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1 편
달 비
제 4 장
《후에 다 탄로가 났지만 그 리억만이네 패들은 그날 임자 아버지를 불러놓고는…》
김명화는 분격을 참을수가 없어 주먹을 가슴에 꽉 대고있다가 한참 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숙반〉지도부로 가는 길목에 숨어있다가 철퇴로 임자 아버지를 글쎄… 아, 세상 어디에 그렇게 비렬하구 악한 놈들이 또 있겠나. 그놈들은 아버지시체를 끌어다 고동하 깊은 물에 던져넣고는… 그렇게… 도망을 쳤다고 소동을 일으켰던거네. 제놈들의 죄행도 가리우구… 그리구 임자 어머니네까지 〈민생단〉으로 몰자는거지.
다음날부터 그것들은 정말 임자 어머니와 할머니까지 〈민생단〉으로 몰아댔다네. 정선화두 도망치게 하구 임자 아버지두 도망치게 하구… 그러니 〈민생단〉이라는거지. 이 얼마나 억이 막히구 분통이 터지는 일인가. 정말 지금 생각만 해두… 원통한 일이야.
그때 임자네 가정은 물론이구 임자네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도 〈민생단〉으로 몰렸네. 〈민생단〉을 구원하자구 반일부대 대원들까지 데리고와서 그를 빼내서는 도망을 치게 했다구… 김일동지네 가족두 〈민생단〉으로 몰렸구 화룡의 덕신사 금곡촌에서 함께 살았다고 해서 박영순동지네두 〈민생단〉에 몰리구… 정말 터무니가 없었지.… 그때 반〈민생단〉투쟁이란게 그런거였어. 그런데 임자네 그 불행의 시초가 바로 그 정선화라는 녀자가 도망간것으로부터 시작된거나 같다구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란 말일세. 아니야. 그래서만은 아니야. 그 녀자일이 아니라 해두 원칙이 강하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임자 아버지나 어머니를 언제나 두려워하던자들이니 무슨 다른 트집을 잡아서라도 〈민생단〉으로 몰았을게야.
근거지사람들은 임자 아버지를 학살한 〈숙반〉지도부를 한결같이 저주하고 증오했어. 임자 어머니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정하구.
그때 임자 어머니는 만삭이 된 몸이였댔네. 바로 임자를 임신했댔어.
하지만 유격근거지에 기근이 들었을 때라 임자가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을 제대로 섭취할수가 없었네. 그런데다 그런 불행까지 당했으니… 사람이 어떻게 견디여내겠나. 몸이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데다가 그런 가슴터지는 일까지 당했으니… 끝내 쓰러지고말았지.
사람들이 모두 걱정했네. 영영 다시 일어나지 못할가봐서 말이네.… 하지만 임자 어머닌 일어났어. 얼마나 울었는지… 다음다음날 부녀부에 나타난걸 보구는 모두 눈물을 삼켰다네. 이틀사이에 얼마나 얼굴이 못쓰게 되였는지… 아예 반쪽이 되였더라는거야. 후에 임자 어머니가 말하더군.… 임자때문에 더더욱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고…
그날부터 임자 어머니는 제 걱정이 아니라 배고파서 운신조차 못하는 근거지사람들을 걱정하면서 매일같이 산에 올라가 송기를 벗기고 눈속을 헤치고 도토리알을 줏구… 어떻게 하나 혁명에 보탬을 주려 했구 남편이 혁명앞에서 한점 부끄러움도 없는 결백하고 량심적인 인간이였다는것을 증명해보이려고 했어. 사람들이 그러다 쓰러진다면서 그렇게도 만류했지만 만삭이 된 몸으로 아글타글 뛰여다녔어.
그러다 임자를 낳았는데… 글쎄 젖을 제대로 낼게 뭔가. 몸이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졌는데…
임자는 배고프다고 늘 애처롭게 울어대지, 여윌대로 여윈 임자 어미는 젖이 나오질 않아 임자를 붙안고 안타까와 울지… 다들…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다들 울었어. 다… 아… 이거 눈에 뭐가 들어간것 같구만.》
김명화는 갑자기 목메인 소리를 하더니 얼른 옷고름을 눈가에 가져다댔다. 옷고름을 눈에 꼭 눌러댄채 울음을 참는듯 했으나 더는 어쩔수 없는듯 몸을 돌리더니 흑― 흐윽― 하는 소리를 내며 어깨를 흠칫흠칫 떨었다. 한참이나 눈물을 들이마시며 진정을 못했다.
