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제 3 장

1

 

특별사 수감자들의 의지를 꺾으려고 조직했던 프로레스링경기는 뜻밖에 역효과를 가져왔다. 《법무부》에 올라갔다가 돌아온 형무소 소장은 이 사실을 늦게 알고 노발대발하며 백근식을 몰아댔다. 가뜩이나 정치범들에 대한 초보적인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안팎으로 소요가 잦은데 세상에 없는 간수와 수인간의 살인적인 경기를 조직했으니 이 책임을 누가 지겠느냐고 따지였다. 백근식은 소장의 질책에 찍소리 한마디 못했다. 더우기 한을손의 파면문제를 어떻게 하면 무난히 처리하겠는가가 골치거리였다. 아무리 후안무치하기로서니 경기에서 패한이상 시치미를 뗄수는 없었다. 모름지기 한을손을 내쫓아도 수감자들은 앞으로 더 큰 요구를 내댈것이다. 백근식은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였다. 억대우같은 최간수가 페인한테 지다니!…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리해가 되지 않았다.

교도소장은 한을손을 잠시 잡범간수로 돌려놓았다가 수감자들의 감정이 사그러진 다음 구실을 붙여 다시 제자리에 갔다놓으라고 했다. 백근식은 데리고 놀던 계집한테 뺨을 맞은듯 하여 속이 알짝지근 했으나 소장의 명령을 따를수밖에 없었다.

그무렵 한상수는 온몸이 무딘 칼로 째는듯이 쑤시고 고열이 나서 잠을 이룰수 없었다. 이따금 정신이 혼미해지고 육체가 부서져나가는듯 한 아픔을 느끼였다. 간밤도 열에 떠서 헛소리를 치며 지새웠다. 아침에 감옥의 소지가 밥을 날라왔으나 일어날수도 없거니와 입안이 소태처럼 써서 작은 보리밥덩어리도 목구멍으로 넘길수 없었다. 어제 저녁에 가져온 밥도 그냥 감방바닥에서 뒹굴었다.

한나절이 지나서 새로 온 간수가 하얀 위생복을 입은 의무관을 데리고 나타났다. 매양 이런 환자와 맞다들군 해서 그런지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얼굴이 갱핏하고 살이 없는 메마른 사람이였다.

그가 감방안에 들어오자 병원특유의 소독냄새가 풍겼다. 그 냄새는 한상수에게도 익숙된것이였다. 병원에서 돌아온 옥야에게서도 그런 냄새가 풍기군 했었다.

의무관은 정맥이 파랗게 보이는 하얀 손으로 청진기를 잡고 한상수의 몸을 한참동안 찬찬히 진찰하고나서 쇄골과 륵골 세개가 골절되였다고 했다. 그는 말없이 나갔다가 얼마후에 한뭉테기 붕대를 가지고와서 한상수의 상반신을 칭칭 결박했다. 뼈가 붙자면 한달정도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상수는 어이가 없었다.

간수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겠거니와 누구의 방조도 없이 한달을 누워있다는것은 죽으라는 소리와 같은것이였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야 했다. 그는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있었다. 하루종일 누구와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컴컴한 감방안에 혼자 누워있다는것은 그야말로 지독한 고문이였다.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이렇게 까딱 않고 누워있자니 미칠것만 같았다. 하지만 참고 견디여야 했다. 참지 못하면 죽어야하는것이다. 감방바닥에 누워있노라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어려서 어머니가 삯빨래를 해준 부자집에 함께 가서 밥을 얻어먹던 일, 동무들과 대동강에서 미역을 감으며 강건너편쪽으로 헤염치기내기를 하다가 다리에 쥐가 일어 빠져죽을번 하던 일, 코피가 터지게 얻어맞으면서도 권투와 유술을 배우던 일…

아주 어렸을 때 일이 더 생생히 기억된다.

