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회)

제 11 장

중화의병대

1

 

중화거리에서 서북쪽으로 20리가량 떨어진 곳에 양무대라는 그리 높지 않은 구릉지대가 있고 거기에 서진성이 있다.

평양성에서는 남서쪽으로 약 40리 거리에 있는 이 토성은 대동강하류의 한 지류인 곤양강과 넓은 벌을 끼고있어서 서울과 평양을 련결하는 중화의 큰길목을 비롯하여 수십리안팎의 넓은 지대를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곳이다. 중화의병대는 여기에 본거지를 잡고있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중화의 지리적위치에는 더욱 큰 의의가 부여되여있었다. 떼를 지어 평양성으로 밀려드는 왜군들은 평양성을 감돌아흐르는 대동강과 철옹성같은 요새 평양성벽을 앞에 두고 복닥소동을 일으키며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중화군수가 제구실만 잘하였더라면 왜적이 밀려들 때와 대동강에 막히여 동평양지대에서 우글거릴 때 많지 않은 군사를 가지고도 능히 신속민활한 전술로 앞뒤에서 출몰하여 그 앞대가리도 치고 허리도 자르고 꼬리도 잘라서 놈들을 걷잡을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수 있었을것이다.

왜적이 평양성을 타고앉은 다음에도 평양, 서울간을 오가는 적들을 들이쳐 평양강점군놈들의 뒤통수를 교란시키며 서울의 왜군본부가 마음놓고 평양강점군을 지원할수 없게 만들수도 있는 유리한 지점이였다. 하여 중화고을거리 동쪽에 있는 든든한 어랑산성과 서쪽 1리밖의 정토산, 3리밖의 운봉산들의 길목만 잘 지켰어도 왜적이 평양강점을 그렇게 쉽게는 못했을것이였다.

그러나 왜적을 보기도 전에 중화군수 김요립은 《중화군수 뛰듯한다.》라는 오명을 남겨놓은채 백성들의 저주를 받으며 비겁하게도 도망쳐버렸던것이다.

그래서 중화의병대가 여기 서진성을 수축하고 중화거리의 적과 큰길을 오가는 놈들을 유인, 매복, 습격해서 평양성의 왜적을 고립시키며 나아가서는 평양성의 왜적을 몰아내는 관군과 의병부대들과 합세하기 위하여 싸움준비를 다그치고있는것이다.

오래동안 돌보지 않아서 성벽과 성의 여기저기가 허물어지고 성문짝이 흔들거리며 성안팎엔 잡초가 무성하던것을 의병들이 이곳 백성들과 함께 성벽을 수축하고 곤양강물줄기를 끌어들여 더 깊이 판 성둘레의 해자(물홈)속에 물까지 그득 채워놓았다.

네곳의 성문앞에는 걸쳐놓기도 하고 걷어들일수도 있게 나무다리를 든든히 만들어 그것만 들어올리면 덤벼드는 적들이 어쩌지못하게 해놓았다. 그뿐아니라 사방 수십리에서 기동성있게 움직여 적정을 즉시에 알릴수 있는 련락신호체계도 정연하게 세워놓았고 논두렁과 둔덕밑들에는 멋모르고 접어든 놈들을 손쉽게 잡을수 있는 수많은 함정도 파놓았으며 그놈들을 때려잡을 잠복병조직까지 빈틈없이 갖춰놓았다.

의병들과 백성들은 이곳을 왜놈을 멸살시킬 죽음터로 만들려는 불같은 복수심을 안고 한사람같이 떨쳐나섰다. 그 누구의 가슴을 두드려봐도 《원이 도망쳤으니 제 고을을 우리 백성들이 지켜야 할게 아닌가.》, 《먼 후날에 가서도 우리 후손들에게 중화땅의 옛 조상들이 왜놈앞에서 벌벌 떤 무지렁이였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자.》 이런 목소리들이 챙챙하게 울려나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자기들의 힘을 모으고 지혜를 합치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큰 힘이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굳은 신심을 다지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의병장 림중량이 백성들을 불러일으킨 첫날부터 그 가슴들에 심어준 자각이며 신념인것이다. 이 크지 않은 서진성은 왜놈에게 부모처자와 삶의 보금자리를 빼앗긴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서 복수를 마련하는 터전인 동시에 삶과 희망의 의탁처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싸움준비는 자각적으로 목숨을 내대는 결사전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나라의 정사가 부실하면 충신과 백성들이 고생을 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바로 이 서진성사람들도 그런 가슴아픈 일을 당하고있는것이다.

