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6 장

1

 

재판이 열리였다.

재판장이 먼저 검사에게 물었다.

《강치부피고인의 변호사는 변호를 보류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어찌된 일입니까?》

조인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하였다.

《피고인의 변호사는 기소장에 근거하여 피고를 만나본 이후 변호를 파기하였습니다. 변론의 의미가 상실된 사건이라는것과 피고인이 범행을 전부 시인한다는 리유에서입니다. 변호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실이라면서 물러섰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변론을 기각합니다. 강치부피고, 법정질문을 하겠습니다.》

강치부가 앞에 나섰다. 원래 늘 해상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이라 얼굴이 고동색을 띠고있었는데 고문도 당하고 정신적허탈에 빠져있어 더욱 컴컴해보였다.

《첫째, 피고는 북의 특수기관에 포섭되여 련락관으로 활동한 사실들을 시인합니까?》

《예.》

강치부가 머리를 숙인채 목구멍으로 꺼져드는듯 한 소리로 대답하자 홍병삼이 주의를 주었다.

《큰소리로 대답하시오. 피고는 시인하는가?》

《예.》

《둘째, 피고 조봉암을 전쟁전부터 북의 통일관계기관과 련결시켜주고 지령과 보고문을 전해주고 공작금과 물자들을 넘겨준 사실을 시인합니까?》

《예.》

그러자 조봉암이 고개를 쳐들고 한바탕 장내가 움씰거리게 장쾌한 폭소를 터뜨려놓았다.

그 웃음소리에 화답하듯 피고인들의 격노한 부르짖음이 비발치듯 강치부에게로 날아갔다.

《야, 이 천치같은 놈아!》

《입다물어라!》

《생사람을 그렇게 물어먹는 네놈도 사람이냐?》

여기저기서 비웃고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홍병삼이 법정안이 벌둥지 쑤셔놓은듯 소란해지자 다급히 재판봉으로 앞탁을 두드렸다.

《정숙! 정숙을 지키시오. 피고의 범행자료확인은 이상 마치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법원의 합의에 따라 조봉암피고와 강치부피고의 질의문답이 있겠습니다. 피고 강치부, 증언대에 오르시오. 법원서기는 피고인의 법정서약을 받으시오.》

홍병삼이 지시하자 강치부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증언대로 힘겹게 오르고 법원서기가 서약문을 가지고 뒤따라 증언대에 올랐다. 방첩대에서 얼굴상처는 원상회복시켰으나 고문을 할 때 무릎마디를 부러뜨린것은 회복시킬수 없었던것이다.

법원서기가 류창하게 서약문선창을 하고 강치부가 따라외우는데 그 목소리가 여전히 모기소리나 같아서 홍병삼이 또 짜증조로 지시하였다.

《서약을 다시 시키시오, 누구나 다 듣게!》

강치부는 서약문의 구절들이 심장을 쿡쿡 찔러들어 두번째로 반복하면서도 얼마 더 큰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나, 강치부는 법정에서 오직 진실만을 말할것이며 만약 거짓증언을 하면 법적인 추궁과 벌을 받겠다는것을 서약합니다.》

강치부는 서약을 하고나서 법원서기가 내미는 서류에 서명을 하는데 손을 후들후들 떨어서 서기가 도와주었다.

강치부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였다.

《강치부피고, 다리가 불편하면 앉아도 되겠습니다.》

강치부는 걸상에 앉았다.

조봉암은 증언대에 올라 물에 빠져 숨이 꺼져가는 짐승처럼 처참한 꼴로 앉아있는 강치부를 측은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얼마나 저 사람을 못살게 굴었으면 육체도 정신도 저렇게 짓이겨졌을가.)

어느해 설날에 조봉암이 세배하려고 온 강치부에게 당장 첩보대에서 나오라고, 그게 왜놈감옥살이까지 한 사람이 할짓이냐고 되게 책망한적이 있었다.

그때 강치부는 자기는 그저 사지판을 넘나들며 돈만 벌어들일따름이라고, 자기는 첩보일에는 전혀 관계치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더 하는 소리가 그래도 38도선을 넘으면 사람꼴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살맛이 나는 세상을 보는 재미가 크다고, 그래서 돌아오면 또 가보고싶노라고 고백하였다.

