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5 회)
제 11 장
중화의병대 3 오늘은 중화의병대 기의식날이다. 그동안 은밀성을 보장하면서 력량을 축적한 의병대의 존재를 세상에 선포하는 날이다. 이것은 백성들에게는 힘을
주고 중화땅이 차지한 지리적위치로 하여 왜적에게는 큰 공포를 주는것으로 되는것이다. 양무대의 서진성 하늘높이 《중화의병대》기발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타오르는 불빛인양 《의》자를 크게 쓴 림중량의 힘있고 굵은 주묵글씨가 흰 비단기폭에 뚜렷하다. 의로운 싸움으로 왜적을 쳐서 나라와
백성을 지켜내자는 그 글자의 뜻을 감싼 백성들의 마음인양 금빛수실을 두른 큰 기폭이 긴 꿩깃을 꽂은 높다란 장대에서 한껏 바람을 안고 나붓긴다. 의병들과 백성들은 감회깊은 눈길로 그 글발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글자속에 의병장님은 우리들에게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옳게 살고 옳게 죽자는 절절한 부탁을 담았겠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것― 이것이 바로 사람이 짐승과 다르다는것을 가르쳐주는 글발이로다.) 이윽고 그 기발아래 2백여명 의병들의 대오가 정연히 줄지어섰다. 그들을 성원하려 린근에서 온 의병들과 수많은 부모형제들의 얼굴마다에도
드높은 긍지와 기대의 빛이 어려있었다. 중화의병대기발아래 높이 쌓아올린 단우로 의병장 림중량이 서설봉에게서 받은 전포와 검을 차고 오르고 모사 윤봉을 비롯하여 오늘의 의로운
거사에 처음부터 함께 힘쓴 그의 심허지우들인 김억겸, 윤린 등과 평양수복의병장 고충경이가 함께 올라섰다. 의병대오앞에는 황바위와 서일, 신욱을 비롯한 각 대정들이 대원들을 거느리고 그쯘한 몸차림들로 름름하게 서있었다. 부친의 령전에 큰 맹세 다지고 상복을 전복으로 바꿔입은 의병장의 그 의기, 그 심정이 헤아려져 의병들과 군중들의 가슴은 한층 더 뜨거웠다. 선참으로 자기 집 이불을 뜯어서 의병들의 옷들을 해입혀 내세운 그의 애국지성에 감동된 중화일대의 백성들은 저마다 농짝속에 간직했던 무명,
명주, 삼베필과 아들딸 시집장가 보낼 때 쓰려던 례장감까지 꺼내여 부디 싸워 이겨달라는 념원을 바늘바늘에 담아 초요기, 오방기, 령기, 수기들도
수놓아 만든것이다. 의병장의 풍모는 당당하였다. 그쯘한 군포차림에 까만 다복수염, 꽉 다문 입술 그리고 광채나는 두눈으로 의병들과 백성들을 한번 둘러보고난
림중량은 장검의 시퍼런 칼날을 빼들더니 선뜻 장손가락끝을 찔러 흐르는 붉은피로 의병대기발앞단우에 놓여있는 《창의문(의병을 불러일으키는 글)》밑에
자기 이름을 썼다. 그러자 그밑에 생사동고를 맹세한 윤봉, 김억겸, 윤린 등이 자기 이름들을 피로 썼다. 사람들이 꽉 들어찬 서진성안은 물을 뿌린듯 조용했으나 격앙된 마음들이 그들 머리우에 《의》자 기발이 되여 힘차게 나붓겼다. 이때 흰 중의적삼에 짚신감발을 가뜬히 하고 넓은 띠우에 장검을 찬 서설봉이 단우에 나타나 자기 피로 이름을 적어넣더니 단을 내려 손자뒤에
섰다. 성안은 숭엄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윽고 림중량이 중화의병대 창의문을 읽었다. 우렁찬 목소리가 성안에 차넘쳤다. 중화고을 부모형제자매들에게 고하노라. 우리 나라는 연연 수천년 조상의 백골이 묻히고 보배로운 문물이 빛을 뿌리는 땅이다. 단란한 삶의 보금자리가 있고 자손만대의 찬란한 앞날이 있는 우리의 금수강산에 지금 섬오랑캐들이 달려들었다. 지난날 우리 겨레의 교화를 받아
