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 회)
4
1949년 5월 10일,
바람 한점 없는 맑은 날이였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물밀듯이 경기장으로 흘러들었다. 그야말로 조선의 축구명절과도 같은 광경이였다. 서울경기장에서 미국팀과의 축구경기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신문과 소리방송으로 전달받은 남조선 전역의 체육애호가들은 물론 중고등체육교원들까지 달려왔다. 7만능력의 경기장에 15만장의 입장권이 팔렸다. 경기장은 물론 입구와 복도 지어 다니는 길에까지 관람자들로 꽉 찼다. 밖에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경기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경평축구대항전》때처럼 경기장주변의 뽀뿌라나무 꼭대기와 건물지붕우에 올라갔고 나머지는 고성기에서 울려나오는 경기소식을 듣기 위해 아예 밖에 자리를 잡고앉았다.
한상수는 경기시작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였다. 관람석에는 립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저 사람들속에 옥야가 있을것이다. 옥야는 세브란스병원 부원장인 아버지와 함께 주석단근방의 좋은 자리에 앉게 된다고 했다. 그동안 그 녀자는 퇴근시간이 되면 부지런히 경기장으로 찾아와 한상수의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군 했다.
그러다가 훈련이 끝나면 그와 함께 다방으로 가기도 했고 거리를 거닐기도 했다. 사랑의 열에 뜬 옥야의 시선에서 한상수는 하루도 제외되지 않았다.
이윽고 아침 10시, 두 팀의 선수들이 뽈을 한손에 든 오스트랄리아주심과 보조심판원을 앞세우고 경기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하였다. 관람석에서 우뢰같은 박수가 울렸다. 《태백》선수들은 아래우 흰색운동복을 입었고 미국선수들은 푸른색운동복을 입었다. 뒤이어 나어린 녀학생들이 달려나와 선수들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태백》선수들은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꽃다발을 흔들어보이며 경기장둘레를 한바퀴 뛰여돌았다. 사람들은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고무와 격려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상수는 군중속에서 옥야를 찾을 듯 꽃다발을 흔들며 웃어보였다. 관중속에서 《아니, 저게 <비수>가 아니요? <경평축구대항전>때 왔던…》하는 소리가 울렸다.
《옳아요. <비수>요. 평양에서 <비수>가 왔어요!》
사람들이 격동에 넘쳐 환성을 올렸다.
《<비수>다!… <비수>가 평양에서 왔다!》
그 소리는 전류처럼 15만관중들의 머리우로 날아갔다. 한상수가 자기들의 앞에 나타날 때마다 박수를 치며 《비수》, 《비수》하고 환호를 터쳤다. 경기는 미국팀의 먼저차기로 시작되였다. 그들은 여유작작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자기네끼리 련락하다가 불의에 공격할 기회를 엿보군 했다. 상대방을 깔보는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그러나 《태백》선수들은 처음부터 주도권을 쥐고 빠른 속도와 정확한 련락으로 드센 공격을 들이댔다.
《왼쪽날개》인 박영진은 그야말로 팔방돌이로 기동하면서 상대편 선수들을 재치있게 빼돌리며 문전역습을 조직하군 했다.
한상수는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은페되여있으면서 우리 선수들의 득점기회를 마련하여주군 했다. 《태백》선수들은 미국선수들보다 키가 작고 체격이 약했지만 빠르고 이악했다.
두 선수가 부딪쳐 함께 딩굴어도 먼저 일어나는것이 《태백》선수였다. 경기는 점점 백열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왼쪽, 오른쪽날개들이 재치있게 공을 빼앗아 구석으로 몰고가다가 문전쪽으로 슬쩍 뽈을 띄워주면 어느새 《태백》의 공격수들이 나타나 머리받기나 강한 차넣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멋있는 득점기회가 조성되군 했다.
그것은 경쾌하고 박력있는 음악선률에 발을 맞추어 뽈을 차는듯 한것이였다.
위기는 미국팀 문전에서 계속 조성되군 했다. 그때마다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보던 관람자들은 미친듯 환성을 올리군 했다. 미국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면을 벗었다. 돌아가면서 《태백》선수들을 까며 경기를 란폭하게 진행했다. 주심도 로골적으로 편심을 하기 시작했다. 몇번이나 미국팀문전에서 득점기회가 조성되였지만 그때마다 주심은 《태백》팀의 반칙을 선언했다. 관중들속에서 격분에 넘친 고함소리가 터졌다. 끝내 일진일퇴의 아슬아슬한 정황이 조성되다가 전반전시간이 되였다.
중간휴식시간에 《태백》선수들은 김정식회장의 주위에 모여들어 울분을 터뜨렸다.
