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6

 

옥야는 토방마루에 걸터앉아 어둠이 짙어가는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 정창식이와 며칠을 헤매이는 중이였다. 신문에 광고도 내고 있을만 한 곳을 다 찾아보았으나 행적이 묘연했다.

처음 그는 아이들이 없어졌다는 정창식의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하여 그 자리에 쓰러졌었다. 그다음 그는 정신없이 아이들을 찾아헤매였다. 눈물도 나지 않았고 끼니때가 되였는데도 배가 고픈줄 몰랐다. 오늘도 아이들을 찾아 신발이 닳도록 헤매고 돌아왔으나 힘든줄도 모르겠다. 그는 오히려 독이 뻗쳤다. 그의 두눈에서는 무섭고 결사적인것이 서서히 피여올랐다. 이제는 살 의향이 없어졌다. 남편을 감옥으로 보내고 아이들마저 잃어버린 내가 누굴 믿고 산단 말인가. 나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녀자이다. 누구에게 이 삶이 필요하단 말인가. 정녕 살고싶지가 않았다. 설사 내가 산다고 해도 이제 무슨 낯으로 남편의 얼굴을 대하며 어떻게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볼수 있겠는가. 철없는 처녀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운명을 남편에게 의탁했고 자식들에게 희망을 걸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자신이 이 세상에 더 존재할 가치가 없게 되였다.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옥야는 놀라 눈길을 들었다. 또 어떤 불행이 문을 두드리는것인가. 또다시 조심스럽게 대문을 두드린다.

옥야는 할수 없이 일어나 대문을 열었다. 문가에는 옷이 람루한 늙은 로인과 어린 처녀애가 서있었다.

《이거 안됐소다. 이 애가 너무 배가 고파하기에 장물이라도 한사발 얻자고…》

로인은 미안해하며 어쩔바를 몰라했다. 차마 밥을 달라는 소리가 안나오는 모양이였다. 처녀애는 허기를 만난듯 얼굴이 창백했다. 옥야는 불시에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어서 들어오세요. 나도 어디에 갔다오는 길이여서 집에 밥이 없군요. 저 마루에 잠간 앉아계세요.》

옥야는 로인과 처녀애를 토방마루에 앉게 하고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음식점으로 뛰여갔다. 그는 얼마간의 떡과 빵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로인과 처녀애는 몇끼를 굶었는지 음식을 게눈감추듯 먹어치웠다. 그 정상을 보니 옥야는 아이들생각이 나서 눈물이 절로 났다. 이 순간에도 은옥이와 일국이가 이렇게 방랑하고있을지 어이 알랴. 내가 죽으면 우리 은옥이와 일국이도 길가에서 굶어죽을것이다. 옥야는 소스라쳐 놀랐다.

《고맙소이다. 귀인을 만나 오늘은 죽지 않고 살았소이다.》

로인이 눈굽에 뿌연 눈물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되여 이처럼?…》

옥야는 가슴이 아파 더 묻지 못했다.

《충청도에서 왔지요. 땅이 미국놈의 군사기지로 되는 바람에 밥줄이 떨어졌지요. 서울이 살기 좋다고 하여 왔더니 로친은 병을 만나 길가에서 숨지고 이렇게 손녀애의 입에 풀칠할 길조차 없으니 언제면 좋은 세상이 오겠는지… 》

로인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그었다.

《이제 그런 세상이 오겠지요.》

《아니요. 그저 미국놈들이 나가야 합네다. 그 길만이 살길이지요. 잘 먹고 갑네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소다.》

로인은 이렇게 사례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가세요.》

옥야는 로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로인과 처녀애는 허리를 깊이 굽혀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옥야는 저쪽 집모퉁이로 사라지는 로인네를 바라보며 대문가에 굳어져있었다. 세상은 이렇게도 공평하지 못한가. 호의호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물도 먹지 못해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

이 빈부의 차이가 누구때문인가. 정녕 모든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은 언제나 오겠는가. 하지만 자기는 저 방랑로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인은 미국놈이 이 땅에서 나가야 살길이 열린다는것을 알고있는데 나는 세상을 원망하며 죽을 생각을 하고있지 않았는가. 어리석고 암둔한 나다. 불의를 맞받아 싸울 대신 절망에 빠져 몸부림치고있었으니 남편이 이것을 알면 또 얼마나 가슴아파하랴.