인간의 체모를 갖추기 시작했고 글자도 우리에게서 배운 왜적이 한갖 그 강포성만 믿고 20만 대군으로 밀려들어 그 발길이 미치는 곳마다에서 우리
부모형제들이 무참히 살해되며 강토는 피로 물들고 략탈과 방화로 강산은 초토화되고있다. 우리 중화고을에서도 짐승도 낯을 붉힐 섬오랑캐의 만행에 무고한 우리 혈육들이 처참하게 참살되고 모든것이 략탈되여 원성과 곡성은 하늘땅에
찼다. 이것은 태평세월속에 부패타락한 조정대신들이 우로 국왕을 충성으로 받들고 밑으로 백성들을 사랑으로 보살필 대신에 관복자락을 서로 거머쥐고
물고뜯는 당파싸움으로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렸으며 왜적의 침습을 내다본 인재들을 다 내몰아 나라의 대난을 막을 장재와 군사를 길러놓지
못한때문이다. 중화군수 김요립은 백성들의 등가죽을 벗기고 피땀을 짜내던자로서 왜적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그 무리들을 보기도 전에 고을백성을 버리고
도망치고말았다. 그가 남겨두고간 고을의 군기고에는 쥐에게 시위를 쏠려 끊기운 활 몇자루와 녹쓴 창 두어자루가 있었을뿐이였고 군량고에는 헌섬과 득실거리는
쥐들뿐이였다. 천추만대를 두곤들 이 큰 죄를 씻을수 있겠는가. 한번 거매지면 다시 희여지기 어려운것이 인간의 의리이며 욕된 이름이다. 아, 슬프다. 나라의 정사 이 지경이 되여 국왕은 나라끝까지 파천을 하시고 적을 맞받아 물리칠 나라의 군사 없으니 울타리 없는 백성들을
누가 지키랴. 중화고을의 부모형제자매들! 우리는 그 어떤 국난도 자기 힘으로 이겨낸 영용무쌍한 우리 조상들의 후손들이다. 우리는 우리 백성들의 힘과
지혜로 우선 내 고을을 지켜내야 한다. 보라! 바로 눈앞에 있는 우리의 유구한 력사문화가 개화발전해온 평양성이 무지한 오랑캐의 발길에 짓밟히우고있으며 불타고있지 않는가. 그 왜적들은 지금 평양성으로 꼬리를 물고 밀려오고있으며 우리 국왕의 뒤를 쫓으려 하고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다. 왜놈들이 기여든 평양성두리에서 대오를 정제하기 시작한 우리의 관군과 수많은 의병대가 동서남북에서 평양성안의 왜적을 에워싸고있다. 여기 중화땅은 왜군이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요충지인 길목이다. 우리가 지혜를 모아 그놈들을 능숙하게 따돌리면서 친다면 놈들의 중간허리는 동강날것이며 뒤통수를 얻어맞는 평양성안의 왜적들도 손발이 얽매워져
더는 배겨내지 못하게 될것이다. 우리에게는 나라와 백성을 지켜 싸우는 대의명분이 있고 목숨도 서슴없이 바치는 의기가 있다. 그러나 왜적에게는 우리 나라에 쳐들어온 명분이
없나니 이것이 우리 승리의 근본바탕이다. 어찌 정의가 불의를 타승하지 못하랴. 우리는 중화고을 집집마다에 충의지사 있음을 믿고 이에 중화의병대를 무었노라. 중화고을의 형제자매여러분! 손에 적을 칠 병쟁기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손에 익은 도끼와 쇠스랑, 식칼, 돌멩이, 불뭉치를 들고 달려나오라! 우리에게 불같은 위국충정이 있고 불굴의 기개, 슬기로운 예지와 철석으로 뭉쳐진 힘이 있는 한 왜적이 메고온 그 조총과 병쟁기도 그놈들의
