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 회)
5
박우갑이 사형당한 후부터 한상수는 입을 꾹 다문채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 침침한 얼굴로 감방벽에 기대여 앉아 하루종일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누구든지 자기를 다치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을듯 두눈에는 피발이 서있었다. 요즈음에는 백근식도 그를 찾지 않았다. 한상수의 귀전에는 박우갑이가 남기고 간 말이 한시도 떠나지 않고 그냥 맴돌이쳤다. 우리에게는 하나된 조국만이 있을뿐이라고, 굴하지 말고 잘 싸우라고 하던 그 뜨겁고 열렬한 목소리!… 그 조국을 위해 동지들은 목숨까지 바치는데 자기는 과연 무엇을 하였던가. 전쟁전부터 분렬된 조국의 아픔을 감수하고 미국놈의 거만한 코대를 꺾어놓으리라 결심하고 남으로 나왔고 또 전쟁때에도 그후에도 통일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느라고 동분서주하였지만 끝내 감옥살이로 끝났다. 한상수는 이렇게 철창에 갇힌 몸이 되고보니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그중에서도 한상수의 가슴에 맺혀있는 사람은 박영진이였다. 박영진은 그의 인생에서 버릴수 없는 사람이였다.
49년도에 미국팀과 《태백》팀간의 경기를 앞두고 박영진이 김정식회장의 초청장을 가지고 한상수를 찾아 해주에 나타났을 때였다.
오래간만에 만난 그들은 현우섭의 이모네집에서 청주병을 놓고 마주앉았다. 객지에 나다니느라 클클했던 박영진은 한상수보다 더 마시고 객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상수형, 어째서 시원한 대답을 안하는가. 언제부터 이런 졸장부가 됐는가 말이야.》
박영진은 충혈진 눈을 번뜩이며 상을 쾅쾅 두드렸다. 서울로 가는 일에 성큼 동의를 하지 않는 한상수에 대한 불만이였다.
《영진이, 서울로 가는 문제는 우리끼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한상수는 빙그레 웃으며 박영진을 타일렀다.
《뭐라구? 아니 그럼 뽈차러 가는것두 누구 승인을 받아야 하는가?》
박영진은 놀랍다는듯 두눈을 크게 떴다. 한상수는 생활환경이 다른 곳에서 살고있는 박영진이가 결코 리해할수 없다는것을 느끼자 너그러운 어조로 깨우치듯 말했다.
《이보라구 영진이, 설사 간다고 해도 이 길로는 갈수 없네. 체육단에 승인을 받은 다음…》
《하하하…》
박영진은 불시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상수형이 그새 영 딴 사람이 되였군. 놀라운데. 북은 자유세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에끼 이 사람, 이래뵈두 내 새 민주조선의 체육인이야.》
한상수는 짐짓 화가 난듯 박영진의 말을 무찔러버리다가 미안한 생각이 들어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게 다 미국놈 탓일세. 미국놈들이 38˚선을 가로막지만 않았어두 이런 일은 없을터인데.》
《상수형, 미국을 욕하지 마오. 그건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요. 우린 그저 뽈이나 차면 돼. 상수형, 가겠소 못가겠소? 어서 말을…》
박영진은 점점 혀꼬부라진 소리를 했다. 몹시 취한 모양인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진이, 자네 취했구만. 피곤하겠는데 쉬자구.》
한상수가 이렇게 말하며 상을 치우고 자리를 폈다. 그리고 박영진을 자리에 눕혔다.
《상수형은 변했어. 축구선수가 연설쟁이가 됐단 말야. 우린 뽈이면 돼. 상수형, 가자구. 서울로…》
박영진이 자리에 누워서도 계속 중얼거리였다. 그러다가 코를 드렁드렁 골았다. 네활개를 펴고 정신없이 자고있는 박영진을 보니 한상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청주를 퍼그나 마셨는데도 정신은 더욱 또랑또랑해졌다. 높이 들린 하늘에서는 둥근달이 마당가의 살구나무가지에 교교한 빛을 뿌려주고있었다. 봄이 짙어가는 밤풍경은 한없이 고요하였다.
