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회)

제 1 장

1

 

맑은 하늘에 피빛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먼길을 달려왔는지 휘뿌연 먼지를 들쓴채 발동소리를 가쁘게 톺는 한대의 수인차가 대구형무소 철문앞에 이르렀다. 15척 담장과 보기에도 가슴이 섬찍해지는 녹쓴 철문앞에서 닭장같은 수인차는 다급하게 경적을 울리였다. 잠시후 철문이 열리고 수인차는 담장안으로 빨리우듯 들어갔다. 담쟁이넝쿨이 뻗어올라간 건물앞에 멎어선 차에서 앞수정을 찬 수인 한명과 두명의 호송경찰이 내렸다.

건물현관앞에 이른 수인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몸을 돌려 노을이 불타는 하늘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도 붉은 노을빛이 물들어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현관안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얼마후 수수떡같은 전등알이 희미하게 비치는 감방복도로 륙모방망이를 꽁무니에 차고 열쇠묶음을 손에 든 간수와 가슴에 《1010》이라는 번호를 단 수인이 걸어갔다. 간수는 눈빛이 싸늘하고 하관이 넓은 건강한 사나이였고 수인은 피를 뽑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수척한 젊은 사람인데 두눈만은 정기가 있었다. 살은 빠졌으나 큰 키에 발달된 체구이다.

그들은 정치범들이 갇혀있는 특별사동 9호실 철문앞에 이르렀다. 간수가 열쇠를 찾느라 절거덕거렸다.

《찌그렁!》

쇠이발 갈리는듯 한 아츠러운 소리가 복도에 스산하게 메아리쳤다.

《1010번 들어갓!》

엄한 목소리가 울렸다. 수인은 얼른 움직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들어갓!》

간수의 위압적인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제야 수인은 감방안에 들어섰다.

《탕》하고 철문닫기는 소리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운명의 경종처럼 가슴 서늘해지도록 울렸다.

감방안은 어둑시그레했다. 천정에 촉수낮은 전등이 매달려있었지만 인차 주위를 분간해볼수가 없었다. 한참만에야 관속같이 좁은 감방안에 앉은 두 사람이 자기를 보고있다는것을 알아보았다. 한명은 몸이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영민해보이는 젊은이였고 다른 사람은 구레나룻이 검실검실한 중년사나이였다.

간수의 발자국소리가 멀어지자 젊은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여기로 오십시오.》

감옥안에 있는 사람같지 않게 옹골찬 목소리였다.

《고맙습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젊은 사람에게 이끌리여 그들옆에 앉았다. 한평도 되나마나한 바닥에 세명이 앉으니 꽉 차는듯 했다.

그는 피로한듯 벽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까딱 안하는 그의 모습은 모든것을 체념한 사람같았다.

잠시후 소지가 저녁밥을 날라왔다. 식구통으로 던져주는 콩이 드문드문 섞인 아이주먹만 한 보리밥 두덩이와 한공기씩 차례지는 멀건 국이다.

《왜 이것뿐이요?! 세사람인데…》

밥을 받던 젊은 사람이 식구통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큰소리로 물었다.

《난 모르겠소. 주는대로 가져왔으니.…》

소지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 그래?…》

언제 따라왔는지 간수가 눈알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우리는 세사람이란 말이요. 그런데 밥은 두명분이요.》

젊은 사람이 마주 소리쳤다.

《새로 입방한 놈은 아직 취사실에 등록되지 않았어. 오늘 저녁은 한끼 굶어.》

간수는 시끄럽다는듯 이렇게 뇌까리고 다른쪽으로 걸어갔다.

《그만 하오. 그런 놈에게 말해야 소용없소. 자, 이리 오시오. 오늘저녁은 이것으로 한끼 땝시다. 진수성찬으로 생각하고 먹으면 배가 부르기마련이요.》

구레나룻의 사나이가 헌헌히 말하며 콩보리밥덩어리를 세등분으로 나누었다.

저녁을 먹고나자 구레나룻의 사나이가 새로 들어온 수인의 손을 다정히 잡으며 말했다.

《여기야 우리 정치범들만 있는덴데 뭐 다른 말은 할것 없고 이젠 한식구가 됐으니 통성이나 합시다. 난 박우갑이라고 하오. 그리고 이 사람은 정창식이요.》

수인은 바로 앉으며 고개를 숙이였다.

《전 한상수라고 합니다.》

저녁밥을 먹을 때부터 새로 온 수인을 여겨보던 젊은이가 거의 탄성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그의 손을 부둥켜잡았다.