한상수는 눈길을 들어 뙤창을 바라보았다. 작은 하늘에는 봄의 운무가 끼여있었다. 이따금 밖에서 랭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였다. 문득 파아란 물이 든 잎사귀 하나가 바람에 불려와 창가에 걸렸다. 한상수는 그 나무잎을 점도록 바라보았다. 바람에 불리여 어디론가 날아가다가 창턱에 내려앉았건만 그것이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가 보내준것같이 생각되였다. 봄이면 하얀 솜꽃을 눈보라처럼 날리던 버드나무들, 하많은 버드나무로부터 유래된 내 고향 류경! 대동강가에 있는 경상골 돌집뒤에도 버드나무가 있었다. 고향집울타리엔 노란 나리꽃이 얼마나 호함지게 피군 했던가. 지금도 어머니가 그 울타리안에 서서 이제나저제나 이 아들을 기다릴것만 같았다. 아마도 이제는 어머니의 검고 윤기도는 머리에도 흰서리가 내렸겠지. 어머니는 내가 이렇게 만신창이 된 몸으로 감옥에 누워있는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실거야. 차라리 그게 낫지. 이 모양을 안다면 어머니는 가슴이 터지여 견디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 아들을 결코 탓하지만 않을것이다. 어머니는 언제나 침착했고 강의했고 사려가 깊었다. 광복후에 어머니는 가루개장마당에 나가 지짐장사를 한적이 있었다. 어느날 어머니는 자기 키보다 더 큰 비자루를 들고 아침 일찌기 거리로 나가는것이였다. 지짐장사를 걷어치우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도로관리원》을 한다는것이였다. 한상수는 남보기 민망하여 하많은 일중에 그런 천한 청소부를 하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기식의 지론이 있었다.

《천한 일이라고 안한다면 누가 길을 관리하겠느냐. 일이 천한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천한 사람이다.》

어머니의 말에 한상수는 더 우기지 못했다.

한상수는 아버지의 얼굴도 생각났다. 학교목수노릇을 하던 아버지가 왜놈교장의 집을 수리하던중 룡마루에서 떨어져 죽었다는것이였다. 한상수는 집에 있을 때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버지의 얼굴을 익혔다. 아버지가 자기를 무릎우에 앉히고 찍은 사진이였다. 자기는 딸 은옥을 안고 사진한번 찍어보지 못했다. 그럴 사이가 없었다. 안해가 그 애를 몸에 가졌을 때 전선으로 나갔던것이다. 세월이 흘러 딸이 네살이 되였을 때 집에 나타났으나 그 애는 아버지를 보고 뒤걸음을 쳤다. 처음보는 사람이였던것이다. 은옥이와 겨우 친해놓자 이번에는 이렇게 철창속에 갇히게 되였다. 은옥이는 불행한 아버지를 둔 셈이였다. 안해도 마찬가지였다. 한상수는 안해를 기쁘게 해줄수 없었다 .행복한 가정생활만을 바라는 안해의 소원을 풀어주자면 투쟁을 포기해야 했다. 남편때문에 불안으로 가슴조여온 안해, 감옥에 찾아온 그에게 너무도 억이 막혀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주고 헤여진 일이 마음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때없이 박우갑의 마지막말이 가슴에 마쳐왔다. 제 안해하나 동지로 만들지 못하고 내가 무슨 민족의 단합을 운운한단 말인가. 이제 밝은 빛을 보게 되면 안해를 더 사랑하여주고 참다운 길로 이끌어 미더운 동지로 만들련만, 아, 내가 이 저주로운 철창밖으로, 안해에게로 돌아갈 날이 과연 언제일가?…

의무관이 감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의 상념은 깨여졌다. 그는 이따금 와서 처치를 해주군 했으나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 항상 무엇인가 조심하며 경계하는 빛이였다. 하긴 어디가나 귀가 있고 눈이 있다는 세상이다.

한상수는 그를 여러번 만나는 과정에 그가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개인병원을 차려놓고 운영하는 사람인데 감옥의 의무관으로 촉탁되여 수인들을 치료해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뒤따라 들어온 백근식이 치료를 하고있는 의무관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의사선생.》

《환자의 몸에 륵막염이 왔습니다. 다친 다음 항생제를 쓰지 못한 탓이지요.》

《항생제?…》

백근식의 목소리는 힐난조로 울렸다. 그러나 인차 목소리를 누그려 관심을 표시하듯 물었다.

