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24회)

김  삼  복            

 

47

 

 

 

어느날 강선제강소 기사장의 집으로 대낮에 한 사나이가 찾아왔다. 얼굴이 네모지고 눈빛이 차고 눈섭이 짙은 젊은이였다. 집에는 기사장의 늙은 어머니 혼자 있었다. 찾아온 손님은 문을 열어주는 어머니에게 모자를 벗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제강소사람인가?

《아닙니다.》 함남도말씨였다. 《제강소 기사장의 댁이 옳지요? 어머니이신가요?

《그렇네.

《좀 들어가도 될가요? 소식을 가지고왔습니다.

《어서 들어오라구. 무슨 소식을 가지고왔는데?…》

방안에 들어가 앉은 젊은 손님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사진을 한장 꺼냈다.

《누군지 알겠습니까?

어머니는 맏아들인 얼굴이 기름한 기사장과는 딴 판으로 생긴 자기의 셋째아들을 대뜸 알아보았다. 바로 자기를 닮아서 눈이 잘 생기고 얼굴이 복스럽고 살이 통통 졌다. 셋째는 둘째와 함께 전쟁전에 남으로 나갔다.

이 늙은 녀인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맏아들만이 정식결혼한 남편의 아들이였다. 남편은 해방전에 반일지하투쟁을 하다가 옥사했다. 남편은 아들 하나를 보았을뿐이다. 과부가 된 녀인은 남편과 본가에서 물려받은 재산으로 려관업을 했다. 인물이 잘나서 숱한 남자들이 녀인에게 달라붙었다. 녀인은 성도 이름도 분명치 않은 남자들과 관계하여 두 아들을 더 보았다.

아버지가 반일투쟁을 한것으로 하여 맏아들은 해방후 발전의 길이 열리였다. 그렇지만 둘째와 셋째는 애비가 누군지도 알수 없었거니와 어머니가 려관업을 했고 그들자신도 똑바른 가정교육을 받지 못해 술과 도박에 미쳐 돌아가다보니 자주 보안서의 신세를 지게 되였다. 그러다가 둘이 남으로 도주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두 아들의 소식을 감감 모르고있었다.

《이게 영복이가 아닌가!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소식이 단절되자 죽은것으로 치부하고있던 셋째 아들, 너무 망종을 부려 어머니의 간을 태우던 애군, 자기 자식이라 해도 별로 정이 가지 않던, 그래도 어쨌든 제 살붙이이니 자기를 닮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저으기 가슴이 쓰려오는 친자식이였다.

《예, 주영복입니다.

얼굴이 네모진 손님이 대답했다.

《이 애가 살아있구만. 지금 어디 있나? 전쟁전에 남으로 나갔는데?…》

손님은 창문을 힐끔 쳐다보고나서 소리를 죽여 대답했다.

《서울에 있습니다. 거기서 잘 살고있습니다. 색시를 얻어 아이까지 둘 있습니다. , 보십시오.》 그는 다른 사진을 또 보여주었다.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눈빛은 차거웠다. 그는 셋째 영복이가 정보부에서 과장으로 일하는데 어머니와 맏형 영태를 보고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분리선이 막혀 오지 못하지요. 대신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며 그는 편지를 내놓았다.

《둘째는 어디 있나?

《둘째 소식은 모릅니다. 편지는 저녁에 천천히 보십시오. 맏아들, 며느리와 함께 말입니다.

《그러지… 그러니 자넨 남에서 왔나?

어머니가 손님을 유심히 보며 물었다. 손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영복이 소식을 전하려고 일부러 왔구만.

《과장님이 저한테 부탁했습니다. 저는 힘들게 군사분리선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무사히 돌아가면 과장님한테서 사례금을 받게 됩니다. 과장님은 돈많은 녀자를 얻어서 큰 부자지요. 어머니가 보고싶고 또 살아계시기나 한지 알수 없어 속을 태우지요. 어머니와 형이 이북에서 고생스럽게 사는것이 걱정될뿐 다른건 부러운것 없고 걱정없이 잘 산다고 전해달라고 했어요. 형님인 주영태선생은 일이 바쁘실테지요? 큰 제강소 기사장이 아닙니까.

