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3 장

뛰는 놈우에 나는 놈 있다

1

 

요즘 초담이장마당에는 희한한 일이 생겼다.

허술한 중의 적삼에 길죽한 보따리 하나씩을 멘 두 사나이가 장마당 좌상령감을 찾아와서 류창한 조선말로 자기들은 왜인들이라고 하면서 좀 도와달라고 했던것이다.

한자는 팔다리가 제가닥으로 노는 키가 작달막한 《집게다리》였고 또 다른자는 키가 크고 구부정한데 인중이 어방없이 길었다.

왜병들은 요즘 조선백성들이 황금덩이와도 바꿀수 없다고 한다는 소금과 천을 왜검과 조총과는 바꿀수 있다는것을 어디서 주어들었는지 종종 그것을 훔쳐가지고 나오군 했다. 왜검과 조총이 없어질 때마다 제편끼리 서로 싸움도 잦았지만 그래도 왜검과 조총들은 큰 물독의 물이 새듯 평양성벽을 새여나오군 했다.

장거리로 나오는자들은 대개가 조선말에 능숙한 대마도놈들이였다. 처음에는 조선옷차림이여서 누구나 선뜻 분간하지 못하군했다. 하지만 왜검을 내놓으며 소금을 요구하군 하여 그제야 왜병인줄 알아차리고 덤벼들어 모두매를 안기는 바람에 냅다 뛰군 하였었다. 원한에 찬 장군들에게 밟혀죽은자까지 있었다.

그래서 누구나 감히 왜인이라고 까밝힌자가 없었다. 눈에 쌍심지를 켠 조선사람들속에 들어와서 저희들이 왜인이라고 빠개놓는 일이란 도대체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였다.

헌데 오늘의 두 왜놈은 대담하게 틀을 깨고 덤벼드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집게다리》는 조선사람행세를 한대도 누구 하나 의심할 사람이 없을만큼 조선말과 풍속에 능숙한자였다.

《좌상님, 놀라지 마십시오.》

《집게다리》는 머리를 조아리며 류창한 조선말로 계속했다.

《저희들은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목숨이 막바지에 이른자들이올시다. 생각끝에 성안에 앉아 죽는것보다 조선사람들앞에 일본사람이라는것을 까밝히고 소금이랑 겨울옷감이랑 동정받자고 생각한것입니다. 저희들을 죽이든지 살리든지 처분대로 해주십시오. 솔직히 우리 군사들이 룡악이마을을 칠 때 그속에는 저희들이 없었소이다.》

곁에 있던 키꺽다리가 받아넘겼다.

《정말 우리는 조선사람에게 죄지은 일이 없습니다.》

그 말에 좌상로인이 대번에 뿔을 돋구었다.

《뭐? 뭐라구? 어디 다시한번 말해봐라. 조선백성에게 지은 죄가 없다구?》

좌상로인의 추상같은 호령에 놈들은 뒤로 벌렁 넘어질듯 주춤거렸다.

《아, 아니 그야말로 우리 일본이 조선에 죄를 짓고있는거야 더 말할게 없지요.》

놈들은 두손을 싹싹 비벼댔다.

《너 이놈들, 썩 물러가지 못할가. 간사스러운 쥐새끼같은 놈들!》

좌상로인의 호령에 두손을 비벼잡은 놈들은 그앞에서 물러섰다. 키꺽다리는 아예 얼굴이 백지장처럼 되고말았다.

지나칠 정도로 배포가 유하고 비위가 두꺼운 왜놈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황바위의 머리속에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초담이장마당으로 떠나올 때 의병장이 하던 말이 떠올랐던것이다. 그때 림중량은 어떻게 하나 왜놈들을 잘 리용해보라고 그루를 박아 말했었다.

(옳다. 의병장님은 이런 일을 미리 내다보았었구나. 필시 이놈들이 무슨 목적이 있어 대범한체 하며 제 본색을 드러내는것이다. 여우는 너무 약아서 제가 놓은 덫에 걸리는 법이다. 그래 이놈들을 리용하자!)

황바위가 이런 궁리를 하고있는데 누군가가 먼저 왜놈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왜놈이다!》

그 소리에 오가던 장군들이 사방에서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왜인들을 발견한 그들은 격분을 터뜨렸다.

