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3 회)
제 1 장
13
관사로 돌아온 사다께는 시중군계집의 말큰말큰한 손을 빌어 깨끗하게 몸을 씻은 다음 니찌렌상이 모셔져있는 정갈한 방으로 들어갔다.
돌로 깎아 만들기는 했으나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 너무도 생동한 니찌렌의 부얼부얼한 얼굴을 사뭇 경건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사다께는 두손바닥을 마주 붙이고 눈을 감았다.
숙연히 고개를 숙이였다.
명상에 잠기려는것이였다.
이것은 매일과 같이 준수해야 하는 니찌렌교(불교에서 파생된 일본의 얼치기종교, 련꽃을 숭상한다.)도들의 한 계률인 동시에 도적떼의 대두령치고는 맞지도 않게 공상에 잠기기를 즐기는 사다께의 생활습벽이였다.
살아있는 니찌렌앞에 나선듯 한 황홀하면서도 경건한 마음이 사무쳐오르자 사다께는 니찌렌에게 진정을 다해 일생일대의 소원을 아뢰기 시작했다.
(니찌렌도노, 해뜨는 나라의 《천자》로 태여난 이 몸이 어찌 일생 범박한 욕망에 시달릴수 있으며 어찌 보잘것 없는 성공에 만족할수 있겠습니까.
현철하시고 대자대비하신 도노께서는 그대의 충실한 적자인 이 사다께의 앞길에 춘하추동 번영의 비를 뿌려주옵소서. 하루빨리 거창한 대망의 실현을 보게 하여주옵소서.)…
…왜국에서는 수십년전부터 정확하게는 수백년전부터 크고작은 전쟁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였다.
멀리 옛적의 일은 다 그만두고 12세기말에 수립된 가마꾸라막부시대때부터 이야기해보자.
전쟁을 통해 정권의 기반을 다지고 전쟁으로 정권을 탈취한 가마꾸라막부가 집권하자 도시상업과 대외무역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고리대자본은 급속히 장성하였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가마꾸라막부가 디디고섰던 무사계급의 경제적기초를 약화시켰다.
무사출신 농민들은 소철나무가지와 열매를 분쇄하여 먹는가 하면 옷똔(두꺼비)까지도 귀중한 식량원천으로 여기게 되였다. 이는 필경 말기증상이였다.
가마꾸라막부를 뒤집어엎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근왕파세력은 또다시 전쟁의 불을 걸었다.
물먹은 담을 떠밀치는 일은 그다지 힘들것도 없었다.
1330년대초에 가마꾸라막부는 제거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통치세력이 편성되였다.
그렇게 되자 이번에는 아시까가막부의 창시자인 아시까가 다까우찌가 규수지방 봉건세력들의 지원밑에 근왕파가 틀고앉은 교또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이를 발단으로 《천황》제 중심을 고집하는 근왕파와 막부정권을 주장하는 무인세력간의 정권쟁탈전과 각기 두파세력을 추종하는 봉건세력들의 개싸움은 근 30년동안 계속되였다.
비로소 온 나라 방방곡곡에 차넘치던 칼부림소리와 대류혈은 가까스로 봉합되였다.
불안전하게나마 평화시대가 도래하자 다시금 상업자본은 현저한 장성추이를 보이였다.
그렇게 되자 막부정권수립에서 주동적인 역할을 하였던 상층무사들과 상인들은 막대한 리익을 얻었으나 덩그렇게 불쪽만 차고 싸움판으로 뛰여다니던 고께닌(하층무사)들과 농민들은 빈절의 빈대마냥 알쭌히 껍질만 남게 되였다.
《이렇게 굶어죽느니 강도질이라도 해야겠다.》
《또 한번 조정을 갈아엎어야 살수가 생기리다.》
원체 흉폭한 고께닌들과 농민들은 저저마다 녹쓴 칼을 꺼내 갈며 내놓고 으르렁거리였다.
이러한 때 봉건령주들과 신흥상인들은 빈민구제와 치부의 주요원천을 타국에서 략탈하여 충당해야 한다는 공통된 견해를 정립했다.
그들은 이미 악당 혹은 도적으로 굴러떨어진 고께닌들은 물론 아직까지 거지꼴을 하고 가도에서 방황하는 얼뜨기 고께닌들에게도 해외침략만이 살길이라고 로골적으로 꼬드기였다.
그러지 않아도 지랄발광을 하고싶어 뼈투성이 알몸을 들썽거리던 고께닌들은 귀가 항아리만 하여 너도나도 해적질하기에 제일 유리한 대마도로 등겨섬에 새앙쥐 엉키듯 몰려들었다.
하여 가마꾸라막부시대인 1220년대에 국내전쟁과 병행하여 발생한 소규모적인 해적단은 열배, 백배로 확장되였다.
