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6 회)
제 8 장
1
리승만은 고등법원의 판결소식을 진해별장에서 들었다.
그무렵 해마다 그러하듯 리승만은 대소한의 된추위를 피하여 겨울눈이 쌓이는 일이 없다는 진해별장에서 날을 보내고있었다.
정제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원체는 류선민이나 비서가 걸어왔어야 했는데 정제관이 직접 걸어온데는 생색을 내려는데 있었다. 칭찬 한마디 후하게 받고싶은 심산에서였다.
정제관이 전화를 하는품이 마치도 범잡은 포수 한가지다.
《각하! 드디여 꺼꾸러뜨렸습니다.》
정제관이 문안인사를 하기 바쁘게 이렇게 대뜸 기고만장해서 보고하였다.
리승만이 이녀석이 왜서 이렇게 헤벌쭉거릴가 하고 생각하는데 그 뒤말이 사뭇 통쾌하기 그지없는 희소식이다.
《각하! 거 있지 않습니까? 2심판결을 하였는데 조봉암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조봉암에게 사형선고를?!》
리승만은 환성을 질렀다. 그는 옆에 앉아있던 프란체스까에게 감개무량한 어조로 소식을 전하였다.
《이보, 마미! 조봉암이 그예 결판이 났구려. 2심에서 사형을 언도했다는구만.》
《아유, 이제는 각하께서도 발편잠을 자게 됐군요. 그 사람이 누구예요, 법무?》
《법무? 그 사람이야 이런 소식 내게다 전해줄 사람이요? 내무지!》
《정제관이? … 그 사람 손탁이 세지 못하다구 늘 불만이시더니 그래도 제구실하는 사람이군요. 크게 칭찬해주라요.》
《허허… 이봐, 내무! 이 소리 듣나? 우리 마미도 임자를 후하게 칭찬하라는구만, 허허허… 임자가 공을 세웠네. 버드대좌가 서울을 떠나서 크게 걱정했는데 임자네가 해냈구려. 김창룡이도 하지 못하고 권태구도 끝내 해내지 못한 해묵은 과제를 임자가 해냈군. 암, 력사적인 과제이구말구. 일이야 벌써 그렇게 됐어야 할노릇이였는데… 하여간 임자 큰 공을 세웠네. 내 잊지 않겠네.》
리승만은 이렇게 정제관이 바라는대로 그의 입이 귀밑까지 째지게 칭찬해주었다.
말그대로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것만 같은 리승만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재판에서 자기 패당들이 계속 밀리고 판결이 세월을 넘기자 리승만은 자기에게 쏠리는 그 어떤 거대한 중압에 짓눌린 구속감과 자신의 정치적장래에 대한 불안을 덜수 없었던것이다.
이제 한해가 지나면 4대《대통령선거》가 또 벌어진다. 그런데 조봉암이 무죄로 풀려나오면 다시 선거에서 맞서게 될것은 자명하고 그렇게 되면 패배가 불보듯 하다. 재판소식만 들어봐도 조봉암에 대한 지지률이 더는 대적이 없을만큼 상승되고있다는것을 알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선거가 박두하여 조봉암이 처형되여도 세상여론은 자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될것이다. 제4대 《대통령선거》를 노린 집권세력의 정치재판이라는 평가가 무성해지게 될것이기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여 2심재판에서 사형판결이 내려지고 여론에 공개되였다니 비록 늦기는 했어도 천만다행스러웠다.
《그럼 이제는 재판이 끝났다는 소리인가?》
리승만이 피끗 떠오르는게 있어 골살을 찌프렸다.
《아닙니다. 조봉암이 항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항소를? … 에- 그놈 참 질긴 놈이야. 그래서? …》
《그런즉 대법원에서 3심을 해봐야 합니다.》
《그래? …》
리승만은 잠시 생각을 굴려보다가 말을 이었다.
《내 곧 상경하겠네. 국무회의를 소집하게. 공보실장을 내보내 담화문을 전달해야겠네.》
이렇게 되여 리승만은 이날중으로 서울로 오고 《국무회의》가 열렸다.
공보실장이 참석하여 리승만의 담화문이라는것을 발표하였다.
《하나의 법을 가지고 한 나라 사람들이 아주 판이한 재판을 하게 되면 어느것이 옳바른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이제 또 3심을 하게 된다는데 사법부가 재판의 권위를 세워줄것을 요망한다.》
알쏭달쏭한 발표문이였다.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리승만의 담화문에 접하자 의아한 기색을 가무리지 못하였다.