정옥이도 목이 꽉 메여올랐으나 애써 누르며 김명화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너무 그러시면… 건강이…》
《음― 진정해야지, 진정해야 하구말구.》
물먹은 소리를 하며 눈물을 훔쳐내던 김명화가 갑자기 또다시 북받쳐오르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두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으흥―으흥― 소리를 삼키며 어깨를 세차게 떨었다. 토막토막 이런 울음섞인 소리가 새여나왔다.
《그런데두 글쎄… 그런 사람을… 〈민생단〉이라구… 그 못된것들이 글쎄… 그렇게 마음고운 사람을…》
정옥이도 더는 참아낼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또 닦았다.
김명화는 한참만에야 마음을 진정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젖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때 왜놈 〈토벌대〉놈들이 매일같이 기여들었는데… 임자 어머닌 배고파 우는 임자를 업구… 전호가로 뛰여다니면서… 총도 쏘구… 돌도 굴리구… 먹을것도 쥐여주구… 노래도 불러주구… 세상에 임자 어머니같은 사람이 또 어디에 있겠나.》
…하루는 김명화가 일하는 작식대로 바구니를 든 리계순이 찾아왔다.
《언니… 나물을 좀 뜯어왔어요.》
개울가에서 양재물에 우린 송기를 돌판우에 놓고 빨래방치로 두들겨대던 명화는 의아해서 계순을 쳐다보았다.
계순은 방긋 웃으며 옆에 끼고있던 바구니를 내보였다. 거기엔 정말 실오리같은 달래며 참쑥, 메쑥, 무수해 같은 산나물들과 이름모를 풀들이 골숨히 차있었다. 그야말로 파릇파릇 돋기 시작한 햇풀들이였다.
김명화는 환성을 올렸다.
《어마, 이 나물이 어디서 났어요. 벌써 이렇게 돋았어요?》
《예. 양지쪽엔 벌써 이렇게… 그래서 우리 부녀회원들이 유격대원들에게 주자구 뜯어모은거예요.》
김명화는 더운것이 울컥 치미는것을 느끼며 감심한 눈길로 계순을 쳐다보았다.
《이거 번번이 부녀회원들 신세를 지는군요. 부녀회원들도 정말 먹을게 없어 큰 고생을 한다는데…》
계순은 무슨 말을 하느냐는듯 눈을 곱게 흘겼다.
《고생은 무슨 고생이겠어요. 근거지에서야 다 같지요. 진짜고생이야 왜놈들과 직접 총을 내대고 싸우는 유격대원동무들과 그들을 돌봐주는 작식대언니들이지요. 우리야 유격대동무들이 근거지를 지켜주니 마음이라도 편하잖아요. 우린 일없어요. 이겨낼수 있으니 유격대동무들이나 잘 대접해주세요.》
김명화는 연하고 야들야들한 산나물들을 만져보며 목메인 소리를 했다.
《어쩜 마음들이 이렇게도 비단같을가. 내가 뭐 근거지사정을 모르는줄 알아요? 녀인들은 더하지요. 자기네들은 굶으면서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죽 한숟가락이라도 더 놓아주려고 애쓰는게 녀인들이 아닌가요. 그런데도 자신들은 생각지도 않고 이렇게 여기부터 가져오니…》
《아이참, 유격대가 든든해야 근거지가 튼튼하구 근거지가 튼튼해야 우리 녀인들도 마음놓고 살수 있는게 아니겠어요. 우리 걱정은 말아요. 더구나 이젠 햇풀이 돋기 시작했으니 마음이 놓여요.》
계순은 이러며 또다시 방싯 웃었다.
김명화는 바구니를 쥔채 부황기가 도는 계순의 얼굴을 짜릿한 아픔을 안고 쳐다보다가 등에 업은 애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애기는 머리를 엄마의 잔등에 박은채 자고있었다. 배고파 울다가 지쳐버린듯 했다.
《애기가 잠들었군요.》
김명화는 포단을 들치고 이윽토록 까칠한 애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눈굽이 짜릿해와 얼른 고개를 돌렸다.
