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

 

예견했던바대로 궁예는 왕건의 후백제의 엉치께를 떼여내자는 제의에 처음엔 어안이 벙벙해서 도리질부터 하였다. 도저히 실현될수 없는 공상을 하고있다고…

그런 궁예를 왕건은 꾸준하게 설득시켰다. 지금 견훤의 생각은 온통 북쪽과 동쪽으로 쏠려있다. 북으로는 마진의 공격을 막기 위함이고 동쪽으로는 신라를 떼먹기 위해서다. 서와 남은 완전히 뒤전에 두고있다. 이런 때에 후백제 서남의 땅을 치면 어렵지 않게 취할수가 있다. 이렇게만 되면 전략적으로도 완전한 우위를 차지할수 있을것이다.…

그래서야 궁예는 응하게 되였으며 하여 금필이 왕건과 함께 착상한 야심만만한 이 작전이 지금 빛을 보려 하고있는것이였다.

신심을 가진 궁예는 며칠전에 제가 직접 포구에까지 나와 즐비하게 늘어선 배들과 조련을 끝내고 대기하고있는 5천의 군사를 보고는 입이 벙글서해서 왕건에게 연신 치하를 아끼지 않았었다.

금필은 왕건과 만난 자리에서 견훤이 신라의 진주를 타고앉으려고 출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그가 북으로는 올려밀지 못해도 동남쪽으로는 몸집을 늘쿠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였다. 그렇다면 견훤이 자리를 뜬 지금이야말로 맞춤한 기회가 아닐수 없었다.

아닐세라 궁예는 마침내 왕건에게 출전령을 내렸다.

왕건의 부장들인 금필과 술희 그리고 능산이까지 모두 불러다가 붙여주었다. 이외에도 왕건수하에 홍유, 배현경, 종훈, 김언, 김락, 리흔암이까지 배속시켰다.

궁예는 왕건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있었다.

왕건의 금성공략을 두손들어 지지한 사람들이 또 있었다. 아지태와 가려 두 모사들이였다.

궁예는 이번 공략을 절대비밀에 붙이고있었으므로 조정의 대신들중에서는 류천궁을 제외하고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지태와 가려가 금성공략을 지지한 리유는 단 한가지때문이였다. 그들은 이번 싸움에서 왕건이 패하여 죽거나 하다못해 망신이라도 당하는게 소원이였던것이다.

이들은 다 왕건의 금성공략이 성공하기 어려운 모험이라고 단정하고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두고봐야 알 일이였다.

왕건은 조용히 출전령을 내렸다.…

궁예의 대병력이 왕건의 지휘하에 바다길로 내려온다는 긴급정보를 받아안은 견훤의 생각은 착잡했다.

이것들이 어쩌자는걸가? 과연 무슨 속셈으로 배길을 타는걸가?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았으나 신통한 답을 찾지 못하였다.

바다길이 제 죽을 곳인줄 알기나 하고 덤벼드는가? 의문이 커지는속에 견훤은 소스라쳐 놀랐다. 궁예의 모험이 백에 하나 성공하는 경우 그것은 후백제에 무서운 타격으로 될것이기때문이였다. 결국 후백제가 죽게 될런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청주 서쪽지역을 보란듯이 깔고앉아있던 유금필이 소환되여갔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 이런 일이 있지 않을가 알아보았어야 했었다. 청주 남쪽을 공격하였던 리흔암이도 되돌아갔다 하니 필경 그 무리에 끼였을것이 분명했다.

마진군의 총대장이 왕건이라는 사실과 거기에 왕건의 두뇌이자 한쪽팔과 같은 유금필이 분명 합세하였을것이라고 생각하니 견훤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한강 남쪽에서 금강까지의 드넓은 땅을 두석달안팎에 타고앉은 맹장들이였다. 그들은 세해전에 벌써 견훤이 침만 흘리면서 바라만 보고있던 충주와 청주를 눈깜빡할새 타고앉아 후백제와 신라는 물론 견훤 자기를 숨도 바로 쉬지 못하게 눌러놓고만 위인들이였던것이다.