《저놈들을 때려죽이라!》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터져올랐다. 그런 속에서도 《집게다리》는 사람들앞에 두손을 싹싹 비벼대며 주어섬겼다.

《여러분에게 이렇게 맞아죽을바에야 저희들이 뭣때문에 이 칼까지 메고와서 자기의 정체를 까밝혀 말했겠소이까.》

놈은 등에 멘 긴 자루를 툭툭 두드려보이기까지 했다.

《룡악이 원쑤를 갚자!》

이번에는 아낙네들 한패가 달려들었다. 아낙네들은 손에 집히는대로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그냥 놔두면 당장에 두 왜병이 아낙네들의 발에 밟혀죽을 형편이였다.

《가만!》

황바위가 소리치며 담벽처럼 사람들의 앞을 막아섰다. 뜻밖의 일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

황바위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웨쳤다.

《여러분, 이자들을 우리 의병들에게 맡겨주십시오.》

평소에 침착하고 궁리가 있는 의병대원을 아는지라 사람들은 곧 입을 다물어버렸다.

《의병님에게 저것들을 맡깁시다.》

누군가의 말에 장군들은 뒤로 물러섰다. 의병이라는 말에 와뜰 놀란 두 왜병은 황바위를 바라보았다. 당장에 제 목이 떨어질것만 같아 뒤걸음질을 쳤다.

《무서워말구 거기 서라구.》

이어 황바위는 좌상로인에게 낮은 소리로 권고했다.

《좌상님! 우리 나라 속담에 품에 날아든 새는 죽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검까지 메고와서 저들이 왜인이라고 말한것으로 보아 이자들에게 어떤 절박한 사정이 있는듯 하니 자세히 한번 말을 더 들어보는것이 어떻겠소이까.》

황바위의 충고에 《집게다리》는 살았구나 하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해사한 여우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사실 저희들은 아까 말씀드린바와 같이 지금 막다른 골목에 다달았소이다. 우선 소금을 주신다면 이 검을 드리겠소이다.》

《거 정말 평양성안 왜놈들이 죽을 곤경을 치르는게로군.》

사람들이 수군거리자 《집게다리》는 또 지껄여댔다.

《지금 평양성안에 석달째 소금이 떨어져서 군사들이 시들고 미쳐갑니다. 더우기 김응서장수에게 소서비장수의 목이 잘린 뒤로부턴 〈될대로 되라!〉라는것이 우리 군사들의 똑같은 심정이지요. 우리는 그런 판에서 이 칼 두자루를 훔쳐가지고 소금을 얻으러 나왔소이다.》

《아니, 그럼 평양성에서 도망칠것이지 어째서 왜군장수들은 졸병들을 잔뜩 붙잡아두구있나?… 간도 간이지만 이제 들이닥칠 평양겨울 하늬바람맛을 모르는 모양이지. 아무래도 쫓겨나고야말텐데 동태귀신 만들어가지구 갈라구 그러나?》

염통을 뽑아보자는 황바위의 말뜻을 알아차린 좌상로인의 꾸중이였다. 여기에 《집게다리》가 되받았다.

《저희들은 우리 우두머리들을 〈빛갈좋은 하늘타리〉라고들 한답니다. 평양성에서 빠져나가기가 그리 쉬운가요. 대동문밖은 대동강건너에 조선의병들이 쭉 깔려있는데 더군다나 서진성의 의병들이 우리 골통을 다 깨겠다고 윽윽 벼르고있고 보통문은 요전에도 나갈려다가 된똥을 싸지 않았소이까. 보통문 바로 코앞에 우리 소서비장수의 목을 썩둑 베여간 장수가 있는걸요.》

이렇게 지껄이는 《집게다리》는 다름아닌 얼마전 대동문 물지게군들이 들고일어났을 때 앞에 나서서 류선생에게 두손을 비벼대던 바로 그자였다.

《좌상로인님, 보아하니 이들이 비교적 솔직한것 같은데 그 검을 받고 소금을 좀 줍시다.》

황바위의 말에 좌상로인은 못이기는체 했다.

