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 회)
제 2 장
초담이장마당
3
황바위와 막동이는 그사이 장마당에 자그마한 야장간을 차려놓고 호미, 낫, 쇠스랑, 도끼따위를 벼렸는데 그들이 서진성의병이라는 까닭에 사람들이 항상 흥성거렸다.
《자, 이 쇠스랑으로 농사도 짓고 왜놈도 칩시다.》
황바위가 이렇게 말하면 농군들은 《예, 의병님. 그렇게 합시다.》하면서 풀무대를 잡고 함께 불어도 주었다.
그러면 망치소리, 풀무소리와 함께 노래소리도 늘 가락맞게 초담이장에 울리군 하였다.
낫 벼리고 괭이 벼려
농사 짓고 왜놈 치세
푸르륵 뚝딱 풀무야…
키우면 호랑이요
나서면 의병일세
푸르륵 뚝딱 풀무야…
황바위의 이야기와 노래소리에 끌려 사람들이 자꾸자꾸 모여들었다.
하루는 정진사가 도포차림에 터넓은 통영갓을 쓰고 점잖은 걸음으로 야장간에 찾아왔다.
《진사님 오셨소이까.》
쇠메질을 하던 황바위가 굽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를 찬찬히 훑어보던 정진사는 물었다.
《자네가 서진성의병이 틀림없으렸다.》
《예.》
농쟁기를 벼리러 왔던 사람들은 의아한 눈길로 조심스럽게 정진사를 바라봤다.
《그럼 한가지 물어보자구. 거 듣자니 임자네 의병대에 있다는 윤초시라는 량반이 서진벌 5백섬나는 제땅을 내놓았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이오이다.》
《윤초시가 그런 사람은 못되겠는데?…》
정진사는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그가 의병대에 들어왔소?》
황바위는 정진사에게 윤초시가 안해와 혼기중에 있던 외동딸이랑 왜놈에게 다 빼앗긴 다음 어머니가 있는 성천땅에 가있을 때 양덕고을 조참봉이란 놈이 왜놈을 데리고 와서 소작인들의 소금과 무명필들을 다 모아달라고 하자 타구를 들어 조참봉의 면상을 후려쳐 쫓아보내고는 《내가 땅벌레, 돈벌레노릇을 한탓에 그런 놈들이 이 란시에까지 찾아다니는구나!》하고 탄식하고나서 그날로 자기가 가지고있던 쌀, 소금, 상목 등을 다 싣고 의병대로 찾아온데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음…》
이야기를 다 듣고난 정진사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별로 반응이 없는 정진사를 눈여겨본 막동이가 이번에는 북대봉 심산속에서 자란 젊은 의병이 서진성 앞벌 한복판에서 차돌멩이 한개로 왜놈의 다리힘줄을 끊어놓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황바위가 눈을 찔끔했으나 막동이의 이미 터진 입을 막을수 없었다.
《…그때 그 젊은 의병은 〈이놈아, 네놈들이 우리 나라에 쳐들어온 명분을 대보라!〉하고 소리치며 〈네가 대답 못하겠으면네 상전한테 가서 물어봐가지고 오라!〉하고 놔줬는데 그놈이 그 다리를 끌고 죽기내기로 평양성안까지 기여갔답니다.
그리고는 선봉장놈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선봉장님, 서진벌에 북대봉호랑이가 나와서 네놈들이 우리 나라에 쳐들어온 명분을 말해보라고 합니다. 그 서진벌에는 절대로 가지 마시오. 그 백발백중의 차돌멩이가 선봉장님을 알아본답디까.…〉그러고는 거품을 문채 뻐드러졌답니다.》
《조선사람의 바른 말을 그 젊은 의병이 했구나! 어허, 감개무량토다. 아무렴, 그 왜놈들이 우리 나라에 쳐들어올 아무런 명분도 없지.》
정진사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막동은 빙그레 웃었다. 바로 곁의 황바위가 그 젊은 의병이우다 하고 말하고싶은걸 꾹 참았다.