견훤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무슨 수를 써서든 이들을 막아야 한다는것을 절감했다.

그런데 견훤수하의 장수들은 코웃음을 치고있었다.

륙지에선 산도 있고 숲도 있어 요리조리 숨어드는터에 대적하기가 힘들었지만 바다우에 둥실 뜬것들을 족치는게 무슨 큰일이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걱정마시오이다. 물우에 뜬 적을 소멸하기란 손바닥에 올라붙은 파리를 때려잡기만큼밖엔 안되는 일이오이다. 와하하…》

후백제의 수군대장인 능창이 희떱게 큰소리치며 나섰다.

《그래 너희들은 왕건의 공격방향이 어디일것 같으냐?》

견훤의 물음에 능창이 대답했다.

《울포 아니면 옥포일것이오이다. 제까짓것들이 그이상이야 내려오겠소이까?》

《아니다, 분명 목포라고 했다.》

견훤이 눈을 흘기였다.

《믿어지지 않소이다.》

《무엇이 믿어지지 않는단 말이뇨?》

《그들이 목포까지 내려온다 하면 어떻게 살아돌아가겠소이까? 우리 수군이 그들의 허리를 토막내여 먹어치우겠으니 말이오이다.》

《너무 장담 말아. 상대를 홀시하면 쉽게 패할수 있느니라.》

견훤은 여전히 걱정을 털어버리지 못하고있었다.

《진짜로 상대를 홀시하는것은 바로 그들이로소이다. 만약에 그들이 목포까지 내려온다 하면 우리의 수군에 완전히 포위되고말것이온 즉 그물에 든 고기가 살기를 바랄수 있겠소이까?》

《그들의 배가 자그만치 100여척이라고 한다, 100여척!》

견훤이 구체적인 병선의 수자를 들어서야 능창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100여척이라 하셨소이까?》

《그렇다. 우리와 일 대 일이다. 물우에서 일 대 일이 승산이 있을것 같으냐? 아무리 제 바다에서 싸운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기에 뭍에서도 협공을 해야 할것이오이다. 바다는 물론이고 뭍에도 방어선을 안쪽깊이까지 촘촘히 잡아 진을 쳐야 할줄 아오이다.》

장수 공직이 끼여들었다.

《철저하게 바다우에서 소멸해야 하오이다. 그들이 땅에 붙으면 싸움은 진것이오이다.》

견훤의 모사인 능환은 또 저대로 고집했다.

《그대는 우릴 너무 얕잡아보는게 아니요?》

대장수로 임명된 장수 공직과 그 대리인인 박영규가 동시에 능환을 흘겨보며 언짢다는듯 말했다.

《나는 땅에 붙기 전에 소멸해야 한다고 보오.》

이번엔 능창이 바다싸움은 제몫이라는듯 꽥 소리질렀다. 그는 근본부터가 바다사람이고 견훤의 수하에 들기 썩 이전부터 이곳 바다가 반란군의 두령노릇을 하였었다. 견훤에게 후백제의 수군을 만들어바친 공으로 그는 수군의 대장자리를 타고앉아있었다.

《걱정마시오. 수군대장은 싸우다 힘들면 일부러라도 그들을 뭍에 올려놓으시오. 우리몫을 남겨두라 그 말씀이요.》

박영규는 얼마전에 신라 한귀퉁이를 떼내는데 성공한것을 가지고 큰소리치고있었다.

《입씨름은 그만하고 싸울 준비나 착실하게 하라. 수군은 당장에 거슬러올라가서 왕건의 수군을 우리 경내밖에서부터 미리 막도록하라. 절반은 떼내서 목포앞바다를 막을것이다.》

《알아들었소이다.》

일단 견훤이 령을 내리자 능창도 군말없이 복종했다.

《보군은 해안에서부터 두겹으로 방어선을 치라. 목포앞바다에는 세겹으로 방어진을 칠것이다.》

《알겠소이다.》

장수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첫 싸움은 뜻밖에도 무안반도 앞바다에서 벌어졌다.

