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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22회) 김 삼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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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창의 보고를 받으신 수령님께서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옳소. 시작했다는것이 중요하오.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지 않소. 이제 금년안으로 뜨락또르도 자동차도 불도젤도 생산해낼것이요. 그런데 뜨락또르를 만들바에는 신형으로 만듭시다.》 그이께서는 즉시 리종옥에게 전화를 하시였다. 《쏘련에 특별주문을 해서 뜨락또르를 두대 급히 사와야 하겠소. 최신형을.》 그이께서는 《아떼즈》는 걷어치우자고 하시며 신형으로 두대를 사다가 한대는 해체해서 부분품들의 도면을 그리는데 참고하며 다른 한대는 원형으로 두고 조립할 때 보게 하자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기양로동계급이 고생을 하는데 내가 한번 나가보는것이 옳을것 같소. 내가 그들에게 금년중으로 만들수 있겠는지 물어보겠소.》라고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로동자들과 합숙생활을 같이 한다는 최일과 아글타글 애쓰느라 여위여 늙은이처럼 보이더라는 문상혁을 생각하시니 더욱 그곳에 가 고무해주어야 하겠다고 마음다지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계획하셨던대로 10월 어느날 기양기계공장을 찾아주시였다. 공장의 간부들이 그이를 영접했는데 그이께서는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시다가 지배인에게 물으시였다. 《최일참사가 여기 나와 있지 않소?》 《예, 저희들하고 같이 일합니다.》 《그런데 왜 보이지 않소?》 《뜨락또르를 만드는 시험제작직장에서 일하고있습니다. 자기는 아직 수상님을 만나뵐 면목이 없다면서 저희들만…》 《알겠소, 알겠소.》 수령님께서는 최일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그는 이 기계공장사람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방조하러 내려와 있는 일군이다. 그런데 그는 문상혁의 의견서를 지체시킨 죄책감을 안고있으니 뜨락또르가 다 만들어지기전에는 수령님앞에 나서기를 삼가하는것이리라. 《뜨락또르만드는데로 가봅시다.》 수령님께서는 수원들과 공장일군들을 거느리시고 시험제작직장으로 곧바로 가시였다. 그곳에서 작업복을 입고 기능공을 도와 무슨 부속을 주무르고있던 최일이 황급히 달려나와 수령님께 인사를 드리였다. 뚱뚱한 최일이 퍼그나 수척해졌다. 수령님께서는 우선우선한 얼굴로 그의 기름묻은 손을 잡아주시며 수고한다고 격려해주시였다. 최일은 다만 머리를 깊이 숙일뿐이였다. 시험제작직장은 설계가들과 기능공들, 공장지도일군들로 붐비고있었다. 그들은 수령님께서 보내주신 뜨락또르를 우에서부터 차례로 해체하면서 부속품들을 하나하나 치수를 재고 도면을 쳤으며 어떤것은 도면을 치기전에 벌써 두드려 만들기 시작했다. 장소가 비좁아서 직장마당에까지 멍석을 깔고 그우에 분해한 부속들을 쭉- 진렬하고있었다. 수령님께서 직장안에 들어가시니 낯익은 처녀가 선반을 돌리고있었다. 2년전에 오셨을 때 보신 애리애리했던 소녀, 이제는 처녀꼴이 잡혀 키도 크고 가슴도 나왔으나 그 귀여운 얼굴모습과 날씬한 몸매는 첫눈에 알리였다. 처녀는 선반기에 지구를 설치하고 무슨 구불구불한것을 깎고있는데 나이 지숙한 로동자가 옆에 서서 지켜보고있었다. 붉은 머리수건을 삼각으로 쓴 처녀는 눈을 빛내며 수령님께 인사를 올리였다. 두볼이 사과알처럼 빨갛게 익었다. 수령님께서는 성숙한 그를 보시는것이 더없이 기쁘시였다. 《아, 낯이 익은 처녀로군. 전에는 어린 소녀였는데 어느새 처녀가 되였어!》 하시며 그이께서는 처녀의 등을 두드려주시였다. 《뭘 깎고있나?》 《곡축을 깎고있습니다.》 처녀선반공 애숙이가 챙챙한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곡축을? 