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제 6 장

북대봉호랑이

2

(1)

 

오늘 성천부사 김요립이 여기로 오게 된데는 그럴만한 일들이 있었다. 조참봉은 김요립에게 바싹 달라붙어서 그 귀에 대고 불어대기를 요즘 왜국에서 권력을 틀어쥔 놈이 제가 깔고앉기 위해서 조선에서 제일 이름난 북대봉호랑이가죽을 꼭 구해들이라고 큰 금덩이를 내놨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왜놈들이 80여년전부터 경상도 해안지대의 《3포》라고 이름붙인 왜놈거주지역에서 장사를 할 때 거래가 있은 조선의 잠상(비밀장사군)들의 자손들과 그러루한 놈들을 찾고있는중이라고 했다.

조참봉은 원래 제 조상때부터 북삼도의 짐승가죽을 가지고 왜놈들과 거래를 해온 집 자손이 돼서 그런 물계에 환할뿐아니라 큰 먹을알이 생긴것으로 벌써부터 군침을 삼키고 나선 판이였다.

그런데 신임성천부사의 조상도 동래 부산의 왜놈들과 끈을 맺어 온 잠상이였다는 소문이 있어서 알아본즉 그것이 틀림없었다.

원래 조참봉은 벼슬자리를 재물구멍으로 생각하는 위인인지라 신임부사를 꼬드겨서 벼슬을 한자리 크게 사서 아예 중인인 자기를 량반으로 둔갑해볼 작정이였지만 왜놈장사군들이 밀려든다는 소문에 귀가 벌쭉해져서 한편으로는 부산으로 급히 사람을 띄워 왜놈들과 흥정판을 벌리게 했던것이다.

이런 판에 김공량의 손발인 김요립이 짐승가죽을 긁어모으려고 성천부사로 도임해왔으니 떡은 먹어놓은 떡이라고 생각하고있는 조참봉인것이다.

그래서 약속한바 있는 제주도특산물도 몇꾸레미 구해오게 하고 바싹 달라붙어 금값보다 더한 호랑이가죽을 얻기 위해 북대봉호랑이잡이에 나서자고 김요립을 꼬드겼던것이다. 원래 봄호랑이가죽은 값이 안나가는것이지만 그것을 왜놈들은 알지도 못할것이였다.

한편 김요립이로 말하면 김공량의 령을 받고 북도 피물을 거머쥘 작정인데 이런 일이 생기고보니 먹을 구멍이 두군데나 뚫린 판이라 호기심이 동하여 서둘러 창질군, 활군, 몰이군들을 잔뜩 모아가지고 온것이다. 그런데다가 경복궁 후원 양화당 주인인 김귀인에게서 또 싫지 않은 소식이 내린것이였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초불치성》뒤에 아들을 낳은 재미를 본 김귀인이 이번에는 8도강산의 령험이 있다는 산봉우리들에 치성을 드리자는것이였다.

북대봉산속에 있다는 초불봉에도 치성을 드리라는 그의 령을 받고 김요립은 치성도 드릴겸 범사냥도 할겸 이렇게 요란한 차비를 하고 올라온것이다.

김요립은 초불봉치성을 구실로 백성들을 휘몰아대여 굉장한 차비를 했다. 그것은 김귀인이 지시한 이번 치성놀음의 진속을 알기때문에 더욱 솜씨를 보이자는 심산에서였다.

김귀인과 같은 천하요물이고보면 혈기왕성한 선조왕옆에 자기와 견주는 비빈궁첩들과의 경쟁이 없지도 않을것이라는것을 알기때문에 김귀인에게는 그런 조바심이 있을수 있는 일이였다. 실지로 선조왕은 그후 스물세명의 왕자, 옹주(왕의 본처가 아닌 녀인들이 낳은 딸)의 아버지가 되였지만 나라 고간열쇠를 쥐고있는 오라비가 있는데야 그 무슨짓인들 못하랴.

그래서 여기로도 4월 초파일을 앞두고 금강산 유점사의 녀승에게 본보기초가락이며 치성에 참여할 녀승들의 차림새와 치성격식까지 일러서 내려보냈던것이다.

