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제 15 장

륙손이

3

 

비류강이 굽어보이는 산등성이에 다달은 황바위의 생각은 더 깊어졌다. 그는 륙손이옆으로 다가서서 손을 들어 련련히 뻗은 구름너머 산줄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양덕산줄기다. 그너머 가물거리는것이 북대봉산줄기구… 저속에 아버지가 계신다. 그 군수놈이 끊어놓은 다리를 절룩거리며 지팽이를 짚구.… 우리가 이렇게 만나 왜놈 잡으러 가는것을 아버지가 아신다면… 큰아버지가 그렇게도 악착하게 왜놈에게 죽음을 당한줄 아신다면…》

그 산발들을 향하여 륙손이는 몇번씩이나 발돋움을 했다. 양덕 200여리 길은 험준한 령길에도, 깊은 골짝과 비류강기슭에도 황바위의 인생행로의 원한과 잊지 못할 추억들이 스며있었다.

황바위는 발걸음을 다그치면서도 지금까지 아버지가 겪은 곡절많은 인생살이와 큰아버지를 만나려던 꿈이 깨여질 때 가슴아프던 이야기를 륙손에게 해주었다. 그 한마디한마디에 륙손은 함께 가슴을 쳤다. 물우에만 인간비극이 있는줄 알았던 륙손이는 형의 원통하고 참혹한 이야기를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걷잡지 못했다.

그들이 걸음을 다그쳐 양덕고을 가까운 고개마루에 올라섰을 때는 이른새벽이였다. 고을 맞은쪽 수덕고개가 나타났다. 황바위는 설레는 가슴을 걷잡을수 없었다.

이윽고 고래등같은 조참봉놈의 기와집을 가운데 둔 양덕고을이 나타났다.

《륙손아, 저 큰 기와집이 그 조참봉놈의 집이다. 바로 저 집에서 우리 어머니가 종살이를 했구 도망치려 했다고 이마에 불도장까지 찍혔단다.

그런 불쌍한 어머니를 업고 우리 아버지는 저 북대봉속으로 들어갔다. 륙손아, 우리 이 일을 잊지 말자.》

《잊다니요.》 륙손이는 주먹을 떨었다.

《그런데 그놈이 지금 집에 와있을가요?》

《글쎄, 우선 그것부터 알아봐야겠다.》

둘은 급히 고을거리로 내려갔다. 거리에서 황바위는 한 중년사나이에게 물었다.

《저, 말 좀 물읍시다. 조참봉이 지금 집에 있나요?》

그러자 그 사람은 황바위를 찬찬히 쳐다보더니 물었다.

《자네 몇해전에 이 양덕 장골목에서 조참봉네 도청지기를 때려눕히던 장수 아닌가?》하고 반가와했다.

그리고 총을 멘 륙손이를 보더니 《자네들 의병이 아닌가?》하고 벙실 웃었다.

장서방이라고 하는 그 사람은 《조참봉이 집에 있기는 한데.》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란리가 나기 전에 장사속으로 서울이요 부산이요 하면서 김공량의 끈까지 그러잡고 돌아치던 조참봉이 란리가 나자 집으로 돌아왔는데 사돈인 중화군수가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는 딸을 데리러 가더니 어떻게 된 노릇인지 의병대에 있다는 사람을 데리고 왔더군. 우리 작인들이랑 양덕고을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말이 〈지금 왜놈을 치는 의병대에 소금과 천이 부족하다. 이런 때 백성된 도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하더군.》

《어느 의병대라고 합데까?》

《중화의병대라고 했어. 그래서 사람들은 그 극악하던 놈도 나라에 큰일이 생기니 조선사람구실을 하는거라고들 했지. 그러면서 모두 있는것을 다 내서 의병들을 돕자고들 했다네. 그런데 마침 이틀전에 성천의병대에서 의병 한분이 의병을 모으러 와서 말하기를 지금 평양성안의 왜적들이 간을 못먹어서 환장이 되고 옷주제도 거지꼴이 되였는데 상원, 중화의병대랑 그밖의 의병들이 서울길을 막고있기때문에 더 녹아나고있다고 하면서 이런 틈을 타서 왜놈들과 역적놈들이 무슨 오그랑수를 쓸지도 모르니 눈들을 똑똑히 뜨고 봐야 한다고 하더란 말야.》

