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제 1 장

2

버드대좌의 총적지휘밑에 벌어진 사건의 서곡이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고있다는 소식이 경무대에 전달되여 리승만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사실 벌써 한달전부터는 조봉암에 대한 목조르기를 반영한 자료가 리승만에게 특급자료로 보고되였던것이다.

진보당을 깨지게 하고 조봉암까지 잡아넣었다고 해서 일은 다 됐다고 입이 째져가지고 관계자들을 불러다가 프란체스까와 함께 양주까지 대접했던 리승만은 여론몰이가 역반응을 보이자 법무부 장관대리인 류선민을 불러들였다.

류선민은 리승만이 행정권에 처음으로 들여앉힌 학자출신의 관료였다.

장관들 태반이 올려놓자마자 각종 리권에 개입하고 온통 더러운 추문만 다람쥐꼬리처럼 길게 달고다니면서 리승만의 면상에도 누런 칠을 해왔는데 특히 법무부쪽이 제일 말썽이였다.

초대법무부 장관으로 올려세웠던 놈까지 거슬러보면 어느 누구 할것없이 부정부패의 왕초로 락인이 찍혀져 이태를 넘기는자가 없었고 어느 재판이든 검은돈이 들락날락하지 않은것이 없었다.

그래 미국대사들까지 법무부 장관 하나라도 똑똑히 골라보라고 피대를 돋구어온다. 그러던차에 두해전에는 또 법무부 차관과 장관이 둘이 다 뢰물건에 걸려 여론의 질타에 줄줄이 너부러졌다.

리승만은 두루 복잡하게 생각을 굴리던 끝에 학계에서 학자로 인망이 두텁고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서울대학교 총장에게 자기의 비서를 보내여 법무를 주관해보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건의를 해보았다. 서울대학교 총장은 단마디로 사절했다고 한다. 비서가 돌아와 전하는 말이 《총리쯤이라면 몰라도…》 하는 기색이더라는것이다.

리승만은 그럴법도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비서를 돌려세워 그러면 총장더러 한번 법무부 장관재목을 천거해보도록 설복하라고 하였다. 이렇게 되여 물망에 오른것이 서울대학교 법학교수 류선민이였다.

리승만이 그를 만나보니 류선민은 이미 《헌법》작성에도 주역으로 관여한바가 있는 관록이 있는 학자였다. 사람이 절제가 있고 무게가 있는가 하면 손탁도 그닥 무르지 않아보였다. 흠이라고 할것 같으면 속에 식자가 들어찬 사람들이 항용 그러하듯 지나치게 도고한것이였다. 인사례절 하나만 보더라도 다른 장관들이나 심복부하들은 하루 열번, 스무번 만나도 이마가 땅에 닿을듯 허리를 꺾고 말도 조심스럽게 발라맞추는데 이 작자는 허리도 례의에 어긋나지 않을만큼 앞으로 약간 숙여보일뿐이고 제 하고싶은 주장을 꺼림없이 내놓았다.

원체 저보다 식자가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건방지다는 리유 하나로 무턱대고 주변에서 몰아내군 하던 리승만이였으나 행정권의 부패를 척결하라는 여론과 미국의 압력에 그를 법무부 차관으로 내세우는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론난끝에 차관을 거쳐 이번에는 장관대리감투까지 뒤집어쓴 류선민은 처음부터 리승만의 눈밖에 나있었다. 특히 조봉암문제가 제기되고 여기에 동생의 신상문제까지 겹치자 고민이 커지기만 하였다.

그는 진보당사건이 터졌을 때 드디여 올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리승만이 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장관들의 모임인 《국무회의》라는데서 이번 기회에 조봉암의 목을 아예 쳐버리라고 살기를 풍기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반만년을 이어온 이 나라 정치의 피비린 통치사를 절감하면서 이제 자기가 담당해야 할 악역에 아연하여졌다. 제일 그의 눈앞에 아프게 떠오른것이 동생 류선녀의 아련한 모습이였다.

조봉암이 체포되였다는 소식을 정제관에게서 확인한 류선민은 그날중으로 안해를 류선녀에게 보내며 무작정 끌고 오라고 일렀다.

