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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향도》
장편소설
정 기 종
( 제 4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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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지배인방에서 간부들의 협의회가 있었다. 어려운 식량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과 기관차를 살릴데 대한 문제였다. 식량문제를 풀기 위해 이전에 합금철을 생산하다가 품위가 낮아 줴버렸던 월프람정광을 녹여 탕그스텐철을 생산하여 팔데 대한 론의가 벌어졌다. 초보적인 타산에 의하더라도 전체 종업원들의 7개월분 식량을 해결할수 있는 전망이 확고히 내다보였다. 사람들은 흥분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지금껏 그 생각을 왜 미처 못했던가?... 기관차문제도 힘들지 않을것 같았다. 김용삼지배인은 말했다. 《인력으로 기차방통을 끈건 전적으로 저한테 책임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여 난 지배인이 된 때로부터 근 1년간 밖에만 나가 살았지요. 기사장한테 다 맡기고. 상사동무들을 데리고 원료, 자재를 구해들이러 동서남북 다 돌았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가 하면 말입니다....》 그는 토론되는 문제와는 판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고있는듯 했다. 송근우기사장이 따분해하며 《좀 보시오, 책임비서동무.》라는 의미의 눈빛을 전진욱에게 던졌다. 그러나 전진욱은 흥미있게 그리고 매우 주의깊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김용삼은 학생시절부터 김책시일판에서 축구선수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그런데 군대에 나가서는 아예 축구와 인연을 끊고있다가 제대되여 돌아와서야 뽈도 차며 공업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강파로운 주걱턱을 가진 그는 일단 목표를 정하기만 하면 축구장의 우측공격수인 자기의 특기를 살려 곧추 날카로운 돌입을 들이댄다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련합기업소지배인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그로 하여금 1년간 업무사업만 하게 하였다. 《왜 그렇게 했는가 하면 말입니다.》하고 그는 계속했다. 《밑에서만 일하다가 갑자기 지배인책상에 앉으니 뭐가 걸려도 어데다 전활해야 하겠는지 알수가 없더란 말입니다. 사실 책임비서동무도 그렇구 우리야 제일 어려운 때 무거운 임무를 떠맡지 않았습니까. 곤난하던 사정은 더 말하지 맙시다. 책임비서동문 그래도 김책공대 졸업생이구 도당에서도 일해봤지요? 내야 전적이 있습니까, 학력이 있습니까.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구 닥치는대로 쳐들어갔지요. 정무원이건 부이건 그저 무작정 밀고들어가구 뚫고들어가구... 에-에- 쌈질도 수태 해봤지요. 그러지 않구 점잔만 빼서야 누가 거들떠나 봅니까. 그렇게 하니까 차차 중앙기관, 도급기관, 큰 공장, 기업소 간부들을 하나하나 익히구 곬을 타고 들어가는 법도 배우게 됩디다. 자신심도 생기구요. 에- 말이 길어졌는데... 그래서 내가 하자는 말은 딴게 아니구 방도를 찾구 곬을 타자는겁니다. 그러면 못해낼게 없지요.》 지배인의 성격과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였다. 그는 새로 온 책임비서에게 이런 식으로 그간의 자기 사업에 대해서도 보고한셈이였다. 전진욱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옳은 말입니다.》 그러자 지배인은 소리없이 씩 웃었는데 그것은 책임비서가 자기의 동닿지 않는 긴 설명을 끝까지 들어주고 리해해준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는 의미같았다. 허나 기사장 송근우는 무엇이 언짢은지 줄곧 이마살을 찌프리고있었다. 지배인의 말이 끝나자 그는 직방 이렇게 말했다. 《책임비서동무, 기관차가 뛰지 못하는건 그 누구의 탓이 아니라 석탄이 없기때문입니다.》 