《그래서요?》

《그래서 조참봉과 의병대에서 왔다는 사람을 만나서 더 좀 자세히 알아보려구 어제밤에 10여명이 조참봉네 집으로 갔지. 그랬더니 술상을 차려놓고 조참봉과 한참 부어라 마셔라 하던 의병대에서 왔다는 사람이 화닥닥 놀라 일어났다가 다시 앉는데 그 뒤웅박대가리와 우묵한 눈이 어데선가 꼭 본것만 같아서 고개들을 기웃거렸지. 그러자 조참봉이 나서서 고래고래 소래기를 치더군.

〈이 도덕도 의리도 없는 놈들! 섬오랑캐가 들이닥쳐 우리 부모형제들이 무리죽음을 당하는데 아무리 산골무지렁이같은 놈들이라해도 이렇게 남의 집에 떼를 지어 내정돌입을 할수 있는가. 그까짓 소금말이나 천꼬투리따위가 다 뭐길래…〉하구말야. 그래서 그놈이 국난앞에서 사람이 달라진게 분명하구나 생각하고 그 집에서 나오구들 말았다네.》

《아저씨, 그놈 조참봉놈은 역적이구 같이 온 놈은 왜놈이야요.》

륙손이가 이렇게 소리치자 장서방이 깜짝 놀라고 어느새엔가 거리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황바위는 지체하고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조참봉네 집 솟을대문을 차고 들어갔다.

《누가 없소? 어서 나오시오!》

뜨락에 버티고 선 황바위가 대청이 울리게 소리쳤다.

안채에서 심복들과 쑥덕공론을 하고있던 조참봉이 바깥의 황바위를 알아본 순간 대경실색했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와서 호통질이냐, 응? 이 무엄한 놈!》

《역적놈의 가짜방을 내대고 소금과 천을 빼앗아다가 어느 놈에게 주자고 했는가? 묻는 말에 어서 대답이나 하오.》

황바위는 두주먹을 불끈 쥐고 한걸음 내짚었다.

조참봉은 황바위가 속내를 환히 꿰들고있는것 같아 간담이 서늘했으나 아닌보살하고 큰소리를 쳤다.

《네 이놈, 네놈이 우리 집에서 도망친 황봉의 아들놈이지? 여봐라, 저 도비놈의 새끼를 당장 잡아다 고간에 처넣어라!》

황바위는 조참봉의 령을 듣고 접어드는 심복 두놈을 단매에 쳐눕혔다.

《우리 어머니를 죽이고 아버지를 고생속에 살게 만든 원쑤놈을 보고도 그냥 둔다면 내 어찌 자식이라 하겠는가. 네놈은 우리 집안의 철천지원쑤이자 나라의 원쑤이다. 왜놈과 한짝이 되여 날치는 네놈이 무슨 조선사람이냐. 에잇, 짐승만도 못한 역적놈!》

어느새 차돌이 날아갔는지 조참봉은 이마빡을 싸쥐고 태질하더니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황바위는 해를 두고 쌓인 원한과 분노를 억제할수 없어 몇알의 차돌을 더 먹이였다. 대문밖에 모여섰던 사람들이 사태처럼 뜨락으로 쓸어들고 륙손이가 총가목으로 조참봉의 머리통을 조겨대려고 하는것을 황바위가 저지시키고 너부러진 조참봉에게 추궁했다.