대단하구만.》 문상혁이 설명해드렸다. 통쇠를 달구어가지고 때려서 곡축 비슷하게 형태를 잡은 다음 선반에 지구를 만들어서 깎고있는데 이 처녀도 지구를 창안하는데 참가해서 이렇게 고급기능공의 지도를 받으며 곡축을 깎고있다는것이였다. 《어린 처녀가 이토록 혁신의 앞장에 서있으니 동무들의 열성을 더 듣지 않아도 알수 있소.》 수령님께서 감동되여 말씀하시였다. 《이 처녀동무는 수상님께서 소년로동시키라시며 따뜻한 은정을 베풀어주신데 너무도 감격하여 이악하게 공부하고 기능을 높여서 이처럼 힘든 가공도 하고있습니다.》 문상혁이 말씀드리였다. 《생산자대중이 발동되면 못해낼 일이 없소.》 그이께서는 벽에 철판으로 오려 붙인 천리마의 부각상과 그밑에 《천리마를 탄 기세로 내달리자!》라는 구호가 씌여진것을 가리키시며 《바로 저 사상이요. 붉은 편지의 정신을 반영했구만. 천리마, 멋이 있소.》라고 말씀하시였다. 《저희들은 전국혁신자대회에서 하신 수상님의 가르치심을 가슴에 새기고 일하고있습니다.》 직장장이 말씀드리였다. 《지금은 집단적혁신이 일어나고있는 시대요. 동무들이 다 달라붙으면 뜨락또르는 만들어내게 될거요. 이 처녀선반공을 보면 오랜 기능공들이 어떻게 일하고있는가 하는것도 다 알수 있소.》 《수상님, 저희들은 금년중으로 꼭 뜨락또르를 만들겠습니다. 벌써 1,860여종에 달하는 부속품의 도면을 다 그렸습니다. 부속품제작과 도면이 동시에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많은 고급기능공들은 눈짐작으로도 대체로 가늠하고있습니다.》 문상혁이 말씀드리였다. 《누가 시켜서는 그렇게 못해. 우리 로동계급의 투쟁정신이 거기에 반영되여있소.》 수령님께서는 애숙이와 그밖의 기대공들에게 수고를 하라는 인사를 하시고 마당으로 나오시였다. 그이께서는 멍석우에 쭉- 벌려놓은 부속품들을 일일이 살펴보시였다. 그것은 해체한 뜨락또르의 부속품이였다. 그와 꼭같이 만든 부속들도 그옆에 가지런히 놓아 대조해볼수 있게 하였다. 그이께서는 요동대축을 가리키시며 물으시였다. 《우리가 만든것이 이쪽거요? 쏘련것과 어떤가 치수를 재보시오.》 문상혁이 재보고 꼭 맞는다고 했다. 《우리가 외국에서 사다 할수도 있소. 그러나 보시오.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 선진국들보다 낫소. 그러니 무엇때문에 사오겠소? 이만하면 됐소.》 수령님께서는 분사구와 연료펌프부란자를 찾아쥐시고 문상혁이를 돌아보시였다. 《이것이 허용오차 1천분의 1미리메터를 다툰다는 부속품들이요?》 문상혁은 깜짝 놀랐다. 놀랐을뿐아니라 몹시 감동되였다. 자기가 올린 의견서에 이 두 부속품은 만들수 없다고 했는데 수령님께서 얼마나 뜨락또르문제에 집착하셨으면 이렇듯 전문가들밖에 알수 없는 부속품을 제창 골라 쥐시는것이겠는가! 《예, 이 두 부속품은 만들기 곤난합니다.》 문상혁이 죄송스러운듯 말씀드리였다. 《그외는 다 자신있소? 기술적으로 만들기 까다로웁거나 힘겨운것들은 무엇이요?》 《헷트와 기관본체주물 그리고 크랑크축과 각종본체들의 가공이 기술적으로 어려울것 같습니다. 그러나 로동자들과 지혜를 합치고 집체적으로 달라붙어 해내겠습니다. 분사구와 연료펌프부란자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그의 대답에 믿음을 표시하셨다. 《쏘련대사관에서 나와 보았다는데.》 하고 그이께서 수원들과 공장의 일군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우주공간에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리는 쏘련의 눈으로 보면 우리가 뜨락또르를 만들자고 애쓰는것이 장난같아 보일수 있소. 그렇지만 쏘련도 처음에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뜨락또르를 생산했다는것을 알아야 하오. 그러니 우리가 뜨락또르를 만들어내는것은 그들이 우주로케트를 쏘는것에 대비할수 있소. 동무들은 신심을 가지시오. 우리가 오늘은 손으로 두드리고 연마해서 뜨락또르를 만들고 있지만 래일에는 비행기도 만들게 되고 인공위성도 발사할 때가 옵니다. 조금도 창피해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계속 내밀어야 하겠소. 나는 동무들의 결의를 들어보니 뜨락또르를 만들어낼것 같다는 확신이 생기오.》 그이의 말씀은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였다. 