막동이의 말을 다 듣고난 정진사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야장간을 떠나갔는데 걸음새가 마치 술취한 사람같았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장마당에서는 《정진사가 야장간에 와서 서진성 의병님에게 절을 하고 갔다.》는 소문이 퍼졌다.
정진사는 가진것은 많지 않지만 이 아근에서는 제노라하는 사람이였다. 그는 술상차림 하나만 놓고봐도 은잔, 옥잔에 상감무늬 고려청자 술병이요, 앞뜨락의 국화로 빚은 국화주에 삼십년 묵은 산삼주요 하면서 성안의 큰 량반들을 법도있게 대접해서 량반냄새를 톡톡히 피우며 여느 사람들은 거들떠보지조차 않았다. 이런데로부터 그의 야장간방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를만도 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황바위와 막동이의 위신은 버쩍 올라갔으며 사람들은 이들에게 자기들의 속마음들을 털어놓았다.
하루는 오류골에 산다는 중년녀인이 황바위를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내 며느리가 제 남편의 원쑤를 갚겠다고 식칼 들구 고추단지 안고 서진성으로 갔는데 혹시 아시는지…》
《예, 압니다. 알다뿐이겠습니까. 참 훌륭한 며느리를 두셨습니다. 칭찬들이 대단합니다. 그 기개가 장할뿐아니라 음식솜씨 좋구, 례절바르구… 밤중에 서진벌에 나가 벼단을 베여 나를 때도 앞장서구…》
《그러니 아직 왜놈목은 못쳤단 말이우?》
중년녀인은 섭섭한 기색을 지었다.
《그게 왜놈목 치는거나 같은 일인걸요 뭐. 며느리의 그 고추가루에 왜놈들이 눈이 멀고, 그 식칼에 목을 잘리우고말것입니다.》
차근차근한 황바위의 말에 녀인은 두눈을 슴벅거렸다.
《내 며느리보구 부디 울지 말라구 일러주소. 눈물은 이 시어미가 다 쏟아부어주마구…》
이러며 황바위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해했다.…
한편 황바위는 장마당의 좌상로인에게 언제나 례절을 깍듯이 지켰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인 좌상로인은 장사군치고는 자기 리속만 차리는 기색이 없고 호걸풍이 있는 로인으로서 차츰 황바위에게 호감을 가지고 각근히 대해주었다.
그날 저녁도 황바위는 일을 끝내자마자 사람들이 모여드는 좌상로인네 집을 찾았다.
마침 마을로인장들과 장군들 몇이 세상형편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좌상로인님, 편안하셨소이까!》
이렇게 황바위는 먼저 례절을 차리고나서 서진성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장군들의 성화에 못이기는척 하면서 꼭지를 뗐다.
《그럼 좌상님, 제 또 서진성이야기를 하랍니까?》
《하게나. 왜놈족친 이야기이상 더 즐거운 이야기가 어디 있겠나.》
좌상로인은 자기 자리까지 내여주며 반기였다.
황바위의 서진성싸움이야기는 마을사람들과 장군들의 가슴속에 왜놈들에 대한 증오의 불씨를 깊이 심어주었다.
이날 이야기끝에 황바위는 흥분에 젖은 장군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렇게 그루를 박았다.
《이 장마당은 왜놈의 코밑에 바싹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왜놈들이란 미친개같은 놈들이여서 언제 여기로 달려들지 모릅니다.》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표서방이 좌상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좌상어른, 우리 장군들은 비록 잠간들 모였다흩어지군 하는 사람들이지만 여기 장마당에도 기찰대 같은것을 하나 꾸려놓는게 어떻겠소이까. 저 의병님보구 방법을 가르쳐달래서… 나두 아는건 없지만 수자리 살던 경험두 있구 하니 나서겠소이다.》
《엉?》
좌상로인은 눈을 크게 떴다. 듣고보니 신통한 생각이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놈들이 여기에 함부로 못덤벼드는것은 서재골 군사들덕분인데 그놈들이 지금 눈깔이 뒤집혀졌으니 언제 덤벼들지 알게 뭡니까. 다시는 룡악이때처럼 앉아서 맞아죽을수 없지요.》
황바위의 말을 듣고 젊은이들이 호응해나섰다.
