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장 편 소 설

 

 

 

박    윤

 

 

( 제 30 회 )

 

 

제  4  장

 

오래간만에 찾아드는 고요였다.

겨끔내기로 울어대던 전화종소리도 부지불식간에 뛰여들던 지휘참모성원들의 발걸음도 끊어졌다.

이따금 쿵쿵 울리는 먼 포성만이 이곳이 전선가까운 곳임을 상기시켜줄뿐이다.

박정덕은 탁우에 편지지를 놓고 꿈을 꾸는듯 한 눈길로 조용히 앉아있었다.

이제 한시간후이면 전선참모장 박정덕은 오매에도 그리운 장군님께로 간다.

모든 작전준비는 완료되였다.

련합사령부적인 작전전투조직도 전부 끝났고 전선사령부와 지원군사령부의 세밀작전전투준비도 결속하였다.

모든것이 장군님 예견 그대로였고 장군님 구상대로, 장군님 의도대로 만전의 태세를 갖추게 되였다.

73군단의 맹렬한 고지탈환전과 기습공격으로 금화지역에 집중될 적의 주력에서 미제침략군 4개 련대를 73군단 코앞에 눌러앉혔다.

클라크는 이에 대해 자기대로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전선중부에 대한 자기들의 주타격속심을 간파못한 인민군이 여전히 동부에만 관심한다고 자기의 《지략》에 감탄할수도 있다.

이럴 때면 웃음집이 흔들린다.

하지만 장군님께서 예견하신바 그대로 적의 대무력이 전선중부에 집결된 어마어마한 실태를 생각하면 걱정되는바도 없지 않다. 장군님 가르치심대로 전선사령부의 예비포병대를 지원군쪽에 돌렸지만 그것으로 과연 적의 질풍공격을 반타격할수 있겠는가.

박정덕은 적의 주타격력량을 또 한번 분산시키기 위한 묘계를 생각했다. 그것을 장군님께 보고드릴 작전지도와 문건에 자기만이 알수 있는 부호로 표식하였다.

《박정덕이가 괜찮아.》

장군님께서는 분명 기쁨에 차서 치하를 주실것이다.

그러면 박정덕은 장군님께서 언젠가 항일전쟁의 대부대선회작전때의 몇가지 전투를 말씀하실 때 들려주신 일본군의 시선을 외딴곳으로 돌려버렸다는 그 신묘한 전술에서 묘계를 찾았다고 대답올릴것이다.

실지 박정덕은 양득지, 양용과의 작전토론때 바로 장군님께서 들려주신 그 말씀을 상기하며 방안의 골자를 찾아쥐였던것이다.

 

영산이 어머니 보시오!

 

단 한줄로 써놓은 편지글을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비록 아들 이름자를 앞에 붙였지만 안해를 두고 어머니소리를 써넣으니 맹랑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하여 편지에 《사랑하는 안해여》 하는식으로 쓰는것이야 체신에도 나이에도 어울리지 않는것이 아닌가.

안해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전혀 표상이 뚜렷이 안겨들지 않는다.

헤여진지 너무 오래서인가.

만나본지 벌써 몇해째 되였다. 74군단장을 할 때만도 북방에 옮겨간 집을 찾을 기회가 없는것이 아니였으나 일이 바쁘다고 차일피일 뒤로 미룬것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모든것을 이 전쟁을 치르고있는 우리의 보통병사들처럼 전승의 그날로 미루자…

눈을 감았다.… 그러자 웃을 때면 연하고 발그레한 홍조가 물드는 볼에 살짝 보조개까지 패이던 안해의 유순한 얼굴이 떠올랐다. 갓 시집왔을 때는 목이 배리배리하고 볼편에 살도 적고 몸도 버들처럼 휘친거려 가냘펐지만 집떠나 수년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났을 때는 보름달처럼 환한 얼굴에 필대로 핀 풍만한 몸매로 그를 놀라게 했다.

시집와서 한해가 가까와오던, 아직은 안해가 《칠월가매》로 불리우던 시절 한번은 박정덕이 읍에 나갔다가 동구길에 들어서니 석하촌기슭의 모래불에 웬 녀인이 쪼그리고 앉아 막대기로 무엇인가를 벅벅 긋고있었다. 인기척에 녀인은 와뜰 놀라 일어섰다. 안해였다. 안해는 그를 보더니 얼굴이 붉어져 어쩔줄 몰라하다가 집쪽으로 뽀르르 달아났다.

