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회)

제 1 장

8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책상에 펼쳐놓은 학습장을 내려다보던 박헌영이 머리를 들고 침착한 눈길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의 여유있는 시선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부터 파악이 있을뿐더러 나름대로의 견해가 있다는것을 은근히 암시해보이는것 같기도 했다.

김일성동지께서 지적하시다싶이 앞으로는 미일제국주의자들의 책동으로 말미암아 재일동포들의 처지가 더 어려워지리라는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 조건에서 재일동포들이 자기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흘러내린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밀어올린 그는 다시한번 주위를 돌아보았다.

《무엇보다도 재일동포들이 해외교포운동의 일반적인 원칙인 거주국전위당과의 관계, 다시말해 일본공산당과의 련계를 강화하는것이라고 봅니다. 재일동포들이 일본공산당과의 련계밑에 자기 활동을 벌리는것이나 일본공산당이 재일동포들을 계급적으로 보호하는것은 국제공산주의운동원칙에도 부합되는것입니다. 더우기 재일동포들경우에는 다른 나라 교포들보다 유리한 조건들이 있다고 봅니다.》

일본공산당이 조련의 도움으로 재건됐으며 그 요직에 김운해, 원철 등 우리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정 그리고 일본공산당자체가 이젠 인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대중적정당으로 됐다는데 대해 언급한 그는 확신성있게 덧붙이였다.

《이런 제반 사실들은 일본공산당과의 련계만 잘 가지면 재일동포들이 얼마든지 자기의 권리를 확보하면서 처지를 개선할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류의해야 할 문제는 앞으로 재일조선인운동의 지도핵심문제인데 저는 재일조선인운동이 일본공산당과의 밀접한 련계밑에 진행되여야 하는것만큼 일본공산당에서 활동하면서 동포들에게도 신망이 있는 사람이 재일조선인운동의 지도를 맡아야 한다고 봅니다. 더우기 그래야 하는데는 조련이 일체 정치적성격을 띠는 투쟁이나 활동이 제한돼있기때문입니다.》

덕수는 은연중 이마살을 모았다. 일본공산당과의 관계나 조련의 활동원칙에 대한 박헌영의 견해가 재일조선인운동자체에 대해서는 무시하는듯 해서였고 또 그의 말이 일본에 있는 원철의 주장과 신통히도 비슷했기때문이였다. 원철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일조선인운동이 결코 민족적틀에 매여서는 안된다면서 어디까지나 일본공산당과의 련계를 중심에 놓고 전개되여야 한다고 했다. 그때마다 의견은 없지 않았지만 참을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가 조련내 당원활동가들의 책임자라는것으로 해서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 재일동포들이 자기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본공산당과의 련계를 강화해야 한다는것인데 그것이 국제공산주의운동원칙에도 부합된다 그 말이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박헌영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고나서 조용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가 알아야 할것은 재일조선인운동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재일동포들자신이라는것입니다. 누가 운동을 책임지는가 하는것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는 재일동포들자신이 결심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벌써 자체로 조직을 뭇고 많은 일을 해놓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홍선생은 어떤 의견입니까?》

장군님께서는 박헌영옆에 앉아있는 홍명희에게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시국이 시국이니만치 저 역시 재일동포들문제에 대해서는 해당한 대책이 있어야 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에 환갑을 쇤 그였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홍안의 젊은이 못지 않게 맑고도 류창했다.

《자료에 의하면 지금 세계적으로는 약 1억이 넘는 해외교포들이 있다고 합니다. 대개가 두차례의 세계대전, 특히 2차대전으로 하여 조국을 떠나게 된 사람들이지요. 제가 아는바에 의하면 세계 여러 지역에 널려있는 교포들이지만 처지와 대우의 차이로 해서 유럽이나 아메리카에 이주해 사는 교포들과 일본을 비롯한 동양에 이주해 사는 교포들 두 부류로 나누어보고있습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주에서 사는 교포들인 경우에는 자기 나라 국적을 보존하면서도 거주국의 시민권을 받기때문에 그 나라 사람들과 별차이 없이 생활하고있지만 일본과 같은 혈통주의나라들에서 사는 교포들의 경우에는 자기 나라 국적을 버려야 거주국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만약 자기 나라 국적을 버리지 않는다면 부득불 차별을 받게 되며 귀화의 대상으로서 언제까지나 이러저러한 탄압과 박해를 면할수 없지요. 바로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때문에 저 역시 재일동포들이 공화국공민의 존엄은 지키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산당이나 민주력량과의 련계를 강화하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그것이 미제와 일제의 탄압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점으로도 된다고 봅니다.》

덕수는 저도 모르게 장군님표정을 살피였다. 박헌영이가 정치적으로 표현했다면 홍명희는 생활적으로 표현한 바로 그 문제에 재일조선인운동의 본질이 내포되여있기도 했다. 과연 장군님께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실가?