《옳구만요.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선생님, 절 모르시겠습니까? 제 고려대학 <오토바이>입니다. 선생님이 <태백>에 있을 때 우리 대학축구를 가르쳐주시지 않았습니까.》

격정을 누르며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마지막에는 감방안에 쩡쩡 울리였다. 그랬었다. 서울축구단 《태백》에서는 선수후비를 고를겸 자주 대학에 나가 훈련을 지도하군 했다. 그때 보통키에 몸매가 다부지고 속도가 빨라 《오토바이》라고 부르던 청년이 있었다.

《아니, 그럼 그<득카이>(말)와 발이 맞던 고려대학 공격수?…》

한상수의 눈이 둥그래졌다. 그의 목소리는 뜻밖의 상봉으로 하여 꺽 막혀 마지막말을 맺지 못하였다.

《예. 바로 제가 그 정창식입니다.》

정창식은 한상수가 자기를 알아보자 성수가 나서 곁에 있는 구레나룻 사나이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소좌동지, 이분이 우리 나라의 유명한 축구선수 <비수>입니다.》

그러면서 너무도 반가와 두손을 비비고 두무릎을 쓸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들떠있는 정창식의 어린애같은 행동에는 낯을 돌리지 않고 박우갑은 한상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만에야 석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비수>라면 나도 알고있소. 보안간부학교시절에 평양 모란봉공설운동장에서 <비수>가 뽈을 차는것을 보았으니까. 반갑소. 그 유명한 선수가 동무였구만.》

박우갑은 한손은 한상수의 손을, 다른 한손은 그의 어깨를 그러쥐였다. 그러고는 그의 이마에 자기의 이마를 부볐다. 여기에 정창식이 합세하여 셋은 서로 그러잡고 이마들을 맞부비였다. 타향에서는 제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는데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형무소감방에서 서로 아는 사람들을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세차게 들먹이던 가슴들이 가라앉았을 때 정창식이 옛말을 하듯 도란도란 이야기를 펼치였다.

《정말 굉장했지요. <경평축구대항전>때 평양의 <무호단>과 서울의 <태백>이 뽈을 찼는데 서울사람들은 이 선생님의 뽈차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서울신문들에 어떤 기사를 실었는지 아십니까.

<평양팀의 축구귀신 <비수>질풍같은 속도와 무서운 타격술 소유!>

<백의민족의 자랑인 스물두살의 축구왕자 <비수>는 자기 축구기술을 키워준 젖줄기는 대동강물이라고 언명!>》

《그건 무슨 소리요?》

박우갑은 처음 듣는 소리라 한상수와 정창식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누구에게라 없이 물었다.

정창식은 피씩 웃었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들이 몰려와 어떻게 되여 그처럼 뽈을 잘 차는가고 묻자 선생님이 자기는 대동강물을 먹고 자랐기때문이라고 했지요.》

박우갑은 아무 말없이 한상수의 얼굴을 점도록 쳐다보았다. 그의 입에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음》하는 웅글은 소리가 새여나왔다. 천천히 머리를 끄덕인 그는 눈을 꾹 감았다. 부리부리한 눈, 길게 자란 구레나룻이 눈이 뜨이게 떨리였다. 감은 눈귀에서 번뜩이는것이 배여나왔다. 한참만에야 그의 입에서 혼자소리와 같은 말이 새여나왔다.

《그래 대동강물이란 말이지, 대동강물!…》

한상수는 목이 꽉 메여올랐다.

아, 대동강. 꿈결에도 잊을수 없는 대동강, 어머니강, 짜개바지시절부터 가막조개를 잡으며 물장구치고 강건너 대안을 헤염쳐가며 힘을 키우던 그 어머니강을 내 한시라도 잊은적이 있었던가. 말만 들어도 가슴들먹이게 하는 그리운 이름이다.

눈굽에 저절로 뜨거운것이 괴여올랐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펄펄 날던 <비수>가…어떻게 된 일이요?》

자기로 하여 감방의 분위기가 무거워졌음을 깨달은 박우갑이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상수는 선뜻 입을 열지 못하였다. 묻는듯 한 두사람의 눈길을 이기지 못하여 애매한 소리를 내뱉았다.

《별루 일도 크게 치지 못하면서…》

한상수는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말을 중도에서 끊어버렸다. 말하기가 거북했다. 두사람은 묵묵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미국놈들과 축구경기를 하러 38˚선을 넘어왔다가 체포됐지요.》

《미국놈과 경기를 하러 오다니?》

박우갑이 놀라운듯 두눈을 치떴다.

