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제 12 장

평양성에 갇히운 이리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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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때 말에서 떨어진 놈은 말다리를 치고 튕기는 돌멩이에 왼쪽무릎을 맞고 너부러졌다가 정신을 차리고보니 조총수놈들과 제 패거리들이 몽땅 뛰고 없었다. 더럭 겁이 나서 벌떡 일어서려고 했지만 무릎뼈가 삐여져나와서 풀썩 도로 주저앉았던것이다.

그러자 그 무서운 돌멩이가 당장 또 날아들것만 같아 사색이 되였다.

(이럴바에야 야마도사무라이의 기개를 보여 이 땅의 백성놈들앞에서 수치를 면했다는 말이나 듣자.)하고 제집 가문이 박힌 웃소매를 걷어올렸다.

사무라이들이 흔히 하는대로 제 배때기를 갈라서 왜국사무라이의 기상을 보이자는 생각이였다.

그는 칼날을 쑥 빼들었다.

대체로 왜국사무라이들이 배를 가르는데는 악종다운 세가지 급수가 있었다. 그 첫째 급수는 열십자로 제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서 차곡차곡 옆에 쌓아놓는것이고 둘째 급수는 그저 열십자로만 째는것이고 세번째는 쿡 찌르고 죽는것이다.

그런데 그자는 그 세번째에도 속하지 못하는듯 칼끝을 거꾸로 잡고 부들부들 떨고만있는데 자빠졌던 말새끼가 버드럭거리며 발로 그 칼을 탁 차는 바람에 칼을 배때기에 쿡 꽂고 길바닥에 꼬꾸라졌던것이다.

그후 지나가던 왜적들이 그 시체를 가지고 왔는데 그때 게구마는 장한 부하를 두었노라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과시 기꾸찌가 남아답다. 조선백성놈들앞에서 야마도사무라이의 기상을 보여주고 수치스러운 죽음을 면했구나.》

수천리 물을 건너와서 조선백성의 차돌멩이를 맞고 길바닥에 쓰러져 까마귀떼에게 파먹히운 졸개, 그것도 말새끼 발길질의 도움을 받고서야 죽은 졸개, 그놈의 사람됨을 알고 진짜수치를 아는 놈이라면 그런 팔삭둥이소리는 하지 않았을것이다.

하여간 이 일로 해서 푸른 옷 입은 중화땅 총각의 돌멩이가 무섭다는것과 꽃골앞 길바닥에서 죽은 놈의 이야기는 왜군속에 쫙 퍼져서 웃음거리가 되고 게구마는 더더욱 왜군들가운데서도 어리광대취급을 당하게 되였던것이다.

그런데 형편이 이런 때에조차 조는지 마는지 눈을 감고 합장을 하고 앉은 겐소를 보자 고니시의 가슴속에 불뭉치가 불끈 치밀어올랐다.

(그러니까 저 중놈이 조선땅에 와서 10여년동안 저 검은 장삼속에 걷어넣어가지고 왔던것이란 조선의 텅 비여있는 군영과 진포, 허물어진 산성과 길, 강, 산줄기들의 그림따위였구나. 그리고 있으나마나했던 그 《제승방략》이란것과 기껏해서 벼슬아치들이 멱살들이를 하는 당파싸움따위였구나. 그러구보면 제일 중요한것, 불로도 끌수 없고 칼로도 굽힐수 없는 조선백성들의 그 넋은 손톱만큼도 보지 못한 놈이 아닌가. 그 덕에 일국의 선봉장인 이 고니시가…)

고니시는 오장륙부가 꿈틀거렸다. 그러나 대장된 체면을 생각해서 애써 불끈거리는것을 겨우 누르며 부하들에게 령을 주었다.