조봉암은 고지식한 강치부의 그 고백을 굳이 믿어왔다.

사실 이따금 찾아와 북의 달라져가는 모습과 아름다워지는 인간들에 대하여 부러움을 담아 말해줄 때 그 눈빛이 얼마나 보기 좋았던가. 그같은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살림걱정은 하지 말라고, 자기는 돈으로 사람구실을 하겠노라고 할 때 저 사람의 말에는 진정이 흘러넘쳤고 인간의 엇구수한 향기가 진하게 풍기군 하였다.

그런데 오랜 세월 정을 주고받아온 사람이 교형리들의 위협과 공갈과 회유에 넘어가 저렇게도 사람의 목숨보다 더 귀중한 신의를 헌신짝버리듯 할수 있느냐.

참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였다. 놀랍고 리해되지 않는 일이였다.

저 사람이 이런 기만이 곧 이 조봉암뿐아니라 자기자신까지 파멸시키게 된다는것을 알고있을가. 인간이라면 단두대에 올라서서도 진실을 웨치고 량심을 지켜야 할것이 아니냐. 어떻게 되여 자기마저 매장시키는 이런 협잡놀음에 끼여들수 있는가.

조봉암은 강치부라는 저 인간이 저렇게 될 때까지 겪었을 육체적, 정신적고통과 번뇌가 헤아려져 가슴이 쓰려왔다. 련민의 후더운 정이 목젖너머에서 울컥 넘어왔다.

《피고 조봉암! 시작하시오.》

착잡한 생각에 빠져든 조봉암에게 홍병삼이 깨우쳐주듯 일러주었다.

《후-》

조봉암이 부지중 길게 한숨부터 내쉬였다.

《놀랍네, 강치부! 임자가 이렇게까지 되다니…》

혼자소리처럼 조용히 내뱉은 조봉암의 소리가 탄식처럼 정적에 휩싸인 장내를 고통스럽게 휘저어놓았다.

(무엇부터 따지고들어야 하는가? 하나에서 백까지 전부 거짓말로 되여있는 기소장인데 뭘 가지고 따져물어야 될가?)

그는 자기도 놀라리만치 측은한 어조로 물었다.

《다리를 몹시 상했구만. 언제 상했소?》

그 소리에 강치부도 당황하고 조인수검사도 당황하였다.

그동안 강치부에게 여러가지 각이한 정황을 타산하여 답변준비와 얼굴표정관리까지 모의훈련을 주었는데 이런 질문은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던것이다.

《저… 이건…》

강치부가 검사석으로 구원을 바라는듯 한 눈길을 보냈으나 조인수는 만장의 눈길이 자기에게로 몰려들자 랭담하게 외면하여버렸다. 모르겠다, 네가 료량해서 대답해라는 뜻이다.

《대답하시오.》

홍병삼이 재촉하였다.

《이건 얼마전에… 구류장에서…》

《어떻게 상했소?》

《저… 산보를 하다가… 아니 저, 운동을 하다가…》

강치부가 여전히 고개를 푹 떨구고 그냥 떠듬거리기만 하였다.

《강치부! 머리들고 나를 보시오.》

그 소리에 강치부가 고개를 무겁게 들었다. 삽시에 눈물이 글썽해졌다.

《강치부, 나를 불러보오.》

그러자 강치부가 목메인 어조로 불렀다.

《형님! 날 용서하시우!》

《더이상 물을게 없소. 난 저 한마디면 됩니다.

재판장, 저 사람은 기소장에 있듯이 나와 신의주감옥에서 거의 10년간 함께 고생한 옥중친구였고 못된 놈에게 낫가락을 들고 달려들었던 의로운 사람이였습니다. 비록 그 무슨 주의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무척 순진하고 결백한 사람이였는데 왜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했는지 통 리해가 되지 않습니다. 재판정과 변호인단에서 진실을 밝혀주기 바랍니다. 저 사람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다음 다시 여기서 만났으면 합니다.》

《접수합니다. 피고 강치부는 돌아가도 되겠습니다. 닷새후에 본 재판정에 다시 나오도록 하시오.》

강치부가 손등으로 눈굽을 닦으며 계단을 내리였다.

