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16 장

푸른 갑옷

1

 

기찰대정 위서방이 가져온 김응서장군의 지시는 며칠후인 8월 1일 관군의 평양성공격전투가 있으니 의병대에서도 동시에 힘을 합쳐 앞뒤로 치게 하자는것인데 놈들의 서울길목을 끊으라는것이였다. 그리고 놈들이 중화 어랑산성에 3 000명군사를 내보내게 되니 중화의병대의 임무가 크다는것이였다. 그리고 며칠전 중화의병대의 푸른 갑옷을 입은 젊은 장수가 평양성안에 나타나 차돌멩이질로 성안을 벌컥 뒤집어놨다는데 그런 용감한 인재를 그렇게 자의적으로 행동시키지 말고 이번 싸움에서 한몫을 단단히 맡게 하라는 부탁도 첨부되여있었다.

편지를 전달하고난 기찰대정은 부산고개에 있던 김응서장군이 지금은 평양성밑 서재골로 바싹 옮겨왔다고 하면서 성안의 왜놈들은 한달나마 소금을 못먹어서 다 서리맞은 시라지꼴인데 사기들이 뚝 떨어져서 이번에 잘만 하면 우리가 평양성을 타고앉을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재미나는 이야기나 하지요. 그 게구마라는 털보가 그때 서진성에서 혼쌀이 나서 그후로는 〈인간도처유청산〉도 쑥 들어갔댔는데 북대봉호랑이가 평양성안에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날밤 이불을 들쓰고 학질앓는 놈처럼 떨었다던지…》라고 했다.

《와하하하.》

《자네 어떻게 그런것까지 속속들이 알았나?》

손로인이 묻자 위서방은 《제가 기찰대정이 아닙니까. 소금을 조금만 가지고 〈낚시질〉을 해두 왜놈들이 평양성안의 별의별 소식을 다 가지고 덥석덥석 물립니다. 하하하.》하고 웃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모두들 허리를 그러안고 웃었다.

《그런 왜놈들가운데는 왜국에서 제일 크고 오래된 호류지라는 절간근방에서 석공노릇을 하다가 끌려온자도 있는데 그는 그 호류지란 절은 벌써 먼 옛날에 조선사람이 와서 지어준 절이라고 하면서 이런 나라를 치러 온것은 의리를 모르는 놈들이라고 저 우두머리놈들을 욕질하고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고향에 늙은 어머니가 있지만 경성골에서 소금을 안내놓고 국난앞에 장하게 죽은 이 나라 어머니처럼 그렇게 죽지는 못할거라고도 했습니다.》

《음, 왜놈가운데도 그런걸 아는 놈도 있구만.》

《있지요.》 하더니 위서방도 주머니속에서 왜병들이 피우는 담배와 그것을 피우는 자그마한 곰방대까지 내보이였다. 《우리는 이런자들을 통해 왜놈이 평양성안에서 멸살당할 날이 멀지 않았으니 병졸들에게 항복하자고 타이르라고 말해주지요.》

《진짜 자네야말로 우리 의병대 기찰대정감일세.》

사람들은 왜놈을 낚는 그의 능숙한 솜씨를 진정으로 칭찬했다.

기찰대정이 떠난 다음 황바위는 큰 보따리 하나를 안고 급히 의병장군막으로 들어와서 《제가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기찰대정이 가지고왔다는 소식을 듣고보니 의병장님께 급히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 왔소이다.》 하더니 보따리를 의병장앞에 내놓았다. 그 보따리를 풀어본 의병장은 범의 가죽과 족자들, 청자기 그리고 벼루와 먹, 종이와 붓, 특히 중화군수도장이 찍힌 붉은 화전지를 보며 놀랐다.

《이것은 어떻게 된것이냐?》

《예, 이것은 변상갑이란 왜놈이…》 하고 그것을 빼앗아낸 자초지종과 그놈을 의병장이 꼭 써먹을데가 있을것 같아서 죽이지 않고 끌고왔다는 이야기를 세세히 했다.

