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 회)
제 6 장
북대봉호랑이
2
(2)
활활 타는 화토불이 제물상 앞뒤를 대낮처럼 밝혀주었다. 상감마마의 무병장수와 그 총애를 받는 왕자들, 공주들의 무궁한 영화 그리고 귀동자를 더 낳길 비는 김귀인의 치성이니 어찌 정성스럽지 않고 례식이 평범하랴. 하물며 그 축원속에 엄청나게 큰 꿈, 즉 제 아들이 앞으로 왕자리를 타고앉도록 비는 김귀인의 의도가 들어있는 치성기도임에야.
평양성안에서 세상에 이름난 고려자기와 고구려의 유물들을 사들이고 파는 장사판을 크게 벌리고있는 성천부사의 사촌동생 김명립(그는 원래부터 큰 장사군이다.)이가 보내준 백통삼발이향로에서는 무데기향불이 타고 정갈스런 흰 장삼, 붉은 가사에 비스듬히 멋으로 흰 고깔을 쓴 유점사 녀승이 백팔념주를 건 두손을 합장하고 맨 앞에서 념불을 외웠다.
제물상 좌우에서 녀승들이 치는 목탁소리가 북대봉 밤정적을 깨며 골짜기로 가득 퍼져갔다.
성천부사가 제단앞에 꿇어앉고 그옆에는 밤눈에도 울긋불긋하게 옷차림을 한 옥매가 분냄새를 풍기며 떡판같은 궁둥이로 털썩 주저앉아서 두손을 비벼대고있었다.
또 그옆에서는 《신동》이 하늘중천에서 너울거리는 초불들이 신기한듯 입을 헤 벌린채 바라보고있었다.
그들에게서 열발자욱쯤 떨어진 곳에서는 호방이 수교와 함께 서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옥매가 주었다는 호방의 호사스러운 총립과 밀화구슬끈이 화토불빛에 번쩍거렸다. 그들의 두리에는 군노사령들이 엄숙하게 지켜서있고 황봉의 집근처에서는 그것을 멀리 구경하는 짐군, 말군, 교군군, 숙수, 사냥군, 몰이군들이 진을 치다싶이하고 서서 바라보고있다.
그들은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저렇게 해서 생기는 아이는 부처님이나 산신령처럼 <어질고 착하>겠지?》
《저 사또님 아들같은 <신동>이 되겠지.》
《하하하!》
《이 북대봉 산신령에게 빌어서 낳을 아들이 상감님 아들인데 아무려믄…》
생전 가야 말이 없는 늙은 관노 홍첨지가 이렇게 입을 연것이 벌써 부처님의 령험이 나타난것 같아서 사람들은 그를 돌아다봤다.
이때 중늙은이사냥군이 여럿을 둘러보며 익살을 피웠다.
《옛날 어느 대감댁 며느리가 아이를 뱄는데 소원이 왕후 장상감아들을 낳는것이였다우. 그런 집에서야 먹을게 없겠소 입을게 없겠소. 그래서 공자님의 가르치심대로 눈으로 모진것을 보지않고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고 입으로는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열달동안을 내내 고대광실 뒤골방안에만 들여박혀있었더라우. 그러면서 매일 부처님과 산신령님에게 천하영걸을 점지해줍소서 하구 치성을 드렸다우. 그런데 아이를 낳고보니 글쎄 곰배팔이 난쟁인데 입술이 쭉 째진 째보더라우. 하하하. 게다가 그 아이가 낳자부터 먹어대는데 하루에 한말밥도 꿀꺽, 열말밥도 꿀꺽…》
《와하하…》
《흐흐흐…》
《호호호…》
그의 익살바람에 큰 웃음판이 터졌다.
그때 북대봉 어느 봉우리에서인가 번쩍 하고 번개가 일더니 잔뜩 찌프린 하늘에서 우르릉 꽝! 하는 우뢰소리가 터졌다.