《옳수다. 그동안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가. 독오른 승냥이떼를 옆에 두고 태평세월을 보냈으니…》
젊은이들은 이렇게 호응하며 저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쳤다.
좌상로인이 황바위를 바라보았다.
황바위는 그를 마주보며 말했다.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응당 그래야 합니다. 저도 우리 의병대에 말해서 힘껏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한번 모여앉아서 상론들을 해보세나. 사실 나도 사람들이 맨손으로 모여드는게 항상 불안했었는데…》
좌상로인은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4
해가 서쪽으로 퍽 기울 때였다.
황바위앞으로 젊은 녀인에게 업히워오던 머리흰 한 할머니가 《여보게, 의병!》하고 팔을 흔들어보였다. 그의 뒤로는 여라문살쯤 된 총각아이가 따라오고있었다.
황바위앞에서 내린 할머니는 꼬꾸라지듯 그의 바지가랭이를 잡더니 꺽꺽 소리내여 우는것이였다.
《여보게, 의병. 우리 여덟식구 원쑤를 갚아주게. 왜놈들이 내 자손들을 칼로 란도질했네. 그 소서비놈이… 세상에 이런 법도 있나. 우리 자손들이 무얼 잘못했다구…》
눈물이 마른 할머니는 타드는 입술을 감빨며 몸을 떨었다. 룡악이마을에서 소서비놈에게 자손들을 도륙당한 그 할머니였다.
《저… 할머니가 자꾸 의병님을 만나야겠다구 하기에…》
며느리가 할머니를 내려놓으며 설명했다.
할머니를 붙안아세우던 황바위는 피골이 상접한 그의 종이장처럼 가벼운 몸무게에 눈물이 콱 쏟아졌다. 무작정 할머니를 둘쳐업은 그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이고 분해라, 아이고 분해! 제발 복수해달라구.…》
등에 업힌 할머니는 피를 토하듯 이렇게 울먹거렸다.
《할머니, 우리가 그 왜놈들의 모가지를 꼭 베여버리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기진맥진해있던 할머니가 고개를 버쩍 들었다.
황바위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머니네 집은 장마당에서 한참 떨어진 오류골 외딴 골짜기에 있었다.
말이 집이지 쓰러져가는 허청간이였다. 굴속같은 방안에서 칠순이 넘는 병중의 할머니가 일여덟살난 손자 갑석이를 데리고 살고있었는데 돌쩌귀가 맞지 않는 문짝에서는 걸레쪽같은 창호지가 너풀거리고 쥐구멍으로 기여든 매캐한 내내가 코를 찔렀다.
방안에는 헌 삿자리 반쪽이 깔려있고 개떡만한 누데기이불 한채에 고리짝 하나 그리고 시렁에는 헌털뱅이 한개가 뎅그러니 얹혀져있었고 부엌에는 귀떨어진 사발 두개에 꿰맨 바가지, 숟가락, 물이 반쯤 찬 옹배기 하나가 있었는데 불죽은 아궁의 가마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집안정경을 둘러본 황바위는 가슴이 쓰렸다. 막동이도 억이 막혀 두눈을 슴뻑일뿐이였다.
이웃들의 인심인듯 바가지에 담긴 수수쌀 한웅큼이 부뚜막에 놓여있는데 부엌 한구석에는 손자애가 꺾어온듯한 청솔가지가 놓여있었다. 부엌은 그 청솔가지의 그을음으로 하여 새까맣게 그슬렸던것이다.
황바위는 우선 막동이를 시켜 그동안 야장간 일로 번것을 뚝 떼여 할머니 약과 방에 깔 지적 두잎, 문풍지와 좁쌀 몇되박을 구해오게 했다.
그런 다음 지게를 지고 뒤산에 오른 그는 마른 나무 한짐을 해다 아궁에 불을 지펴 미음을 끓였다.
그 미음을 할머니 입에 떠넣어준 다음 문풍지를 바르고나니 그제야 사람사는 집같았다.
다음날 황바위는 막동이와 함께 새까맣게 그슬린 집안팎에 흙매질을 했다.
