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편

달 비

 

제 2 장

-영생하는 삶중에서-

4

 

《손님, 평양역에 다 왔습니다.》

누구인가 조심히 깨우쳐주는듯 한 소리에 정옥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앞에는 왼팔에 《차장》이란 완장을 두른 처녀가 의아해서 서있었다.

정옥은 그제야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뻐스엔 자기 혼자밖에 손님이 없었다. 밖을 쳐다보니 불빛이 환한 평양역사가 보인다. 뻐스가 종점에 온것이다.

《아이, 미안해요.》

정옥은 황황히 가방을 들고 뻐스에서 내렸다. 그가 내리자마자 뻐스가 떠났다. 평양역앞 공원을 에돌아 다시 서평양역을 향해 출발하는것이다. 정옥은 그 뻐스를 타고 두 정류소를 되돌아가야 한다. 소포를 보낸 임자를 찾으러 서성구역체신소에 갔다가 집으로 가는 뻐스에 올랐는데 생각에 잠겨 집앞을 훨씬 지나쳐왔던것이다. 정옥은 역전백화점옆에 있는 뻐스줄에 설가 하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 뻐스에서는 바쁜 사람처럼 황황히 뛰여내렸지만 지금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았다. 거리에는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물결이 끊길새없이 흘러가고 흘러왔다. 창조와 로동의 보람찬 하루가 또다시 저물어가고있다. 웃음소리, 노래소리, 길을 가면서도 책을 펴들고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들, 등에 업힌 아기에게 《아빠.》, 《엄마.》하고 말을 배워주며 걷는 젊은 녀인들, 어디 갔다오는지 어른들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 자기를 밀치고 지나갔다고 《이녀석들, 점잖게 걷지 못하겠느냐.》 하고 욕을 하는 사람, 《에그, 애들이 그렇지 뭘 그래요.》 하고 애들을 두둔하는 아낙네… 대낮같이 밝히는 가로등밑에서 책을 보는 처녀는 누구를 기다리는것인가. 대통로로는 쉴새없이 차들이 달린다. 승용차, 자동차, 오토바이, 뻐스들… 종류도 각각, 형태도 각각, 색갈도 각각, 크기도 각각이다.

천리마거리에 들어섰다. 불빛 환한 창가들에서도 웃음소리, 노래소리들이 흘러나온다. 벌써 텔레비죤을 켜놓은 집들도 있다.

아동영화를 보는지 거기에서 나오는 음악이 들려온다.

 

용감하고 슬기로운 꽃동산의 동무야

 

다음아빠트에서는 결혼식을 하는 모양이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북적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자자, 조용하십시오. 그럼 이번에는 방직공장적으로 곱고 일 잘하기로 소문났지만 수집음 잘 타는 신부 박순옥동무와 화력발전소적으로 씨름 제일 잘하고 힘이 세서 황소는 못 타도 염소는 능히 탈수 있지만 백번 양보해서 매번 안 타고있는 마음고운 신랑 최명수동무를 축하해서 에― 기동예술선동대에 독창가수로 뽑혔다가 차시간 놓쳐서 못 간 리순희동무의 독창을 들으시겠습니다.》 하는 엉터리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옛날 《주례군》식으로 오락회를 맡은 사람같은데 혀돌아가는대로 웨쳐대는 판이다. 모두들 기분들이 한껏 뜬것 같다.

《와!》 하는 환성과 박수소리가 터져오르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리순희가 일어선 모양이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손풍금소리 울려라

정말 선전대에라도 뽑혀갈만 한 청아한 목소리였다.

수집어하면서도 행복을 감추지 못해 고개를 다소곳한채 발씬거리고있을 예쁜 신부와 너무 좋아 노상 벙글거리고있을 신랑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라 정옥은 미소를 지었다.

아득히 흘러가버린 자기들의 결혼식때 일이 떠올랐다.

순간 정옥은 불시에 코안이 매워오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갑자기 아버지, 어머니의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해주던 박영순의 그 말이 떠올랐던것이다.

《너의 아버지, 어머니는 1933년초에 어랑촌유격근거지에서 결혼식을 했다. 근거지를 지키기 위한 피어린 싸움이 매일같이 벌어지던 가장 어렵던 때에… 결혼식을 하자고 제일 처음 주장해나선 사람은 당시 현당서기였던 최상동동지였다. 그때 우리 유격대가 합신촌의 대지주 장보림의 장원을 습격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 승리를 경축하는 련합대회때 최상동동지가 나에게 말하더구나.》

습격전투는 정월대보름날 저녁에 있었고 련합대회는 그로부터 이틀후인 1월 17일(음력)에 진행되였다고 한다.

그때 병기창(무기수리소)에서 일하던 박영순은 유격대가 습격전투에서 탈취해온 10여자루의 총들의 상태가 어떠한가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만족해서 중대장 김세에게 보고를 하러 갔었다. 중대장은 현당서기인 최상동이와 함께 사람들의 맨뒤에 서서 부녀회에서 출연하는 연예공연을 보고있었다.

