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회)
제 1 장
비류강의 배놀이
1
설한풍 울부짖던 북대봉산맥의 긴 등마루에도 봄은 태동하고있었다. 소소리높은 련봉들이 저마다 부푸는 봄싹들과 꽃망울들의 훈향을 추켜들며 키돋움을 하는듯 봄은 까마득한 령마루에까지 기여오르고있었다. 북쪽으로 북대봉을 멀리 둔 수덕고개의 오리나무, 물푸레나무들도 검붉은 잎망울들을 다닥다닥 내비치며 새순을 쳐든 머루다래넝쿨들에 휘감겨져있었다.
부는듯마는듯 바람소리조차 삼가하듯 하는 산마루에 갑자기 와스락버스락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치 장난꾸러기 아기사슴이 껑충대며 뛰여오르듯 열서너살쯤 됨직한 사내아이가 다래덩굴을 헤치며 불쑥 나타났다.
장한 일이라도 해낸듯 벙글거리며 탁 트인 고개마루의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는 치올라간 검은 눈섭이 두드러진 이마밑에서 정기가 도는 큰눈을 디룩거리며 앞뒤를 둘러보더니 검푸른 이끼가 돋은 댓길이 넘는 바위우로 다람쥐처럼 기여오르기 시작했다. 나이에 비하여 놀랄만큼 날쌔고 담찬 몸놀림이였다. 미투리 두컬레를 대롱대롱 달아맨 앙증스런 괴나리보짐을 지고 참나무잎새만한 빨간 댕기를 머리채끝에 한들거리며 바위를 타고오르는 그의 단단히 조여맨 청올치미투리코끝에 뭉개진 검푸른 바위이끼가 생채기를 내며 쪼박쪼박 뭉개져내린다.
이때 《얘, 바위야!》하고 부르는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저쪽 숲속에서 들려왔다. 큼직한 지게에 누데기진 이부자리며 밥가마등 세간붙이를 지고 역시 감발미투리차림으로 맨 상투바람에 무명수건을 질끈 동인 그의 아버지가 아슬한 바위꼭대기로 바라오르는 아들을 보자 아찔해진 눈길로 짙은 구레나룻을 푸들거리며 조심스럽게 소리쳤다.
《너 어쩌자구 그런델 올라가느냐, 엉?》
그러나 바위끝에 벌써 올라선 아들은 산발밑의 골짜기를 굽어보더니 괴나리보짐을 추슬러올리며 《야, 저기 집들이 많기도 하네!》하고 환성을 올렸다.
그 애되고 새된 목소리가 산등을 타고 메아리치며 골짜기로 내려간다. 그럴수록 더욱 마음이 조여난 아버지는 《얘 바위야, 어서 내려와서 아버지손을 좀 잡아주렴. 산마루오르기가 힘이 드는구나.》하고 애써 부드러운 목소리로 구슬려댔다.
그러나 아들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두눈을 더 디룩거리며 소리를 쳤다.
《아버지, 저기 집들이 굉장히 많아요. 저게 다 사람들이 사는 집인가요?》
아버지의 발걸음은 급해났다. 헐떡거리며 고개마루에 올라선 그는 급히 이사짐지게를 내려놓고 작대기를 받쳐놓더니 아들을 올려다보며 더 곰살궂게 얼려댔다.
《조금만 더 가면 그 양덕고을거리가 더 잘 보인다. 어서 내려오너라. 이제 아버지가 다 대주마.》
《야, 어서 가봤으면 좋겠네.》
인간세상을 난생처음 보는 어린 아들은 잔뜩 호기심에 끌려 좀처럼 내려올념을 하지 않는다.
《어서 내려와서 점심을 먹자꾸나. 네가 옹노로 잡아가지고오는 까투리를 구워먹자꾸나.》
《까투리요? 예, 그러자요.》
그제서야 아들은 바위에서 쭈르르 미끄러져내리더니 아무렇지도 않은듯 괴나리보짐을 추켜올리며 벙긋 웃고 아버지앞으로 다가섰다.
《너 또 저런델 올라가서 애비 간장을 태울테냐, 엉?》
조마조마해있던 아버지는 아들의 두어깨를 꽉 틀어잡더니 벼락같은 소리를 치며 손을 부들거렸다.
아들은 입술을 삐쭉 내밀고 아버지를 힐끔 쳐다보더니 힝하니 고개밑으로 내리달렸다.