의병장은 감탄과 놀라와하는 얼굴로 이윽토록 황바위를 바라보았다.

(그들형제가 그 철천지원쑤놈을 용케도 죽이지 않고 내앞으로 끌고왔구나.)

뒤짐을 지고 군막안을 거닐며 생각에 잠긴 림중량의 가슴은 뜨거웠다.

처벌을 받고도 큰일을 위하여 마음을 쓰는 황바위가 껴안아주고싶도록 기특했다.

《바위야, 나랑 그놈에게로 가자. 그걸 가지구…》

무엇을 생각했는지 의병장은 군막문을 열고나섰다.

 

성안 한구석 움막속에 왜놈은 자갈을 물고 팔을 묶이운채 갇히워있었다.

의병들과 성안백성들은 황바위가 왜놈을 잡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왁왁 고아댔지만 혼란을 막기 위하여, 또 놈에게서 비밀자료를 빼내기 위해 황바위는 그놈을 은밀하게 가둬두게 했던것이다.

의병장이 움막안으로 들어서자 입에 자갈을 문 변상갑이는 의병장을 알아보고 눈굽에 잔주름을 지으며 자못 반갑다는듯이 고개까지 끄덕이였다.

평소에 몇번 만났던 일이 있었던것이다. 살아날 가망이라도 생긴듯한 얼굴이다.

그놈의 입에서 자갈을 벗기고 묶어놓은것을 풀어놓자 놈은 엉금엉금 기여와 《억울하외다. 제가 그래, 왜놈이란 말입니까.》하고 의병장의 옷자락에 매달렸다.

그러면서 《저를 백성들앞에 내세워주시오이다. 그들이 내가 왜놈이 아니라는걸 말해줄것이오이다.》 하고 우는 소리를 했다.

그 말에 의병장은 검을 쑥 빼들었다. 두눈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이였다.

《이 간악하고 요사스러운 놈아, 조선의병의 칼이 어떻게 날이 서있는지 네 아느냐?》

추상같은 그 호령에 놈은 오싹 온몸을 움츠리는데 의병장의 지시에 따라 황바위가 움막으로 들어오더니 그놈의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래도 네놈이 왜놈이 아니란 말이냐?》

황바위의 부릅뜬 눈길에 눌려 놈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그러나 놈은 끝까지 교활했다.

《그 그것은 양덕 조참봉의것이온데…》

더는 참을수 없는듯 황바위가 차돌멩이를 꺼내들며 《의병장님! 제 저놈을 단매에…》 하고 차돌멩이를 높이 추켜들었다.

《아― 아―》

겁에 질린 놈은 뒤걸음질을 치며 손을 싹싹 비비였다.

《가만―》

의병장은 황바위를 제지시켜놓고 엄엄한 목소리로 왜놈에게 말했다.

《긴말 할게 없다. 그 붉은 종이에 내가 부르는것을 써라.》

이리하여 수십년간 이 땅에 기여들어 온갖 렴탐행위를 다해오던 변상갑은 의병장이 부르는것을 받아쓰지 않을수 없었다.

 

― 소금과 천을 쌓아놓은 곳: 중화동 북쪽 30리 꽃골마을

― 수량: 소금 100섬, 천 80통

― 운반해갈 시간: 8월 2일 새벽(시간을 어기지 말것.) 변상갑

또 한장에는

― 소금과 천 모아둔 곳: 중화고을 동쪽 60리 룡마을골짜기

― 수량: 소금 150섬, 천 110통

― 운반해갈 시간: 8월 2일 새벽(시간을 어기지 말것.)

― 앞으로 계속 물자를 보내겠음. 변상갑

 

글을 다 쓰고난 변상갑은 얼혼이 나가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놈의 글씨를 건사한 의병장은 보초병에게 움막을 더 잘 지키라고 당부하고 그곳을 떠나 서설봉에게로 갔다.

