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제 5 장

7

 

《도꾸다서기장의 특사로 모스크바에 갔던 가마다사무장이 베이징에 돌아온것은 2월중순이였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침착하고 대범한 림춘호였으나 오늘은 저으기 흥분된 표정이였다.

김일성동지와 함께 홍명희, 김운해 그리고 일본에서 온 덕수까지 앉아있는 자리에서 자기가 해야 할 보고내용이 너무나도 놀라운것이여서 자칫 실수하여 설치거나 빼놓지나 않을가 하는 불안이 더 흥분을 촉발시키는것이였다.

아침, 평양에 도착한 즉시 역에 마중나온 일군과 함께 장군님께서 계시는 당중앙청사로 온 그였다. 지영이는 영신이부터 만나라는 장군님의 지시대로 역에서 곧바로 그가 있는 려관으로 갔다.

장군님께 먼저 베이징에 있는 김훈이 일본에 련락을 띄울 길을 찾지 못해 안타까와하고있는 사실에 대해 보고드린 림춘호는 한덕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곧 응접실로 들어가 베이징에 도착한 즉시 일본공산당 수뇌부를 찾아가던 일에 대해서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일본공산당 수뇌부성원들이 청나라시기 태후가 쓰던 어느 한 고궁에서 합숙생활을 하고있는데 대해서와 그들이 저마다 중국성인 《손》가나 《주》가로 불리우고있는데 대해, 또 그들이 국내당과의 련계를 위해 지하방송을 운영하면서 기관지도 발행하고있는 사실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도꾸다는 고혈압병으로 남방에 가서 료양생활을 하고있었으나 림춘호가 왔다는 보고를 받고는 그 다음날로 베이징에 돌아왔다는것과 그가 장군님의 편지를 보자마자 모택동주석을 찾아간데 이어 다시 특사를 쏘련당에 파견한 사실로 넘어갔다.

림춘호는 말을 이었다.

《본래는 도꾸다서기장자신이 직접 쏘련에 갈 예정이였으나 건강이 좋지 못한 관계로 이미 국제당에서 오래동안 일했으며 그때부터 쏘련당과 친분이 두텁고 로어에도 능한 가마다사무장을 보냈습니다.》

《가만.》

장군님께서는 림춘호의 말을 중단시키고 물으시였다.

《내가 보낸 편지를 보고 도꾸다서기장이 의견이 있어 한다는건 알고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이였습니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장군님께서 무엇을 중시하고계시는가를 안 림춘호는 대뜸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본래의 국제공산주의운동원칙과는 다르다는것인데 그는 그 실례로 조선공산주의자들도 혁명이 승리할 때까지는 중국땅에서 일제를 반대해 싸우지 않았는가고 하면서 그때는 어디에서 싸우든지 제국주의를 반대해 싸우면 계급적의무를 다하는것으로 여기다가 오늘에 와서는 어째서 다른 주장을 내놓는가 하는것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당에도 의견이 있다고 한 그는 이왕에는 그처럼 일국일당원칙에 철저하던 중국당이 오늘에 와서 김일성동지의 견해를 긍정하는것은 조선과 중국이 같은 처지에 있을뿐아니라 중국도 혁명이 승리했기때문이라는것이였습니다.》

《그러니 의견이 아니라 불만을 품고있었구만.…》

《그래서 저는 도꾸다서기장이 잘못 생각하고있다고 말해주면서 우리 조선공산주의자들은 혁명의 초시기부터 어디에서 혁명을 하건 철저히 조선혁명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대로 투쟁했다는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리립삼의 좌경로선으로 일어난 5. 30폭동에서 뼈저린 교훈을 찾으신 장군님께서 조선사람은 어디까지나 조선혁명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립장으로부터 반일인민유격대를 조선인민혁명군으로 개편하고 국내에로 진공할데 대한 문제, 조선인당원들로 당조직을 따로 내올데 대한 문제들을 그때 벌써 해결했다는데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놀라기도 하고 의심스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때 지영동무가 자기도 일본에 있을 때 조련에서 일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때는 일본공산당이 조련에 간섭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일본공산당이 재일조선인들을 일본혁명을 위한 돌격대로 무장투쟁에까지 내몰지 않느냐고 하면서 장군님께서는 바로 그것을 반대하신다고 말했습니다.》

《옳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명백하게 말씀하시였다.