리승만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무엇을 요구하는가?
공보실장은 담화문을 자기 사진까지 곁들여서 신문들에 크게 보도하게 하라는 리승만의 지시를 전달하고 자리를 떴다.
이날 저녁 서울시안의 모든 석간신문들에 리승만의 이름으로 발표된 담화문이 1면의 상단자리에 크게 보도되였다.
담화문에 대한 해석이 계층마다 다르고 분분하였다. 3권분립을 주장하는 사회에서 사법권에 대한 로골적인 침해로서 있을수 없다는 반론이 거셌다. 그런가 하면 리승만이 1심판결에 대한 불만과 2심판결에 대한 만족을 보여줌으로써 3심재판의 방향을 그어놓았다는 주장도 많이 나왔다.
리승만의 담화문을 제일 무겁게 받아들인것은 류선민이였다. 그는 이 담화문은 조봉암재판에 대한 리승만의 관심이 특별하다는 공공연한 암시이고 대법원의 최종판결에서 2심판결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엄한 지령이고 압력이라고 판단하였다.
류선민은 대법원의 판사임명에 대하여 일일이 검토하면서 제 주장을 펼줄 아는 판사를 골라보느라고 왼심을 썼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사들의 명부를 가져다가 아무리 올리훑고 내리훑어봐야 홍병삼이 같은 인물을 찾아낼수 없었다. 그래도 분별있는 인간이겠지 하고 이름을 불러대면 대법원장이 그 사람은 이번 재판에 나서지 않겠다고 이미 태도표명을 하였다고 하는것이였다.
류선녀가 사흘거리로 나타나 오빠가 맡아보는 법원이라는게 어쩌면 협잡군들만 모여있는 란장판이냐고 2심재판광경을 설명해주며 분노로 치를 떨고 원통해서 피방울같은 눈물을 떨구고 돌아가군 한다.
그때마다 류선민은 걱정말라고 동생을 위로하였으나 날과 달이 바뀔수록 그의 속도 초들초들 말라갔다.
류선민은 재판을 끌어가는것이 리승만의 눈을 흐리게 하고 조봉암을 구원하는 유일한 방책이라는 판단도 해보았다.
이제 대법원재판을 벌리느라면 1960년을 맞게 될것이다. 새해에는 또 한차례의 《대통령선거》가 벌어진다. 지금대로 나간다면 리승만이 그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수 있다. 지금 자유당안에서는 대표위원인 리기붕을 내세우느라고 야단법석이다. 리승만이 혹 출마한다고 하여도 락선될것이 명백하다. 그렇게 되면 조봉암에 대한 한풀이도 달라지기마련이다.
사실 리승만은 평생의 숙적인 조봉암의 처리가 자기 의도에 맞게 되여가자 민주당을 제압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공작을 미국의 조종밑에 벌려놓기 시작하였다. 악명높은 《보안법》에 보다 독소적인 조항을 보충하여 일체 반독재적진출을 사전봉쇄하도록 하는것이였다.
리승만이 오래전부터 서울땅에서 제일 골치아프게 두려워한 정치적적수는 조봉암이 첫째이고 고병직이 둘째이며 셋째로는 입부리가 사나운 민주당계의 신문들이였다.
고병직과 야당권의 신문들까지 주리를 틀어놓아야 다음기 선거도 무난히 치를수 있다는것이 리승만의 타산이였다. 그리하여 리승만은 일체 반체제적인 선전과 조직체들의 활동을 《리적행위》로 규정하는 새로운 조항을 만들어 《보안법》에 보충수정하게 한것이다.
이제는 리승만이 날리는 독재의 화살을 민주당이 통채로 받게 되였다. 리승만과 단짝이 되여 조봉암과 진보당을 배신하였던 고병직은 그 죄값을 단단히 치르게 되였다.
이해의 봄철도 다 지나가는 어느날 자유당의 발기로 열린 《국회》회의장에 300여명의 경찰이 사복차림으로 쳐들어왔다. 그놈들은 다짜고짜로 민주당계의원들과 무소속 의원들을 차고 때리며 지하실에 가두어버렸다.
그 다음 자유당은 저들끼리만 모여앉아 민주당을 비롯한 일체 야당정치조직들과 출판물의 반체제적요소를 봉쇄할수 있는 새로 개정한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거기에는 지어 리승만의 정치로선은 물론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비난할수 없으며 통치권을 반대하거나 불평, 불만을 표시하는 발언, 글, 개별적 및 조직적행동전부를 《리적행위》라고 규정하여놓았다.