《디젤유도 없구요.》 전진욱이 받아주었다. 《예, 없지요. 련관부문이 다 멎어섰으니 할수 없지 않습니까.》 기사장 송근우는 전진욱이 제일 믿고있는 사람이다. 도당에서 부부장으로 일할 때부터 그는 전진욱이 관심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군 했었다. 나이가 지긋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전진욱은 그의 말을 기술실무일군다운 솔직한 대답이라고 좋게 받아들이며 가볍게 질문했다. 《여기서 60리만 가면 우리 련합기업소 산하인 일신탄광이 있지 않습니까.》 《아, 일신탄광!》하고 기사장은 너그럽게 미소했다. 《거기서 나오는 탄은 기관차가 먹지 못합니다. 기관차는 5천 5백~6천J의 탄을 요구하는데 일신탄광에서 나오는건 그 절반밖에 되지 않지요.》 《아, 그래요?》하고 전진욱은 롱으로 받았다. 《기관차도 장수하고싶어 흰쌀밥만 먹겠다는건데 사람들이 칡뿌리를 캐먹을 땐 저도 좀 강낭밥이나 조밥을 잡숴보라구 하면 안될가요?》 여러 사람이 웃어대였다. 사람들은 기지있는 유모아를 좋아한다. 설비부지배인 허필웅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핫하- 기사장동무도 꼴먹을 때가 있구만, 예?!》 송근우기사장은 그쪽에 대고 눈을 흘기면서도 말은 한마디도 못했다. 그를 대신하여 전진욱이 허필웅에게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기관차가 뛰지 못하는건 설비부지배인동무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거야 물론이지요.》 허필웅이 쏘파등받이에 어깨를 잔뜩 기대며 능글맞게 대꾸했다.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그리고는 무엇때문인지 기사장에게 또 머리를 돌리고 묵직하게 말하였다. 《기사장동무, 기사장동문 자기가 없으면 이 공장이 엉망진창이 된다고 말하군 하는데 왜 지금껏 기관차 한대 살리지 못했소?》 명백한 도발이였다. 하지만 기사장 송근우에게는 또 그대로 자기의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흥분으로 달아오르지 않는 침착성, 달리 말하면 랭담한 침착성이였다. 《설비부지배인자릴 내놓고 그 책임까지 다 내게 떠넘기시오. 그런 다음 말해봅시다.》 협의회가 비뚤어지고있었다. 이럴 때엔 지배인이 엄하게 막을수도 있겠지만 그는 아직 자기가 그렇게 나설수 없는 처지라고 보는듯 했다. 사실 지배인은 이 자리에서 제일 젊은축이다. 다른 사람들로 말하면 오래전부터 김용삼을 지도해왔고 때로는 무대우에 올려세우고 홍달구던 사람들이다. 특히 기사장 송근우는 지금도 지배인을 좀 눈아래로 볼사 하는 빛을 숨기지 않고있다. 그것이 지배인의 분기를 돋구군 했지만 아직 소리가 난적은 없다고 한다. 지배인 김용삼이 공격수라면 기사장 송근우는 능란한 방어수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기필코 언젠가는 치렬한 공방전을 벌려야 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 같았다. 《기사장동무, 구내철길이 모두 몇km나 됩니까?》 《50km가 넘습니다.》 《예. 그럼 기관차는 몇대 있습니까?》 《내연기관차 한대하구 중기관차가...》 설비부지배인 허필웅이 대신해주었다. 《내연기관차까지 해서 모두 여라문대 되지요.》 《몇대만 살리면 물동량을 다 실어나를수 있습니까?》 《글쎄...》 기사장은 고개를 기우뚱했으나 허필웅은 자신있게 말했다. 《지금 형편에선 5대면 됩니다, 책임비서동무.》 《그럼 석탄이 많이 드는것도 아니군요. 기관차 한대가 하루 6t 먹는다니까 다 합해서 30t입니다. 하루 30t!》 사람들은 책임비서가 밤새 많은것을 료해하고 생각했다는것을 깨닫고 머리를 끄덕이는것으로 동감을 표시했다. 《기사장동무.》 전진욱이 계속했다. 《어떻습니까. 하루 30t이면 별로 많지도 않은데 해볼만 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기사장은 아까처럼 전진욱에게 년장자다운 너그러운 미소를 보냈다. 《그게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책임비서동무.》 《예?...》 《이제 가보면 알겠지만 일신탄광은 지금 페갱된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몇해전부터 물에 잠겨있는데다가 식량사정때문에 탄부들이 뿔뿔이 흩어져갔습니다. 하루 30t은 고사하고 3t도 캐지 못합니다. 그건 내가 잘 압니다.》 