《그럼 어디 그 검을 좀 보자.》

왜인들은 두자루의 검을 내놓았다. 자세히 보니 보통검과는 확실히 달랐다.

《소금 한되박 주지.》

그 말에 《집게다리》는 락심하여 머리를 조아렸다.

《좌상로인님, 이 검은 백년묵은 값진것인데 소금 한되박이라니요. 한되박만 더 주십시오. 칠성문을 빠져나올 때 문지기한테도 한몫 주기로 해서…》

《네놈들이 두몫을 하건 세몫을 하건 우리가 상관할게 뭐야. 싫으면 그만두렴.》

좌상로인이 찌프린 상을 하자 급해난 《집게다리》가 두손을 모아쥐며 허리를 굽석거렸다.

《그럼 한되박만 주십시오.》

다사스러운 《집게다리》와 달리 키꺽다리는 영 말이 없었다. 인중이 긴 농군풍인데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다. 말을 안하니 대마도놈인지 아닌지도 알수가 없었다.

이날 황바위는 그들이 아까 지나오던 고기국밥집으로 데리고 가서 한그릇씩 사먹였다.

양념을 잘한 고기국밥을 게눈감추듯 하고난 왜인들은 상우에 놓인 간마저도 다 먹어치워버렸다.

국밥집주인은 어이가 없어 왜병들과 황바위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왜인들은 안먹는 고기래서 단고기국은 안사주었는데 요담에 오면 그걸 사줄가?》

황바위의 말에 《집게다리》는 머리를 굽석였다.

《이런판에 단고기국, 고양이국 따지게 됐소이까. 더우기 키다리는 단고기국을 많이 먹어놔서…》

《어떻게?》

《땅임자가 못된 병에 걸렸을 때 껍진이처럼 린색한 그놈을 골탕먹이려고 개가죽을 쓰고 삼복허리에 한증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했었지요. 그놈이 정말 개를 열마리나 사다가 가죽을 벗겨쓰구 한증을 하구 그 고기는 량식대신 이 사람에게 주어서 온 식구가 개고기벼락을 맞았습지요. 하하하…

이 사람이 원래 좀 둔해서 제 꾀에 제가 넘어갔댔지요. 저렇게 손이 솥뚜껑처럼 되도록 일만 할줄 알았지 영 살줄을 모르는 친구지요.》

《음, 그런데 당신손은 분통같구만. 당신 집이 대마도지? 장사군이구…》

《아니, 그걸 어떻게 다…》

《그건 그거구 앞으로 또 나오겠나?》

《나와야지요. 그런데 가지고 나올것이 없어서…》

《그대로 나와두 좋다.… 좋긴 조총쯤 가지구 나오면 소금이나 상목을 많이 받도록 내 좌상님께 말씀드리겠다.… 그땐 단고기국두 사주겠다.…》

《네. 그렇게 힘써보지요.》

《집게다리》는 좋아 입이 째지는듯 했다.

이날밤 황바위는 좌상로인과 표서방 그리고 막동이, 노마, 륙손이들과 앞으로 장마당에 들어오는 왜병들을 잘 리용할 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토론했다.…

 

2

 

예견한대로 그후에도 두 왜인은 자주 초담이장마당으로 나오군 했는데 빈손이 아니였다.

헌데 두놈이 노는 꼴이 서로 판판이였다.

게다니라고 부르는 《집게다리》는 절간에 가서도 눈치만 있게 놀면 새우젓국물도 얻어먹는다는 조선속담그대로 노는자였다. 장사군들의 심부름도 해주며 여기에도 삐치고 저기에도 삐치면서 장마당을 안돌아다니는데가 없었다.

요즘도 차 치구 포 치구 룡의 알 훔쳐먹는다는 식으로 사방 연줄을 걸어놓고 특히 음식가게에 잘 드나드는 바람에 배도 곯지 않았다.

대신 센또라고 부르는 키꺽다리는 말이 없고 그저 먹는데만 눈을 밝혔다. 장군들은 그에게 《먹새》라는 별명을 붙여놓았다. 《먹새》지만 그놈에게는 호감이 갔던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집게다리》는 약삭바르고 곰살궂게 놀아도 꼭 한바리고기 다 먹고 비린내난다고 하는 놈같아서 늘 마주설 때마다 가슴이 섬찍했다.