《지영동무가 옳게 말했습니다. 내가 말하고싶은것이 바로 그것이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림춘호에게 계속하라고 이르시였다.

《우리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던 도꾸다서기장은 김일성동지의 주장이 어떻다는건 알겠다, 그러나 우리도 일본혁명에 대한 주장이 있고 그 주장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런것만큼 이 문제를 쏘련당에, 쓰딸린동지께 문의하자, 나는 쓰딸린동지께 김일성동지가 보낸 편지와 함께 나의 견해도 따로 써보내겠다, 이것이 결코 일본공산당과 조선당과의 관계뿐아니라 앞으로 국제공산주의운동에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이니만치 그럴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고는 곧 가마다사무장을 모스크바로 보냈던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결국 그는 자기 당의 립장을 재천명하기 위해 사무장을 쏘련에 보낸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궁금한 눈길로 마주보시는 장군님을 대하자 림춘호는 숨이 가빠올랐다. 바로 이제부터 해야 할 보고내용이 은연중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것이다.

사실 가마다가 떠났을 때부터 림춘호는 불안했다. 일주일을 예견하고 떠났던 그가 열흘이 되여도 돌아오지 않을 땐 더욱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실은 그가 일주일만에 돌아왔는데 자기가 모르고있었을뿐이였다. 아니, 그들이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것이다.

그가 돌아왔다는것을 안것은 별채에 있는 《아까하다》기자가 지영에게 귀띔해주어서였는데 그는 그 소식과 함께 사무장이 돌아오자부터 수뇌부에서는 무엇때문인지 매일처럼 밤늦게까지 론쟁이 벌어진다는것도 말해주었다.

실지 수뇌부가 자리잡은 고궁은 장밤 불이 꺼지지 않았을뿐아니라 어떤 때는 도꾸다서기장의 격노한 목소리가 새나오기도 했다. 분명 더없이 심각한 문제가 론의되고있다는것은 짐작했지만 그것을 알아볼수 없는것으로 하여 초조했다.

마침내 나흘째 되는 날, 도꾸다서기장이 만났으면 한다는 련락을 받은 림춘호는 지영이와 함께 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를 마주한 순간 림춘호는 주춤하지 않을수 없었다. 단 며칠사이에 그의 모색이 몰라보게 수척해있었기때문이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왕성한 기력과 열정은 어데로 갔는지 마치 병상에서 일어나앉은 환자를 마주하는 기분이였다.

《난 워낙 에돌줄 모르는 사람이요. 숨길것없이 사실대로 말합시다.》

도꾸다의 표정은 여느때의 과묵한 기색이 아니라 피곤과 함께 어떤 불만이 어려있었다.

자기 말을 지영이가 미처 통역하기도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쏘련당 정치위원회에서는 김일성동지편지와 내가 써보낸 의견서를 놓고 여러차례 토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과 그들은 재일조선인문제를 비롯한 이여의 문제에 대한 김일성동지의 견해에 동감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김일성동지의 견해에…》

왜서인지 도꾸다의 목소리는 갈리기 시작했다.

《민족문제와 국제공산주의운동 또 일국일당원칙이 김일성동지의 주장대로 오늘의 변화된 환경에 맞게 적용되여야 한다는데 일치한 합의를 보았답니다. 정치위원회에서는 곧 자기들의 견해를 쓰딸린동지께 그대로 보고했는데…》

잠시 천정을 쳐다보던 도꾸다는 눈을 감은채 아무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쓰딸린동지 역시 전적인 긍정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첨부했는데 그것은 이제부터 국제공산주의운동을 틀어쥐고나갈 정치가는 바로 조선의 김일성동지라고 말했다는것입니다.》

《…》

도꾸다는 물론 그의 말을 통역하는 지영이의 목소리까지 떨리고있었다.

