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제 1 장

대동강이 노하다

2

(2)

 

한편 대동문밖에서는 팔다리가 이상하게도 제가닥으로 노는 앙가발이 진 《집게다리》(게다니)가 류창한 조선말로 입심좋게 주어섬기고있었다.

《진정들 하시라구요. 아까는 우리 군사가 좀 미욱하다나니 살인을 쳤수다. 내 그를 대신해서 사죌 합니다.》

그 소리에 또다시 물지게군들이 항변했다.

《뭐, 사람을 죽이구두 사죄를 해. 당장 그놈을 여기에 끌어오라, 이놈아!》

《우린 물을 못긷겠다. 네놈들이야 송장물을 마셔도 일없겠지만 우린 더럽혀놓은 이 물을 못마시겠단 말이다.》

《이제 네놈들은 우리 대동강신의 벌을 받을게다.》

구레나룻이 짙은 한 물지게군의 마지막말에 《집게다리》의 두눈이 커졌다.

《뭐, 대동강신?》

그는 목을 움츠리며 한걸음 물러섰다. 왜병들이란 다 미신쟁이들인데 이자는 더한것 같았다. 모여섰던 왜병들도 술렁거렸다.

(이놈들을 한번 단단히 혼쌀을 내주자. 학식이 깊으신 류선생님을 모셔다가 이 오랑캐놈들의 눈깔이 쑥 빠지게 해주자.)

구레나룻이 《집게다리》 앞으로 다가들어 을러멨다.

《우리가 이 물을 긷다가는 대동강신의 노여움을 받아 너희들은 물론 우리까지도 목숨을 다 잃게 되겠으니 이제 이 일을 어찌하겠는가?》

《그 그게 정말인가?…》

《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평양의 이름높은 학자선생님을 모셔다가 알아보자.》

《그 그렇게 하자.》

구레나룻이 사라진쪽을 겁먹은 눈길로 바래고난 《집게다리》는 장마통에 한껏 불어나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대동강물속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는것이였다. 그리고나서 제편들에게 돌아서버렸다.

《허, 잘못 걸렸군. 하는짓들이란… 뒈진것들을 뭣하러 보통벌에서 여기까지 끌어다가 처넣었담.》

《집게다리》의 푸념에 한 왜병이 대꾸했다.

《그런 말 말게. 지금 보통문밖에서는 언제 조선군사가 불쑥 나타날지 몰라서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있다네.》

《그래도 먹는 물에 송장을 처넣다니… 에익!》

《그렇다구 조선백성 보는데서 송장을 썩일수야 없지 않나.》

왜병들은 제나름으로 지껄여댔다.

좀 있어 구레나룻이 단아한 정자관에 소매가 넓은 흰 도포를 입고 검은 띠를 두른 류선생을 앞세우고 나타났다.

학식이 높은데다 청렴결백하여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있는 류선생이 흰수염발까지 날리며 위엄스레 나타나자 물지게군모두가 인사를 차렸다. 뒤따라 왜병들도 위압이 된듯 물지게군들이 하는대로 머리들을 숙여보였다.

《집게다리》는 류선생앞에 나서며 손을 모아잡았다.

《강신님, 문안드리오.》

어디서 배워두었는지 《집게다리》는 제법 례법까지 차렸다.

류선생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쓰러져있는 물지게군에게 다가섰다. 그의 량볼이 푸들거렸다. 눈물이 그의 두볼을 타고 흘러내려 흰수염발을 적셨다.

(악귀같은 놈들! 내 네놈들의 혼을 빼주리라!)

대동강신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달려온 왜병들이 새까맣게 어깨성을 쌓고있었다.

《집게다리》가 왜병 몇을 뒤에 달고 류선생앞에 무릎을 꿇고앉았다.

《강신님, 미욱한 저희들이 모르고 죄를 지었으니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어 험 … 너희들이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 알고나 있는고?》

로인은 왜병들을 둘러보며 엄숙한 어조로 꾸짖었다.