나라에서 쥐여준 병쟁기와 미리 마련해놓은 방비가 없다보니 이제라도 왜놈들이 성벽으로 기여오르면 내리굴릴 돌덩이를 져나르는 사람, 불뭉치감을 만드는 사람, 성벽 고칠 흙을 져나르는 사람, 풍막을 치는 사람, 헌 쇠붙이를 메고오는 사람, 식량과 소금, 간장, 된장, 땔나무를 이고지고오는 사람들이 이를 사려물고 나선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우리가 살고 왜적을 죽이기 위한 판가리싸움에 대한 그들의 자각에서 우러난것이였다.

더우기 왜병들이 평양성에 들어간 다음 성안팎에서 살륙과 략탈을 일삼고있고 조상전래의 아름답고 귀중한것들이 모두 불에 타고 도적맞히고 마사지고있으며 심지어 동명왕릉까지도 파가려 한다는 소문과 어랑산성에 왜놈이 크게 둥지를 튼다는 소식이 돌자 있는 힘과 지혜들이 다 발동되여 생각보다 싸움준비는 빨리 진척되여갔다.

오늘도 쨍쨍 내리퍼붓는 폭양밑에서 헉헉 숨이 막히고 땀투성이가 되였지만 그들은 힘든줄을 몰랐으며 잔악무도한 섬오랑캐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서진성은 부글부글 끓고있었다.

남편을 왜놈들에게 잃은 녀인이 부엌의 식칼을 들고와서 의병들의 식찬을 만들며 왜놈들이 덤벼들면 그 칼로 놈들의 목을 찌르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 시할아버지가 밥주걱 한축(열두개)을 만들어다가 손자며느리에게 주어서 성안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성안의 서쪽 귀퉁이에 있는 야장간에서는 모루우에 올려놓고 쇠메로 두들겨대는 시뻘겋게 단 쇠붙이들에 의병들의 땀방울이 떨어져 칙칙 소리를 냈다.

쇠코잠뱅이에 베등거리를 걸치고 질끈 수건을 동인 천하 명검공 유신검이 길죽하게 벼린 장검날을 쇠집게로 들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수건밑에 삐여진 그의 흰 귀밑머리가 땀에 푹 젖었다.

화엄산 린근에서 그를 따라온 사람들은 유신검과 함께 주로 칼, 창과 의병대에서 쓸 병쟁기들을 벌써 적지 않게 마련해놓았다.

유신검의 얼굴은 좀 수척해진것 같다. 그는 요즘 가슴에 엉킨 피멍을 왜적섬멸의 복수전으로 씻으려는 일념에서 있는 정력을 다 쏟아붓고있는것이다.

서일은 이곳에 온 후 젊은 창검대원들을 훈련시켰다. 의병들의 검술, 창술은 눈에 뜨이게 늘어갔다.

서해가의 초립동 신욱이는 의병들의 궁술훈련을 시키고있었다. 그 사수대의 활쏘기터에서 화살이 과녁에 들어박힐 때마다 성안이 들썩하게 환성들을 올렸다. 아직은 한순(다섯대)을 다 쏘아맞히는 사람이 많지는 못했지만 기세는 충천했다.

그옆의 군막안에서는 의병과 백성들이 가지고온 소뿔, 양뿔, 소힘줄, 아교풀 등 각궁감들과 대나무, 산뽕나무, 물푸레나무, 당나무, 새의 날개깃, 명주실, 삼끈들로 활과 화살들을 만들고있다. 맹산 고서방이 활촉을 갈며 우스개소리를 했다.

《내가 소시적에 수자리를 살며 화포를 다룰 때는 감히 내앞으로 적군이 한놈도 얼씬 못했댔는데… 제길, 우리에게도 화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자 그또래의 농군의병이 《거 소시때 호랑이 못잡은 시애비 없다는 말이 자네를 두고 한 말이 아닐가.》 하고 말해서 와하하 웃음판이 벌어졌다.

《여하간 우리 의병들은 이 활로 왜놈들의 그 조총인가 하는것을 빼앗아야 할테니까 그놈들의 총에 맞아죽는 법보다 활 잘 쏘는 법을 더 잘 익혀야지. 그런데 자네 활만드는 솜씨를 보니 왜놈의 총소리에 놀란 자네를 업고다녀야 할것만 같아 걱정이구만.》

《에끼 이 사람, 내가 뭐 중화군순줄 아나?》

《아하하하, 중화군수 귀구멍이 몹시 가렵겠군.》

또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이때 성문지기의병들이 돌멩이를 한짐 진 늙은이와 무엇인가를 머리에 인 아낙네를 데리고 그들옆을 지나 앞쪽 군막으로 갔다.

《여보게, 어디서 오는분들인가?》

고서방이 성문지기에게 물었다.