《회장님, 시시한 경기를 뽀이코트합시다.》
주장이 얼굴이 시뻘겋게 되여 부르짖었다.
《미국이란 나라가 신사의 나라라고 하더니 아주 더러운 족속의 나라요.》
또 다른 선수가 분개하여 소리쳤다.
《문제는 주심이요. 그 자식을 축출합시다.》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터치였으나 김정식은 입에 빗장을 지른듯 꽉 다물고 어느 한곳을 응시하고있었다. 두눈에는 무서운 적의가 번뜩이였다.
이때 주석단에서 회장을 찾는다는 련락이 왔다.
김정식은 주석단에 갔다가 얼굴이 컴컴해서 돌아왔다.
《주석단에서 미국과의 친선을 고려하여 경기를 점잖게 하라는 지시요.》
김정식은 걸상우에 주저앉으며 쓰거운듯 내뱉았다.
《뭐요? 그러니까 우리보고 양보하라는 소린가.》
《제기랄, 너절하다.》
선수들이 성이 나서 땅바닥에 털썩털썩 주저앉았다.
《조용하라!》
김정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제부터 내 말을 명심하라. 체육은 전쟁과 같다고 했다. 사생결단으로 싸워이겨야 한다. <비수>!》
김정식은 불이 펄펄 이는 눈으로 한상수를 찾았다.
《옛!》
한상수가 회장앞에 나섰다. 김정식은 한상수의 어깨를 꽉 잡고 어딘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하오. <비수>!》
《알겠습니다.》
한상수는 회장의 목소리에서 그 어떤 결사의 시각이 닥쳐왔음을 절박하게 느끼였다. 지금이야말로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조선의 뽈을 차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드디여 후반전경기시간이 되였다. 경기는 시작부터 치렬했다. 지금껏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중간지대에 은페하고있다가 상대편이 주의를 돌리지 않는 기회에 불의에 단독돌입하던 한상수는 후반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말그대로 비수처럼 펄펄 날았다. 그것은 관중들을 격정에로 몰아넣는 장쾌한 동작이였다.
《잘한다. <비수>!》
관중들속에서 경탄의 웨침소리가 울렸다. 그야말로 가슴이 후련한 드센 공격이였다. 미국선수들은 한상수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필사적으로 발악하였다. 질풍같이 경기장을 휘몰아가는 한상수의 공격앞에서 미국선수들은 갈팡질팡하였다. 통쾌한것은 한상수가 찬 뽈을 막으려던 미국선수들이 그 자리에서 너부러지거나 비칠거리는것이였다. 사기가 충천한 《태백》선수들은 상대편이 정신을 차릴사이없이 공격속도를 더욱 높이였다. 한상수는 연방 오른쪽으로 공격의 화살을 집중하다가 상대편 방어수들이 그쪽으로 쏠리면 불의에 왼쪽날개인 박영진에게 넘겨주어 불의기습하는 유인전술을 쓰기도 하고 직접 약한 고리를 비수로 찌르듯 눈깜짝할 사이에 뚫고 들어가기도 했다.
《과시 대동강물을 먹은 이북선수가 다르군. 남북이 합치면 세계의 패권은 문제없네요.》
《아무렴. 통일만 되면야 무서울것이 없지요.》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이 흥분하여 주고받는 말이였다.
미국선수들은 한상수에게 몇사람씩 붙어 대인방어를 하며 결사적으로 그의 공격을 좌절시키려고 했다. 주심은 한상수를 어떻게 해서라도 퇴장시키려고 벌써 두번이나 경고딱지를 내흔들었다. 이제 한번 더 경고를 받으면 경기장에서 퇴장해야 한다. 후반전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팀은 시간을 끌어서 무승부가 되거나 11m벌차기를 하려는 속심이였다.
이때 결정적인 정황이 일어났다. 뽈을 잡은 한상수가 어느새 상대편 방어수들을 빼돌리고 꼴문앞으로 번개같이 몰아가고있었다.
《<비수>! 좋다! …》 손에 땀을 쥔 수만관중이 일시에 목청이 터지라고 고함을 질렀다. 한상수는 문전 11m지점에까지 돌입하자 멋진 오른발차기로 꼴문을 향해 드센 강타를 들이댔다. 순간 관중들은 자기를 잃고 《꼴잉이다!》하고 경기장이 떠나가게 함성을 질렀다. 동시에 뽈은 총알처럼 날아들어가 그물에 걸렸다. 경기장은 격정과 환희의 바다로 변했다. 그러나 주심은 긴 호각소리를 냈다. 공격위반이라는것이였다. 관중들은 사태를 알아차리자 분격하여 고함을 질러대며 심판을 쫓아내라고 아우성쳤다. 《태백》팀 주장이 주심에게 달려가 항의를 들이댔다. 그러나 주심은 막무가내로 도리질을 하며 억지를 부렸다.