어머니는 생각에 잠겨 대답했다.

《그 애더러 우리 걱정은 하지 말라고 전해주게. 지금은 살림이 좀 펴이였네. 별 걱정없이 살아.》 녀인은 문득 한숨을 쉬였다. 《어서 통일이 되여야 하겠는데!… 참 내 정신봐라. 점심식사는 했나? 내 인차 차려 들여오지.

《아닙니다. 저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저는 걸음이 급한 사람입니다. 그만 일어서겠습니다.

그는 벗어놓았던 모자를 집어들었다.

 

48

  

 

3호로의 진응원작업반원인 형만이가 하루는 강명준직장장을 조용히 만나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제가 일이 있어서 분괴압연직장에 갔댔는데 거기서 교대부직장장이란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놈은 전쟁때 저의 아버지를 학살한 악질<치안대>놈입니다. 제가 열세살나던 때이니까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놈이 어떻게 김책시에서 빠져나와 여기 와서 부직장장까지 하고있을가요?

강명준이는 무척 놀라며 《그래?! 그놈이 너를 알아봤니?》 하고 물었다.

《그놈은 나한테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놈아!> 하고 덜미를 잡으려 하다가 먼저 직장장동지한테 알리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명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잘했다. 그놈이 너를 치고 달아날수도 있지.

《제가 그까짓놈 하나 못제낄것 같습니까?

형만이는 주먹을 틀어쥐기까지 했다.

《야, 서둘러야 하겠다.

하며 강명준이 막 일어서는데 제강소 당위원장 한국성이가 직장장사무실로 들어왔다.

《당위원장동지, 마침 잘 오셨습니다.》 하고 강명준이가 형만이한테서 들은 소리를 그대로 옮겼다.

작은 몸집이 쇠덩어리처럼 단단하고 침착한 한국성이는 눈빛이 칼끝같이 예리해져서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다 듣고나서 즉시 지시하였다.

《두사람 다 이것을 절대비밀에 붙여야 하겠소.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옮겨서는 안되겠소. 알겠소?

《예.

한국성이는 급히 되돌아서 나갔다.

분괴압연직장 부직장장에게 24시간 감시가 조직되였고 내무서사람들이 급히 김책시에 출장갔다 왔다. 부직장장의 정체가 밝혀졌다. 조국해방전쟁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에 숱한 애국자들을 학살한 기업가의 아들인 그는 평양으로 올라와 변성명을 하고 리력을 기만해가지고 김책공업대학을 졸업한 다음 강선제강소에 배치되여왔다.

그자를 체포하여 심문한 결과 미첩보기관으로부터 북조선에 남아서 발을 붙이고 파괴암해공작을 할데 대한 임무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강선제강소에 와서 겉으로는 열성을 부리는척하면서 반동요언을 퍼뜨리고 삐라를 뿌렸고 분괴압연기의 설비들을 여러차례 파괴하였다. 수압탕크의 전동기에 모래를 뿌려 태워먹은것도 그의 작간이였다.

《그래놓고는 그놈이 내무서사람들과 나한테도 박상두가 의심스럽다고 했군. 어쩐지 내 그때 우리가 반동놈들의 작간에 말려들고있는것 같아 박상두를 더 다치지 못하게 했드랬지.》 리웅천이가 그 소식을 듣자 중얼거리였다.

내무서에서는 그놈말고도 《치안대》에 가담하여 악질적인 만행을 감행하고 이곳에 숨어있는 반동놈을 더 적발했다. 그렇지만 그놈은 아직 체포하지 않고 감시만 했다. 군중대회때에 폭로하자는것이였다.

이렇게 되여 제강직장에서 분괴압연직장으로 가는 넓은 부지에서 군중대회가 열리였다. 오전교대를 끝낸 로동자들과 일부 그 가족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머리우에서는 흐리멍텅한 구름속에서 태양이 헤염쳐가고있었다.