뒤떨어졌으니 창피해할것이 아니라 분발해야 한다! 이때 최일은 얼굴이 검붉어지는것을 감출수 없었다. 얼마전 강영창이 왔을 때 인공지구위성을 쏜 쏘련의 눈으로 야장간같은 이 공장을 들여다볼 때 감상이 어떻겠는가, 우리는 이제 겨우 자전거를 생산하고있지 않는가 하고 말했던것이 생각났던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그 말속에는 우리것에 대한 렬등감이 깔려있었다. 수령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는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수령님께서는 자체로 생산하는것이 처음에는 값이 비싸게 들수 있지만 외화도 절약하고 자체의 기술발전에도 유익하다고, 우리는 우리 농민들을 힘든 손로동에서 해방하기 위한 기술혁명을 더 미를수 없다, 올해에 시제품을 만든데 기초해서 명년에 우선 3천대를 생산할수 있게 준비해야 하겠다고 말씀하시였다. 시험제작직장장이 한가지 청이 있다고 하며 지금 뜨락또르의 명칭을 어떻게 달것인가 하는 문제를 걸고 론의가 분분한데 현상모집까지 해서 《혁신》, 《풍년》, 《통일》, 《천리마》 등 이름이 제기되였다고, 수령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는 지금 다 천리마로 내달리는데 《천리마》라고 하는것이 좋겠다고 대답을 주시였다. 모두 좋아하며 《천리마!》 하고 외워보는것이였다. 《동무들이 벌써 미구에 태여날 뜨락또르의 이름까지 짓고있으니 얼마나 락관적이요. 이것은 승리에 대한 동무들의 드팀없는 신심을 말해주는거요.》 그이께서는 만족스러워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 다녀가신후 기양기계공장 로동계급이 모두 떨쳐나섰다. 전체 종업원이 뜨락또르제작에 참가했다고 말할수 있었다. 그들은 밤낮으로 일했다. 직접 부속품을 만들 분공을 받은 기능공들은 더 말할것 없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장의 기능공들과 무기능공들까지 자기일을 끝내고는 시험제작직장으로 달려왔다. 설비의 부족으로 손을 가지고 연마할것들이 많았는데 그런것을 대체로 지원자들이 맡아서 했다. 크랑크축 연마같은것을 손으로 했다. 선반에 물리고 가죽혁띠나 새끼줄을 손에 감아쥐고서 돌리도록 했다. 다른 부속품들은 선반에 물릴수 없는것이면 바이스에 물리든가 지어 다른 사람들이 집게로 집게 하고 연마했다. 허다한 창의고안이 제기되였다. 공장의 지도일군과 로동자가 따로없이 일에 참가했다. 당위원장이 솔선 앞장서서 손으로 연마했고 지배인도 일했다. 최일이도 밤을 새워가며 같이 일했다. 기사장 문상혁이만이 한군데 박혀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또 불리워 다니였다. 누구도 작업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으며 가마니를 깔고 현장에서 잤다. 식구들이 밥을 날라왔다. 가족들도 전투에 참가한셈이다. 떡을 쳐오고 고기국을 해오고 와서는 무어든 일손을 돕군했다. 나중에는 너무 시끄러워서 지배인이 제정된 인원 이외에는 작업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시험제작직장의 창문밖에 발판을 놓고 올라가 앉아서 밤새껏 뜨락또르를 조립하는 모양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언제 해가 뜨고 언제 밤이 오는지 알지 못했다. 작업반회의도 민청회의도 다 현장에서 했다. 기술적으로 잘되지 않아 애도 수태 먹었다. 헷트(기관머리부)는 구멍이 130여개인데 주물에서 서른둬번의 오작을 반복했다. (후에 판명되였지만 반동놈의 작간이 있었고 심지어는 목형안의 구멍속이 따뜻하니 거기에 게가 기여들어가 오작을 낸적도 있었다.) 주변의 협동조합들에서 위문편지와 지원물자를 보내왔다. 뜨락또르의 조립이 끝났을 때 청산협동조합원들은 벼묶음을 꽃다발대신 증정했다. 바늘 하나도 만들지 못하던 우리가 이제는 뜨락또르를 만든다! 농민들의 허리를 펴주려고 로동자들이 뜨락또르를 만든다! 전국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났다. 수령님께서는 강영창으로부터 뜨락또르조립이 끝났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11월 5일 기양기계공장에 전화를 거시였다. 