이 소리에 김요립이 와뜰 놀라 벌떡 일어섰다. 지금까지 그는 엎드려서 산신령에게 《산신령님! 이 북대봉에서 이번에 호랑이 스무마리만 잡게 해주시우. 이번에 왜국사람들과 장사흥정만 잘되면 앞으로 이놈의 팔자도 김공량이 부러울게 없겠쇠다. 그 김공량이놈의 배때기는 어떻게 생겨먹은 놈의 배때긴지 암만 처넣어도 그냥 냠냠이외다. 산신령님도 왜국에서 호랑이가죽값이 금값이라는 말을 들었갑쇼?》 이렇게 소리를 죽여 가만가만 빌고있던 참이라 그 우뢰소리가 마치 김공량의 고함소리처럼 들려서 그렇게 기급을 해서 후닥닥 일어선것이였다.
한편 옥매는 두손을 모아잡고 엎드려서 열심히 북대봉산신령에게 속삭였다.
《산신령님! 내 저 쥐상판에게 오기 전에 정을 준 놈이 몇놈 있었는데 그중의 물귀신같은 한놈이 성천고을에까지 나타나서 치근덕거리니 이거 야단이 아니외까. 저 호방녀석을 시켜서 슬쩍 없애치우라고는 했지만 마음이 안놓입네다. 북대봉호랑이를 내려보내여 아예 그놈을 업어가게 해주소서.》
그뒤에서 호방은 떡판같은 옥매의 엉뎅이를 지켜보며 신이 든 놈처럼 씨부렁거렸다.
《북대봉산신령님! 저 옥매란 년이 고 뱁새눈에 살웃음을 띠고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새 총립에 운문단천릭까지 주면서도 진짜 통성할 기회는 주지 않소이다. 제발 이번 길에 이 북대봉골짜기 봄바람속에서 쌍나비꿈을 꾸게 해주소.…》
바로 이때였다.
씽하고 그들의 머리우로 야무진 돌멩이 하나가 날아지나더니 딱소리를 내며 제물상우의 떡시루를 쩍 빠개놓았다. 그 떡시루쪼각과 떡이 굴러내려 제물상우의 술잔과 제물들을 뒤집어놓으며 쾅당쾅당 소리를 냈다.
《에구머니나!》
옥매가 기겁을 해서 일어나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엉?》
부사는 털썩 궁둥방아를 찧었다. 바로 그 돌멩이가 제가 쓰고있는 사모의 한쪽 뿔을 치고 날아갔던것이다.
《아니?》
호방이 눈을 헤번쩍거리며 소리쳤다.
《어느놈인지 잡으라!》
졸고있던 수교놈이 와뜰 놀라 륙모방망이를 틀어잡았다.
이때 또한번 번쩍하는 번개불속에 그 돌멩이처럼 날쌘 작은 몸뚱이가 비호같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을 본 사람은 칠성이뿐이였다. 황봉의 부자가 념려되여 그들의 바위굴쪽을 지켜보며 눈길을 못떼던 그였다.
(어이구, 저애가 기어이 일을 치는구나.)
칠성이의 가슴이 털썩 내려앉는데 바로 이때 ―와지끈 우르릉―하는 벼락소리와 함께 《어흥! 따웅!》하며 북대봉을 들었다놓는 포효성이 초불봉 뒤쪽에서 들려왔다.
《북대봉호랑이소리다. 아까 그 돌멩이도 저 호랑이가 쥐여뿌린것이다.》
칠성이는 일부러 이렇게 큰소리로 고함을 쳤다.
《에구머니나…》
옥매가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부사는 옆으로 게걸음을 쳤다. 녀승들이 어푸러져 백통향로를 뒤집어엎으며 비명을 질렀다.
호방이 뛰여들어 옥매를 덥석 안아올리더니 그 떡판같은 엉뎅이를 제 어깨우에 척 올려놓았다. 그 어깨우에서 옥매는 청승맞은 도깨비처럼 종알거렸다.
《북대봉산신령님이 노하셨구나. 아까 사슴을 살생하였기때문이다. 범사냥이구 뭐구 이 산에 얼씬두 말구 썩들 사라져라.》
수교와 군노들이 부사를 둘쳐업었다.
아예 까무라친 아들놈은 네활개를 뻗고말았다.
이때 또한번 《따웅―》하는 호랑이의 포효성이 북대봉산발을 드르릉 흔들었다.
그러자 넋을 잃은 무리들은 더 갈팡질팡 어쩔줄을 몰라했다.
