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2 회)
제 13 장
《중화의병대에 북대봉호랑이가 있다》 2 (2) 서진성안 의병들과 백성들의 사기는 충천하였다. 《우리 의병장님은 왜놈들을 공기돌 가지고 놀듯 하는 천하명장이지요.》 《그래서 우리 황대정도 돌멩이 한개 안던지고도 왜놈들이 골통을 싸쥐고 도망치게 했지. 하하하.》 《그러니 이제 우리가 진짜 돌멩이맛을 한번 보일 때는 어떻게 될가?…》 《이제 표창까지 날려보내는 날엔 하하.》 손로인이 감탄하며 말했다. 《우리 의병장님 군사쓰시는 법이 정말 신기하오. 옛날 우리네 명장들도 다 그랬다우.》 젊은이들이 그 말을 받았다. 《우리는 신이 나게 징, 북, 꽹과리만 치고도 이긴셈이지요. 그러구보면 왜놈 무서울게 하나도 없쇠다.》 《그러니 이번 첫 싸움을 마련하노라 우리 의병장님이 밤잠인들 언제 주무셨겠나. …내 자식도 이런 의병장님밑에서 싸웠드라면…》 공로인의 말을 사람들은 무심히 듣지 않았다. 새벽에 의병장은 첫 싸움을 결속지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는 그 목적과 방도를 뚜렷이 대주고 결속지을 때는 의병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그
우결함을 명확히 가르고 새 지혜를 모으는것, 이것은 림중량의병장의 값높은 품성과 작풍이였다. 이 새벽 림중량의병장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번 싸움은 서설봉선생의 전술로 이긴 첫 싸움입니다.》 《아니, 그 로환중에서도… 과시 서설봉선생이로다.》 누구인가의 감탄의 말소리가 들렸다. 《형님!》 황바위는 격동된 심정으로 서일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이번 싸움에서 손로인님과 공로인님의 공도 큽니다.》 하고 림중량이 더 밝게 웃었다. 모두들 무슨 소린가 하고 두 로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왜놈렴탐군이 와서 농사일을 거들어주는체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볼 때 그놈을 수상하게 본 두 로인님은 의병대에서 시킨대로 서진성의병대라는게
말이 의병대지 변변한 병쟁기 하나없이 농사군 몇십명이 모여서 괭이, 쇠스랑따위나 들고 괜히 윽윽거리고있다고 했다나요. 하하하!》 《하하하, 그것 참 잘들 하셨쉐다.》 유쾌한 웃음들이 터졌다. 《더우기 잘한것은 차돌멩이질 잘하는 푸른 갑옷입은 북대봉장수총각이 꽃골마을에 기여들었던 털보놈의 골통을 꼭 깨놓겠다고 윽윽 벼르고있다는
말을 그놈의 귀에 잔뜩 불어넣어 보낸것입니다.》 《거 그럴듯하게들 하셨쇠다.》 《그래서 저 황대정의 돌멩이는 아직 구럭속에 있는데 그놈들은 홰불만 보고도 그렇게 기겁을 해서 뛰였댔구만.》 《털보놈은 금방 차돌멩이에 제 골통이 묵사발이 나는줄 알았겠지. 하하하.》 《어떻게 그런 묘한 생각들을 다 하셨습니까?》 황바위가 두 로인에게 물었다. 《그건 우리가 한 일이 아닐세. 다 의병장님이 시킨거지. 예로부터 명장은 칼을 쓰기 전에 북을 잘 치는 법이라고 했는데 우리 의병장님은
바로 그런분일세. 내 말뜻을 알겠나?》 공로인이 이렇게 말하자 손로인도 한마디 했다. 《그런 일이 왜놈잡는데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그놈들을 가지고 떡주무르듯 하겠네. 알고보니 왜놈들이란 머리가 잘 돌지 않는 놈들이더군.…》 두 로인이 사기가 나서 하는 말에 즐거운 웃음들이 더 커졌는데 림중량은 하던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황바위대정이 내놓은 전술대로 함정을 많이 판것은 아주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전술이 어떻게 나왔는고 하니 그것은
