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55 회 )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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렬차가 강계에 도착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기 앞서 도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장관우를 비롯한 도안의 일군들을 렬차집무실에 불러주시였다. 동행한 일군들도 모두 참석한 이 뜻깊은 좌석에서는 자강도인민들이 달성한 투쟁성과가 자랑스럽게 총화되였다. 그이께서는 고난의 시기 일부 일군들이 우는 소리를 하며 부처님처럼 랭방에 가만히 앉아 떨고있을 때 혹한속에서 곳곳에 발전소들을 건설하여 공장도 돌리고 살림집들의 전기난방화까지 실현한 자강도사람들, 다른 고장보다 훨씬 더 극심한 식량난과 생활난을 참고 견디며 공장을 궁전처럼 꾸려놓고 거리와 마을을 사화주의맛이 나게 일신시킨 자강도인민들의 투쟁을 높이 평가하시였다. 바로 그 정신, 열백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이 땅우에 자기 힘으로 얼마든지 사회주의강성대국을 일떠세울수 있는 강계정신이 창조됨으로써 적들의 악랄한 경제봉쇄를 뚫고나갈 파렬구가 열린데 대해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장내에 우렁찬 박수갈채가 터져오르는가운데 김정일동지의 열정에 넘친 음성은 《렬차집무실》을 드렁드렁 울리며 일군들의 심장속으로 뜨겁게 흘러들었다. 그이께서는 사회주의진영이 해체된후의 국제정세의 움직임과 민족리기주의를 추구하는 나라들의 동향, 고립무원한 상태에서 익측이 없는 싸움을 하지 않을수 없는 우리 혁명의 간고성에 대해 심각히 분석하시며 오로지 자력갱생만이 살길임을 다시한번 명철하게 밝혀주시였다. 적들의 총전략은 우리를 고립, 질식시키려는것인데 자강도인민들이 보기 좋게 통장을 불렀다고 하시면서 가슴후련히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시였다.
이날 밤이 퍼그나 깊어 자강도일군들과의 접견이 끝난후 그이께서는 헤여지기 서운해하는 태혁의 마음을 위로하며 여러가지로 인정겨운 말씀을 많이 하시였다. 그이와의 작별을 앞두고 말없이 눈물을 머금던 태혁이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저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제 장군님께서 와계시는동안 전사된 도리를 못했는데 자강땅의 종점까지만이라도 바래워드렸으면 합니다.》
《이 밤중에 어디로 따라온단 말이요?》
《장군님.》
태혁의 안해도 떨어지기 아쉬워 울상을 짓고 안타깝게 졸랐다.
《저희들은 늘쌍 다니던 길이여서 일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뭇 난감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시였다.
《원, 이런 억지라구야… 정 소원이면 같이 갑시다.》
얼마후 역구내에 멎어섰던 렬차는 드디여 레루우에서 서서히 움직이며 자국을 떼기 시작했다. 도안의 당, 행정기관책임일군들이 홈에 나와서 력사적인 자강도현지지도를 마치고 떠나시는 그이를 배웅해드렸다. 잠시의 휴식도 없는 이틀동안의 현지지도, 《렬차숙소》에서의 고달픈 침식에 이어 그이께서 또다시 깊은 밤 북방지구의 머나먼 철의 도시로 찾아가시는 막중한 로고의 끝은 과연 어디일것인가… 태혁은 이따금 눈보라에 가리워 희미하게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강계역사를 먼 빛으로 바라보며 서있다가 무심중에 등뒤의 안해를 돌아다보았다. 하지만 아무 할말도 없는 자신을 느끼며 이내 눈길을 떨구었다. 안해도 그런 기미를 챈듯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서 손수건만 꼬깃꼬깃 구겨쥐였다. 자기들이 장군님의 곁에 있다는것만이 중요하고 그밖의 다른것엔 전혀 관심이 없는듯 한 태도였다. 렬차가 도간도간 레루의 련결짬을 넘어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조용히 흔들리는 문휘장, 그 모든것들이 아직은 장군님과 한렬차에 앉아있음을 그들에게 따뜻이 속삭여주고있었다. 이따금 차창밖으로 스쳐지나는 산간역들의 역명판만이 장군님과 단 한시각이라도 함께 있고싶어하는 그들의 행복한 마음을 한토막 한토막 사정없이 잘라내는듯 싶었다. 만포를 지나자 산세가 험해져 렬차는 가파로운 산발을 에돌기도 하고 문득문득 차굴안으로 돌진해들어가며 요란한 소음속에 잠겨버리기도 했다. 어두운 차굴안에서 빠져나온 렬차는 다시금 사나운 눈보라가 휘몰아쳐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산중의 깊은 계곡을 따라 우불구불 달리였다. 사위는 온통 휘뿌연 눈가루의 장막… 렬차는 점차 해발고가 높은 북방땅의 올리막길을 달리며 한참씩 속력을 늦췄다간 다시 어둠속으로 기운차게 질주해가고있었다. 그이의 강행군현지지도의 길을 따라다니며 피곤이 쌓일대로 쌓인 태혁은 사정없이 밀려드는 졸음에 취하여 그 모든것을 어렴풋한 의식속에 느끼고있을뿐이였다. 그러던중 그는 차창가에 바싹 붙어앉았던 안해가 눈이 휘둥그래서 마구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정신을 버쩍 차렸다.
《여보, 렬차가 뒤로 가요?》
《무슨 소릴 하오?》
《얼마전에 삼장을 지났는데 또 삼장이예요.》
《당신이 잘못 봤겠지?》
《아니예요!》
안해의 기겁한 소리에 와닥닥 놀란 태혁은 차창에 급히 얼굴을 가져다대였다. 순간 유리창에 이마를 되게 부딪친 그의 얼굴에서 안경이 바스라질듯이 떨어졌다. 태혁은 안경이 없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눈보라가 사납게 휘몰아치는 어둠속을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렬차는 분명 쏜살같이 후진하고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혹시 렬차가 뒤로 미츠러지는것이 아닌가? 태혁은 정신없이 복도로 뛰여나갔다. 그의 머리속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렬차를 무조건 멈춰세워야 한다는것밖에 다른 생각이 없었다. 등뒤에서 울상이 되여버린 안해가 안경을 내밀며 《안경… 안경!》하고 소리쳤으나 그는 아무것도 가려듣지 못했다. 흔들리는 렬차의 복도를 지나 옆방으로 허둥지둥 달려간 그는 주먹으로 세차게 문을 쾅쾅 두드렸다. 그 요란한 소리에 선잠을 깬 일군들이 이방저방에서 뛰쳐나와 무슨 일인가고 다급하게 물었다. 태혁은 사색이 되여 렬차가 거꾸로 달린다고 짤막히 웨쳤다. 모두들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낯빛이 시커멓게 질려 헤덤벼쳤다. 갑자기 렬차안에 복닥소동이 일었다.
마침 부관이 그 낌새를 채고 급히 뛰여오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런지 몰랐다. 그들앞에 떡 막아선 부관은 렬차가 정상으로 달리여 강계로 되돌아가고있으니 정숙을 지켜달라며 애걸하듯 말했다.
《뭐라구요?》
태혁은 그만 넋나간 사람처럼 부관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렬차가 강계로 되돌아가다니?… 귀밑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금시 쓰러질듯이 비칠거리는 그를 누군가 등뒤에서 부축해주어 태혁은 가까스로 서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