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서 《불멸의 력사》중에서
장편소설
정 기 종
(제 6 회)
5
김일성동지께서는 지웅도를 기다리고 계시였다. 시보안서에 옮겨 진 그를 김책이 차를 가지고 직접 데리러 갔던것이다. 손에 일이 잡히지 않으시였다. 이제 있게 될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 제2차 확대집행위원회 준비문건들을 앞에 놓고 계셨지만 줄곧 그에 대해서만 생각하시였다. 지웅도를 친일파라고, 새 조국 건설을 반대하는 반동놈이라고 잡아가두었다고 한다. 평천리 병기공장 지하실과 자기 집 창고에 귀중한 기계설비들과 돈자루를 감춰둔것이 그 죄상이였다. 왜놈들에게 붙어 무기를 수리해 주던 기술자가 딴 마음을 먹고 이번엔 제일 귀한 기계설비들과 돈을 감췄다는것이다. 《인민들의 신고》에 따라 그자를 잡아 가두었노라고 수염을 기른 감찰과장이 우겨 댔다고 한다. 그런데 그자는 광복전 하세가와란 일본놈이 책임진 평양세무소의 서기였다고 한다. 최용진이 나가서 그자를 철직시켰다. 조만식의 평안남도 인민정치위원회 공인이 찍힌 파견장이 있었지만 그자가 리병훈의사까지 일본인녀성과 같이 산다는 리유로 부당하게 검속한것 등 죄상을 까밝히고 초보적인 법률상식도 없는 무뢰한이라고 격분에 넘쳐 단죄하고 무기를 압수했다고 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웅도를 믿고 계시였다. 그가 행불되고 좋지 못한 소문이 돌아 갈 때에도 그는 절대 어데로 도망 갈 사람도 아니며 나쁜짓을 할 사람도 아니라고, 기어이 그의 행처를 찾으라고 과업을 주시였었다. 그를 처음 만나시였을때 벌써 그의 깨끗한 량심과 애국심을 보시였던것이다. 그것은 지난 10월 2일에 있은 일이였다. 당창건준비사업으로 분망하시던 그날 시간을 내여 평천리 병기공장으로 차를 달리시였다. 승용차가 평천다리에 올라 서자 멀리 게딱지 같은 판자집, 토벽집, 벼짚나래를 대충 둘러 친 집 아닌 집들이 널려져 있는 《거랑촌》, 《적굴동》으로 불리우는 토성랑과 콩크리트담벽들과 석탄재가 깔린 길바닥에 회오리치는 시꺼먼 먼지타래뿐인 평천리를 아픈 심정으로 바라보던 일이 지금도 잊혀 지시지 않는다. 평천리 병기공장(이전 병기제조소)은 콩크리트화점 같은 보초막으로 그 무시무시한 자태를 드러 냈으나 사람은 그림자도 없었다. 담벽쪽에 가득 쌓여 있던 쇠밥더미, 그 속에서 삐죽삐죽 형체를 드러낸 총가목과 포탄깍지들, 엿가락처럼 휘여 든 철골들과 철사퉁구리가 구내에 버려 져 있는가 하면 깨여 진 스레트쪼박들이 가랑잎처럼 사방 뿌려 져 있는것이 무서운 격전을 치른 전장 같았다. 한때는 인천병기제조소 다음가는 큰 병기공장으로서 매해 수백문의 포들과 기관총, 수십만정의 보총을 부속품을 갈거나 수리하여 대륙의 전장에 실어 보내던 악명 높은 공장이 페허로 되였다. 일본놈들이 패망하면서 죄다 뚜들겨 부셨고 나머지는 장사군들이 나사못 한개까지 다 뽑아 갔던것이다. 여러채의 건물들을 돌아 보셨으나 거의나 매한가지였다. 그때 그이께서는 한가닥 기대마저 허물어 져 버리는 심한 좌절감에 가슴이 저려 드시였다. 군건설위업에 한몫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토록 바쁜 시간을 내셨는데 그만 늦었었다. 주도일부관이 여기저기 들여다 보고 와서 《장군님, 아무도 없습니다. 텅 비였습니다!》라고 맥 풀린 어조로 보고 드렸다. 바로 그때 맨 끝의 건물쪽에서 소영각소리가 울렸다. 누군가의 웨침소리도 뒤따랐다. 그이께서는 주도일을 앞세우고 급히 그쪽으로 가보시였다. 미처 뜯어 가지 못한 쇠문짝앞에 달구지가 서 있고 멍에를 멘 황소가 느침을 흘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문짝안에서 다툼질을 하는듯 했다. 누군가의 새된 목소리를 맞받아 여럿이 한꺼번에 부르짖는 격한 웨침은 그이께서 안에 들어 서실 때에도 계속되였다. 