고려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나라들까지 대상으로 하여 새로운 형태의 전쟁 즉 해외략탈전을 시작했다.
결과 령주들과 신흥상인들은 비대해지고 고께닌들은 그들대로 저들의 체질에 맞는 그럴듯한 직업과 생도를 얻게 되였다.
이제 와서 령주들은 교또의 궁성에 높직이 올라앉은 막부조차 제마음대로 휘고 부릴수 없을 지경으로 막강한 세력과 재력을 가진 한개 지역의 절대적인 제왕으로 군림하고있었다.
허나 해외략탈전의 피비린내나는 력사를 소급해보면 강도질이나 도적질이 매번 리득과 승리만을 가져온것은 아니였다.
침략과 략탈의 회수가 늘어나고 판이 커지자 그에 대처한 당지 군사들의 반격도 판이 커지고 도수가 높아지였다.
특히 고려에 나갔던 왜구들은 한꺼번에 수백명, 지어 수천명씩 무리로 죽어넘어지군 하였다.
10여년전에는 백전로장 최영이 동서남해안을 휘돌며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러대더니 근년에는 경상도원수 박위가 김해바다가에 바투 나앉아 호랑이처럼 사납게 으릉대고있었다.
하기에 졸개들은 요즘 경상도쪽에 나가라면 너나없이 오줌맞은 개구리처럼 쭈그러들어가지고 되도록이면 꼬리를 사리려들었다.
천하에 두려운 상대가 없노라고 흰목을 뽑는 사다께자신도 박위를 생각하면 꼭 그렇다고 인정하기는 괴로왔으나 은근히 오금이 가드라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10여년전 5월 어느날 사다께는 하까다령주와 함께 황산강을 거슬러오르다가 불시에 박위와 부딪친적이 있었다.
단 한번의 접전에서 사다께는 무던히도 예쁘게 생긴 고려장수 박위의 완력과 검술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알수 있었다. 그때 사다께는 박위의 칼끝에 턱살이 찢어지기 바쁘게 황산강에 뛰여들었기망정이지 무모한 싸움을 계속했더라면 위불없이 천리 타국에서 하백(물귀신)이 되였을것이였다.
그때로부터 세월은 많이도 흘렀다.
그사이 추억의 세부들이 더러 지워지기도 한데다 엉터리없을 지경으로 자기를 과신하는 사다께는 이제 와서 박위의 용력과 검술이 결코 자기보다 우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이따금 황산강격전을 회고할 때면 온몸이 으시시해나면서 수치감과 시기심이 동해오르고 복수의 검은 피가 끓어올랐다.
자기 개인의 복수를 위해서도 그렇고 세력권을 끝없이 팽창하여 이름을 날릴 원대한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가급적으로 박위를 없애버려야 했다.
그러되 무분별한 접전으로가 아니라 능활한 지략으로 솜씨있게 후려쳐 잡아야 했다.
하여 사다께는 지난해부터 침략의 예봉을 기본적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나라들 그리고 고려의 전라도와 서해안일대로 돌리게 한 후 자기자신은 박위를 꼼짝없이 제거하기 위한 음모의 그물을 한코두코 착실하게 떠나갔다.
그는 우선 거제도 왜촌 (당시 고려조정에서는 표류된 일본어민들과 살길이 막혀 찾아온 왜인들을 일정한 지역에 정착하여 살도록 해주었다.)의 두목이 나무랄데 없는 세작(간첩)이라고 천거한 무찌야마 요리꼬라는 계집을 대마도에 불러들이는것으로부터 일을 시작하였다.
요리꼬는 거제도에서 나서자란 알쭌한 시골계집이건만 용모와 언행에서 전혀 촌티가 나지 않는데다 인물도 요염하고 교태도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게다가 고려의 지리와 풍습에도 밝고 고려의 음률도 제법 튕길줄 아는 총명한 계집이였다.
올데갈데 없는 세작감이였다.
사다께는 관사의 밀실에서 근 열흘동안 계집의 그닥지 않은 처녀성을 산산이 짓이겨놓은 후 요리꼬의 작은 가슴에 세작일의 묘리와 앞으로 해야 할 일, 성공하는 경우 차례지게 될 희한한 지위와 막대한 재물의 량을 꽁꽁 심어주고는 고려의 김해로 떠밀어보내였다.
고려로 넘어간 요리꼬는 시작부터 교묘하고 다기차게 일을 벌려나가는데 수법도 령롱하고 진척도 빨라서 그에게 세작일을 가르쳐준 사다께자신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수 없었다.
불과 한두달사이에 김해관가의 동헌에까지 나들게 된 요리꼬는 그 요염한 자태와 애교로 부사를 초 친 문어모양으로 흐물흐물하게 데쳐놓았다.