사실 일본에서 사는 동포들자신도 자기들이 차별을 받을수밖에 없는 존재라는것을 알고있었다. 일본이라는 환경이 자기들에게 민족적차별이나 동화정책같은 사회적박해를 전제로 해놓았기때문이였다. 그런 사정으로 하여 일군들까지도 동포들이 자기의 권리와 리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자기들을 리해하고 도와줄수 있는 력량인 공산당이나 로조와 같은 민주진영과의 련계를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 바로 그 주장에는 의견이 있던 덕수였다.

그것이 재일조선인운동의 독자성을 무시하기때문이라는 리유였으나 그렇다고 다른 명백한 주장이 있거나 대책이 있다는것은 아니였다. 그래서 그만치 더 괴롭고 안타까왔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두손을 한데 모두어쥐며 심중한 안색을 지으시였다.

《재일동포들에 대한 문제에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다른 나라의 해외교포들과는 철저히 다르다는것입니다. 홍선생도 말하다싶이 해외교포들은 대체로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전쟁으로 하여 자기 조국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거의다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략탈을 피해 스스로 살길을 찾아 해외로 갔습니다. 프랑스에 있는 알제리사람들이 그런가 하면 카나다에 있는 뽈스까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스스로가 갔다는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재일동포들인 경우에는 스스로 간것이 아니라 강제로 끌려갔습니다. 제발로 간것이 아니라 노예처럼 끌려가지 않으면 안되였다는 바로 여기에 여느 나라 해외교포들과는 다른 재일동포들의 처지의 특수성이 있는것입니다. 뿐만아니라 놈들은 해방이 되여 조국으로 돌아오려는 재일동포들의 귀국의 길까지 음으로 양으로 방해해나섰습니다. 놈들에게 끌려갔다가 놈들에 의해 되돌아올수 없게 된 사람들, 바로 이들이 재일동포들입니다. 우선 이것부터 우리가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때문에 다른 나라 해외교포들인 경우에는 몰라도 재일동포들은 마땅히 오늘에 와서 자기의 권리를 일본당국에 요구할수 있으며 요구해야 합니다. 또 일본정부로서는 응당 그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조련이나 재일동포들이 정치활동을 제한당하고있기때문에 투쟁을 하기 어렵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저들의 악독한 식민지정치의 결과로 하여 일본에서 살게 된 사람들이고 그 후과로 하여 산생된 문제들인데 어째서 정치적으로 해결할수 없단 말입니까. 죄없는 사람들을 끌고가서 대포밥으로 마구 내몰 때는 언젠데 이제 와서는 모르는척 한단 말입니까. 절대로 그럴수 없습니다.》

한손을 저으신 장군님께서는 지금 재일동포들이 자기의 권리와 리익을 위해 실지로 그렇게 투쟁하고있다고 하시면서 그 실례들을 언급하시였다.

민족교육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낸 4. 24교육투쟁도 그렇지만 미군정의 지시로 우리 나라 기발을 게양하지 못하게 했을 때도 재일동포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제일 높은 곳에 공화국기를 띄우고 목청껏 만세를 부르며 공화국공민된 기개를 시위했다. 또 요즘은 생활권확보에 대한 구호를 내걸고 매일처럼 일본당국에 동포들의 생활을 안정시킬것을 요구하고있다. 이런 투쟁들은 다 자기 권리를 위한 정치투쟁이며 그런 투쟁을 통해 이룩한 승리이다. 미제와 일제의 가혹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렇게 싸운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조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공화국공민된 긍지를 가슴깊이 자각한 우리 재일동포들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쉽게 이룩할수 없는 성과들이다.

덕수는 대뜸 가슴이 뭉클했다. 자기들이 한 일을 그처럼 높이 평가해주시는 장군님의 말씀도 말씀이였지만 재일동포들을 다른 나라 해외교포들과는 철저히 달리 여겨주시는 장군님의 그 믿음과 사랑에 저절로 코마루가 저려들었다.

대표단성원들도 같은 심정인듯 하나같이 감격에 넘친 눈길로 장군님을 우러러보고있었다.