《이 서진벌서쪽 대동강아래쪽의 문발이란 곳에서 우리 의병대를 찾아오는분들입니다.》

《가지고올게 없던 모양이군. 하기사 저 돌멩이가 왜놈대가리를 깔테니까.》

《아주머니가 이고오는건 뭔가?》

《화로불이랍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앞세우고 이렇게…》

《뭐, 화로불?》

모두 눈이 커졌다.

《옳거니. 그게 저집 대대로 물려오는 불씨인 모양이군. 그걸 의병대에 이고오는 그 마음들이 장하군. 불씨란 그 집안의 넋을 이어오는건데 그 넋을 의병대에 안고왔단 말이지.》

《장한 집안이군.》

중늙은이의병이 감동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조상대대의 불씨까지 안고오는 우리 의병대가 괜찮군. 백성들의 넋이 모여들고있거든.》

사람들은 화로불처럼 뜨거워진 마음들로 로인의 돌멩이짐과 며느리 또아리우의 그 화로불을 바라봤다.

이때 한 의병이 동쪽성문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저게 서설봉선생이 아니신가?》

후리후리한 키에 학창의를 입고 검은 유건을 쓴 수염발이 긴 로인이 흑청색군포에 전립을 쓰고 장검을 찬 의병장과 한 젊은이의 부축을 받고서서 사방지세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열심히 이야기하고있었다.

《옳군. 팔십넘은 년세에 병중에까지 계신다는데…》

《듣자니 리률곡대감의 10만양병주장이 묵살되자 벼슬을 그만두고 시골로 락향을 해오셨다우.》

《저분의 검술을 당할 사람이 없다우. 우리 의병장님도 그밑에서 검술을 배웠다더군.》

《외아들까지 왜구들과의 싸움에서 전사했다우. 그런데 금방 잔치를 치른 저 외동손자를 앞세우고 의병대에 나오셨다니 그 위국충정이 얼마나 장하우. 듣자니 자기 전포와 장검을 의병장에게 주었다우. 큰 믿음이지. 원래 전포야 군수가 입고나서야 할건데, 제길…》

사람들의 경탄과 흠모의 눈길들이 성우에 쏠리는데 서설봉은 중화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다행히 양무대숲때문에 큰길에서 이쪽은 잘 보이지 않으니 우리는 은밀히 성의 방비를 튼튼히 하고 훈련을 강화해야겠소. 큰길 저쪽에 의병들을 많이 기동시켜 놈들의 눈길을 그쪽으로 돌리게 하는것이 좋겠소. 그담에 중요한것은 의병대의 무기인데 처음에는 차돌멩이질을 하다가 그담에는 표창으로, 나중에는 놈들의 조총을 빼앗아서 쳐야 하오.》 림중량과 서일은 그 한마디한마디를 놓칠세라 정신을 가다듬었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것은 이 중화의병대와 평양성을 칠 관군과의 련계를 긴밀히 하는것이요. 조만간 놈들이 쫓겨갈것은 뻔한 일인데 평소에는 적은 력량을 가지고 출기불의(놈들이 생각지 못한 때 치는것)전술로 힘을 길렀다가 관군이 평양성을 칠 때 우리는 그 뒤통수를 쳐서 합세하는것이요.》

로인은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중화남쪽의 한대걸의병대와의 련계를 잘 짓는것이 좋겠소.》라고 하였다.

《결국은 평양성싸움과 동떨어진 의병대가 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오이까.》

의병장의 말에 《옳거니.》하고 서설봉의 병색짙은 얼굴에 기쁜 웃음을 짓더니 《내 이제 늙고 병들었으니 부디 림공이 내몫까지 맡아해주오. 내 말년에 림공같은 인재를 만나서 마음을 놓겠소. 부디 백성들의 바람을 저바리지 말기를 바라오. 특히 항상 적정을 잘 탐지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것을 잊지 마오.》라고 말했다.

《이 믿음을 페부에 깊이 새기오리다.》

화엄산 봄마당에서 가슴을 치던 두 애국지사는 이 서진성우에서 오늘은 다가올 국난을 두고 멸적필승의 신념들을 가다듬었다.