《예, 예…》

《집게다리》가 두손을 싹싹 비벼댔다.

《예로부터 천하승지 우리 평양의 대동강은 거룩한 룡신께서 다스려왔고 우리 대동강수는 맑고 깨끗해서 그대로가 백성들의 불로장수약이 되여왔느니라. 하여 성안에 솟는 물줄기까지 모두 대동강으로 모여들게 해서 성안에는 천길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아 우물이 없느니라.

너희들도 평양성안에 우물이 없다는것을 알기에 이 물지게군들의 신세를 지고있는데 그 귀중한 은인들을 이렇게 강물터에서 목을 베였으니 그래 너희들이 대동강 룡신의 노여움을 면할것 같으냐?》

류선생의 목소리가 하도 엄엄한지라 왜병들은 더욱 머리를 숙이고 두손을 비벼댔다.

《용서해주십시오, 강신님!》

류선생은 손을 들어 릉라도와 반월도사이를 가리켜보이며 계속했다.

《우리 대동강 룡신께서는 저 두 섬사이에 있는 백석탄 천길물속에 은종을 잠가놓고 대동강을 더럽히는자들이 생기면 그 은종을 흔들어 주멸(목잘라 죽임)하시는데 이제 너희들은 오늘밤 꿈속에서 그 룡신님을 보게 될것이다. 너희들의 각별한 회개가 없는 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것이다!》

어깨성을 쌓고있던 졸병들이 무릎을 꿇으며 수군덕거렸다.

《우리도 톡톡히 사죄를 해야겠네.》

《벌은 대동강을 더럽힌자들이 받아야지 우리야 무슨 죄가 있어.》

《죄는 낮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 격이군. 헛참…》

류선생의 기상은 더 엄엄해졌다.

《잘 듣거라. 우리 평양은 예로부터 마음 어질고 부지런한 백성들의 소원을 받아들여 룡신께서 저 청류벽아래로 대동강물줄기도 옮겨주시고 저 절승경개 모란봉에 내려왔던 선남총각도 마음씨 곱고 효성스러운 평양처녀를 사랑해서 하늘로 돌아가는것을 거절하고 그 처녀와 함께 강선땅의 대동강가에서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은 곳이다.

너희 왜나라에 이런 금수강산이 있는가. 달려드는 외적을 쓸어눕히며 나라의 위력을 과시한 사람들이 사는 이 평양과 같은 천년고도가 네놈들의 나라에 있는가?》

이때 평양성안의 여기저기서 양푼, 꽹과리, 징, 북 울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저건 또 무슨 소린가?》

《집게다리》가 불안한 눈길을 가까이에 있는 구레나룻에게 던졌다.

《대동강물을 더럽혀놓은 네놈들이 급살을 맞게 해달라고 성안 백성들이 대동강 룡신님께 아뢰는 소리다!》

사실 그것은 구레나룻이 류선생을 모시러 간 사이에 피난을 가지 못한 성안의 로인들에게 미리 통고하여 꾸민 일이였다.

이때 갑자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밀려들더니 큰 비방울을 뿌리여 왜병들의 간이 바짝 오그라들게 하였다.

류선생은 왜병들에게 다음과 같은 전설까지 들려주어 그놈들의 간을 말리웠다.

이야기인즉 이러했다. … 옛날 한 부자놈이 제 집 머슴이 죽자 그를 대동강물에 처넣었는데 갑자기 대동강이 크게 머리를 쳐들고 뒤채기더니 푸른 물이 황토빛이 되여 넘쳐나 평양성은 물속에 잠기게 되였다. 사람들이 분노해서 그 부자놈의 목을 쳤는데 대동강은 그다음에야 도로 청청한 물로 되였다는것이다.…

《그건 다 허튼 소리다. 저 늙다리의 말은 요설이다. 우리를 눌러놓자는게다. 저놈의 목을 치라.》

왜병들속에서 한자가 이렇게 소래기를 지르며 칼을 빼들고 달려나왔다. 이때 허우대가 큰 왜병이 그자의 멱살을 꽉 틀어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여, 강신님이 정말 노하는걸 보자구 그래? 입을 다물고 가만 있어.》

곽쟁이같은 거센 손아귀에 든 왜병은 눈깔을 희번득거리며 꺽꺽 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어버렸다.