이번에 탈취해온 총들이 모두 정상이고 성능도 좋다는 보고를 받은 중대장이 기분이 좋아 《됐구만, 아주 좋아. 이젠 박동무도 저 연예대공연이나 구경하오.》 하는데 옆에 섰던 최상동이가 박영순이를 불렀다.

《가만, 박포리동무! 동무도 저 계순동무와 같은 금곡출신이지?》

최상동이는 기분이 좋을 때면 박영순을 박포리라고 부르군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좀 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것이였다.

박영순이 그의 손에 이끌려 옆에 다가서며 바라보니 가설무대에서는 리계순이가 혼자 나와 서서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며는

 

박영순은 최상동이가 묻는 뜻을 몰라 어정쩡한채 대답을 했다.

《예, 금곡촌이 맞습니다.》

《그래, 동무생각엔 어떻소?》

《저―뭘 말입니까?》

최상동은 흘깃 옆으로 눈짓을 했다. 그의 눈길이 가리키는쪽으로 시선을 옮기던 박영순은 비죽이 웃었다. 대여섯사람 건너 황철나무밑에 서있는 김일환을 보았던것이다. 그는 사람들 눈길이 미치지 않는 황철나무줄기에 기대서서 그윽한 눈길로 노래를 부르는 리계순을 지켜보고있었다.

박영순은 최상동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천상배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예.》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야. 저 조직부장동문 그런 말만 꺼내면 한길이나 뛰거던. 자기들은 그저 혁명동지로 가까울뿐이지 이성관계로는 가깝지 않다는거지. 가까와져서도 안된다는거요.》

《아마 나이차이때문인것 같습니다. 언제인가 지춘동무가 나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그 수리바위굴에 같이 있을 때인데… 그때 내가 사람들속에서 조직부장과 계순동무사이에 색다른 말이 도는건 억측일것이라고… 나이차이가 심한데 설마 그럴수가 있는가고 했댔습니다. 그러자 지춘동무는 서로 사랑하면 그만이지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구, 오히려 나이차이가 그쯤되면 녀자가 더 사랑받는 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도 한 처녀와 사귀였댔는데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주었다고, 말해주자고 했더니 그만 왜놈들에게 잡혀 잘못되였다고 하였습니다. 가슴에 사랑을 품고있으면서도 오래동안 그 처녀의 속을 태워준것이 가슴에 걸린다고, 그 동무가 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것을 알고라도 갔다면 이다지도 가슴이 터지는것 같지는 않을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보고 자기는 조직부장동지와 동생사이가 소문난것처럼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그 사랑이 빨리 열매를 맺도록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사실 저 조직부장동무도 속은 그렇지 않은것 같애. 여느때는 칼날같이 원칙이 있구 엄엄한게 강철같은 사나이로구나 하구 생각되는데 계순동무앞에서는 노근노근해지는것 같더란 말이요.》

《철이란건 불앞에서는 견디지 못합니다. 계순동무야 말그대로 불같은 처녀가 아닙니까. 불이 세차지면 강철도 녹아서 흐물흐물해지는 법이지요. 두고보십시오. 이제 그 〈강철〉이 녹아 둘이 한덩어리가 되지 않나.》

《역시 철과 불을 다루는 야장쟁이가 다르구만. 리치가 뻔하거던. 강철을 빨리 녹이자면 불이 더 뜨거워져야 하구, 그러자면 풀무질을 해야 하겠지? 그래야 강도가 더 센 강철로 만들수 있구…

이보오, 박야장쟁이. 진짜 풀무질을 좀 해보지 않겠소?》

《진짜 풀무질… 말입니까?》

《그렇소, 우리가 언제 저 강철이 저절로 녹기를 바라겠소. 혁명동지들이 말이요, 도와줍시다.》

《조직부장동지가 저 계순동무를 마음에 두지 않을리가 없습니다.

저 계순동무가 자기 머리태를 잘라 어머니에게 보냈다는걸 안 그날 조직부장동지는 한참이나 신중한 생각에 잠겼다가 감개한 소리로 이렇게 말했댔습니다. 〈효성이 지극한것도 사실이지만… 혁명에 모든것을 다 바치겠다는 각오와 의지라고 할수 있지. 승리에 대한 락관이고… 저런 동문 단두대에도 웃으며 오를게요.〉 하고 말입니다. 풀무질은 안해도 쇠는 벌써 다 익은 상태입니다.》

《그래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지 않소. 박동무가 좀 수고해주오.

금곡에 가서 저 계순동무의 부모님들을 만나보오. 가능하면 부모님들을 모시고 오시오. 소뿔은 단김에 뽑으랬다구 제꺽 상을 차려줍시다. 혁명적으로… 계속 이러저러한 소문만 돌구 또 일부 속이 꼬부라진 사람들이 눈을 흘깃거리는게… 이런 일은 시간을 끌수록 좋지 않아.》

《알았습니다. 내 당장 떠나겠습니다.》

박영순이 제꺽 돌아서려고 하자 최상동이 팔소매를 잡았다.

