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8 회)
제 15 장
륙손이 4 (2) 《참 형님은 장수로 자랐구려. 어쩌면 그렇게 돌멩이질을 잘 익혔수.》 륙손은 다시한번 감탄을 했다. 《익히고싶어서 익혔나. 원쑤놈들이 내 돌팔매질을 익혀줬지. 네가 대동강바닥 기는 재주도 뭐 배우고싶어서 배웠겠니. 그렇지만 그것 가지고
생리별, 죽은 리별로 해서 뚫린 우리의 가슴구멍을 어떻게 다 메꾸겠니. 우리뿐인가. 지금 온 겨레가 그런 원통한 일을 당하고있는데.》 그들이 변상갑을 끌고 멀리 서진벌이 바라보이는데까지 왔을 때 뜻밖에 칠성이가 쇠장대를 둘러메고 헐떡거리며 달려왔다. 《아니, 형님이?》 황바위가 놀래자 《다들 무사했구만.》하고 칠성이는 한시름 놓는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륙손이를 보고 반가와했다. 《자네가 륙손이로구만. 왜놈에게 아버지를…》 하고 그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두볼을 푸들쩍거리며 그의 손을 꽉 잡고 말을 못이었다. 자기 설음도 함께 북받쳐서이리라. 다음순간 변상갑이의 꼴을 쏘아보는 그의 두눈에서는 불이 일었다. 《저건 뭣하러 끌고가누.》 그는 놈에게 침을 탁 뱉았다. 륙손이는 칠성이에게서도 뜨거운 형제의 정을 느끼며 잠간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더니 황바위에게 상론조로 말했다. 《형, 난 아무래도 여기서 대성산 랑복동으로 가야겠수다.》 《뭐?》 《거기 의병대 8장사들이 모두 아버지와 나랑 가까운분들이였구 그때 아버지가 성벽을 넘겨준 의병은 무사했는지. 그게 아마 현수백이라는 젊은
물지게군이겠는데… 그리고 거기 의병들이 필시 가만히들 안있겠는데… 나야 형을 만났고 왜놈도 잡았으니 이번엔 거길 가보아야 도리가 옳을것 같수다.
중화의병장님께 잘 말씀해주시우.》 그의 의젓한 말에 황바위도 칠성이도 머리를 크게 끄덕이였다. 《그럼 형님들! 이담에 꼭 다시 만나자요. 자, 이 총은 형님이 빼앗은 총인데 가지구 가셔야죠.》하고 륙손이는 총을 내밀었다. 황바위는 비록 큰아버지는 못만났지만 그렇게 의젓하게 자란 사촌동생을 만난것이 눈물이 나도록 기뻐서 그가 멀어질 때까지 선자리에서 못떠났다. 다시 서진성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이윽토록 말없이 걷던 칠성이가 황바위를 돌아보며 무겁게 입을 뗐다. 《요새 의병장님 기상이 말이 아닐세.》 이 말에 쿵 황바위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니, 어데 편치 않으신가요?》 그러나 칠성은 대답이 없었다. 이때 앞쪽에서 설화마를 탄 서일이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황바위를 소리쳐 불렀다. 《바위야―》 서일이는 의병장과 서설봉의 령을 받고 급히 달려온것이였다. × × 그날 공로인은 사색이 되여 의병장군막으로 달려왔다. 황바위가 강바닥을 기여서 온 사촌동생을 만났다는 이야기와 큰아버지가 왜놈에게 목매달렸단
말을 듣고 원쑤를 갚겠다고 동생과 함께 대동강을 건너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의병장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렇게도 보고싶어하던 큰아버지가 있을지도 모르는 대동강건너 평양성을 한번 구경이나 시키려고 보낸노릇인데 일이 이렇게 되다니.