다음날 정창식이 얼굴이 까맣게 죽어 허둥지둥 달려왔다. 대구교도소에 면회를 갔던 사람에게서 소식이 왔다는것이였다. 교도소놈들이 아이들을 브라질로 팔아넘길 흉계를 꾸미고있다는것이다. 옥야는 눈앞이 빙빙 돌았다. 한시바삐 대구로 떠나야 했다.

그들은 곧 택시를 잡아타고 대구로 향했다. 옥야는 운전사에게 차를 빨리 몰아달라고 간절히 사정을 했다. 이순간에도 아이들이 브라질로 팔려가는것만 같았다.

옥야는 차가 더디게 가는것만 같아 가슴이 졸아들었다. 만약 그곳에도 아이들이 없다면 자신이 견디여 낼것같지 못하였다.

(어쩌면 모두 한바리에 실어도 짝지지 않을 악마들일가.)

아버지가 그렇게 숭배하는 미국이란 나라도 같고 같은 놈들이 있는 곳이였다.

옥야가 미국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파산당한 딸의 행복을 다시 찾아주기 위하여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이름난 관광지를 데리고 다니며 옥야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옥야는 모든것이 귀찮았다. 어서빨리 남편의 석방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그 국회의원인가를 만나보고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아버지는 그가 출장을 떠났으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에도 아버지는 옥야의 마음을 돌려세우려고 무진 애를 썼다.

세상을 돌아보고 딸이 마음에 드는 곳에 영주시키겠다고 했다. 옥야는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서울에 두고온 아이들과 감옥에 있는 남편생각뿐이였다. 아버지가 아무리 딸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려고 해도 비둘기의 마음은 콩밭에 가있듯이 옥야는 애당초 미국에 정을 붙이지 않았다.

어느날 아버지는 우울해있는 딸에게 말했다.

《얘야, 세상에 영원이란 없다. 괴로움도 같다. 세월이 지나면 그 괴로움이란 연기처럼 사라지는 법이다. 그런즉 너도 너무 자기를 속박하지 말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도대체 아버진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예요?》

《여기 미국에서 훌륭한 배우자를 골라잡으라는거다.》

《훌륭한 배우자라구요. 그래서 나를 오라고 했어요?》

아버지의 말은 오싹할 정도로 옥야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아니, 그래서 오라고 한것은 아니고, 평생 혼자서 살수 없기때문에 하는 말이다.》

아버지는 딸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자 당황하여 중언부언했다.

옥야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사위가 감옥살이를 한다고 하여 딸에게 다시 시집을 가라고 강요하는 아버지가 한없이 역겹고 혐오스러웠다.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었다. 설사 남편이 감옥에서 죽는다고 해도 나는 한생 그이를 그리며 살것이다. 옥야는 이 미국에 와서 남편이 자기의 심장에 얼마나 크게 자리잡고있는가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가 없는 삶이란 가시덤불길이고 암흑이다. 그가 없으면 자기의 삶도 무의미하다.

꿈에 남편과 아이들이 자주 나타났다. 남편은 그전처럼 옥야의 어깨를 잡고 다정히 이야기를 하군 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기쁨에 넘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서글픈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럴 때면 소스라쳐 놀라 잠에서 깨여나군 했다. 그런 밤이면 남편과 아이들이 그리워 베개깃을 눈물로 적시며 한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어느 주지사의 아들이라는 미국회의원은 얼마후에야 돌아왔다. 40대의 젊은 사람으로서 키가 늘씬한것이 녀자들의 이목을 끌수 있는 멋쟁이였다. 그는 옥야를 보자 동방의 미인이라고 추파를 던지며 손을 잡아 스스럼없이 입술을 가져다대는것이였다. 옥야는 첫인상이 불쾌했다. 한시바삐 그를 피하고싶었다.

아버지는 그의 환심을 사려고 피아노를 치라고 했다.