《아니, 이제 당장 가겠다는거요?》

《서기동지두 알겠지만 저 조직부장동지는 저를 당원이 되게 이끌어준 선배동지입니다. 계순동무네 가족두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지 모릅니다. 그들을 위한 좋은 일인데 한걸음이라도 빠를수록 좋지 않습니까.》

최상동은 덥석 박영순의 두손을 잡아쥐였다.

《고맙소, 박동무. 저렇게 자기는 나이가 많소 어떻소 하면서 자꾸 달아나는 사람은 곁에서 상까지 차려놓고 강제로 끌어다앉히기 전에는 절대 안되오. 우리가 도와줍시다.》

최상동은 당장이라도 결혼식상을 차릴것처럼 흥분했었지만 끝내 그들의 결혼을 보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동지들의 결혼식에 한몫하게 되였다는 사실에 기분이 떠서 벙글거리며 금곡으로 가던 박영순은 깜짝 놀랐다. 왜놈《토벌대》가 어랑촌을 포위하고 은밀히 기여들고있었다. 박영순은 황황히 돌아섰다.

전투는 치렬했다. 중대장 김세를 비롯하여 13명의 용사들이 희생되였다. 현당서기 최상동도 흉탄을 받고 쓰러졌다. 박영순은 최상동을 부둥켜안고 억이 막혀 부르짖었다.

《서기동지,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예? 서기동지!》

최상동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둘러선 사람들을 한명한명 둘러보다가 박영순을 보자 의아한 빛을 띄웠다.

《박동무가… 왜?》

《왜놈들이 기여드는걸 보구…》

최상동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동무가… 수고해주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왜놈들의 《토벌》은 물리쳤지만 현당서기와 중대장, 정위 등 간부들과 지휘관들, 용감한 유격대원들을 10여명이나 잃은 근거지에는 비장하고도 침울한 기운이 비구름처럼 낮게 떠돌기 시작했다. 유격근거지를 요람기에 없애보려고 왜놈들은 매일과 같이 덤벼들었다.

근거지에서는 총포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마을이 불타고 집이 불타고 산이 불탔다.

전투는 점점 어려워졌다. 이러다가 혹시?…

앞날에 대한 신심을 잃고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최상동의 생일제를 하던 날이였다. 그때 동만당특위에서 순시원의 자격으로 어랑촌에 와있던 조아범이 최상동은 오직 혁명만을 위해 싸운 투사이고 현당서기였으며 혈혈단신이였으니 현당과 현정부가 그의 생일제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현정부에 제상을 차려놓았었다. 노래춤을 좋아하는 쾌활하고 락천적인 성격이여서 늘 대중과 잘 섭쓸리던 최상동이라 추모하러 온 사람들이 마당에 꽉 찼다. 제주를 붓고… 고인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둡고 침침했다. 숨막힐듯 답답한 공기, 《정말 아까운 사람을 잃었어.》 하는 침울한 목소리들, 가벼운 한숨소리, 낮게 떠도는 담배연기…

사람들을 질식시킬것만 같은 이 비애의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가셔낼것인가 머리를 앓던 김일환은 《저… 조직부장 아니, 현당서기동지!》 하는 입속말과 같은 부름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리계순이가 앞으로 두손을 모아쥔채 서있었다.

《?》

김일환은 의아해서 리계순을 건너다보았다. 김일환은 최상동이 희생된 후 현당서기로 임명되였다.

《우리 부녀회가 여기서 연예공연을 하면 안되겠습니까?》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명확했다.

《뭐요?… 연예공연을… 여기서 말이요? 이제?》

김일환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렇습니다.》

《정신이 있소? 고인을 추모하는 제사상앞에서 노래를 부르겠단 말이요? 상가집에 가서 혼사말한다더니… 헛참, 고인을 모독해도 분수가 있지…》

김일환의 옆에 있던 조아범이가 어이없어하며 하는 말이였다.

리계순은 한발 나서며 또박또박 마디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눈물에 푹 젖은 음성이였다.

《최상동서기동지는 살아계실 때 누구보다도 춤과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연예공연때마다 빠지지 않고 와서 보군 했습니다. 최상동서기동지는 우리가 이렇게 맥을 놓고 한숨만 내쉬는것을 바라지 않을것입니다. 우리가 주저앉아 한숨만 쉬기를 바라는것은 왜놈들뿐입니다. 서기동지!》

김일환은 가슴이 쩡하고 열리는것을 느꼈다.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는 리계순의 눈길엔 그 어떤 거절 못할 강렬한 의지와 요구가 담겨있었다.

《준비는 되여있소?》

《예!》

김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리계순이 사람들앞에 나섰다.