《젖이 적다는 말을 들었는데…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뭐니뭐니해도 산모가 영양이 좋아야겠는데… 오히려 뭐가 생기면 남들부터 생각한다니…》
《아이참, 나야 부녀부장이 아닌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부녀부장네 집이라고 다들 도와줘서 우린 일없어요.》
계순은 이러며 옆에 놓인 소랭이에 산나물을 쏟아놓았다.
《얼마 되진 않지만 국에 넣어 맛이라도 보게 보태쓰세요.》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가만… 요거 한줌이라도 넣고 가세요.》
명화가 나물을 한줌 집어 바구니에 넣어주려 하자 계순은 한사코 만류하며 도리머리를 했다.
명화는 난처해서 한숨을 내쉬였다.
《정말 인사가 안됐어요. 우리가 오히려 산모를 도와야 할텐데… 우리에겐 이 송기밖에 없으니…》
《아이참, 무슨 말을 해요. 그럼 난 가겠어요.》
계순은 이러며 돌아섰다. 코노래를 흥얼거리기까지 한다.
권리를 박탈한 자본사회에
청춘의 붉은 꽃 못 피운 원한
아느냐 그대여 녀성동무들
명화는 물끄러미 그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애기를 업고 바구니를 옆에 낀채 개울길을 따라 내려가는 중발머리 그의 모습을 보느라니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계순은 방금전에 자기가 부녀부장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하였지만 그것이 바로 명화 자기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라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지금 남을 도울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리고 계순은 남을 도와주면 주었지 도움을 받고있을 사람은 더구나 아니였다. 설사 생활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계순이가 지금 《민생단》혐의를 받고있어 마음놓고 도와줄 형편도 못된다. 자칫하면 자기들도 《민생단》에 몰릴수 있기때문이였다.
계순이 《민생단》혐의를 받으면서도 부녀부장을 계속하고있는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였다.
들리는 말에는 리억만이 당장 리계순을 《민생단》으로 몰아 죽이고싶지만 자기의 상급인 화룡현당 서기 조아범이때문에 그러지 못하고있다고도 했다. 조아범이 길림사범학교 다닐 때 리계순의 오빠 리지춘이와 함께 공청소조를 조직했는데 지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것이다. 그 리지춘이가 왜놈들에게 어떻게 희생되였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조아범으로서는 리계순이를 차마 《민생단》으로 몰아죽일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쉬쉬 들려오는 말에는 조아범이가 직위욕때문에 즉 자기가 현당서기를 하려면 김일환이를 제거해야 하기때문에 그를 모해하였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것을 보여주려고 계순이가 《민생단》혐의를 받고있지만 계속 부녀부장을 시키고있는지도 모른다는것이다. 아무리 야심가라 해도 자기의 《적수》가 없어진 이상에는 오히려 자기를 위장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하는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명화는 산모의 일이 걱정스러웠다.
어느날 김명화는 유격대원들이 가져온 전리품속에 미역이 조금 있는것을 보고 군수관에게 말하여 그것을 두묶음 달래였다. 미역을 보자기에 싸쥔 명화는 저녁식사를 보장한 후 서둘러 계순이네 집으로 향했다.
계순이네 집에서는 시어머니 오옥경이가 혼자 부뚜막에 걸터앉아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어머니, 산모에게 주라고 미역을 좀 가져왔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예요. 계순동무는 어디 갔어요?》
오옥경은 눈물을 훔치며 푸념하듯 말했다.
《애 어민 저 정금이 엄마네 집에 갔다네. 어히유, 작식대아지미 마음은 고맙네만 애 어미가 그 미역을 먹기나 하겠는지 모르겠네.》
명화는 미역을 바가지에 담다가 놀란 눈길로 오옥경을 쳐다보았다.
《산모가 미역을 먹지 않다니요?》
오옥경은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애 어민 방금전에두 저 먹으라고 이 할미가 얻어온걸 다 들고나갔다네. 며칠밤을 애 어미가 자지 못했네. 애기는 젖이 작다구 배고파서 울구 애 어민 그게 속상해서 울구… 보다보다못해 내가 뭘 좀 얻어왔는데 글쎄 그걸 몽땅… 임자가 좀 말해주라구. 그러단 애기두 애 엄마두 다 죽고말거네, 응?》
오옥경은 안타까와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렸다.
《다 가져가구 밑창에 조금 남은 국물을 겨우 애기에게만 먹이고말았네. 이 할미가 가져온게 겨우 애기배 한번 채워보았어. 어허이구…》
명화는 가슴이 쩡해오는것을 느꼈다.