안해가 신당동에서 돌아와 하는 말이 류선녀는 죽산선생도 감옥으로 떠나면서 돌아가라고 굳이 강권하셨는데 인간의 법도가 과연 어떻게 되여야 하는지 자기로서는 아직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안개발이 서린 답변을 하더라는것이다. 그러면서 죽산선생을 자기는 절대로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오빠도 도와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처지가 하도 가긍해서 전화로 두세번 찾아보았는데 도대체 만날수가 없다.

류선민은 이제 진보당사건은 조봉암사건으로 불리우리만큼 그에게로 집중되여있으며 자기 힘으로는 거꾸로 돌려세울수 없는 대세가 되였다고 한탄하였다.

(어휴, 세상일이란 고운 꽃이 먼저 꺾이고 티없는 옥이 쉬이 부서진다는 말이 맞는가부다.)

이 사건에 발을 드밀지 않는것이 상책이였지만 어차피 울며 겨자먹기로 피할수 없는 역을 놀수밖에 없는것으로 하여 리승만의 호출에 속이 떨리고 경무대의 마당에 들어서는 류선민의 걸음은 무겁기만 하였다.

리승만은 예기했던대로 오만상을 해가지고 맞았다. 대뜸 퉁명스럽게 물었다.

《조봉암사건이 어찌되는가?》

류선민은 보기 좋은 보통키에 약간 휘여든 등을 쭉 펴고 살색이 맑고 반듯한 얼굴로 잠시 리승만을 여겨볼뿐 인차 말문을 열지 않았다. 만나자바람으로 인사도 차릴새없이 퉁명스럽게 따지고드는것이 기분을 잡치고 아니꼬왔던것이다.

류선민도 자기 동생 류선녀에 못지 않게 도고하기가 이를데 없는 선비형의 관료이다.

스무살이라는 심한 나이차이를 둔 류선민과 류선녀가 나란히 걸어가면 누구나 그들을 남매간이 아니라 부녀간이라고 보기가 십상이다. 사실 그들은 생김새가 비슷할뿐아니라 사색적이면서도 절제가 있는 신사, 숙녀들로서 동료들과 제자들속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되여온다.

아직도 류선민에게는 관료체질이 몸에 그닥 배지 않았다. 그 자신이 자기를 관료로 대해주는것도 싫어하였다. 어찌할수 없이 자기의 몸과 마음에 배여드는 관료냄새에도 혐오를 느끼면서 자신을 도사리고있다.

그 누가 자기에게 호령하고 훈계하고 복종을 바라는데 대하여서도 습관될수가 없었다. 지금도 류선민은 리승만의 데설궂은 언행에도 그리 주눅이 들지 않고 자기 할바를 생각하며 여유작작하게 서있었다.

류선민은 리승만의 기분을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이 자리를 무난히 피해 서는 방향에서 대답을 어정쩡하게 하기로 재빨리 립장을 가지였다.

《제대로 되여가고있습니다.》

류선민이 어제 저녁 검찰총장에게 알아보았는데 시들한 대답이였다. 아직은 굳이 어떻다고 대답할것이 없고 형량을 매길만 한게 없다는것이다. 검사도 사실은 자신이 없어한다고 우는소리를 하였다.

류선민은 천만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어찌되여 신문과 방송으로 야단스럽게 떠들었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검사총장은 우에서 시킨 일이라며 책임을 리승만에게 밀었다.

류선민은 이제 사건을 맡아볼 재판관을 자기가 직접 고르고있었다. 여러명의 인물들을 서울지방법원에서 제기하여왔는데 경무대의 의도에 적중치 않다고 다 퇴를 놓았다. 조봉암사건의 진척이란 이 정도였다.

리승만이 불만스러울 때는 항용 그러하듯 입부리를 삐죽 내밀었다.

《뭘, 나도 귀가 있다니깐.》

《하여튼 그럭저럭 밀고나갑니다. 워낙 큰 인물이고 큰 사건이고보니 준비공정이 있어야 할듯싶습니다.》

《법무가 떨떨해. 그게 무슨 물에 물탄것 같은 대답인가? 이러면 이렇다, 저러면 저렇다 맺고 짜르는 멋이 있어야지.》

리승만의 어성이 조금 높아졌다.