참으로 리승만의 독선과 전횡은 인류력사의 어느 갈피에도 없었던 최악의 절정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서울정국은 또다시 거대한 정치적란무에 휘말려들었다. 자유당보다 더 방대한 조직적토대와 지지기반을 가지고있던 민주당은 《보안법》개정의 무효를 선언하고 도처에서 시위를 벌렸다.
리승만일파는 그것을 개정된 《보안법》의 독소조항에 준하여 《리적행위》로 규정하고 폭력으로 진압하였다.
민주당청사와 지방의 당사들에 공산당이라고 자칭하는 괴한무리들이 무시로 출몰하여 한바탕 란동을 벌려놓고 사라지군 하였다.
당수인 고병직의 집도 돌벼락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그의 마누라와 어린 손녀들이 그 돌벼락에 뇌진탕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참고참던 끝에 장면이 너무 기가 막혀 리승만에게 들이대보려고 리승만과의 면담을 제기하였으나 리승만은 자기의 《부통령》을 만나주는것조차 거절하였다.
민주당의 신문들이 리승만일파를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가 개정된 《보안법》에 따라 담당자들이 줄레줄레 끌려가 곤봉에 얻어맞았는가 하면 여러 신문, 잡지들이 페간 혹은 정간의 처분을 받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고병직을 더욱 자극한것은 미국대사 다울링이 면담요구를 이 핑게 저 핑게 걸고 그냥 거절하다가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면담탁에 나앉았으나 《보안법》개정문제를 꺼내놓자바람으로 그건 서울정치에 대한 내정간섭이므로 자기는 할 소리가 없노라며 5분도 안되여 자리에서 일어나버린것이였다.
고병직은 속았다며 눈이 뒤집혀가지고 떠들었으나 그것은 어리석은자의 때늦은 앙탈이였다.
사리에 밝은 사람들은 고병직과 민주당이 리승만의 장고장단에 춤을 추면서 조봉암의 목조르기에 합세하더니 천벌을 받고있다고 비양거렸다.
고병직은 비로소 로성팔이 예언했던바대로 남잡이가 제잡이된셈이라고 저들의 어리석음을 개탄하며 리승만과 미국을 저주하였다.
이렇게 서울정치권이 민주당과 자유당의 극한대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었을 때 조봉암과 그의 동지들에 대한 대법원의 재판이라는것이 열렸다.
재판석에는 1심과 2심재판때와는 달리 5명의 대법관들이 틀고앉았는데 다 리승만과 이렇게저렇게 가까이 련결되여있는 인물들이였다. 그리고 리승만이 던져주는 턱찌끼가 없이는 한시도 생존할수 없는 노복들이였다.
이미 내무부 장관을 해먹으며 리승만의 삽살개라는 별칭까지 받고 대법관으로 돌아앉은자도 있었고 2심판결의 보상으로 리승만의 천거하에 대법관자리에 벼락승진된 2심재판때 재판장을 하던 고등법원 판사와 고등법원 원장도 있었다.
이상스럽게도 항소를 제기한 피고인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고 피고석은 텅 비여있었다.
전례없는 이 재판에 대하여 대법원의 재판장으로 나선 이전 내무부 장관은 개정을 선언하면서 《변호공판》이라고 이름을 달았다. 이를테면 피고들의 참석이 없이 담당변호인단만 피고들의 대리로 참가시켜 판결만 내린다는것이였다.
법정에는 방청객들도 없었다. 대법원은 이제 저들이 강행하게 될 재판의 불법성이 방청객들에 의하여 만천하에 폭로되는것이 두려웠던것이다. 그들이 법정이 내릴 부당한 판결에 항의하여 소요를 일으키리라는것도 뻔하였으므로 사전에 예방조치로 방청들의 입장을 불허한것이였다.
립석경찰만은 여전히 수십명이나 벽들을 따라 주런이 늘어서서 텅 빈 방청석을 지키고있었다. 하지만 그들중에는 1심과 2심에 참가했던 경찰들이 한명도 없었다. 내무부에서 1심과 2심에 참가한 경찰들이 한해 넘게 조봉암의 《세뇌교육》을 받아 경향이 불온해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3심에서는 이른바 때묻지 않은 경찰들을 선발하여 새로 들이밀었던것이다.
변호인단은 너무도 기괴망측한 재판에 항의하여 재판에 자기들도 불참하겠다는것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재판장은 그것을 기각하고 재판을 강행하였다.