북대봉 룡소물속을 드나들던 황바위니까 대동강이야 건너갈수 있겠지만 그 득실거리는 왜군들속에서 그 성미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정신이 아찔해졌다. 강에서 돌아온 림중량은 급히 서설봉에게로 달려갔다. 서설봉도 알고있은듯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그녀석이 왜놈에게 목숨을 빼앗길 놈은 아니요. 그러나 그놈이 군률이 어떤것인지를 모르니 앞으로 의병장의 속을 태울게 걱정이요.》하고
말했다. 《벌써 의병들은 그를 천하대장부로 아는데 바로 그게 야단이올시다.》 《옳거니.》 아닌게아니라 사람들은 그들형제가 의병대의 첫 총까지 마련했다고 그 용감성을 극구 찬양하는터였다. 그날 밤이 새도록 서일이, 칠성이는 성안백성들과 함께 강변에 나가 기다렸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소식은 없었다. 의병들의 사기가 눈에 뜨이게 떨어졌다. 서설봉이 표창대에 나가 흰수염을 날리며 대원들을 고무했고 호영이 어머니도 표창대에 나가 《요즘
의병장님 얼굴이 말이 아닐세. 자네들 힘들을 내라구.》하고 애원을 하듯 했다. 밤늦게야 일을 끝내고 군막으로 돌아온 의병장의 밥을 가지고 갔던 호영이 어머니는 불심지가 사그라드는줄도 모르고 대동강쪽 군막을 제치고
바라보고 선 의병장을 보았던것이다. 기름불을 돋구는것을 돌아보는 의병장을 보고 호영이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요즘 거의 음식을 들지 않아 훌쭉해진 얼굴, 잠을 못자 충혈된 눈… 호영이 어머니는 그길로 표창대원들을 찾아갔던것이다. 바로 이런 때에 소금과 천을 략탈하려던 중화군수일당을 황바위형제가 수리암절간에 나타나서 때려눕히고 왜놈과 조참봉놈을 잡으려고 양덕쪽으로
쫓아갔다는 소식과 함께 그놈들이 쓴 방까지 가지고 군수의 군노, 군교들이 왔던것이다. 그래서 성안에는 다시 환성이 터졌다. 《과시 황대정이야말로 호랑이로다.》 또한 의병장을 모해하는 놈들의 방을 윤봉이가 읽을 때는 매국역적놈을 단죄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듯 했다. 《뭐라구, 백성들의 무덤까지 파서 김공량에게 바친 놈이 상중에 의거한 우리 의병장을 불효자라구?》 《왜놈 눈깔에 퍼붓자고 고추가루 한숟갈도 의병장님 찔개에두 못쳐드리는데 뭐 백성의것을 빼앗아 호의호식을 한다구?》 호영이 어머니는 가슴을 쳤고 군기고, 군량고를 다 털어갔다고 했을 때는 칠성이가 쇠장대를 추켜들고 나도 가서 그놈들을 쳐죽이겠다고 펄펄
뛰였다. 더우기 서진벌을 타고앉아 백성들이 지은 낟알을 다 털어먹는다고 했을 때 윤초시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죽일놈들! 내 그놈들 보란듯이
500석지기 이 서진벌땅을 란리가 끝날 때까지 몽땅 의병대에 바치겠소.》해서 사람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의병장을 잡으려고 방까지 써돌리려던 군수놈과 왜놈의 음모가 거꾸로 군중들의 준렬한 심판을 받고 격분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도 당장 어랑성의 왜놈을 칩시다!》하고 젊은 의병들이 들고일어나자 의병장은 침착하게 타일렀다. 《우리는 작은 불씨들이 모여서 큰 불길이 된 의병대입니다. 그러니 큰 불길의 힘으로 적을 쳐야지 작은 불씨만으로는 큰일을 못합니다. 그래서
