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제 1 장

7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달음에 평양으로 달려온 덕수네들을 정겹게 맞으시였다.

《사선을 넘어 조국에 온 동무들에게 휴식할 여유마저 넉넉히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집무실앞탁에 자리잡은 대표단성원들과 그 맞은편에 있는 박헌영과 홍명희를 차례로 바라보며 말씀하시였다.

《휴식은 뒤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재일조선인운동이 나갈 길에 대해 토론해야겠습니다.

동무들도 아다싶이 미제는 마침내 우리 나라를 분렬시키고 남조선을 저들의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조선문제를 유엔에 비법적으로 끌고갔습니다. 미제가 모스크바3상회의결정을 파탄시켰을 때부터 우리는 정세가 이렇게 되리라는것을 예견했습니다. 거기에 대처할 대책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방금 있은 당중앙위원회 조직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토론되였습니다. 그러나 재일동포들문제는 론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적대시하는 미제의 비호밑에 재무장되고있는 일본땅에서 살고있고 앞으로는 더욱 우리를 고립시키려고 책동할 미제와 일제의 통치하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재일동포들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살아야 할 재일동포들이 앞으로 과연 어떤 기치를 들고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 하는것을 같이 토론해보자는것입니다.》

덕수는 새로 조성된 엄혹한 정세로 하여 현지지도의 피로도 푸실사이없이 장시간 회의를 지도하시고도 재일동포들이 걱정되시여 또다시 자기들을 마주하신 장군님을 뵙느라니 어쩐지 목이 메여올랐다. 그렇게 봐서 그런지 단 며칠사이에 장군님모색이 수척해진듯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의 복잡한 정세는 북과 남에 있는 조선사람들은 물론 해외동포들, 특히 일본에 있는 재일동포들에게 명백한 립장과 뚜렷한 목표를 가질것을 요구합니다. 덕수동무, 그렇지 않습니까?》

《…》

덕수는 은연중 긴장되였다. 바로 그 립장과 목표를 놓고 토론인들 얼마나 많이 벌렸으며 론쟁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장군님께서는 먼저 미제가 리승만《정권》을 유일한 정부로 인정하는 동시에 《유엔조선림시위원회》를 《유엔조선위원회》로 개편한데 대한 우리 당의 립장에 대해 다시금 언급하시였다.

그 강도적인 결정이 우리 인민의 존엄과 자주권을 유린하는 용서하지 못할 파렴치한 행위이기때문에 조선문제에 대한 유엔의 결정이 어떤것이든 절대로 인정할수 없다는것, 따라서 우리앞에 가로놓인 난국을 타개하고 우리 나라에 통일된 민주주의독립국가를 건설하는것은 전적으로 우리 인민자체의 힘과 의지에 달려있다는것, 그러한 확고한 신념으로부터 우리는 유엔총회 3차회의에서 채택되였다는 조선문제에 대한 모든 결정이 비법이라는것과 그에 대한 우리의 립장을 국제여론에 광범히 호소하는 한편 유엔의 비법적인 결정을 반대배격하기 위한 투쟁을 강력히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하시였다.

《하지만 재일동포들 경우에는 문제가 다릅니다. 하나의 투쟁을 조직하고 하나의 과업을 수행하자고 해도 조국과는 달리 많은 애로가 제기된다고 봅니다.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 교포들처럼 거주국의 차별과 압력에 동화되거나 해소되는 일이 없이 모든 활동을 독자적으로 또 창조적으로 해나갈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말해 재일조선인운동의 총적인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 모든 동포들이 공화국공민의 존엄을 지킬수 있고 자기의 권익을 옹호할수 있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제 말씀드리겠습니다.》

덕수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일조선인운동에 대해 론의할 때마다 언제나 먼저 제기되군 하던 한가지 문제가 떠올랐기때문이였다.

《사실 저희들도 그 문제에 대해 자주 토론을 벌리군 합니다. 그런데 생활권을 쟁취하고 교육권을 옹호해야 한다는데는 누구나 립장이 명백한데 투쟁대상과 과업에 대한 리해에서는 서로 견해가 다른것으로 해서 복잡해집니다. 그것은 오늘의 일본현실에 대한 평가, 특히는 지금 일본을 점령하고있는 미군정에 대한 평가와 관련됩니다. 누구나 다 일제와 미제가 우리의 공동의 원쑤라고는 하면서도 미군정이 실시하고있는 일련의 시책으로 하여 뚜렷한 립장을 취하지 못하고있습니다.

례를 들어 미군정이 일본의 민주화를 담보하면서 재벌을 해체하고 〈치안유지법〉을 페지한것이라든가 농지개혁, 로동3법 등을 공포함으로써 일본인민들에게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호감을 받고있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실에 대한 모순된 견해로 하여 투쟁과업에 대해 토론할 때면 늘 론의가 분분해집니다. 저는 미국이 조선문제를 유엔에 비법적으로 끌고갔기때문에 이에 대한 견해를 더욱 명백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응당 있을수 있는 범상한 의문이 아니라 생활을 통해서만 느낄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에 대해 먼저 밝혀야 할 필요를 느끼시였다.