황대정이 북대봉에서 메돼지를 몰아잡을 때 쓰던 함정전술입니다. 그 전술에 어제밤 두놈이 빠졌습니다.》 《아니, 왜놈을 메돼지잡듯 하다니요. 호호호.》 왜놈에 대해서 이제까지 겁을 먹고있던 아낙네들까지도 통쾌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번에 거둔 성과에서 제일 큰 성과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여 힘을 합치고 지혜롭게 싸운것입니다.》 《옳은 말씀이오이다. 그래서 왜놈들은 우리 의병들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채 넋을 잃고 뛰였습지요. 나는 이번 싸움에서 전술이라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똑똑히 알았소이다. 그런 기묘한 전술로 우리 관군이 평소에 군사를 이끌었더라면…》 한 봉수군의 진정이 담긴 말이였다. 자기 마음을 대신해서 말하는듯한 그의 말에 황바위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다시한번 의병장을 존경과 믿음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일이가 의병장에게 물었다. 《어제밤 패말을 보고 왜적이 나타났을 때 단 한점의 불빛으로 어둠속에서 적을 떨게 하고 가지가 많이 돋친 나무가지들에 홰불을 달아 량손에
갈라쥐고 넓은 들판 사방에 우리 의병들이 굉장히 많은것처럼 보이게 하여 왜적이 뛰게 한 전술은 알만 하오이다. 그리고 함정을 판것과 북과 징,
꽹과리로 놈들을 놀라게 한것도 알만 하오이다. 그런데 꽃골총각 호영이에게 퉁소를 불게 할줄은 정말 몰랐댔소이다. 그게 바로 〈허즉실이요 실즉허〉라는
전술이 아니오이까?》 《과시 서설봉선생의 손자다운 물음이로다. 그렇다. 어제밤에 왜병우두머리놈이 만약 그 전법을 알고있었던들 우리 전술에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끌려들지는 않았을것이다. 지금 왜놈들은 허장성세는 하고있지만 그놈들은 남의 땅에 기여든 도적고양이같은 놈들이다. 그래서 항상 발이 저리고 마음이
불안해하는 놈들이지. 때문에 몇자루의 홰불앞에서도 한곡조의 퉁소나 징, 꽹과리앞에서도 그렇게 기겁을 해서 뛴것이다. 어제밤 싸움은 바로 그놈들의
그런 약점을 써먹은것이다.》 서일과 의병들, 백성들은 의병장에게서 새로운 감명을 받아안았다. 이바람에 퉁소를 분 호영이의 입이 벙실해졌다. 꽃피는 봄날 뒤산에서 꽃방망이를 나무짐에 꽂아놓고 불던 퉁소가 이렇게 란리판에서 잘
써먹힐줄은 미처 몰랐던것이다. 의병장은 함정에 빠진 놈들에게서 빼앗은 왜검 두자루를 추켜들고 말했다. 《자, 보시오. 우리 의병대는 첫 싸움에서 벌써 왜놈이 넋을 잃게 했고 그 두놈을 잡았으며 이렇게 왜검도 빼앗았습니다. 앞으로는 왜놈의
조총도 빼앗아서 우리 의병대에 조총대도 만듭시다.》 《꼭 그렇게 하겠소이다.》 의병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그런데 누가 총을 다뤄봤소?》 의병장의 물음에 고서방이 나섰다. 《제가 화포를 좀 다뤄봤소이다.》 《보시오, 우리들가운데에는 별별 재간군들이 다 있소.》 림중량은 기뻤다. 《좋구만. 그럼 앞으로 꼭 조총대를 만듭시다. 그때 고서방이 맡아서 사람들을 키우시오. 그러나 절대로 우리 의병대에 조총대가 있다는 말이