이때였다. 또한번 딱소리가 나더니 돌멩이가 날아들어 부사놈옆의 관노가 메고오는 백통향로를 때렸다.
와― 아우성이 또 터지며 치성군들이 사태처럼 밀려내렸다.
칠성이의 간이 또 콩알만 해졌다. 황바위가 뒤쫓아오며 숲속에서 들이치는 돌멩이인줄 알았던것이다. 그러면서도 칠성이는 (저애야말로 정말 북대봉호랑이로구나. 어쩌면…) 하고 혀를 내둘렀다.
《빨리 뛰자, 호랑이다!》
일부러 목청을 돋군 칠성이의 다급한 웨침소리에 더욱 넋이 나간 치성군들이 황봉의 집쪽으로 죽을둥살둥 밀려내려갔다.
군노 하나가 사모 벗겨진 부사를 둘쳐업고 오면서 제 동료들과 귀속말을 했다.
《여보게! 사또님이 바지를 못쓰게 만든것 같애.》
《에잇, 구린내야.》
《마님은 일없을가?》
《호방이 둘쳐메고 좋아라 그 주코를 벌름거리는데 걱정할게 있나, 히히히.》
장막앞으로 달려온 유점사 녀승이 독이 올라 고아댔다.
《보시우, 불공치성전에 살생을 하더니… 북대봉산신령님이 대노하셨소. 빨리 이곳을 뜰 차비를 하시오. 내 서울 가서 이 일을 귀비님께 죄다 말씀드리겠소.》
이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옥매가 그의 장삼소매를 잡고 늘어지며 슬그머니 그의 손가락에 큼직한 금가락지 두틀을 끼워주면서 빌붙었다.
《제발 서울 올라가면 잘 말씀드려주시우. 북대봉치성이 잘됐다구요.…》
얼혼이 나간 부사와 까무라친 아들 그리고 옹알거리는 옥매를 말에 태운다, 장막을 거둔다 복닥소동이 일어났다. 그 경황중에서도 군노사령들과 사냥군, 몰이군, 교군군 심지어 녀승들까지도 초불바위앞에 차려놓았던 제물을 다 걷어다가 먹을것 다 먹고 마실것 다 마셨다.
호방의 성화같은 독촉에 사람들은 지고 메고 이고 오금아 날 살려라 하고 어둠속을 뚫고 범골아래 골짜기로 도망쳐내려갔다.
사냥군들은 《흥, 범의 소리 한번에 이꼴이 되면서 뭐 북대봉호랑이를 몽땅 잡겠다구? 하하하, 봄밤에 흔한게 호랑이 우는 소린데…》하며 얼근한김에 코방귀들을 뀌였다.
겨우 정신이 든 부사는 어둑귀신 볼수록 커진다고 소소리높은 북대봉 험한 산봉우리들을 치올려보더니 눈을 딱 감고말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냥짜리 굿하다가 백냥짜리 징만 깨친것 같은 분한 마음을 사그라뜨릴수 없어서 저혼자 고시랑거렸다.
《제길, 그놈의 북대봉호랑이가…》
초불바위꼭대기의 일곱자루 초불은 아직도 뜬 별처럼 켜져있는데 후둑후둑 비방울이 그 불꽃을 피식피식 지지며 지나갔다.
《칠성아, 너는 그 쇠장대를 든든히 틀어잡고 여기를 지키고있다가 맨 나중에 내려오너라.》
호방이 칠성이를 보고 소리쳤다.
(흥, 네놈이 나를 호랑이밥을 만들려고 그러누나. 하지만 난 네놈들처럼 호랑이따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늘밤의 진짜 호랑이가 누군지나 아느냐?) 하고 씽긋 웃었다.
놈들이 다 내려간 다음 칠성이는 다급히 황봉이부자가 있는 굴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아저씨, 어서 나오시우. 놈들이 몽땅 뺑소니를 쳤쉐다. 이제 다시 여기로는 얼씬도 안할거외다.》
《칠성이, 이 사람―》
굴옆의 개암나무숲속에서 황봉의 격정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와 함께 달려온 황바위가 칠성이의 손을 덥석 잡으며 씩씩거렸다.
《칠성형! 내 그 부사놈의 골통을 까놓는다는게 그만 떡시루만…》
칠성이는 어이가 없어 입을 딱 벌렸다.