목을 칠 우리의 병쟁기로 될것이며 놈들은 반드시 우리앞에 무릎을 꿇게 될것이다. 동포형제자매들이여! 제 겨레의 넋이 살아있는 나라는 결코 망하는 법이 없나니 가슴마다 애국의 불길을 안고 수수천년 의기와 용맹을 떨쳐온 우리 조상들의 후손답게
싸우자! 왜적을 치고 나라와 백성을 건지는 의로운 이 싸움에서 부끄럽지 않게 싸워 애국단심의 넋을 우리 후손들에게 넘겨주자! 임진년 7월 평안도 중화의병대 자자구구에 격정을 담아 불처럼 뜨거운 목소리로 림중량이 창의문랑독을 끝내자 우렁찬 환호성과 함께 의병대오가 의병기에 군례를 드렸다. 류창한 새납소리와 징, 꽹과리, 북장단, 군악이 울려퍼져 사람들에게 새힘과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장내가 좀 잠잠해지자 림중량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절절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여러분! 나라가 피를 흘릴 때 그 아픈 생채기를 아무려주는것도 백성이고 무너지는 나라의 담벽을 몸으로 막아내는 사람도 우리 백성들입니다.
왜놈들은 비록 허장성세는 하지만 남의 나라땅에 명분없이 기여들어 제 발등이 저려서 속으로는 떨고있는 놈들입니다. 여러분! 내 집에 기여든 도적을 몰아내는 주인답게 우리는 코대가 높고 호령소리가 높아야 합니다. 우리의 힘은 바로 그 주인된 자각과
애국심입니다.》 군중속에서 다시한번 힘찬 호응의 환성들이 크게 울려나왔다. 《알겠소이다. 우리를 잘 이끌어만주시오.》 《왜놈들을 잡아서 우리 땅에 기여든 명분이 무엇인지 꼭 들어보겠습니다.》 황바위도 다기찬 목소리로 이렇게 웨쳤다. 그들의 열렬한 호응에 림중량은 자기의 진정을 다 털어놓았다. 《여러분! 의병기를 든 제가 만약 왜적앞에서 조금이라도 비겁하거든 서슴없이 저를 단두대에 올려세우고 저의 집을 허물어 물웅뎅이로 만들어서
저게 비겁했던 림중량의 집자리라고 사람들이 침을 뱉게 해주시오.》 이때 꽃골 호영이 어머니가 사람들을 비집고나오더니 의병대렬을 향하여 소리쳤다. 《호영아, 네 의병장님의 저 말씀을 똑똑히 들었느냐?》 그러자 대렬속에서 힘찬 대답소리가 울려나왔다. 《어머니! 똑똑히 들었습니다.》 《내 손자야! 너도 똑똑히 들었느냐?》 이번에는 흰 수염발을 휘날리며 서해가에서 달려온 신욱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묻는 말이였다. 《예, 할아버님. 똑똑히 들었소이다.》 챙챙한 목소리가 대렬속에서 튕겨나왔다. 솟구쳐오르는 격동을 어쩌지 못하는 황바위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 북쪽하늘에 신통히도 북대봉의
초불봉같은 구름이 뭉개쳐 솟아오르고있었다. 그 봉우리로 지팽이를 짚고 쩔뚝거리며 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어려왔다. 그는 이렇게 소리라도