한상수는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정신없이 자고있는 박영진의 모습에서 남조선에 있는 체육선수들의 정신상태의 일면을 보는것만 같았다. 아직도 그들은 나라를 갈라놓은 미국놈들을 해방자로, 은인으로 생각하고있는것이다. 그들의 생각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더우기 박영진은 피를 나눈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닌가. 나이는 한상수보다 한살 아래이지만 깍듯이 형님대접을 하며 따르는 마음이 수정같이 깨끗한 인간이다. 축구에서는 한상수와 짝이 맞는 쟁쟁한 선수이기도 했다. 벌써 중학교시절에 그들의 우정은 경기장에서 시작되였다. 한상수가 삯뽈을 차러 서울땅에 나타나면 누구보다 반가와한 사람이 박영진이였다. 그들은 모자를 바꾸어쓰고 함께 운동장을 달렸고 경기가 끝나면 함께 식당에도 가고 하숙집에 나란히 누워 앞날의 축구왕자가 될것을 꿈꾸기도 했다.
비록 평양과 서울에서 떨어져 살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언제나 함께 있었다.
그랬던 박영진이기에 한상수는 그를 따라 서울로 서슴없이 왔던것이다.
가정생활에서는 박영진이 옥야의 동창생인 인향과 결혼을 했다. 두 집은 친척처럼 가까왔고 허물이 없었다.
이렇게 놓고보면 두사람은 뜻을 같이 할 친구가 되여야 했지만 인생에 대한 견해는 서로 달랐다.
…전후의 어느날 한상수는 체육단에서 몹시 흥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북에서 체육교류와 관련하여 회담을 하자는 제의를 해왔던것이다.
남조선체육계에서는 이 제의를 적극 지지찬동하면서 기자회견에 한상수를 출연시키기로 했다.
한상수는 밥상을 차린 안해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니, 오늘은 웬일이세요.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시면서…》
옥야는 의아해했다.
《오늘은 기쁜 일이 있소. 우리 둘이서 한잔 찧자구.》
《그래요!》
옥야도 좋아했다. 장식장밑에서 술병을 꺼낸 그는 두개의 잔에 술을 부었다.
《박영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상수는 박영진이 생각이 나서 술잔을 든채 이렇게 말했다.
《그럼 데리고 오실것이지…》
이때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옥야가 급히 나갔다가 박영진을 데리고 들어왔다.
《여보. 누가 왔나보세요. 범도 제 말하면 온다고, 당신이 술 한잔 놓고 철숙이 아버지생각이 난다고 하더니…》
옥야는 남편의 사나이다운 인간미에 감심한듯 밝게 웃었다.
《마침 잘 왔네. 여기 앉으라구.》
한상수는 마음이 흥그러워져 박영진의 손목을 끌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렇게… 혹시 상수형의 생일이 아니요? 그런줄 알았으면 맨손으로 찾아오는게 아닌데…》
박영진은 한상수의 곁에 앉으며 옥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생일날보다 더 기쁜날이래요. 어서 한잔 드세요.》
옥야는 박영진의 잔에 술병을 기울였다.
《북에서 체육교류를 하자고 제기한 오늘같은 날에 맨숭맨숭해서 보낼수야 없지 않나.》
《나도 그래서 왔어요. 상수형이 기자회견에 출두한다기에.》
박영진은 저가락으로 안주를 들며 조용히 말했다.
《자네가 조언을 줄건 뭔가?》
한상수는 한없이 너그러워졌다.
《조언이야 무슨…》
《그래두 자넨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느는 끈끈이서방이 아닌가.》
《허허… 상수형은 이 박영진을 졸장부로 여기지만 <비수>곁에는 언제나 <왼쪽날개>가 있다는걸 알아두시오.》
《고맙네.》
《내 마음을 안다면 이 박영진의 말을 명심해주시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절대로 모난 말을 하지 말아요. 모난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지 않소.》
《여보, 철숙이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옆에 앉았던 옥야도 한마디 참견을 했다.