《아, 피아니스트입니까?》

이름이 마크웨이라고 소개를 한 그는 옥야곁에서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옥야는 할수 없이 피아노연주를 했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마크웨이는 미국에도 이만한 연주가가 없을것이라고 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얼마후에 그들은 음식상에 마주앉았다. 국회의원이 옥야에게 부탁이 무엇인가고 물었다.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간 사위에 대하여 간단히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인간에게 있어서 리념을 지키는것은 자유입니다. 그런데 그런 리념을 가졌다고 잡아가둔다는것이 얼마나 미개한 짓입니까. 내 곧 주한 미국대사관의 삼촌에게 전화를 하겠습니다. 전향서고 뭐고 당장 석방시키라고, 더우기 나라의 유명한 축구선수를 감옥에 가둔다는것은 한국의 수치입니다. 부인, 내 말을 믿으십시오.》

《국회의원님, 고맙습니다.》

옥야는 고개를 가볍게 숙여 사의를 표시했다.

《저도 부인을 알게 된것이 기쁩니다.》

마크웨이는 주머니에서 주소가 적힌 명함장을 꺼내여 옥야에게 보이며 래일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본인이 있는데서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화를 하겠다는것이였다. 옥야는 할수 없이 약속된 시간에 그를 찾아갔다. 마크웨이는 이미 남조선에 있는 미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면서 함께 갈데가 있으니 나가 승용차에 오르라고 했다. 옥야는 이 미국신사가 자기를 집에까지 데려다주는줄로 알고 고맙게 생각했다. 마크웨이는 옥야를 교외에 있는 자기의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정욕에 충혈진 눈을 번뜩이며 다짜고짜로 옥야를 끌어안았다.

《이게 무슨 짓이예요.》

옥야는 놈을 밀어제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부인, 조용하오. 여기는 우리 둘밖에 없소.》

놈은 다시 옥야에게 달려들었다. 차거운 눈길로 마크웨이를 쏘아보던 옥야는 놈의 뺨을 철썩 때리고 바람처럼 밖으로 뛰여나왔다. 때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탄 옥야는 집으로 돌아와 분함을 참지 못해 침대에 쓰러져 흐느껴울었다. 사연을 알게 된 아버지는 입이 쓰거워 아무 말도 못했다. 며칠후 옥야는 서울행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옥야는 미국려행과 아이들을 찾아 이 땅을 헤매는동안 불합리한 이 세상에 대하여 똑똑히 알게 되였다.

미국회의원이 남편의 석방에 방조를 준다고 하기에 찾아갔더니 그놈이야말로 추악하고 더러운 속물에 불과했고 주한미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주었다는것은 한갖 기만이였다. 결코 미국은 신사의 나라가 아니며 《벗》이 아니였다.

남편이 미국놈을 내쫓고 통일을 해야 한다는 말은 옳았다. 바로 그것을 위해서 싸웠고 감옥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있다. 그런데 나는 어리석게도 아이들을 잃어버리면서까지 남편을 구원해보겠다고 미국행을 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자기가 갈 길을 알았다.

그것은 남편이 가는 길이였다.

…현관문을 나서던 백근식은 앞에서 오고있는 정창식과 옥야와 마주쳤다. 옥야는 파리한 얼굴에 서리찬 기운을 내뿜고있었다.

백근식은 가슴이 섬찍했다. 분명 아이들때문에 오는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가슴이 후두둑 뛰였으나 곧 자신을 다잡았다. 감히 제가 여기가 어디라고, 저 연약한게 큰소리 한마디면 움츠러들것이…

백근식은 반색을 하며 옥야앞으로 다가왔다.

《아 이거 옥야씨 아니요. 미국에 갔다더니 언제 왔소. 아마 또 면회를 오던 모양이지요?》

《아니, 전 교무과장님을 만나러 왔어요.》

옥야의 목소리는 차거웠다.

《그래요. 그럼 어서 들어갑시다.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오.》

백근식은 정창식을 제지시키고 앞장에 서서 면회실이 아니라 자기 방으로 옥야를 이끌었다. 아마 전처럼 또 자기 방에서 면회를 시켜달라고 부탁하자는것이 아닐가.

백근식은 옥야에게 의자를 권하고 자기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음침한 눈길로 옥야를 바라보았다.

《옥야씨, 옥야씨도 이제는 퍼그나 늙었습니다.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젊으나 젊은 나이에 남이 겪지 않은 인생고초를 다 겪으시니…》

《그런 소리는 더 하지 마세요.》

옥야가 쌀쌀하게 백근식의 말을 밀어치웠다.

