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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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으로 돌아오신 장군님께서는 곧추 가루개에 있는 내각사무실부터 찾으시였다. 최고사령부에서도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있었으나 급한 문제들은 전선을 시찰하면서 처리하시였던것이다.

전쟁은 순간순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많은 일들을 그이앞에 쌓아놓았다. 그리하여 일주일을 최고사령부에서 나흘, 사흘은 당중앙위원회와 내각사무실로 나누어 사업하시는 장군님이시였다. 그렇게 나눈 날들마저 많은 시간을 전선의 병사들이나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 공장에서 일하는 로동자들속에서 보내는 그이이시였다.

내각사무실에는 김운해와 외무성 부상이 장군님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눈 장군님께서는 먼저 그사이의 국제정세부터 들어보자고 하시였다.

외무성 부상이 최근 국제정세에 대해 보고드리였다.

…9월초, 이미부터 오스트랄리아, 뉴질랜드와 추진시켜오던 태평양안전보장조약을 체결한 미국이 며칠전에는 쌘프런씨스코에서 일본과의 강화회의를 개최하고 일미안전보장조약을 체결했다는것, 이에 대해 세계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중국의 주은래총리가 중국이 참가하지 않은 대일강화조약은 비합법적이며 따라서 무효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는것이 중요소식이였다.

《결국 미국은 일본에 대한 점령을 페지하는 대신 안보조약이라는 새로운 사슬로 다시 일본을 얽어매놓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책상우에 있는 신문들과 통신들을 일별하시면서 부상에게 물으시였다.

《일본의 내부정세는 어떻습니까?》

《점령이 페지된것과 관련하여 일본인민들은 물론 민주계에서도 대단히 끓고있습니다. 특히 공산당 국내지도부에서는 중국에 망명한 당수뇌부가 제시한 무장투쟁방침을 당강령으로 채택하고 그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단계로 들어갔습니다.》

《무장투쟁로선?》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내부가 복잡하던 일본공산당이라는데 대해서는 알고계시였다. 노사까가 발표한 《평화혁명》에 대한 론문을 계기로 시작된 지지파와 반대파의 론난이 다른 나라 당에까지 파급되는가싶더니 결국 무장투쟁이라는 새로운 구호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어느새 그것이 정식 당강령으로 채택되고 실천단계에 들어섰다지 않는가!

《그들이 들고나온 무장투쟁로선에 대해 일본사람들은 말할것도 없고 쏘련공산당을 비롯한 사회주의나라 당들에서도 적극 환영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알만 하다는듯 외무성 부상에게 손을 들어보이고는 옆에 있는 김운해에게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김운해동무, 그 로선에 민전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있습니까. 교육부문이나 기업활동에서처럼 이번에도 민대부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물고있습니까?》

《그런것 같습니다.》

김운해는 자료들을 뒤적여 해당한 부분이 있는 곳을 펼치고나서말을 이었다.

《민대부에서는 그 무장투쟁로선을 민전의 총적인 당면과업으로 내세우면서 이미 조직된 조방대를 강력한 군사조직으로 개편할데 대한 지시를 떨구었습니다.》

《군사조직이라니?》

장군님께서는 다시금 주춤하시였다. 일본공산당 민대부가 이젠 무장투쟁로선까지 공공연하게 재일조선인조직인 민전에 내리먹이고있다는 사실이 못내 놀라우시였다. 아니, 리해하기 어려우시였다. 그러니 이젠 민대부가 민전을 완전히 장악했다는것이 아닌가!

《그 조방대책임자로는 로재호를 임명했습니다. 덕수동무와 각별한 사이였는데 조련이 해산된 후부터 민대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있습니다.》

(로재호라.)

장군님께서는 그 이름을 되뇌이시였다. 덕수가 그에 대해 각별한 정을 가지고 말했었다. 일도 같이하고 고향도 한고향이라면서 감옥살이까지 함께 했다고 하던 말이 기억나시였다.

그러니 몇달사이에 얼마나 놀랍게 변한 일본현실인가! 권력타도를 위한 무장투쟁로선을 정식 당강령으로 채택한것이며 그 로선을 재일조선인들의 당면과업으로까지 내세운 민대부…

이런 일본정세의 변화에 장군님께서는 자못 긴장되시였다. 그 로선자체가 일본혁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라는데도 있었으나 그것이 재일조선인운동과 결부되여있으며 그것으로 하여 재일동포들의 운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수도 있기때문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신 장군님께서는 출입문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방공호를 사무실로 꾸린 출입문에는 두툼한 방음장치가 되여있고 둥글게 휘여든 천정에는 여러개의 전등이 환한 백광을 뿌리고있어 지하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 일본의 이런 정세에 대해 외무성동무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타자기가 놓여있는 책상앞에 이르신 장군님께서는 외무성 부상을 바라보시였다.