어느날 약속대로 황바위는 그놈에게 돼지갈비와 소주 한병을 사먹였었다.

뜻밖에도 게다니는 술을 안마시는데 《먹새》는 한병을 다 들이키고는 곤드레만드레되여 제 신세타령을 늘어놓는것이였다.

《여, 게다니! 난 땅이 없고 칼 못차서 다이묘의 땅만 뚜져먹어야 하는 신센데 넌 장사에 밝아서 싸움판에 나와서도 살살 돌며 놀아대지. 넌 원래는 게구마밑구멍에 붙어먹다가 쯔시마다이묘에게 붙었지.…》

《자네 취했구만.》

바빠난 게다니는 억지로 그를 잡아일으켰다.

그러나 키다리는 막무가내였다.

《나는 아무것도 바랄것이 없는 놈이야. 이렇게 인심좋은 사람들 덕에 한잔 하니 사는것 같구나.…》

게다니의 눈에 흰자위가 번뜩거렸다. 그러거나말거나 《먹새》는 벌렁 드러눕더니 가슴을 치며 잔뜩 모여든 장군들앞에서 노래같은것을 부르기 시작했다.

 

왜 왔던고 왜 왔던고

조총을 사메고 왜 왔던고…

 

이런 일이 있은 후 얼마동안 나타나지 않던 두 왜병은 조총 한자루를 가지고 다시 나타났다.

좌상로인은 소금 두되박을 주고 조총을 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조총은 서진성에 보냈지만 이번것은 륙손이에게 넘겨 별동대 대원들의 사격훈련용으로 쓰기로 했다.

스무엿새 밤 쪼각달이 열발도 넘게 솟은 이른새벽까지 좌상로인네 집 사랑방에서는 등잔불이 꺼지지 않았다.

성글어진 새벽별은 랭랭해진 하늘에서 마지막빛을 뿌리고있었다.

림중량에게 그동안의 일을 아뢰이고 서진성에서 돌아온 황바위가 어제 밤부터 좌상로인과 표서방 그리고 노마, 륙손이, 막동이와 각 마을 의병별동대 핵심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성안의 왜적을 끌어내여 족쳐댈 전술을 세밀하게 짜고있었던것이다.

황바위는 별동대의 규률을 더 튼튼히 하는 한편 기묘한 전술로 평양성안의 적을 끌어내고 또 놈들을 성안으로 들이밀어서 놈들을 혼란시켜야겠다고 설명했다.

전에는 감히 생각조차 못한 일이였지만 차근차근 대주는 의병전술에 힘을 얻은 사람들은 저마다 기발한 생각들을 해내며 벌써 통쾌한 웃음까지 지었다.

특히 《집게다리》가 무엇인가 냄새를 맡으려고 하니 그놈을 거꾸로 리용하되 일들을 그럴듯하게 짜자는것이였다. 무엇보다도 놈들이 성안에서 여기로 나오는 통로를 알아내는것이 중요했다.

《집게다리》는 칠성문으로 빠져나온다고 했지만 그것은 속임수였다. 칠성문밖의 가루개, 보통벌 등지에는 김응서휘하의 관군이 쫙 깔려있었던것이다. 그렇다면 부득불 밀덕협문을 빠져나와 산줄기를 타고 궁골 등을 거쳐 장마당으로 들어오는수밖에 없었다. 황바위는 그 긴 외통길에 대한 감시를 더 세밀히 하며 든든히 지키는 일을 륙손이와 막동이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며칠후 두놈은 또 조총 한자루를 가지고 나타났다.

총을 받아쥔 좌상로인이 갑자기 총구를 놈들의 머리통에 갖다대며 《이 총으로 너희들을 쏘면 이마빡이 뚫리겠지.》라고 약을 올려주었다.

헌데 놀랍게도 《집게다리》가 《뭐 총알없는 총도 총입니까. 이건 쇠막대긴걸요.》라고 뜬뜬한 어조로 되받아넘기는것이였다.

(이놈 수단이 보통이 아니군.… 그러니 총알을 가지구 흥정을 하자는거지?)