《일본공산당이나 민주력량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이 있었는데》

언제나 중요한 문제에 대해 말씀하실 때면 그런것처럼 장군님께서는 한동안 한곳을 주시하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나는 재일동포들에 대한 우리의 립장이 동무들이 말하는것처럼 되여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선 재일동포들을 우리자신보다 다른 나라의 어떤 력량과 먼저 결부하여 생각하기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런 태도는 재일동포들을 우리자신이 책임진다는 립장이 아닙니다. 그래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또 조건이 어렵다고 해서 어떻게 제자식을 남에게 맡길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결코 그런 무책임한 부모로는 될수 없으며 되여서도 안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창문쪽으로 다가서는 장군님을 바라보는 순간 덕수는 무어라고 형언할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후려쳤다.

(어떻게 제 자식을 남에게 맡길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결코 그런 무책임한 부모로는 될수 없으며 되여서도 안됩니다.)

장군님의 말씀을 되새기느라니 다시금 불뭉치같은것이 명치끝을 치받았다.

(천대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그것을 어쩔수 없는 숙명으로 여기고 살고있는 재일동포들, 갖은 수모를 다 받아도 어디에 가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할수 없던 재일동포들을 그처럼 소중히 여겨주시다니, 아- 우리 장군님은 바로 이런분이시구나! 정녕 장군님이시야말로 60만 재일동포들을 지켜주시고 보살펴주시는 자애로운 친어버이가 아니신가!)

어쩐지 눈앞에 뿌연 안개가 서리였다. 장군님말씀을 놓칠세라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으나 귀에는 오직 쿵쿵 하고 흉곽을 때리는 심장의 박동소리만 꽉 차있을뿐이였다.

《우리 나라의 해외공민이란…》

뒤로 돌아서신 장군님께서는 한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그가 어디에서 살건 우리 민족의 한 부분이고 그 구성원이라는것이며 따라서 그들의 운명이자 조국의 운명이고 조국의 운명이자 그들의 운명으로 되여야 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결국 재일동포들의 운명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가, 우리 조국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것입니다.》

장군님의 안광은 어느덧 여느때 볼수 없는 빛을 발산하고있었다.

덕수는 물론 대표단성원들은 하나같이 숨을 죽이고 장군님의 말씀을 기다렸다.

《그럼 어떻게 책임지는가? 그것은 바로 비록 조국과 멀리 떨어진 일본땅에서 사는 재일동포들이지만 그들을 조국의 두리에 튼튼히 뭉쳐세우는것, 이것이 곧 우리가 그들을 책임지는것으로 되며 재일동포들 역시 자기의 운명을 조국과 함께 하는것으로 된다는것입니다.

〈조국의 두리에 한사람같이 뭉치자!〉, 이것이 바로 재일조선인운동의 총적방향이며 기본과업으로 되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선 모든 재일동포들을 조련의 주위에 튼튼히 결속해야 합니다. 조련은 어디까지나 우리 공화국의 해외공민단체입니다. 조련뒤에는 우리 공화국이 있습니다. 때문에 동포들을 조련에 묶어세워야 공화국두리에 뭉치는것으로 됩니다.

미제와 일제의 탄압이 강화되면 될수록 또 남조선괴뢰들의 책동이 우심해지면 질수록 재일동포들은 이 구호를 높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놈들의 탄압을 이겨내면서 공화국공민으로서의 존엄을 빛내일수 있고 그래야 민족적인 권리와 리익도 옹호하고 실현할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그들이 조국인민들과 발을 맞추어 조국의 번영을 위해서도 복무할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것이 바로 재일동포들과 재일조선인운동의 생명선이라는것입니다. 문제는 그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덕수와 대표단성원들을 바라보시다가 힘있는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무엇보다도 모든 동포들이 공화국의 해외공민이라는 드높은 영예와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새 세대들에게 우리 말과 글을 가르쳐 후대들을 선진과학과 기술로 준비된 훌륭한 민족간부로 키우는것과 함께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위해 투쟁하는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하는것이 모든 재일동포들이 자기의 운명을 지키는것이며 조국의 두리에 튼튼히 뭉치는것으로 됩니다. 내 생각은 이런데 동무들 의견은 어떻습니까?》

장군님께서는 다시금 덕수를 바라보시였다.

덕수는 저도 모르게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무슨 의견을 말하자고 해서가 아니였다. 가슴속에서 끓어번지는 걷잡을수 없는 충동과 격정이 잠자코 한자리에 앉아있을수 없게 했다. 그는 그런 자기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으면 좋을지 몰라 번뜩이는 눈길로 옆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당장 탄성이 터져나올것 같은가 하면 두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두드려대고싶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왜서인지 장군님앞에 엎드려 소리내 울고싶기도 했다.

《옳습니다, 장군님! 이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겠습니다. 명백합니다. 고맙습니다, 장군님!》

이렇게 웨치는 그의 목소리는 흥분과 감격으로 하여 떨리고있었다.

되돌이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