《알겠어요. 내 말하겠으니 이 미역이라도 꼭 쓰게 하세요.》
명화는 이렇게 약속하고 집을 나섰다.
정금이 엄마네 집에 가서 꼭 계순이를 만나고 가야겠다고 생각한것이다. 이제 만나지 않고가면 오늘 밤에 집에 돌아와보고 그 미역을 당장 또 다른 집으로 들고갈것 같았던것이다.
하늘에서는 얼레빗같은 달이 푸름한 빛을 누리에 맥없이 뿌려주고있었다. 김명화는 개울건너에 있는 정금이 엄마네 집을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무렵 계순이도 지친 다리를 끌고 한걸음두걸음 간신히 집으로 돌아오고있었다. 이제 돌아가면 자리에 누울수 있다고 생각하니 탕개가 탁 풀려버린것이다.
배속에선 쪼르륵쪼르륵 위액흐르는 소리가 나고 가슴이 쓰려왔다. 온몸에 식은땀이 돋는게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만싶다.
계순은 잠간만 쉬여갈가하다가 집에 두고온 애기가 깨여나면 엄마를 찾으며 울가봐 그대로 발을 옮겨놓았다. 타박타박… 휘뿌연 공간엔 오직 자기의 발걸음소리뿐인듯 했다.
여느때라면 개구리울음소리라도 들리기 시작할 늦은 봄철이지만 쥐죽은듯 고요하기만 하다. 개구리가 정말 한마리도 남지 않았을가? 그렇게도 몽땅 잡아먹었는가? 그럴수도 있다. 정말 무서운 기근이 이 처창즈유격근거지를 휩쓸고있는것이다.
처음엔 송기를 벗겨다 재물에 우려먹었다. 아이들은 홍문이 메여 고통스러워했고 어머니들은 나무꼬챙이로 자식들의 뒤를 파주며 울면서도 또다시 송기를 먹지 않으면 안되였다. 눈속을 헤치고 묵은 풀을 걷어다가 죽을 쑤어먹기도 했다. 목구멍이 깔깔해서 넘기기가 힘들었지만 끝까지 살아 근거지를 지키기 위해 악을 쓰며 먹었다. 마침내 해토가 시작되고 풀잎, 나무잎들이 뾰족뾰족 순을 내밀기 시작하자 그것도 닥치는 대로 뜯어먹었다. 땅을 파고 동면에서 채 깨나지 않은 뱀까지 잡아먹었다. 엊그제부터는 개구리알까지 건져다 삶아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수천명이나 되는 근거지사람들의 끼니를 충족시킬수가 없는것이다. 개구리알도 순간에 들장이 났다. 이제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신고 일하던 도로기까지 삶아먹었다. 보복전진을 하듯이 배밀이를 해가면서 파종한 보리도 이삭이 패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 근거지인민들은 일어서서 걸어다닐 기력조차 없어 밭고랑을 기여다니면서 김을 매고있다. 손으로 땅을 우비다가는 쓰러지고 쓰러졌다가는 또 일어나 손톱끝이 모지라지도록 땅을 우비면서 잔풀을 뽑았다.
그러다 오늘 정금이 엄마가 끝내 쓰러졌다. 다음엔 또 《갑산집》며느리, 달수의 어머니… 련이어 세명이나 쓰러져 밭고랑에 아예 누워버렸다.
《정옥이 엄마, 난 이젠… 안될것 같애.…》
그처럼 괄괄하고 몸좋던 정금이 엄마가 밭고랑에 누워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말하자 그의 까풀이 진 입술을 보며 계순은 안타까이 부르짖었다.
《정금이 엄마, 무슨 말을 해요? 맥을 놓아선 안돼요. 기운을 내야 해요. 이렇게 맥을 놓는건 왜놈들한테 지는거예요.》
계순은 가까스로 그들을 끌고 집들에 데려다 눕혀놓았다. 처음엔 정금이 엄마, 다음엔 《갑산집》며느리… 다음엔 달수 어머니…
《절대로 죽어선 안돼요. 어떻게 하나 살아서 이 근거지를 지켜야해요. 내 먹을걸 좀 얻어보겠어요.》
계순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애기가 울기 시작했다. 기력도 없어 울음소리도 쇅쇅하는것이 마치도 공기빠지는 소리같다. 계순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른 젖을 물리였다. 애기는 몇모금 빨지 못하고 도리머리를 하며 또 울음을 터뜨린다. 계순은 울며 정옥이를 꼭 껴안았다.