호송경찰이 들어와 그에게 수갑을 채워가지고 법정에서 데리고 나갔다.

《다음은 조봉암피고가 이미 제기한 법정증인들인 강무호, 정명갑증인들에 대한 증인심문이 있겠습니다. 강무호증인부터 증언대를 차지하시오.》

재판장의 지시가 내리자 키가 훤칠하고 체통이 큰 사나이가 무겁게 발을 옮기며 들어섰다. 심한 고문에 시달렸다는것이 대뜸 알렸다.

그는 호송경찰의 부축임을 받으며 증언대의 계단들을 힘들게 올라갔다.

《강무호증인, 걸상에 앉아도 되겠습니다. 법정서약을 하였습니까?》

사나이는 걸상에 앉더니 재판장을 향하여 무뚝뚝하게 대답하였다.

《서약했소.》

그리고는 법정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조봉암이 재판장의 호출을 받고 다시 나섰다.

《나는 진보당위원장인 조봉암이라 합니다. 우리에 대한 재판기소장에서 이미 검사는 강무호씨가 북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인물로서 진보당의 강령작성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나를 여러번 만나 우리 당활동을 지도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 당의 특수당원으로 되여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몇가지 묻고저 합니다. 당신은 이북에서 언제 서울로 왔습니까?》

《1950년 가을입니다.》

《어떻게 왔습니까?》

《당시 저는 한 공장 지배인으로 있었는데 기업활동에 엄중한 손실을 주고 검토를 받고있었습니다. 미군이 북상했을 때 미군방첩기관의 눈에 걸려들어 첩보활동에 참여할데 대한 강박을 받고 서울에 왔습니다. 물론 그후 나는 첩보활동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서울에서 반체제활동과 평화통일운동에 관여한것은 언제부터입니까?》

《1954년경입니다.》

《참여동기는 무엇이였습니까?》

《나는 서울에 와서 생활하면서 리승만과 현 집권층의 부패한 실정을 깊이 절감하였습니다. 북녘의 정치를 체험했던 나로서는 리승만의 정치방식과 집권세력의 포악무도한 전횡을 그대로 방임할수가 없었습니다. 여기도 내 땅, 내 동포가 아닙니까. 특히 분렬된 내 조국을 통일하는것이 우리 겨레모두의 책임이며 후세들에게 넘겨서는 안되는 절박한 시대적과제라는 사명감으로부터 통일운동에 나서게 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통일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그리고 나서는 인물이 따로 있는 그런 통치권의 선택에 따르는 리승만의 점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만백성의 리해관계가 얽혀있고 만백성이 나서야 하는 우리 력사의 가장 신성하고 위대한 운동입니다!》

《증언자는 질문에만 대답해야 합니다. 선전적인 대답은 피해야 합니다.》

홍병삼이 주의를 주자 강무호는 접수한다는 뜻으로 붕대를 처맨 오른손을 쳐들어보였다.

《진보당의 특수당원으로는 언제 되였습니까?》

《나는 진보당과 조직적련계가 없습니다. 다만 서정후 등 인물들과는 해방전부터 친분이 있었으므로 종종 만나 시국담을 나누었을뿐입니다.》

《나와 여러차례 만났다고 증인이 주장했다고 하는데 언제 무슨 일로 나와 만났습니까?》

그 말에 강무호는 장내를 찌렁찌렁 진감하는 억센 목소리로 단호하게 부정하였다.

《나는 그런 주장을 한 일이 없습니다. 조봉암동지! 나는 당신을 존경하였고 한번 만나 통일운동문제로 론의도 해보고싶었으나 이래저래 기회를 놓치였습니다. 오늘에야 이렇게 통성을 하게 되였습니다. 당신이 아까 검사의 기소장에 제기된 나와 관련된 내용을 밝혔는데 새빨간 거짓말이요. 난 그런 문제를 한번도 제기한 일도 없고 한번도 시인한적도 없습니다.

존경하는 조봉암동지! 나는 바로 간첩으로 통일운동에 관여하였다는것을 시인하라는 요구에 불응하고 당신에 대한 사건조작에 협력하라는 강요를 배격한것으로 하여 이렇게 손목이 부러졌고 엉치뼈가 부서졌으며 갈비뼈도 석대나 꺾어졌습니다.