김요립은 이 판에 두세몫을 단단히 볼 불같은 욕심으로 제가 앞장에 서서 쥐구멍으로 황소몰듯 하여 성천고을은 물론 자기 관하의 양덕, 맹산을 비롯한 여러 고을 백성들에게서 짜낸것들을 처싣고 오늘 이 골짜기로 밀려든것이였다.

주먹구구에 박통 터진다는 격으로 성천고을을 비롯한 여러 고을의 백성들은 실로 갑작벼락을 맞았다. 거기에다가 옥매의 활개짓까지 겹쳤으니 판이 어떠하랴. 화엄산을 비롯하여 성천고을안의 룡천사, 향수암, 월정사 등의 녀승들까지도 산귀신, 범귀신에게 목덜미를 잡힌 격이 되여 끌려왔다.

성천고을에서 화엄산까지 80여리 길은 그래도 길이 좀 트이여서 날파람있는 교군군들, 말몰이군들이 옥매의 사린교와 말들을 그럭저럭 몰고왔지만 거기서부터 북대봉의 초불봉골짜기까지는 길이라면 길이고 아니라면 아닌 길이였다. 낭떠러지를 톺아오르고 골짜기를 에돌며 쏟아지는 폭포수와 엉켜진 숲속을 헤쳐야 하는 험산준령이고보니 거들먹거리는 성천부사일행의 시중을 드는 교군군, 말몰이군, 짐군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였다.

그런 속에서도 산 호랑이눈섭도 제것으로 생각하며 잔뜩 조를 빼는 김요립이와 그의 첩 옥매의 변덕스러운 주둥아리질과 요란한 옷차림, 잔뜩 처실은 치성제물짐에 네굽을 버드럭대는 말까지 떠메다싶이하고 걸어야 하는 북대봉 산골길은 백성들의 숨을 헉헉 막히게 하였다.

그러는중에 이윽고 성천부사일행이 초불봉아래 골짜기로 접어든것이였다.

금강산 유점사의 녀승을 선두로 여러명의 녀승들이 올라오는데 모두 흰 장삼에 붉은 가사를 비껴메고 흰 고깔과 백팔념주에 죽장을 짚었다. 그리고 꽃미투리에 흰 버선을 신고 흰 행전을 쳤다. 험한 산길에 넋이 빠졌지만 그들은 그래도 격식을 갖추느라 념불을 중얼거리며 쓰러질듯 엎어질듯 기여올라왔다.

옥색도포에 큰갓차림으로 얼음판우에서 소탄 놈처럼 아니아니하게 잔뜩 말갈기를 그러잡고 말뚝벙거지 구종군들에게 부축되여오는 김요립은 전날 황봉이에게 곤장질을 할 때 동헌마루에서 천하 대장군연하며 으시대던 그 기세는 어데로 갔는지 얼굴은 사색이 되고 갓끈은 금방 떨어질듯 건들거렸다.

저고리소매끝과 깃, 겨드랑이에 더덕더덕 자주빛갈 천을 덧붙인 삼회장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길게 늘어뜨리고 저고리앞섶과 치마허리에 한껏 주어단 패물치레감으로 하여 꼭 신이 들다가만 무당처럼 차림을 한 옥매는 둥그런 두부살얼굴에 회칠하듯한 분냄새를 풍기며 뱁새눈에 독기를 잔뜩 품고 사린교대신 갈아탄 말의 시중군들을 쏘아보는데 낭자에 가로지른 금비녀가 금방 말잔등에 떨어져내릴것만 같다.

아예 녹초가 되여 말잔등에 늘어졌던 아들 《신동》은 억대우같은 칠성이가 둘쳐업고 오건만 꼭 저승길문턱에서 비실대는 놈의 꼴을 하고있었다.

하늘이 점지한 《신동》으로 아는 아들놈의 꼬락서니를 잠간 뱁새눈으로 흘겨본 옥매조차 더는 거들떠볼념을 안했다.

그들일행을 이끌고온것은 호방이였다.

시골아전들에게는 당치도 않은 자주빛 총립에 운문단천릭을 떨쳐입고 붉은 띠를 질끈 동인 호방은 징짝같은 큰 얼굴을 희번득거리며 벌써 북대봉호랑이를 다 때려잡기라도 한것처럼 사기가 나서 부사의 앞뒤를 돌며 전후배사령과 군노사령들, 견마잡이, 짐군, 역졸, 교군군들과 열두명의 사냥군, 수십명의 몰이군들을 거느리고 기고만장해서 왔다.