《그쪽이 아니야. 이쪽으로 가야 해.》
그 말에 아들의 발걸음은 우뚝 멈춰졌다. 아버지는 다시 이사짐을 지고 일어섰다. 고집스럽게 입술을 꽉 다문 아들은 찌뿌둥한 얼굴로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그들부자는 고개중턱 펑퍼짐하고 양지바른 돌바위판에 짐을 내려놓았다.
《야―》
아들은 다시 천진스럽게 환성을 올렸다.
푸른 숲을 옷자락에 수놓은듯한 가파로운 양덕고을 산줄기들, 그 골짜기와 기슭들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고을거리가 한눈에 보인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마음을 붙잡아앉히려고 마른 삭정이를 주어모아 불을 지피며 밥을 덥히고 까투리를 지글지글 굽고있는데 아들은 그런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크고작은 집들이 들어찬 거리쪽으로 앞서달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듯 아버지에게 연방 물어댔다.
《아버지, 저 집들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사나요? 저 산들에도 노루랑 메돼지랑 있나요? 호랑이두…》
《호랑이?》
아버지는 아들의 그 말을 한번 되받아외우더니 생각깊어진 얼굴로 한마디 했다.
《좋은 사람들이 살지. 그러나 승냥이보다두 더 악독한 놈도 산단다.》
《승냥이보다두요?》
아버지는 더 말이 없이 훅훅 삭정이불을 불었다.
《그까짓 승냥이 난 무섭지 않아요. 그런데 저기엔 왜 저렇게 집들이 많은가요? 왜 우리는 사람 안사는 북대봉 범골에서 살았나요?》
그러면서 아들은 《저것두 사람이 사는 집인가요?》하고 양덕고을거리 한가운데 제일 큰 고래등같은 기와집을 가리켰다.
《그렇단다. 바로 그 집에서 그런 악독한 놈이 산단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어대던 아들은 모든것이 신기한듯 큰눈을 디룩거리며 발돋움을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사람세상구경을 처음하는 아들의 그 소박한 물음에 아버지는 뜨끔뜨끔 가슴을 찔리우기라도 하는듯 구레나룻을 씰룩이였다.
《자, 어서 오너라. 점심부터 먹자. 이제 아버지가 다 말해주마.》
아들은 아버지옆에 바싹 다가앉아 아버지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검고 짙은 눈섭이 의문에 실려 쪼프려졌다.
어머니손길이 가지 못한듯 투박한 석새무명바지저고리의 바늘질솜씨는 비록 서툴러도 꿰진 곳을 촘촘히 기운것이라든지 탄탄한 저고리띠, 든든히 감은 감발이며 청올치미투리에 아버지의 살뜰한 사랑이 력력히 슴배여있었다.
아들은 잘 구워진 까투리다리 한짝을 쭉 찢어서 아버지 손에 쥐여주며 또 물었다.
《아버지, 우리도 이제 저기가서 사나요?》
이 말에 아버지는 다시한번 가슴을 찔리운듯 꿩고기를 들고 머뭇거리더니 《저기로는 못간다. 그러나 저기는 너의 어머니가 나서자란 고향땅이다. 그리구 내가 살던 곳이구. 잘 보아두어라.》하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왜 못가나요?》
아들은 아버지에게 더 바싹 다가앉았다. 그러나 아들이 쥐여준 까투리다리를 쥔채 양덕고을변두리의 나지막한 산기슭에 살구꽃이 만발한 마을로 이윽토록 눈길을 돌리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차마 못할 말이라도 하듯 머리를 쓸어주며 떠듬거리였다.
《너의 어머니 고향이고 내가 살던 곳이기때문에 못간다. 이제 네가 크면 다 알게 된다.》
어느새엔가 그의 손에서 까투리다리가 발밑에 떨어져있었다.
아들의 두눈이 올롱해졌다. 평소에 듣지 못하던 아버지의 떠듬거리는 그 말과 괴로와하는 얼굴 그리고 발밑에 떨어진 꿩고기를 번갈아보며 아들은 시무룩해졌다.
《체, 사람세상에 나가살자고 북대봉속에서 떠나왔는데…》
들었던 꿩고기를 슬며시 내려놓으며 아버지얼굴을 지켜보는 어린 아들의 가슴속에 무거운 돌멩이라도 달아매주는것 같아 아버지는 애써 얼굴빛을 밝게 하며 말했다.
《바위야, 우리 저기보다 더 좋은데로 가서 살자꾸나. 평양성으로 말이다.》
《평양성에는 저기보다 더 집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나요?》
《많구말구.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 너의 큰아버지도 거기서 살고계실게다.》
그런데 어머니가 나서자라고 아버지가 살았다는 곳에는 왜 가지 못하는가?