《여러분!》

그의 목소리는 젖어있었지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절절한것이 있었다.

《우리는 오늘 현당서기였던 최상동동지를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추모한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단순히 고인을 그리며 그가 해놓은 일들을 생각하는것뿐이겠습니까. 애석한 마음으로 그를 추억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우리가 서기동지가 바라던대로 살아갈 결심을 굳히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상동서기동지는 비관과 한숨소리를 제일 싫어했습니다. 자기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모여앉아 한숨이나 쉬고있는것을 안다면 가슴을 치며 통탄할것입니다. 우리모두 떨쳐일어나 서기동지가 바라던대로 살며 싸웁시다. 그가 못다한 혁명을 굳세게 이어나갑시다.》

언제 준비했었는지 부녀회원들이 나와섰다. 사람들의 놀란 눈길을 받으며 처음엔 《아리랑》을 불렀다. 사람들의 마음의 금선을 흔들며 비장하게 울리던 노래는 《압록강의 노래》로 이어지고 다음엔 《혁명가》로 바뀌였다.

자기들의 안해와 누이와 어머니들이 무엇때문에 이 마당에서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가를 사무치게 느끼게 된 사람들이 벌떡벌떡 일어섰다. 주먹을 부르쥐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김일환은 경탄과 감동과 고마움의 눈길로 노래를 부르는 계순을 이윽토록 쳐다보았다.

《고맙소, 계순동무. 정말 고맙소.》

그날 저녁 박영순은 김일환이며 박덕산이며 손원금이, 조아범이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상동동지가 유언처럼 남긴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김일환서기동지와 리계순부녀부장의 결혼이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해서 쳐다보던 김일환이도 리계순이도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리계순은 너무도 수집어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며 달아나려고까지 했다. 그의 앞을 막으며 박덕산이 껄껄 웃었다. 방금전 부녀회원들의 노래에서 커다란 충동을 받은 사람들은 흥분해서 이제라도 당장 결혼식을 하자고 떠들썩했다. 박영순은 최상동의 마지막말도 해주고 오빠인 리지춘의 말도 해주었다. 자기들의 결혼이 사람들에게 큰 힘과 앞날에 대한 신심을 줄수 있다는것을 느낀 리계순은 마침내 결혼을 승낙했다.…

박영순은 그때를 추억하며 감회깊은 어조로 말했다.

《너의 어머니로서는 정말 큰 용단이였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런 정황에서… 일생을 결정하는 일인데… 그러나 너의 어머니만이 할수 있는 결심이였지. 자유로운 새처럼 구속이 없이 마음껏 나래치던 처녀시절이 갑자기 끝난다는게 아쉽기두 하구 두렵기두 했지만 사람들에게 래일에 대한 신심과 활력을 줄수 있다면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하는것이 너의 어머니 마음이였다.

조아범만이 반대해나섰다. 이 결혼식이 마치도 생의 마지막순간을 앞둔 수난자들의 발광처럼 대중에게 오히려 절망과 공포와 비관을 주게 될거라면서 말이다. 조아범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손원금동지가 조용히 머리를 가로저었어.

그때 그는 두눈을 실명당한 상태였단다. 작탄을 제조하다가 신관이 폭발하는 바람에 두눈을 잃었지. 그는 두눈을 잃고도 작탄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어. 병기창동무들이 신심을 잃을 때는 노래를 불러 사기를 북돋아주구… 병기창뿐이 아니라 재봉대, 아동단 그 어디를 가건 그가 있는 곳엔 바이올린소리와 노래소리가 울리군 했단다.

언제나 비관을 모르는 락천가였던 손원금동지가 이렇게 말하였어.

〈나는 이 결혼식이 사람들에게 래일에 대한, 앞날에 대한 확신을 주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 혁명이 얼마나 벅찬것이며 억센것인가를 다시금 확신하게 될것이라고 말입니다.

계순동무,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난 동무의 결심을 적극 지지합니다. 동무들이 결혼하면 우리 어랑촌근거지를 앞장에서 이끌고나가는 누구나 본받고싶은 가정이 될것입니다.

결혼식을 합시다. 해도 크게 하자는걸 제기합니다.〉

두눈을 잃고도 비관을 모르는 사람, 한때 공청지부서기까지 했던 그의 이 제기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였어.

너의 아버지, 어머니가 결혼식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생기를 되찾았지. 어디서나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울리고…

근거지에서는 예전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활기를 띠고 이어지게 되였단다. 그때 근거지사람들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하던 일이 엊그제일만 같구나. 동지들이 왜놈들의 눈이 뒤집히게 보란듯이 결혼식을 크게 하자고 나섰지만 너의 어머니가 그러지 못하게 막았단다.

〈동지들, 우리 래일을 생각하자요. 사람들이 많이 늘지 않았나요. 어제도 삼도구에서 아홉세대나 또 왔는데… 햇곡식이 날 때까지 식량을 대자면 지금부터 아껴야 해요.〉 하면서 말이다.