군중대회에서는 먼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에 황해도에서 《치안대》에 가담하여 당원들과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하는데 참가했던자가 변성명을 하고 제강소에 은페되여있는 사실을 폭로하는 내무서장의 보고가 있었다. 보고도중에 2조강압연직장의 아무개 하고 이름을 지적하자 핵심로동자들의 빈틈없는 감시속에서 멋모르고 대회에 참가했던 그가 덜미를 잡히여 앞으로 끌리여나갔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방금전까지 같이 일하던 사람이 악질 《치안대》원이였다는 사실에 군중은 경악했고 그자의 만행이 렬거되자 분노의 열풍이 군중의 머리우를 휩쓸었다.

보고자가 분괴압연직장 부직장장 아무개 하고 이름을 찍자 이미 체포되여 결박상태에서 찦차안에 대기시켰던 그자가 내무원들에게 끌리여나와 앞서 끌려나온 자와 같이 주석단앞에 머리를 푹 숙이고 무릎을 꿇고앉았다. 그자의 만행은 군중들로 하여금 더욱 치를 떨게 했다. 그놈은 리당위원장을 목매달아 죽이였을뿐아니라 그의 안해를 강간한 다음 칼로 젖가슴을 도려냈고 그들의 어린아이를 한손으로 높이 쳐들었다가 땅에 태를 쳐죽이였다.

보고에 이어 피해자들이 놈들의 만행을 절규하는 토론들을 했다. 살해된 리당위원장의 가족들중 살아남은 유일한 혈육인 리당위원장의 늙은 어머니가 아들과 며느리, 손자의 원쑤를 갚아달라고 목갈려 울부짖었다. 너무도 원통해서 몇마디안팎에 목이 쉬여 가슴을 두드리고 저고리 앞깃을 쥐여뜯는 할머니의 여윈손, 흐트러진 허연 머리카락, 눈물이 이미 말라버린, 갚지 못한 원한때문에 시퍼런 분노가 번뜩이는 충혈된 눈…할머니는 울지 못하는데 군중이 울었다. 리웅천이도 눈앞이 흐려와 머리를 숙이였다.

《그놈을 때려죽이라! 찢어죽이라! 칼탕쳐죽이라!

군중이 웨치는속에 할머니가 원쑤놈을 향해 두손을 앞으로 뻗치고서 달려들었다. 내무원들이 앞을 막았다.

《나를 좀 놔주시오. 나를 막지 말아주시오. 내 저놈의 간을 빼서 씹어먹겠소!

웨치느라 이미 힘이 진할대로 진한 할머니는 헐떡이며 사정하듯 했다. 내무원들이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그러자 군중이 무서운 함성을 질렀다.

《할머니를 놔주라! 원쑤를 갚게 하라!

청년 몇이 군중속에서 앞으로 달려나왔다. 군중전체가 앞으로 왁 달려나가려는듯 움씰거렸다.

규찰대성원들이 제때에 청년들을 저지시키였다. 그러나 한 청년 김형만이는 기어이 원쑤놈의 상통을 발로 차는데 성공했다. 그놈의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거기에 할머니가 또 내무원들을 뿌리치고 달려들었다.

내무원들과 규찰대원들이 땀을 흘리며 겨우 사태를 수습했다.

분괴압연직장장이 토론했다. 그는 부직장장이 직장에서 파괴암해책동을 한 사실자료를 폭로하고 경각성이 부족했던 자기를 비판했다. 그는 예리한 계급적눈으로 아직 숨어있는 반동분자들을 잡아내자고, 그들이 숨쉴 틈을 주지 말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올해 강철과 강재생산계획을 넘쳐수행하자고 호소했다.

리웅천지배인과 함께 주석단에 앉아있던 한국성당위원장도 발언했다.