나는 오늘 이 법정에서 다시금 선언합니다. 나는 북의 간첩도 아니며 조봉암동지를 만난적도 없습니다. 나는 어제도 통일운동가였고 오늘도 통일운동가입니다. 이 땅에 강점군이 주인행세를 하는 한, 전무후무한 리승만독재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내가 이 살인적인 감옥에서 풀려나가 생명이 존재하는 한 이 강무호는 영원히 반미, 반독재, 통일운동의 앞장에서 싸워갈것입니다. 나는 그 길에서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습니다. 나는 분렬된 조국의 통일을 위함이라면 당신들 진보당의 동지들을 비롯한 이남의 통일운동가들은 물론 북녘의 통일운동가들과도 두렴없이 만날것이며 그들모두와 손잡고 나아갈것이라는것을 다시금 선언합니다!》

불사신같은 투사는 우뢰같은 목소리로 선언하면서 다시금 붕대를 칭칭 동여맨 오른팔을 불끈 쳐들었다.

법정은 투사가 뿜어올린 더운 열기로 숭엄해졌다. 청중은 경탄과 동정에 겨운 눈으로 투사에게 뜨거운 인사를 보내고있었다.

조봉암은 증언대에 바위처럼 버티고 선 투사의 모습에 크게 격동되여 진심으로 강직하고 열정에 넘친 이 불굴의 사나이를 향하여 허리를 깊이 숙이였다.

《강무호동지! 경의를 드립니다!》

《조봉암동지! 끝까지 싸우십시오! 당신은 죽산입니다!》

《고맙습니다. 난 평생을 죽산으로 살아왔고 죽산으로 살아갈것입니다!》

강무호가 조봉암을 향하여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숙여 화답하였다.

청중의 뜨거운 눈길을 받으며 강무호는 증언대를 내리였다.

호송경찰이 강무호를 부축하려고 하였으나 그는 경찰을 떠밀고 좌우의 란간을 잡으며 천천히 계단을 내리였다.

계단을 다 내려선 강무호는 조봉암을 향하여 또다시 한쪽주먹을 불끈 쳐들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전신의 기력을 뽑은듯 한순간 비칠거렸으나 이내 허리를 쭉 펴고 꿋꿋이 걸어나갔다.

조인수는 강무호가 재판정에 나타날 때부터 불쾌하기 그지없었는데 그가 격렬한 증언까지 하고 비장한 모습으로 청중에게 지울수 없는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사라지자 분이 머리꼭뒤까지 뻗치는것 같았다.

이거야말로 그가 랑독한 기소장의 허위를 립증하는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다. 내무부것들이 자기가 한번 만나봐야 되겠다고 할때는 이구실 저핑게 들이대면서 피하더니 어떻게 되여 오늘은 법정에 내놓게 되였는가.

검찰이라는게 또다시 조소를 받게 되였다. 뿐아니라 강무호의 처참한 육체와 불굴의 정신력이 청중으로 하여금 검찰에 대한 저주로 번져지게 하였다.

방청석을 둘러보면 날아오는 눈길마다에 적의와 경멸과 조소가 어리여있어 눈건사하기도 여간 거북하지 않다.

이래서야 조봉암을 무조건 교수대에 올려세우라는 리승만의 지시를 시행할수 있겠는가. 어림도 없는 수작이다.

그는 강치부의 조작극도 필경 언젠가는 이 법정에서 사건의 흑막이 뒤집혀질것이라고 개탄하였다. 벌써 그럴수 있는 요소들이 보인다.

(에잇, 밥통같은것들! 그리구두 칼차구 리승만을 지킨다구 록봉을 처먹어? 될대로 되라! 나도 이젠 모르겠다. 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으니 네놈들이 어디 한번 잡아봐라!)

그가 이렇게 속으로 경찰들에게 욕사발을 퍼붓는데 이번에는 몸이 여위고 체소한 사나이가 힘겹게 증언대에 오르고있었다. 진보당사건이 터진 후 《국제공산당 련락원》으로 죄명을 쓰고 구속된 정명갑이였다.

