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회)

제 2 장

초담이장마당

1

 

파아란 하늘에 산매 한마리가 낮추 떠 날아옜다. 그놈은 먹이감을 보았는지 순간에 돌덩이처럼 내리꼰지였다.

산매는 굴에서 깡충깡충 뛰여나오는 산토끼를 정확히 덮쳤다.

《에구머니나!》

바로 그옆 내가에서 나물을 씻던 쌍가마는 저도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이때였다. 어디선가 《휘―익》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야무진 차돌 하나가 날아가더니 산매의 골통을 단숨에 짓쪼아놓았다.

산매는 뜻밖의 타격에 한동안 날개를 퍼덕이며 한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늘어지고말았다.

쌍가마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덤불속으로 재빨리 사라져가는 산토끼를 보며 저도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아이…》

이어 차돌멩이구럭을 멘 황바위가 나타났다.

《바위오빠!》

그를 보는 순간 쌍가마의 두볼에 발기우리하게 홍조가 비끼였다.

쌍가마를 본 황바위도 그자리에 주춤 서버렸다.

두사람은 한동안 마주보며 서만있었다.

검불처럼 바싹 마른 나물들이 내물에 둥둥 떠내려갔다.

《이크! 저거…》

황바위가 어느새 이것을 보고 다급히 내물에 뛰여들었다. 그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물들을 한웅큼 쥐고 나왔다.

《어쩌니…》

쌍가마는 자기때문에 황바위가 옷을 적신것이 미안했다.

《자, 받어.》

쌍가마는 황바위가 내미는 나물을 받아 바구니에 넣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머리를 숙이고있었다. 숙이운 정수리우에 유표하게 보이는 쌍가마가 황바위의 눈뿌리를 뺐다.

부지불쑥 쌍가마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황바위는 연약한 소녀애에게 이름이 뭔가고 물었었다. 그러자 소녀는 방긋 웃어보이며 대답대신 지금처럼 머리를 숙여 정수리에 난 쌍가마를 보여주었다.

인적없는 산속에서 이름모를 산새와 짐승들과 어울려 살아온 황바위에게 있어서 쌍가마는 친우였고 동생이였으며 또 이제는 떨어져서는 못살 가장 가까운 정다운 사람이기도 했다. 의병대에 함께 있으면서도 언제한번 다정히 만나 이야기해본적이 없는 그들이였다. 사랑을 나누기엔 그들의 심장속에 타오르는 복수의 불길이 너무도 강렬했으며 갚아야 할 원쑤가 너무도 많았다.

쌍가마는 내가에서 물러나 풀밭공지에 이르러서야 조심스레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이번에도 오빠가 큰공을 세웠다는데…》

《큰아버지의 원쑤를 갚은것도 공이야?!》

황바위는 퉁명스레 말하며 풀밭우에 털썩 주저앉았다.

멍하니 서있던 쌍가마도 서있기가 멋적은지 한손으로 귀밑머리만 매만지다가 황바위옆에 솔곳이 주저앉으며 치마폭을 내리끌었다.

《요사이두 표창훈련을 해?》

《응.》

《그럼 한번 시험쳐볼가?》

《피, 제가 뭐 표창대장인가 뭐…》

쌍가마는 어쩌다 만났건만 살뜰한 말 한마디없이 우둘렁거리는 황바위가 미워 공연히 입을 뾰족해보였다.

황바위는 그런것에는 개의치 않고 벌써부터 표창을 던질 목표판을 찾느라고 부리부리한 큰 눈을 굴리였다. 앞의 소나무에 매달려있는 솔방울들이 그의 눈에 띄였다.

《저걸 한번 맞혀봐!》

《싫어.》

《한번 던져보라니까?》

《싫다지 않수.》

쌍가마도 고분고분하려 하지 않았다.

《흥, 아마 자신이 없는게지.》

《나두 오빠만큼이나 왜놈 잘 잡을 때 표창던지는 솜씰 보여주겠수.》

그 말이 쩡하고 황바위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오빠의 원쑤를 갚자고 연약한 처녀의 몸으로 의병들속에서 표창을 익히는 쌍가마가 볼수록 대견했다.

《저…》

쌍가마는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공연히 손으로 바구니만 매만졌다.