산수벙거지에 세자락 더그레를 걸친 군노사령들은 마치 이 산속으로 그 무슨 역적죄인이라도 때려잡으러온 놈들처럼 륙모방망이를 흔들거렸다. 산골고을 아전들과 군노사령들의 이 파격적인 차림새와 거들먹거리는 거동에서도, 심지어 호사스럽게 차려입힌 말구종군들에게서까지도 김요립의 득의양양한 세력의 한 끝이 엿보이였다. 실로 태고연한 북대봉골짝에 일찌기 없었던 일대 사변이며 희한한 일이였다.

이윽고 부사일행이 모두 황봉의 오막살이옆에 이르렀다. 한적하던 골짜기안은 갑자기 말울음소리와 사람들의 들레는 소리로꽉 찼다.

(아, 우리 아버지 발꿈치 끊은 놈, 곤장질한 놈, 부저가락질하다가 내 이발에 손가락 끊어진 놈, 나를 차굴리던 저 얼굴 넙적한 호방놈들이 모두 부사놈을 떠받들고 왔구나. 제길, 그때 내가 불갈구리를 면바로 던졌더라면 오늘 저 부사놈이 여기에 못왔을텐데…)

황바위는 돌멩이를 으스러지게 꽉 그러쥐였다.

놈들의 무지한 발길에 사립문과 울바자는 쓰러지고 벗겨진 새초이영을 말들이 새김질을 했다.

부엌의 밥가마자리에는 노구메 치성밥을 지을 제놈들의 새 가마가 걸렸다.

그걸 지켜보는 황바위는 마치도 자기가 비류강가에서 《신동》에게 집을 털리우던 까치처럼만 생각이 되여 입술을 더 으스러지게 깨물고 옷소매로 눈등을 쓱 문질렀다.

굴속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는 황봉이도 가슴을 쾅쾅 쳤다.

봄순이와 함께 가꿔온 락락장송이 군막기둥감으로 찍히울 때 황봉은 마치 자기 생의 지탱점이 도끼날에 찍히우는듯싶었다.

그 소나무며 봄순이가 씨를 품어다 심어키운 양덕고을 살구나무 그리고 뜨락의 해묵은 꽃넝쿨들과 국화싹, 묻어놓은 호박씨, 박씨, 터밭의 푸른 남새싹들은 그가 이 산속에 옮겨온 고향이였고 아들에게 물려줄 인간생활의 축도이기도 했다.

(저걸 보는 우리 아이가 가만히 있질 않겠는데…)

황봉은 마음이 조여들었다.

이때 황바위는 《아니, 저런?…》하고 놀란 소리가 튀여나오는 자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람 들레는 소리에 신이 난듯 집옆으로 껑충껑충 아기사슴이 뛰여오고있었다.

때마침 꿀물과 청심환으로 정신을 돌린 부사의 아들놈이 갓 돋은 뿔을 내저으며 껑충거리는 사슴을 보자 자기의 용감성을 시위해보이려는듯 활을 들고 군막안에서 뛰쳐나오더니 시위에 화살을 먹여 겨누고 쏘았다.

불과 열발자국도 채 못되는 코앞에 있는 사슴도 못맞힌 《신동》이 다시 화살을 먹이는데 공을 세울 때가 이때라고 생각한듯 호방놈이 사냥군들에게 꽥소리를 쳤다.

《뭣들 보고만 서있는거야. 어서 잡아 바치지 못하구.》

그 말이 끝나자 《핑―》하는 시위소리와 함께 화살을 맞은 애기사슴이 애처로운 소리를 지르며 그자리에 풀썩 꼬꾸라져 버드럭거렸다.

그것을 본 황바위는 벌떡 일어서며 고함을 칠번 하다가 아버지랑 칠성이가 자기의 입을 큰 손으로 틀어막는듯싶어서 가까스로 참았다.

(저놈들이 애기사슴까지…)

황바위의 돌멩이에는 흥건히 땀이 괴였다.