할수없이 그렇게도 귀중한 현당서기와 현정부 부녀부장의 뜻깊은 결혼식이지만 정말 간소하게, 소박하게 마른 산나물찬 몇접시와 조밥 두그릇을 놓고 잔치상을 차렸단다.

하지만 사람들이 받아안은건 정말 큰것이였어.

우리는 그날 노래를 부르구 춤을 추면서…

오늘 너희들의 집에 와보니 그때 일이 선하구나.》

박영순은 어랑촌유격근거지 병기창에서는 작탄과 자작권총, 양포, 다태갈까지 자체로 제작하였는데 리계순이가 부녀회원들을 데리고 자주 찾아와 일손도 거들어주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힘을 주군 했다고 감회깊이 말했다.

 

현당서기의 안해…

이 자각은 리계순에게 혁명사업을 더더욱 자기 생활로 받아들이게 하였고 현당과 현정부가 자리잡은 어랑촌유격근거지를 자기 집처럼 여기게 하였으며 근거지사람들을 모두 한식솔처럼 생각하게 하였다.

리계순은 착실한 주인이 자기 집오래를 돌아보듯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근거지를 돌아보군 했다.

근거지에서는 하늘의 해빛도 류달리 밝고 따스했다. 영액령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이도하물결은 더 맑고 유정했으며 푸른 하늘에서 지저귀는 종달새의 노래도 더 아름답고 명랑했다.

어랑촌유격근거지는 리계순에게 있어서 단순히 산과 강, 집과 나무들과 밭들인것이 아니라 그의 아름다운 생활이고 꿈이고 사랑이였다. 삶의 전부였다. 바로 이것을 왜놈들이 빼앗으려 하는것이다.

 

《너의 어머니는 근거지방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았단다.》

 

어랑촌유격근거지는 해발 1 000메터가 훨씬 넘는 영액령을 배경으로 하여 그 동남쪽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자리잡고있었다. 영액령에서 점차 낮아지면서 흘러내린 릉선들은 어랑촌, 계남촌, 백일평에 이르러 높고낮은 고지들로 끝나는데 해발 600~1 000메터의 이 지대는 경사면들이 매우 가파로왔다.

리계순은 이 가파로운 산고지들에 부녀회원들과 소년선봉대원들, 아동단원들을 이끌고 매일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밥을 해나르고 작탄을 지어날랐다. 왜놈들이 잠시 물러갔을 때에는 유격대원들과 자위대원들앞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군복을 기워주고 무너진 전호도 파주었다. 왜놈들이 덤벼들면 리계순은 유격대원들과 함께 총도 쏘고 작탄도 던졌다. 작탄이 떨어질라치면 총탄이 우박치듯 해도 병기창으로 달려갔다. 만들어 놓은 작탄이 없을 때에는 풀무질도 해주고 옆에서 쇠줄도 펴주면서 전투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하여 박영순이네는 샘골 후미진 곳에 떨어져있으면서도 전투전말에 대하여 손금보듯 알게 되고 더 큰힘을 얻게 되군 하였다.

싸움은 점점 어려워지고있었다.

왜놈들은 1933년 봄이 되면서부터 더 악착스레 덤벼들었다.

어랑촌근거지 주변에 이미 배치되여있던 장인강자위단, 재피촌자위단과 화룡에 있던 악질적인《정안군》기병대는 더 말할것도 없고 멀리 장춘에 있던 《정안군》 1 000여명과 포부대까지 끌어다가 어랑촌앞 와룡촌에 배치해놓고는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련속 공격해왔다.

이도강에 《토벌지휘부》를 설치한 왜놈들은 와룡촌에 《집단부락》을  만들어 주변인민들을 강제로 몰아넣고는 근거지와 련계를 단절시켰다.

《어랑촌만 타고앉으라. 사실 저 어랑촌유격대에는 무기도 얼마 없고 작탄이란것도 몇개 안 남았다. 많은건 녀자들뿐이다. 가기만 하면 잡아올수 있다. 앞으로!》

장교들의 기만선전에 귀가 버룩해진 《토벌대》놈들은 살기가 등등해서 근거지로 밀려들었다.

《1중대에서는 왜놈들이 바싹 덤벼들도록 기다리다가 일제히 작탄을 던져서 무리죽음을 주었어요. 그리고는 널킨골로 넘어온 놈들이 고개밑에까지 덤벼들었을 때 돌무지를 허물어뜨려 돌사태를 일으켰어요. 여기저기서 돌무지들이 허물어지는 요란한 소리들이 나고 뽀얀 먼지속으로 수천수백개의 바위돌들이 사태쳐 쓸어내려가는데 호호호, 왜놈들이 견디여낼수가 있어요? 걸음아 날 살려라 꽁무니를 빼고말았지요 뭐.》

작탄을 가지러 온 리계순이 흥분해서 알려주는 말이였다. 병기창에서는 박영순이며 강위룡이며 손원금이네들이 밤낮없이 긴장한 전투를 벌리고있었다.