무안은 반도가 길다랗게 바다로 나와있는 곳인데 금성이 코앞이였다. 무안반도는 그 주변에 임자도, 하외도, 후응도, 고이도 등 크고작은 섬들이 백이 넘게 널려져있는 곳이였다.

후백제수군대장 능창은 허세와 함께 교활한 구석도 있는 작자였다. 그는 수군으로 왕건을 앞질러 막으라는 견훤의 령에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주변의 섬들에 군사를 조금씩 떨구어 복병시켰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는 몰랐다. 아마도 왕건에게 밀리우면 잽싸게 옆으로 빠져 뭍으로 올라붙으려는 생각에서 그랬는지…

그런데 이들이 금필의 군사들에게 발각되여 싸움이 붙은것이였다.

금필은 왕건의 명령으로 목포로 내려오는 도중에 일부 군사를 떼여서 주변의 섬들을 하나하나 타고앉던중이였다.

왕건은 기본력량을 목포앞바다에 집결시켜 견훤의 주력을 끌어붙인 뒤에 금필로 하여금 금성으로 우회해들어가도록 작전안을 짜고있었다. 그것이 능청스러운 능창의 수와 부딪쳐 첫 접전으로 되고만것이였다.

싸움은 시작부터 재미있게 번져가고있었다.

견훤은 이것을 왕건의 기만공격으로 착각하고 력량을 보강해주지 않은채 목포앞만 버티고있은것이였다.

왕건과 시시각각으로 련계를 취할수 없는 조건에서 금필은 주도적으로 공격을 확대해나갔다. 주변의 섬들을 수색한 뒤에 무안반도에 올라 륙로로 질풍같이 쳐들어갔다.

하루가 지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왕건이 금필에게 군사를 보강해주어 그의 진격을 적극 밀어주게 하였다. 그런데도 견훤은 왕건의 기만술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목포앞만 지키고있었다.

또 하루가 지난 뒤에야 견훤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왕건이 왜 수군으로 싸움을 걸어오지 않고있을가? 왕건을 앞지르라고 보낸 능창의 수군은 어디로 가있는가? 이런 때에 능창이 바다에서 왕건수군의 옆구리를 쑤셔대면 얼마나 좋겠는가.

능창은 그날 저녁에야 목포로 되돌아왔다. 왕건의 수군을 앞지르기는커녕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며 투덜거리던 그는 목포앞바다에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마진군의 배들을 보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들이 어디로 해서 왔단 말인가?

그는 왕건이 해안가까이로가 아니라 바다 멀리로 우회해서 온것을 알수가 없었다.

견훤은 목포지휘처로 돌아온 능창을 다몰아 되돌려세웠다. 이제라도 바다로 나가 왕건의 수군을 옆으로 들이치라는것이였다.

능창은 부랴부랴 되돌아섰다.

능창이 왕건의 수군을 옆에서 공격하기 시작하자 견훤도 포구에 둔쳐놓았던 수군을 공격에로 내몰았다. 앞뒤협공이나 좌우협공이면 좋았을테지만 그래도 정면과 한 익측에 의한 협공이니 왕건의 삼자진대형공격보다는 훨씬 유리한 공격이였다.

그래서인지 왕건의 수군도 화살전만 벌리다가 물러서기 시작했다.

(먹은 나이는 속이지 못하겠는걸!)

견훤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왕건의 후진을 퇴각으로 착각했던것이다.

한참 기세를 올리며 쫓아가던 견훤의 수군이 주춤주춤 제자리돌이를 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륙지쪽으로 불어치기 시작하더니 밀물이 밀려들었다.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에 견훤은 두눈을 찡그렸다.