《현재 구속적부심사가 결속되기 전에 어찌하든 물증이 마련될것이니 너무 념려마십시오. 지금 간첩단과의 접촉관련설을 확인할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고있으니 유죄가 틀림없을것입니다.》

류선민은 리승만의 소원대로 《간첩단》이요, 《유죄》요 하는 말은 하면서도 리승만이 또 다른 트집을 걸지 않도록 아직은 추상적인 가설이라는데 대하여 명백히 하였다.

리승만은 벌컥 역증을 냈다.

《지금에 와서야 자료가 확인되고있다니 증거가 없이 잡았다는 소리처럼 들리는구만. 외부에 말할 때 다들 주의하도록 하게. 이놈 저놈 입가진 놈 다 줴치다가는 그 입덕에 힘들게 잡아들인것들을 풀어주는 사례가 있을수도 있네. 조봉암은 벌써 조처되여야 할 작자인데 법시행이 너무 물러 지금까지 숨을 쉬고있는걸세. 내 이번에 법무의 손탁을 지켜보겠네. 이제는 임자의 몫이야. 참, 내 듣건대 임자와 조씨가 그저 슴슴한 사이는 아니라며? …》

리승만이 그냥 류선민을 훈계하다가 이렇게 엉큼하게 물고들었다.

《그건 저… 사실인즉…》

류선민이 당황해서 떠듬거리다가 혀바닥이 입천정에 가붙은듯 아무 말도 못하였다.

리승만이 그에게로 다시 오금을 박아 물었다.

《뭐, 처남매부사이라며? …》

기어이 대답을 듣겠다는 수작이여서 입을 여는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건 아닙니다. 우리 동생은 그저 리화녀대에서 해직되여 일자리를 구하다가 가정교사로, 아니 가정부로 들어갔습니다.》

《가정부? 대학교수로 있던 내인이 가정부라니? 후실이겠지. 가정부는 무슨 가정부… 언제? 임자가 법무로 들어앉기 전인가?》

《아닙니다. 아니 제 동생이 그를 마음에 둔것은 여러해 잘됩니다. 하지만 그 집에 들어간건 지난해에 있은 일입니다. 후실로 들어간것도 아니구요.》

《떨떨해, 떨떨하구만. 홀애비한테 과부라… 헝! 고양이 기름종지 노릴 때는 그 무슨 삼켜볼만 한게 있어서 그러는거지. 도대체 임자가 법무자리에 앉았으면야 내가 제일 미워하는 놈에게 제 동생을 넌떡 붙여주는게 어떤 일인지 알아야 할게 아닌가!》

《각하, 절대로 우리 동생은 조봉암과 정을 나누는 사이는 아닙니다. 제 동생은 정조관념이 굳은 내인이고 조봉암도 내가 몇번 접해봤건대 짝을 맞추어볼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었습니다. 그저 제 동생의 짝사랑입니다.》

《흥! 과부, 홀애비 정조관념이란 말 내 듣다 처음일세그려. 배꼽잔친 다 치렀겠는데 그거면 임자네도 처남매부가 되는거지 무슨 군사설인가? 짝사랑이란 말도 괴이하고…

거 임자 동생이 재색이 두루 갖춰진 흔치 않은 내인이라는데 호구지책때문이라면 여기로 데려오게. 내밑에서 일시키다가 임자맘에 흠썩할만 한 사내를 골라 살림도 차려주지.》

《각하의 은총을 동생에게 전하겠습니다.》

류선민은 속으로는 《말같지 않은 수작!》 하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었으나 허리를 굽석 꺾으며 감지덕지해 하는 형용을 지어보였다. 지금 당장은 리승만의 분을 가라앉히는게 우선이라 갈기를 쳐드는 자존심을 누르며 타협을 해보았더니 메스껍기 그지없다. 장관대리감투만 쓰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구차스러워질것 같진 않다.

《좋네, 좋아. 이번 일에서 법무의 립장이 중요하네. 이 우남인가, 죽산인가… 편을 명확히 갈라내게. 난 지금까지 임자를 섭섭하게 한게 없었네. 새 행정부 내올 때 이전 장차관들은 다 떼치우면서 임자는 장관대리로 내세웠지. 뒤소리가 많아 아직은 대리인데 이번 일이나 치르고보세.》

위협조에 추파가 발린 리승만의 수작질에 류선민은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무슨 정신에 경무대를 걸어나와 청사로 돌아왔는지 기억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쏘파에 기대여 숨을 돌리고나서 서기에게 병원에 간다고 이르고는 이내 청사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와서 이불을 쓰고 누워버렸다.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호미난방이라더니…》

류선민은 이렇게 오도가도 할수 없는 자기 처지를 개탄하며 뒤치락거리였다.

