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4 장

함정

1

 

어랑산성에 나와있던 게구마는 다께시와 함께 급히 평양성안에 들어오라는 고니시의 지시를 받고는 오만상을 해가지고 두덜거렸다.

《흥, 멍하니 앉아있다가 소서비의 모가지를 도적맞히더니 속이 단 모양이군.》

게구마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며칠전 야밤에 동명왕릉 도굴나갔다가 겨우 목숨은 건져왔으나 그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자랑하던 《가전지보》인 명검을 떨구고 온것이다.

서진성야습때 혼이 났던 쓰라린 교훈도 있고 해서 이번엔 날구뛴다는 군사 백오십을 뽑아가지고 바람같이 달려가서 왕릉을 파헤칠 잡도리를 단단히 했건만 또 개판을 친것이다.

매부리코에게서 들은 동명왕릉속에 묻혀있는 천하보물들에 대한 탐욕으로 잔뜩 들떠있던 게구마는 도굴에 필요한 연장도 든든히 준비하고 정탐도 파견해서 왕릉주변에 한명의 의병도 없다는것까지 알아냈었다.

투구끈을 바싹 조이고 검을 꽉 틀어쥔 게구마는 릉앞에 거의 왔을 때까지 주위에 아무런 기척이 없는것을 보자 속으로 쾌재를 올렸다.

(오늘밤은 이 게구마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행운의 밤이다!)

이때 갑자기 어디서 날아오는지 분간할수 없는 표창과 화살이 소나기처럼 날아드는 바람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살자면 뛰여야 한다는 생각이 번개치듯 떠올랐다. 게구마는 전날 서진성야습때 경험을 살려서 제꺽 말머리를 돌려 줄행랑을 놓았다.

그가 어랑산성에 돌아와보니 졸병이 스무명이나 없어졌다. 그래도 게구마는 그까짓 졸개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대대로 전해져오던 보검을 잃어버린것이 몹시 통분했던것이다.

척후가 《왕릉에 산병!》하고 소리치는 순간 눈앞에 투구갑옷차림의 구척장수가 나타나서 《너 이놈, 여기가 어디라구 감히 기여오르느냐?》하고 꾸짖는것 같은 착각에 정신이 아찔해서 떨구었을것이다.

하도 통분해서 졸개놈들을 돌려세울가 하는데 벌써 날은 다 밝아있었다.

《아니, 그 〈가전지보〉는 ?》

매부리코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쉬! 나의 일생의 실수다. 너만 알고있어라.》

매부리코의 주둥이를 막아놓기는 했지만 자꾸 뒤틀리는 오장륙부를 바로 앉힐수가 없었다.

다께시와 게구마가 평양성으로 떠나려는데 뜻밖에도 구시라가 동명왕릉 백오십명 도굴군의 인솔자로 있던 놈의 모가지를 잘라다가 게구마발밑에 팽개쳤다.

《이렇게 해둬야 난처한 모서리를 막아낼수 있을것이니…》

도굴실패의 책임을 그놈에게 다 넘겨씌우자는 암시였다.…

 

(과연 이자들을 데리고 평양성에서 빠져나갈수 있을가?!)

고니시는 바닥에 주런이 앉아 고개를 수그리고있는 부하들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생각하고있었다. 평양성모임은 소서비가 죽은 다음 제놈들이 처한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니시가 수급졸개들의 의견을 듣는 일종의 《회의》였다.

북진을 하기는 코집이 글러 대동문을 열고 뛰자는것인데 그것을 체면상 제가 내놓고 말할수가 없어서 고니시는 슬금슬금 졸개들의 눈치를 살폈다.

고니시와 소 요시도모는 그동안 중화의병대가 강해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다는 믿지 않았지만 마치 큰 산더미가 앞을 막아나서는듯한 위압을 느끼고있었던것이다.

그런데 게다니가 초담이장마당형편을 산 증거로 내놓은것이다.

(이러다간 정말 여기서 영영 발목을 붙잡히게 될게 아니야?!)

고니시는 꿈틀거리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신중한 목소리로 점잖게 어랑산성졸개들을 추궁했다.

《그래, 어랑산성 3천명이 그렇게도 맥을 못춘단 말인가. 어랑산성이 동서남북으로 조선의병들에게 포위되여있다는것을 알고나 있는가?》

그 말에 다께시가 신중한 얼굴로 대답했다.

《제가 책임을 다 못하고있는데 대해서는 응당 이자리에서 셋부구(배가르기)로써 죄를 씻어야 하지만 어랑산성을 지키는 일이 저에게는 적합치 못한 일인줄로 아옵니다. 고니시선봉장님께서도 아시다싶이 원래 저는 소 요시도모님령지에서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맡아하던 문관이 아니오이까. 관빠꾸님의 은덕으로 국사로까지 이 나라 출입을 거듭 해왔지만 총칼을 써본적도 없고 이제는 나이들어 제구실도 못하니 저 게구마상처럼 무훈이 혁혁한 명장에게 어랑산성을 지키는 중임을 맡기는것이 좋을가 하나이다.》

게구마를 하늘높이 쳐주는 말이였지만 거기에는 다께시 자기대신 게구마를 척후로 내세우게 하려는 속심이 깔려있었다.