《저희들은…》

외무성 부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일본자체의 정세발전의 요구로 보나 세계혁명의 요구로 보아 일본공산당이 무장투쟁로선을 들고나온것은 아주 적절한 조치라는 견해들입니다. 특히 우리가 미국놈들과 전쟁을 하고있는 때에 그들이 무장투쟁의 기치를 들고나온것은 어느모로 보나 우리 혁명에도 유리하고 긍정적인 작용을 하리라는것입니다.》

《일본공산당이 그런 로선을 들고나온것이 옳은가 어떤가는 둘째치고 민대부가 그 로선을 민전에 내려먹이고있는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외무성 부상은 대답을 못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미처 토론을 못해본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 개인의 생각이라도 말해야겠다는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도 민대부에서 지시한 교육과 기업활동에 대한 과업에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과업이 일본반동당국과의 투쟁을 포기한 나약하고도 우유부단한 우경적인 립장이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장투쟁로선을 받아들이고 조방대를 군사조직으로 개편한것은 아주 적극적이고도 정당한것으로 리해합니다.》

《그럼 어째서 민대부가 그렇게 서로 성격이 상반되는 좌우경적과업들을 민전에 제시하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따져보았습니까?》

《…》

외무성 부상은 대답을 드리지 못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방안을 거니시다가 이번에는 김운해의 견해를 물으시였다.

《저는 이미부터 일본공산당이 어느땐가는 무장투쟁로선을 들고나오리라는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강령으로 채택하고 실천에 옮기리라고는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된것은 일본국내정세의 변화에도 기인되겠지만 보다는 외부의 영향 즉 중국에 망명하고있는 당수뇌부에 무장투쟁을 벌릴데 대한 다른 나라 당들의 적극적인 호소가 작용했기때문이라고 봅니다.》

《일본공산당이 어떤 로선을 제시하는가 하는것은 그들자신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김운해의 말을 중단시키시였다. 사색의 방향이 본질로 육박하지 못하는것이 불만스러우시였다. 외무성 부상의 견해도 그렇지만 김운해 역시 재일동포들문제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주변정세를 중시하면서 거기에 더 신경을 쓰고있었다.

일본혁명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일본공산당과 일본인민들이기때문에 그들이 어떤 로선과 방침을 내놓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우리가 상관해서도 안되고 상관할바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결코 그럴수는 없겠지만 자기들이 내놓는 로선에 재일동포들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재일동포들이 어떤 투쟁에 나서는가에 따라 동포들의 처지와 지위가 달라지게 되고 나아가서는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기때문이다. 만약 재일동포들이 그들의 호소에 따라나선다고 하면 그것은 벌써 재일조선인운동이 자기 궤도를 리탈하는것으로 된다. 그것도 보통리탈이 아니라 부득불 일본내정에 간섭하게 되며 앞으로는 일본혁명수행을 자기의 기본과업으로 내세우게 되는 그런 리탈이다.

따라서 아무리 우리의 처지가 어렵다 해도 또 일본의 정세가 당장 혁명을 요구한다 해도 재일조선인운동이 그런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된다.

《동무들은 우리가 전쟁을 하고있는 때에 일본공산당이 무장투쟁로선을 들고나온것을 긍정적으로 보는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 리유는…》

장군님께서는 김운해를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셨다.

《그것이 재일동포들과 재일조선인운동에 대한 옳은 리해로부터 출발하는 관점이 아니기때문입니다. 이미부터 말해오지만 재일동포들은 일본땅에서 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의 한 성원으로서 자기 조국과 민족의 존엄을 가지고 살며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여느 나라 해외교포들과 다른 재일동포들의 특수성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부터 똑똑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재일조선인운동의 총적인 과업을 조국의 두리에 뭉쳐 조국에 이바지하는 애국적이며 민족적인 운동을 벌리는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재일동포들이 오직 조국을 위해 일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이지 결코 일본의 어떤 사회적운동의 주인이 아니며 주인으로 되여서는 안된다는것을 말합니다. 만일 이 원칙을 망각하고 재일동포들이 일본의 어떤 사회적임무를 수행하는 운동을 벌린다면 그것은 벌써 본래의 의미에서의 해외교포운동이라고 할수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런데 민대부에서는 여느 운동도 아닌 일본의 권력타도를 위한 무장투쟁을 동포들에게 내려먹이려 하고있습니다. 이것은 해외교포로서의 위치를 지키지 못하게 하는것일뿐아니라 일본내정에 간섭하는것이며 더우기는 재일조선인운동이 일본혁명의 한부분인것처럼 보이게 하는것입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주장이고 위험한 일입니까. 난 결코 일본공산당이 우리 동포들에게 일본정부를 반대하는 무장투쟁에 앞장서라고 강요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일본공산당이 그럴수는 없습니다. 그건 민대부에 틀고앉은 종파분자들의 책동일것입니다.》

의자를 당겨놓고 자리에 앉으신 장군님께서는 두손을 마주쥐며 심중한 안색을 지으시였다.

