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9 회)
제 11 장
《푸른 갑옷》을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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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바위는 처음부터 아무말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적들이 서진성에 쳐들어올것을 예견하여 주변의 의병들과 사람들을 다 끌어들여 만단의 싸움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종의 도피였다. 그렇다고 지금 력량으로 몇배나 되는 왜군이 틀고앉아있는 어랑산성을 공격한다는것도 닭알로 바위치기와 같은 무모한짓이였다.
어랑산성의 왜군은 지금 어떻게 하면 경성으로 도망치겠는가 하는 생각뿐일것이다. 서진성을 치고 경성길을 열라는 고니시의 명령때문에 범꼬리잡은 격이라고 아우성을 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을뿐이다. 그러니 비록 적은 수적으로 우세하고 방어에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고있다고는 하지만 심리적으로 볼 때에는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다. 공격의 화살촉은 우리쪽에 있는셈이다. 문제는 적을 공격하되 어떤 전술에 의거해서 싸움을 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참 모지름을 쓰느라니 피끗 머리에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만약 왜군이 서진성에 쳐들어올것을 예견하여 서진성안에는 적은 인원의 의병대원들만 떨구어두도록 하자. 그리고 꽃골어귀와 그 앞쪽에 매복시킨다면?!… 어랑산성에 있는 왜놈들에게 불화살을 퍼붓고 성을 공격하면 놈들은 더 견디여내지 못하고 꽃골어귀로 도망칠것이다! 그때…)
여기까지 생각한 황바위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의병장님!》
룡의 트림소리가 군막안에 울렸다. 모두의 눈길이 황바위에게 쏠렸다.
《병서에는 군대작전시에 우선 자기를 불패의 위치에 놓은 후에 적을 타승할수 있는 공간을 찾아 압도한 우세로 적을 공격하면 반드시 〈자보이전승(자기를 보존하면서도 완전히 승리한다.)〉이라고 서술되여있소이다. 지금 형편에서 우리가 차지하고있는 서진성은 그런 위치가 못되는줄 아옵니다. 그건 바로 왜적들은 이미 리성을 잃은 승냥이무리들이여서 절대로 이 외통길앞에서 물러서려고 하지 않을것이며 기어코 서진성을 무너뜨리려고 하기때문입니다. 우리는 의병전술의 기본인 기만전술로 적들의 우세를 허물고 우리의 허점을 메워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기만전술?!》
림중량은 무릎을 쳤다. 병서에 씌여져있는 글줄들이 떠올랐던것이다.
…공격할수 있으면서도 공격할수 없는것처럼 꾸미고 공격해야 하는것을 공격하지 않는것처럼 꾸미며 가까운 곳에서 행동해야 하면서도 먼 곳에서 행동하는것처럼 꾸미고 먼 곳에서 행동해야 하면서도 가까운 곳에서 행동하는것처럼 꾸며야 한다. 또한 리익을 탐내는 적에 대해서는 자그마한 리익으로 유혹해야 하며 력량이 충분한 적은 배가의 력량으로 방비해야 하며 강대한 적은 잠시 피해야 하며 쉽게 골을 내는 적은 집적거려 더욱 성나게 만들며 아군을 우습게 보는 적은 그 교만성에 더욱 부채질해주며 충분히 휴식한 적은 피로케 하는 방법을 써야 하며 내부가 화목한 적에 대해서는 온갖 수단을 다 써서 리간시켜야 한다.…
《…저는 어랑산성의 적들을 성밖으로 유혹하여 기회를 타서 여기저기서 족치여 그들을 심히 피로케 하여 사분오렬시키며 나아가서는 평양성안의 적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기 전에 그들을 도주케 하여 뒤따라오는 적들이 척후를 잃게 하는것이 우리 중화의병대의 이번 평양성수복싸움에서 기본으로 되여야 한다고 생각하오이다.》
이렇게 책략의 주선을 세운 황바위는 곧 자기가 생각한 계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다 듣고난 한대걸이 대번에 무릎을 쳤다.