《49년도에 서울경기장에서 남조선 <태백>팀과 미국팀간의 축구경기가 있었는데 아, 글쎄 평양의 <비수>인 선생님이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겠습니까? 참 뜻밖이였지요. 그때 선생님이 서울사람들을 얼마나 격동시켰던지.…》

정창식은 그 경기를 목격한 한사람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설명을 했다.

《그래서?…》

박우갑은 호기심이 부쩍 동해 다가앉았다.

한상수는 딱했다. 별로 즐겁지 못한 추억이였던것이다. 그는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우리 나라 교통성체육단에서 뽈을 차던 나는 그무렵에 축구선수후비를 고르기 위해서 해주에 내려와있었지요. 해주동중학교에서는 해마다 시내 학교들의 가을철축구대항전이 벌어지군 했으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남조선축구단체인 <태백>에서 친구가 찾아오지 않았겠습니까. 그는 나를 찾아 평양까지 갔다가 해주로 출장갔다는 말을 듣고 즉시 돌아섰다는거지요. 그 친구로 말하면 <태백>에서 <왼쪽날개>로 이름을 날리던 축구선수인데 나와는 중학시절부터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였지요. 친구가 하는 말이 얼마후에 서울에서 <태백>팀과 미국팀과의 경기가 있는데 그 경기에 나를 참가시키기로 토론하고 데리러왔다는겁니다. 내가 어떻게 조직의 승인을 받지 않고 그를 따라가겠습니까. 그래서 그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친구는 그럼 우리 조선사람들이 미국놈들한테 져야 되겠느냐고 하면서 잠간 다녀오면 될걸 뭘 그러느냐고 막무가내로 잡아끌지 않겠습니까. 사실 저도 조선사람이 미국놈들한테 져야 되겠느냐고 하는 소리에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 평양에 가서 체육단의 승인을 받고 떠나자고 했더니 그는 밀선을 겨우 구해놓았는데 시간이 없다는겁니다.

저는 생각끝에 며칠간 서울로 가서 미국놈들에게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여준 다음 체육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장군님품으로 올 생각을 했지요. 더구나 서울에는 사랑을 약속한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 처녀도 볼겸해서 체육단에 편지 한장을 날린 다음 친구를 따라 38선을 넘지 않았겠습니까. 밀선을 타고 38선을 넘으며 아슬아슬한 고비를 몇번 넘긴끝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며칠후에 경기를 하러 오겠다던 미국놈들이 몇달이 지나서 나타났지요. 할수 없이 기다리다가 미국팀과의 경기를 끝내고 북으로 떠나자고 하니 전쟁전야인지라 38선이 철통같이 막혔지요. 그래서 할수 없이 서울에 주저앉게 되였고 얼마후에 이미부터 좋아하던 부자집 딸한테 장가를 갔는데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미국놈들을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한 다음 또 뽈을 차려고 총을 잡고 전선으로 나갔습니다.

허, 그런데 일이 안될 때라 목포근방에서 가슴에 중상을 입었지요. 어느 의원집에서 치료를 받다가 미처 후퇴를 못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상처가 아물자 집으로 왔는데 인민군대에 나갔던 나를 그냥 둘리 있습니까. 내가 통일운동에 나서서 좀 활동을 했더니 놈들은 끝내 나를 체포하여 재판을 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있다가 형을 받고 여기로 왔지요.》

말을 마친 한상수는 후― 하고 긴숨을 내쉬였다.

《몇년형을 받았소?》

머리를 끄덕이며 한상수의 말을 듣고있던 박우갑이 나직이 물었다.

《20년입니다.》

감방안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어떤 무거운 돌덩어리가 세사람의 가슴을 꽈―악 누르는듯 했다.

20년! 교형리들은 또 한명의 애국자를 인간세상에서 영원히 매장하려는것이였다.

《음, 의롭게 시작한 일인데 그렇게 됐구만. 하여튼 장하오. 운동장에서 뽈을 차던 축구선수가 조국통일을 위해서 투쟁의 길에 나섰으니 말이요.

그러니 우린 모두 하나의 뜻으로 맺어진 동지요.》

박우갑은 한상수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그 손길을 따라 믿음과 신뢰의 정이 뜨겁게 흘러들었다.

《투쟁은 이제부터요. 간고할것이요. 우리는 이 감방안에서도 조국통일의지를 굳건히 지켜 끝까지 싸워야 하오.》

박우갑은 이렇게 고무해주고는 정창식을 소개했다.