집옆에는 어느덧 번듯하게 두겹짜리 비단차일이 쳐졌다. 그속의 돌마루 화문석우에는 두툼한 비단보료가 깔리고 삽시에 부사의 집안방을 떠옮겨온듯 요란한 방치장이 되였다.

이글거리는 백탄불이 여러개의 청동화로에서 불꽃을 내뿜어 쌀쌀하던 군막안에 훈풍이 태동했다.

김요립이 사방침에 비스듬히 기대고 옥매는 분회박을 뒤집어쓰는데 장막앞으로 금강산 유점사 녀승이 오더니 합장을 하고 종알거렸다.

《치성도 드리기 전에 살생(사람이나 짐승을 죽이는 일)을 했으니 반드시 이 북대봉 산신령님의 노염이 있을줄로 아뢰오.》

사슴을 죽인것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이것은 생겨날수도 있는 불상사들의 책임에서 자기는 슬쩍 빠지려는 속심이기도 했고 제 장삼소매속이 아직 텅 비였는데 알고나 있느냐는 암시이기도 했다. 애비옆에 앉아있던 《신동》이 나서며 어디에 대고 하는 삿대질인지 주먹을 내흔들면서 으르릉거렸다.

《난 사슴이 가엾어서 부러 쏘아맞히지 않았는데 저것들이 쐈단말이야.》

그바람에 가죽을 벗기우던 사슴은 한쪽 구석에 밀박히우고 뒤꼭지가 둬뽐씩이나 되는 군노사령들과 뽑혀온 숙수들이 솜씨를 자랑하며 황봉의 집 안팎을 돌아치면서 초불봉치성준비를 다그치느라 복새를 피웠다.

《이 집 주인놈이 있겠는데 칠성이 너 못봤느냐?》

호방이 칠성에게 눈을 부라렸다.

집주인에게서도 뭘 좀 들춰낼게 없나 해서였다.

《봤소이다. 다 늙은 사람인데 나를 보더니 저 골짜기로 도망을 쳤소이다.》

칠성은 황봉의 부자가 은신하고있는쪽과는 다른쪽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했다.

(아, 내가 세상에 태여나 두번째로 거짓말을 해보는구나. 그러나 할수 없지. 이런 거짓말도 죄로 될가?)

그것은 자기가 황봉부자를 비류강에 처넣었다고 한 거짓말까지도 생각한것이였다.

황봉이 숨어있는 굴쪽을 바라보며 칠성은 조마조마해지는 마음을 더 조였다. 실로 오늘 생각이 많아지는 칠성이였다.

더우기 조참봉놈의 몰이군들을 보는 그는 억울한 생죽음을 당한 아버지생각에 불끈불끈 주먹이 부르쥐여지기도 했다.

그의 눈길이 쏠린 굴안에서 황봉이가 가슴을 조이고있을 때 뜻밖에도 아들이 굴안으로 뛰여들어왔다.

《이눔아, 너 애비 간장을 이렇게 태우느냐, 엉?》

황봉의 얼굴이 무섭게 이그러졌다. 그러나 후― 하고 큰숨이 나갔다.

아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사일행에게서 눈을 안뗐다. 받기 좋아하는 뿔난 송아지처럼 잔뜩 눈을 지릅뜨고 자기 집쪽을 노려보았다. 벌써 몇놈이 초불봉쪽으로 올라오고있었다.

그래서 초불봉에서 가까운 이 굴속으로 그는 재빨리 돌아온것이다. 그가 거머쥔 돌멩이엔 땀이 더 질벅했다. 황바위는 부사놈을 본 순간부터 벌써 몇번이나 속다짐을 했었다.

(내 이번에는 네놈의 골통을 박살내고야말테다.)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못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간곡히 타일렀다.

《잘 봐두어라. 저런 놈들때문에 나라가 망한다. 아, 이제 나랑 너는… 얘야, 너라도 여기서 어서 피하거라. 난 저놈들 한놈이라도 까눕히고 죽겠다.》

《예?》

아들의 눈이 둥그래졌다. 그러나 이런 위급한 때에도 안겨지는 아버지사랑에 아들은 눈굽이 쩌릿해졌다.