호기심이 부쩍 동한 박정덕은 안해가 앉아있던 모래불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하얀 모래바닥을 내려다보는 박정덕의 눈길이 커졌다. 거기에는 비뚤사한 획으로 자신없이 긁적거린 우리 말 자모 몇자가 새겨져있다. 놀랐다. 별안간 눈물이 솟구쳤다. 이름도 없는 그 녀자가 글을 깨치려 안타까와하고있었다.

그것은 먼 추억이였다.…

박정덕은 집 떠날 때까지 안해에게 우리 글을 가르쳤다.

7년이 지났을 때 정옥희는 아들에게 글을 배워주고있었고 새 조선의 신문잡지의 열렬한 구독자로 되였다.…

그것은 지나간 생활의 아름차고 아름다운 화폭이였다. 그것은 그토록 바랐고 지켜야 하는 소중한 행복이였다.

박정덕은 후더운것을 느끼며 편지지우에 또박또박 글을 써나갔다.

《당신의 편지를 받아보고도 곧 회답을 보내지 못하여 퍽 근심했으리라 생각하오.

나는 그동안 약간의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였소. 또다시 전선으로 나와 미제날강도놈들과 리승만괴뢰도당들과 싸우고있으니 안심하오!

지금은 김일성장군님의 신임으로 전선에서 중책을 감당하고있으니 앞으로 편지는 조선인민군우편함 제512군부대로 써보내주오.

전선에서 싸우는 몸이 되여 당신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다 하여도 딱한 점이 있소. 잘 고려해보오.…

미제공중비적들의 공습을 받는 속에서도 우리 인민들이 생산투쟁에 총궐기하고있으니 영웅적조선인민이라고 부르고있는것도 과언이 아니라고 보오.

모든것이 우리의 수령이신 김일성장군님의 옳바른 령도가 있기때문이라는걸 명심하길 바라오.

영산이와 영임이가 보고싶구만. 그 애들이 참다운 사람이 되도록 학습을 잘 시켜야겠소.

자, 그러면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 또 소식을 보내겠소.

     박정덕.

             건강할것을 바라며.

                         1952. 10. 11

※ 영산이 보거라.

너의 편지를 받아보고 참으로 반가왔다. 학교에 다니면서 요사이 어머니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한다지. 동무들과 잘 휩쓸리면서 학습에서나 집체생활, 품행 모든데서 모범이 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아버지는 미제승냥이들을 때려잡던 이야기를 해주지 않겠다.

네 나이또래의 아이들이 적후빨찌산투쟁을 한걸 너도 알지?

너는 이런 동무들을 생각하면서 학습을 더 잘해야 돼.

앞으로 김일성장군님께서 부르시면 인민군대에 나와 미제승냥이놈들과 리승만강도놈들을 격멸소탕해야지! 아버지는 영산이를 믿는다.》

 

펜을 놓았으나 무엇인가 묵직한것이 가슴에 매달려 내려가지 않는다.

박정덕은 펜대를 다시 잡고 끄트머리를 질근질근 씹었다. 한번 열린 추억의 대문은 쉽사리 닫겨지지 않는다.

련대장시절 연분홍 코스모스들이 북방의 바람에 가볍게 날리던 군관사택마을의 담장가, 안해는 희디흰 애리애리한 손가락을 입에 문채 동자 검은 눈으로 낯선 아버지를 바라보는 볼살이 포동포동한 딸애를 들춰안고 생각깊은 얼굴로 오래도록 바라보았지, 아들녀석은 군용차가 먼지를 말아올리며 라남시내를 벗어나는 교외길까지 따라온것을 겨우 얼려 떼놓았어.

《아버지, 나 총 만들어주겠다구 하구선…》

《응, 이담에 꼭 만들어줄게…》

《언제?!…》

《영산이가 최우등을 하면 말이다.》

그는 아들애의 숱이 총총한 더벅머리를 오래도록 쓸어주었다. 벌써 몇년세월이 흘러갔는가.

