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3 회 )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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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이의 손길에 이끌려 렬차에 오른 태혁은 문켠에 어리둥절히 서있었다.

뜻밖에도 안해가 《렬차숙소》에 와있다가 《장군님!》하며 그이의 앞으로 달려왔다. 근 십년만에 장군님을 만나뵙는 안해 신숙경은 너무 반가와 축축히 젖어버린 눈굽을 연송 손수건으로 꽁꽁 눌러대며 갑자기 차례진 행복을 어떻게 감당할지 몰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미소를 띄우시고 숙경에게 정답게 물으시였다.

《이전에 나한테 코스모스를 꺾어주면서 곧장 들국화라고 우기던 땅고집쟁이 현이는 왜 보이지 않습니까?》

한가정의 부모된 다심한 심정으로 그이께서는 현이가 빠진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시였다. 한없이 소탈하고 인정겨운 그이의 물음에 어느새 어려움을 잊어버린 신숙경은 상냥히 웃으면서 대답올렸다.

《장군님, 현인 기계공장에 다니는데 밤일을 나갔습니다. 무슨 애가 그렇게도 철딱서니 없는지 장군님께서 자기네 공장에도 어련히 오시겠는데 같은 값이면 씽씽 돌아가는 기대앞에서 떳떳이 만나뵙겠답니다.》

숙경의 응석기가 풍기는 말에 그이께서는 즐겁게 웃으시였다.

《현이의 마음이 기특하오. 아이때의 옹고집쟁이성미도 여전하구. 참, 현인 어려서 예술체조에 취미가 있다고 했는데 왜 로동생활을 합니까?》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그만치 아이를 셋씩이나 길렀지만 알다가도 모를게 그애의 마음입니다. 예술체조교원도 늘쌍 현이가 몸매도 곱고 전망성이 있다고 칭찬하길래 우리 집안에도 예술인이 한명 생기나부다했는데 글쎄… 여기 자강도에 와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로동현장에로 진출한다질 않겠습니까.》

안해는 처음엔 세대주가 자기 몰래 딸의 마음을 돌려놨는지, 아니면 로동현장에 눈이 맞는 총각이 있는지 싱숭생숭하여 딸의 눈치만 봤다는것, 그러던중 기계공장에 취직하여 여라문날 출근한 딸이 이 세상에서 로동생활이 제일이라며 환성을 올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이야기를 장황히 늘어놓았다. 저 사람이 언제 저런 수다쟁이가 됐는가? 그 지루한 력설에 진땀이 솟아난 태혁이 얼굴을 찌프려보이는데도 안해의 류창한 말은 도무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장군님께서 조금도 탓하는 기색이 없이 머리를 끄덕여 긍정도 해주시고 호탕한 웃음도 터뜨리면서 함께 기뻐해주시니 고무풍선마냥 기분이 둥 떠있는것만 같았다. 마치 오래간만에 찾아온 친정아버지에게 집안의 대소사를 말짱 털어놓는 딸처럼 안해는 줄창 말보따리를 헤쳐놓으면서 생글생글 눈웃음을 지었다.  한동안 숙경이와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시간가는줄 모르시던 그이께서는 태혁동무가 건강이 좋지 못한데 자강도의 어려운 조건을 이겨내며 많은 일을 했다고 과분한 치하의 말씀을 하시였다.

《장군님, 전 장군님말씀대로 한것밖에 없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이였다면 감당하지 못했을텐데 동문 해냈소. 수령님께서 생전에 여러차례 가르치셨지만 간부가 모든것을 결정하오. 한날한시에 받은 과업도 그 집행에서는 차이가 많아. 혁명성이 강한 일군은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받은 과업을 제때에 어김없이 집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일군은 팔짱만 끼고 앉아서 빈 말공부질이나 한단 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강도가 몇달어간에 놀랍게 변모된것은 일군들이 어려울 때 앞채를 메고 이신작칙을 하며 솔선 모범을 보였기때문이라면서 시종 기쁨의 미소를 지으시였다. 오늘과 같이 어려운 때에 하늘소처럼 뻗치고 우만 쳐다보면서 조건타발이나 해서는 놈들의 경제봉쇄를 뚫고나가지 못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혁명화된 일군, 실천가형의 일군이 요구되는데 태혁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며 기뻐하시였다. 한 가정의 식솔들과 마주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시면서도 그이의 뇌리에서는 어느 한순간도 조선혁명에 대한 사색이 떠나지 않고있었다.

차창밖에서는 북방땅의 사나운 눈보라가 우우 괴성을 지르며 뿌연 눈가루를 날려도 렬차숙소의 밤은 뜨거운 열기를 안고 깊어가고있었다.

《오늘부터는 현이의 어머니도 이 렬차에서 잠을 자고 나와 함께 현지지도의 길도 같이 다닙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무도 기뻐서 어쩔바를 몰라 하는 그들을 미리 정해주신 렬차칸으로 가볍게 떠미시였다.

태혁은 눈앞의 일이 얼른 믿어지지 않아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이께서 렬차집무실쪽으로 가신후에도 그는 여전히 한자리에 굳어져있었다. 옆으로 다가온 일군이 조용히 귀띔해서야 겨우 알은체를 하며 자리를 떴다. 그 일군이 친절히 안내해주는 렬차칸에 들어서니 차창을 향해 돌아선 안해가 두손으로 얼굴을 싸쥔채 나직이 흐느끼고있었다. 둘 다 앉을념을 못했다. 하루종일 오금에 가래톳이 서게 쉼없이 그이를 따라 다닌 태혁은 그냥 꿋꿋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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