《2중대에서는 놈들이 고지중턱까지 올라오도록 가만 있었어요. 그러자 놈들은 고지에 아무도 없는줄 알았는지 제마끔 고지에 먼저 오르겠다고 허겁지겁 쓸어올라왔지요 뭐. 미련한 놈들은 유격대가 매복한 코앞에까지 다 와서야 자기들을 겨누고있는 시꺼먼 총구들을 보고 눈이 화등잔만 해졌지요. 기절초풍해서 뺑소니를 치자고 했는데 될탁이 있어요? 냅다 쏘구 작탄벼락을 안기구…》

리계순은 풀무질을 하면서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 어디를 가나 잠시도 가만 앉아있는 성미가 아닌 계순이였다. 더구나 현당서기의 안해라는 자각이 그 어디 가건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일거리를 잡게 해주었다.

메질을 하다가 목에 걸쳤던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던 강위룡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것 참 볼만했겠는데…》

《그뿐이 아니예요. 천리봉과 남산앞에 있는 그 무명고지 있잖아요, 거기선 적들이 모여들수 있는 고지의 안침진 유리한 곳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몇명씩만 남긴 후 감쪽같이 철수했대요. 무명고지에 남은 대원들도 놈들에게 저항하는듯 하다가 놈들이 거의다 올라오자 불무지속에 제꺽 작탄무더기를 파묻고 빠져나왔다나요. 왜놈들은 제놈들이 이긴줄 알고 사기가 나서 불무지에 모여앉았다가 작탄들이 터지는 바람에 무리죽음이 났대요.

그러니 이 작탄들이 얼마나 큰 위력을 내나요. 동지들은 얼마나 큰일들을 하고…》

집게로 작탄의 쇠줄을 고정시키고난 박영순이가 한손을 쳐들어보였다.

《고맙소, 계순동무. 나야 사실 포수출신이 아니요.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왜놈들을 잡을 생각에 엉치가 근질근질하댔는데… 알겠소. 작탄을 더 많이 만들겠소. 동무는 우리 병기창의 정치위원이요.》

강위룡이와 손원금이도 저마다 손들을 쳐들었다.

《옳소. 우린 계순동무 얼굴만 봐도 힘이 나거던… 손동무가… 계순동무의 결혼식을 지지해나설 때 본받을만 한 가정이 될거라고 하더니… 정말 동무네는…》

《아이참,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계순은 손등으로 입을 가리우며 곱게 눈을 흘겼다. 그는 가지고온 배낭과 꾸레미들에 작탄이 가득차자 또다시 이고지고 병기창을 나섰다. 달음질을 쳤다.

왜놈들이 쫓겨간 모양인지 총소리가 뜨음해졌다.

계순은 천리봉쪽으로 향했다. 한참 고지로 오르는데 갑자기 쑤웅― 하는 소리가 머리우에서 나더니 저앞에서 포탄이 꽝―하고 터졌다. 검붉은 연기가 확 솟구쳐오른다. 또다시 쑤웅 하는 소리가 났다. 얼핏 머리를 드니 휘뿌연 하늘공중에 주먹만 한 크기의 고구마알같은것이 언뜻 보인다. 하늘공중에 날아오른 박격포탄이 탄도정점에서 순간정지하며 대가리를 수그리고 금방 내려꽂히려는 그찰나여서 그렇게 보인다는것을 계순은 미처 생각할새도 없었다. 이어 쏴아쏴아― 하고 폭풍을 몰아오는것 같은 소리가 하늘공간을 꽉 메웠다.

꽝 꽈당 꽈다당 꽝 꽝… 수천개의 박격포탄이 날아와 터지기 시작했다. 와룡촌에 있는 박격포들이 일제사격을 시작한것이다. 고구마알같은것은 하늘가득 보였다. 땅이 몸부림치고 토홍색의 섬광과 함께 포탄이 흙과 나무와 풀뿌리들을 파헤치고 파편들이 대기를 찢었다.

계순은 바위뒤에 서서 숨을 헐떡거리며 포탄이 작렬하는 고지를 안타까이 쳐다보았다.

(유격대원들이 기다리겠는데…)

데리고왔던 부녀회원들에게 이미 만들어놓았던 작탄들을 먼저 지워보낸것이 다행이였다. 자기는 짐이 채 차지 않아 기다렸다가 떠나다나니 도중에 포탄세례를 받게 된것이다.

꽝 꽈광― 포탄이 작렬하는 진동에 짚고선 땅이 드릉드릉 울렸다. 나무중둥이가 뚝뚝 잘리워나가고 수림이 불탄다. 검붉은 화염이 타래치며 온 고지를 휘감는다. 저앞에서는 다래덩굴이 불타고있다. 아까운 다래덩굴이… 가을에 그처럼 달고 향기로운 다래가 사람들을 불러들이군 하댔는데… 그야말로 악귀같은 놈들이다. 근거지를 통채로 불태우려는듯싶다.