《그럼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합니까?》

《예. 벌써 륵막염의 징후가 있습니다. 그것은 곧 페결핵으로 넘어갈것이고 종당에는…》

《죽는다!… 죽으면 안되지. 우리 한국은 사람생명을 귀중히 여깁니다. 수인의 경우에도 례외가 아니구요. 더우기 정치범의 생명은 더 중하지요.》

사실 백근식은 한상수와 최간수를 경기장에 내보낼 때 둘중에 누가 이기고 지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다만 한상수네에게 공포감과 육체적고통을 주면 그만이다. 최간수는 내장이 파렬되여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살아도 사람구실을 할것 같지 못하다고 한다. 그까짓 죽으면 어떻고 종신불구자가 되면 어떻단 말인가. 그러나 한상수는 사정이 다르다. 그를 그냥 죽게 해서는 안된다. 한상수의 운명이자 자기 백근식의 운명인것이다. 한상수를 전향시키는 날이 자기가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그러니 자기와 한상수는 하나의 줄에 매여있는 셈인것이다. 인간관계란 참 기기묘묘한것이다. 백근식은 한상수도 인간인 이상 자기의 생명을 놓고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고 타산했다. 전향서에 도장을 누르고 병을 고치겠는가, 아니면 감옥에서 페결핵으로 신음하다가 죽겠는가, 한상수는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그는 살길을 택할것이다.

그러니 한상수와 최간수와의 《프로경기》는 백근식에게 희망을 준것이였다. 이것이야말로 고문없이 수감자들을 정신적으로 타락시키는 희세의 고문인것이다. 백근식은 먼 후날 력사가들은 이것을 놓치지 말고 기록해야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오늘 저녁에 《사꾸라꽃》음식점에 가서 탄력이 넘쳐나는 젊은 주인녀자의 벌거벗은 몸뚱이를 주무를 생각을 하니 절로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러면 선생, 곧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의무관은 기계적으로 붕대를 다시 감고나서 후송준비를 해야겠다고 했다. 눈을 감은채로 의무관이 하는대로 몸을 맡기고 아무말이 없던 한상수는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다.

《의사선생, 고맙소. 그러나 난 병원에 갈 생각이 없소. 사람은 아무때고 한번은 죽기마련인데 페결핵으로 죽든 고문을 받다가 죽든 매한가지요.》

《그건 너무 지나친 허무주의야. 물론 인간이란 어느때고 한번은 그 길로 가는건 사실이지. 그건 자연의 법칙이니까. 하지만 누구나 한번밖에 없는 인생을 오래 살기를 원하고 호의호식하기를 바라는게 아닌가.》

백근식이 훈시조로 참견을 했다. 의무관은 자기가 말할 장소가 아니라는듯 덤덤히 앉아있었다.

《그거야 당신같은 사람들의 인생관이지 우린 그렇지 않소. 한순간을 살아도 정의와 진리를 위해 싸우다 죽는것이요.》

한상수는 자기자신에게 하듯 힘주어 말했다. 의무관은 슬그머니 일어나 나가버렸다. 듣기가 거북했던것이다.

《자네 신경이 지내 예민해진것 같군. 난 그래두 자네를 생각해서 한 말인데. 정 싫다면 그만두게. 하지만 자네가 이 감옥에서 죽으면 법무부 차장님께서도 대노할걸세. 자넨 차장님의 친구인 서무진박사의 유일무이한 사위가 아닌가.》

《그래서 어쨌단 말이요?》

한상수는 병주고 약주는 백근식이 노는 꼴이 가소로왔다.

《차장님께서는 자네를 전향시켜 석방하고 그전처럼 뽈을 차도록 하라는것이지.》

《만약 전향을 안한다면?…》

《이 감옥에서 죽어야 해.》

《그럼 할수 없군. 죽는수밖에…》

백근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받쳤다. 뭐 죽고싶다고?!… 백근식은 한상수의 뺨을 후려치고싶었다. 그러나 그 반대로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비수>다운 결단성이군. 그러나 아직은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아. 실은 죽고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싶어도 살지 못하는게 자네 처지야. 고집부리지 말게.》

한상수는 침묵을 지켰다.

《그건 그렇고. 자네의 별명이 <비수>라고 했지?》

백근식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띠우고 왕청같은 질문을 했다.

《몰라서 묻소?》

《그 별명의 유래에 대하여 말해줄수 없겠나?》

《꼭 알고싶소?》

《물론.》

《나의 별명이…》 한상수는 저력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비수>라고 하는것은 칼 <비>자에 머리 <수>자를 쓰는데 우리 동지들은 미국놈들을 할애비처럼 섬기고 통일을 반대하는자들의 목을 단칼에 요정내라고 이런 별명을 달아주었소.》

《허허… 자네의 비수야말로 독기를 뿜는 무서운 칼이구만.》

《자신을 지키고 악을 물리치는 칼이지.》

그랬었다. 구석기시대 원시인들의 돌단검으로부터 시작하여 고조선의 비파형청동단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오늘날의 총창과 대포, 비행기와 땅크들은 우리 민족에 있어서는 남을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생겨났다. 물론 이 모든 무기들이 누구의 손에 쥐여지는가에 따라 선에도 복무할수 있고 악에도 복무하는것이다. 악한들의 손에 쥐여지면 남을 억누르고 지배하는데 리용될것이고 선한 사람들이 차지하면 선을 지키는 보검으로 될것이다.