그 성우를 바라보며 의병들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우리 의병장님이 길러낸 장수재목들도 한둘이 아니랍데다.》

《그러구보면 우리 중화의병대가 대단하오.》

《한번 왜놈들에게 조선사람의 맛을 보입시다.》

이렇게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을 때였다. 성문우에서 서일이가 큰길쪽을 가리키며 의병장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기 오는 사람들중에 앞장서 달려오는게 황바위같소이다.》

《뭐? 음, 옳구나. 그런데 웬 사람들을 저렇게 많이 데리고올가? 어서 마주나가보아라. 아니, 할아버님을 모시고 예 있거라. 내 갔다오마.》

림중량이 급히 성우에서 내려와 오추마에 올라타더니 동문을 열고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황바위야―》

《림중량아저씨―》

그들은 양무대언덕에서 서로 부둥켜안았다. 전포차림을 한 림중량의 름름한 모습을 보는 황바위의 눈이 커지더니 《아니, 이 전포 서설봉할아버님의것이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그렇다. 할아버님은 나보구 잘 싸우라고 이 전포를 입혀주셨다.》

《아저씨, 저도 힘껏 싸우겠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못나오시고 저만 혼자 나왔소이다.》

황바위의 목소리는 젖어들었다. 뚱뚱 부은 발로 오리나무에 기대서서 오래 바래주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못오는 아버지 마음이 오죽하겠느냐. 그대신 네가 아버지몫까지 잘 싸우거라. 장하다. 그 심심산골에서 네가 이렇게 자라서…》

림중량은 감개무량한 눈길로 황바위를 다시 바라보았다.

림중량은 그의 가뜬한 푸른 옷차림과 그 아버지가 메여보냈을 북대봉차돌멩이구럭을 쓸어보며 아들을 국난앞에 이렇게 차려 내세운 황봉이를 다시 생각했다. 북대봉달밤의 그 너럭바위며 메돼지바위, 자식을 잘못 가르친 자기를 종아리쳐달라던 황봉이가 눈앞에 어려와 가슴이 짜릿했다. 아들의 옷에 청청한 북대봉 푸른빛을 물들여보낸 그 아버지의 심정이 헤아려져 진정 고마왔다.

《선다님!》

달려온 칠성이가 울먹이며 인사를 하자 림중량은 그를 대뜸 알아보고 《내 자네도 꼭 올줄 알았네.》 하며 못내 기뻐했다. 이윽고 꽃골사람들은 모두 그들앞으로 왔다.

황바위는 꽃골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하여, 그들이 당한 참변과 이렇게 의병대를 찾아온 경위를 림중량에게 이야기했다. 특히 칠성이일가의 참변과 그들오누이의 상봉이며 또다시 있은 쌍가마와의 리별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를 하고 중화군수에게 아버지를 빼앗긴 남해가 막동이의 이야기도 절통한 목소리로 다 말했다.

림중량의 얼굴빛은 침통해졌다.

그러면서 평소에 알고지내던 손로인의 와들거리는 손을 꼭 잡고 오래도록 놓지 못했다.

왜놈잡을 식칼을 품고 우리 의병에게 주겠다고 집에 있던 식량과 왜놈눈깔에 퍼붓겠다고 고추가루단지를 이고온 호영이 어머니가 의병장앞에서 참아온 울음을 터뜨렸다.

《대장님, 내 큰아들 원쑤를 갚아주시우. 내 왜놈 열놈, 백놈을 잡지 않고는 죽지 못하겠길래 이 둘째아들을 앞세우고 저 북대봉 장수총각을 따라왔소이다.》

그 아들의 손을 잡아주고 어머니의 고추가루단지를 받아내리는 의병장의 다복수염이 부들거렸다.

《아주머니, 장한 아들들을 두셨습니다. 나라를 위한 죽음은 죽음이 아닙니다. 우리 함께 꼭 그 복수를 합시다.》

호영이 어머니는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꼈다.

손로인이 송아지를 끌고오더니 《이 늙은것의 성의외다. 이걸 잡아서 우리 의병들에게 국이라도 한끼 끓여먹이게 해주사이다. 왜놈잡을 힘이 되게 말이외다.》 하고 말하고나서 지고온 밥가마와 쇠붙이를 가리키며 오열을 터뜨렸다.

《자식, 며느리, 손자 다 왜놈손에 죽었는데 내 늙었지만 저 밥가마를 깨서 칼을 벼려 왜적의 목을 치겠소이다. 의병장님, 이 늙은이에게도 이런 힘을 저 북대봉총각이 안겨주었소이다. 주저앉지 않으면 피난이나 가려던 사람들을 불러일으켜 왜놈치는 싸움터로 이렇게 데리고온 저 총각이야말로 사내대장부올시다.》

그의 말을 들으며 황바위를 지켜보던 림중량은 말했다.

《장하다, 황바위야. 네가 그렇게 하리라고 내 믿고있었다.》

반석같은 믿음을 담아서 한 의병대장의 이 말은 꽃골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뜨거운 불덩이가 되여 박혔다.

《아저씨, 할아버님께서 병환은 어떠신가요?》

황바위가 가슴조이며 묻자 림중량은 성문우를 가리켰다.

《저기서 너를 기다리고계신다.》

《예?》

성문우를 바라본 황바위는 《할아버님―》 하고 양무대가 쩌릉쩌릉 울리게 소리치며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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