《정옥아, 제발 날 용서해주렴. 너까지 이러면 이 엄만 어떻게 살라니… 우리 배고파두 이겨내자, 응? 우린 이래서는 안될 사람들이야.》
계순은 배고파 우는 애기를 그냥 업었다. 애기는 젖을 내라고 발버둥 질을 치며 울어댔다. 그런대로 걸었다. 언제 애기를 달래이며 앉아있을새가 없었다. 눈앞에는 허기져 쓰러져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얼른거렸다. 푹 꺼져들어간 눈, 훌쭉해진 볼… 생기를 잃은 초점없는 눈… 당장 숨이 넘어갈것만 같아 잠시라도 지체할수가 없다. 이러다가는 무리죽음이 날것만 같다.
계순은 마음이 급했다. 등에서는 애기가 계속 울었다. 계순은 두손을 뒤로 돌려 아이를 추썩이며 속삭였다.
《우리 정옥이 용치요. 이제는 그만 울고 노래를 할가요? 무슨 노래를 할가요. 그래, 정옥인 어서 커서 아동단이 되겠지요. 아동단노래를 할가요?
목에다 두른것은 붉은넥타이
등에다 짐을 지고서 훈련을 나간다
장하다 그의 이름 아동단 아동단 아동단
세상이 모두다 칭찬한다 아동단 아동단
아니, 이제 정옥인 해방된 새 나라에서 살게 될거예요. 우리 함께 노래를 부르자요.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 자라고
평화의 락원에서 꽃피려 하는
새 나라 어린 동무 노래부르자
세상에 부러울것 그 무엇이냐
정옥이, 우리 그날을 하루빨리 당겨오자요.》
계순은 이렇게 정옥이와 속삭이며 집집에 들려 풀뿌리 우린 물, 가죽혁띠 삶은 물, 솔잎을 가루내여 만든 죽이며 하는것들을 얻어왔다. 어느 집에서나 서슴없이 제 죽그릇을 덜어주었다. 아침, 점심을 다 굶고 저녁에야 겨우 차례졌던 가죽혁띠우린 물도 기꺼이 갈라주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였다.
집집에서 모은것들을 달수 어머니네와 《갑산집》며느리에게 나누어주고 마지막으로 정금이 엄마네 집으로 향하던 계순은 집앞을 지나다가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뜻밖에도 자기네 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여오르고있었던것이다.
계순의 얼굴엔 순간에 미소가 확 피여올랐다.
(어머님이 오셨구나.)
나흘전에 《먹을것을 좀 얻으러 갔다오겠다.》는 글쪽지를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갔던 시어머니였다.
《정옥아, 할머님이 오셨다. 응? 우리 할머니…》
계순은 저리 집에 들렸다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정금이 엄마한테 들고 갈것이 작은것 같아 걱정했는데 마침이라고 생각되였다. 허우대가 크다는것을 생각 못하고 꼭같이 세등분을 했던 실수를 봉창할수 있게 된것이다.
할머니가 빈손으로 돌아오시지는 않았을것이다. 저 굴뚝으로 기세차게 솟구쳐오르는 흰 연기가 그걸 말해주는것이다.
아닌게아니라 집앞 가까이에 이르자 구수한 고기국냄새가 풍겨왔다. 순간 계순은 내장이 다 뒤집히는듯 앞이 휘돌리우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어 마당가에 있는 잔솔나무를 휘여잡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
《어머니!》
그러나 목소리는 입안에서만 감도는듯 했다.
안에서도 무슨 기미를 느낀듯 부엌문이 벌컥 열렸다.
《애어미냐! 늦었구나. 어서 오너라.》
오옥경이 반색을 하며 마중나와 정옥이를 받아안았다.
《어이구, 우리 정옥이 잘 있었느냐?》
오옥경은 정옥의 볼에 입을 쪽 맞추더니 머리우에 올리고 둥게둥게 했다. 부엌안에서는 휘뿌연 김과 함께 고기삶은 냄새가 확 풍겨나왔다.
《어머니, 어디에 가셨댔어요? 정말 고생을 하셨겠군요.》
《고생이야 무슨… 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 그래도 쉽게 가져왔지. 자, 어서 들어가자구.》
오옥경은 자기가 근거지에서 떠나간 정선화를 만났댔다는 소리를 할수가 없었다.