《아버지, 걱정할거 없어요.》

자기에게 이렇다할 힘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그 말속에는 아버지를 사지에 놔두고 혼자 뛰는 아들도 있는가, 저깐놈들을 피해서 어디로 가라는가 하는 당돌한 성깔이 깔려있었다.

《백성을 다스린다는 저놈들에게서 우리가 받아안은것이 무엇이냐? 우린 한평생 저놈들에게서 밥 한그릇, 옷 한벌 받아본적이 없다. 그런데 저 부사놈은 이 북대봉 호랑이가죽까지 벗겨서 왜놈에게 바치겠다니 도대체 저놈이 사람이냐.》

황봉은 피발이 돋은 눈으로 조국의 대자연을 안고선 북대봉산발을 더듬었다. 이 심심산골에 자기들을 팽개친 모진 인간세상이 오늘은 여기까지 검질기게 따라와 그의 오장륙부를 허벼주고 멍석짝만한 하늘마저 더 바싹 좁혀놓는것이 끝없이 저주스러웠다. 더우기 아들의 어린 가슴속에 모진 상처가 더 크게 생기는것이 통분했다.

그러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이 또한 원망스러웠다.

(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순간 백발 서설봉로인의 근엄한 얼굴과 활달하고 정기도는 림중량의 눈길이 황봉의 눈앞에 비껴왔다. 부패한 통치배들을 두고 가슴을 치던 그들의 목소리가 귀전에 쟁쟁히 울려왔다.

(그분들은 얼마나 장한분들인가. 그분들이 청산대호라면 저놈들은 쥐새끼무리가 아닌가. 저놈들앞에서 내가 주먹을 떨고만 있다니. 아, 병신이 된게 원통하구나.…)

사실 병신만 안되였어도 황봉은 그놈들의 손에 잡힐 걱정도 없을뿐아니라 그저 보고만 있을 성미가 아니였다.

황바위는 두눈을 디룩거리며 새잎이 돋은 개암나무가지사이로 놈들의 거동을 하나하나 눈여겨보고있었다.

(이 골짜기에 기여든 저 부사놈의 골통을 까놓지 못한다면 나는 머저리다.)

그는 자기를 지켜보는 림중량과 서설봉, 서일, 유신검을 생각했다. 밤나무골둔덕에 쌍가마가 올라서서 어머니와 함께 놀란 눈으로 자기를 지켜보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데서 어떻게 그놈의 골통을 까야 할지 몰라 애가 탔다.

아침해가 동쪽 봉우리에서 서쪽 봉우리로 한번 건너뛰면 하루가 다되는 산골해를 짐작해서인지 아니면 잔뜩 얼굴을 찌프린 하늘아래 웅기중기 솟아 제놈들이 하는짓을 지켜보는 험한 산발들에 위압이 되여서인지 호방놈은 초불바위밑에 서둘러 치성대를 뭇게 하고 은쟁반에 받쳐든 소대가리며 돼지대가리 그리고 떡시루, 술동이를 비롯해서 부처가 좋아하는것, 산신령이 좋아한다는것들을 무드기 쌓아놓게 했다. 능구렝이같은 놈이 이통에 졸개들을 한턱 잘 먹여서 제 몸값을 올려보자는 심사였다.

그러고보니 이 치성기도는 부처님에게 드리는 불공인지 산신령에게 비는 무당들의 산신제인지 아리숭한것으로 되였다.

이윽고 사모관대에 관복차림을 한 부사를 선두로 울긋불긋 요란하게 차려입은 옥매와 그 일행이 초불봉쪽으로 올라오고있었다.

덤불속에서는 부사에게 눈독을 잔뜩 들인 황바위가 사모쓴 부사의 골통을 노리며 으스러지게 돌멩이를 거머쥐고 살금살금 그를 뒤따랐다. 그러나 그놈과의 거리는 멀고 따라오는 놈들의 눈깔이 많아서 마음이 조여졌다.

이윽고 어둠이 깃든 북대봉의 초불봉머리우 하늘에 전설을 빼놓고는 이 산이 생겨 처음으로 되는 일곱개의 별아닌 불별이 솟아 춤을 추었다.

이밤 성천부사 김요립일행의 불공치성은 이렇게 시작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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