변호인단 책임자가 수많은 경찰들이 살벌하게 자기들을 에워싸고있는 속에서 피고들의 항소에 대한 변호를 시작하였다.
한시간정도의 변론을 들으면서 덤덤한 자세로 앉아있던 판사라는것들은 일부러 눈을 꾹 감고 연방 하품질을 하다가는 꺼덕꺼덕 턱방아를 찧었다.
《우리는 이미 형량을 매겨놓았으니 너희들이 아무리 떠들어야 강건너에서 짖어대는 개소리야.》
그들의 속대사는 바로 이러하였다. 항소에 대한 공공연한 무시이고 협박이였다. 그야말로 재판을 했다는 기록이나 남기기 위해 마지못해 벌려놓은 여론기만행위였다.
재판장은 변호인단의 변호가 끝나자 판사들의 형식적인 협의절차도 밟지 않고 판결을 선포하였다. 조봉암과 강치부에게는 사형을 선고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무죄로 판결하였다. 물망에 올랐던 두명의 간수부장도 무죄로 되였다.
재판장은 며칠전에 리승만에게서 직접 전화를 받았다. 리승만은 3심에서는 조봉암만 제끼면 되므로 기타 피고인들은 무죄로 풀어놓아 세상여론에 체면을 세워주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시하였던것이다.
거의 반년이라는 기일을 끌어온 대법원재판이라는것은 리승만의 지령대로 두시간도 걸리지 않고 끝났다.
원체 남조선의 대법원이란 력대로 리승만의 《특별록봉》이 하사되는 특권족속들의 서식처이다. 사회에 아무 쓸모도 없이 여기에 모여든 무위도식자들은 리승만이 가까이 두지는 않으면서도 내던지지는 못하고 후하게 대접을 해주어야 할 노복들로서 차관급의 높은 대우를 받으면서 리승만의 취향에 맞도록 재판봉을 뚝딱거리면 된다. 그들은 대체로 리승만의 주변에서 신변관리나 권력사수, 자금확보 등에서 공을 세운 치안, 경호, 재정계통의 인물들이였다.
이들에게는 애초에 자기의 두뇌가 없으며 자기의 혀가 없으며 자기의 귀도 없다. 다만 리승만일파가 만들어주는 각본에 따라 움직이고 그들이 써주는 판결문을 읽을뿐이다.
이미 권력계통의 요진통자리들을 차지하여온 이 쓸개빠진자들의 명줄은 오로지 리승만에 대한 맹목적인 굴종과 아부아첨이다. 이것들이 리승만에게 바치는 이른바 충심이나 아부는 결코 사상이나 인격이나 덕에 대한 매혹이나 보답에서 우러나온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들의 높은 록봉과 호화저택과 부귀영화를 결사적으로 지켜야 하는 철저한 리기심의 변형된 표현일뿐이다.
하기에 지금 대법관들에게 항소에 대한 법적고찰이나 법관의 사명감따위가 있을리 만무였다.
변호인단은 즉석에서 재심항소를 할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세상이 결코 졸고있는것은 아니였다.
조봉암과 강치부에게 사형판결을 다시 내렸다는 소식은 대법원의 재판결과를 기다리고있던 민중을 격동시키고 정계를 경악하게 하였다.
매일처럼 법무부와 대법원에 항의편지가 날아들고 여기저기서 항의단들이 조직되여 법무부와 법원의 대문을 두드렸다.
《조봉암당수를 구원하는 일이라면 마다할게 없소!》
신창균이 전우들과 함께 형무소의 철창을 벗어나오면서 통절하게 웨쳤다.
그들은 윤기중의 집대문에 죽산석방대책본부라는 커다란 현판까지 걸어놓고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몸들을 추세울새도 없이 뛰여다녔다. 자그마한 연줄일망정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고 영향력을 발휘할수 있는 인물들을 찾아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안타까이 호소하고 허리까지 굽혔다.
《죽산선생을 말살하는것은 이 땅의 수치요, 민족의 손실이다.》
그들의 절절한 호소앞에 상대인물들도 공감은 하였으나 한숨만 내쉴뿐이였다.
평소에 조봉암을 지지하던 정계인물들도 개별적으로 혹은 조직적으로 힘자라는껏 조봉암구명운동에 떨쳐나섰다.
무소속 《국회》의원들의 두령으로 되여있는 로성팔은 우달수와 함께 여러번 리기붕을 만나 죽산을 죽이면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며 앞상을 두드렸다.