《얘야! 난 너때문에 간이 콩알만 해졌댔다. 하지만 네가 진짜 북대봉호랑이다. 어쩌면 어린게 담덩이가 그렇게도 크냐? 하기사 그놈들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지.》
칠성이는 그들이 무사한것을 보고 안도의 큰숨을 내쉬는데 황바위는 《제길, 내 돌팔매질이 서툴어서 그만…》하고 더욱 분을 못새겨했다.
칠성이는 불구슬같은 바위의 두눈을 별빛아래 지켜보며 혼자말처럼 했다.
《네가 정말 나보다 낫다. 너는 벌써 아버지의 원쑤를 갚고 왜놈 끌어들이는 역적놈들을 치려고 덤벼드는데 나는 이따위것이나 들고다니니…》
그러더니 들고있던 쇠장대로 옆에 있는 바위를 후려쳤다. 바위에서는 시뻘건 불꽃이 튀여올랐다. 황봉이는 큰숨을 내쉬며 한마디 했다.
《원쑤를 갚는건지 뭔지 내 이놈때문에 오늘 10년은 감수했네. 저녀석이 앞으로 내 속을 얼마나 태우겠는지 원…》
그러나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고나니 한편으로는 어린 아들의 통이 그렇게 큰것이 장하게도 생각되여 말끝을 얼버무리는데 어느새에 어데로 갔는지 황바위가 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녀석이 또? 정말 놓아먹인 망아지새끼라니까.…》
칠성이가 황봉이를 부축하고 집으로 내려왔을 때였다.
《칠성형! 이것 좀 보우, 그놈들이…》
울상이 된 황바위가 불에 타다남은 동고리쪼박을 들고서 이를 앙다물고있었다.
《아니, 왜 그러니?》
칠성이가 영문을 몰라하자 황봉이 그것을 받아쥐더니 격분을 참지 못해했다.
《천하에 죽일 놈들! 이 동고리속에 자네 누이동생 쌍가마가 우리 바위에게 준 댕기를 넣어두었댔는데 그놈들이 이 동고리짝까지 화토불에 이렇게…》
《예?》
동고리쪼박은 칠성의 손으로 넘어갔다. 댕기에 깃든 이야기를 듣는 칠성이의 젖어든 두눈에 타다남은 화토불빛이 비꼈다. 그 눈굽에 고인것이 방울져 동고리쪼박에 떨어졌다.
황바위는 칠성의 손을 잡고 다시 물었다.
《형님, 밤나무골에 갔다오셨지요? 아, 쌍가마가 이걸 알면… 그놈들이 동헌마당에서 짓밟아 찢어놓더니 오늘은 이렇게 불태워버리기까지 했으니 쌍가마가 알면…》
칠성이는 그에게 큰 죄를 지은듯 떠듬거렸다.
《바위야, 용서하거라. 내 종살이신세가 돼서 아직도 거길 못가봤다.》
《예? 아, 형님두 어쩌면…》
황바위는 칠성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황봉이 《음…》하고 신음소리처럼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바위야, 칠성이를 너무 괴롭히지 말어라. 못가보는 그 마음이 오죽하겠느냐.》
하늘은 어느새 말끔히 개이고 고운 뭇별로 치장을 했다. 배가 부르기 시작한 달이 동쪽 봉우리에서 삐죽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 달빛, 별빛아래에서 칠성이는 바위와 함께 깨여진 옹배기쪽이며 나딩구는 세간붙이들을 주어모으며 한숨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바위야, 이젠 어떻게 살아가겠느냐?》
도끼에 찍혀 넘어진 소나무그루터기에 앉은 황봉이가 허거프게 웃으며 그에게 힘을 주려고 아들대신 대답했다.
《언제는 우리가 무엇이 있어서 살았던가. 산 사람이야 살기 마련인걸.… 자, 우리 걱정은 말구 욕먹지 않게 어서 떠나라구. 우리 부자를 두번씩이나 살려낸 자네 신세를 한생 잊지 않겠네.》
황봉의 목소리는 갈렸다.
《예.》하고 대답을 하면서도 칠성이는 차마 발길이 안떨어지는듯 쓰러진 삽짝귀틀을 바로 잡아놓았다.