《이 정창식동무도 전쟁때 의용군에 입대하여 싸우다가 후퇴도중 식량을 구하러 집에 잠간 들렸댔는데 반동놈들에게 체포되여 10년형을 받았소. 감옥생활에서는 우리 셋중에서 선배지.》

박우갑은 다음으로 자기 소개를 했다.

《나는 조선인민군 소좌로 사단통신과장을 했소. 일시적전략적후퇴시기 지리산에 들어가서 전쟁이 끝난 다음해까지 빨찌산투쟁을 했소. 불질하는데서 부상이 왜 없겠소만 공교롭게도 놈들에게 체포되여 사형선고를 받았소. 그런데 이놈들이 무엇때문인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구만.》

(사형수라니?…)

한상수는 놀라운 눈길로 박우갑을 쳐다보았다.

박우갑은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형수로서의 락망이나 비애같은것은 꼬물만치도 찾아볼수 없는 그의 표정을 한상수는 놀라움과 경이의 감정으로 여겨보았다.

《소좌동지, 많이 배워주십시오.》

한상수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서로 의지하며 싸웁시다.》

《뭐야?》

갑자기 시찰구에서 유리창깨는듯 한 고함소리가 쨍하니 울렸다. 한상수는 깜짝 놀라 그쪽을 바라보았다. 시커먼 눈알이 감방안을 들여다보며 데룩거린다.

《왜 잠을 자지 않고 말을 하는거야. 아가리에 자갈을 물려야 정신이 들테야?》

조폭하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여, 한간수, 얼마 안있으면 영원히 입을 다물겠는데 뭘 자꾸 그래. 당신과 같은 종씨인 이 새사람에게 감옥규정을 대주댔어. 그래야 당신두 편안하게 제 밥벌일 할게 아니야.》

박우갑은 놈의 뒤잔등이라도 두드려주듯 비위를 부렸다.

《<빨갱이>들은 할수 없다니까.》

간수는 박우갑이와는 대척을 안하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였던지 증이 나서 투덜거리며 멀어져갔다.

《저놈이야말로 지독하게 교활한 놈이요. 밤에도 신발을 벗고 살살 기여다니며 엿듣다가 감방안의 기미가 다르면 벅적 소란을 피우군 하오. 한을손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부산거리의 깡패로 소문난 놈이라오. 나라가 광복되였을 때 부산항구에 쌓아놓은 적산물을 훔쳐다가 팔아먹던 자랑을 곧잘 하군 하오.》

이때였다. 옆방에서 바람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박우갑은 바람벽에 귀를 가져다대고 한동안 유심히 듣고있더니 마주 타전을 했다.

한상수는 그것이 감방 호상간에 련락을 하는 수단의 하나인 《통방》이라는것을 이미 알고있었다. 서울구치소에서도 그렇게 했다.

박우갑은 한참동안 답전을 보내고나서 빙그레 웃으며 돌아앉았다.

《옆방에 있는 김성교동지가 누가 들어왔느냐고 물었소. 공화국의 유명한 축구선수가 통일을 위해 싸우다가 들어왔다고 했더니 잘 도와주어 공화국체육인답게 잘 싸우도록 하라고 했소.》

한상수는 가슴이 확 달아올랐다. 이 감방안에서도 동지들의 관심과 고무, 뜨거운 정이 흐르고있는것이였다.

《김성교동지는 지리산빨찌산의 한 지대장이였소.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거듭 상소하여 무기형으로 넘어간 동지요.》

그러고보니 여기에는 대체로 사형수, 무기수들이였다.

《선생님.》

한옆에 잠자코 앉아있던 정창식이 입을 열었다.

《너무 막막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믿음직한 동지들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우리는 동지를 위해 자기 목숨을 서슴없이 바치지요. 많은 동지들이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그 소리가 또다시 한상수의 가슴을 쩡하니 울려주었다.

《오늘저녁은 이만 자기 소개를 하고 자자구. 먼길을 온 한동무가 피곤하겠는데.…》

박우갑이 벽에 어깨를 기대인채 눈을 감았다.

밤은 깊어가고있었다. 이따금 어느 방에선가 신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고 직일간수의 징박은 구두발소리가 무덤속같은 감방의 정적을 깨뜨리군 했다.

한상수는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사형선고를 받고도 저렇듯 태연자약한 박우갑동지!… 새로 들어온 자기를 잘 보살펴주라고 통방해온 김성교동지, 나이로는 아래사람이지만 감옥선배인 정창식이… 한상수는 이런 의지가 되는 동지들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든든해짐을 느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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