조봉암이 정명갑과 나누는 대화가 장내를 조용히 흔들었다.

《민단에서 언제 나왔습니까?》

《54년도입니다.》

《언제 부산에 왔습니까?》

《55년도입니다.》

《일본에서 왜 귀국했습니까?》

《일본에 간지도 스무해세월이 지나고보니 내 조국, 내 고향이 그리웠지요. 부산에 있는 아들한테 와서 여생을 보내려구 왔습니다.》

《부산에서 언제 나를 만난적이 있습니까?》

《55년 10월이였습니다. 우달수선생의 부친이 원장으로 있던 병원에 손녀가 앓아서 데리고 간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조봉암선생이 원장선생의 방에 계시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소장에는 바로 그날 당신이 도꾜에서 국제공산당 파견원의 지령을 받고 그 병원에서 나에게 지시문과 진보당의 강령초안을 넘겨주었다고 제기되여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우린 그런 일도 없고 나 또한 그랬다고 인정한것이 없습니다.》

《그때 있은 일을 그대로 되살려낼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선생이 그 자리에서 저에게 왜놈들이 지금도 우리 사람들을 숫보고 구박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놈들의 개버릇이 어데 가겠느냐고 대답하였습니다.

선생은 대단히 분개해하면서 빨리 우리가 잘살고 힘을 키워야 왜놈들이 우리 사람들을 무서워할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면 통일을 한시바삐 해야 한다고 했구요. 나라의 분렬로 인한 정치적인 손실은 물론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실로 엄청나다고 하면서 더는 남북이 찡당쨍당하는데 힘을 소모하지 말고 마음과 힘을 합쳐 그 어떤 놈도 다시는 넘볼수 없는 강국을 세워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때 선생이야말로 과시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날 선생은 인차 자리를 떴는데 가신 다음 원장에게 물으니 저분이 바로 유명한 조봉암선생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드님이 저분과 함께 큰일한다고 자랑합디다. 이게 답니다.》

《당신이 나와 우리 당에 북의 지령을 여러차례 전달했다고 했는데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줄수 있겠습니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설입니다. 바로 그것때문에 스무해만에 제땅이라고 찾아온 이 사람을 잡아놓고 그냥 못살게 굽니다. 나는 오늘 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경찰놈들의 악독한 죄행을 고발하기 위하여 간첩이 옳다는 문서에 지장을 찍고 여기에 왔습니다. 나는 재판장에게 고소합니다. 그 문서장은 거짓이며 조봉암선생과 관련된 모든 사실들은 어느 하나도 나의 입에서 나온게 아닙니다. 나는 저를 가두어놓고 나를 페인으로 만든자들을 법에 고소합니다.》

조봉암은 정의와 량심을 지켜낸 인간, 고국을 찾아왔다가 정치재판의 제물이 되여 터무니없는 고통을 겪고있는 동포를 진심으로 위로해주고싶었다.

《나는 당신이 꼭 풀려나서 아드님과 함께 고국에서 여생을 즐겁게 보내기를 희망합니다.

재판장과 법원에 제기합니다. 증언자의 고소는 반드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국은 고국을 찾아온 자기 동포에게 안식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에 모여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망명객의 설음을 눈물에 씹으며 살아본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고국이 아닙니다. 고국은 동포들의 어머니입니다. 제 품을 찾아든 자식을 이렇게 처참하게 만드는 어머니가 어데 있소?

내 여기 재판정에 참석한 법관들과 당국에 한마디 더 하겠소.

<내 어려서 송기를 찧어 떡을 만드는것을 보았더니 요즈음은 사람을 찧어 역적을 만듦을 본다.>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임진왜란때 충신 유학자 리항복이 한 말이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우달수가 피고석으로 돌아와앉는 조봉암에게 귀속말로 인사를 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신통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놈들이 아무리 그악을 부려도 재판은 이긴 재판입니다. 마지막싸움을 잘하여주십시오. 우리는 모두 선생님만 바라보고있습니다.》

《고맙소. 힘껏 하리다. 이제 동지들은 다 풀려나갈것 같소. 나가면 진보당재건에 힘써주오.》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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