림중량은 서설봉에게 그 글을 손에 넣게 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황바위형제의 예지와 의기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서설봉은 그 글쪽지를 읽어보고 몹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평양성에서 왜군들을 유인해다가 꽃골과 룡마을골짜기에서 요정을 내자는것이군. 아주 신통한 계책이요. 그렇게 되면 적의 력량이 분산되니까 관군이 평양수복전투를 하는데서도 도움을 주게 될거요.》

서설봉은 흰머리를 끄덕이고는 꽃골과 룡마을골짜기중에서 한곳은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요청했다.

《아니, 무슨 말씀을… 제아무리 무재한들 80고령의 선생님에게 그런 일을 맡긴다면 그것은 우리 후손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올시다.》

《아니야, 내 혈전으로 일생을 보냈거니 이 국난앞에서 어찌 나이타령을 하겠나. 내 소원일세.》

림중량은 가슴이 뿌듯해지며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심중한것들이 그의 가슴속에 갈마들고있었다. 림중량은 문득 생각이 난듯 전포소매속에서 록용뿔 하나를 꺼내더니 《제 선생님 병환을 생각하여 멀리 사람을 보내서 구해온건데…》 하고 그것을 서설봉앞에 두손으로 받쳐 내놓았다.

서설봉은 기쁜 얼굴로 그것을 쓸어보더니 《고마우이, 그러나 우리 이것을 잘 건사해두었다가 국적을 몰아낸 다음 화엄산 그 연비정에서 크게 웃으며 우리 서로 나눠먹지 않겠나.》하고 말했다.

《예?》

오늘따라 더 쾌활해지려고 애쓰는 서설봉을 우러르는 림중량의 목젖은 따가왔다.

그날 저녁무렵 의병장의 부름을 받고 황바위와 칠성이가 의병장군막으로 들어왔을 때 뜻밖에도 한대걸의병장이 와있었다.

풍파많은 세월속에 희여진 한서방의 흰머리로 하여 의병장의 말을 듣고서야 그를 알아본 억대우같은 두 젊은 의병이 《형님!》, 《아저씨!》 하고 그 품에 와락 안길 때 《오냐, 오냐.》 하며 그들을 량팔로 그러안은 한대걸의 목소리도 꺽꺽 막혔다.

많기도 한 인생살이의 험난한 산과 강을 넘어 만난 세사람이여서 한동안 부둥켜안고 어깨만 들먹이는 그들이였다.

《자, 그만들 해라.》

한대걸은 그들의 넓은 어깨들을 쓸어주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내 다 알고있다. 꽃골에서 당한 참변도, 칠성이가 군수놈에게 당한 이야기도 다 알고있다. 황바위 네가 나를 대신해서 우리 삼촌어머님이랑 처자식까지 묻어주어서 고맙다.》

여기까지 말하고 아픈 마음을 새겨넘긴 그는 《…그리고 황바위, 네가 네 4촌동생을 만나 그와 함께 조참봉놈과 왜놈을 때려잡은 이야기도 우리 의병대에 입대한 양덕고을 장서방을 통하여 다 들었다. …또 북대봉 범골에 가서 황바위 늬아버지도 쌍가마도 만나구…》라고 말했다.

《예?》

두 젊은이의 눈들이 빛나는데 림중량의병장이 또 뜻밖의 말을 해줘서 그들의 눈은 더욱 커졌다.

《이 한대걸의병장이 우리 중화의병대를 도와서 그동안 큰일을 많이 해준줄을 너희들은 아직 모르고있겠지.》

성천서 의병에 입대한 한대걸은 귀양살이를 하던 전 도사(감사의 보좌관) 조호익의 의병대에 들어갔었는데 상원, 중화산줄기를 타고다니며 평양―서울로 다니는 왜놈들에게 불벼락을 안기다가 조호익이 노모관이 된 다음 한대걸의 사람됨을 알고 그를 중화고을 남쪽의 농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의병장을 시켰던것이다.