치고싶었다. 《아버지, 이 서진성을 보시나요?》 림중량은 손자를 앞세우고 백발을 흩날리는 서설봉에게서 눈길을 못뗐다. 이때 군중속에서 수십명의 젊은이들, 중늙은이들이 일시에 앞으로 달려나오며 소리를 쳤다. 《우리도 의병대에 받아주시우.》 《우리도 백성구실을 하게 해주시우.》 그들속에서 구레나룻이 시꺼먼 중년사나이가 큰 도끼를 들고 의병장앞으로 가더니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는 천한 백정이올시다. 비록 짐승의 목을 따는 천한 일을 하옵지만 왜놈의 목을 쳐야 할 이때 어찌 가만히 앉아있겠소이까. 저도 이 땅에 태여난 백성이올시다. 비록 몸은 천하지만 제 짐승잡던 이 도끼로 왜놈을 칠터이니 의병대에 받아주사이다.》 백정은 도끼를 안고 다시 머리를 숙였다. 림중량의 우렁차고 따뜻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 머리를 떳떳이 들라. 그대의 위국충정이 백성을 버린 량반사대부보다 낫거늘 왜 이런 마당에서까지 머리를 못드는고. 윤모사는 저 사람을
의병대에 받아들이도록 하시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공연히 왜놈들에게 겁을 먹었댔소.》 《보아하니 저 백정이 림꺽정의 후손인가보오.》 이때 또하나의 격동적인 일이 벌어졌다. 봉수군(봉화불지기)차림의 두사람이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오더니 의병장에게 읍을 하고 말했다. 《저희들은 평양성 화사산과 이 중화고을앞 운봉산의 봉수군들이올시다. 봉수대에 불이 꺼진 지금 저희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이까. 저희들도
의병대에서 함께 싸우다가 왜적이 쫓겨가는 날 달려가서 그 봉수대들의 불길을 높이 추켜올리겠소이다.》 그중 한사람이 관자노리의 굵은 힘줄을 풀떡거리며 꽉 쉰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저의 집은 룡악이마을이올시다. 그런데 왜장 소서비란 놈이 왜적 이리떼를 몰고와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저의 식구 여섯명을 몽땅 칼탕을
쳤소이다. 내놓으라는 소금을 안내놓았기때문이였소이다. 제 혈붙이는 그렇게 다 죽었지만 그들의 몫까지 합쳐 싸우다가 나라가 승전하는 날 봉화불을
올려야 할게 아니오이까.》 그는 온몸을 와들거리며 붉은 상모달린 창잡은 손을 떨었다. 《장할시고.》 의병장은 단에서 내려와 그들의 어깨를 잡아주고 서설봉앞에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이리하여 의병대는 이날 300여명으로 늘어났다. 왜놈들에 대한 원한의 피를 문 마음들이 끌끌한 의병들에게 쏠린채 사람들은 눈들을 못뗐다. 이때 격동을 못참겠는듯 한대걸의병장이 웨치듯 했다. 《저는 남의 땅에 목줄을 걸고 살아온 농사군이올시다. 그런데 란리가 나자 나는 놀라운 일을 보았습니다. 제가 제 고향사람들에게 나라가 이
지경인데 백성구실을 해야 할게 아니냐고 했더니 글쎄 제일먼저 나서는것은 머슴군들과 종살이하던 사람들, 땅임자에게 피땀을 빨리우던
사람들이였습니다. 그리고 저를 의병장으로 내세우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깜짝 놀라 사양을 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로 같이 고생하던 사람들끼리
뭉쳐서 싸우자고 했습니다. 여기서 나는 나라를 지켜낼 진짜 애국자는 백성들이라는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성안에 요란한 손벽소리가 터졌다. 그러자 평양수복의병장도 한마디 했다. 《저는 소금짐군, 대동강물지게군 등 천대받던 그러나 평소에도 의기가 장하던 〈평양8장사〉와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고관대작들이