새여나가거나 또 그 조총으로 왜놈을 잡겠다구 일찍부터 서둘러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소. 알겠소?》 《알겠소이다. 힘을 키워가지고 불시에 치자는것이겠습지요?》 《그렇소. 그래서 황대정이 말한대로 우리에게 표창이 있다는것도 아직은 왜놈들이 모르게 해야겠소.》 고서방은 희색이 만면했다. 림중량은 유신검에게 말했다. 《조총알이야 우리 손으로도 만들수 있지 않나?》 《얼마든지 만들수 있소이다. 서설봉선생께서 화약도 만들고계시는데요.》 《고맙소, 유서방.》 그를 보는 림중량의 얼굴에는 감개무량한 빛이 흘렀다. 공로인이 손로인을 보며 말했다. 《우리 농산대도 저 서진벌에 오곡을 시누렇게 익혀놓읍세.》 모두의 얼굴에 활기가 넘쳤다. 림중량은 근엄한 얼굴로 그들을 둘러보고나서 말했다. 《여러분, 우리는 첫 싸움에서 성공을 했다고 해서 잠시도 마음을 늦춰서는 안됩니다. 이제 왜놈들은 반드시 앙갚음을 하려 크게
덤벼들것입니다. 저 우리옆의 중화고을도 이제 더 많은 놈들이 밀려와 진을 칠겝니다. 그놈들이라고 왜 생각이 없겠습니까?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의병전술로 그놈들을 계속 쳐서 평양성안에 있는 놈들까지도 발편잠을 못자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옳소이다.》 새 결의에 찬 의병들의 머리우 맑게 개인 하늘에는 아침해살을 받은 《의》자기발이 힘차게 나붓기고있었다. 림중량은 기찰대정 위서방을 부르더니 김응서장군부대로 가서 류성이를 찾아 함께 장군을 찾아뵙고 이곳 형편을 보고하고 성안의 적정과 앞으로의
관군의 전투방향을 받아가지고 오라고 했다. 림중량은 의병들과 성안의 백성들을 데리고 동쪽 성문밖으로 나갔다. 느티나무에 꽁꽁 묶어매놓은 왜병 두놈을 창검대원이 지키고있었다. 어제밤 함정에 빠진 다까도비와 텁석부리놈이였다. 텁석부리놈은 겁에 질려
얼굴이 새파래져있다가 의병들을 보자 죄지은 사형수가 칼받을 때처럼 대가리를 푹 숙이고 아예 눈을 딱 감고말았다. 그런데 그옆에 묶이워있는 대추나무방망이처럼 단단하게 생긴 다까도비란 놈은 독이 잔뜩 오른 눈으로 의병들을 쏘아보았다. 밸이 불끈 뒤틀린 황바위가 불이 펄펄 이는 눈으로 림중량에게 말했다. 《아저씨, 제 저 왜놈에게 꼭 물어볼 말이 있소이다.》 림중량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물어보라는 승낙이였다. 황바위가 다까도비앞으로 다가서며 따지듯 물었다. 《이놈아, 어디 한번 대답해보아라. 우리는 너희 나라에 돌멩이 하나 던진게 없는데 네놈들은 무슨 명분으로 먼 바다를 건너서까지 남의 나라에
기여들어 짐승같은짓을 하느냐?》 이것은 전체 의병들, 백성들의 마음이며 온 겨레의 물음이기도 했다. 《이놈아, 어디 한번 대답해봐라!》 의병들과 백성들은 격분에 차 웨치며 발을 굴렀다. 그러자 놈은 독기어린 두눈을 디룩거렸다. 아마 저도 할 말이 있는데 말을 몰라 안타까와하는 모양이였다. 의병장의 지시로 그놈과 서일의 필담이 시작되였다. 서일은 우선 그놈에게 황바위의 질문을 써보이였다. 그러자 그놈은 풀린 손으로 제꺽 붓을
들고 삐뚤삐뚤 글씨를 그렸다. 《우리를 원망할건 없다. 강한자는 약한자를 먹기마련이다. 너희들도 힘이 있거든 우리를 먹으려 우리 땅으로 건너오너라.》 《뭐라구?》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과연 오랑캐놈이로다.》 《저놈은 살려둬선 안될 놈이다. 물어보기나새나 당장 목을 쳐갈깁시다.》 의병들이 윽윽했다. 황바위가 또 물었다. 《그래, 우리를 먹을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그놈은 《천하무적인 우리 20만대군을 빈손인 너희들이 당해낼수 있는가? 