민주당안에서도 최고위원 곽상훈을 선두로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당지도부가 조직적인 항의운동을 벌려나가자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자유당안에서도 부위원장 량지학을 위시하여 젊은 의원들이 나서서 조봉암을 공산당으로 몰아죽이는것은 법률적으로 보나 인륜적으로 보나 그릇된 처사라고 당지도부와 행정권을 강하게 공격하였다.
대학의 교수들도 항의단을 무어가지고 경무대에 가서 조봉암을 즉시 무조건 석방하라고 진정서를 들이댔다.
학생들은 민주쟁취청년동맹의 호소에 따라 서울시가지를 누비면서 조봉암을 석방하라고 피타게 절규하였다.
조봉암석방운동은 해외에서도 광범하게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천령배가 주축이 되여 맹렬하게 뛰여다녔다. 이 시기에 이르러 천령배가 주관하고있던 신문 《코레아통보》는 조선의 북과 남의 현실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로 하여 일본에 살고있는 교포들은 물론 일본사람들속에서 인기가 높았다. 주간지로부터 격간지(2일에 한번씩 발행)로 발전되고 발행부수도 상당하게 늘어났다. 천령배는 《코레아통보》를 통하여 조봉암에 대한 재판과정을 제때에 상세하게 보도하고 구명운동에 떨쳐나설것을 열렬히 호소하였다.
천령배는 한손에는 정의의 필봉을 틀어쥐고 다른 손에는 마이크를 잡고 이 투쟁의 조직자, 선전자가 되여 침식을 잊고 정력적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민단안의 동포들을 다 망라하는 조봉암살리기모임을 일본 각지에 조직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단체가 주관하여 일본 각지에서 시위와 집회들을 열고 조봉암석방기금운동을 벌려나가도록 하였다. 한편 리승만에게 론조가 서리발같은 항의문도 련일 날려보냈다.
500명의 저명한 변호사들로 조직된 조봉암을 구출하기 위한 일본변호사회도 도꾜를 비롯한 주요도시들에서 시위를 벌리고 일본정부가 움직이도록 강한 압력을 들이댔다.
일본의 야당인물들과 진보적법조인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서울을 방문하여 리기붕을 만나 조봉암의 사형을 취소할데 대한 일본의 각계 대표들의 성명문을 전하였다. 그리고 류선민을 만나 사형판결의 부당성을 까밝히였다. 수백통의 항의문도 전달하였다. 그들은 서울형무소로 가서 조봉암과 만날것을 제기하였으나 사형수와 외국인들과의 면회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형무소 소장이 길을 막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어느날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의 학계와 정계에서 권위있는 스탠포드대학의 국제문제연구소 상급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은 롤만이 서울에 나타났다. 그는 자기 대학의 여러명의 동료들과 함께 미국무장관을 비롯한 고위인물들을 대상으로 조봉암구명운동을 벌려왔었다. 여기에 미국에 있는 교포단체들도 합세하였다.
롤만은 지난 10여년간 남조선에서 자기가 보고 체험한 사실들과 미국의 아시아정책의 견지에서 리승만독재의 불법무법의 위험성을 론증하고 조봉암에 대한 리승만일파와 미군부의 흉계에 대하여 폭로하고 단죄하였다. 론리가 명석하고 체험이 풍부하며 반도의 정책적문제를 놓고 발언권이 강한 그의 주장은 상대인물들로부터 일정한 공감을 얻어냈다. 마침내 미국무장관을 만나 최소한 사형집행을 막아내겠다는 립장표명까지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롤만은 도꾜에서 조봉암구명운동을 벌리고있는 천령배와 일본의 여러 인사들을 만난 후 서울로 왔던것이다.
롤만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부터 미행이 붙어다니는것을 육감으로 느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반도호텔에 려장을 풀어놓기 바쁘게 미국대사 다울링부터 찾아갔다.
다울링은 미국무성으로부터 롤만의 서울방문을 통보받았고 그가 서울에 온 사유를 이미 다 짐작하고있었다.
두사람이 원탁을 사이에 두고 앉자 롤만은 직방 요진통을 찔렀다.
《죽산선생을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워싱톤에서 듣고 왔는데 당신도 서울근무를 끝내가고있다고 합니다. 이곳 사람들을 위하여 좋은 일 하나 더 하고픈 생각이 없습니까?》
롤만의 의미심장한 말에 다울링은 얄팍한 눈덕을 내리깔고 잠시 입술을 붙이고있다가 정중하게 대답하였다.