한상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여졌다. 주심을 때려눕히고싶었다. 미국놈에게 아부하는 저런 놈이 체육인이라니, 당장 경기를 걷어치우고 퇴장해버리고싶기도 했다. 과연 내가 이처럼 더럽게 경기를 하는 미국놈의 꼴문에 뽈을 넣어야 하겠는가. 체육의 고상한 정신과는 담을 쌓은 미국놈의 꼴문에 뽈을 넣는 그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경기는 다시 시작되였다. 또다시 미국문전에서 혼전이 벌어졌다. 미국측이 완강하게 방어를 했다. 저런식으로 경기를 하면 시간만 허비할뿐 득점을 할수가 없다.
《뽈을 뽑으라!》
경기장밖에서 속을 태우던 김정식회장이 안타까와 고함을 질렀다. 뽈은 중앙선으로 다시 나왔다. 상대편 선수들도 뽈을 따라 중간지대로 밀려나왔다. 이 찰나에 뽈을 잡은 한상수는 총알처럼 단독돌입을 했다. 뽈은 그의 발에 붙어돌아가며 미국팀 중간방어수, 최종방어수까지 빼돌리고 문전 3m앞에 이르렀다. 이것은 눈깜짝할사이에 벌어진 일이였다. 관중들속에서 《때리라!》하는 격양된 웨침이 일시에 터졌다. 그러나 한상수는 문지기까지 넘긴 다음에도 좀처럼 꼴문을 향해 뽈을 차려고 하지 않았다. 미국팀문지기도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듯 서있는데 한상수는 오히려 꼴문앞에서 뽈을 멈추었다.
《빨리 때리라!》
김정식회장이 또다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그의 귀전을 때렸다. 이 순간에 한상수는 피끗 관중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관중들은 어서 뽈을 차넣으라고 안타까와 발을 동동 굴렀다. 그의 얼굴에 그 어떤 숭엄한 표정이 비끼였다. 이제 텅 빈 꼴문에 조금만 다쳐도 뽈은 그물에 걸릴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한상수는 문선우에 뽈을 멈추어놓은채 그냥 서있었다. 《차라!》, 《때리라!》사방에서 초조한 웨침이 울렸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일격을 가하지 않고 뽈을 그 자리에 놓은채 돌아서 천천히 걸어나오는것이 아닌가! 정적! 정적!… 천길 물속같은 고요가 경기장에 깃들었다. 그처럼 용맹하게 활약하던 《비수》가 어찌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꼴잉을 포기하는 기상천외한 일을 저질렀는가. 관중들은 호흡을 정지하고 한상수의 거동을 지켜보았다. 미국팀선수들도 넋을 잃고 그 자리에 굳어져있는데 관중석에서 드디여 우뢰같은 박수가 터져올랐다. 관중들이 한상수의 의도를 알아차린것이였다.
인간의 깨끗하고 건전한 도덕을 찾아볼수 없는 더러운 미국의 꼴문에 조선사람의 신성한 뽈을 넣지 않겠다는, 그 꼴문에 뽈을 넣는 그 자체가 수치라는 한상수의 도전을 통쾌하게 느낀것이였다. 그것은 현대체육문명을 떠들던 미국식체육의 썩고 병든 진면모를 온 세상에 고발한 행동이였으며 참신하고 깨끗한 조선사람들의 존엄있는 체육정신을 시위한것이였다.
이윽고 주심이 경기의 끝남을 선언하자 관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와! 하고 함성을 지르며 해일처럼 경기장안으로 쏟아져나왔다. 경기는 결국 무승부였으나 미국팀은 도덕적으로 만신창이 되여 패배의 쓴맛을 느끼면서 퇴장하였고 한상수는 영웅남아로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비수>! 장하다.》, 《<태백>선수 이겼다.》 관중들은 이렇게 웨치면서 한상수를 비롯한 《태백》선수들을 목마태우고 경기장을 돌았다. 그것은 하나의 반미시위와도 같은 격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며칠후에 있은 미국팀과의 두번째경기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였다. 서울경기장은 두번째 경기날에도 초만원을 이루었다. 첫 경기의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남녘의 모든 지역에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김정식회장은 당국의 체육관계자들, 미국대사관 요원들과 함께 주석단에 앉아서 름름하게 경기장으로 입장하고있는 《태백》선수들을 대견하게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는 오늘의 승리도 의심치 않았다. 두 팀의 선수들이 경기장복판으로 들어가자 량쪽으로 갈라져 서로 마주섰다. 바로 이때였다. 주석단아래 자기네 선수들과 앉아있던 미국팀감독 웰톤이 급히 경기장 복판으로 달려가더니 주심한테 무슨 항의인가 하는듯 했다. 주심이 《태백》팀에 와서 한상수앞에 멎어섰다. 그러자 《태백》팀 선수들이 주심과 웰톤을 둘러쌌다. 미국팀쪽에서 뭐라고 웨쳐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경기장안은 술렁거렸다. 주심이 한상수와 《태백》팀주장 그리고 웰톤감독을 앞세우고 주석단쪽으로 왔다. 김정식회장은 무슨 영문인가 하여 급히 경기장아래로 내려갔다.