《무슨 말인지 어서 말해.》

《저, 이제부턴… 싸우러 갈 때 나도 함께 데리고 가주오.》

《함께?!》

황바위는 휘둥그래진 눈으로 쌍가마를 돌아보았다.

쌍가마도 이번에는 쌍까풀이 크게 진 두눈을 곱게 뜨고 황바위를 올려다보는데 그 까만 눈동자에는 간절함이 력력히 비껴있었다.

황바위는 저도모르게 자기의 심장이 쿵 뛰는것을 느끼였다. 쌍가마가 이렇게 예쁜줄 그는 여직 모르고있었다. 순간 우둘거리던 본색은 씻은듯이 없어지고 황바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바위오빠, 내 말 듣소?》

《음, 그런데… 그러고싶어도 의병장님이 허락하셔야…》

《피―》

쌍가마는 몸을 외로 틀었다. 그러는 처녀의 눈동자에 뜻밖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난 이젠 바위오빠곁을 떠나기 싫수. 왜놈두 함께 족치구 훈련두 함께 하고싶소!》

《!》

처녀의 동실한 어깨가 오르내렸다.

그것을 감촉한 황바위의 가슴은 세차게 높뛰기 시작했다. 황바위는 저도모르게 처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자기쪽으로 와락 끌어안았다.

《아니 오빠, 이러질… 마세요.》

이때 저쪽에서 누군가 마른 삭정이를 밟으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쌍가마는 서둘러 총각의 가슴팍을 밀쳐버리고는 아닌보살 고개를 틀고 앉았다.

황바위는 황바위대로 못할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황황히 자리에서 일어서는것이였다.

《아니, 아저씨가?》

처녀총각의 애틋한 애무의 《방해군》은 별동대를 책임진 한대걸이였다.

《아차, 이거 내가 그만 실수했군. 안됐네.》

한대걸의 의미있는 말에 쌍가마는 어쩔바를 몰라하다가 바구니를 안고 저쪽으로 종달음을 쳤다.

《하하하… 좋은 때다!》

《아저씨두 참…》

황바위는 얼굴이 벌개져서 뒤더수기를 긁어댔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의병장님이 부르시네.》

웃음을 거둔 한대걸이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가보면 알거네.…》

의병대지휘처에 다달은 황바위가 방안에 들어서니 림중량이 한창 여러 제장들과 함께 무엇인가 진지하게 토의하고있었다.

《의병장님, 분부대로 황바위를 데려왔소이다.》

한대걸이가 이렇게 말해서야 림중량은 숙였던 머리를 들어 황바위를 쳐다보았다.

언제봐야 의젓한 황바위는 보기만 해도 믿음이 갔다. 이번에 구시라한테 골탕을 먹인것을 보아도 황바위는 장차 의병대의 기둥감이였다.

림중량은 황바위의 쩍 벌어진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어서 앉아라. 너에게 특별히 뭘 좀 시키려고 불렀다.》

황바위는 말없이 통나무로 만든 걸상우에 앉았다. 벌써부터 그의 심장이 툭툭 뛰였다.

《넌 초담이장마당소식 들어보았느냐?》

《예?》

황바위는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뜻밖에도 의병장의 입에서 초담이장마당소리가 나올줄은 몰랐던것이다.

《듣긴 들었소이다.》

《그래 한번 가보았느냐?》

《가보진 못했소이다.》

《음… 널 부른건 바로 초담이에 파견하자는것이다.》

《거기서 싸움이 있게 되나요?》

《싸움? 허허…》

림중량은 호걸답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싸움이라, 그래 싸움이지.… 하긴 칼을 빼들고 백병전을 벌리는것만이 어찌 싸움이겠느냐?…》

《?!》

《너를 초담이장마당으로 파하는 목적은 두가지다. 하나는 평양의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마당을 리용하여 적정을 빨리 내탐하고 민심을 알자는것이며 다른 하나는 거기서 특별히 훈련된 별동대를 꾸리는것이다. 이제부터 너는 장군들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성안에서 빠져나오는 왜병들을 잘 리용하여 성안의 적들의 동태를 세밀히 알아내야겠다.》

황바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알겠소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의 얼굴에는 새로운 령에 그닥 내키지 않아하는 기색이 비껴있었다.

사실 황바위로서는 의병장이 저더러 초담이장마당에 가라고 할줄은 꿈에도 생각못하고있었던것이다.

왜장수의 목이라도 베오는 일인줄 알았는데 정작 듣고보니 손맥이 탁 풀렸다.