《허허… 영진이, 자네 말을 명심하겠네. 하지만 내 원래 성미가 고약해놔서 어찌겠나. 맞을 땐 맞더라도 할 말은 못참겠으니…》
한상수는 껄껄 웃으며 상우에 있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사실은 당국에서 북의 제의를 그리 달가와하지 않기때문이요.》
박영진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러니까 더 말해야지. 그들은 나라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자들이야. 우리가 당국의 눈치나 보면서 가만있으면 통일은 안돼. 그러니 통일을 앞당겨오도록 체육을 하는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하네.》
한상수는 술기운이 말끔히 깨여 열렬하게 부르짖었다. 박영진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얼굴은 컴컴했다.
《글쎄 상수형의 말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옳죠.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할 소리를 다하며 살겠소. 더우기 상수형은 당국의 신경을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이 아니요.》
박영진의 어조에는 어딘가 의미심장한 경고가 섞여있었다. 한상수는 그만 얼굴이 굳어졌다. 속이 몹시 언짢았다. 이런 순간에 누가 조금만 다쳐도 그는 화약처럼 폭발한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깃들었다. 옥야는 그들곁에 앉아있기가 괴로운지 빈 사발을 들고 부엌으로 나가버렸다.
(이 박영진이 언제부터 이렇게 죽지부러진 까마귀새끼가 되였는가. 말끝마다 미국이 어떻소 하더니, 너는 정녕 식민지민족의 설음을 잊었단 말인가?)
광복되기 한해전에 한상수는 박영진과 함께 우리 나라 《함축》(함경도축구단)선수로 도꾜 《명치신궁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현해탄을 건너간적이 있었다. 《함축》은 일본팀과 대전하기 위하여 함흥의 의학박사인 최명학이 자기 돈을 내여 전국적으로 이름있는 선수들을 모집한 팀이였다. 이 팀에 망라된 한상수와 박영진은 경기때마다 두각을 나타내며 맹렬하게 활동하였다.
조선의 《함축》팀이 일본의 각 현팀과의 경기에서 련전련승하자 일본놈들은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우승컵을 조선사람들에게 빼앗길수 있었기때문이였다. 그러자 왜놈들은 부랴부랴 전국적으로 우수한 선수들을 모아 《함축》팀과 대전하도록 하였다. 결과 조선팀과 일본팀간의 경기가 되고말았다. 이 경기에서도 조선선수들이 주도권을 쥐게 되였다. 바빠맞은 왜놈들은 주심을 시켜 박영진을 비롯하여 몇명의 우수한 조선선수들을 반칙이라는 딱지를 붙여 경기장에서 퇴장시켜버렸다. 그러자 《함축》선수들은 일제히 항의하며 경기를 《보이꼬트》했다. 그리하여 《명치신궁대회》결속이 그만 유명무실해졌다. 화가 꼭두까지 치민 왜놈들은 《함축》선수들을 경찰서에 련행하여 각목세례를 안기였다. 온몸에 피멍이 들어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 선수들은 배전을 치며 식민지민족의 설음을 통탄하였다. 그때 박영진은 한상수의 어깨를 잡고 《<비수>, 이게 도대체 뭐요. 왜 우리는 이렇게 맞아야 하느냐 말이요 .》하고 울부짖었다. 그랬던 박영진이였다. 그런데 오늘은 민족적설음과 수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일신의 안일과 명예만을 바라고있는것이 아닌가.
광복후에도 식민지민족의 수치는 가셔지지 않았다. 이 땅을 강점한 미국놈들은 얼마나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고있는가. 그래도 박영진이처럼 참아야 하는가. 피가 동이로 끓는 우리가…
침묵을 지키던 박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시국을 생각해요. 지금 어떤 때요. 매 사람마다 전쟁때 있었던 일을 계산하고있단 말이요.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해요.》
《그러니까 자네는 나에게 뭘 설교하자는건가?》
한상수는 불꽃이 튀는 눈길로 박영진을 쏘아보았다.