《앞으로 서울길을 지키며 중화의병대를 치기 위하여 3 000군의 병졸들을 중화고을 어랑산성으로 보내겠다. 그 총책임은 다히라장군이 지시오. 그리고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군사들을 불러일으키며 우선 소금을 얻기 위해 저 보통문, 칠성문을 열고 쳐나가서 일이 잘되는 경우에는 아예 의주까지 밀고올라가야겠다. 그 선봉임무는 소서비장군이 맡으시오.》

이 말에 기절초풍을 하다싶이 한것은 다히라였고 《좋수다.》하고 칼자루를 탁 친것은 소서비였다.

그런데 부하들이 모두 헤쳐간 다음 겐소가 고니시에게로 왔다.

그는 고니시의 속심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는듯 《소승이 일생에 돌이킬수 없는 큰 실책을 했다는것을 오늘 깊이 깨달았소이다.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끌수 없는 조선백성의 불같은 애국의 넋을 보지 못했으니 제 무슨 인생의 령혼을 론하는 중이라 하오리까.》하고는 합장을 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고니시가 쓰다달다 말을 하지 않자 겐소는 조용히 합장을 한채 문루를 내려갔다.

그뒤로 변상갑이가 들어왔다.

《어떻게 왔느냐?》

《도노! 몰라서 물으시나이까?》

《그래, 조선의병들을 그렇게 내세우고 소서비를 그렇게 업어넘긴 진속은 뭐냐?》

그러자 변상갑은 되물었다.

《그럼 도노께서도 제가 오늘 군사정세를 너무 과장해서 말한것으로 생각하시나이까? 소서비님처럼…》

《아니다. 실지는 그보다 더 할수도 있지.》

《알겠소이다. 과시 장군은 명장이시오이다. 그럼 저는 물러가겠소이다.》

이것은 제놈의 수완을 고니시앞에서 다시한번 과시해보자는 속심과 함께 지금 형편에서 북진을 한다거나 조선의 군사, 의병들과 정면충돌을 하다가는 녹아날테니 잘 생각해서 하라는 암시였다.

고니시는 언제 봐야 그놈의 총명이 귀신도 깔고앉을 놈만 같아서 나가려는 그를 불러세웠다.

변상갑은 돌아서서 고니시의 얼굴을 지켜봤다. 고니시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그에게 물었다.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는데 그게 뭣이겠느냐?》

그 말에 변상갑이 제꺽 대답을 했다.

《소금입지요.》

《음…》

《서울길마저 막힌다면 우리 군사들은 간을 못먹은 낮도깨비가 되고 겨울에는 벌거벗은 밤도깨비들이 될것이외다. 평양의 겨울이 참 무섭소이다. 그러니 천과 소금이…》하고 조심히 말을 비쳤다.

《그런데 전후좌우로 길이 다 막혔거든.…》

고니시는 그런 일을 한낱 렴탐군과 토의하는것이 대장체면이 깎이우는 일이 돼서 갑자르며 말문을 연것인데 변상갑은 그런걸 가지고 뭘 그렇게 낑낑거리고있느냐는듯이 단마디로 희떠운 소리를 했다.

《그거야 뭐 어려울게 있소이까? 소금을 꼭 서쪽 바다쪽에서나 서울길로만 실어들여야 한다는 법이 없지 않소이까? 장군의 총명으로 다 알아하실바이지만 그 소임을 제게 맡기신다면 다 도리가 있소이다.》

고니시의 속심을 꿰뚫어보는 변상갑은 이 자고자대병환자를 한껏 추슬러올려서 제 몫을 늘궈놓으려고 마음먹었다.

《도노께서도 아시다싶이 이 평양성으로 말하면 고구려의 도읍지로서 예로부터 용장과 맹졸들이 웅거해서 위세를 떨친 곳이 아니오이까.》

《그렇지.》

《더우기 이 평안도사람들의 기질은 숲속에서 맹호가 뛰여나오는 기상이라고 하옵니다. 그러니 그들이 더 큰소리를 치며 언제 뛰여나올지 모르는 오늘의 형편에 맞게 이 철옹성안에서 큰 앞날을 도모할수 있는 명장은 우리 9진중에 오직 장군뿐인가 하옵니다.》

변상갑의 너스레에 얼굴이 간지러워난 고니시는 《대책이나 어서 말하라.》하고 나비수염을 쓸었다.