손에 칼 한번 변변히 집어본적이 없는 백성들을 모아서 언제 훈련시켜 왜병들과 싸운다는건가. 그는 지금도 자기 혼자서 능히 수백놈의 왜병들과 맞서 싸울 자신이 있었다.

림중량도 이러한 황바위의 마음을 모르는바가 아니였다. 싸움은 결코 용감성과 재주 하나만으로 하지 않는다. 더구나 장차 의병대의 기둥이 되여야 할 황바위에게는 아직도 부족한것이 적지 않았다.

림중량은 이번 기회에 황바위가 사람들속에서 그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싶었다.

《명심할것은 왜놈들을 잘 써먹는 일에 각별히 머리를 쓰는것이다. 그러되 성급하게 굴지 말고 비록 한놈의 졸병이라도 그놈들을 잘 리용해서 왜군전체의 동태를 잘 거머쥐는것이다.》

《의병장님의 말씀을 명심하겠소이다.》

림중량은 황바위의 얼굴을 믿음에 찬 눈길로 바라보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참, 이번에 의병대와 초담이사이를 오가며 소식을 이어주는 전달병을 하나 두어야겠는데… 네 생각에는 누가 맞춤하냐? 륙손이냐? 아니면…》

이때 한대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쌍가마가 맞춤한가 보오이다.》

《쌍가마?!》

림중량은 이렇게 되뇌이며 한대걸과 황바위를 번갈아보았다.

《음… 그렇게 하자.》

림중량도 쌍가마가 황바위와 함께 있는것이 기뻤다.

사실 의병대에 함께 두고있으면서도 언제 한번 변변히 마음을 써보지 못했던것이다.

쌍가마와 황바위가 함께 손잡고 일하면 일이 잘될것이다. 단지 걱정되는것은 아녀자의 몸으로 그 위험한 곳을 나들 쌍가마의 신변이였다.

 

2

 

왜란이후 평양성밖 서쪽 30리쯤에는 초담이(전촌)장이라고 부르는 장마당이 하나 생겨났다.

조개페(팔동교근방), 만경대, 궁골, 옷고개, 세거리, 긴제, 룡악이, 형제산기슭 등지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림시로 만든 장마당이였다.

장마당으로는 린근벌의 쌀, 수수, 조, 콩 등 갖가지 농산물들과 서해 해산물들인 조개, 새우, 건뎅이, 굴 등의 젓갈과 칼치, 조기, 골뜨기, 미역… 그리고 물동이, 뚝배기, 사발, 등속과 갈삿자리, 짚신, 구럭 등 초물, 삼베, 명주 등 생활용품들을 팔러온 사람들과 사러온 사람들로 언제나 붐비였다.

란리통에도 서로 유무상통하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속궁리에 의하여 흉악한 왜적이 틀고앉은 평양성 코밑에 생겨난 여기 초담이에서는 큰 흥정이 벌어지는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고 인심 또한 후했다.《에구, 그렇습니까. 집사정이 정 그렇다면 값이 앞설수야 없지요. 좌우간 어서 들구 가라구요.》하는것이 이곳 장사군들이였다. 값을 두고 옴니암니 따지다가 멱살잡이를 하고 갓양테가 부러지던 전날의 장마당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였다.

또 한가지는 전에는 볼수 없었던 새로 생긴 장마당의 기풍이였다.

돈많은 집에서 욕심사납게 물건을 독차지하려고 하면 《그래서야 쓰갔수. 란시가 아니유. 서로 노나먹지 못할망정 그래 이게 평양사람 인심이웨까?》하고 꾸짖었다.

이래서 감히 제 욕심만 부리는자가 좌지우지를 못하게 되고 장군치고 맨손으로 장마당에 어슬렁거리는 사람도 없었다. 하다못해 참나무작대기라도 들고다녔다. 여차하면 왜놈들과 너죽고 나죽고 하자는것이였다.

장군들은 이 근방 사람들도 있지만 거의나가 평양성안에서 피난온 사람들이였다. 멀리 떠나갔다가 우리 관군과 의병들이 성안의 왜군을 둘러싸고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평양성근처로 온것이다.

평양성안에 왜군이 갇히워있게 되자 탁배기값도 뚝 떨어졌다.