《의병장님, 됐소이다. 이 계책은 관군과는 달리 부단히 류동하면서 적들을 혼란케 하고 불의기습으로 놈들의 요진통을 기습하는 우리 의병대의 싸움방법에도 합당하다고 생각하오이다.》
《정말 신통한 계략이오이다!》
《우린 이겼소이다!》
저저마다 황바위가 내놓은 계략에 반하여 떠들어댔다.
단 한사람 림중량만은 지그시 눈을 감은채 여전히 침묵하고있었다. 지금 림중량의 가슴속에서는 황바위에 대한 믿음과 신뢰감으로 오는 기쁨이 샘솟고있었다.
(아 황바위, 북대봉 심산속에서 막돌처럼 자란 네가 드디여 나라를 지키는 장수감으로 자랐구나!)
기쁨의 눈물이 가슴속에서 흘러내렸다. 그와 함께 이런 인재를 귀천의 저울추로 계산했던 실책이 다시금 그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력사를 거슬러보면 나라와 백성구제에 한몫을 할수 있는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문벌이 낮고 천한 신분을 타고났다고 하여 제때에 써주지 않아 백발이 되여 이름없는 시골의 한줌흙이 된이 얼마였던가. 이번 임진전쟁 하나만 놓고보아도 그러하다. 만약 나라에서 김응서장군이나 리순신장군과 같이 지략이 특출하고 용기있는자들을 제때에 써서 큰일을 맡겼더라면, 곳곳의 뜻있는 무관형선비들을 엄선하여 맞춤한 곳에 급파하여 수비케 했더라면 그리고 저 황바위와 같이 노비출신이라 해도 용략이 준비된자라면 관군의 비장이나 별장으로 천거하여 곳곳에 파했더라면, 그들이 우로는 임금에게 정사를 옳게 펴도록 진실을 아뢰고 아래로는 조정의 힘이 그대로 나라방비에 가해졌더라면 오늘처럼 단 열흘새에 섬오랑캐들에게 국토가 짓뭉개지고 국왕이 파천하는 이처럼 처절한 국난은 겪지 않았을것이다.
나처럼 인재의 필요를 절감하면서도 인재를 선발하는 일을 귀천의 저울우에 놓는다면 언제 가서도 나라정사는 무맥한자들의 넉두리질로 어지러워질것이며 왜적이 덤벼들어도 이런 치욕을 계속 당하게 될것이며 백성들은 도탄속에서 헤여나지 못할것이다. 그렇다. 나라가 강하자면 인재를 바로 써야 한다. 문무를 겸비한 인재를 쓰지 않고서는 오늘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할수 없을뿐아니라 앞으로 왜적들을 몰아낸 후에도 나라를 강국으로 일떠세울수 없을것이다. 나라가 강하고 민족이 부흥하자면 인재를 쓰는데서 귀천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드디여 림중량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흥분어린 목소리로 좌중에 대고 호령했다.
《제장들은 들으라. 황바위제장은 지난번 싸움은 물론 이번 서진성수복싸움에서도 의병대를 이끌어 승리를 이루는데 크게 공을 세웠다. 나는 우리 중화의병대의 선봉장으로 황바위제장을 임명하기로 결심했다.》
엄숙하게 울리는 림중량의 말에 모두가 아연해했다.
상놈이 선봉장이라니?! 하는 의혹과 함께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다행한 눈빛들이 엇갈리는 속에 림중량은 계속했다.
《어랑산성의 왜적을 족치는 싸움은 황바위선봉장의 계책대로 한다는것을 알리노라! 이번 꽃골싸움을 잘해서 우린 왜놈들에게서 전번 서진성의 피의 대가를 받아낼뿐아니라 평양성에서 도망쳐나오는 간악한 그놈들의 사등뼈를 꺾어놓고 꽃골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어야겠다. 그러니 모두 〈푸른갑옷〉을 따르라!》
제장들도 모두 머리를 숙였다.