《예, 예. 다 알고계시는 일이옵지만 자고로 남의 땅에 들어선 군사가 아무리 커도 길잡이하는 놈 없이는 그 땅을 타고앉지 못하는 법이 아니오이까?》

《그렇지. 그런데 이 나라엔 우리를 보고 뛰는 놈은 있어도 무릎을 꿇는 놈은 없구나.》

《그래서 오래동안 제가 길들인 놈을 지금 성안에 붙잡아두고있는데…》

《그게 어떤 놈이냐?》

《예, 도망쳐 숨어있는 중화군수 김요립의 사촌동생인 김명립이라는 큰 장사군올시다.》

《그래서?》

《그놈은 원래 탐욕스러운 놈이 돼서 시시한 벼슬보다 큰 장사를 하던 놈인데… 그놈을 숨어있는 김요립에게 보내서 그놈을 시켜 조선군사들이 쓸것이라고 백성들을 잘 구슬려대게 하면 그 연줄을 타고 여러 고을의 소금과 천들을 다 긁어모아들일수 있소이다.》

《거참, 신통한 생각이로군.》

고니시는 무릎을 철썩 칠번 했다. 근심과 걱정이란 끈덕지고 초조한것이다.

고니시는 그 사슬에서 당장 풀려라도 나는듯 큰숨이 나가는것 같았다.

《그런데 그자를 혼자 보낼수는 없구… 누굴 따라보내면 좋겠는가?》

《제가 데리구 갔다오겠소이다. 그 중화군수는 저와 여러해전 성천땅에서부터 련계가 좀 있는 놈이올시다.》

《그런가. 아, 내 이제야 발편잠을 자겠군.》

고니시의 창백한 얼굴에 홍조가 스쳤다.

《그런데 몇가지 말씀드릴것은…》

《말하라!》

《도노께서도 잘 아시다싶이 이 평양성에서 그곳들까지는 2백~3백리가 넘는 곳도 있고 조선의병들이 사방에 득실거리기때문에 이건 목숨걸고 하는 노릇이올시다.》

변상갑은 제 공로의 몫을 이렇게 슬그머니 내비쳤다.

《알겠다. 념려말아. 성공만 하면 그자들에게도 평양감사, 병수사자리 다 주겠다고 해라. 그리고 너는 관백님께 내 힘껏…》

왜적들은 《관백》의 큰 도장이 시뻘겋게 찍힌 각종 조선관직의 임명장들을 옻칠한 큰 궤짝에 잔뜩 넣어가지고 왔지만 지금까지 그것을 탐내는 조선사람이 없기때문에 대동강 물지게군들에게 나눠줄수도 없고 해서 휴지쪽처럼 되여있었던것이다. 고니시는 기분이 좋아서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구. 그것을 위하여 지금 당장 필요한것이나 무엇이냐?》

《예, 우선 중화의 어랑산성에 믿음직한 장수와 군사 수천명을 내보내여 든든히 틀고앉게 하는것인데 그건 오늘 분부를 내리신게고… 그래서 조선백성놈들을 내몰아 걷어들이는것들을 모두 거기로 모아들이도록 잘…》

《알겠다.》

고니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것을 《저 한가지만 더…》 하고 변상갑이는 그를 도로 앉게 하였다.

《이 일은 저와 도노께서만 알고…》

《그야 더 말할게 있나.》

《그런데 김명립을 데리고 가면 게구마상이 알게 될것이구… 해서 그의 숙소를 옮기는 일과 중화군수를 만나서 할 방도는 다 제가 맡아하겠소이다. 그런데 어랑산성 방위대장 다히라상에게 붉은 화전지에 쓴 제 필적과 군수도장을 명심해두라고 도노께서 미리 말해두시면 좋겠소이다.》

《좋다! 알겠다.》

이날밤 고니시는 대동관에서 술판을 벌렸다. 변상갑의 정세보고에서 침울해진 수급졸개들을 구슬려주고 오래간만에 소금문제 기타에 일루의 전망이 보이는 이때 제 마음도 전환시켜보기 위해서였다.