너희들의 얕은 수에 걸려서 내가 함정에 빠지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 혼자서라도 네놈들 100놈쯤은 죽일수 있다.》라고 쓰고는 입에 거품을 물고 무어라 지껄였다. 손로인이 참을수 없는듯 고함을 쳤다. 《수천리 남의 나라 땅에 건너와서 생면부지 우리 백성들을 죽일 때 손이 떨리지 않더냐?》 《야마도다마시(왜놈의 넋)를 지닌 우리 사무라이들의 칼은 떨리는 법이 없다.》 황바위는 억이 막혔다. 이때 공로인이 나서며 《과시 오랑캐답군. 오랑캐가 아니구서야 이럴수가 있는가? 의병장님! 그 칼로 아들의 원쑤를 이 애비가 갚게
해주사이다. 아니, 조선백성의 원쑤를…》하고 의병장앞으로 다가가서 흰 수염을 부들거렸다. 《저놈들의 목을 당장 칩시다.》 의병들과 백성들이 일시에 고함을 쳤다. 대가리를 늘어뜨리고있던 텁석부리가 그 소리에 번쩍 머리를 들다가 엄습해오는 황바위의 이글거리는 눈길과 두손에 거머쥔 차돌멩이를 보고는
《앗, 푸른 갑옷!》하며 숯불우에 주저앉은 놈처럼 화닥닥 뛰쳐나가다 다시 풀썩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다까도비가 묶이운것을 끊고 냅다 뛰기 시작한것이다. 원래 사무라이놈들은 큰 칼과 작은 칼을
차고다니는데 글씨를 쓰느라고 풀린 손으로 숨겨두었던 작은 칼을 써서 바줄을 날쌔게 썰고 뛰였던것이다. 과연 독종이였다. 그놈은 잠간사이에
서진벌을 가로질러 멀리 달아났다. 의병장이 상반신을 일으키며 황바위를 의미있게 바라보았다. 《념려마십시오. 제놈이 우리 땅에서 몇발자국이나 뛰는가 좀 보고있던 참입니다.》 그러더니 황바위는 천천히 차돌멩이를 재운 무명끈을 거머쥐고 비호처럼 그놈을 따라 내달리면서 휘휘 두르다가 그놈을 향하여 후리쳤다. 죽기내기로 뛰던 다까도비가 서진벌 한복판에 푹 꼬꾸라졌다. 《와!》 함성이 터졌다. 그러나 황바위는 그놈을 내버려둔채 가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순령수 막동이와 석전대원들이 달려가려고 하자 그는 그들을 말리면서 말했다. 《가만 놔두라구. 그놈의 한쪽다리 오금팽이를 끊어놨소. 놈이 하두 희떠운 소리를 치길래…》 《아니야. 아주 죽여버려야 해.》 의병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걱정들 마시우. 살아나진 못할겁니다.》 림중량은 황바위의 행동에 동의를 표시해주며 머리를 여러번 끄덕이였다. 《아, 이런 때 군수놈을 끌어다가 이 황바위앞에 세워놨으면 좋겠다.》 칠성이의 말이였다. 이날 벌렁벌렁 기여서 죽기내기로 대동강을 헤염쳐 건늰 다까도비가 수구문턱에 다달은것은 해질무렵이였다. 다까도비와 같이 용맹이 뛰여난 사무라이가 서진성으로 쳐들어갔으니 그가 어김없이 잠뱅이같은 의병들을 쓸어눕히고 아이놈의 목과 함께 소금짐을
지고올것이라고 고니시에게 주절대던 게구마는 들것에 실려온 다까도비를 보자 화닥닥 놀라 일어섰다. 다까도비는 가까스로 눈을 뜨더니 게구마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니시에게 《중화의병대에 푸른 갑옷입은 호랑이가 있소.… 거기엔 가지…
마오.…》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고니시가 쾅하고 책상을 쳤다. 팔삭둥이 게구마를 믿었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 아까운 사무라이만 죽인것이 절통했던것이다. 삽시에 이 소문은 왜군속에 퍼졌다. 《중화의병대에 푸른 갑옷입은 호랑이가 있단다.》 《날고뛰는 다까도비상도 오금팽이가 끊어졌는데 우리가 그 게구마상 따라갔다가 골통 안깨진게 천만다행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