《내가 알건대 자네별명은 그런것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고 보는데. 자네는 혹시 내가 <태백>의 재정감독으로 있었다는걸 망각한게 아닌가?》

《천만에. 당신이 이 감옥에 숨어있는줄을 미처 몰랐을뿐이지.》

《놀랍다는거겠지. 나는 생각할수록 당신이 놀랍네. 자네야 뽈밖에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였지. 사랑에 열렬하고 우정에 성실하고… 그런데 어떻게 되여 그 유명한 축구선수 <비수>가 <빨갱이>의 <비수>로 되였는가.…》

백근식은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였다. 《비수》라는 별명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 한때 축구애호가인 함흥의 최명학이란 의학박사가 해마다 일본도꾜에서 진행하는 《명치신궁대회》에 조선팀을 참가시키기 위한 야심을 가지고 청진의 《기계다리》라고 불리우는 허죽산에게 조선에서 이름있는 축구선수들을 모집할데 대한 과업을 주었다.

그무렵 평양에 중학교를 졸업한 전도유망한 축구선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허죽산이 한상수를 찾아왔다. 그들은 상봉을 기념하여 한잔 하려고 음식점으로 가고있었다. 어느 학교옆을 지날 때였다. 운동장에서 찬 뽈이 담장을 넘어와 발앞으로 굴러왔다. 뽈을 멈추어 세워놓고 그들은 가던 길을 걸어갔다. 학교체육선생이 운동장에서 담장밖을 내다보며 그 뽈을 차달라고 소리쳤다. 두사람은 모르는척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학교선생은 별 야박한 사람이 다 있다고 투덜거렸다. 한상수는 걸음을 멈추고 정말 뽈을 차달라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뽈을 차달라는데 무슨 여러말이 많은가고 하였다. 한상수는 할수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학교운동장을 향해 슬쩍 찼는데 그만 《꽝》하는 소리와 함께 뽈이 터져서 날아갔다. 학교선생은 한상수의 범상치 않은 솜씨에 놀라 허둥지둥 달려나와 인사를 하며 선생님들을 몰라보고 무엄하게 행동했으니 용서하여달라고 하면서 잠간 운동장에 들어가 학생들의 축구련습을 보아줄것을 부탁했다. 《기계다리》가 한상수의 능력도 시험해볼겸 학생들을 좀 가르쳐주고 가자고 했다. 그들은 선생을 따라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학교선생은 학생들에게 11m벌차기훈련을 시키던중이였다. 한상수는 학생들에게 벌차기묘술에 대하여 몇가지 설명을 한 다음 시범동작을 하려고 문지기를 비키라고 했다. 모두 의아해하자 한상수는 문지기가 뽈을 잡다가 사고가 날수 있다고 하면서 기어이 물러서라고 했다. 한상수가 찬 뽈은 총알처럼 날아가 그물을 째고 멀리 사라졌다.

학생들은 한상수의 벌차기솜씨를 보고 경탄의 웨침을 터뜨렸다.

《과시 자네의 발끝은 비수와 한가지군.》

허죽산은 한상수의 어깨를 툭 치며 감탄했다.

이때부터 그는 《비수》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 과연 그는 날아가는 비수처럼 속도가 빨랐고 발끝타격이 비수와 같이 강했다.…

백근식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새삼스럽게 자네의 별명을 상기시키는가 하면 자네는 어디까지나 축구선수라는걸세. 축구계에서 활약을 해야 <비수>로서의 명성을 떨치지 그렇지 않으면 손칼보다 못해.》

《난 이젠 축구의 <비수>노릇하기는 틀렸소. 그러나 민족의 통일을 위한 <비수>로는 여전할것이요.》

한상수는 고개를 돌려 아까보던 철창가의 그 파란 잎사귀에 눈길을 주었다. 그의 눈은 평온한 빛이 어려있어 마치 그 어떤 명상에 잠겨있는듯 했다.

백근식은 자기의 말이 소귀에 경읽듯 했음을 느끼자 당장 씹어삼키고싶도록 부아가 치밀었다.

(어떻게 하면 이놈을 길들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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