《당신의 말뜻을 리해합니다. 나는 조봉암재판에 대하여 계속 주시하고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근무를 마칠 때까지 미국을 위하여 복무할것이며 이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할것입니다.》
《대사, 나하고도 외교를 하시려오? 조봉암을 어떻게 하렵니까?》
롤만은 다울링이 요사스럽게 명백한 대답을 슬쩍 피하자 조봉암에 대한 사형이 확정되여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다시 질문을 되풀이하였다.
《조봉암과 그의 변호인단은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재심청구를 하였습니다. 기다리는중입니다.》
《기다리는중이라구요? 그러면 대사의 립장을 알고싶군요. 당신은 조봉암을 어떻게 처리하자고 합니까?》
롤만은 다울링이 엉큼하게도 자기의 질문을 완곡하게 외면하는것이 불쾌했다. 그래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리는 다울링을 침착하게 우리에 몰아넣었다.
끈질기게 들이대는 롤만의 추궁에 다울링도 점차 결이 올랐다.
그는 접대부가 부어놓은 커피를 단숨에 쭉 들이키고나서 열이 올라 역습을 하였다.
《롤만선생, 선생의 국적은 어데입니까?》
《국적? … 나의 국적말이요?》
롤만이 눈을 치뜨며 반문하였다. 자기에게 던지는 로골적인 적의이고 모욕이였다.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공공연한 질시였다. 언젠가도 롤만은 이 능구렝이같은 대사로부터 비슷한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즈음 롤만은 자신의 국적에 대하여 생각할 때가 많다. 원체 그의 조상의 유골이 묻혀있고 조상의 근본이 뿌리박혀있는 땅은 프랑스였다. 인류의 문화발전에 기여하여온 나라, 인류가 자랑하는 대문호인 발자끄를 낳은 민족, 자본주의의 《영원성》의 신화를 깨뜨려버리고 일찌기 최초의 로동계급의 정권을 세웠던 땅! …
롤만은 날을 따라 조상의 나라가 그립고 그 땅과 더불어 살고픈 열망을 금치 못하고있다. 롤만의 할아버지도 망명지인 미국에서 사망하였으나 유언에 따라 유해는 그의 동지들이였던 꼼뮨용사 300명이 최후의 결사전을 벌린 빠리의 뻬르 라쉐즈공원에 안치되여있다.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곁에 묻혀있다.
그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기도 운명의 궤도를 달리 선택하여야 하겠다고 별러온다. 더는 미국에서 미국을 위하여 살고싶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을 조국이라고 부르고싶은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었다.
미국은 지금 어데 가서나 랭대를 받고 저주를 받고있다. 미국인들은 지구의 어느 곳에 가서 살아도 국제헌병으로, 파렴치한 지배자로 주먹질을 당하고있다.
할아버지, 아버지도 끝내 적응되지 못하였던 땅, 세월이 지날수록 환멸의 감정만 덧쌓이게 하는 죄악의 왕국-미국!
롤만은 일찌기 조봉암과 사귀면서 그리고 조봉암을 둘러싼 미국과 리승만의 철저한 유착을 체험하면서 안팎으로 부패하여가는 미국의 정치와 멸망의 나락에로 빠져들어가는 미국의 앞날에 대하여서도 혐오를 금치 못하였다.
국적을 묻는 다울링의 질책기가 짙은 질문까지 받고보니 더구나 아직도 미국에 미련을 두고 미국의 국적에 매여있는 자신이 불쌍하고 어리석기 그지없게 생각되였다. 미국의 리해관계를 위하여 복무한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성실하게 자기의 두뇌를 바쳐온 지난날이 돌이켜지면서 쓰디쓴 혐오감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더는… 더는 그 누구에게서 이런 질문을 당하지 않을것이다.
더는 그 어디에 가서도 특권족속들에게 자기를 바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을것이다.
롤만은 《나의 국적은 이제 달라질거요!》라는 배짱드센 선언으로 다울링의 면상을 갈겨주고싶었으나 치밀어오르는 역기와 분노를 참아냈다.
지금은 한발 물러서야 할 때다. 자존심이나 명예나 배심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 적절치 않은 객기는 만용에 불과하다. 다울링부터 굽혀내야 한다.
그는 다소 격한 어조로 다울링을 다불러댔다.