철근간살을 댄 창가로 흘러 든 해빛이 기계를 가운데 놓고 몰켜 서 있는 사람들의 이지러진 얼굴들을 비쳐 주고 있었다. 승마바지에 고무장화를 신은 사람을 여섯이나 되는 사람들이 둘러 싸고 목에 피대줄을 세우며 몰아 주고 있었다. 《너절한 놈, 턱주가리를 답새기구 말가부다. 아예 씨벌이지 못하게.》 《왜놈들한테 붙어 먹던 이놈, 네놈을 공설운동장에 끌어 내다 모가지를 비틀어야 알겠어?》 《이 친일파놈아, 되지 못하게 누굴 훈시하려는거야. 닥치구나 있을게지.》 그때 몰리우던 승마바지가 바로 지웅도였다. 그는 기계를 막아 서서 그들모두에게 충혈진 눈의 흰자위를 굴리며 새되게 부르짖고 있었다. 《그래선 안되오. 이건 도적질이요. 도적질!》 더는 참지 못한 사람들이 그한테 달려 들었다. 《닥쳐라, 이 친일파놈아!》 선반기를 묶으려고 바줄을 움켜 쥐고 있던 두 장정까지 씽하니 나서며 굵은 바줄을 채찍처럼 휘두르려 했다. 때마침 주도일이 뛰여 들며 《가만, 이게 무슨짓들이요?!》 하고 소리쳤다. 사람들이 일시에 굳어 졌다. 군복차림에 권총까지 차고 있는 주도일을 그들은 두눈을 슴벅거리며 놀라서 보고 있었다. 그이께서도 그들속으로 들어 서시였다. 《무슨일입니까, 왜들 싸우고 있습니까?》 그이의 근엄하신 안색을 여겨 보던 중늙은이가 두루마기 앞자락을 여미며 공손히 말씀드리였다. 《저… 이 기계때문에 좀 다퉜습지요.》 《그러니 이쪽에선 기계를 실어 가려 왔구 저기선 그걸 가져 가지 못하게 막았단 말이지요?》 《예, 예, 옳습니다.》 여섯사람모두가 눈길을 떨구며 웅얼거렸다. 범상치 않은 그이의 모습에 담박 주눅이 들어 버린것 같았다.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기계는 왜 실어갑니까. 자기것도 아닌데.》 두루마기 중늙은이가 또 머밋거리며 대답 올렸다. 《이건 저… 왜놈들건데… 광복이 됐은즉 우리가 쓸가 해서… 그런데 이 사람이… 아니 이 왜놈의 앞잽이가 중뿔나게 나서서…》 그가 응원을 청하듯 함께 온 사람들을 둘러 보자 저으기 용기를 얻은 여럿이 일시에 친일파니 왜놈의 앞잡이니 하고 입을 모아 떠들었다. 《친일파라…》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그래 여러분은 친일파를 타도하러 왔습니까. 아니면 기계를 뜯어 가려고 왔습니까. 그래 어느쪽입니까?》 《…》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럼 <친일파>한테 물어봅시다. 당신은 왜 이걸 가져 가지 못하게 합니까, 당신이 이 기계들의 주인입니까?》 《아, 아닙니다.》 지웅도의 대답이였다. 《주인은 아닙니다만… 광복이 됐다구 저마끔 다 가져 가면 뭐가 남겠습니까. 공장은 어떻거구…》 몸은 체소하나 고집스럽게 생겼다. 좁은 이마전으로 드리운 강굴머리와 새된 목소리가 특히 인상적이였다. 《이사람 말이 옳습니다.》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나라가 광복됐는데 우리 손으로 공장도 돌려야 할게 아닙니까. 그러자면 주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럼 누가 주인이겠습니까.》 그때 그이께서 지웅도의 이름을 물으시였다. 《음- 지웅도! 이 사람이 주인입니다. 이제부터 이분이 이 공장의 주인입니다!》 모두들 경악한 낯빛이였다. 지웅도자신도 다른 사람들, 지금껏 피대를 돋구며 싸우던 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두눈을 슴벅거리고 있었다. 《왜들 놀랍니까, 아- 친일파라구 해서?…》 그이께서 웃으시자 허름한 맥고모를 쓴 장정이 코밑을 세게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그럼 친일파가… 아니란 말씀이신가?…》 《왜놈들밑에서 일했다고 해서 다 친일파라고 볼수는 없습니다. 그럼 당신은 전에 무슨 일을 하였습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맥고모는 얼굴이 벌개졌다. 