그다음 마당에 나무단을 그득 쌓아놓고 질화로에 숯불을 꽁꽁 담아 방안에 들여놓아주었다.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그 질화로에 된장찌개를 보골보골 끓여 밤에 돌아온 황바위네들앞에 어머니정, 할머니정을 짭짜롬하게 안겨주었다. 이러는 사이에 차츰 할머니의 여윈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웃들이 와보고 놀라들 했다.
《늙은이란 돌보기탓인데 의병님들이 할머니를 살려드렸구만.》
《우리가 의병님들 볼낯이 없수다레.》
이렇게 백성들의 마음속으로 황바위와 막동이는 깊이 들어갔다.
밤이면 사람들이 황바위가 있는 할머니네 집으로 찾아들었다.
《다시는 룡악이때처럼 왜놈들에게 떼죽음을 당할수 없지.》
《이 사람 말마따나 쇠스랑도 도끼도 왜놈잡는데 쓰도록 합세다.》
《그러자면 그걸 잘 쓰도록 누구한테 배워야 할게 아닌가.》
《임자가 좀 가르쳐주소그래.》
이것이 그들이 주고받은 주되는 화제들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장마당 좌상로인이 상목 몇끝을 가지고 표서방 등과 함께 나타났다.
《이거 우리가 할머니를 잘 위해드리지 못해 외지에서 온분들에게 이런 수고를 시켜 인사가 안됐수다.》
좌상로인의 인사였다.
《좌상로인님두 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황바위는 제사 마치 할머니의 친손자나 되듯이 손님들을 방안으로 안내했다.
좌상로인은 풍신이 좋고 아는것도 많은 사람이였다.
《내 의병님 말을 듣고 생각을 해봤는데… 의병님 말이 옳습니다. 우리 장마당을 지켜낼 일을 오늘밤 깐깐히 상론해봅시다. 그래서 표서방이랑 이렇게 왔소이다.…》
이렇게 시작된 기찰대뭇는 상론은 얼음판에 박밀듯 슬슬 잘 엮어져나갔다.
아무 방비없이 왜놈의 코밑에서 우글거리다가는 어떤 화를 입을지 모른다는것에는 전에 다들 동감한터여서 기본문제로 넘어갔다.
린근마을 젊은이들 한 30명가량으로 기찰대를 뭇자는데는 모두가 쌍수를 들어 찬성했다.
《제길, 내 칼질, 활질을 더 좀 배워둘걸.》
사람들을 거느리는 일을 맡은 표서방이 귀얄수염오리를 잡아뜯었다.
체구가 보통사람 두배나 되게 장대한 그는 성미가 씨원씨원한 사람이였다.
《그 유명짜한 차돌멩이질을 잘하는 의병이 서진성에서 곧 와줄수 없을가, 와서 우리 사람들을…》
표서방이 황바위를 바라보았다.
《그건 걱정마시우. 전에도 약속했지만 내 의병장님에게 말씀드려서 칼군, 활군 다 데려오도록 하지요.》
황바위는 그의 제기를 제꺽 받아들였다. 그자신이 배워주고싶었지만 《푸른갑옷》임을 숨기라고 림중량이 특별히 당부했던것이다.
그가 《푸른갑옷》임이 알려지면 소문이 나 만사가 다 뒤틀릴수 있었던것이다.
함께 와있던 젊은이들의 눈이 빛났다.
《우선 그들을 이 오류골 외딴 골짜기에 모아놓고 훈련을 시키는게 어떤가?》
좌상로인의 의견이였다.
《그게 좋겠소이다.》
황바위가 찬성했다. 그것은 장마당이 낮에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여서였다. 그리고 소문을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어 그들은 야장간에 불독과 풀무도 더 늘구어 칼, 창, 활촉도 만들기로 했다.
곁에서 이들의 론의를 듣고있던 할머니가 웬일인지 돌아누우며 조용히 탄식을 했다.
《아, 우리 갑석이 아비가 살아 이런 자리에 함께 있었더라면…》
그러는 할머니의 눈가에 피눈물이 고여올랐다.
《그애도 이런 자리에 참가하여 눈을 떴더라면 그렇게 순순히 왜놈의 칼에 맞지 않았을건데…》
일흔객 늙은이의 이 피젖은 목소리에는 사람들의 가슴을 긁어내는 그런것이 있었다.