《쓰딸린동지는 자기의 이런 립장을 명백히 하기 위해 내가 써보낸 의견서와 자기의 견해를 밝혀서 평양주재 쏘련대사관을 통해 김일성동지께 직접 전달하겠다고…》

《…》

림춘호는 숨이 멎을것만 같은 충격에 휩싸여 도꾸다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다시 눈을 감은채 숨을 가다듬은 도꾸다는 이번에는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물론 나로서는 많은 문제들이 리해되지 않거니와 접수하기도 어렵습니다. 다시 료양지에 내려가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김일성동지의 주장이 옳다는것은 인정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

림춘호는 대뜸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장군님께서 내놓으신 로선과 방침이 어쩌면 이렇게도 정당하고 이렇게도 힘이 있을가 하는 감탄과 이것으로 하여 재일조선인운동은 물론 국제공산주의운동의 력사가 새롭게 펼쳐지게 되였구나 하는 이름할수 없는 감격이 가슴을 후려쳤다. 마치 력사의 전환점에 선 자기가 장군님의 뜻에 따라 바야흐로 새로운 방향으로 접어드는 새 시대의 거류를 두눈으로 똑똑히 보는것만 같았다. 남호두회의때의 일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자기에게는 그처럼 거대한 승리로 여겨지는 사변이 도꾸다서기장과 일본공산당에는 전에 없던 타격으로 된다는것을 그다음에야 깨달았던것이다.

그날 저녁 조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는 자기들을 찾아온 사람은 바로 노사까 산조였다. 선량한 생김새처럼 성격도 온후한 그는 목소리까지도 남달리 부드러웠다.

《조국에 돌아가면 김일성동지께 나의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면목이 없다는 말도 첨부해주길 바랍니다. 45년말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평양에 들렸을 때 그처럼 재일동포들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도리여 우린 그들을 위험한 처지에 빠뜨렸으니 말입니다. 물론 본의는 아니였습니다만… 사실 우리가 이번에 새로 깨닫게 된것은 재일조선인문제만이 아닙니다. 김일성동지의 편지가 재일조선인운동의 전환만이 아니라 우리 당이 이때까지 견지해온 무장투쟁로선을 비롯한 모든 로선들을 새로운 눈으로 따져보지 않을수 없게 했다는것입니다. 말하자면 재일조선인운동에 대한 김일성동지의 로선전환방침이 일본공산당자체의 로선전환의 시발점으로 되지 않을수 없다는것입니다.

나는 그런 각도에서 도꾸다서기장을 도와 재일조선인운동은 물론 우리 당의 로선들을 다시 검토하고 대책들을 세울 결심입니다. 저의 이런 결심을 꼭 김일성동지께 전달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 김일성동지께서 자기에게 외투감을 선물로 주시였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전쟁을 겪느라고 수고가 많으실 장군님께 선물을 올리겠다면서 양털담요를 내놓았다.…

보고를 마친 림춘호는 감격에 넘친 얼굴로 그러면서도 혹시 자기 보고에 미흡한데가 없지 않을가 하는 불안이 섞인 눈길로 장군님을 우러렀다.

언제나처럼 두손을 모두어쥐신 장군님께서는 생각깊은 눈길로 책상우의 어느 한 곳을 지켜보고계시였다. 그러나 홍명희며 김운해, 한덕수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이름할수 없는 격동이 넘쳐있었는데 그 표현형태는 각이했다. 꼿꼿이 허리를 편 홍명희는 아직도 모든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지 부동자세로 굳어져있는가 하면 김운해는 반대로 고개를 깊숙이 떨군채 깊은 생각, 어떻게 보면 모진 자책과 회오에 휩싸여있는듯 했다. 그런가하면 한덕수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주체할 길이 없어 이쪽저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번뜩이는 눈빛은 어째서 모두들 벙어리처럼 잠자코있느냐고 불만스러워하는듯 했다. 못마땅한 눈길로 홍명희와 김운해를 바라보던 그는 자기로선 더는 참을수 없다는듯이 아니, 자기가 모두의 심정을 대신하겠다는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군님!》

얼마나 큰소리로 말했던지 고개를 숙이고있던 김운해가 놀라 머리를 쳐들었다. 그러나 그는 더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됐습니다. 이젠 재일동포들이 살아났습니다. 다시 살아나게 되였단 말입니다.》

두손을 번쩍 쳐들며 방안이 떠나갈듯이 웨치는 한덕수의 모습에 장군님께서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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