《저… 불을 때는 화부였습니다. 왜놈들의 보이라에서…》 《음- 왜놈들의 보이라에 불을 때주었다- 그러니 역시 친일파이구만.》 《예? 제- 제가 친일파란 말입니까?》 《그것 보시오. 자기는 불에 덴것처럼 놀라면서 다른 사람에겐 함부로 친일파감투를 씌우니 그게 옳은 처사이겠습니까. 다 잘 아는것처럼 대체로 일제기관에는 소사, 고원, 견습서기, 그우에 판임관, 주임관이 있는데 판임관, 주임관은 고등관이라고 했은즉 그쯤 해먹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마지못해 밥벌이나 한 사람을 친일파로 볼수는 없습니다. 더우기 이 분은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모욕을 참아 가며 기계를 실어 가지 못하게 막아 나섰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새 민주조선건설에 한몫 단단히 할 귀중한 밑천이기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을 친일파라고 타도하겠다니 어디 될말입니까?》 그이께서는 맥고모와 바줄을 든 장정들을 차례로 둘러 보시였다. 《이제부턴 당신들모두가 이 기계의 주인, 이 공장의 주인입니다. 어떤 헬메트를 쓰고 조끼주머니에 금시계줄을 드리운 사람이 하이야를 타고 주인으로 오려니 생각마시오. 당신들이 바로 공장의 주인들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기계를 살리고 공장을 돌리며 인민의 새 나라를 일떠세워야 합니다.》 《?!…》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쇠기름내와 알싸한 먼지가 떠도는 공기를 정신없이 들이마시고 있었다. 돌연 눈섭이 시꺼먼 장정이 바줄을 내던졌다. 《도적질이지, 우리가 너절한 놈팽이들이였어. 장사군들 꼬임에… 제길!》 두루마기를 입은 중늙은이도 중얼거렸다. 《정신들이 나갔지. 제나라 재산을 훔치다니…》 그는 몸가짐을 바로 하고 자기가 아는껏 장사치들이 뜯어 간것들을 다 가져 오게 하겠노라고 했다. 그이께서는 허리 굽혀 인사를 거듭하며 잘못을 비는 그들모두를 하나하나 손잡아 주시며 인민의 새 나라를 위해 나사못 하나라도 다 찾아 오도록 같이 힘쓰자고 하시였다. 지웅도에게는 이 사람들의 힘을 빌어 이미 뜯어 간 기계설비들을 다 찾아 보관하라고, 시급히 공장을 살릴 대책을 연구하며 아무때건 방조가 필요하면 빨찌산 정치위원을 찾아 오라고 이르시였다. 깊이 감동된 사람들모두가 지웅도를 적극 돕겠다고 김장군님부대의 정치위원어르신의 말씀을 사람들께 널리 알리고 도와 나서게 하겠노라고 거듭거듭 되뇌이였다. 바로 그때부터 지웅도는 기계설비들을 모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돌연 행불되였는데 열흘나마 걸려서야 겨우 행처를 알아낼수 있었다. 그에 대한 심문기록엔 그가 일찌기 평양대동공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개인경영의 철공소에서 몇해 일하던중 일본인기사 니시오까의 주선으로 평천리병기제조소에 입직하여 10년간 일한 친일파라고 씌여있었다고 한다. 자서전을 쓰라면 단 두줄로 요약할 평범한 인생행로였지만 그 두줄의 리면엔 헤아릴수 없이 많은 모욕과 고초와 굴욕이 슴배여 있을것이다. 드디여 김책이 지웅도를 데리고 왔다. 면도를 대본지 오래여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이 때국이 오른 코트를 한팔에 걸치고 허둥지둥 들어섰다. 눈이 바로 서지 않는듯 거의나 아무것도 가려 보지 못하며 허리 굽여 인사를 올리는데 거무스레한 얼굴이 훌쭉해져 있었다. 장군님께서 급히 마주 가시여 두손을 잡아 주시였다. 차디찬 손의 감각이 저리게 느껴 지시였다. 《그새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장군님!》 