계순이가 정선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자초지종을 말해줄수가 없었던것이다. 말을 해도 계순이가 무얼 좀 든 다음에 해야 했다.
오옥경은 리계순을 앞세우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난 어머니가 갑자기 어디로 가셨는가 해서 걱정했댔어요.》
부엌으로 들어가던 계순이가 미역말리운것과 좁쌀을 담아놓은 소랭이를 보고 반색을 했다.
《어마나, 미역과 좁쌀까지 구해오셨군요. 어디서 이런 귀한것을…》
오옥경은 마음이 좀 흥그러워져서 정옥이를 계순이의 가슴에 안겨주었다.
《애를 데리고 방안에 들어가거라. 젖이 나오지 않는데는 돼지발쪽이 좋다고 해서 그걸 좀 구해왔다.》
순간 계순은 코안이 쩡― 하니 매워오고 눈굽이 따가와올라 눈시울을 슴벅거리였다. 어머니의 사랑이 눈물겹게 안겨왔던것이다.
《어머님, 정말 고마와요.》
《고맙긴, 어미한테는 그런 소리를 하는게 아니다. 어서 들어가거라.》
계순은 차마 방안으로 들어갈념을 못했다. 부뚜막언저리에서 머뭇거리며 끓고있는 가마와 오옥경을 갈마보았다.
《어머니!》
《왜?》
계순은 갑자르기만 하며 더 말을 못했다. 오옥경은 그것이 정선화를 만난 일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선화라는 그 녀자때문에 그러느냐?》
《선화라니요?》
계순이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
오옥경은 더욱 의아해졌다.
《아니, 그럼 그 녀자를 만나지 못했느냐?》
계순은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지은채 천천히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오옥경은 바가지에 돼지발쪽을 퍼담다말고 물끄러미 계순을 올려다 보았다.
계순은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선화를 만나셨댔어요?》
오옥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길에 만났댔다. 임자를 만나러 오는 길이라구 하댔는데…》
《그래요? 여긴 안 왔댔는데… 틀림없이 여기로 온댔어요?》
《그럼, 그래 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라구까지 했다네. 사실 이 돼지발쪽과 미역도 선화가 편지를 써주어서 그가 아는 사람네 집에 가 가져온거라네.》
《그래요?》
계순은 가슴이 뭉클했다. 선화가 이런 귀한것들까지 구해주었다니
고마왔다. 그는 아직 이 유격근거지생활을 못 잊어하는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 근거지로 와서 나를 만나겠다고 했을것이라고 믿어졌다. 그럴수록 그를 더 잘 보호해주고 이끌어주지 못한 자책감이 가슴을 아릿하게 허벼준다.
중학교공부까지 하고 한때는 녀류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던 처녀, 그처럼 사랑을 갈망하던 처녀, 그래서 사랑을 찾아 혁명의 길에까지 들어섰던 처녀였다. 그 사랑을 혁명을 위한 길에 바쳐가는 참다운 인생길을 깨닫기 전에 사랑을 빼앗긴 처녀, 아까운 처녀였다. 그리도 빨리 된서리를 맞을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아직은 혁명을 시처럼 생각했던 처녀에게 너무도 가혹한 시련이 덮씌워졌다. 그래서 꽃이 피여보지도 못하고 꺾어졌다. 떨어졌다. 그를 어떻게 하면 도와줄수 있을가. 이젠 아예 혁명을 포기해버리지는 않았을가? 제발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았으면…
《정말 그를 한번이라도 조용히 만났으면 좋겠는데…》
《이제 오겠지. 지금 사람들의 눈을 피하느라 그러는지 어떻게 알겠나. 아니, 왜 그렇게 서있나. 어서 들어가라는데… 돼지발쪽이 그만하면 잘 물렀어.》
오옥경이가 흐물흐물해진, 김이 문문 나는 돼지발쪽들을 마저 퍼담았다.
계순은 방에 들어갈 생각을 않고 도로 부엌으로 내려왔다. 정옥이를 부뚜막옆에 눕히고 오옥경의 두손을 잡았다.
《어머니, 오늘 정금이 엄마랑 〈갑산집〉며느리랑 허기를 더 이겨내지 못하고 밭에 쓰러졌댔어요. 그래서 방금 집에 데려다 눕혀놓았는데… 어머니, 이걸 그들과 함께 나누어먹는게 어때요?》
《뭐, 뭐라구?》
오옥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서야 계순이가 왜 방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있었는지 깨도가 되였던것이다.