어린 가슴속에서 자꾸 머리를 드는 아들의 의문은 끈덕졌다.
아버지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바위야, 오늘 하는 이 애비의 말을 잘 들어두어라. 저기 살구꽃이 곱게 핀 양지마을이 너의 어머니가 태여난 곳이고 저 고을거리 한복판에 있는 큰 기와집은 너의 어머니가 종살이를 하던 집이다.》하고 일어서서 손을 들어 가리켜주었다.
《종살이가 뭔가요?》
《량반이나 부자놈들의 집에 매여살면서 한평생 뼈빠지게 그놈들의 일을 해주는거란다. 모진 매를 맞아 죽기까지 하면서…》
《그럼 왜 종살이를 하나요?》
《가난하고 천대받는 사람들이 그놈들에게 매여서 그렇게 사는게 사람세상이란다.》
《체, 그럼 사람세상이란 못된 곳이구만요. 북대봉에서는 노루, 사슴이랑 토끼, 다람쥐랑 짐승들도 다 사이좋게 사는데…》
《인간세상에도 좋은 사람들이 더 많지. 나쁜 놈들은 그런 놈들뿐이구…》
《그런 놈들을 왜 그냥 놔두나요? 메돼지잡듯 잡아치우지.》
《넌 아직 어려서 세상일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할게다. 그러나…》
아버지는 한숨을 쉬고나서 다시 살구꽃마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꽃나무뒤쪽에는 행랑살이로 한평생 모진 고생을 하다가 원통하게 세상을 떠난 너의 외할머니의 무덤이 있다.》
《행랑살이란 또 뭔가요?》
《그런 놈들의 집구석에 박혀살면서 일을 해주는 종살이지.》
바위는 살구꽃둔덕을 향하여 발돋움했다.
《저기 외할머니무덤에도 못가보나요?》
아버지의 소매자락을 잡아당기던 아들은 흰오리가 섞이기 시작한 아버지의 푸들거리는 구레나룻과 시퍼런 불길이 튀여나올듯한 두눈을 보더니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았다. 이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인듯 엷은 봄아지랑이가 살구나무들을 가물가물 가리워놓았다. 그속에서 어제일처럼 눈에 선한 열세해전의 뼈아픈 회상들이 아버지의 가슴을 치며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이끝저끝 엉켜지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 이 어린것을 데리고가서 저의 어머니 고향마을을 한번 보게라도 해줄가? 아니다. 그렇게는 못한다. 내 자식이 〈도비〉(도망치려던 녀종)라는 불도장이 찍힌 녀종의 자식이라는것이 세상에 드러나기만 하면… 그리고 내가 그 녀종 봄순이를 업고 뛴 황봉이라는게 알려지는 날이면…)
아버지는 모지름을 쓰며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안된다, 안돼.… 그렇게 되면 북대봉골짝에 묻혀있는 안해의 무덤까지 파헤칠 놈의 세상인걸.)
회상은 꼬리를 물었다.
양덕거리는 배나무가 많은 곳이다. 봄철이 되면 산기슭과 온 거리는 희디흰 배꽃에 뒤덮인다.
한뉘 그 거리 한복판 고래등같은 조참봉네 집에서 행랑살이를 하다가 늙어서 쓸모가 없게 되자 대문밖으로 쫓겨난 봄순이 어머니는 세상에 오직 하나인 딸을 애타게 부르며 그놈의 집 담장밖 배나무에 목을 맸던것이다. 그날밤 밝기도 한 보름달아래 배나무가지들에는 양덕고을 소쩍새들이 다 모여들어 그를 위해 애타게 울어주었다.
그 어머니무덤을 붙안고 땅을 치며 통곡하던 봄순이의 울음소리가 지금도 양덕고을산발을 타고 메아리쳐오는듯싶었다.
그 악마의 소굴을 몇번이나 뛰쳐나가려다가 붙들려 이마에 《도비》란 불도장을 찍히우던 봄순이의 비명소리와 이마우에서 이글거리며 타던 살냄새가 풍겨오는듯 했다.
참봉 조상갑은 대를 두고 양덕고을에서 살면서 척박한 산골땅보다 먹을알이 더 큰 북3도(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산짐승가죽을 긁어모아 큰 재산과 권세를 틀어잡은 탐욕스럽고 포악한 토호로서 참봉벼슬까지 그 재력으로 산자이다.