좌상로인이 속으로 빙그레 웃는데 《집게다리》가 비위좋게 《좌상님! 오늘 저희들에게 떡국이나 한그릇씩 사주십시오.》하고 늘어붙었다.

좌상로인은 말없이 한참동안 난색을 보였다.

《저 〈먹새〉가 먹구싶다해서 그럽니다.》

《뭐?》

《먹새》가 얼결에 닭알침을 꿀꺽 삼켰다.

《음―》

좌상로인은 측은한듯 얼굴을 찌프렸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앞으로 지나가는 한 늙은이를 불러세웠다.

《거 최령감, 이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떡국 한그릇씩 사먹이시우.… 그리구 령감님두 한그릇 자시오. 요즘 상목이랑 소금을 나르느라 령감님이 수골 많이 하는데…》

상목, 소금이란 말에 《집게다리》가 두눈을 데룩 굴렸다.

최로인이 좌상로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표시했다.

《좌상님, 인심좋시다. 이 란리통에도 상목, 소금더미를 쌓아놓고 큰 장사를 벌리시는 어른의 인심이 다르구만요.》

《그런 말 마시우.》

좌상로인은 눈짓으로 그의 말을 눌러놓고나서 떡국밥값을 치르라고 무명 한끝을 내주었다. 그 무명끝을 보자 《집게다리》가 머리를 기웃거리는데 《먹새》는 사기가 나서 벌써 최로인꽁무니에 바싹 가붙었다.

《좌상로인님, 저희들은 래일 또 오겠소이다.》

《집게다리》가 굽신 인사를 하자 좌상로인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 래일은 내 어델 좀 갈데가 있으니 오지 말라구.》

두 왜병은 최로인을 따라 떡국집으로 갔다.

그들은 최로인이 사내는 떡국을 마주하자마자 체면도 없이 정신없이 먹어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였다. 빈 말을 끌고 떡국집앞을 지나던 사람이 거적문안에 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거 떡국냄새 좋다!》

밖으로 나간 그는 말을 버드나무에 매여놓고 떡국집으로 다시 들어오더니 곧 떡국밥 한그릇을 청하는것이였다.

좀 있어 한 사나이가 머리를 들이밀더니 《여, 소금장사! 자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하고 반가운듯 소리치며 들어와 마주 앉았다.

《중화의병대로 보내는 소금을 싣고갔다가 금방 오는 길이네.…》

먼저 들어온 사나이가 술을 권하며 말했다.

《그 먼데까지?》

《좀 멀기는 했지만 이번에 가서 부쩍 새힘이 생겨가지고 오는 길일세.》

《뭐?》

《글쎄 서해바다기슭에 중화의병대가 쫙 깔렸더란 말이야. 3천명이라던지, 5천명이라던지.》

그 말에 《집게다리》의 눈이 한번 희번득해지더니 다시 게걸스럽게 개다리를 뜯기 시작했다.

《중화 어랑산성 왜놈들이 머지않아서 몰살당하게 되였다네. 어랑산성 동쪽 석가산근방에 더 많은 의병들이 있는데 거기에 〈푸른 갑옷〉장수가 있대. 헌데 중화의병대에서는 서진성안에 큰 장사가 있는것처럼 기발을 잔뜩 꽂아놓고서 북치고 징치며 법석 끓고있거든. 어랑산성 왜놈들은 그것도 모르구. 허허.》

《건 그거구. 자넨 왜 빈 말을 끌고왔나?》

《이 장마당 좌상로인이 사람을 보냈더군. 란시에도 크게 장사판을 벌리는 모양이더군.》

《어떻게?》

《소금배가 대동강으로 래일 들어온다누만.》

《김장철을 앞두고 한판 벌리려는게로군.》

《소금 200섬에 상목퉁구리, 솜퉁구리 다 들어오는데 래일 이 장마당에다 쌓아놓았다가 모래 한겻 팔아서는 싹 없앤다나봐. 아마 우수영과 그렇게 약속이 된 모양이더군.…》

《허, 그 좌상령감님 궁리가 보통이 아닌데…》

두사람이 이렇게 수군대며 떡국을 먹는데 한 사나이가 거적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힐끔 왜놈들을 쳐다보고나서 그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눈짓을 했다.