문상혁이 받았다. 《기사장동무, 조립이 끝났다지?》 《끝났습니다. 그래서 발동을 걸고 시운전을 하려 했는데 앞으로 가지 않고 뒤로 갔습니다.》 수령님께서 큰소리로 웃으시였다. 《뒤로 갔다? 그러니 가긴 가는구만 응? 됐소! 기사장동무, 뒤로 갔다는거야 앞으로 갈수 있다는것을 말하는게 아니겠소? 그렇지 않소?》 수령님께서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 무엇이 잘못된것 같소?》 《분해하여 보았는데 크게 잘못된것은 없고 전진과 후진을 갈라주는 <쌍가다리>라고 저희들이 이름 지은 부속을 돌려맞추었댔습니다. 그래서… 다시 조립해서 몰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수고 많았소. 이제는 성공한셈이요. 앓는 동무들은 없소?》 《모두 사기충천해서 일합니다.》 《동무들이 기술신비주의, 보수주의를 짓부시고 승리했기때문에 우리의 힘으로 뜨락또르를 만들게 되였소. 뜨락또르가 다 되면 나한테 몰고오시오.》 《수상님! 저희들은 누가 먼저 첫 뜨락또르를 몰고 수상님께 달려가겠는가 하는 구호를 내걸고 투쟁했습니다.》 한달여에 걸치는 벅찬 투쟁의 나날이 되살아났는지 기사장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든것 같았다. 수령님께서는 가슴이 벅차오르시여 한동안 송수화기를 든채 서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전체 종업원들에게 나의 인사를 전해주시오, 이렇게 말씀하시고 송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으시였다. 그후 기양에서는 결함을 퇴치하고 뜨락또르를 다시 조립하여 발동을 걸고 공장구내를 빙빙 돌았다. 우리가 만든 뜨락또르를 보겠다고 농촌들에서 농민들이 계속 찾아왔다. 쏘련대사관 경제아따쉐도 왔다. 《당신들이 성공했다는것을 인정합니다.》 눈이 파란 로씨야사람은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영웅적조선입니다. 나는 약속대로 한턱 내겠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현시택과 같이 왔는데 부상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무 말도 못했다. 사실 그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는 기계공업성 사무실에 돌아가서도 종일 거의 말이 없었다고 한다. 11월 14일에 수령님께서는 당, 국가지도간부들과 함께 내각청사앞마당에서 뜨락또르시제품을 보아주시였다. 앞에 수령님의 초상화를 모시고 꽃으로 장식된 《천리마》호뜨락또르는 이른 새벽에 요란스러운 동음을 울리며 달려왔었다. 수령님께서는 뜨락또르의 주위를 한바퀴 도시면서 기화기, 헷트, 마그넷트, 바퀴, 운전대, 인양기 등을 유심히 살펴보시였다. 그리고는 한번 뛰여보라고 말씀하시였다. 뜨락또르를 몰고 온 조립공이 차에 올라 발동을 걸었다. 그리고 4단으로 내각청사앞마당을 한바퀴 돌았다. 《더 빨리 몰아보라구.》 수령님께서 말씀하시자 문상혁의 지시로 조립공이 6단을 넣고 달리였다. 《됐소, 됐소. 이제는 멈추시오.》 수령님께서는 문상혁의 등을 두드려주시고 지배인, 당위원장 그리고 함께 온 기능공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였다. 《수고들을 했습니다. 동무들이 내 소원을 하나 풀어주었소. 기양의 로동계급이!… 맨주먹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현대적인 뜨락또르를 생산할수 있은것은 대중적영웅주의의 결실이요.》 수령님께서 격동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문상혁은 눈굽이 뜨거워났다. 대중적영웅주의! 그렇다. 온 공장이 떨쳐나섰고 새끼줄로 연마하고 손으로 쓰다듬어 정밀부속품들을 완성하였다. 문상혁은 하루에 한두시간씩밖에 자지 못했다. 그래도 피곤을 몰랐다. 모두가 그렇게 밤과 낮을 모르고 일했다. 무슨 힘이 그들을 이끌었던가. 그는 수령님께 말씀드리였다. 《수상님! 수상님의 강철의 의지가 저희들로 하여금 뜨락또르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가 기양기계공장 기사장으로 임명된후 오늘까지 마음속깊이 간직했던 느낀바를 말씀드린것이였다.
