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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향도》
장편소설
정 기 종
( 제 5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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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욱이 부임되여 3개월이 지났다. 한밤중 전진욱은 송근우기사장과 같이 강괴겁문제를 토론하다가 기적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저도모르게 2원료장으로 뻗은 철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석달전 자기가 처음 사람들속에 끼워 기차방통을 끌고가던 바로 그 길이다. 갑자기 증기발을 내뿜는 칙칙 소리와 레루를 울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허필웅이 《도깨비탄》으로 방금 살려낸 기관차를 몰고오는것이다. 전조등을 환히 켜고 레루이음잠을 쿵쿵 울리고있다. 꽥!- 기적소리를 울린다. 비록 찢어지는듯 한 소리이긴 해도 그 거센 기세가 마음에 든다. 기관실에서 상체를 밖으로 내밀고있는 허필웅의 모습이 알린다. 전진욱은 철길옆으로 물러났다. 꽥!- 다시 울리는 기적소리, 마침 저쪽에서 사람들이 한덩어리가 되여 화차를 끌고오다가 멎어서는것이 보였다. 허필웅이 뭐라고 소리치자 사람들은 모두 바줄을 내던지고 한옆으로 나섰다. 기세높이 칙칙거리던 기관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화차앞에서 멎었다. 허필웅이 기관실에서 내려 뭐라고 지시한다. 그러지 않아도 벌써 차대가리가 화차를 물게 련결고리를 걸기 시작했다. 이윽고 화차를 문 기관차가 칙- 칙 거세게 증기발을 내뿜으며 뒤걸음쳐왔다. 화차를 끌던 사람들은 철길량옆에 우두커니 서서 그것을 보고있다. 극도로 지쳐버린 사람들이여서 기쁨의 환성도 없다. 그저 멀거니 바라보기만 한다. 전진욱은 자기 역시 마음이 허해지는것을 느꼈다. 기관차를 살린것이 너무도 응당한 일이고 따라서 지난날의 고역이 허무하게 여겨진때문인지도 모른다. 얼마후 그는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다시 1강철직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금 그곳에서는 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서 받던 선철이 떨어져 강괴겁을 만들지 못하는 엄중한 실태와 관련하여 선철대신 강철로 주강케스(강괴겁)를 만들고 그것을 시험해보는 일이 벌어지고있는것이다. 그 강괴겁이 없으면 전기로에서 강철을 아무리 끓여야 소용이 없다. 밥은 손으로 떠먹을수 있어도 강철은 아무 그릇에나 받아먹지 못한다. 대번에 녹여버리든가 아니면 같이 녹아붙든가 하기때문이다. 그러나 불은 불로 끄라는 역설적인 말도 있듯이 강철겁으로 강철을 받아먹자는 아주 《무모한》, 《모험》적인 안을 내놓고 지금 그것을 시험하고있다. 그런데 무엇인가 그의 주의를 끄는것이 있었다. 철길에 남은 두사람, 허우대가 큰 허필웅과 어떤 녀인이 마주서있는데 마치 다투는듯 했다. 허필웅의 거쉰 음성이 가끔 바람에 실려왔다. 《...어째 왔소?... 뭐라구?... 오- 그래?...》 저 녀인은 《강철의무실》의 녀의사가 아닌가?... 지금 공장에는 《강철의무실》을 중심으로 전극초소, 조강초소 등에서 10여명의 남녀의사들이 상시적으로 근무하고있는데 그들중 남달리 조용하고 친절한 녀의사 홍지순이 분명했다. 전진욱은 머리를 저었다. 아무리 거쿨진 사나이라 할지라도 조용하고 착실한 녀인과 다툴리는 없는것이다. 오히려 억세고 호방한 사나이일수록 녀자들에게는 더 친절한 법이다. 전진욱은 몸을 돌려 바삐 걷기 시작했다. 마침 라범도가(그의 운전사 이름이다.) 차를 몰고 바람같이 달려오는것이였다. 《아, 홍범도!》하고 전진욱은 차가 멎기 바쁘게 자기의 운전사를 옛 의병대장의 이름으로 소리쳐 불렀다. 《정말 때마침 잘왔소. 빨리 하나강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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