《먹새》는 게걸스럽게 먹고만 있는데 《집게다리》는 흰눈자위를 굴려가며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네들 정신있나. 아무말이나 함부루…》하더니 그 사나이는 무엇인가 그들에게 수군거렸다.

이어 둘은 깜짝 놀라며 고아댔다.

《아니, 그럼 왜놈들이란 말인가. 내 들어가 그놈들을 단매에 때려죽이고말겠네.》

그 말에 《먹새》가 목을 움츠렸다.

《그럴건 없어. 저놈들은 좌상령감님이 신임하는자들이야.》

《왜놈치고 믿을 놈이 있나.》

《허, 말세로군. 왜놈들에게 떡국을 먹이다니…》

이러는 사이에 《집게다리》는 《먹새》를 끌고 뒤문으로 슬쩍 빠져나갔다. 잘못하면 소금장사의 손에 걸려 목조르기를 당할수 있었던것이다.

다음날 《집게다리》와 《먹새》는 초담이장마당에 다시 나타났다. 장 한가운데서는 짐군, 달구지군들이 백섬가까이 되는 소금짐들을 날라다놓고 소금 두섬을 헤쳐 장군들에게 팔고있었다. 또 한쪽에서는 무명퉁구리를 쌓아놓고 팔아주고있었는데 좌상로인이 뒤짐을 지고 그것들을 돌아보고있었다.

지짐장사아낙네가 한 녀인을 돌아보며 심란한 얼굴로 말했다.

《란리통에 온 식구가 벌지 못했는데 저걸 살 힘이 있어야지. 외상으로 달래자니 렴치가 없구.…》

《듣자니 오늘 들어오는 소금이랑 상목을 다 여기 쌓아두었다가 래일까지 여기서 팔고는 어데론가 보낸다는데 야단이구만. 우리 집 형편두 그 집과 마찬가진데―》

그들의 말에 《집게다리》는 눈알이 팽글팽글 도는데 한 녀인이 《쉿―》하고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집게다리》도 못본체 하고 좌상로인에게로 갔다.

《좌상님, 계셨구만요.》

《집게다리》를 본 좌상로인은 우정 상을 찡그려보였다.

《오늘은 자네들과 이러쿵저러쿵할 사이가 없으니 돌아가라구.》

그 말에 《집게다리》가 몹시 섭섭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눈알을 굴려 주변을 살펴보니 장마당뒤쪽 공지에 말, 소달구지들에 소금짐, 상목짐들이 실려와서 그득 쌓이는데 그중에서 몇퉁구리는 장군들에게 팔아주고있었다.

게다니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좌상로인에게 다가섰다.

《저희들도 가서 짐을 날라드리겠소이다.》

좌상로인은 달다쓰다 말이 없었다. 《집게다리》가 앞장서 짐부리는 곳으로 가려고 하자 몽둥이를 든 두명의 젊은이들이 딱 막아섰다.

《돌아섯!》

이때 굵은 비방울들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좌상로인은 하늘을 쳐다보며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이놈의 하늘이 날 망하게 할려나?》

이어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여보게들, 거 나래로 소금짐이랑 천퉁구리를 덮어주게.》

좌상로인에게서 푸대접을 받은 두 왜병도 소나기를 피해 큰 오동나무밑에서 비를 긋고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며 말을 주고받았다.

《좌상령감이 그래 그 왜놈들이 반찬가게에 드나드는 고양인줄 모른단 말인가?!》

《사람이 지내 좋다나니 철천지원쑤들까지…》

《자, 어서 가보세. 좌상님이야 어떻든간에 그놈들을 잡아 때려죽이자고 이렇게 뛰여다니는 판인데 오늘 소금짐, 천퉁구리들을 본 그놈들을 그냥 살려보낼수야 없지.》

《임자 말이 옳네. 허, 뛰여야 벼룩이지.》

그들이 지나가자 기겁해진 두 왜병은 논두렁을 타고 미끄러지며 엎어지며 꼬리가 빳빳해져서 삼십륙계 줄행랑을 치고말았다.

소나기가 더 세차지며 두놈을 바쁘게도 만들고 비발속에 숨겨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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