《알겠소이다!》
이날 군막에서는 선봉장 황바위의 계책에 따르는 분담들이 각 제장들에게 떨어졌다.…
3
황바위가 선봉장으로 임명되였다는 소식이 삽시에 온 의병대에 퍼졌다. 그 소식을 들은 의병대원들은 모두 환성을 질렀다.
《인제야 우리 중화의병대 선봉장감을 바로 찍었군. 진작 그렇게 됐어야지.…》
《〈푸른갑옷〉선봉장의 차돌멩이에 어랑산성놈들이 몽땅 황천객이 되겠군! 하하하…》
황봉은 꿈만 같은 일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북대봉골짜기에서 막돌처럼 딩굴며 자란 아들 황바위가 의병대의 선봉장이라니 도무지 믿어지질 않았다.
(여보, 우리 황바위가 선봉장이 됐소. 내 말을 듣소. 내 인젠 눈을 감아도 한이 없을것 같소.)
황봉은 아들 황바위를 만나자마자 읍을 했다.
《아버지, 어찌된것입니까?》
황바위가 당황해하며 아버지를 일으켜세웠다.
《이러면 전 불효자가 되옵니다.》
《아니다. 예로부터 군률은 부자간의 례절을 모른다 했거늘. 네 이 애비의 눈치를 살피면 대사를 그르칠것이다. 앞으로는 사람들앞에서 날 그렇게 대하지 않길 바란다.》
《…》
황봉의 속깊은 말에 황바위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황바위신임선봉장의 명령에 따라 의병들은 왜적들이 밀려들 길목마다 함정도 파놓고 마름쇠도 듬뿍 깔아놓는 등 싸움차비를 빈틈없이 해나갔다. 제일 급한것은 불화살을 만들 참대활감을 해결하는 일이였다.
어랑산성을 불바다로 만들자면 수많은 불화살이 있어야 했다. 생각끝에 황바위는 림중량의병장의 이름을 빌어 리순신장군에게 보낼 편지를 꾸몄다.
황바위는 날랜 의병대원 둘을 골라 그들에게 편지를 들려 남해가로 급히 떠나보냈다.
어랑산성의 왜군을 쳐부시기 위한 싸움준비는 하나둘 갖추어졌다.
그러나 한가지 일만은 도무지 내밀지 못하였다. 백성들을 성밖으로 내보내는 일이였다.
황바위는 차마 성에서 나가라는 말만은 쉽게 제 입으로 할수가 없었던것이다.
더우기 부녀대원들이 따끈한 떡국과 설음식들을 해가지고와서 싸움준비를 하는 의병들에게 대접하며 다시는 왜놈들이 서진성으로 기여들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광경까지 보고나니 입이 얼어붙는것만 같았다.
황바위는 한참이나 갑자르다가 부녀대원들앞에 나섰다.
《여러분네들!… 어쩌면 좋겠소이까?… 이번 싸움을 위해서 여러분들이 모두 성밖으로 나가주셔야 하겠는데 당장 성에서 나가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소이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해서 황바위의 얼굴만 쳐다보던 녀인들이 차츰 얼굴빛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한 녀인의 손에서는 음식그릇이 뚤렁 떨어지면서 땅바닥에서 박산이 났다.
억이 막힌 녀인들이 황바위앞으로 다가들며 울음을 터쳤다.
《선봉장님, 우리가 이 성을 떠나면 어떻게 살라는거요?…》
《우린 죽어도 여기서 죽겠소!…》
《민심은 천심이라는데 선봉장님이 어이 우리 백성들의 심정을 몰라주오.》
그자리에 버티고앉아 울며불며 하소연하는 녀인들의 가긍한 모습앞에 황바위는 더 말할념을 못하고 얼굴을 돌리고말았다. 저도모르게 두눈에 눈물이 고여오르며 목구멍으로 오열이 차오르는것을 황바위는 어쩔수 없었다.