그놈은 봄순이도 모르게 그를 제 집 녀비(종신 녀종)로 종문서를 꾸며놓았던것이다. 그가 제 집에서 뛰쳐나가려고 하자 상전을 배반하고 도망치려 했다는 《죄》를 들씌워 녀종들이 도망치려고 할 때 바늘로 살을 쫏고 먹물을 먹여 볼이나 이마우에《도비》라는 글씨를 써박는 자자형대신에 불쇠꼬치로 이마에 《도비》라는 글자를 지져새기는 악귀같은짓을 관가와 짜고했던것이다.
그러나 어디에 대고 하소조차 할수 없는 세상이였다.
그때 황봉이 역시 제손으로 피땀을 쏟아부어 일군 산비탈땅뙈기를 그놈에게 다 빼앗겼었다.
관가를 등에 업은 조참봉놈은 밭을 다 일궈놓자 그것이 제땅이라고 황봉이 곤장까지 맞게 하고는 제놈의 집 머슴으로 끌어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목숨처럼 가꿔온 땅을 억지로 빼앗은 놈에게 순순히 끌려갈 그가 아니였다. 그는 평소에 봄순이모녀가 당하는 천대와 멸시에 의분을 참지 못해했으며 그런 속에서도 비단결같은 봄순이의 마음씨와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효성에 감동되여왔던것이다.
그래서 죽기내기로 그 봄순이를 데리고 도망쳐나온 양덕고을이였다.
그들은 그후 인적없는 북대봉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오돌막을 짓고 산비탈을 일구며 새삶을 시작했던것이다.
오돌막앞의 초불대같이 생긴 바위모양을 따서 자기 둘의 삶의 뿌리를 내린 골짜기이름을 《초불골》이라고 지은 날 밤 호랑이가 하두 요란스레 우는 바람에 《범골》이라고 이름을 고쳤었다.
그런데 그런 속에서 태여난 아들이 한돌도 채 되기 전에 피눈물과 함께 그 북대봉골짝에 안해를 묻게 될줄이야.…
엄마없는 어린것을 목숨을 걸고 그 심산속에서 이만큼 키워내고보니 더는 사람세상과 떨어져살게 하는것이 아들에게 죄를 짓는것만 같아 이번에 이렇게 아들을 앞세우고 북대봉속에서 나와 아들에게 먼발치에서나마 제 어머니 고향땅을 보게 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이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의 가슴속에 피흐르는 상처가 생길 지난날의 그 이야기만은 해줄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똑똑히 알려주자. 왜 저의 어머니 고향으로 못가는가를…)
이렇게 마음을 먹은 황봉은 아들을 불렀다.
《바위야.》
《예?》
아버지의 절절한 눈길앞에 굴레벗은 망아지같은 성미가 좀 누그러진듯 아들은 온순하게 대답을 하며 아버지의 얼굴을 지켜봤다.
《너를 저 양덕고을로 데리고 못가는것은 저 기와집에서 너의 어머니가 종살이를 하였기때문이다. 그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알겠느냐?》
그 말에 아들은 맞서나섰다.
《어머니가 종살이까지 해주었는데 왜 가보지도 못하나요?》
《그렇지만 가볼수 없다. 어머니가 저 집의 종이였다는 말을 남이 듣는데서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세상이 그렇게 돼먹었단다. 알겠느냐?》
황봉은 어린 아들앞에서 가슴을 박박 긁히우는듯싶었다. 그러나 자기도 다는 모르는 세상사를 어떻게 어린 아들에게 다 이야기해주랴.
《바위야, 오늘은 어머니고향을 멀리에서라도 봤으니 그만 떠나자꾸나.》
총명한 아들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갈수 없다는 어머니의 고향마을을 자기에게 먼발치에서라도 보여준 아버지의 마음이 고마와 더는 군말없이 일어섰다. 그러나 그의 어린 가슴속에는 안고 삭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차고 큰것들, 모를것들이 꽉 들어찼다.
바위등판을 꿰뚫기라도 할듯 작대기끝에 힘을 꾹 주며 지게를 지고 일어서는 아버지를 따라서는 아들의 머리우에 긴 날개를 한껏 편 봄수리개 한마리가 산등을 타고 양덕거리 살구꽃둔덕쪽으로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저곳을 떠나 북대봉골짝으로 도망칠 때 부디 가서 아들딸 낳고 잘들 살라고 씨앗오쟁이며 소금꾸레미를 메워주면서 눈물을 흘리던 그 천서방내외는 지금도 살아나있는지…)
황봉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더 말이 없었다.
바위는 바위대로 (사람세상엔 별일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긴채 봄아지랑이로 가리워진 살구꽃마을을 몇번이나 돌아보며 아버지를 따라 수덕고개를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