《대사, 나는 그런 식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정 듣고싶다면 말해주지요. 나는 지금까지 미국의 립장에서 떠나본적이 없습니다. 나는 미국이 여러번 제거하려고 했던 독재자를 현 정책가들의 근시안적인 립장으로 비호하다가는 언젠가는 국제적인 지탄을 받을수 있다는(사실 지금 거세차게 일어나고있습니다만) 분석으로부터 출발하여 현지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조봉암선생을 중시하였고 그를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주장합니다. 우리는 독재자를 제거해야 합니다. 이것은 내가 비로소 내놓은 주장이 아닙니다. 선견지명이 있는 우리의 선배들이 주장했고 실지 시도했던바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무쵸나 밴플리트에 대해서도 당신들이 정말 미국국적을 가진 사람이 옳은가고 묻겠습니까? 그들의 작전을 비준해준 트루맨과 아이젠하워에 대해서도 당신들이 미국의 실리를 추구한 대통령이 옳으냐고 들이대겠습니까? 당신의 주장을 백악관에 통보해도 되겠습니까?
무지는 모든 불행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현실을 직시하고 거기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결심할것을 기대합니다. 명백한것은 현 단계에서 조봉암이야말로 리승만과 교체할수 있는 서울정치권의 유일한 지도인물이라는겁니다.》
《잠간!》
다울링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
《나의 실언을 철회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롤만선생, 서울법정은 그를 친북파이며 나아가서 북의 조종을 받고있는 거물급스파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다울링대사, 당신은 지금 상대하고있는 인물을 금방 고등학교를 마친 천진한 책상물림으로 보는게 아닙니까?》
《원, 천만의 말씀! 내가 감히 스탠포드대학의 고명한 박사선생을 그렇게 비하할수가 있겠습니까?》
다울링의 말에는 야유조가 다분했으나 아첨기도 느껴졌다. 그 아첨기에 리유가 있었다. 미국의 고위인물들중에는 스탠포드대학의 연구원출신이 많다는것을 다울링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미국에서 스탠포드대학은 하바드대학이나 캘리포니아대학과 함께 미국을 움직이는 두뇌진들의 서식처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여기서 전문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백악관이나 국무성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중추적인물로 등용되는것이 거의 상례처럼 되여온다. 그리고 정계에서 은퇴한 고위관리들이 퇴직후 여기에 몸을 담고 자기 전공분야의 학문을 연구하면서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국내외문제와 관련한 정책적대안들도 이 대학들에 있는 연구소들에서 작성되고 선택되여 백악관이나 미국방성 혹은 미국무성이나 국회의 주요인물들의 책상우에 놓이게 된다. 그것이 일단 국가의 로선과 정책으로 눌러지면 기안자들이 다시 통치권에 인입되여 자기가 내놓은 정책집행을 주도한다.
롤만의 지성과 인격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온 다울링은 그의 장래에 대하여 커다란 기대를 걸고있었다. 롤만정도의 몸값이면 장차 민주당이나 공화당에서 앞을 다투어가며 반드시 백악관이나 국무성의 요진통자리에 끌어가게 될것이다. 이런 인물에게는 반드시 리해관계에 따라 끌어당기고 천거해주는 배후인물이 생겨나기마련이다. 그러니 다울링에게서 롤만은 어제날의 수하인물이 아니라 잠재적인 그의 상관이기도 하였다.
롤만은 다울링의 말에서 그의 속내를 읽으면서 정중하게 자기 주장을 펴나갔다.
《단언하건대 조봉암은 리승만이 주장하는 공산주의자는 아니며 북의 첩자는 더구나 아닙니다. 그는 공산주의에서 필요한것을 섭취하고 자기식의 민중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10여년세월을 리승만과 도전하여온 흔치 않은 지도급인물입니다.
정적이라고 해서 무작정 모살하는것은 정치적무지의 표현입니다. 더구나 공산주의자라고 죽어야 할 리유가 어데 있습니까? 오늘도 워싱톤에는 미국공산당이 자기의 간판을 걸고 자기 당청사를 가지고있습니다. 그들의 활동이 합법적으로 보장되고있는것은 대사도 알고있지요?
당신은 리승만의 통치술에 넌더리가 나지 않습니까? 조봉암에게 푸른등을 켜주고 서울사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번 지켜보고싶지 않습니까? … 나는 떠나오기 전에 국무장관을 만났습니다.》
《통보를 받았습니다.》
《장관은 나에게 최소한 사형은 취소시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장관은 나에게 사건을 질질 끌고있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는 나에게 다른 설명이 없이 다만 덜레스가 최근에 집필한 론문을 보내주었습니다.》
《덜레스의 론문? …》
《내가 한 대목 읽어드릴가요?》
롤만은 하는수없이 다울링이 책장에 가서 분주스럽게 금빛장식을 한 책 한권을 뽑아들고 페지를 재빨리 넘기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를 움직일 엄두는 내지도 말라는 배포가 헨둥하다. 자기의 주견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이따위 허깨비들에게 외교관관복을 입혀 식민지의 총독으로 파견한 대통령이나 국무성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다울링은 롤만의 주장따위는 상관할바가 아니라는듯 성수가 나서 찾아낸 대목을 큰소리로 읽기 시작하였다.