(얘들아… 너희들의 꿈과 앞날을 지켜 아버지는 전선을 떠날수 없구나. 여보, 우리의 장군님께서는 조국의 운명과 당신도 포함한 우리 인민의 삶을 지켜 이 시각도 작전도앞에 서계시오. 이 불미스러운 전사들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그것이 마음에서 내려가지 않는구려…)

박정덕은 불시에 자애로운 김일성동지의 모습이 그려지여 품속에서 조그마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최고사령부에 작전방안을 보고드리기에 앞서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들을 다시한번 꼼꼼히 되새겨보고싶었다.

박정덕은 보풀이 인 수첩장들을 한장한장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박격포를 널리 리용할데 대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훈령 제00468호 1951년 8월 11일)

《땅크사냥군조 조직과 훈련실시에 대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 제0483호 1951년 8월 24일)

《저격수조를 조직할데 대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 제085호 1951년 11월 2일)

《이동포병중대(박격포포병소대), 독립중기조, 적후파괴조를 조직하며 저격수활동을 강화할데 대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훈령 제00651호 1951년 12월 20일)

《조성된 정세와 인민군대앞에 나서는 과업》

(조선인민군 군단장회의에서 한 연설 1952년 4월 28일)

 

(장군님께서는 그때 벌써 오늘을 내다보시고 동서해안에 전략적인 방어지대를 형성하시였으며 나에게 전반전선에 대한 연구과제를 주신것이 아닌가.… 얼마나 섬세하고 뜨겁고 큰 심장이신가, 얼마나 비범한 천리혜안의 통찰력이신가.)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참모부직속 통신군관 김인정중위가 흥분된 얼굴로 방에 들어섰다.

《전선참모장동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박정덕은 후두둑 뛰는 심장의 박동을 눅잦힐수 없어 심호흡을 하며 송수화기를 받쳐들었다.

《최고사령관동지, 박정덕이 전화받습니다.》

《음,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소.… 그사이 전선사령부가 큰일을 했소. 47개에 달하는 적 지탱점들을 타고앉았다지, 대단해… 전선참모장동무가 수고했소. 우리가 준 작전방안도 다 세웠다니… 좋습니다. 지금 뭘 하댔소?》

따뜻한 음성이 곁에서 들리는듯 명료했다.

박정덕은 갑자기 목이 컥 막혔다.

《장군님, 떠나기에 앞서 장군님께서 최근 주신 교시들을 새겨보고있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사람두… 참, 이것보우, 정덕동무. 조화는 조화요. 나두 방금 작전대앞에서 두루 연구를 좀 하다가 동무생각이 나서 전화를 거는거요. 이거 정말 신비한 인력같은게 작용하는게 아니요? 허허허.

참, 우리 맏이말이요. 정덕동무네 영산이와 같은 소학교에 다니지…

전번에 최고사령부에 와서 한달쯤 있었는데 나의 건강을 걱정해서 일과표까지 만들어 집무실에 붙여놓지 않았겠소. 그리군 김책동무 산소에 올라가 종일 벌초를 하구 와선 영산이 소리를 많이 하더구만.…》

박정덕은 해 비치는 초원에 나선것처럼 마음이 활짝 밝아졌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장군님, 자제분께서는 장군님 인정 그대로이십니다. 전번 여름에 제가 건지리에 갔을 땐 우리 아들녀석의 편지까지 전해주는게 아니겠습니까?

그 편지를 보니 아들녀석은 자제분께서 자기에게 한벌밖에 없는 운동복을 벗어주고 면내의바람으로 체육시간에 참가한다고… 그때 울었다고 썼더군요.…》

《동지를 위한 혁명가들의 정신이 후대들에게 넘겨진다는건 정말 좋은 일이요. 아마 이속에 조선혁명의 앞날과 이 전쟁의 운명이 다 담겨져있는것 같소.》

《?!…》

《참 정덕동무, 요즘 위탈은 좀 어떻소?》

박정덕은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끼며 목메인 어조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정말 일없습니다. 이젠 다 나았습니다.》

《건강을 잘 돌봐야 해. 보건상동무의 말을 들으니 박정덕동무에게는 우리 나라의 토법치료가 적합해… 참 내 동무네 가족을 며칠전에 여기 건지리로 이사시키도록 과업을 주었소. 우리곁에 두어야 마음이 놓이거든.…》