《인간이 인간의 불행을 동정하는것은 미덕이라고 할수 있지요. 저는 지금까지 옥야씨를 도와주지 못한것을 괴로와하고있습니다.》

옥야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백근식은 그의 입에서 다음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여 옥야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과장님, 제 아이들이 어디 있어요?》

《아이?…》

백근식은 얼굴에 비굴한 웃음을 담았다. 벌써 다 알고왔다는것이 알렸다. 이제 한상수를 만나면 구체적인 내용을 알수 있을것이다. 그럴바엔 차라리 맞대놓고 공세를 들이댈 판이다. 한상수는 어쩔수 없다쳐도 모성애야 거기에 비하겠는가. 게다가 옥야같은 녀자임에랴.

《아이들의 행처는 나도 모르오. 나는 아는 처지에 그애들을 아버지와 면회시켰을 따름이요. 두 사람이 데리고 왔었는데 매우 선량해보이더군. 너무 락심할건 없소. 아무리 서울장안에 인총이 많다 해도 잔디밭에서 바늘찾기보다야 쉽겠지. 내가 우리 사람들을 동원해서 그자들도 찾고 아이들도 찾아봅시다.》

백근식은 저도 모르게 말이 거침없이 슬슬 나옴을 느꼈다. 그러나 옥야는 어느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을 보는 눈길로 백근식을 쳐다보며 맵짜게 쏘아부쳤다.

《아니, 난 그 말을 믿지 않아요. 어서 우리 아이들을 내놓아요!》

백근식은 딱하다는듯 두손을 벌리였다.

《하, 이거 정말 난처하군. 아무리 사상이 대립되여 용납 못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아이들까지 우리가 처리한단 말이요. 그러지 말고 우리 차근차근 아이들을 찾을 방도를 찾읍시다.》

백근식은 철궤를 열고 종이 한장을 꺼내 인즙과 함께 옥야앞에 내놓았다.

《이건 내가 옥야씨를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내놓는 방안입니다. 뭐 에둘러 말할것도 없지요. 한상수씨는 체육인이고 남자다운 자존심이 있으니 체면상 그렇다 치고 옥야씨야 다르지 않습니까. 이렇게 하면 법에 어긋나지만 어찌겠습니까. 남편을 대신해서 옥야씨가 찍으면 한상수씨는 석방될수 있고 우리가 힘껏 노력하여 아이들을 찾아드리겠습니다. 한상수씨도 병보석으로 하면 자연스러운 석방으로 될것입니다.》

옥야는 책상우를 내려다보았다.

《전향서.》

대형영사막에 영화의 제명이 나타나듯 세글자가 눈앞으로 확 다가왔다.

옥야는 갑자기 오한이라도 일어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음보는 종이장이다. 세글자를 내놓고는 티한점없는 하얀 종이이다.

그는 비로소 세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것임을 알았다. 지금 백근식이 무엇을 꾀하고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강요하는가를 페부로 느꼈다. 이때껏 이런 놈들과 한하늘아래서 살았다는것이 거짓말같았다. 추악한 상통들이 한꺼번에 엉키여 돌아간다.

《작은아버지》라고 믿었던 《법무부》차장 방치백이며 자기에게 달려들던 국회의원이라는 미국신사… 하나같은 인간추물들이다.

옥야는 전향서를 움켜잡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눈에서는 그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서슬푸른 빛이 뿜어나왔다.

《나는 오늘에야 나의 남편이 세상에 대고 자랑하고싶은 귀중한 사람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았어요. 그리고 수십년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하고 당신들에게 갖은 악형을 당하면서도 왜 이 종이장에 지장을 찍지 않았는가를 잘 알았어요. 바로 여기에 지장을 찍으면 당신들과 같은 추악한 인간이 되기때문이예요. 그런데 나더러 대신 찍으라고? 어림없는 소리 걷어치워요. 난 영원히 그이의 안해예요!》

옥야는 전향서를 소리나게 북 찢어 마루바닥에 힘껏 뿌렸다.

《내 아이를 내놔요! 내 남편을 내놓으란 말이예요!》

《이년 미치지 않았어?》

《미친건 당신들이예요. 당신들이야말로 이 하늘아래서 살수 없는 악당들이예요. 빨리 내 아이들을 내놔요. 내 남편을 내놓으란 말이예요.》

어디서 힘이 솟구쳤는지 옥야는 백근식에게 달려들었다.

《에익 쌍년!》

백근식이 힘껏 옥야의 얼굴을 후려쳤다. 옥야는 그 한번의 손찌검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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