《그건 안된다, 안돼. 이건 널 주자구 내 죽기를 무릅쓰구 가져온거야. 이것만은 절대로 안된다. 이건 산모만이 먹어야 하는거야.》
오옥경은 결이 난듯 바가지를 한쪽옆으로 획 밀어놓았다.
순간 계순은 눈물이 쑥 나왔다. 시어머니의 진정이 가슴을 불로 지지는듯 뜨겁게 해준다. 계순은 눈을 슴벅거리며 물먹은 소리를 했다.
《제가 왜 어머니의 그 마음을 모르겠어요. 전 어머니의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난 어머니가 그저 곁에만 계셔도 마음이 든든해요.》
오옥경이가 획 몸을 돌렸다. 주름깊은 얼굴엔 벌써 눈물이 질벅해졌다.
《이것아, 마음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산모는 마음이 아니라 먹어야 젖이 나와. 봐라, 저 정옥이가 또 울지 않느냐.》
아닌게아니라 부뚜막옆에서 정옥이가 두팔을 내뻗치고 발을 버둥거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빨리 내 작은 창자를 채워달라는 강렬한 호소였다. 오옥경은 얼른 정옥이를 부둥켜안았다.
《어머니.》
계순이 어머니에게 정옥이를 달라고 손을 내밀며 목멘 소리로 하소를 했다.
《지금 사람들이 다들 굶어 쓰러지고있어요. 그런데 부녀부장인 내가 어떻게 이런걸 혼자 먹을수가 있겠어요. 먹어도 넘어가지 않을거예요. 난 그렇게 못해요. 어머니야 저의 마음을 잘 아시지 않나요.》
오옥경은 정옥이를 안으려는 계순의 손을 뿌리치며 성을 냈다.
《그래, 남들은 그렇구 넌 뭐 일없는줄 아니? 네 몸이 어떤 꼴이 되였는지 알기나 해? 부녀부장은 뭐 쇠로 만들었느냐. 난 〈8련발〉이라는 사람이 굶어서 죽는걸 보구 억이 막혀서 온밤 잠도 못 잤다. 그렇게두 든든하구 사람좋던 혁명정부간부가 다른 사람들만 위하다가 제 먼저 쓰러…》
《어머니!》
계순은 《8련발》소리가 나오자 급히 어머니를 부르며 그의 팔을 잡았다. 목메인 소리로 간청을 했다.
《제발 그 말씀만은… 그 말씀만은…》
《왜 하지 말라는거냐. 난 가슴이 터져나가두 그 말만은 해야겠다. 그 말만은…》
갑자기 오옥경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끅끅 어깨를 떨며 흐느껴울기 시작했다.
계순이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웠다.
《8련발》이란 어랑촌근거지방어전투때 적기관총탄알을 여덟군데나 맞고 두개골이 빠개져서 뇌수까지 드러났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이였다. 그 검질긴 생명때문에 《8련발》이라 불렀는데 이런 사람까지 혁명정부에서 일하다가 며칠전에 굶어죽었다.
《차라리 적의 탄알을 여덟발 맞았을 때 죽었더라면 영웅이라고 이름이라도 남겼을게 아니요. 그런데 이게 뭐요. 글쎄 내가 굶어죽다니 이런 분통이 터질 일이 어디에 또 있겠소.》
그가 죽기 전에 동지들에게 남긴 절규였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생살에 소금을 뿌리는듯 가슴이 쓰리고 아프군 했는데 시어머니가 오늘 또 그 아픈 상처를 헤쳐놓은것이다. 그러고보니 바로 그 《8련발》이 굶어죽은 다음날 오옥경이가 먹을것을 구하러 떠났댔다는 생각이 들었다.
《8련발》처럼 자기보다 동지들과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는 며느리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일점혈육인 귀여운 손녀애 걱정으로 황황히 그 어렵고 힘든 길을 다녀왔을것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아, 고마운 어머니!
더구나 오옥경의 입에서 《너》라는 말이 나오기도 정말 처음이였다. 오죽 안타까왔으면 그러랴.
오옥경이 먼저 울음섞인 소리로 원망하듯 말했다.