《야, 이거 멋있구나.》

술군들은 사기가 나서 선술집에 모여들어 꼬치안주에 한사발씩 하고나서는 한마디씩 했다.

《이거 우리만 이렇게 마셔서 되겠소. 머사니 서재골 방어사군영으로 좀 지고 가면 안되겠소.》

《이크, 이 사람, 호랑이같은 김응서방어사의 벼락을 맞을라구.》

《하하하…》

《허허허…》

이렇게 관군에 대한 믿음의 정들도 표시하였다. 허나 술을 과하게 해서 눈정기가 풀어진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한잔 하고난 사람들이 다음날에는 씨암닭이며 개를 끌고 나왔는데 그것은 팔자는게 아니라 군영과 의병대에 보내자는것이였다. 이런 일들은 다 평양성사람들의 기질로 하여 이루어지는것들이였다.

초담이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데는 평양성안의 왜적들이 감히 함부로 성밖으로 나와 싸다니지 못하고있다는 적아간의 력량대비에서 생긴 안도감과 란리가 어떻게 되여가는가 하는 궁금증때문도 있었다.

평양성안팎의 소식은 물론이고 온 나라의 싸움형편과 이름을 떨치는 장수들, 의병들의 싸움소식이 사람들의 각별한 관심속에 재빨리 날아들기도 하고 그것이 더 날개를 크게 펴고 사방으로 퍼져가는데서 초담이장거리만큼 흥성거리는 곳은 없었다.

먼곳의 소식도 소식이지만 평양성안팎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그들의 생명과 관련된것이여서 가래톳이 선 사람까지도 지팽이를 짚고 절룩거리며 성안소식을 들으러 왔다. 평소에 잔뜩 코를 빼던 량반님네도 맨 상투바람으로 나와서 고추상투, 북상상투를 한 사람들과 백립, 초립, 패랭이를 쓴 사람들, 지짐장사, 떡장사 녀인들의 틈에 끼여서 도포자락을 걷어올리며 정신없이 란리형편소식에 귀를 기울이였다.

특히 이 장거리는 왜장 소서비놈이 룡악이마을을 도륙낸 다음에 생긴탓에 사람들이 분노와 원한을 안고 모여드는 곳이기도 했다. 하기에 요즘은 김응서방어사가 평양성안으로 들어가 그 소서비놈의 목을 썩둑 베여가지고 천하의기 계월향이를 업고 성을 훌쩍 넘어왔다는 그 통쾌한 이야기로 온 장거리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니까 그 소서비놈이 천벌을 받은셈이 아니겠수.》

《천벌인가, 인벌이지.… 김응서장수의 칼맛이지.》

《그놈의 몸뚱이가 온통 쇠비늘이고 잘 때도 눈깔을 뜨고 잔댔어.》

《그까짓 쇠비늘, 뜬 눈깔이 천하명장의 룡천검앞에서 견디여내겠음마.》

《계월향이 장하기도 하구나. 거 우리 의렬비를 세워주세나.》

《그럽시다. 의렬비뿐이겠소. 의렬당도 세워줍시다.》

통쾌한 무훈담과 김응서, 계월향의 눈물겨운 사랑의 이야기들이 펼쳐질 때면 장마당에서 팥죽, 떡, 온반을 받아놓은것도 놔둔채 사람들이 달려오고 흥정을 하다말고 손님도 주인도 함께 뛰여왔다. 란리판에서 적을 잡는다는것은 그것이 큰 싸움이건 한사람의 무훈담이건 만사람을 흥분시키는데 하물며 고금에 드문 천하명장과 천하의기가 왜장중에서도 가장 포악한 소서비놈의 목을 자른 이야기에야…

《그날 김응서장수가 소서비놈의 모가지를 가지고 안주로 달려가는데 나는듯한 룡마우에 룡천검을 비껴안은 장군의 기상 실로 장하셨어.》

《평양의 장한 기상이였겠지.》

《장군의 견마잡이가 룡마의 고삐를 잡고 힘껏 뛰는데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을 헤쳐밟으며 나는것 같았다오.》

사람들은 이렇게 기뻐했다.

새힘들이 솟구쳐 남정들도 덩실덩실 춤까지 추고 아낙네들은 옷고름을 눈가에 가져갔다.