울고있는 황바위를 먼저 알아본 호영이 어머니가 옷고름으로 황급히 눈물을 닦고나서 녀인들을 향해 결연한 목소리로 웨치듯 말했다.
《여보시우, 어서 눈물을 거두시라요. 왜적앞에서도 눈섭 하나 까딱 안하던 북대봉호랑이가 우리때문에 울고있단 말이요.》
《예?》
녀인들은 눈물을 씻으며 황바위를 쳐다보았다.
《선봉장님, 용서하소이다. 군사들이 하는 일에 우리 아녀자들이 분수없이 눈물을 짜며 훼방을 놀았소이다.》
황바위에게 자기들의 잘못을 사죄한 호영이 어머니는 다시 녀인들을 향해 엄하게 질책했다.
《어서 일어들 나시우. 성을 잠시 내주는것은 평양성에 기여든 왜놈들을 모조리 몰살시키자고 우리 선봉장님이랑 작정한 일이라우. 어서 모두 마음을 다잡고 설음식을 차립시다. 의병님네들한테 신겨보낼 버선 한컬레라도 더 기워놓읍시다.》
그 말에 제일먼저 손에 들고있던 음식그릇을 떨구며 울음을 터뜨렸던 녀인이 얼굴을 붉히며 선참으로 찬성해나섰다.
《호영이 어머니, 내 선봉장님이 우리와 같은 평백성출신이라 어려움도 잊고 방정맞게 놀았수다. 자, 여러분네들, 눈물을 거두고 모두 힘을 내자구요. 이렇게 퍼더버리고 앉아있다가는 서방님들한테 아주 쫓겨납네다.》
녀인들은 언제 울며불며 했는가싶이 《호호호…》하고 웃음까지 터뜨리며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문발이사람들도 서진성 의병들을 위하여 정성껏 만든 설음식을 가지고 나타났다.
계사년 정월 초하루날 첫새벽 녀인들은 밤새껏 정성들여 만든 설음식들과 문발이사람들이 보내온 음식들을 가지고 의병들의 군막을 찾아갔다.
황바위의 군막으로는 호영이 어머니와 함께 몇명의 녀인들이 찾아왔다.
밤새 불이 꺼질줄 몰랐던 군막에서 황바위가 먼저 달려나와 음식함지를 받아들었다.
설음식으로서는 서진벌의 찹쌀로 만든 찰떡과 깨떡에 떡국을 곁들이고 갖가지 튀기들이 올랐고 설이면 조상들을 위해 드리던 떡국에 갖가지 부치개, 산적과 고기볶음, 통닭구이와 각종 어물이며 움에 건사했던 능금, 배, 밤, 대추 그리고 막걸리단지가 곁들여졌다. 왜놈들과의 큰 싸움을 앞두고 조상전래의 풍습대로 설맞이를 잘해보겠다는 백성들의 정성이 고인것이였다.
풍습대로 황바위가 먼저 제일 나이가 많은 공로인에게 첫잔을 올리며 세배를 하였다.
《할아버님, 부디 장수하시오이다.》
술잔을 받아든 공로인이 감개무량한듯 황바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맙네. 헌데 하루밤사이에 선봉장의 얼굴이 퍽 축가보이네그려. 내 선봉장이 성에서 떠나게 되는 사람들때문에 마음쓴다는걸 아네. 그런 일에 너무 마음을 돌리지 말고 강심을 먹게. 사람들이 모두 선봉장의 얼굴만 바라보고있다네.》
설음식을 차리던 호영이 어머니도 곁따라 황바위를 위로했다.