부사를 통하여 또는 제 눈으로 김해관가와 경상군영의 실태, 조정의 형편까지 알아내여 속속 대마도로 뽑아넘기였다.
요리꼬가 보낸 정보가운데는 죽촌에 사는 리별장의 딸이 박위와 가깝게 지낸다는 이채로운 소식도 끼워있었는데 그것이야말로 유난히 사다께의 관심을 끌었다.
궁리를 거듭하던 사다께는 지체없이 요리꼬에게 고려조정의 형세가 복잡한 이때 박위와 호백의 갈등과 리옥의 대마도체류를 리용하여 박위에게 역신의 올가미를 씌우게 하라는 지령을 새로 떨구었다.
거제도의 왜인들, 사다께가 직접 파견한 대마도의 간자들이 요리꼬와 사다께사이로 줄을 늘인 거미새끼들모양으로 부지런히 오고갔다.
발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사개가 척척 물려들어갔다.
이제는 박위를 사갈시하는 김해부사에게 그럴사한 미끼를 몇개 던져주면 일은 자기의 의도대로 산뜻하게 결속될것 같았다.
박위를 결정적으로 요정내게 할 미끼는 자기 사다께와 리옥이(본의든 본의아니든)가 공동으로 제출하게 될것이였다.
일의 성공을 확고하게 내다보게 된 이 마당에서 사다께는 흥분하지 않을수 없었다. 천리밖에 나앉아 손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적장의 목을 도린다는것은 제갈공명도 상상할수 없는 명쾌한 전투가 아니겠는가.
박위의 처형과 때를 같이하여 대마도군사들은 경상도를 공격할것이며 그것으로써 자기는 재력과 군력을 더한층 불구고 다질것이였다.
어이 알랴, 고려를 타고앉은 뒤에는 막부의 룡상까지 끌어당겨 앉게 되겠는지? 그것은 결코 까마득히 멀리에 있는 일이거나 보라빛꿈일수 없었다.
《사략》이라는 옛책에도 씌여있지 않는가.
왕과 장상의 종자가 어디 따로 있다더냐?!…
…지엄하신 니찌렌도노에게 자기의 대망과 진정을 속속들이 아뢰인 후 니찌렌이 음성이 없는 하늘의 목소리로 일러주는 래일의 방도와 격려를 몸에 받은 사다께는 한층 넓어진 가슴으로 돌상앞에서 물러났다.
소리없이 문을 열고 나서니 명상중에 계시는 령주를 감히 방해할수 없어 협실앞에서 서성거리던 지또가 다가왔다.
《도노께서 분부하신대로 세 도적놈의 시체는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개무리에게 던져주었습니다.
하나를 벌하여 열을 징계하려는 령주도노의 의도대로 군사들은 깨닫는바가 자못 클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급하게 결처를 받아야 할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인가?》
사다께는 아침에 만났을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부드럽게 물었다.
《예, 오늘 전라도에 나가게 된 구리부네 패들이 낮때부터 바다길이 사나워질것이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주저하는 꼴이던데… 어찌했으면 좋을는지?!…》
칼자리가 박혀있는 아래턱을 습관적으로 긁적거리던 사다께는 대바람 세모진 눈에 파란 불꽃을 띄우며 지또를 노려보았다.
《고노야로― 바다길이 무서워서 길을 못 떠나겠다는 그따위 겁쟁이들이 우리에게 천이면 무엇하고 만이면 어디에 쓰겠는가.
위험은 용맹의 교련장이다. 천자인 우리들에게 공포나 불안이 있을수 없다.
구리부네에게 일러라. 룡왕제를 지내고는 지체없이 떠나라고 말이다.
그리구 지또부터가 그따위 얼간이들의 잡설에 귀를 기울이거나 마음이 동해서는 안된다.
내 벌써 몇번이나 말했는가.
포부를 크게 세우고 검을 잡은 이상 유약한 문관나부래기들같은 소심성, 농사군류의 인정이나 사고방식과는 인연을 싹 끊어야 한단 말이다.》
연방 귤쪽같은 대가리를 조아리던 지또는 저도 모르는새 사다께가 그리도 싫어하는 농사군류의 어정쩡한 소리를 다시금 꺼내놓았다.
《…그런데 제를 지내자면 제물로 쓸 아이놈이 또 하나 있어야 할게 아니오니까.
제를 지낼 때마다 아이놈을 잡아 대다보니 이제는 씨가 마를 지경이여서…》
왜인들은 옛적부터 귀신놀이라면 기를 빡 쓰고 달라붙는 종자들이였다.
룡왕제를 지낼 때면 산 아이의 배를 가르고 그속에 생쌀을 집어넣어 상우에 올려놓거나 산 아이를 통채로 바다물에 던져놓는 끔찍한짓도 꺼림없이 행하였다.