그는 원쑤들의 만행과 책동에 대한 분노로 끓어번지고있는 군중들에게 미제와 그 앞잡이들, 계급적원쑤들, 반혁명분자들에 대한 증오를 어디다 터뜨려야 하겠는가? 그 증오를 가슴에 안고 강철과 강재생산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키자, 5개년계획을 앞당겨 수행해서 원쑤놈들이 감히 날치지 못하게 본때를 보이며 그자들을 로동계급의 마치로 분쇄해버리자 이렇게 격동적인 연설을 하였다. 그의 눈은 불을 뿜는듯 했고 그의 목소리는 군중들의 머리우 저 멀리까지 메아리쳐 갔다.

이 군중대회는 제강소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모두 흥분되여 구석구석에서 웅성대였다.

모두가 각성들이 부쩍 높아졌다. 아직 숨어있는 반혁명분자들이 있을것은 불보듯 뻔했다. 그래 무슨 자그마한 사고가 생겨도 모두 의심부터 앞세웠다.

하루는 한국성당위원장이 주영태기사장을 자기 사무실로 불렀다. 참대처럼 단단하고 자그마한 당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어서 오시오.》라는 인사말만을 했다. 이전 기사장 리웅천이는 어렵게 대했지만 그가 후임으로 내세운 새 기사장은 차이를 두고 대했다. 주영태는 전쟁때는 전선에 나가 싸웠고 전후에는 생산부장을 하였다. 한국성이는 그를 문건으로만 알았지 인간적으로는 잘 모르고있었는데 리웅천이가 수령님께 제의하여 기사장으로 앉히였다. 하지만 주영태는 아직 수령님의 평가를 받은적도 없고 리웅천이처럼 큰 인물이 아니다. 그는 리웅천지배인의 그림자에 가리워져있었다.

《이거 뭐 좀 확인할것이 있는데, 동생이 둘 있었지요?》 당위원장이 문서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예.》 주영태기사장은 바싹 긴장해졌다.

《주영준이와 주영복이지요? 그들이 언제 월남했습니까?

《이미 다 말했고 문건에도 썼는데 1947년 가을입니다.

《예, 옳습니다. 리력서에 그렇게 썼습니다. 그후 그들의 소식을 모릅니까?

《전혀 모릅니다.

《전쟁때 그들이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둘째 영준이가 괴뢰군군복을 입고 고향에 피뜩 나타났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해주십시오.

고향을 떠나 강선제강소에 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있던 주영태는 조국해방전쟁시기 고향에 나타난 동생에 대해 들은 풍문을 아는껏 이야기했다.

당위원장은 잘 알았다고 하며 몇가지 더 물어본 다음 담화를 끝냈다.

그의 사무실을 나서는 주영태는 뱀을 밟았을 때처럼 기분이 나빴다. 월남한 동생들때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께름직해있는데 무엇때문에 그것을 다시 들추는지?

남쪽에서 온 사나이가 주영태의 모친을 만난 사실이 아직 알려진것은 아니였다.

전국적으로 반혁명분자들과의 투쟁이 강화되면서 우리 내부에 은페해있던 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국해방전쟁이 끝난 직후는 복잡한 때여서 잠복해있는 반동들을 잡아내고 우리 내부를 깨끗이 하는 사업을 조직적으로 광범하게 벌릴 형편이 못되였지만 전쟁이 끝난지도 5년이 지난 지금은 질서가 잡히고 규률이 째여들어가고있었다. 정체를 숨기고있던 자들이 하나둘 색출되기 시작했고 전쟁시기 미국놈들과 《치안대》가 감행한 만행자료들이 확대되여 드러났다. 분괴압연직장 부직장장같은 자들이 어찌 한둘이겠는가.

이러한 정황에서 강선제강소에서도 복잡한 사람들의 경력과 가족관계를 다시 따져볼 필요를 날카롭게 느끼였다. 그래 그 사업이 내적으로 본격화되고있는데 기사장은 막 다룰수 없는 위치에서 일하는 간부이기때문에 당위원장이 직접 가족관계에서의 문제점을 재확인하였다. 한국성은 리웅천지배인이 후임을 잘못 선정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제강소기사장이면 큰 간부인데 순수 사업능력만 보고 그 자리에 아무나 올려놓으면 안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얼마후 한국성의 생각이 정당했다는것을 증명해주기라도 한듯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