《<… 우리의 아시아정책에서…> 아, 이 대목은 말고… 자, 들어주시오.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의 시야에는 리승만이라는 광인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리승만이라는 광인이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반공지도자의 전형적인 인물임을 알아야 할것이다. 때문에 지난 시기 리승만이 미국의 대일정책 즉 일본에서 천황제를 존속시키고 일본을 부활시키는 정책을 방해할 때도, 지난 조선전쟁시기 정전을 방해할 때에도 미국의 지도자들은 리승만에게 채찍질을 하면서도 그를 용서해주고 그에게 강력한 지지를 주었다. 반대파숙청에 전력을 다하고있는 지금에도 미국은 의연히 리승만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어떻습니까, 롤만선생?》
흥이 나서 읽어가던 다울링이 상대의 경멸을 느꼈던지 책에서 고개를 들고 넌지시 물었다.
《덜레스가 미중앙정보국장이라 하여 그의 말이 곧 진리라고 말할수 없지요. 하여간 조봉암에 대한 사형은 20세기 문명에 부합되지 않으며 미국식자유민주주의정치방식에도 완전히 배치되는 정치적망동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미국이 통치실권을 장악하고있는 식민지에서 현지인물의 전횡 특히 현세기에 유일하게 중세기적종교재판이 재현되고있는 현 사태를 절대로 용인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은 대사입니다. 이 땅의 백성이 독재의 사슬에 꽁꽁 묶여있는 책임을 누구보다도 당신이 져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그루를 박는다고 나무람말아주시오.
종신집권야망으로 민심을 잃은 리승만은 지금 부패해져서 망해버린 리조정부를 닮아가고있습니다. 이러한 독재자를 비호하는것은 민심에 역행하는것으로서 미구에는 반미열풍을 초래하게 되리라는데 대하여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은 서울의 통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해가는 미국의 현지대표입니다. 사회전반을 책임지고있는 당신이 썩어빠진 독재의 횡포에 대하여 침묵을 지키는것이 나는 정말로 리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공공연한 직무태만입니다.》
롤만의 신랄한 공박에 다울링은 눈살이 꼿꼿해졌다.
그러나 인차 안면표정이 변화무쌍한 외교관답게 부드럽게 낯빛을 바꾸며 자기의 주장을 반복하였다.
《하하… 그 분석이 너무 직설적이고 예리한데요. 우리가 이 땅을 다스리는데서 어떤것이 유익한가 하는것은 첫째도 둘째도 미국의 실리를 가지고 평가해야 합니다. 아직은 이곳에서 자유나 민주를 제창할 때가 아닙니다. 철저히 독재화된 정치방식이 오히려 미국의 리해관계에 부합된다는것을 당신은 리해하여야 할것입니다. 아, 좋습니다.》
다울링은 느글느글하게 대꾸하다가 문득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이제는 외교무대에서 학계로 돌아선 인물에게 미국의 식민지정책의 핵심을 토설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그는 위험수역에로 들어서던 화제를 돌려 화해조로 제의하였다.
《좋습니다. 우리 함께 이곳 통치권의 책임있는 인물들을 만나봅시다. 사형문제에 대하여 당신의 의견을 직접 제기하여보시오. 조봉암을 정치현장에 그냥 세워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하여서는 아직 물망에 올릴 때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유화적인 정치리념은 사실 미국의 동아시아랭전체제의 균형에 위험으로 됩니다. 경제정책에서도 미국의 자유시장경제정책과 충돌하고있습니다.》
롤만이 이 엉큼하고 반지럽기 그지없는 놈을 기어이 굽혀보려고 또다시 침착하게 반론을 펴려고 하였다.
《대사! 그건…》
다울링은 시끄럽다는듯 손을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리승만의 대리인인 리기붕의장을 만나봅시다. 요즈음은 신경통으로 집에 박혀있다고 합니다.》
다울링은 방에서 나오면서 서기더러 리기붕의 집에 자기가 간다는것을 전하라고 이르고는 마당에 나섰다.
그들은 리기붕이 살고있는 서대문동으로 향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