평양성과 백성을 버리고 도망치는것을 직접 본 저도 나라지킬 진짜배기애국자는 우리 백성들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았소이다. 그들은 비록 천대는 받고 살지만 내 조국 강산을 자기 땀을 바쳐 가꿔온 사람들이였기때문에 이 강산을 빼앗기지 않으려 목숨바쳐
싸우는것이지요.》 또다시 요란한 손벽소리와 환성이 터져올랐다. 이윽고 북두칠성일곱별이 뚜렷한 초요기를 의병장이 높이 추켜들었다. 순간 황바위는 그 기발에서 어떤 힘으로도 끄지 못할 조선의 넋이 솟구치는 큰 불기둥을 보는듯싶었다. 류량한 새납소리에 맞추어 의병들은 창검대, 사수대, 석전대, 병기대, 기습대, 기찰대, 치중대, 농산대별로 대정들을 앞세우고 보무당당한
행진을 벌렸다. 그들의 손에서는 병기대에서 만든 칼과 창이 해빛에 번쩍거리고 활과 전통들이 사람들에게 새힘을 안겨주었다. 흰 머리칼을 날리며 나아가는 서설봉과 농산대를 이끌고 나아가는 손로인을 보는 사람들의 눈굽은 젖어들었다. 비록 손에 잡은 병쟁기들은 아직 많지는 못하지만 왜적과의 결전을 앞둔 기세충천한 대렬이였다. 그들의 손에는 각종 농쟁기를 비롯해서 하다못해 참나무몽둥이라도 다 들려져있고 돌구럭들이 든든히 메워져있었다. 《석전대정의 차돌멩이들이 눈을 똑바로 부릅뜨고 왜놈들의 골통에 날아가 박힐거요.》 《군사란 대장손에 달렸다더니 그 말이 맞군. 평양감영군사보다도 절도있구 생기있구.》 《들리는 말에 의하면 평양성의 왜군선봉대장 고니시가 밤에도 투구갑옷을 입고 잔답데다.》 《하하하. 그러구보면 이 7월복더위에 그놈이 우리 평양성으로 한증하러 온셈이구만.》 대적을 앞에 둔 서진성사람들의 웃음소리는 호탕하였다. 기의식이 끝난 다음 칠성이와 황바위는 한대걸의병장을 얼싸안았다. 칠성이가 오열을 터뜨리자 《울지 말아라. 어머니가 살아서 너때문에 실성까지 하신것도 네가 불의의 인간이 된줄 알고 그렇게 되셨는데 철천의
원쑤를 놔두고 울기만 하면 어머니가 지하에서도 눈을 못감으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꽃골마을에 들려 모든것을 다 알았다는것과 자기는 의병장이 된 후 성천보다 국도에 가까운 중화근방에 와서 왜놈을 족쳐대던중
림중량의병장으로부터 사람을 띄워보내여 부탁을 해서 중화의병대가 은밀한 준비밑에 오늘 기의식까지 가지게 도왔는데 앞으로 더 련계를 가지고 싸우자고
했다. 칠성이가 쌍가마와 억남이 걱정을 하자 《너보다도 내가 오래동안 그애를 키웠기에 잘 알지만 성미가 차돌같은 애니 념려말아.》라고 했다. 한대걸은 더 지체할수가 없어서 그자리에서 떠나다가 발길을 돌리더니 칠성이에게 《그때 살길을 찾아 맹산땅에 가보니 친척도 어데론가 가고
없어서 부대기를 파먹고 사는데 숙모님은 여전히 정신이 들락날락했었지. 그런데 쌍가마가 열여섯살 잡히던 해 동고리속에 간직해두었던 빨간 댕기를
꺼내들고 눈물이 가랑한것을 본 어머니가 그게 북대봉총각의 댕기가 아니냐고 묻더군. 그날부터 숙모님은 정신이 들었네. 그런데 숙모님이 고향으로 가서 살자고 해서 그곳을 떠나 꽃골로 왔었네.》라고 말해주고 떠났다. 비록 바쁜중에 간단히 해준 말이였지만 그날부터 황바위의 가슴속깊이엔 쌍가마가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앉게 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