새벽녘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류선민은 또다시 전화로 조봉암의 집을 찾았다.

《선녀선생님은 몸이 불편해서 전화를 받을수 없다고 합니다. 저녁시간에 댁으로 가겠다고 합니다.》

류선녀를 찾는다는 류선민의 말에 잠시 기다려달라던 상대의 대답이였다.

류선민은 신경질적으로 송수화기를 전화통에 던져버리고 침실안을 오락가락하였다.

류선민은 동생의 결곡한 성미를 너무도 잘 안다. 그가 조봉암이 잡혀갔다고 쉽게 조봉암의 곁에서 물러설 녀인이 아니다. 그러니 어쩐단 말인가.

리승만이 기광을 부리는걸 보면 조봉암이 그냥 풀려나기는 힘들것 같다. 저 두상태기가 심술을 부리면 누구든 휘여내는 수가 없다고들 한다. 겪어보니 듣던것보다도 더욱 완고해서 말붙여볼 바늘귀만 한 틈새도 없다.

그러니 야단이 아니냐. 동생의 하정을 생각해서라도 조봉암을 도와나서야겠는데 리승만이 등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있으니 리승만이 모는대로 움직이는수밖에 없다.

《에잇! 당초에 살기가 지긋지긋하군! 감투는 왜 써가지고…》

류선민은 이렇게 혼자소리로 푸념질하다가 안해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아침상 받아야 할 시간이라고 일러주는 바람에 세면장으로 어정어정 걸어갔다.

청사에 나온 류선민은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경무대의 지시라고 하면서 경찰과 검찰은 사건발표에 신중을 기하여야겠다고 점잖게 훈시하였다.

이날 다른 장소의 기자회견장에 나선 경무대 공보실장은 내무부와 합의한 문제라고 하면서 즉시 진보당의 법적등록을 취소할데 대한 명령이 내렸다는것을 발표하였다.

그는 진보당등록취소리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진보당이 주장한 통일방안이 북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는 점.

둘째, 진보당간부들이 국제공산당과 련계를 가지고있었다는 점.

셋째, 당안에 특수부서를 만들어 특수당원들을 모집하여 체제전복을 기도했다는 점.》

공보실의 발표문이 공개되자 항의투쟁이 시작되였다.

아직 구치장에 끌려가지 않고 진보당을 지키고있던 사람들이 서울과 모든 지역들에서 일제히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심의조차 하지 않고 앞으로 재판결과를 보고 심의하겠다고 보류하였다.

재판결과도 보지 않고 이런 명령을 떨굴수 있느냐, 이건 위법이라고 따지고드니 고등법원의 대답이 역시 엉터리궤변이였다.

《우리가 초보적으로 료해한데 의하면 진보당의 정강이나 지금까지의 활동에서는 아직 위법성을 찾지 못했으나 조봉암의 집에서 권총이 나오고 불온문건까지 나왔다니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진보당이 불법성을 면치 못하는것이 아니냐.》

법원의 기이한 론법이 통할리가 만무였다. 그 마디마디를 걸고 추궁하니 하여튼 지켜보자며 강짜를 부렸다.

경찰이나 검찰은 초조해하고있었다. 조봉암과 그 측근인물들을 취조하면 할수록 그 담당자들은 서뿔리 사건을 터쳐놓았다는것을 깨닫게 될뿐이였던것이다.

그런데다가 구속적부심사날자가 끝나가고있었다. 구속적부심사란 경찰이 범인을 구속하는것이 법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를 심의하는것을 말한다. 일정한 기일안으로 죄를 꾸며내서 법정에 기소해야지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구속자들을 무죄로 풀어주게 되여있었다.

경찰과 검찰에서는 이미 범죄에 대한 물증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크게 소문부터 내돌렸으므로 정제관이나 검찰총장은 완전히 등이 달아서 안절부절이였다.