박정덕은 끝내 눈물이 솟아올라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장군님, 저때문에 그토록 마음을 쓰시면… 전 그런것도 모르고 방금까지 안해에게 편지를 쓰댔습니다.》

《허허허, 그게 얼마나 좋은가. 내 언젠가 오기섭이한테 크게 격분했던적이 있소. 그가 부친급병때문에 고향에 다녀왔으면 하는 아래사람의 제기를 그 자리에서 묵살해버리고 혁명사업이 바쁜 때 무슨 개인사정인가, 혁명가의 심장엔 혁명에 대한 사랑만이 있어야 한다고 력설했다기에 격해서 말해주었소.

혁명과 조국, 인민과 처자, 동지와 벗에 대한 사랑과 정은 분리되여있는게 아니라 뭉쳐진 하나라고, 그건 맑스주의고전에도 없고 리론문제가 아니라 심장의 철학이라고 말해주었는데 제대로 리해하는것 같지는 않더구만.》

(정말 뜻깊은 사랑의 철학입니다. 심장이 하나이듯이 조국도 하나, 어머니도 하나, 태양도 하나!… 그 모든것이 사랑과 정으로 혈연을 이룬다, 이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뭘 혼자 중얼거리오, 사람두 참! 정덕동무! 빨리 올라오시오. 지금 더욱 보고싶구만.》

《장군님, 저도 그렇습니다. 이제 20분후에 출발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시오. 놈들의 새로운 공세가 박두한만큼 시간이 촉박하오. 그리고 올 때 적기를 조심하오. 너무 덤벼치지 말고… 알겠소?》

《명심하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박정덕이 출발준비를 갖추고 밖을 나서는데 전선사령부마당으로 군용차 한대가 부리나케 들이닥쳤다.

차에서는 매연투성이인 류경수와 최현이 뛰여내리고 사단장 최광이 커다란 보퉁이를 끌어안고 뚱기적거리며 내렸다.

그런데 최현은 한다리를 절고있었다.

최광이 옆에서 부축했다.

《아니 군단장동지들이 어떻게?…》

《한발 늦는줄 알았수다.》

류경수가 벌씬거리며 박정덕의 손을 잡았다.

박정덕은 다리를 절름거리는 최현에게 황급히 다가갔다.

《아니… 군단장동진 왜 다리를 저십니까?》

최현은 찌뿌둥한 얼굴로 우정 박정덕에게 몸을 더 실으며 투덜거렸다.

《말도 마우. 난 류경수가 젊은 전선참모장이 우릴 잊어먹고 내뺄가봐 운전사를 다긋는통에 이꼴이 됐소. 류경수의 아부재기에 운전사가 넋을 잃는 바람에 추지령을 넘다 차가 한바퀴 공중제비를 했는데 발목을 곱질렀소.》

박정덕은 최현의 곱질렀다는 발목을 만져보았다.

《아이쿠우, 나 죽는다.》

최현이 일부러 엄살을 부리는 바람에 선두차옆에 서있던 김인정이 해시시 웃었다.

《저 매끈한 가시네는 누군가?》

최현이 우멍스럽게 눈을 찡긋하며 그쪽을 보자 김인정은 기겁을 해서 차안으로 숨어버렸다.

《군단장동지, 함께 올라가게 되였으면 전화라도 거실걸 그랬습니다.》

최현이 곧바로 섰다.

《전선참모장동무, 무슨 말씀을 하시오. 중대한 작전을 앞두고 전선지휘관이 자릴 뜬다는걸 쟈들이 알아보우. 이 최현이 함께 가면 그런자들도 얼씬 못하우.》

최현은 싱그레 웃고는 한발 떨어져있는 최광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최광은 안고있던 보꾸레미를 보란듯이 내밀었다.

보꾸레미를 일별한 최현은 진중한 태도로 말했다.