《그럼 어째서 민대부가 그런 지시를 내려먹이는가 하는것입니다. 무슨 근거로 동포들에게 이러저러한 부당한 과업을 내리먹이다 못해 무장투쟁과업까지 내세우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재일동포들을 자기 조국의 존엄있는 해외공민으로 보지 않는데 있습니다. 그들은 재일동포들을 다른 나라에 이주해 사는 교포들처럼 여기는가 하면 일본의 소수민족이나 민족의 파편으로 모독하고있습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일본사람들과 같은 대우를 바라는 처지개선에 대한 과업을 내세우는가 하면 일본의 피착취계급의 요구인 무장투쟁과업을 내리먹이는것입니다. 그래 우리 재일동포들이 어떻게 일본의 소수민족으로 되며 민족의 버림을 받은 불우한 파편이란 말입니까?》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결국 그들의 책동의 본질은 재일동포들을 조국도 모르고 민족의 넋도 없는 일본사람으로 동화시키자는것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언제나 종파들이란 바로 그런 초계급적인 구호를 들고 자기들의 목적을 실현하려고 하는 법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얼마전 당 4차전원회의에서 폭로비판된 허가이를 비롯한 사대주의자, 교조주의자들의 정체가 상기되시였다.

그자들은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적들이 끼쳐놓은 후과를 청산한다고 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당대렬에서 내쫓고 처벌함으로써 당과 대중의 통일단결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 일본에서 무장투쟁에 나서라고 호소하여 동포들을 탄압의 대상이 되게 하며 조국에 대해 불신하게 만드는 민대파들이 과연 이자들의 책동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장군님께서는 민대파들의 책동이 아무리 집요하다 해도 한덕수를 비롯한 일군들과 재일동포들이 결코 그것을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드시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본이라는 환경, 반동의 소굴이며 엄혹한 적후라는것을 고려할 때 심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였다.

《김운해동무!》

장군님께서는 김운해에게 말씀하시였다.

《내 생각에는 우리의 립장을 동포들에게 빨리 알려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자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는 물론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에서 별도로 재일동포들에게 호소문을 보내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그 호소문에는 조국이 어려운 시련을 겪고있는 오늘 같은 때일수록 모든 동포들이 더욱 조국의 두리에 뭉쳐야 한다는것, 한덩어리로 뭉쳐 오직 조국통일성업을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야 한다는 사상이 명백히 강조되여야 합니다. 일제가 우리를 반대하는 전쟁에 직접 개입하고있고 동포들을 강제추방하려고 책동하는만큼 그어느때보다도 재일동포들에게는 공화국을 사수하는 투쟁이 중요한 과업으로 나섭니다. 동포들에게 이런 투쟁과업을 똑똑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본반동들과 종파분자들의 책동을 저지파탄시킬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운해는 사업수첩을 펼쳐놓고 장군님의 말씀을 적어넣었다. 그런 김운해의 모습을 보느라니 장군님께서는 문득 그에게 집을 배정해주라고 지시했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참! 부장동무! 그새 집들이는 했습니까?》

고개를 숙이고있던 김운해는 얼른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목덜미를 쓸어만지며 어줍은 미소를 지었다.

《장군님 배려로… 얼마전에 대성산기슭에 아담한 집 한채를 배정받았습니다. 저때문에… 참말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김운해는 못내 난감한 표정을 지은채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지금 그 집에 저말고도 한사람이 더 들어와있습니다.》

《한사람이 더 들어와있다니?》

장군님께서는 새삼스런 눈길로 김운해를 마주보시였다.

《그러니 벌써 살림을 꾸렸단 말입니까?》

《아니,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라…》

김운해는 그게 무슨 말씀이냐는듯 당황해하며 손을 저었다.

《실은 일시적후퇴때 서울에서 들어온… 장군님께서 기억하시겠는지 모르겠지만 인민군대를 따라들어온 남조선정객들중에 박룡이라는 사람이 있지 않았습니까. 옛날 일본에서 〈민단〉단장을 하던 사람 말입니다. 그 사람이 글쎄 저와 함께 있겠다고…》

(박룡이?)

장군님께서는 언젠가 서울에서 들어온 남조선정객들에 대한 보고를 받을 때 박룡이도 있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일이 기억나시였다.

그가 어떻게 평양에까지 오게 되였을가 하고 속으로 가늠해보기도 하시였다. 그에 대해 이를 갈던 덕수며 그의 딸을 사랑하고있는 지영이의 모습이 상기되기도 하시였다.

《저는 그가 어떻게 되여 입북까지 하게 되였는가 하는걸 들었습니다. 물론 리해되는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해서는 여느 남조선정객들과는 달리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건 저 하나의 생각이 아니라 부서동무들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자는겁니까?》

《어쨌든 박룡이라면 재일동포들은 하나같이 치를 떱니다. 용서받을수 없는 죄를 너무도 많이 저지른 사람이니까요. 일본에서의 죄행도 죄행이지만 괴뢰〈국무위원〉까지 한 사람으로서 반공일선에 서있던 사람이 아닙니까. 때문에 그에 대해서만은 장군님의 해당한 결론이…》

장군님께서는 잠자코 책상우에 무져놓은 자료들을 바라보시였다.

《그자신도 자기 처지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르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계산이 따르리라는데 대한 각오도 하고있는것 같습니다.》

《…》

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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