그런데 림중량의 요청으로 중화의병대의 본거지를 적들에게 로출시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한대걸은 주로 중화고을 동남쪽에서 중화의병대의 이름을 걸고 혼란작전을 해왔던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어랑산성에 집결될 왜군을 함께 칠 상론을 하기 위하여 림중량의 련락을 받고 왔던것이다.

특히 한대걸은 어릴적에 황바위가 큰아버지를 만나러 가겠다던 평양성안에 들어가서 억울하게 죽은 큰아버지 시체조차도 못보고 왔으니 이 원쑤를 어떻게 갚아야겠느냐고 가슴을 쳤다.

그러면서 두 젊은이에게 나라의 큰 복수를 위하여 크게 살자고 신신당부를 한 다음 긴급한 일이 있어 오늘은 그만 헤여지자고하며 떠나갔다.

림중량은 한대걸에게 과업을 주어 출발시킨 후 어랑산성으로 쓸어들 적들을 소멸할 작전토의에 들어갔다.

왜병들이 무리지어 어랑산성으로 몰려오고있었다.

놈들은 평양―경성길의 안전을 위해 어랑산성을 차지하는 한편 군사를 파견하여 소금과 천을 가져올 작정이였다.

《조심들 하라구. 윙하고 날아올 돌멩이말야.》

《총이 있고 칼이 있고 사무라이정신이 있는데 그까짓 돌멩이가 다 뭐야.》

놈들은 제놈들의 수가 많은것을 믿고 밀려들고있었다.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감히 밤에는 나다니지 못하는 놈들이였다.

그런데 그 대렬뒤쪽에 게구마가 끼워있었다.

평소에 아니꼽게 보던 그놈을 고니시는 평조신에게 맡기여 떠나보냈던것이다.

놈은 말갈기를 거머잡고 렴탐군이며 통역인 매부리코를 제옆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하고 잔뜩 옹송그리고 말우에서 말이 발굽만 헛디뎌도 움씰움씰 놀라고있었다. 꼭 그날밤 서진성으로 가던 심정이였다.

이때 양무대언덕바위뒤 푸른 숲속에서 붉은색 기발이 우로 번쩍 올라갔다.

적정을 살피던 서설봉이 올린 기발이였다.

그러자 산굽이에서 갑자기 70~80명의 의병들이 나타나 돌멩이질을 시작했다.

그때 돌멩이 하나가 게구마의 투구를 빗때리고 지나갔다. 게구마는 말우에서 겁에 질려 곤두박히며 《여, 매부리코 어데 있냐?》 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중화의병대 돌멩이다!》 하며 와―하고 내뛰는 놈들속에 섞이여 그놈은 먼저 뛰고말았다.

그런데 무데기돌멩이질로 몇놈의 왜군을 쓸어눕히고 게구마가 말을 버리고 내뛴 다음 돌팔매질군들은 바람처럼 사라지고말았다.

그바람에 놈들은 조총 몇방 울리다가 말았다.

그런데 아까 그 언덕에서 이번에는 노란 기발이 우로 높이 솟아올랐다.

흰수염을 날리며 중구난방인 왜군들을 바라보며 칠성이, 신욱이의 호위를 받는 서설봉이 두번째로 추켜든 기발이였다.

순간 이번에는 관군복차림을 한 의병장과 서일을 비롯한 창검대 30여명이 또 내달아 적의 대렬복판으로 돌입하여 허리를 끊으며 좌충우돌하는데 그들의 칼날이 번쩍일 때마다 왜놈모가지가 뗑강뗑강 떨어져 삽시에 30여명의 왜놈들이 무리죽음을 당했다. 그들의 몸놀림과 칼쓰는 솜씨가 번개같았다.

《조선관군이다!》

왜놈들속에서 이번엔 이런 겁질린 소리가 터지는데 벌써 창검대는 동쪽으로 쑥 빠졌다.