갑자기 쓔웅 하는 소리가 머리우에서 나더니 대여섯걸음앞에 괴물같은것이 뚝 떨어졌다. 박격포탄이였다. 미처 어쩔새도 없었다.

《앗!》

계순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제쳤다. 손등으로 입을 막으며 눈을 흡뜬채 박격포탄을 쳐다보았다. 땅에 대가리를 반나마 틀어박은 포탄은 동안이 지났어도 웬일인지 터지지 않는다. 가슴이 활랑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왜 터지지 않을가, 왜? 이상했다. 얼른 몇걸음 비껴섰다. 이윽해서야 포소리가 즘즘해졌다.

있는 포탄을 다 퍼부어댄 모양이다.

계순은 바위뒤에서 뛰쳐나왔다. 그 터지지 않은 박격포탄을 에돌아 한참 고지로 오르는데 누구인가 찾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남편 김일환이 한손에 권총을 든채 달리듯 따라오고있었다.

《같이 가기요.》

계순의 땀에 뜬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확 피여났다. 남편을 보자 마음이 푹 가라앉으며 안정감이 생겼다.

《어디 가셨댔어요?》

《소왕청에서… 김일성장군님께서 보내주신 련락원을 바래주고 오는 길이요.》

계순이 반색을 했다.

《장군님께서 사람을 보내오셨댔어요?》

김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탄배낭을 받아내려 함께 들었다.

《소왕청유격근거지방어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시였다고 하오.》

《!》

계순은 불덩이같은것이 가슴속에 들어와앉는듯 온몸이 확 달아오르는것을 느꼈다.

(장군님께서  또  큰  승리를  거두시였구나.  어쩌면  우리  장군님은 그리도 출중하실가. 그리도 비범하시고… 정말 하늘이 낸분이시야.)

김일환이로부터 장군님께서 직접 지휘하신 소왕청근거지방어전투소식을 구체적으로 들은 리계순은 온몸으로 새힘이 쭉쭉 뻗쳐나가는것을 느꼈다. 심장도 부쩍 커진듯싶다.

김일환이 감개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장군님께서는 여기 어랑촌근거지를 지키는데서 지침으로 될 귀중한 가르치심을 보내주시였소.》

《예?》

계순은 놀란 눈길로 일환을 돌아보았다. 그 맑은 두눈이 기쁨과 환희로 확 빛난다. 가슴은 흥분으로 세차게 높뛴다. 목이 꽉 메여오른다.

《어쩌면 장군님께서는 여기 어랑촌일까지… 다…》

계순은 더운것을 삼키며 힘있게 발을 내짚었다. 장군님께서 왜놈들과 싸우시는 그 바쁘시고 긴장하신 속에서도 여기 어랑촌의 일까지 다 알아보시고 사람까지 보내여 이끌어주신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나오고 자신심이 생겼다.

(이젠 됐구나.)

그 어떤 대적이 덤벼든대도 두렵지 않았다. 저앞에 터지지 않은 박격포탄이 또 나타났지만 장난감처럼 보였다.

《사람들을 만나면 소왕청전투소식을 알려주오. 힘들을 낼게요.》

《알겠어요.》

《그리고 박영순동무한테 가면 장군님의 인사를 전해주오. 소왕청에서 병기창일군들 강습을 조직하시였을 때 박영순동무를 만나시였던 일을 잊지 않으시고 인사를 보내오시였소.》

《정말 장군님께서는 어쩌면 그렇게두…》

계순은 가슴속에서 또다시 뜨거운것이 솟구쳐오르는것을 느꼈다. 부러웠다. 남편도 박영순이도 다 장군님을 만나뵈왔는데… 난 언제면 그분을 뵈올수 있을가.…

계순은 천리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남편과 헤여졌다. 남편은 널킨골로 해서 1중대로 가겠다고 했다. 천리봉에는 2중대가 있었다.

2중대에 가서 작탄을 넘겨주고 소왕청소식까지 전해주고난 계순은 그길로 병기창으로 향했다. 박영순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해줄 생각에 마음이 흥겨워 날듯이 걷던 계순은 땅속에 반나마 구겨박힌 박격포탄을 보자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저안에 화약이 가득차있다는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쳤던것이다.

계순은 두손을 가슴우에 모두어쥔채 심호흡을 한번 했다. 가슴이 후둑후둑 뛴다.

저걸 병기창에 가져가지 못할가… 아까 남편은 저렇게 불발된 탄은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크게 충격을 주지 않으면 터지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래도 어쩐지 속이 떨린다. 저것이 만일 튀는 날이면…

계순은 도리머리를 하며 돌아서다가 주춤 또 멈춰섰다. 저앞에 불발탄이 또 한개 있었던것이다.