술판이 시작되자 소서비가 화주를 큰 놋주발로 들이키고나서 돼지다리를 칼로 찍어 우적우적 씹으면서 변상갑에게 물었다.

《그래, 그 김응서라는자의 호걸풍은 어떻던고?》

그것은 아까 마음속에 깔아둔것이 있어 하는 말인 동시에 자기가 데리고 이자리에 온 평양명기 계월향이앞에서 제 위신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김응서라는 말에 계월향은 귀를 도사렸다. 가슴이 활랑거리였다.

비록 천한 몸이지만 자기를 인간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던 김응서였다.

이놈들이 평양성에 들어오기 전에 조방장이 되여 마지막리별을 한 후 오매불망 가슴속에 뜨겁고 근엄하게 간직되여있는 청년장군이다.

《장군만이야 하오리까마는 평양성 서쪽 수만명 조선군사를 거느린 김응서장군의 호걸풍도 그리 허술히 볼바가 아닙니다.》

(…평양서쪽? 수만명 조선군사? 아, 응서나으리…)

월향의 가슴은 뛰였다. 울고싶도록 기뻤다.

계월향은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버선코에 눈길을 주고있었다.

이 순간 몇달전에 모란봉 을밀대앞 잔디밭에서 답청놀이(초여름 새잎 돋을 때의 놀이)를 하면서 기울어진 국운을 두고 가슴을 치며 국난이 닥쳐올 땐 생사를 같이하자고 맹세를 다지던 평양10장사(8장사와 함께 김응서, 장이덕을 합친)들이 부르던 노래들과 그 풍류스런 기상들이 못견디게 그리웠다.

강대한 기상과 피가 용솟던 그 노래들과 검무, 단소며 생황소리, 그것을 이 피비린 야수들의것과 비기랴. 산악도 떠옮길 기상과 용맹을 겸비한 청년장군 김응서가 불같은 숨결을 내뿜으며 긴칼 짚고서서 격조높이 시조 한수를 읊을 때 그 모란봉 솔바람소리가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계월향의 마음속깊이에 간직된 흠모의 정을 놓치지 않고 살뜰히도 애무해주던 김응서… 스물두살 계월향이 꽃나이에 한창 피던 사랑의 꽃송이… 그러기에 서리발을 끼얹은 이 오랑캐놈들에게 붙잡혀있는 통분함으로 하여 계월향의 가슴이 옥죄이는데 고니시가―인간도처 유청산―을 부르며 검무를 추는 게구마를 가리키며 계월향을 마주보았다.

《계월향이, 너는 평양명기라는데 저〈인간도처 유청산〉의 글뜻을 아는가?》하고 물었다.

화장도 몸차림도 안했건만 타고난 미모와 고상한 품위로 하여 살풍경한 방안의 이목을 끌던 계월향이 또렷하고 다기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저 시의 뜻을 말씀드리면

 

사나이 뜻을 품고 고향땅을 떠나거니

그 뜻을 못이룰진대 돌아오지 않으리라

어찌 뼈를 묻은 무덤의 땅을 기약하랴

인간 이르는 곳마다에 청산이 있도다

 

라는것이옵니다. 그런데 저 장군이 외우는것은 그 마지막구절이올시다.》

방안의 눈길이 게구마에게 쏠리고 웃음들이 터졌다.

겐소가 눈을 뜨더니 계월향의 아래우를 훑어보고나서 눈을 감았다.

게구마는 얼굴이 백지장이 됐는지 홍당무가 됐는지 털때문에 알수는 없었지만 넋이 나간 놈처럼 칼을 든채 계월향을 쏘아보았다.

《거 월향이! 평양의 이름난 곳의 이야기도 좀 해주라구.》

이번에는 소서비가 입을 헤 벌리며 하는 말이였다.

그러자 자부에 넘친 월향이의 랑랑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예, 아뢰겠소이다. 평양성안팎에 절승경개 많사오나 지금 장군들이 성밖엘 못나가는 형편에서 성안의 몇곳만 이야기해드리겠소이다.