날씨마저 변덕스레 왕건에게 유리해지고있었다. 그는 이것이 왕건이 진작부터 계획해온것이라는것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륙지에서만 살아온 견훤은 바다속내를 왕건만큼 몰랐다. 허나 왕건은 어려서부터 부친을 따라 바다를 적잖게 누벼온 터이라 보름을 주기로 반복하는 밀물과 썰물의 세기와 그에 따르는 날씨의 변화까지도 환히 알고있었다. 지금 그것을 활용하고있는것이였다.

견훤의 군사들이 쏘는 화살이 공중 뜨며 헤갈라지는 반면에 왕건의 수군이 쏘는 화살은 맵짜면서도 백발백중하였다.

왕건의 수군은 질풍같이 공격해오는 반면에 견훤의 수군은 제자리돌이만 하고있었다. 견훤은 퇴각명령을 내리지 않을수 없음을 절감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왕건의 수군이 바람을 등진채 쏜살같이 내달아오며 견훤 수군의 배들을 무자비하게 받아넘기고있었다. 거기에다 왕건의 수군은 무엇인가 시꺼먼 기름같은것을 동이채로 견훤 수군의 배안에 던져넣고있었다. 잇달아 불뭉치들을 던졌다. 견훤의 배들에 불이 달리기 시작했다.

동이채로 던져넣는것은 솔기름이였다. 화공전술을 쓰는것이였다.

견훤의 배들은 벌써 절반나마 불이 달렸다. 더러는 깨여지고 부서지며 물속에 잠겨들어가고있었다.

물속에 빠져들며 아우성치는 후백제군사들의 처참한 모습이 견훤의 눈앞에 펼쳐졌다.

견훤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가 퇴각구령을 내릴 사이도 없이 수군은 이미 맞으며 죽으며 퇴각을 거듭하고있었다.

얼마쯤 지나서 왕건의 군사들이 뭍에 오르기 시작했다.

해안에 전개한 견훤의 보군은 화살조차 마음대로 쏠수 없었다. 도망치는 자기쪽 군사들이 쫓아오는 왕건의 군사들을 가리워주고있기때문이였다.

《화살을 날려라!》

무턱대고 고함치는 소리에 살을 날리면 영낙없이 제편부터 맞아죽고있었다.

(패했구나!…)

견훤은 땅을 쳤다.

듣던바 그대로 왕건은 명장이였다. 견훤은 경황없이 내빼는 속에서도 왕건에게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목포에서 쫓기워 백리길을 달려온 견훤은 무안고을어귀에서 또다시 금필이 지휘하는 군사들의 매복에 걸려들었다.

《견훤을 사로잡으라!》

불뭉치를 휘두르며 길옆 숲속을 이잡듯 훑어대는 금필의 군사들앞에서 견훤은 또 한번 전률했다.

날이 밝기 전에 이곳을 뚫고나가지 못하면 그야말로 죽은 목숨이 될판이였다.

《금필부장나리! 벌써 새나간듯 하옵나이다.》

《견훤을 꼭 잡아야 한다. 좀 더 나가보자!》

억대우같은 사나이 하나가 군사무리를 이끌고있었다.

(뭐, 유금필!…)

견훤은 떠들썩 부르며 화답하는 군사들속에서 금필의 얼굴을 띠여 볼수가 있었다.

(저놈이 부여성을 공략해서 내 머리꼭뒤를 누르더니 오늘은 무안으로 기습해서 내 발목을 때리는구나!)

견훤은 탄식했다.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였더란 말이냐!》

견훤을 부축이던 능환과 능창의 얼굴에도 비애가 가득 차있었다.

능창은 견훤이만 완산주로 모신 다음에는 칼로 목을 베여 죽겠다며 엉엉 울어댔다. 그가 그 혼잡속에서 어떻게 배에서 내려 견훤을 찾아왔는지는 귀신이나 알노릇이였다.

금필이 군사들을 휘몰아 한차례 수색을 하고간 뒤에야 견훤은 일어섰다.

《이것들아! 이렇게 앉아죽겠느냐? 빨리 도성으로 가서 사태를 돌려세울 방도를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말이다. 이 륙실할것들!》

견훤은 울음절반 명령절반 악에 받쳐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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