황바위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칠성형을 보내지 말자요.》하더니 칠성이의 옷소매를 잡고 《형, 가지 말고 우리랑 함께 살자요. 내 가서 어머니랑 쌍가마를 데리고 올게요. 여기엔 호랑이는 많아도 성천부사나 조참봉같은 놈들은 없어요. 그렇게 하지요, 예?》하며 그의 팔을 흔들었다.
그 말에 칠성이는 황바위의 얼굴을 지켜보며 밤눈에도 눈에 뜨이게 입술을 실룩이더니 통분한 마음을 못참겠는듯 놈들이 말을 매고 천막을 치느라고 자빠뜨린 집앞의 큰 오리나무에 어깨를 들이밀고 우지직우지직 놀라운 힘으로 그것을 바로 세워놓았다. 놀라운 힘이였다. 배가 부르기 시작한 휘영청 밝은 달빛에 초불봉골짝 나무가지들의 새순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그것을 보며 칠성이는 《아―》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마치 자기가 짓밟고 자빠뜨려놓은것 같은 아픈 마음이였지만 그것을 바로세워놓고보니 그는 종살이이후 처음으로 사람이 할 일, 보람있는 일을 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봉은 걱정이 되는듯 다시 말했다.
《이 사람, 우리때문에 밤이 깊었는데 자네가 무사하겠나. 이젠 어서 떠나라구.》
그러자 칠성이는 《그까짓 볼기 몇대 맞는거야 뭐랍니까. 그보다도 아저씨, 부디 몸 잘 돌보시오이다.》하고 머리를 숙이며 목이 메여 말을 더 못이었다.
《형, 가지 마우.》
황바위가 그의 쇠장대를 잡고 놓지 않았다.
칠성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바위야, 넌 아직 종살이신세가 어떤것인지 모를거다. 난 여기로 올수 없는 몸이다. 관가에서는 나를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한단다. 내가 도망쳐오면 그놈들은 나를 잡으러 여기로 올게고 내가 잡히면 너도 아버지도 우리 어머니도 쌍가마도 다 잡혀죽는다.… 그렇지만 내 꼭 밤나무골에 가서 어머니랑 쌍가마에게 네 마음을 전해주마. 바위야, 부디… 불쌍한 아버질 잘 모셔라.》
그는 그 큰 덩치를 울먹이며 황바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칠성이는 쓰러질듯 휘친거리는 황봉의 지팽이를 부축해주고나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그후 성천과 양덕, 맹산, 강동을 비롯해서 린근고을들에 이런 소문이 쫙 퍼졌다.
북대봉에서 호랑이젖을 먹고자란 아이장수가 범을 세마리씩이나 거느리고 다닌다고―
그것은 놈들이 다시는 북대봉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칠성이가 지어낸 북대봉의 새 전설이였다.
하기사 나라를 좀먹고 국난을 끌어오는 역적놈들에게 던진 황바위의 그 돌멩이를 북대봉의 범장수가 던진 돌멩이라고 한들 무엇이 잘못이랴.
그후부터 성천부사와 옥매는 다시는 북대봉이야기를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성천부사가 왜놈에게 주려고 북대봉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바지에 똥만 싸고 도망쳐왔다는 소문이 백성들의 조소속에 나돌았다. 떡은 돌릴수록 작아지고 말은 돌릴수록 커진다고 이 소문은 이웃고을들에까지 파다하게 퍼져서 사람들의 말밥에 올랐다.
《북대봉호랑이가 령물이로다.》
《그 호랑이 동래 부산까지 달려나가서 제 가죽을 벗겨내려는 왜놈들의 목줄기를 몽땅 물어끊었으면 씨원하겠다.》
《왜놈도 물어죽이고 왜놈을 끌어들이는 놈들도 몽땅 물어야지요.》
이무렵 양덕고을 조참봉네 집에서도 소동이 일어났다. 조참봉의 어미가 북대봉치성소식을 듣고 아들의 팔소매를 꽉 잡으며 고아댔던것이다.
《너는 개띠팔자를 타고났는데 그 령물스런 북대봉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다니, 안된다, 안돼. 내 생전에는 네 북대봉골짝에 못들어갈줄 알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