《뽈차는 사람이야 뽈이나 잘차면 되는거지 뭣때문에 정치에 나서는가 말이요.》
《걷어치우게. 그건 도피행위야!》
한상수는 더 참지 못하고 박영진의 말을 무찔러버렸다. 박영진은 그만 아연해서 한상수를 쳐다보았다.
《좋아요. 그렇다면 더 말하지 않겠소.》
《그런 넉두리는 듣고싶지두 않아.》
모욕감을 느낀 박영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상수는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 그렇게 헤여진 그들이였다. 후에 한상수가 체포되는바람에 그를 더 만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여보면 자기가 얼마나 도량이 작았는가를 뼈아프게 느끼였다.
어느날 한상수는 정창식에게 조용히 말했다.
《창식이, 이제 출소하게 되면 <태백>에 있는 박영진선수를 꼭 찾아가보게. 그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일세.》
《선생님, 념려마십시오. 사모님도 만나고 그분도 만나겠습니다.》
정창식은 성근히 대답했다. 얼마전에 교도소장이 불러내여 무슨 집행유예라는 명목으로 불원간 석방된다고 알려준것이다. 10년형이 돈으로 5년이 감형된 셈이다.
한상수는 자책에 잠겨 다시 입을 열었다.
《그사람이 마음에 걸려 죽을 때까지 편안치 않을것 같네. 원래 좋은 사람인데 변했어. 미국놈에 대한 환상과 공포증에 걸렸거든. 그를 바로잡아야겠는데… 난 그렇게 하지 못했지.》
《알겠습니다. 선생님.》
《꼭 부탁하네. 자네야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네.》
이때 갑자기 《1010번 무슨 말을 했어?》하고 한을손이 시찰구에 눈을 들이대며 소리쳤다. 한상수는 간수놈의 약을 올려주고싶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과 나는 같은 종씨라고 말했소.》
《건방진 자식,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한을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알겠소. 족보를 캐면 내가 당신의 할아버지가 되겠는지.》
한상수는 이렇게 약을 올렸다. 그러다가 달려들면 박우갑의 몫을 받아낼 잡도리였다.
《뭐 할아버지?… 우리 종씨에는 너같은 <빨갱이>는 없었다.》
《그래 우리 한씨가문에도 력대적으로 너같은 민족반역자는 없었다.》
《뭐 뭐, 민족반역자?… 이 자식 어디 두고보자.》
한을손은 분해서 펄펄 뛰다가 사라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놈은 어떻게 된 노릇인지 한상수를 데리고 오고갈 때 자기와 성씨가 같다는둥, 감옥에서 나가면 자기를 몰라보아서는 안된다는둥 시시껄렁한 소리를 지껄이며 별로 사근사근하더니 오늘은 무슨 언터구니를 잡지 못해 안달아하는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조석으로 변하는 놈이였다. 속이 울컥했다. 박우갑의 말대로 놈들에게 호락호락 보여서는 안되겠다.
잠시후에 감방문을 여는 소리가 절커덕 하고 울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것은 한을손이 아니라 퍼런 수인복을 걸친 죄수였다. 뺨에 칼자리가 가로질러가고 험상궂게 생긴것을 보니 정치범이 아니라 잡범이라는것이 알렸다.
감옥측에서는 제놈들의 악행을 은페하기 위해 포악하기 그지없는 이런 강력범들을 앞잡이로 써먹고있었다.
한상수는 저으기 긴장했다.
《야, 왜 쳐다봐. 내가 누군줄 알겠지?》
허우대가 꺽두룩한 《칼자리》가 각목을 떡 짚고서서 도발을 걸어왔다.