《강신님을 알아보지 못한 저희들을 용서해주소이다.》

《집게다리》는 당장에 노성이 터져나올것만 같은 류선생에게 두손을 합장해보이며 아뢰였다.

《안된다, 이놈들!》

류선생은 멱살잡히운 놈을 한참 지켜보다가 낮으나 준엄한 어조로 추상같이 꾸짖었다.

《네놈들은 남의 집에 뛰여든 날강도무리인즉 한놈도 살아돌아가지 못할것이니 그리 알아라!》

류선생은 획 돌아서더니 물지게군들사이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어어 저런… 이렇게 가시면 우린…》

류선생이 두루마기자락을 털며 자리를 뜬 다음에도 《집게다리》를 위시로 한 왜병들은 혼이 빠진듯 눈알을 희번득거리며 굳어져있었다.

 

3

 

다음날 이른새벽, 동이 트기 전 륙손이가 숨이 턱에 닿게 중화의병대로 달려온데는 사연이 있었다. 그는 평양8장사를 중심으로 하는 평양수복의병대에 있다가 요즘은 김응서방어사를 도와 성안을 넘나들며 계월향이가 장악하고있는 왜군의 동태를 알아내는 일을 하고있었다.

밤중에 성을 넘어 모란이를 만나 대동강 물지게군들이 들고일어난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김응서에게 상세히 아뢰인 다음 이렇게 청을 올렸다.

《그 구시라라는 원쑤놈이 래일 아침 어랑산성으로 간다니 제 서진성으로 가서 그놈을 잡아죽여 아버지의 원쑤를 갚게 해주소이다.》

《음, 그러니 서진성으로 돌아가겠단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고난 김응서는 방어영 참모 박억에게 묻는듯한 눈길을 던졌다.

《이 륙손이의 청을 받아주는것이 좋을듯 하오이다.》

이렇게 되여 륙손이는 중화의병대에 다시 돌아온것이다.

륙손이는 주로 모란이를 통해서 계월향이와 련계를 가지고있었다.

모란은 김명립이네 집에 거처하고있었는데 그 집은 이전에 변상갑을 비롯한 왜인들의 밀정소굴이였다. 김명립의 집은 왜인들의 소굴이였던 인연으로 하여 비교적 다른 집들보다 안전했다. 등잔불밑이 어둡다고 왜장 소서비를 가까이하고있는 계월향의 몸종이 드나들어도 의심을 적게 받았다.

륙손을 통해 전후사연을 들은 림중량의병장은 구시라가 기여드는 길목으로 황바위 혼자만 보내기로 결심하였다.

황바위의 손으로 륙손이 아버지의 원쑤를 갚으면 륙손이는 물론 황봉이도 가슴속에 맺힌 원한이 어느정도 풀릴것이다. 더우기 아직은 적들의 속심을 모르는 조건에서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오히려 랑패를 볼수 있었던것이다.

이튿날 아침녘이였다.

북대봉차돌멩이구럭을 가뜬히 멘 사나이가 평양성쪽 길목을 지켜보고있었다. 그는 아직 얼굴 한번 보지 못한 큰아버지의 원쑤를 갚자고 나선 황바위였다.

황바위의 서글서글한 두눈에서는 불이 황황 일었는데 그옆에는 몸이 우람찬 한 사나이가 서있었다. 꽃골의 표창대원 노마였다. 몸이 우람차고 얼굴이 얼금얼금한 노마는 왜놈들에게 안해와 아들을 다 빼앗긴 30대의 사나이였다.