전진욱은 여기로 임명되여올 때 기사장과의 사업을 첫자리에 놓고 하리라고 생각했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모든 일군들이 실력을 높여 실리가 나게 일하라고 하신 말씀의 뜻에 비추어 그 누구보다먼저 기술일군들과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고 보았던것이다. 그 자신도 송근우기사장과 같은 김책공업종합대학 졸업생이지만 기사장에게는 《실천과 경험》이라는 무시할수 없는 자격증이 하나 더 있다는것을 그는 중시하고있었다. 《기사장동무가 안된다면 다 안되오?》 허필웅의 질문이였다. 로골적인 도전이였으나 기사장은 그와 맞서려 하지 않았다. 허필웅이 장골형의 크고 단단한 체격에 입심 또한 여간 사납지 않기때문일것이다. 허필웅은 무서운게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두눈이 부리부리하고 호방한 성격에 실무에도 밝았다. 인생의 황혼기인 50대중반이건만 아직도 뭇녀성들의 눈길을 모으고있는 사람, 일을 제낄 때엔 불과 물속에도 서슴지 않고 뛰여드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바로 그러한 기질이 이전 책임비서 주동호의 눈에 들어 그의 《알쌈》이 되였다는 말도 있다. 바로 그 허필웅을 전진욱은 도당에 있을 때 모질게 비판했었다. 그것도 이전 책임비서의 면전에서 무자비하게 때린 일이 있다. 그러한 사정이 있어 허필웅은 전진욱이 책임비서로 임명되여오자 심사가 매우 편치 않아 하는 기색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한텐 조금도 꺼리낌없이 자기의 본색을 드러내고있다. 무익한 론쟁을 계속할수는 없었다. 하여 전진욱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기관차를 살리는 문젠 제가 맡는게 어떻습니까?》 송근우기사장이 무던히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책임비서동무가 그런 일까지야 어떻게...》 즉시 반응한것은 지배인이였다. 《책임비서동무가 맡는다면 난 마음놓겠습니다.》 《아 지배인동무, 그거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오?》 송근우는 눈살을 찌프렸다. 《아무려면 새로 온 책임비서한테...》 전진욱이 제때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난 무얼 할가요. 사람들이 바줄로 기차방통을 끌고있는데 난 사무실에 앉아서 간부들의 리력문건이나 뒤져보라는겁니까, 아니면 사무실에 틀고앉아 한사람씩 불러대며 담화를 할가요?》 허필웅이 눈웃음치며 기사장을 넘보았다. 《술잔은 찧을 때마다 소리가 나고 사람은 마주칠 때마다 정이 붙는다오.》 《에- 나도 모르겠수다.》하고 송근우는 팔을 내저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알구 시작하시오, 책임비서동무.》 그날 모임은 이렇게 끝났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랐다. 그때부터 전진욱은 식량문제와 기관차문제를 안고 올리뛰고 내리굴고 하며 눈코뜰새없이 돌아갔다.... 속이 타는 일도 많았지만 어쨌든 두석달분 식량은 끌어들이게 되였다. 한편 기관차를 뛰게 하려고 탄광에 가서 동원사업을 하니 광차만 만들어주면 하루 100t이상 보장하겠다고 했다. 많은 광차를 만들어 보내주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였다. 기관사들도 불러일으켰다. 하루에 한번만 재를 털어도 되던 일을 저열탄이여서 일곱번, 여덟번도 더 털어야겠지만 그들은 머리를 흔들지 않았다. 《그런 탄이라두 먹어봅시다.》 《어떻게든 기차가 뛔야지요. 사람들이 맨손으로 기차를 끌 때마다 정말 속에 재가 앉는것 같수다.》 한편 운수과의 늙수그레한 김양묵과장은 저열탄을 잘 연소시키기 위한 연구사업을 맡고 여러가지 토법창안을 내놓았다. 석탄을 바다물로 이기고 마른 풀을 섞어서 땐다는것이다. 사람들이 혀를 찼다. 《원 세상에! 거 김양묵이란 령감 넉살두 좋다. 거 제발 그 령감더러 도깨비 씨나락 까먹는 소릴랑 그만두라구 하라구요.》 그래도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허필웅이 나서서 자기가 김양묵의 《도깨비탄》을 때면서 기차를 움직여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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