《내가 너의 착한 마음을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절대로 안된다. 그러니 더이상 이 어미속을 태우지 말거라.》
계순이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운채 어깨를 떨며 안타까이 말했다.
《어머니, 난… 그래선 안돼요. 어머니도 그걸…》
오옥경이 얼마나 속상한지 발까지 구르며 야단을 했다.
《너 정말 죽자구 그러니? 응? 너두 죽구 애기두 죽이자는거냐?》
계순은 목멘 소리로 부르짖었다.
《어머니, 난 정말 일없어요. 난 죽을래도 죽을수가 없는 사람이예요. 설사 난 죽는다 해도 이 애 아버지의 루명을 꼭… 죽어두 벗겨드리고야말겠어요. 우리 정옥이도 죽지 않아요. 절대 죽지 않아요, 어머니!》
《어허이구.》
오옥경은 그대로 그 자리에 물러앉으며 채머리를 저었다. 두눈에서는 눈물이 좔좔 흘러내렸다.
《이제 이 집안에서두 무리죽음이 나겠구나. 네 어미가 어쩌면 그리도 모질단 말이냐. 제 생각, 제 딸생각은 전혀 할줄 모르니… 어허이구!》
오옥경은 정옥이를 안고 황황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바닥에 엎드려 꺼이꺼이 소리내여 울었다.
계순은 이윽토록 어머니를 올려다보다가 목갈린 어조로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용서하세요. 제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어머니의 그 진정을 잊지 않겠어요.》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계순은 퍼담아놓은 돼지발쪽들과 한옆에 놓인 좁쌀과 미역까지 갈라 들고 정금이 엄마네 집으로 갔다.
정금이 엄마는 몹시도 놀라와했다. 그도 계순이 젖이 적어 고생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런 산모의 손에 들린 돼지발쪽이 무엇을 의미하는것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한 그는 계순의 손을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갑산집》과 달수네 집까지 돌아서 오는 계순이였던것이다.
《임자 어머닌 이런 사람이였어. 그날 밤 난 임자 어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속상한 심정과 함께 아이를 낳아키워본 년장자로서 단단히 말해주었지.》
김명화는 그때 일이 아직도 눈앞에 삼삼한듯 눈을 가느스름히 쪼프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사람의 육체란 어쨌든 한계점이 있는게 아니겠나. 나이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을줄도 알아야 한다구 가슴아픈 말두 해주었지. 임자 어머닌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더군.
〈명화언니, 나라구 왜 그런 생각이 없겠어요. 나두 허기져서 그대로 쓰러지고싶은 때두 있고 앉았다가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것 같은 생각도 들구, 애가 배고파 울 때는 정말 가슴이 터지는것만 같아요. 그때면… 보리알 몇알이 생겨두 그걸 씹어서 애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구 어떨 땐 맹물을 끓여 먹여주기도 하구… 그러면서도 애기와 이렇게 속삭이군 한답니다. 《정옥아, 너는 기어코 살아야 한다. 기어코 살아서 아버지, 어머니의 뜻을… 기어이 꽃피워야 한다.》라고 말이예요. 명화언니, 언니야 유격대원이 아니나요. 그러지 말구 날 좀더 채찍질해주세요. 난 기어이 이 애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하고야말겠어요.〉하구 오히려 날보구…
임자 어머닌 그렇게 싸웠어.
그런데… 참 아까 정선화에 대해 물었댔지. 그런데 선화는 그때 유격근거지에는 나타나지 않았던것 같애. 그렇다면야 임자 어머니가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겠나. 임자 어머닌 그때부터 나와 더 가까와졌댔으니깐… 속에 있는 말도 다 하군 했댔어. 지어 임자 아버지하구 사이에 있었던 일까지두… 정선화 그 녀자는 정말 그후엔 무소식이였어. 임자 엄마는 자주 그 녀자소리를 하군 했어. 아까운 사람인데… 그렇게 되였다구…》
정옥은 아래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개를 알릴락말락 끄덕였다. 김일 부주석이 왜 정선화에 대하여 사연이 있는 불쌍한 녀자라고 말했는지 리해가 되였다. 정선화는 혹시 지금도 본의는 아니더라도 자기때문에 우리 가정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고있는것은 아닐가.
그래서 그가 나를 피하는것이 아닐가. 자기는 우리 어머니에게서 구원 받았는데… 오히려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면서…
한생을 그런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면 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그는 정녕 어디에서 살고있을가.
정옥은 아픈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