《목숨이 아깝거든 바른대로 대라. 변가놈은 어디로 갔는가? 그놈이 조선사람행세를 하는 왜놈이라는걸 모르지 않겠지. 빨리 도망친 곳을 대지 못하겠는가.》

무섭게 따지고드는 황바위앞에서 조참봉은 피흐르는 낯짝을 조아리며 변상갑이 물자를 운반해갈 왜놈군대를 데리러 갔다고 실토했다. 그러자 분노가 폭발한 황바위가 놈을 향해 차돌멩이를 우박치듯 날렸고 너부러진 놈을 마을사람들이 미친개 때려잡듯 하였다.

황바위는 마을사람들에게 역적놈들의 속임수에 더는 속지 말라고 이르고는 륙손이를 데리고 변상갑을 추격했다.

양덕골안을 벗어난 황바위는 령마루에 이르러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북대봉을 향하여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원쑤를 갚았습니다. 이젠 어머니도 땅속에서 눈을 감으실겁니다. 자식으로서 마땅히 이 소식을 아버님께 알려야겠으나 찾아뵙지를 못합니다. 조선사람으로 둔갑해가지고 못된짓을 하는 변가놈을 잡기 위해 지체할수가 없어서 그럽니다. 아버지, 후날 말씀드리겠으니 그때까지 부디 몸성히 계십시오.》

황바위는 눈물을 닦고나서 벌떡 일어났다.

《형님,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가겠나요. 작은아버지 만나러 가자요. 작은아버지가 보고싶어요.》

륙손이가 간청하는데도 황바위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작은아버지도 리해하실게다. 병석에 계시면서도 나를 의병대로 떠나보낸 작은아버지이시다. 빨리 변가놈을 쫓아가자. 그놈이 평양에 닿기 전에 꼭 잡아내야 요정을 낼게 아니냐.》

황바위는 륙손이를 재촉하여 벼랑을 톺고 산속을 꿰질렀다. 지름길을 타자니까 별수없이 험한 길을 걷게 된것이다.

(내 기어이 아버지가 대준 왜놈중도 잡아서 복수하고야말테다.)

바로 이무렵 그의 아버지 황봉은 오늘도 북대봉 범골야장간에서 불에 달군 쇠를 두드려 표창을 만들고있었다.

쌍가마와 서일이의 색시는 땀을 흘리며 비탈밭 김을 매고있었다.

방도 한칸 더 늘궈서 오붓이 꾸려진 집뜨락에서는 서일이 할머니가 억만이를 업고 애호박이 주렁진 울바자의 호박넝쿨을 걷어올리고있었다. 아버지의 몽상, 어머니의 몽상들을 입은 손자며느리와 쌍가마를 말없이 뒤받침해주는 할머니였다.

황바위가 돌멩이를 들이치군 했다는 메돼지바위에다 짬짬이 돌팔매질련습을 하는 쌍가마, 그 매모진 마음이 헤아려져 어릴적부터 자기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단검던지기를 그에게 익혀주는 서일이 색시의 마음도 합쳐져 쌍가마의 단검던지기솜씨는 날을 따라 몰라보게 늘어났다.

 

4

(1)

 

오늘따라 하늘은 맑기도 했다. 련련히 뻗은 조국의 푸른 산발들이 씻은듯 맑은 하늘밑에 웅기중기 키를 솟구고있었다. 황바위형제는 풀밭에서 점심요기를 하고 길을 다그치는데 옥색도포에 테넓은 통영갓을 쓰고 지팽이를 든 선비 하나가 보따리를 지고 수림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선비는 점잖은 걸음으로 내려오며 시조를 읊었다.

 

까마귀 검다고 백로야 웃지 말아

 

그들에게 가까와지자 선비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물었다.

《여보게 젊은이들, 여기가 불개미고개가 맞는가?》

황바위가 대답했다.

《글쎄요. 저희들도 잘 모르겠소이다. 어데로 가시는지요?》

《중화의병대를 찾아가네. 나도 이 도포를 벗고 칼을 들러 가네. 보아하니 자네들도 의병같은데…》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륙손이가 갑자기 《변상갑이다! 왜놈이다!》하고 고함을 쳤다.

