다.》

그것은 진귀한 붉은밤색 여우털외투였다.

클라크는 전장에서 더 육감적인 모색으로 변모되여가는 베키양을 외며해버렸다.

클라크는 얼핏 고개를 돌려 정일권을 바라보았다. 그의 자세가 불편스러워 보였던것이다.

《고맙소.》

이때 전방지휘소상공으로 3대의 정체모를 비행기가 나타나 맵짜게 폭격을 시작했다.

《이건 뭐요?…》

《각하, 빨리 엄페호로 대피해야 합니다. 요즘 전선에 소문난 인민군의 붉은마녀편대입니다.》

젠킨스의 우는 소리에 클라크는 얼굴이 이그러졌다.

《우리의 대공화력은 뭘하고있소?》

《각하, 저 재래식<야크>는 지상에 너무 낮추 뜨기때문에 그것들이 효력을 못냅니다. 피하는게 땅수입니다.》

하지만 클라크는 까딱도 하지 않은채 전방지휘소 상공을 낮추 떠돌아치며 잽싸게 폭탄을 투하하는 북조선군비행기들을 노려보았다. 옆에서 불기둥이 솟구쳤다.

(이거야말로 비극이다. 게릴라전밖에 모른다던 빨찌산의 군대가 이젠 하늘까지 타고 앉는구나.)

클라크는 음울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없이 자기 뒤에 버티고 서있는 죤 아이크2세소좌와 정일권중장에게 시선이 멎었다.

클라크는 침울한 어조로 물었다.

《어째서 당신들은 대피하지 않소?…》

《각하!…》

클라크는 정일권에게 시선을 멈췄다.

《정, 솔직히 대답해주게. 우린 직업군인들이 아닌가. 왜 이번 공세가 이 지경이 됐나?…》

눈길을 내리깔았던 정일권이 번쩍 얼굴을 들었다. 그는 입술을 푸들푸들 떨었다.

《각하, 우리에겐… 이 전쟁을 치를만한 정신적이데아가… 없습니다.》

클라크는 다시 얼굴을 돌려 전방지휘소곁 화광이 충천하는 포진지들을 아픈 시선으로 둘러보았다.

(전쟁에 무슨 이데아, 토템같은게 필요한가, 하지만?…

그래 정신력은 무시할수 없을것 같다. 이 작자가 정통을 찌른것 같아.

우리는 잘 따져보아야 한다. 아메리카정신이라는게 뭣인가. 우리에게는 권력과 재부, 물질적인것을 주장하고 실리적인것을 앞세우는 실용주의와 군사만능주의, 개척정신이 이데아라고 하겠다.…

하다면… 그렇다면, 북조선군이 의거하는 이데아는 뭣인가, 단순한 애국주의인가? 사회주의리념인가?

김일성장군, 김일성장군의 지략과 령도, 그를 받들어 뭉친힘! 분석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 과연 그 힘이 우리를 이렇게 곤경에 몰아넣는가?…)

클라크의 사고는 삼거웃처럼 얽히다가 헝클어지고말았다.

…세월이 흐른 뒤 마크 웨인 클라크대장은 자기의 회상록《다뉴브강에서 압록강까지》에서 이렇게 썼다.

《<금화공세>는 체면이나 만회해보려는 악성도박으로 번져졌다. 그것은 실패하였다.》

이러한 고백은 썩 먼 후날의 일이고 반년후 전쟁이 끝났을 때 그는 자기의 심정을 토로하게 된다.

《…나는 력사상 승리하지 못하고 정전협정에 조인한 최초의 미군사령관이다.… 본관은 이 시간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모든것이 실패하는감을 가지고있었다. 나의 선임자들인 맥아더와 릿지웨이장군들도 동감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것이 클라크대장의 진심이라는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