이것을 꿰뚫어본 고니시의 얼굴에서 나비수염이 파들거렸다. 그는 애써 입술을 꾹 눌렀다.

이런 속궁리를 넘본 게구마가 한수 더 떴다.

《그까짓 병졸들은 3천명이고 3만명이고 마찬가지요. 서진성을 치면 상원쪽놈들이 뒤통수를 치고 상원놈들을 치자하면 서진성놈들과 석가산놈들이 옆구리를 치는 판인데 모였다흩어졌다, 동서와 남북에서 호상 호응을 하면서 어랑산성의 팔다리를 잔뜩 묶어놓는데 우릴 욕질한들 무슨 소용 있겠소. 차라리 어랑산성 장졸들도 몽땅 평양성안으로 불러들여서 그 목숨들이나 살려뒀다가…》

어랑산성에 있는 저희들을 평양성 큰집잔치에 쓸 작은집 돼지신세라고 늘 말해오던 게구마였던것이다.

순간에 고니시의 두눈이 세모로 곤두섰다.

독이 찬 불길이 두눈에서 금방 뿜어져나올것 같았다. 그것을 눈치챈 게구마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부디 중화길목을 무사히 빠져나가야만 평양성안의 우리 군사가 도망칠 때두 목숨을 부지할수 있다는것을 명심해두시길 바랍니다.》

《빠가야로!》

고니시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게구마! 다시한번 지껄여봐. 뭐 도망을 쳐?》

속에서 이런 소리가 튀여나왔지만 고니시는 꾹 참았다. 사실은 게구마가 제가 내놓고 못하는 말을 대신해주었던것이다.

게구마는 게구마대로 속이 조마조마해서 고니시의 추궁을 기다리고있었다.

그에게는 지금 두가지 켕기는 일이 있었다.

그 한가지는 이 모임끝에 술판을 벌려놓고 고니시가 저보구 그 《가전지보》를 비껴들고 춤을 추라고 할가봐 걱정이였고 또 한가지는 어랑산성으로 돌아가라고 할가봐 하는 걱정이였다.

사실 게구마는 어랑산성으로 나가는것이 죽기보다 더 싫었다. 하루도 발편잠을 잘수 없는 어랑산성이였던것이다.

한편 열을 올렸던 고니시는 곧 입을 다물고말았다. 오늘 모인 목적이 어떻게 평양성을 빠져나갈것인가를 토의하자는것이였는데 도망치자는 게구마에게 호통을 쳐놨으니 일은 맹랑하게 되여버린것이였다.

순간 고니시는 초담이장마당에 나드는 게다니가 물어들여온 내탐자료가 떠올랐다.

(그래, 초담이에 소금쟁이들이 모여들었다지. 저 게구마에게 초담이를 치고 소금을 빼앗아오게 한다면… 가만, 그 소금이라는게 의병놈들이 놓은 덫이 아닐가? 그렇다면 돌팔매질 잘한다는 녀석도 분명 거기에 나타날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저 미욱한 게구마를 제물로 쓰자. 소금을 빼앗아오면 좋은것이고 덫에 걸린다해도 이 기회에 돌팔매군놈을 비롯한 의병놈들을 함정에 몰아넣어 산채로 붙잡아야 한다!)

고니시의 눈에 음흉한 미소가 스쳐지났다.

이날 모임끝에 고니시는 서진성안의 중화의병대를 유인하여 몰아넣을 큼직한 함정을 파놓으리라 결심하고 게구마에게 며칠내로 초담이장마당의 소금을 빼앗아올데 대해 명령했다.…

 

2

 

란시라 해도 초담이장마당은 장보러 온 사람들로 붐비였다. 《집게다리》와 《먹새》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서로 갈라져서 장을 보러 온듯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있었다. 놈들은 지금 황바위를 찾는데만 온 신경이 가있었다.

초담이장마당에 나타나 돌아가는 총각의병이 차돌멩이를 귀신같이 던진다는 그 《푸른갑옷》이 아닌가를 빨리 알아내라는것이《집게다리》와 《먹새》가 지급으로 받은 특별임무였던것이다.

두놈이 황바위의 행적을 냄새맡으려고 초담이장마당주변을 개싸다니듯 하고있을 때 황바위는 야장간에서 허이허이하며 메질을 하고있었다. 《어서어서 두들겨라!…》소리까지 먹여가며 시뻘겋게 단 쇠를 연방 두드려대는 그의 구리빛얼굴에서 비지땀이 철철 흘러내렸다.