여전히 그는 흐려 진 눈을 허둥지둥하며 턱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윽고 두눈을 사뭇 껌벅이더니 흠칫했는데 눈귀로부터 관자노리쪽으로 주름살이 퍼져 나갔다. 《아니?!…》 비로소 그는 전날의 빨찌산정치위원을 알아 본듯 하였다. 장군님께서 그를 자리에 이끌며 말씀하시였다. 《전번엔 안됐습니다. 그때까진 질서가 그러해서… 제가 김일성입니다.》 《장군님!》 지웅도는 목 메인 음성으로 부르짖으며 의자에서 일어 나 땅바닥에 풀썩 무너지듯 했다. 《용서하십시오. 이 미거한게…그런것도 모르구 그만…》 《아 이러지 마십시오.》 장군님께서 다시 그를 일으켜 자리에 앉도록 하시였다. 《오히려 제가 용서를 빌어야 할가 봅니다. 량심적인 기술자를 잘 돌봐 주지 못해서 이렇게 고생을 시켰으니…》 《아닙니다. 장군님, 그건 제가…》 《그런데 왜 빨찌산정치위원이 시켜서 기계설비들을 모아 놨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야 어떻게… 귀하신 직함을 함부로 입에 올릴수 없어서…》 소박하고 진실한, 진정 깨끗한 량심을 지닌 사람이였다. 이런 사람들이 흔히 루명을 쓰기 쉽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기에 이들의 진정을 알려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안된다. 그 마음을 볼줄 알아야 한다. 색안경으로가 아니라 사랑과 믿음의 눈으로 들여다 보아야만 한다. 장군님께서는 일부 딴 생각을 품고 있는 나쁜 놈들 혹은 지금과 같은 복잡한 정세를 리용하여 권력의 자리를 탐내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끼여 들어 사람들을 괴롭히고 정의를 우롱하고 있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렇지만 새 조선은 일떠서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웅도기사도 한몫 할것으로 믿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노여움도 풀고 다시 일에 착수해 주시오. 기사동무 할 일이 대단히 많습니다.》 《장군님, 그렇게 믿어 주시니 무슨 말로 고마운 인사를 올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일감만 많이 주십시오. 힘자라는껏 일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사동무. 우선 공장을 살립시다. 기계설비들을 다 찾아 갖추고 그전날 거기서 일하던 로동자, 기술자들을 다 찾아내야겠습니다. 우리도 힘껏 돕겠습니다. 적산물자가운데서 일부 기계들을 실어 왔는데 그곳에 보내줄가 합니다. 기업소를 조직해서 빠른 시일안에 무기수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예?… 무기수리말입니까?》 지웅도의 광대뼈가 두드러진 두볼이 별안간 푸르스름한 재빛으로 물드는듯 싶었다. 《왜 그럽니까?》 장군님께서 물으시자 그는 허둥거리며 지금까지 한마디 말도없이 앉아 있는 김책을 돌아 보았다. 《무기수리라니 그건?…》 장군님께서는 역시 의아해 하는 표정이시였다. 《기사동무야 보총이나 기관총, 대포수리가 전문이 아닙니까. 그 일을 또 해보자는것입니다.》 《?!…》 지웅도는 호된 타격에 머리가 뻥해 진듯 하였다. 차츰 죽은 사람처럼 해쓱해지며 숨이 찬듯 허덕이였다. 마침내 입을 열었을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생기 잃은 두눈은 향방없이 헤매이고 있었다. 《장군님, 전… 그 일만은… 죽어도 다시 안하기로 맹세했습니다. 왜놈들의 강요에 못 이겨 한것만 해도 천벌을 받아 마땅한데… 이제 또 사람잡이 하는 총을…》 《사람잡이하는 총이 아니라 나라와 인민을 지키는 총입니다. 