《선봉장님, 너무 걱정마시우. 선봉장이랑 의병들이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왜놈들과의 싸움에 나서는데 우리가 의병님네들의 발뒤축을 붙잡고 늘어져서야 되겠소이까. 우리들도 이젠 군사들이 하는 일이 제일 중한 일이라는걸 알고있소이다. 우리 걱정을 마시고 부디 싸움에서 이겨주시우. 그래서 그 천하에 악귀같은 왜놈들을 평양성에서 하루속히 내몰아주소이다.》
이렇게 말하는 호영이 어머니의 목소리도 갈려있었고 그 말을 듣는 황바위의 눈굽도 젖어들었다.
《제 백성들의 마음을 한시도 잊지 않고 기어이 왜놈들을 쳐부시고 승전의 소식을 안고 다시 서진성으로 돌아오겠소이다.》
황바위는 백성들의 절절한 념원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가슴깊이 새기며 맹세를 다졌다.
《자, 이젠 음식들을 들자구.》
공로인이 마음의 충격으로 두눈을 슴벅이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자리는 흥성거렸다.
이윽고 계사년 첫 해발이 서진벌에 한가득 밝은 빛을 뿌렸다. 그 해발속에 우뚝 서진성이 키돋움쳤다. 서진성의 설잔치는 더욱 활기를 띠였다.…
이날 어랑산성의 왜놈들도 공포와 추위에 떨면서도 설날을 그저 보내기가 아쉬웠던지 명색뿐인 설잔치를 열었다.
게걸이 든 왜병들이 얼마 되지 않는 음식을 서로 먼저 먹겠다고 덮치듯 달라붙는데 고니시의 령이 어랑산성에 날아들었다. 2~3일어간에 서진성을 깨치라는 엄명이였다.
《우리만 뭣때문에 다 파먹은 김치독에 빠진단 말이야.》
게구마는 직통으로 반발을 하며 《군률은 고니시에게만 있는가?!》하고 고아댔다. 게구마보다 더 골이 쑤셔난것은 다께시였다.
《…고니시의 령을 거역하면 후날 도요또미가 나에게 책임을 물을것이고 그렇다고 다 먹었던 서진성을 도루 내여준 머저리같은 저 시라소니들을 데리고 다시 서진성을 친다는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지.… 조선속담에 범의 꼬리를 잡은 격이라는 말이 있다더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였구나!》
벼룩씹은 인상을 한 다께시의 속심을 들여다본 눈치빠른 졸개들이 그의 마음을 든장질했다.
《다 파먹은 김치독이란 말이 맞소이다. 다께시님! 심사숙고합세다. 더구나 이렇게 모두 제가다리로 놀고있는 판에 … 》
다른자들도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고 한편으로는 시간까지 대주며 쳐들어온다는 의병들을 앉아서 기다릴수도 없어서 성안은 술렁거리고 설잔치는 개판이 되였다.
이런판에 한밤중에 석가산의병들이 경성길목 군막을 들이쳐 여섯놈의 군졸과 사무라이들의 목을 베여버리고 바람같이 사라져버리였다. 추위와 기아보다 더 무서운것은 야밤중에 의병들의 습격이였다. 불안과 초조로 깊어가는 도적떼의 설잔치였다.…
한편 아침식사를 끝낸 황바위는 림중량의병장의 령에 따라 의병들의 출전준비를 다그치도록 했다.
이날 녀인들과 로인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모두 서진성을 떠났다.
군막안팎을 말끔히 거두어준 녀인들은 지어두었던 솜버선, 솜옷들을 의병들에게 내주고 먹던 김치독, 젓갈독까지 의병들에게 다 안겨주어 사람들을 울리였다.
호영이 어머니는 《선봉장, 우리 걱정 너무 하지 말라구.》하며 그의 《푸른갑옷》 앞섶의 눈까지 털어주어 황바위를 또 울게 했다.
《호영이 어머니, 꼭 우린 다시 만나게 됩니다!》
눈발은 점점 커지고 세차져 서진벌을 질러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아물아물 가리워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