저 아까운것들을… 왜놈들의 포사격때 잠시 숨을 돌리던 그 바위앞에도 불발탄이 있지 않았던가. 저것들만 가져가도 왜놈들 잡을 작탄을 열개는 더 만들것 같다. 우리 장군님께서 관심하시는 어랑촌인데…

계순은 아래입술을 피나게 깨물었다. 한쪽어깨에 걸메였던 빈배낭을 벗겨들고 박격포탄에 다가갔다. 조심조심 포탄이 박힌 땅을 손으로 파헤쳤다. 코잔등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내배였다. 잔등으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마침내 다 파냈다. 계순은 배낭아구리를 벌리고 조심히 박격포탄을 넣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박격포탄 두개를 배낭에 넣은 계순은 잠시 그대로 서서 가쁜숨을 톺다가 큰숨을 한번 몰아쉬고는 처음에 자기를 놀래운 그 불발탄이 있는 쪽으로 갔다. 서로 부딪치지 않게 락엽들을 사이사이에 박아넣으며 배낭을 다시 꾸렸다. 불발탄 세개를 넣은 배낭을 조심히 들어 머리에 이니 가슴이 터져나갈듯 심장이 요동을 친다.

계순은 이를 사려물고 발걸음을 뗐다.

그 순간 땅! 하는 총소리가 났다.

계순은 몸을 흠칫했다. 식은땀이 쫙 흘렀다.

뒤이어 몰방으로 터지는 총소리…

적들이 또 기여드는 모양이다. 포사격을 끝내기 바쁘게 공격을 개시한것이다.

계순은 걸음을 다우쳤다. 빨리 가자, 빨리… 빨리…

마침내 병기창에 가닿았다. 조심조심 문턱을 넘었다.

《아니, 그건 뭐길래 그리도 조심스럽게 다루오? 생닭알이라도 가져오는게 아니요?》

웃으며 다가와 배낭을 받아 내리우던 강위룡이가 깜짝 놀라며 한길이나 뛰여올랐다.

《아니, 이게 박격포탄이 아니요?》

계순은 얼굴과 목으로 좔좔 흘러내리는 땀을 머리수건을 벗어 문대이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웃음이 나갔다.

《불발된거예요. 이런게 저기 또 있을것 같아요. 이거면 작탄이…》

손원금이 기겁을 해서 획획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정말 박격포탄을 가져왔단 말이요? 이거 어쩌자는거요. 아, 터지면 어쩔려구 그래?》

《조심히 다루면 일없대요.》

박영순이 큰일난듯 진저리를 떨었다.

《다시는 이러지 마오. 이걸 알면 서기동지가 벼락을 내릴게요.》

《호호호, 걱정말아요. 서기동지가 알면 오히려 왜 벌써 그런 생각을 못했댔는가 꾸중할거예요.》

계순은 웃음을 거두고나서 부러운 눈길로 박영순을 쳐다보았다.

《박영순동지, 기뻐하세요. 장군님께서 영순동지한테 인사를 보내오셨대요.》

《뭐, 장군님께서… 나한테 인사를?》

박영순이 우뚝 선채 눈을 크게 떴다.

리계순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격에 젖은 소리로 남편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하자 박영순의 어글어글한 눈에 핑 물기가 돌았다. 그의 부르튼 입술사이로 목메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장군님!》

박영순이네들에게 소왕청전투소식까지 전해준 계순은 그지간 만들어놓은 작탄들을 이고지고 또 병기창을 나섰다.

점심때에는 산나물과 도토리로 줴기떡과 줴기밥을 만들어 이고 부녀회원들과 함께 전호가들을 찾아다니며 유격대원들의 손에 쥐여주었다.

《동무들, 소왕청소식을 들었어요?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놈들을 수백명이나 몰살시키고 큰 승리를 거두시였대요. 〈토벌대〉놈들은 무리죽음을 당하자 별수없이 쫓겨가구말았대요. 힘을 내자요. 어떻게 해서든 이 근거지를 지켜야 해요.》

리계순이 공산당에 입당한것이 바로 이렇게 어랑촌유격근거지방어전투가 가장 치렬했던 1933년 5월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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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동무!》

갑자기 뒤에서 누가 찾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생각에 옴해있던 정옥은 의아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숱한 사람들이 오가는데 누가 찾는지 알수가 없었다.

《어마나, 순길동무군요. 어디 갔댔어요?》

저앞에서 처녀의 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옥은 어이가 없어 그 처녀를 쳐다보며 피씩 웃었다.

(이름두 신통히…)

바로 옆의 아빠트 결혼식집에서는 또다시 짝짜그르르 박수소리가 터져나온다. 그제야 정옥은 지금껏 자기가 결혼식집앞에 서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정옥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어머니에 대한 실화를 읽고 또 그 실화를 쓴 사람을 찾으러 갔대서인지 온통 어머니에 대한 생각뿐이다.

정말 그 실화를 쓴 사람은 누구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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