평양길목에 들어서자 황바위는 노마에게 적정을 잘 살피라고 일렀다.

어느덧 해가 하늘중천에까지 떠올랐을무렵이였다.

평양성쪽에서 투구갑옷차림으로 말탄 놈 하나가 10여명의 조총수들과 칼 빼든자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투구갑옷차림은 바로 구시라였다.

구시라가 《먼산바라보기눈》으로 앞을 바라보는데 졸병들속에서 누군가 공포에 젖은 목소리로 웨쳤다.

《저기〈푸른갑옷〉이 서있다!》

양무대에 가까와지자 조총쥔 놈들이 총에 불심지를 다느라 주춤거렸다.

순간 잉― 소리를 내며 차돌멩이가 날았다. 그러자 손목이 부러진 왜놈이 악― 하고 소리치며 꼬꾸라졌다. 나머지 놈들이 덴겁하여 산지사방으로 꽁지를 빼자 말우에 올라있던 구시라가 《칙쇼―》하고 소래기를 치며 칼을 빼들고 황바위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황바위의 차돌멩이가 먼저 날아들어 칼을 추켜든 놈의 바른손목을 끊어놓았다. 칼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놈은 말잔등에 엎어지는데 또 한개의 차돌멩이가 날아들어 구시라놈이 탄 말의 앞정갱이를 분질러놓았다.

구시라는 지붕우에서 호박 떨어지듯 쿵― 하고 땅바닥에 떨어져 딩굴었다. 원체 악종인 구시라는 왼쪽 성한 팔로 땅에 곤두박혀있는 칼을 다시 집어들었지만 번개같이 날아든 황바위의 돌멩이에 그 칼마저 허리가 두동강나고말았다.

《칙쇼!》

악에 받친 구시라가 이렇게 부르짖으며 둔덕진 앞쪽을 바라보았건만 《푸른갑옷》은 온데간데 없다.

《이놈, 어디 있느냐, 썩 나서라!》

놈은 그래도 속은 살았다고 큰소리를 쳐댔다. 허나 양무대쪽에서는 조용했다.

한동안 패배감에 씩씩거리던 구시라는 피로 물든 갑옷을 벗어던지고 걸음아 날 살려라 어랑산성쪽으로 내빼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노마가 황바위의 어깨를 흔들었다.

《여보시 황바위, 왜 저놈을 그냥 살려보내우?》

《어랑산성에 기여드는 두목놈의 하나인데 저렇게 만들어보내는것이 죽여버리는것보다 낫지요.》

《옳거니, 어쩌면 그리 신통하우.…》

노마는 큰것을 발견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노마는 의병들에게 신이 나서 말했다.

《나는 오늘 북대봉호랑이의 신묘한 돌팔매솜씨를 보았네. 그리고 그 왜장놈을 죽이지 않은 그의 큰 궁냥도 알고…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멀었어.》

중화고을 어랑산성왜군의 기강을 바로세워보겠다고 갑옷을 갖추고 나오던 구시라가 바로 평양관문앞에서 《푸른갑옷》의 차돌멩이를 맞고 피를 흘리며 어랑산성으로 도망쳤다는 소식은 살아남은 왜병들에 의하여 삽시에 평양성안팎에 쫙 퍼졌다.

《과시 북대봉호랑이로다. 장할시고…》

《조선의 차돌멩이를 맞고 조막손이 된 왜장놈이 이제 왼쪽팔로 칼을 아무리 높이 빼들고 고아댄들 그 말이 졸개들앞에서 날이 설가?》

《바로 그걸 노린게 아니갔소.》

《어랑산성에서 구시라값이 개값이 되였지. 하하하…》

한편 왜군지휘부인 대동문루에서는 고니시 유끼나가(소서행장)가 우거지상통이 되여 측근부하들을 무섭게 쏘아보고있었다.