도포쟁이는 와뜰 놀라 뒤걸음질을 쳤다. 그의 두눈에 절망과 살기가 뒤엉켜 번쩍이였다.

《이놈들, 량반에게 이 무슨 무지막지한 소린고. 네놈들이 화적떼가 분명하구나.》

도포쟁이는 지팽이를 쾅쾅 구르며 위엄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황바위까지 《아, 저놈의 귀밑에 있는 저 쥐젖! 어릴 때 내가 성천고을에서 아버지랑 본 그 중놈이다!》하고 웨치는 바람에 놈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놈아! 우리 아버지를 대동문에 목매달게 한 이 원쑤놈아! 나를 여기서 만날줄은 몰랐지? 김명립이놈은 어데 갔느냐?》

륙손의 눈에서는 불이 펄펄 일었다.

변상갑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정말 김명립이네 집에 오던 그 물지게군을 여기서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던것이다.

더군다나 총까지 들고 그러면서도 (저놈이 조총에 불을 달기 전에 선손을 써야겠다.)하고 몸을 도사리던 그놈은 푸른 옷차림에 차돌멩이구럭을 멘 황바위를 보자 얼굴이 백지장처럼 되였다.

그 돌구럭을 보는 순간 그의 눈앞에 다까도비가 서진벌에서 푸른 옷 입은 중화의병의 돌멩이에 오금이 끊기운채 죽기내기로 평양성까지 기여와서 눈을 흡뜨고 《중화의병대에 북대봉호랑이가 있다.》는 마지막말을 남기고 뻐드러지던 광경이 다시 떠올랐다.

(그 무서운 놈을 여기서 만나다니.)

변상갑이는 달아빼려고 했으나 차돌멩이를 거머쥐고 저를 쏘아보는 황바위의 눈길에 눌리여 오금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저놈을…》

륙손이가 치를 떨며 총대를 거머쥐고 변상갑이에게로 달려들려고 했다. 그런데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황바위가 그를 말리며 소곤거렸다.

《저깐놈을 때려잡는건 힘들게 없는데 우리 저놈을 붙잡아서 알아낼것을 다 알아내구 보자.》

이것은 평소에 의병장이 원쑤를 칠줄도 알고 써먹을줄도 알아야한다던 그 말을 생각하고 한 말이였다.

그 말에 륙손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황바위가 《뛸 생각을 했다간 즉살탕을 먹일테니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함께 왔던 김명립이는 어데 있느냐?》하고 물었다.

그 말에 정신이 펄쩍 든 변상갑이는 (내가 지금 죽을 자리에 섰구나. 이 코흘리개 애새끼들앞에서 이꼴이 되여 서있다니…)하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얏!》 하며 지팽이자루를 쑥 뺐다.

그러자 시퍼런 칼날이 해빛에 번뜩였다. 놈은 뒤걸음을 쳐서 유리한 곳으로 올라서며 줴쳤다.

《너희들 코흘리개놈들의 돌멩이나 쏘지도 못할 총따위를 무서워할 내가 아니다. 김명립이나 조참봉을 찾아가기 전에 내 칼맛부터 보아라.》

이렇게 허세를 부리며 지껄여대는 그놈에게 황바위의 차돌멩이 하나가 획 날아갔다.

그러자 그놈이 갑자기 《억》소리를 치며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가리에 차돌멩이가 날아가 콱 박혔던것이다. 그러나 놈은 눈이 뒤집힌채 허우적거리면서도 칼을 짚고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칼은 짧고 돌멩이 날아가는 시간이 빠르다.

더우기 등뒤는 비류강낭떠러지이다. 두눈에 쌍불을 켜고 또 하나의 돌멩이를 쥐여드는 황바위를 보자 갑자기 그놈은 두무릎을 착 꿇더니 머리를 숙이고 두손을 싹싹 비벼대며 반벙어리소리를 했다.