한편 류선민은 리승만이 뒤에서 삿대질을 하고있는 한 그런 일은 없겠지만 천행으로 제발 자기 날자안으로 법정에 기소가 제기되지 않아 사건이 흐야무야되고 조봉암일행이 풀려나오기만을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리승만은 사태가 제놈의 기도대로 진척되지 않고있다는것을 보고받자 또다시 정제관과 검찰총장을 불러다놓고 눈이 빠지게 닥달질을 하였다.

상전에게서 된욕을 얻어들은 경찰과 검찰의 우두머리들은 그들대로 담당자들을 불러다놓고 기한전에 법정에 기소하지 못하면 네놈들을 직무태만죄에다가 《간첩단련루자동정죄》라는 죄를 묶어 처벌하겠다고 기합을 가하였다.

정제관은 로골적으로 마구 줴쳤다.

《사형에 처하라-이것은 경무대의 지령이다. 이제는 쑤셔놓은 불집이다. 죄를 만들어내라!》

이렇게 되자 악랄한 고문과 회유, 공갈, 협박이 뒤를 따랐다.

사람들은 고문장에서, 심문장에서 얻어맞아 피를 흘리고 별의별 포악무도한 악행에 쓰러졌다.

뒤늦게 잡혀온 우달수는 취조관의 야만적인 행위에 위협적으로 오금을 박았다.

《이놈! 네놈들이 <국회>의원을 함부로 잡아온것부터가 불법인데 주먹질까지 하는구나? 이제 옥문이 열리는 날에는 내 네놈을 내가 갇혔던 옥에 가두고 내가 맞은 열배로 매질을 시킬테다!》

취조관은 형리들을 불러들여 그를 발가벗기고 몽둥이로 때려 실신하게 하였다.

조직간사는 고향이 북이라는것으로 하여 《조봉암에게 파견된 북의 공작원》이라는 강박을 받으며 한강으로 끌려가 얼음구멍에 처박히우는 고문을 련일 당하였다. 이번에 끌려온 사람들가운데는 함경도출신으로 매우 강하게 속이 다져진것으로 하여 《관북3인방》으로 불리우는 세명의 간사들이 있었다. 형리들은 그들에게 비슷한 죄행을 씌워놓고 위협하고 고문하여 굽혀보려 했으나 원체 니전투구의 기질을 타고난듯 한 그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신창균도 피투성이가 되였으며 윤기중은 이발이 부러져나갔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나 정의와 의리로 당을 지키고 조봉암을 지켜 량심에 저촉되는 일은 티끌만치도 하려 하지 않았다.

리승만일파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진보당사건의 구속적부심사기간은 법에 따라 한달로 눌러져있었다. 그 한달기간에 자백을 받아내고 만들어진 각본에 이른바 죄인들의 지장을 받아내야 하였다. 상대가 누구라 없이 대쪽같은 인간들이여서 좀체로 휘여낼 재간이 없었다. 경찰이나 검찰이 따지고드는것이 상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대체로는 비슷비슷하였다.

《조봉암은 상부의 정책으로 치게 되여있다. 당신들은 그의 동조자이거나 지지자들이다. 그러나 범죄의 유무에 관계없이 피동인물은 풀어주게 되여있다.

다음의 문제들에 대하여 시인하면 즉시로 풀려나가게 된다.

첫째, 자신이 공산당원임을 자백하라.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공산당은 죄되는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렇게 자백한다고 당신들에게 유죄를 줄수는 없다.

둘째, 평화통일안은 당중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봉암이 혼자서 우겨대서 결정했다고 하라.》

진보당원들은 하나같이 억척이였다.

반대세력들이 진보당을 북과 련결되여있는 불법조직으로 몰며 조봉암을 이미전부터 떠들어온대로 북의 조종을 받는 《간첩단의 수괴》로 몰자는것이 분명한 이상 놈들이 조작한 거짓진술에 응할수도 없었고 도장을 찍어줄리 만무했다.

전혀 그런 일이 없었거니와 설사 그렇다 해도 조봉암과 당을 배신하여 놈들의 모략에 놀아날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고무하고 격려하며 한본새로 싸웠다.

《견디여내자! 한달… 한달을 버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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