《왜놈들이 제일로 떤것은 〈우리 조선장수는 잠든 놈이나 음식상앞에 앉아있는 놈은 치는 법이 없다. 소서비 너 이놈, 이리 나오너라!〉하고 김응서장군이 큰소리로 소서비놈을 불러낸거라우. 그놈은 그때 벌써 반정신 나갔댔다누만.》

《에구, 계월향이 모란봉에서 그네뛸 때 꼭 하늘선녀 같았는데…》

《그 소서비란 놈이 하루에 서말 밥, 소주 세동이, 소고기 열근씩 처먹었다니 이젠 우리 조선쌀도 소도 덜 축나겠지, 하하하…》

《지금 성안에서 간을 못먹은 왜놈들이 비실거리며 헌털뱅이를 뒤집어쓰고 남의 집 담장밑에서 개 벼룩 씹듯 이를 씹고있는데 언제 제 모가지가 달아날줄 몰라서 바스락소리만 나도 흠씰흠씰 놀라구 있다우. 대장도 제 모가지 하나 건사못하는 판이니 그럴수밖에, 하하하…》

《더군다나 그날밤 평양8장사들의 활, 총, 표창, 칼에 맞은 놈들이 서진성 북대봉호랑이 차돌멩이에 맞았다구 고아대는 바람에 성안은 더 뒤죽박죽이라누만.》

《하하하…》

《허허허…》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단 김응서와 계월향 이야기뿐만아니라 관군과 의병들의 갖가지 이야기들로 가지가 치고 날개를 펼치며 산지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중화의병대에서는 바로 일상적으로 평양성안팎의 실태를 손금보듯 알수 있는 초담이장마당의 이런 점을 고려해서 황바위와 막동이를 여기로 파견하였던것이다. 서진성을 중심으로 문어발처럼 사방으로 뻗친 이런 선들은 림중량이 처음부터 견지해오는 위력한 전술로서 항상 주위의 적정과 정세를 꿰뚫어보고 서진토성에 의거한 의병전술의 우월성을 충분히 발휘할수 있게 하였다.

초담이장에 이른 황바위는 말재간이 그리 궁한 축이 아니여서 그가 중화의병들이 왜놈치던 이야기를 할 때면 지짐장사아주머니는 지짐판의 지짐이 다 타는줄도 모르고 온반장사아주머니는 고기소랭이에 도적고양이가 들어앉는줄도 몰랐다. 더우기 평양8장사들이 평양성안을 제 집 드나들듯 하면서 왜놈들을 감쪽같이 족쳐서 밤을 새고나면 왜병송장이 안생기는 날이 없다는 이야기며 놈들의 병기고와 화약고에 불을 질러서 평양의 밤하늘에 화광이 충천한다는 무훈담들에 장군들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심정들이였다.

또 왜놈들이 소금에 환장이 되여서 금덩이를 주고도 못바꾸는 소금을 이 장마당에 와서 검과 조총을 주고서야 몇모금씩 얻어다가 쥐 소금먹듯 한다는 이야기며, 다가오는 유명짜한 평양동장군을 앞에 두고서 홑껍데기를 걸치고 오돌오돌 떠는 왜놈들의 꼴을 통쾌한 웃음속에 몸짓, 손짓까지 해가며 그놈들의 가련한 처지를 방불하게 그려보이는 황바위의 이야기는 장마당사람들에게 힘을 안겨주었다.

이 이야기들은 이입에서 저입으로 옮겨져 하나의 기승전결을 이룬 손색이 없는 훌륭한 패설들이 되여버렸다.

이러한 민심을 리용하는데서도 황바위는 남다른 솜씨를 보였다. 그 민심을 타 황바위는 드디여 이곳 초담이장마당에다 별동대를 꾸리려는 림중량의 의도를 실천에 옮길 첫걸음을 떼였다.

평양서쪽 코밑에까지 서진성호랑이들의 소문을 왁작 내서 성안의 왜놈들에게 혼란과 공포를 주며 평양수복전투때에도 별동대가 놈들의 뒤통수를 치며 나오게 하려는 림중량의 의도에 따라 5리어간에 있는 만경대앞 대동강을 건너 문발이로 통하는 안전한 련락길이 마련되였고 쌍가마는 그사이로 소식을 안고 베틀북처럼 부지런히 오고갔다.

림중량은 쌍가마가 안고오는 초담이장마당소식을 들을 때마다 싸움만 잘하는줄 알았던 황바위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잡는 특별한 솜씨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