《제발, 제발 목숨만…》

과연 듣던 말대로 거센체 하면서도 비굴한것이 왜놈이였다.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황바위는 군수인궤를 안고나왔던 관노할아버지가 말한 그 화살에 꽂아 어랑산성에 보낼 붉은 쪽지편지를 생각하고 《이리 내려오너라!》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놈이 우물거리자 황바위는 다시 소리쳤다.

《머리를 들라!》

왜놈이 머리를 드는 순간 윙하고 황바위의 끈달린 돌멩이가 날아가 그놈의 목에 칭칭 감기며 놈을 주르르 끌어내려왔다.

《형, 이놈을 죽여놓고 봅세다.》

륙손이가 더 참을수 없어하는것을 황바위가 제지시켜놓고 왜놈의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그속에는 호랑이가죽이 한장, 산수화와 글씨족자, 고려청자기 등이 들어있었다.

《더러운 도적놈! 이놈아, 그래 이것말고 양덕, 성천백성들의 소금과 천을 얼마나 빼앗으려 들었느냐. 네놈들이 감히…》

황바위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그래, 네놈들을 주려구 우리 백성들이 아껴둔 소금인줄 알았더냐?》

《우리 부모형제들을 죽여달라구 오리오리 짠 무명필인줄 알았더냐?》

우박치듯 하는 단죄의 목소리들에 놈은 모가지를 움츠렸다. 황바위가 보따리속에서 종이와 붓, 벼루와 먹 그리고 중화군수의 관인이 찍힌 붉은 종이뭉테기들을 꺼내들며 격분으로 손을 떨었다.

《죽일놈같으니… 이 종이에 내가 부르는대로 글을 써라. 안쓰면 당장 네 대가리를 묵사발내고말테다.》

그놈은 아가리에 돌멩이자갈을 문채 우묵한 눈에 살기웃음을 지으며 황바위를 바라보았다.

《목숨만, 목숨만…》

《말을 잘 들으면 생각해보겠다. 우선 우리가 부르는대루 써라!》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황바위는 륙손의 귀전에 입을 대고 《저놈을 끌고 의병장님에게로 가자구. 의병장님이 저놈을 크게 써먹을수 있을것 같네.》

하고 말하는데 갑자기 변상갑이가 숲속으로 후닥닥 내뛰기 시작했다.

황바위가 와뜰 놀라는 사이에 놈은 우거진 숲속으로 재빨리 자취를 감췄다. 숲속이 되여서 돌멩이도 맥을 출수가 없었다.

《저 원쑤놈을 놓치다니…》

륙손이는 너무 아쉬워 발을 동동 굴렀다.

변상갑이는 도포와 갓을 벗어내치고 뛰다가 슬그머니 언덕배기우로 빠졌다.

이때 갑자기 《이놈아!》하고 쩌르릉 산판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산타기에 익숙한 황바위는 그놈이 빠질 구멍을 알고있었던것이다.

변상갑이가 얼결에 뒤를 돌아보니 바위우에 우뚝 선 황바위가 두눈을 부릅뜬채 차돌멩이를 그러쥐고 서있었다.

(아, 이제는 다로구나.)

변상갑의 눈앞에 노란 불찌가 도는 순간 《이 왜놈아!》하는 황바위의 고함소리가 마치 호랑이울음소리같은데 그가 힘껏 던진 돌멩이에 그놈의 한쪽정갱이가 꺾어지고 놈은 입에 거품을 물며 비비적거렸다.

《아버지! 아버지를 목매단 왜놈을 잡았어요.》

륙손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멀리 평양하늘로 퍼져갔다.

《아버지―》

천만심정이 담긴 황바위의 목소리는 북대봉을 향하여 메아리쳐갔다.

장장세월 남의 나라를 렴탐질해오던 로회한 원쑤는 이렇게 원한으로 굳어진 애젊은 의병 황바위의 차돌멩이에 잡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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