《과시 국난을 막아낼만한 검술들이로다.》

로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그런데 이때 왜군 조총대놈들이 기발든 서설봉을 보자 《저놈부터 쏘아라.》 하고 그에게 몰사격을 들이댔다. 그바람에 《억》소리를 치며 서설봉은 바위뒤에 쓰러졌다. 급히 그를 부둥켜안은 칠성이와 신욱에게 붉은 피로 물든 수염발을 떨며 서설봉은 《의병장에게 전하라. 내 보니 왜병이란 기가 죽은 놈들이 돼서 겁낼 존재가 아니라고, 나 죽은 후에 진중에 곡성을 내지 말며 내 손자에게 몽상을 입히지 말며 싸움이 끝날 때까지 나를 서진벌에 가장(가무덤)해다오. 그리고 의병장에게 〈푸른 갑옷전술〉을 부디 잘 쓰라고 전해다오.》 라는 마지막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온 서진성이 비분에 잠겼다. 림중량이 그의 시체앞에서 땅을 쳤다. 서일은 실신상태에 빠지고 황바위는 서설봉을 부여잡고 황소울음을 터치다가 유신검에게서 곡성을 내지 말라는 말을 듣고는 입술을 터지게 깨물었다. 유신검이 말없이 떨리는 손으로 시체를 거두는데 서설봉의 품속에서 다음과 같은 시 한수가 나왔다.

 

한생전 장검의 푸른 날을 세웠건만

슬프다 어언 늙어 왜적을 못치는가

서리서리 맺힌 원한 검속에 벼려안고

내 하늘 날아돌며 내 겨레 지키리라

 

《아, 장장세월 3대를 두고 위국충정을 웨치던 애국지사 끝까지 원쑤를 밟고서서 순국을 하셨구나!》

림중량은 다시 가슴을 치며 몸부림쳤다.

이번에는 서일이 남먼저 정신을 차리고 의병장을 위로했다.

《의병장님! 진중의 사기를 생각하십시오. 할아버님도 그것을 바라신게 아닙니까.》

《오냐, 네가 나보다 용타.》

이윽고 서설봉의 시신은 서진성밖 서쪽에 가장되고 손로인, 공로인, 윤초시를 비롯한 백성들의 보살핌속에 있었다. 서일은 할아버지의 검을 찼다.

그날밤 김응서장군의 지시를 받은 류성이, 위서방 등이 말을 타고 급히 달려왔다. 8월 1일 드디여 평양성수복전투가 시작된다는 긴급소식이였다.

이제 사흘이 남은것이다.

림중량은 김응서장군에게 놈들이 도망칠 때 큰 타격을 주겠다는것과 놈들의 소금전투를 파탄시키고 놈들을 각개분산시켜 큰 타격을 안김으로써 평양성수복전투에서 놈들의 뒤통수를 눌러놓겠다는 답서를 전하고 그밤으로 윤모사와 각 대정들, 핵심의병들을 모아놓고 전투방향을 설명해주었다.

그자리에는 서쪽일대에서 대원들의 전투준비를 시키고있던 윤린, 김억겸들도 와있었다.

림중량은 여럿을 둘러보며 신중한 얼굴로 말했다.

《평양성수복전투가 이제 곧 시작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지금까지 왜놈들에게 은밀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 말하지 않았던것을 다 말씀드리고 우리 의병대의 전투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상론을 해보자고 합니다.》

장내에는 긴장한 기운이 돌았다. 이 순간 림중량은 지금은 없는 서설봉의 긴 수염발이 눈앞에 얼른거렸다.

《먼저 말씀드릴것은 그간에 우리 백성들의 의기지심이 충천해서 이제는 우리 의병대가 거의 2 000명이 되였다는것을 알려드립니다.》

《아니?!》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서로 돌아보았다.