《전선참모장동무, 내가 이 긴장한 때 군단지휘부를 뜬건 장군님께 직접 결론받을 문제도 있지만 이걸 평양에 가서 장군님께 올리려고 그러는거요.》

《?!…》

《전번에 장군님께서 우리 군단에 오셨을 때 전선참모장동무도 보지 않았소. 우린 장군님께 동해피조개를 정성껏 마련해드렸지만 전혀 식사를 하시지 못했소. 내가 산에서부터 장군님 식성을 잘 아우. 그래서 우리 법동의 특산고추장을 좀 마련했소. 글쎄 김정숙동무가 담갔던 고추장단지를 그 미국놈들이 깨먹었다니 난사가 아니요. 정덕동무, 난 우리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남들이 다 소멸되였다고 나앉았을 때 동무네 54사를 기다리느라 며칠씩 끼니를 번지시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요. 이 로병의 말을 믿으라구.

우리 장군님의 건강이 이 전쟁의 승리요. 태양이 없는 이 땅을 생각할수 있소? 우린 그저 자나깨나 죽으나사나 장군님을 잘 모셔야 하오.》

《최현동지, 제 그 깊은 뜻을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이번에 김일동무와 최영환에게도 일러주려고 하오. 우리 장군님을 말로만 잘 받들자고 하면 안되오. 정치보위사업을 맡은 동무들이 일을 잘해야 하오. 요즘 우리 혁명의 수뇌부를 어째보겠다구 쏠라닥거리는 놈들이 좀 있소.

내 전번에 평양에 갔을 때 박성철이한테두 단단히 강조했소. 장군님의 안녕을 지켜야 하우.》

《알았습니다.》

최현이 물러서서 별안간 거수경례를 하였다.

《그럼 전선참모장동무, 난 최광이와 함께 선두차에 타겠습니다. 우리 72군단은 장군님의 명령을 관철할 만단의 준비가 되여습니다.》

《원 군단장동지두- 어서 차에 오르십시오.》

《그러지.》

최현은 류경수의 어깨를 툭 치고는 다리절던게 언젠가싶게 잽싸게 차에 올랐다.

류경수는 벌깃하게 단 얼굴로 박정덕에게로 돌아섰다.

《전선참모장동무, 장군님께서 우리 전선을 두고 걱정마시도록 말씀드려주시오. 적의 공세가 개시될 땐 장군님 말씀대로 우리 73군단 역시 호되게 적을 족치겠다는것두… 하긴 전선참모장이 짜놓은 계획이니 어련하겠소만.》

《알겠습니다. 최근 전과까지 죄다 상세히 보고드리겠습니다.》

《훈장 주십사 하는 소리는 하지 마오.》

《그러지 않아도 김익군사위원의 당부가 있었소. 전사들에게 줄 수훈문제를 꼭 상정시키라고…

그도 요즘 생각이 많은 모양이야.…》

류경수는 빙그레 웃다가 박정덕을 꽉 그러안았다.

야전차들은 순갑리 앞도로를 따라 회양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벌써 어스름이 끼고있었다.

중무장을 한 선두차와 최현의 차뒤에 박정덕의 차가 서고 그뒤로 역시 중무장을 한 후발차가 따랐다. 김일성동지께서 전선지휘일군들이 움직일 때 실시하게 하신 운행호위질서였다. 더구나 박정덕에게는 극비에 속하는 전선작전문건이 있기때문이였다.

차들이 회양을 지나 철령어귀에 들어섰을 때까지는 아직 이른밤이여서 적 폭격기떼가 잠잠하다. 차행렬은 전조등을 켜고 쏜살같이 들렸다. 회양에서 철령쪽의 구간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다.

차는 단숨에 철령마루에 올라섰다. 또 몇굽이를 지나자 전조등빛에 골짜기쪽으로 난 좁은 길우에 서있는 군용화물차 한대가 얼핏 자태를 드러냈다.

야전군용 선두호위차가 굽인돌이를 꺾어돌자 그 화물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박정덕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쪽을 주시했다.

그 군용화물차뒤에 풍을 친 차가 바투 다가서는것을 본 느낌이였다.

그 순간 다시 전조등불빛에 그 군용차의 형체가 나타났다. 왼쪽은 골짜기길이고 오른쪽은 천길벼랑이다.

무슨 예감이 들었는지 운전사가 제동을 밟아 속도를 죽이며 조향륜을 약간 비튼다.

순간 총소리가 나고 군용화물차뒤에서 풍을 친 차가 전선참모장이 탄 차를 향하여 아츠러운 발동소리를 지르며 사납게 돌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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