헌데 여러 갈래의 크고작은 도적패가 무시로 로략질을 떠나고 그때마다 대개 룡왕제를 지내다보니 이제 와서는 번마다 귀신놀이에 바칠 아이놈을 찍어대는것도 헐후한 일이 아니였다.
잔뜩 못마땅한 시선으로 귀족냄새도 나지 않고 무장의 체취도 풍기지 않는, 다만 열성과 아첨으로 자기의 무능을 메꾸려드는 지또를 노려보던 사다께는 세모진 눈에 다시 독을 올리였다.
(인간은 인간앞에 승냥이이상으로 무자비할 때 인간세상의 승자로 군림할수 있다. 사람이 사람앞에 사람일반의 인정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존재한다면 그는 영원히 바다물에 휩쓸린 하나의 물방울처럼 개성적인 형체를 가질수 없게 된다.
이 촌장같은 작자도 응당 아첨과 열성만이 아니라 맹수와 같은 결단력과 독사와 같은 무자비성을 가지고 나를 받들게 해야 한다.)
결심이 서자 사다께는 단호한 어조로 언명했다.
《이봐, 무릇 승리란 가슴아픈 희생우에서 피여나는 피로 얼룩진 꽃이다.
희생이 없이 승리를 얻겠다는자는 영원히 자기의 소원을 성취할수 없다.
그러니 이번 제사에는 너의 둘째아들놈을 바치도록 해라. 네자신부터 수범을 보이란 말이다.》
지또는 허옇게 눈망울을 까뒤집으며 전신을 후들후들 떨었다.
자기 자식이 아니라 자기가 바로 지옥의 문어구에 들어선듯 신음소리까지 끙끙 흘리였다.
한참만에야 달리 어쩔수 없는 자기 운명의 애달픔을 탄식하며 가까스로 대답하였다.
《그리… 하겠소이다.》
물론 지또는 자기의 농민적근성과 사고방식을 뿌리뽑으려는 사다께의 깊은 속마음에 감동되여서가 아니라 습관적인 복종심과 공포심에 짓눌리여 대답한것이였다.
했으나 눈앞으로는 자꾸만 광란하는 바다물속에 개구리처럼 사지를 뻗고 알몸으로 곤두박히는 아들놈의 형국과 미친년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행악질을 하는 녀편네의 모습이 언거번거로 떠올라 각일각 피가 졸아들었다.
그러거나말거나 사다께는 볼장을 다 보았다는듯이 대청마루쪽으로 당당히 걸어나갔다.
잠시 그 자리에 못박혀있던 지또는 자기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약성을 드러내다가는 아들이 아니라 자신이 고기밥이 될수 있다는 섬찍한 생각이 떠오르자 불시에 정신이 버쩍 들어 황급히 사다께의 뒤를 따랐다.
대청마루에 뒤짐을 돌려잡고 위엄있게 서있는 사다께의 등뒤에 바싹 다가붙었다.
지또의 속마음을 환히 꿰뚫어본 사다께는 자기의 교육방식이 만족하고 지또의 즉시적인 성장이 무척 갸륵하여 속이 흐뭇했으나 아무런 내색도 없이 다시한번 고삐를 바싹 조여잡았다.
《그건그게고… 내가 어제 밤 일러준대로 혼슈와 규수, 시꼬꾸지방으로 오늘중에 또 사람들을 띄워라.
아직도 가도와 산야에서 방황하는 고께닌들과 농군들을 될수 있는대로 더 많이 끌어와야 한다.
우리의 군세를 더욱 확장하고 큰일의 성취를 앞당기자면 군사들을 모집하는 일 역시 항시 중시해야 한다.》
《알겠소이다.》
《내 보건대 너는 지금도 아이놈일때문에 속을 떨고있는데…
격동하는 시대에 남아로 나서 그렇게 속이 얍슬해가지고야 무슨 큰 일을 하겠는가. 마음을 크게 먹어라.
해뜨는 나라의 천자답게 사사로운 감정일체를 털어버리고 오로지 큰일의 실행을 위해 줄달음쳐 살아야 한다.》
《령주도노의 높은 뜻과 헌앙한 기개를 충심으로 받들고 따르겠소이다.》
지또는 사다께의 거창한 뜻과 실한 배짱에 진정으로 탄복하고 공감한듯 한 표정을 진실하게 그려보이기 위해 애쓰며 자못 강개한 어조로 대답했다.
관사의 담너머에 바싹 들어붙어있는 이찌대(1대)군영쪽에서 사나운 섬개들이 짖어대는 소리가 더한층 소란하게 들려왔다.
숱한 군사들앞에서 세구의 시체를 말강스레 뜯어먹은 개들은 먹이를 깨깨 다 삼켜버리고도 아직 왕성한 식욕을 누를길 없는듯 저들끼리 물고뜯으며 싸움을 하는것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