《그만 됐수다. 땀이나 좀 식히시우.》

야장쟁이가 단쇠를 집게로 집어 물초롱에 던져넣으며 말했다.

그제야 황바위는 허리춤에서 토목수건을 뽑아들고 얼굴의 땀을 훔쳐내기 시작했다.

이때 《형님―》하고 부르며 막동이가 달려들어왔다.

《왔수다.》

《누가?》

《누구긴 누구겠소. 기다리던 님이지요.》

막동이는 경사라도 난듯이 싱글벙글 웃으며 주어섬겼다.

《어제밤 형님이 꿈속에서도 쌍가마, 쌍가마 하더니 그 쌍가마가 한달음에 달려왔단 말이우다.》

《이자식 한번 맞아보겠어?》

황바위는 얼굴이 달아올라 떡메같은 주먹을 쳐들었다

《아이구, 쌍가마때문에 나 죽는구나!》

막동이는 그냥 익살을 부리며 머리를 두손으로 싸쥐고 죽는 시늉을 했다.

《흐하하…》

야장질하던 사람들이 그가 노는 모양이 우스워 어깨를 흔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곁따라 황바위도 씩 웃고나서 메질을 하느라고 벗어놓았던 저고리를 찾아들었다.

《그럼, 내 갔다오겠소.》

야장간을 나선 황바위는 금시 날개라도 돋힌듯 개울물을 휙휙 날아넘으며 내달렸다. 장마당에 얼핏 들려 녹두지짐까지 사든 황바위는 쌍가마와 약속되여있는 소나무숲속으로 한달음에 달려올라갔다.

해묵은 소나무밑에 서있는 날씬한 처녀의 자태가 안겨들었다.

(쌍가마로구나!)

쌍가마는 그사이 몰라보게 변했다. 다시 볼적마다 쌍가마는 망울을 터치는 꽃처럼 생신하고 곱게만 번지는것이였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은 다 알수 없는 황바위는 그것이 쌍가마의 모습이 달라지는것이 아니라 처녀를 생각하는 자기의 마음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데서 오는것임을 알리 없었다.

《오래 기다렸어?》

황바위는 황소처럼 숨을 몰아쉬며 그에게 다가섰다. 그의 입과 코에서는 더운 김이 확확 풍겨나왔다.

황바위를 얼핏 쳐다보고난 쌍가마는 공연히 고개를 외로 틀며 토라진 소리로 종알거렸다.

《피― 예까지 오는게 뭐 천리길인가. 남은 아까부텀 기다리는데…》

《허, 막동이한테서 소식을 받자마자 달려온거야.》

순박한 황바위는 이렇게 변명하며 푹 젖어있는 쌍가마의 짚신을 내려다보았다.

《자, 이걸 먹어!》

황바위는 품속에 넣고온 아직도 따끈따끈한 녹두지짐을 쌍가마에게 내밀었다.

련락임무를 수행하느라 늘 뛰여다니는 쌍가마에게 언제한번 더운 밥 한그릇 먹이지 못해 늘 속에 걸려있던 황바위였다.

쌍가마도 그 진정을 아는지 두손에 녹두지짐을 받쳐든채 눈만 슴뻑이였다.

《젠장, 왜 보구만 있어. 어서 먹어.》

《나 혼자서 어떻게…》

쌍가마는 부끄러운지 다시 얼굴을 외로 틀었다.

《허참, 그렇게 토끼심장을 해가지고 어떻게 왜놈들과 싸운다는거야.》

《피― 왜놈하구 싸우는것과 이것하구 같나 뭐.…》

쌍가마는 녹두지짐을 한개 들어 황바위에게 내밀었다.

《오빠두 한개 들어야 먹을래.》

《그럼 좋아, 같이 먹자.》

《응.》

둘은 나무밑에 나란히 쪼그리고앉아 녹두지짐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어느새 지짐 한개를 다 먹어버린 황바위가 물었다.

쌍가마는 한입 베여먹던 지짐을 얼른 삼키고나서 대답했다.

《의병장님이 그러는데 그 소금작전은 심중히 타산해보고 결심해야 한댔어.》

《그건 왜?》

《어쩐지 께름직하대요. 전번에도 소금때문에 혼쌀이 난 왜놈들인데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겠는가 하면서…》

황바위는 두눈만 껌벅거렸다. 마음이 안달아났다. 왜놈들의 초담이장마당 내탐을 역리용하려는 황바위의 계략이 이제는 완전히 무르익어 떨어질 때가 되였던것이다.

황바위는 요 며칠사이에 초담이장마당에 소금쟁이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것처럼 보이게 하는것과 함께 래일저녁 또 한패의 소금장군들이 서진성쪽으로 떠나게 된다는 소문이 새여나가게 하였었다.