항상 무사다운 몸가짐을 자랑하던 왜군 서북군 선봉장 고니시 유끼나가의 대충 처걷어올린 좀마개(왜상투)의 머리칼이 흘러내려 귀박죽을 덮고있었고 짙은 눈섭밑의 하얀 얼굴은 요 며칠사이에 혈색이 싹 빠져 푸른빛이 돌았다.

언제나 제 등뒤에 반드시 세워놓던 금병풍은 모로 자빠져 구겨박히고 양주병들이 박살이 나서 마루바닥이 지저분했다. 그가 그리도 소중히 다루던 철선(쇠부채)도 쫙 펴진채 거꾸로 처박혀있었다.

지금 고니시는 생각할수록 부아통이 터졌다.

이 나라 남해관문인 부산 동래성을 허물어버린 다음부터는 무인지경을 지나듯 경성을 거쳐 평양에까지 기세충천해서 입성한 그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국의 곳곳에서 백성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칼과 창, 돌멩이, 쇠스랑 등으로 조총으로 무장을 한 저희들을 답새겼다.

물먹은 담벽이라고 여겼던 조선관군이 인차 정신을 차리고 곳곳에서 저들의 북행길을 막아나서게 된것은 바로 그 의병들의 맹활약때문이였다.

그 의병이라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장수도 군사도 아닌 백성들이였고 의병장은 거의나가 다 부패혼란된 조정을 멀리하고 향촌에 묻혀있던 뜻있는 애국지사들이라는데 고니시는 놀랐다.

고니시의 머리를 제일 아프게 한것은 림중량이라는 선비가 거느리고 평양성 남쪽관문인 중화고을 서진성에 웅거해있는 의병대였다.

그들은 경성과 평양사이의 길목을 가로타고앉아 중화고을의 어랑산성에 있는 왜군 3천명을 개떡주무르듯 하면서 평양성의 뒤덜미를 꽉 누르고있었다.

그 림중량은 국난이 닥쳐올것을 예견하고 젊은 장재(장수감)들을 수많이 길러냈고 지금은 2천여명의 의병들을 거느린 청산대호같은 사람이였다.

장력이 뛰여나고 의병전술이 기묘해서 서진성의 림중량은 평양성안의 한다하는 제편 장수들도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존재였다.

며칠전 싸움에서 패하고 내처 대동문을 빠져 경성으로 뛰려다가 발목을 잡힌것도 그 서진성안의 의병대때문이였다.

헌데 오늘 또 어랑산성으로 나가던 구시라일행이 서진성안의 의병대의 《푸른갑옷》한테 처참하게 얻어맞고 개코망신을 당한것이다.

자기들이 가지고있는 조총으로도 당해내지 못하는 신묘한 차돌멩이질을 무슨 신의 조화처럼 여기는 수하장졸들이 《푸른갑옷》이라는 말만 들어도 혼맹이가 빠져 벌벌 떨고있는것이 더 골치거리였다.

여기까지 생각하고난 고니시는 갑자기 칼자루를 바닥에 쾅 박으며 악청을 내뱉았다.

《듣거라, 하루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고 날뛰는 그놈을 당장 잡아들여라!》

측근부하들은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해서 서로 마주보며 눈알만 데룩거렸다.

《돌팔매질 잘한다는 중화의병대의 그 애숭이녀석말이다. 그따위 녀석한테 〈푸른갑옷〉이라는 말을 붙이는것부터가 기분나쁜 일이다. 그놈의 손목부터 분질러놔야 우리 군사들의 사기를 올리고 서진성의병들의 기를 꺾어놓을수 있다. 그다음에 서진성을 짓뭉개버리고 우리가 빠져나갈 길을 열어야 한다.》

고니시는 곧 평양성에 있는 병력중에서 3천명의 군사를 더 떼내여 중화의 어랑산성에 보충해주어 서진성을 타고앉을 계략을 꾸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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