그게 우리한테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왜놈들의 강요가 아니라 우리 인민의 요구에 의해서 그걸 또 시작하자는것입니다. 알만합니까?》 《아 아니, 전… 전…》 참고 참아오던 김책이 엄하게 《기사동무!》 하고 주의를 주었다. 장군님께서 가만 놔두라고 하시였다. 《광복이 됐는데.》 하고 지웅도가 떠듬거리며 계속했다. 《또 총을… 수리하라고 하실줄은… 전 기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 나라를 위해서… 맘껏 일해 보고 싶습니다. 장군님, 외람된 청이지만… 제발 그 일만은… 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간절히… 간절히 부탁합니다.》 《…》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탁자우의 회의준비문건을 천천히 번지시였다. 북조선자치기관에 대한 문제,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문제, 로동조합에 대한 문제, 토지문제위원회 조직문제, 철도운수 및 산업부흥에 대한 문제, 녀성단체사업에 대한 문제, 식량대책위원회조직에 대한 문제 등… 13가지 문제가 토의될 제2차 확대집행위원회 회의준비문건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에 앞서 가장 절박하고 중대한 문제가 바로 총에 대한 문제라는것을 또 이 기술자에게 목이 쉬도록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것은 쉽지 않다. 몇시간 아니 여러날이 걸릴수도 있다. 그렇지만 깨우쳐 주고 분발케 해야 한다. 지웅도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에게 총이자 힘이고 민족의 자주권이며 그들자신의 운명이라는것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좋습니다.》 그이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지금은 돌아가서 몸조리부터 하시오. 식사를 하고 목욕도 하고 푹 쉬시오. 김책동지가 편의를 돌봐 드릴겁니다. 푹 쉬고 나서 잘 생각해 보시오. 우리의 이야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웅도는 죄스러워 몸둘바를 몰라 하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근만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것처럼 어깨도 바로 펴지 못하고 있었다. 장군님께서 그의 등에 손을 얹으시였다. 《어쨌든 공장부터 살립시다. 무엇을 만드는가는 후에 보기로 하고… 그러되 걸리는것이 있으면 아무때든 찾아 오시오.》 《예,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웅도의 떨리던 목소리가 조금 갈앉고 있었다. 《그런데 저… 지금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데…》 《무엇이든 서슴지 말고 말하시오.》 《저… 힘 센 사람들이 한 여라문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계설비들을 지키려니…》 《아 그것말입니까.》 그이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힘센 장수들이 필요하다- 그건 맘 놓으시오, 공장에 가보면 알게 됩니다. 총멘 사람들이 벌써 가 있습니다.》 그를 바래주고나서 장군님께서는 점도록 한자리에 서 계시였다. 탁자우의 회의준비문건들을 내려다 보고 계셨지만 생각은 지꿎게도 군사학원터전이며 지웅도며 평천리병기공장의 한산하던 풍경에로 달리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