《안다. 네가 이 감옥안에서 우리 동지들을 떡처럼 쳐서 불구로 만들어 소문낸 <떡봉>이란 놈이지?…》
《이런 륙실헐, 아가리를…》
《칼자리》는 입을 열자마자 한상수에게 달려들어 각목으로 후려쳤다. 순간 한상수는 슬쩍 옆으로 몸을 피하며 발끝으로 놈의 배아래부분 급소를 힘껏 타격했다. 《칼자리》는 각목을 땅에 떨구고 《윽》소리를 내며 사타구니를 두손으로 잡고 감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드디여 한상수의 분노가 폭발하였다. 그는 놈이 정신을 차릴사이 없이 사정을 두지 않고 조겨댔다. 후에는 어떻게 될지언정 오늘은 동지들의 이름으로 아예 죽여버릴 잡도리였다.
《아이쿠, 선생님.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한번만!…》
놈은 피가 랑자한 얼굴을 싸쥐고 애걸복걸했다.
《이 개보다 못한 새끼, 살려달라구?… 너 내가 축구선수 <비수>라는걸 알겠지. 네놈은 오늘 나한테 죽어야 한다.》
《<비수>형님, 제가 정말 어른을 몰라봤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아니야. 네놈은 죽어야 해.》
《아이쿠, 형님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다시는…》
《다시한번 그러면 내 손에 죽는다.》
《예 예, 사실은 한간수가…》
《뭐 한간수?!…》
한상수는 놈의 멱살을 틀어잡아 일으켜 세워놓고 노려보았다. 놈은 한간수가 형님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해서 그랬노라고 토설했다.
시찰구로 이 광경을 들여다보고있던 한을손은 이를 갈며 백근식에게로 달려갔다.
《음, 그랬단 말이지!…》
백근식은 얄팍한 입술을 놀리였다.
(네놈이, 아직 매라는걸 덜 맞아보았구나. 이제 네놈을 여기서 병신이 되던가, 기가 뽑히게 할테다!)
백근식은 이번에 새로운 묘안을 생각했었다. 절대로 그를 고문의 방법으로 굴복시키지 않을 잡도리였다. 자기의 처가 밀고자라는것을 알게 함으로써 가혹한 정신적타격을 준 이후 백근식은 한상수의 심리적분렬이 일어나도록 다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감방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할줄 알았던 한상수는 더욱 기광이 나서 날치는것이 아닌가. 할수없이 매로써 길을 들여야 했다. 이제는 그에게 혹독한 육체적타격을 주어 기운을 깡그리 뽑을것이다. 그렇게 하여 낚시군이 미끼를 문 물고기를 서서히 걷어올리듯이 굴복시킬것이다.
《떡봉》이가 한상수에게 용서를 빌고 나간다음 정창식은 놈들이 보복하지 않을가 하여 걱정했다.
《괜찮아. 그런것 무서워서 <떡봉>이를 놔주겠나?》
한상수가 오히려 정창식을 안심시켰다.
《하긴 그렇지만…》
《어서 타전법이나 마저 배워달라구. 자네가 출소하면 난 누구하고 의사소통을 하겠나. 이것으로 동지들과 대화해야지…》
한상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으나 만약 정창식이마저 출소하면 자기는 고독으로 하여 더욱 괴로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특별사에서는 련대투쟁이 벌어졌다. 한상수가 들어있는 감방에 《떡봉》이를 들여보낸 악질간수를 수감자들앞에서 사죄시키고 파면시키라는 요구였다.
한상수는 동지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감옥안에서도 정의와 량심은 살아있고 동지에 대한 관심과 뉴대는 열렬했다. 결코 외롭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한상수를 지켜준 힘이였고 방패였다. 이 동지적의리에 대한 최대의 보답은 원쑤들에게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것이다. 수감자들의 함성소리에 놈들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수감자들은 그 이튿날부터 단식투쟁으로 들어갔다.
바빠맞은 놈들은 한을손을 시켜 운동시간에 수감자들앞에서 사죄하는것으로 일단락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