의병대에는 적을 칠 전술이 있어야 하고 매개 의병들은 그 전술에 따라 움직이는 군률을 지킬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나서 의병장은 칠성이를 불러서 령을 주었다. 《너도 그쪽 지세를 잘 알고있으니 빨리 가서 황바위형제를 도와라. 그리고 잡아온다는 그 왜놈은 은밀한 곳에 단단히 가두어두어라.》 그 다음날엔 서설봉로인도 손자에게 일렀다. 《너도 말타고 빨리 떠나 그들을 도와라.》하고 그를 떠나보내고나서 자신이 서일의 창검대훈련을 맡아나섰다. × × 황바위일행이 의병장군막앞에 다달았을 때 사람들이 모여들어 《장하이, 황대정!》 《우리 중화의병대의 이름을 세상에 뜨르르하게 떨쳤으니 정말 장하이. 그런데 왜놈은 잡아서 어떻게 했나?》 《그 군수놈과 조참봉놈에게 죽음을 안기고 왜놈까지 산채로 잡아왔다니 자네야말로 진짜 호랑일세!》하고 칭찬들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황바위가 의병장군막에 들어섰을 때 의병장은 뜻밖에 군막이 쩌르렁 울리게 호령을 하였다. 난생처음 듣는 노한 목소리였다. 《그 돌멩이구럭을 내앞에 벗어놓아라.》 영문을 몰라하는 황바위에게 의병장의 불호령이 다시 내려졌다. 《내 말을 못들었느냐?》 황바위가 돌구럭을 의병장앞에 벗어놓았다. 《조꼬만 돌멩이질 재주를 믿고 네 감히…》 의병장의 목소리는 더욱 엄엄했다. 《어디 한번 저 사람들앞에서 말 좀 해봐라. 이 돌멩이구럭 하나면 왜놈들을 다 때려잡을수 있더냐?》 의병장은 큰숨을 한번 쉬고나더니 절절한 목소리로 그를 타일렀다. 《네가 그렇게도 만나보고싶어하던 큰아버지라는 사람을 내 잘안다. 원쑤를 치자고 북대봉바위돌들을 뭉그러놓으면서 돌팔매질을 장장세월 익힌것도…
왜놈을 미워하는 너의 그 불같은 마음도 모르는 내가 아니다. 네가 죽음을 무릅쓰고 평양성에 들어가 놈들을 치고 왜놈까지 잡아가지고온 그 슬기와
용맹, 군수의 인궤까지 안고온 그 공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군률이 의병대의 생명이라는것을 생각지 않고 자의대로 그런 모험을 하다니…
그 어떤 한사람의 용맹과 총명, 더우기 개인복수와 바꿀수 없는것이 의병대의 군률이라는것을 그렇게도 모르다니.… 군률을 모르는 장수감은 산중에서
뛰쳐나온 한마리의 호랑이에 지나지 않는 법이다. 네 지난날 너의 아버지가 자식을 잘못 가르쳤으니 아비를 종아리쳐달라고 내앞에 성천부사에게
발꿈치를 잘리운 발을 내대던 일을 벌써 잊었단 말이냐?》 림중량의 목소리는 더 엄엄해졌다. 《네 오늘부터 표창대정일을 호영이에게 맡겨라!》 그러더니 《아, 내가 너를 잘못보고 기다렸던가.》하고 긴 한숨을 쉬였다. 사람들은 숨소리 하나없이 서있었다. 《아저씨―》 황바위가 의병장앞에 엎드러져 그를 불렀다. 《네 그 호칭부터 고쳐라. 이 의병진중에서 나는 의병장이지 아저씨가 아니다.》 《여보슈, 의병장님!》 하고 호영이 어머니가 군막안으로 들어서려다가 너무나도 엄엄한 의병장에게 위압되여 도로 물러섰다. 《어서 일어나서 서설봉할아버님께 가서 사죄하여라.》 의병장은 이렇게 말하고나서 뚜벅뚜벅 군막을 나섰다. 기찰대정이 김응서장군의 긴급련락을 가지고왔던것이다. 황바위가 갔을 때 륙손이가 빼앗아메고 대동강바닥을 기여서 가져온 의병대의 그 첫 총을 옆에 놓고 불심지감을 만들고있던 서설봉은 한동안 말이
없이 황바위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의병장에게서 꾸중을 들었느냐?》 《예.》 이때 유신검이 죽그릇을 들고와서 서설봉에게 《이제는 황바위가 이렇게 돌아왔는데 무얼 좀 드셔야지요.》했다. 그 말에 황바위는 《할아버님―》하고 서설봉을 크게 부르며 그 무릎우에 엎드려 어깨를 들먹이였다. 서설봉은 그 어깨를 쓸어주며 말했다. 《네 용맹이 산을 옮긴다해도 군률을 모르면 의병으로서도 장수로서도 쓸모가 없느니라. 네 부디 애국의 넋이 뭉친 의병대에 금이 가지 않게
하여라. 의병장이 너를 꾸짖은것도 하나를 가르쳐 천, 백을 깨닫게 하려는 깊은 마음에서이라는것을 알겠느냐.》 《예. 할아버님, 제 아직도 그걸 모르고있었으니…》 황바위가 서설봉의 군막에서 나왔을 때 서일이, 칠성이, 신욱이들이 그를 뜨겁게 그러안아주었다. 황바위는 그길로 가서 호영표창대정의 표창대원들속에 섰다. 울먹이는 호영이의 표창던지기구령소리가 서진성에 울려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