을밀대의 봄맞이, 부벽루의 달구경, 영명사의 중만나기, 애련당 비소리듣기 그리고 관서8경의 하나인 련광정오르기 등은 다 평양의 멋과 맛이 곁들어진 풍류스런 일들이올시다.》

갑자기 게구마가 칼자루를 탁 치며 소리쳤다.

《뭐, 우리가 평양성밖에 못나간다구? 네 이년, 그렇게 아는게 많구 건방진 년이니 어디 네 노래 한번 들어보자.》

계월향은 말없이 거문고를 그러안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김응서와 헤여질 때 마지막으로 들려주었고 김응서가 자기치마폭에 써준 시조였다.

노래소리는 피를 토하는듯 그 목소리는 절절했고 이 세상 그 무엇인가 높은것을 향하여 나래쳐오르려는 기백이 거문고줄우에서 높뛰였다.

 

때아닌 눈서리 금수강산을 뒤덮어도

락락장송이 나를 지켜보오나니

광풍에 계수꽃 떨어진들

님향한 향기조차 잃을리야

 

이것은 평양성을 붙안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선녀성의 기개였다.

그리고 자기의 성을 계수꽃에 비기여 어떤 광풍속에서도 지조를 변치 않을 철석같은 결의이며 신념의 노래였다.

광풍에 계수꽃 떨어진들

님향한 향기조차 잃을리야

 

하는 마지막구절을 부르짖듯 하는 노래소리와 함께 계월향은 거문고 여섯줄을 잡아끊었다.

《앗!》

그의 손가락들에서는 피가 흘렀다.

장내는 술렁이고 겐소는 다시 눈을 뜨는데 고니시의 시동아이가 큰 패말을 안고 들어와서 《도노! 이런것이 영제교근처의 대동강가에 박혀있었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죽고싶은 왜놈들은 오늘밤에 중화땅 서진성으로 오라!

중화의병대―

 

새하얀 큰 패말에 씌여진 굵은 먹글씨였다.

그밑에는 서진성으로 오는 길과 《꽃골서 내 차돌멩이에 살아난 털부숭이놈도 담력이 있거든 와보라.》라는 글발까지 씌여있었다.

《거 게구마상보구 오란 소리구만.》

소서비가 이렇게 말하자 게구마가 칼자루를 탁 치며 소리를 질렀다.

《칙쇼! 내 당장 가서 그 애새끼놈 모가지를 잘라오겠소. 그 무슨 갑옷입은 애새끼가 감히―》

보통때같으면 그 희극적인 놀음에 웃음들이 터질 일이지만 염라대왕의 초청장이라도 받은듯 그 누구도 대신 나가려고 하는 놈은 없었다.

변상갑이 《틀림없이 중화의병장 림중량이 걸어온 싸움이올시다. 조심해야 될줄로 아오이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게구마가 칼자루를 툭툭 치며 또 소리를 쳤다.

《조심이구 나발이구 있는가. 이 칼이면 다지.》

《좋다! 그럼 게구마가 가거라. 몇명이나 데리고 가겠는가?》

고니시의 말이였다.

《300명이면 좀 많구 150명이면 됩니다.》

《좋다! 애새끼 모가지 하나에 150명이라.》

빈 깡통같은 놈이 우끼다의 등을 믿고 우쭐렁대는 꼴을 항상 아니꼽게 보아온 고니시는 이놈에게 골탕을 한번 먹여보자는 심산이였다.

이날 술판이 끝난 다음 겐소가 또 고니시의 앞으로 왔다.

《어째?》

《도노, 그 계월향이란 년의 목을 빨리 치십시오. 진중에 오래 두었다가는 큰 화가 미치오리다.》

이밤 고니시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계월향이를 데리고가는 소서비를 바라보며 계월향이를 잘못 다루다간 술취한 곰같은 소서비가 펄쩍 뛰면서 날칠것만 같아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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