《놀라실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밀히 1 000명은 왜놈 모르게 서쪽바다가마을들에 주둔시키고 김억겸, 윤린이 이끌고 무술훈련을 하는 한편 야장간도 만들어서 칼과 창, 표창도 만들고 특히 낫을 비롯한 농쟁기들을 벼려왔습니다. 그리고 300명은 중화동쪽에서 출몰하여 중화의병대의 본거지가 석가산근방에 있는듯이 가장하며 한대걸의병부대에 합류하고있습니다. 왜놈이라고 우리 서진성에 의병이 있다는것을 모를리 있습니까. 그러나 실지로는 놈들과 맞서는 일이 별로 없고 동남쪽에 있는 한대걸의병대가 나다니는 어랑산성놈들, 서울에서 오는 놈들을 치고있어서 뻔히 알면서도 우리에게 덤벼들지 못하는것입니다.》

《그렇지.》

《그래서 일단 큰 싸움이 붙으면 세군데 의병들이 힘을 합치고 평양성전투와 합세해서 평양의 뒤통수를 쳐야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할 일은 어랑산성을 우리가 칠 때 서해안의병들은 밤을 리용해서 우리가 농사지은것을 백성들과 함께 감쪽같이 걷어들이는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몇군데에서 싸움을 벌리는것인데 3천명 적군과 정통으로 맞붙는것은 의병전술이 아닌것만큼 기발한 전술이 우리에게 필요한것입니다. 어떤거면 좋겠는지 의견들을 말씀해주십시오.》

대답이 없자 의병장은 말을 계속했다.

《우리의 대오는 비록 크지 않지만 결사의 각오를 안고 한사람같이 떨쳐나선다면 능히 승리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는 전술을 쓰는 한편 사방에서 매복전과 기습전을 벌리며 기만술책도 써야겠습니다. 그래서 놈들의 력량을 분산약화시키는 동시에 놈들이 정신을 못차리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앞으로의 싸움에서 필요한 훈련과 준비를 착실히 해온 최칠성의 창검대와 김호영의 표창대, 신욱의 사수대 그리고 적들을 유인할 기동대를 맡게 될 서일이들이 무비의 용감성을 떨치리라고 굳게 믿고있습니다.》

림중량이 말을 마치자 서일이 일어서서 자기 의견을 말했다.

《의병장님, 왜 이 중요한 싸움에서 황바위에게 한몫 맡기지 않습니까. 황바위로 말하면 온 의병대가 아는 인재가 아니옵니까. 비록 그가 의병대규률을 지키지 않아서 다른 의병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한것으로 책벌중에는 있지만 이런 때에 그런 인재를 쓰지 않으면 우리의 싸움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라가 인재를 잘못 써서 오늘 이 지경이 되였는데 우리 의병대에서까지 발목을 오래 묶어두어 인재를 버린다면…》

서일의 목소리는 갈렸다.

그뒤를 이어 칠성이, 호영이, 신욱이 그리고 손로인까지도 서일의 말을 지지해나섰다.

림중량의 가슴은 뜨거웠다. 고마왔다. 격정을 못이겨하는 황바위의 가슴은 후두두 뛰였다. 걷잡을수 없는 눈물이 두볼로 흘러내렸다.

한참동안이나 생각에 잠겼던 림중량은 마침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황바위, 어데 있는가?》

대오의 뒤쪽에서 나온 황바위가 한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황바위는 전우들의 진정과 숭고한 마음을 알겠느냐?》

황바위는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어깨를 들먹였다.

림중량은 두팔로 일으켜세운 황바위를 서일이의 옆에 세워주고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들의 요구가 정 그렇다면 황바위가 맡게 될 기동대를 따로 편성하도록 의논해보겠습니다. 모든 대오는 각기 자기의 소임에 따라 시급히 전투차비를 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의병대는 싸움을 앞두고 만단의 전투태세를 갖추어나갔고 황바위는 림중량을 따라 지휘처군막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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