《옳습니다. 바로 그것부터 옳게 꿰뚫어보아야 재일동포들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갈수 있습니다.》

한동안 생각에 잠기시였던 장군님께서는 확정적인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미군정은 지금 겉으로는 일본의 민주화를 위해 이러저러한 대책들을 취하고있는것 같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와는 정반대되는 정책을 실시하고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일본에 대한 미제의 이중성과 교활성이 있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세계지도가 걸려있는 맞은편 벽쪽으로 가시였다. 아무래도 태평양전쟁과정에 대해서부터 설명을 해야 미제의 대일정책의 본질을 정확히 까밝힐수 있을것 같았기때문이였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태평양전쟁과정을 보면 여실히 알수 있다. 그것은 미제가 전쟁의 기본목적을 투쟁대상인 군국주의일본을 격파하고 일본의 파시즘을 소멸하는데 두지 않았다는것이다.

미제는 전쟁을 빨리 끝내려고 한것이 아니라 음흉하게도 일본을 장차 대쏘전략에 리용하는 한편 그 기회에 아시아에 대한 저들의 지배권을 확장하려고 꾀했다.

실례로 1943년 11월, 태평양중부에로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질베르트군도에 상륙한 미제는 다음해 한해동안에 미크로네시아의 일부까지 점령했다. 그 다음단계는 곧 필리핀군도로 군대를 이동시켰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를 중심으로 하여 1 500마일안에는 우리 나라와 중국본토, 인디아, 먄마가 포괄되여있다. 결국 미제는 필리핀을 차지함으로써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지역적중심과 전략적중심을 차지하게 되였다. 이것은 미제가 일본본토를 치기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했지만 아시아를 저들의 세력하에 두려는 정치적목적에서였다.

이처럼 미제는 전쟁을 통해 아시아에서 저들의 위험한 적수일뿐아니라 경쟁자이기도 한 일본을 배제하는 한편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자기의 지배권으로 대치시킬것을 획책했다. 결과 많은 나라들이 일본의 점령지로부터 미제의 점령지로 바뀌였다.

마침내 일제가 패망하자 미제는 곧 수십만이나 되는 침략무력을 일본본토에 상륙시키였다. 일본을 점령한 미제는 서슴없이 일본을 발판으로 하여 아시아에 대한 저들의 지배권을 더욱 확장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필리핀과 타이가 그랬던것처럼 오늘은 남조선이 그 실례로 되고있다.

아시아나라들을 하나하나 저들의 지배권에 종속시키려는 대아시아정책을 미제는 철저히 일본을 통해 실현하고있다. 때문에 미제에게 있어서 일본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저들의 침략의 전초선일뿐아니라 돌격대로까지 되여야 한다. 트루맨으로부터 일본의 항복을 접수하고 통치할 전권을 가진 동맹국의 사령관 맥아더야말로 일본을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침략기지로 전환시킬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정책의 가장 충실한 집행자이다.

이런 제반 사실들은 지금 일본을 가로타고 앉아있는 미군정당국이 일본을 결코 평화로운 민주주의국가로 만들지 않을것은 물론 그것을 허용하지도 않는다는것을 여실히 실증해준다.

《그런데 왜 그자들이 일본의 민주화요 개혁이요 하고 떠드는가 하는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놈들의 교활한 속심이 있습니다.》

탁자앞으로 다가오신 장군님께서는 새삼스러운 눈길로 덕수며 대표단성원들을 바라보시였다.

《그것은 결코 일본의 변화자체에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본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변형시키려는데 있습니다. 미제는 일본이 어디까지나 자기의 리익을 대변하는 종속적인 동맹국으로 될것을 바라지 리익을 다투는 경쟁자로 될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때문에 동맹국으로 되는데서는 유리한 조치들을 취하면서도 경쟁자로 되는데서는 이러저러한 제한조치들을 취하고있습니다. 방금 덕수동무도 말했지만…》

장군님께서는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리시며 힘을 주어 말씀하시였다.

《미제는 일본인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농지개혁이요, 로동3법이요 하면서 일련의 민주개혁들을 단행하는것처럼 행동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원흉이며 군국주의아성인 〈천황〉을 처단하지 않았을뿐아니라 도리여 그 통치체제를 보존하여 군국주의정치적지반을 확립해놓았습니다. 얼마전에도 기시노부스께를 비롯한 A급전범자 열아홉명을 무죄로 석방했습니다. 또 재벌을 해체한다고 하면서도 군국주의경제적지반들은 보호하면서 그것을 미독점자본의 지배밑에 둘 작정으로 재편성하고있습니다. 이것은 다 일본자체의 변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들의 리해관계, 저들의 대아시아정책에서 일본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관련돼있습니다. 우리는 미제와 일제와의 관계가 이렇다는것을 알아야 일본에서 사는 재일동포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갈수 있습니다.》

《?!…》

덕수는 저절로 탄성이 터졌다. 일본에서 살고있는 자기들도 미처 륜곽으로만 알고있을뿐 구체적으로 가려내지 못했던 사실을 장군님께서 얼마나 명철하게 또 정확하게 밝혀주시는지 대번에 눈앞이 확 밝아지는것 같았다. 놈들의 탄압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투쟁할것인가에 대해 밤을 새워가며 떠들어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면서 자기들한테는 그처럼 어렵고 복잡하게 여겨지던 사실이 어쩌면 장군님에게는 이렇듯 단순하고도 명백하게 느껴지실가 하는 의혹과 놀라움을 지울길이 없었다. 그럴수록 장군님에 대한 존경과 흠모의 감정이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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