그 냄새를 맡은 게다니가 벌써 상전에게 보고했을것이고 놈들은 틀림없이 래일저녁 소금짐이 지나가는 길목에 나타날것이다. 바로 그 소금을 빼앗자고 달려드는 왜놈들의 뒤통수를 때리자는것이 황바위의 계책이였다.

원래 황바위는 이번 싸움을 여기 초담이장의 기찰대를 가지고 해제낄 잡도리를 했지만 이제 겨우 칼쥐는 법이나 익힌 기찰대원들과 좌상로인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이 포악한 왜놈들과 맞다들면 겁을 먹고 일을 그르칠것만 같아 애초의 계획을 집어치웠다.

그래서 소금짐이 지나가는 길목에 매복할 날랜 의병들을 보내달라고 림중량의병장에게 련락을 띄웠었는데 이렇게 이번 싸움을 잘 타산해서 해야 한다는 우유부단한 소식을 쌍가마가 가져온것이다.

황바위는 소금에 기갈이 들어 정신없이 날치는 왜놈의 사등뼈를 후려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것만 같아 가슴속에서 불이 일었다.

《의병장님은 소금싸움을 그만두라는거야?》

《그만두라는게 아니라 앞뒤를 잘 타산해보라는거예요. 그리구 만약 앞뒤가 맞으면 여기 기찰대와 마을사람들을 데리고 왜놈들을 족쳐볼 계략을 세우래요.…》

《뭐? 여기 사람들을 가지고, 헛참… 여기에 사람이 아무리 많다한들 아직 병쟁기도 변변히 다루지 못하는 무지렁이농군들을 가지고 어떻게 포악한 왜놈들과 싸운다는거야.》

억이 막힌듯 허구픈 웃음을 짓는 황바위를 흘겨보던 쌍가매가 종알거렸다.

《피― 자긴 뭐 북대봉의 무지렁이가 아니였나. 혼자 잘난체하면서…》

《뭐, 뭐?…》

말문이 막힌 황바위가 움쭉 일어서며 우둘렁거렸다.

《그럼 좋아. 의병장님에게 전해줘. 이번 소금싸움은 이 황바위 혼자서 해제끼겠다고…》

《오빠, 너무 큰소리 치지 말아요. 독불장군이란 말 못들었어?!》

쌍가마는 열이 올라 씨근덕거리는 황바위의 팔소매를 잡아흔들며 애원하듯 말했다.

《걱정말어. 쌍가마도 들었지. 왜놈들은 〈푸른갑옷〉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떤단 말이야. 난 이 차돌멩이만 있으면 왜놈 백놈쯤은 파리잡듯 할수 있어.》

《제발 혼자서 헤덤비지 말아요. 내가 서진성에 다시 가서 의병장님의 분부를 받아올 때까지 꼭 기다려줘.》

《언제 왔다갔다 할새가 있어? 그러다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해?》

《내가 죽기내기로 서진성에 다시 뛰여갔다 올테니 걱정말아요. 래일 점심때 이자리에서 날 기다리세요.》

바로 이렇게 서로 생각이 맞지 않아 옥신각신하는 두사람을 아까부터 간특한 왜놈들이 보고있는줄 어이 알랴.

수개처럼 황바위의 자취를 냄새맡으려고 싸다니던 《집게다리》와 《먹새》였다.

놈들은 외진 소나무밑에 혼자 서있는 쌍가마를 발견하고 느침을 흘리면서 숲속으로 슬금슬금 기여들던 참이였다.

그런데 억대우같은 황바위가 나타나는 바람에 기겁을 해서 풀숲에 납작 엎드리게 되였던것이였다.

드디여 황바위와 쌍가마는 헤여졌다. 소나무숲사이로 잽싸게 걸음을 옮기는 쌍가마를 잠시 바래우던 황바위도 초담이장마당쪽을 향하여 산을 내리기 시작했다.

두사람의 거동을 지켜보던 《먹새》가 《집게다리》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저년을 놓치겠네. 빨리 따라가자구.》

《그건 왜?》

《저년을 그냥 돌려보내겠나. 아까부터 아래것이 솟구쳐오르는걸 겨우 참고있는데…》

정욕이 차올라 침을 질질 흘리는 《먹새》를 돌아보던 《집게다리》가 사납게 오금을 박았다.

《머저리! 지금 저년을 놀래워선 안돼. 여기서 보고 들은것만 가지고 가면 우린 큰상을 받게 된단 말이야.》

《그따위 상은 해서 뭘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판에…》

당장 자리를 차고 일어서려는 《먹새》의 상통에 《집게다리》의 무지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정신차려. 이〈먹새〉야, 우린 지금 그 귀신같은 〈푸른갑옷〉과 맞다들었단 말이야.》

그래도 《먹새》는 쌍가마가 총총히 사라져간 숲속길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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