《무슨 일이요?》
김정식회장이 얼굴이 댕댕해서 누구에게라 없이 물었다.
《당신네 부정선수있습니다.》
웰톤은 비교적 정확한 조선말로 항의했다.
《부정선수? 어느 선수가 부정선수란 말이요?》
《이 사람!》
웰톤은 손가락을 권총처럼 꼬나들고 한상수를 가리키며 뇌까렸다.
《<태백>선수가 아니라 평양선수란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미국팀은 이 선수를 퇴장시키기전에는 경기를 뽀이코트하겠습니다.》
《어째서 <태백>선수가 아니란 말이요? 당신도 알다싶이 선수권대회나 다른 나라와 대전할 때는 그 어디에 가있건 소환해다가 자기 나라를 위해 출전시키는게 아니요. 그런데 뭐가 잘못됐단 말이요?》
《그러니 평양에 있는 이 선수가 <태백>팀 선수란 말입니까?》
웰톤의 얄팍한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그렇소. 당신네 선수 9번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에스빠냐<바로샤>구락부에 가있다가 이번에 데려온게 아니요. 그리고 또 7번선수도 그렇소. 그런식으로 말하면 당신네 미국팀에는 부정선수가 4명이나 있소.》
《천만에. 그들은 프로선수로서 미국민의 명예를 걸고 그 나라에 돈을 받고 가서 축구기술을 배워주고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미합중국 국민이란 말이요. 그래 한상수씨가 한국민인가?》
《한국민?!…》
김정식회장은 달려나가다가 돌부리라도 걷어차고 멎어선듯 주춤했다. 예상치 못한 타격이였다. 그는 입에 자갈이라도 물린듯 한참동안 갑자르다가 짜내듯 말했다.
《하지만 한상수는 조선사람이요!》
《조선사람? 그러나 이 사람은 공산체제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네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사는 한국민이고… 당장 퇴장시키시오.》
《…》
김정식의 쇠빛얼굴은 점점 꺼멓게 변해갔다.
《자유민주주의체제와 공산체제?…》
이윽고 김정식은 가늘게 부르짖었다. 그리고는 통탄하듯 하늘을 우러러 《그러니 이 삼천리강토는 끝내 둘로 갈라졌단 말인가? 아, 아!…》하며 비통하게 얼굴을 이그러뜨렸다. 《태백》의 선수들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주석단에 앉아있던 체육관계자가 사태의 진상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달려내려왔다. 그리고는 웰톤한테 루루이 사죄했다. 김정식회장은 더 항변할수 없었다. 끝내 한상수는 퇴장당하고말았다. 생각할수록 억이 막혔다.
지금껏 한번도 다르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그것! 북에 있으나 남에 있으나 하나라는 생각, 하나의 민족이라는 그것이였다.
설사 미국놈들이 38선을 갈라놓았어도 한상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슴팍에 《태백》이라는 명찰판을 달고 떳떳이, 자랑높이 경기장을 질주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미국놈들은 이 땅에 기여들자마자 경기장에서까지 북과 남을 갈라놓고 뽈도 함께 차지 못하게 하고있지 않는가. 한상수는 나라가 분명히 둘로 되였다는 현실을 통절하게 느끼자 가슴이 터지는듯 했다. 불시에 가슴이 파도우에 실린 쪽배마냥 세차게 오르내리고 이마에 식은 땀이 번지면서 두눈에 차거운 분노가 피여올랐다. 그것은 이전에 볼수 없었던 그 어떤 무섭고 결사적인 표정이였다. 모든것이 미국놈때문이다. 바라지도 않은 미국놈들이 이 땅에 기여들어 나라를 두 토막으로 갈라놓았기때문이다. 결단코 미국놈들을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하여 더럽혀진 이 치욕을 씻으리라!
한상수는 두주먹을 꽉 틀어잡고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며 자신의 통일의지를 굳게 가다듬었다.
그날 경기는 2대0으로 미국팀이 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