사실 룡악이마을이 욕을 보던 그날 마을사람들이 무리로 쓰러지는것을 본 할머니의 아들은 소서비놈에게 머리받기로 덤벼들었다가 왜검에 찔리우고 맥없이 숨지고말았다. 숨지는 그 순간에 그는 《아, 우리가 칼쓰는 법만 배워두었더래도 이렇게 무리죽음은 안당하는건데…》라는 말을 피와 함께 쏟아놓았다. 아, 평시에 무술을 닦지 못한 후회를 죽음의 그 순간 뼈저리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시는 그런 비극을 겪지 말아야 한다!
탄식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난 할머니는 끌끌한 장년들을 대견스레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백성세상에서 제일가는 효도는 황금주옥이나 진수성찬에 있는것이 아니라 가난해도 밥그릇에 담긴 자식의 지성이라 한다. 하물며 나라를 지키는 이런 훌륭한 일에 참견한 아들을 보았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며 할머니는 기름종지의 불을 돋궈주었다. 부디 이들의 장한 일이 잘되여지기를 맘속으로 바랐다. 황바위와 막동이가 하는 일들을 아들이 하는 일처럼 생각하는 할머니였다.
이밤 할머니의 뜨거운 마음속에 초담이장마당 기찰대 뭇는 계획은 하나둘 세워져갔다.…
초담이 석전군들에게 돌멩이치기훈련을 시키러 온 사람은 꽃골의 노마였다.
길고 얼금얼금하며 순박한 얼굴에 허우대가 큰 그가 메고온 구럭에서 꺼내든것은 차돌멩이가 아니라 날이 시퍼런 표창이였다.
《야, 표창이다!》
《표창이다!》
젊은이들은 환성을 올렸다.
《돌멩이야 땅바닥에 있는것들을 주어쓰면 될거구… 표창은 야장간에서 만들수 있지요?》
떠듬거리는 노마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날 좌상로인을 비롯한 장군들이 모여선 앞에서 우선 노마는 표창솜씨를 보여주어 사람들의 사기를 돋구어주었다.
이런 초담이장마당에 조총을 멘 륙손이가 나타났다. 기찰대 조총훈련을 시키라고 림중량의병장이 파견해보낸것이다.
대동강 물지게군이던 그를 알아본 사람들은 몹시 반가와했다. 사람들은 란리가 일자 의병들을 돕다가 왜놈들에게 목매달리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대동강을 건너 서진벌에 나타난 이야기며 황바위와 함께 평양성을 벌컥 뒤집은 이야기 그리고 4촌형과의 눈물겨운 상봉후 계월향을 업고 김응서방어사가 평양성을 넘을 때 달려드는 왜놈들을 총으로 쏘아눕혔다는 그의 무훈담을 들으며 기뻐했다.
노마의 표창던지기훈련에 륙손이의 조총조준훈련까지 겹치니 초담이기찰대의 기세는 화로불처럼 달아올랐다.
비록 한자루의 조총이지만 기찰대원들은 왜놈을 죽이느냐 내가 죽느냐 하는 결사의 정신을 가지고 조준훈련에 참가하였다.
지열이 뜨겁고 번개가 세차면 우뢰가 크지 않을수 없듯이 복수로 불타는 초담이 젊은이들의 훈련솜씨는 놀라울 정도였다.
(진작 이렇게 했더라면 왜놈들에게 무리죽음을 당하지 않는것인데…)
날이 갈수록 초담이장마당 사람들의 가슴속에 이런 생각이 굳어져갔다.
이렇게 되자 초담이장군들도 빈손으로 장마당에 나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하다못해 쇠끝이 박힌 참나무 작대기라도 짚고 다녔다.
아낙네들의 머리우에 얹혀진 광주리안에도 차돌멩이가 몇개씩은 다 들어있었다.
규모가 커진 야장간에서는 칼, 창, 활촉, 표창들이 재간있는 젊은이들의 손에 의해 쏟아져나왔고 기찰대에는 창검대, 활군까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