공장의 합숙식당 조용한 방안에서 최일과 문상혁이 작별의 술잔을 나누고있었다. 문상혁기사장의 지시도 있었거니와 최일참사가 그간 합숙식사를 하며 고생많았다고 식모들이 푸짐하게 식탁을 차리였다. 그러나 최일이도 문상혁이도 술안주에는 손을 적게 댔다. 돼지갈비도 있고 조개를 볶은것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술만을 많이 마시였다. 최일이도 술을 좋아했지만 문상혁이도 위가 나쁜데 비해 술을 대단히 많이 마시는 축이였다. 《자, 드오.》 최일이 권했다. 《예, 같이 듭시다.》 그들은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저가락으로 조개살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들은 고생이 많았다거니 수고했다거니 하는 뻔한 인사는 하지 않았다. 《기사장동무는 건강을 좀 돌봐야 하겠소.》 최일이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당위원장동무가 늘 채찍질을 합니다.》 문상혁이 웃었다. 《나는 좀 다른 뜻에서 그 이야기를 하오. 우리가… 아니, 동무들이 뜨락또르를 한대 만들었는데 그것은 수상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로동자, 기술자들에게 신심을 주고 설계도면을 작성하고 경험을 가지게 된데서 큰 의의를 가지오. 다시말해서 뜨락또르생산의 돌파구를 냈소.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시작이고 수공업적이요. 이제부터는 첫 성과와 경험에 토대해서 뜨락또르를 계렬생산해야 하는데 이 준비가 헐치 않을거요.》 최일은 문상혁을 동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건 손바닥으로 연마해서 될일이 아니거든. 진짜 생산전투는 이제부터 시작되오. 래년에 3천대를 생산할 과제가 벌써 떨어졌는데 당신의 어깨가 너무 약해보인단 말이요. 그래 내 건강해야 하겠다고 말한거요. 건강해서 냅다 밀어야지.》 문상혁은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제부터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것이였다. 《나는 훌쩍 올라가버리면 그만인데 문동무는 이곳에서 뜨락또르를 만들어내야 한단 말이요.》 《만들어내야지요.》 문상혁이 머리를 들었다. 《해내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들을 잊지 않고 도와줄것을 부탁합니다.》 《허… 그거야 내 직분인걸. 헌데 여기 기양에 나쁜놈들이 있소. 한놈 잡아내긴 했지만 또 있단 말이요.》 최일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헷트를 비롯한 부속품의 주물에 암해책동을 했던 간첩을 잡아냈는데 최일이가 내무원들을 도와 중요한 방조를 주었었다. 최일이 뜨락또르1호를 생산하는데 일정한 기여를 한것과 함께 간첩을 잡아낸것도 있어 그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사실들이 다 수령님께 보고되였었다. 《기술적준비사업도 해야 하지만 반동놈들과 불순이색분자들을 잡아내는 일도 소홀히 하면 안되오. 집단이 와-와- 하며 일할 때는 잘 모르는데 계렬생산에 들어가면 매 사람들의 위치가 정확하고 규률도 째여드니까 나쁜놈들을 갈라낼수 있소.》 이 말에 문상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로동자들이 다 좋아보이였다. 간첩이 또 있겠는가?… 그의 관심은 이것이 기본이 아니였다. 기본은 최일이도 말한 계렬생산, 우선 래년의 3천대 생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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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옥실은 작업반호상간의 생산실적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경쟁도표앞에 서있었다. 이달에 그의 작업반은 제일 앞선 작업반에 비해 20프로 떨어져서 붉은 선이 마치 난쟁이처럼 보였다. 앞선 작업반의 붉은 선은 키가 후리후리한 미남자처럼 솟아올랐다. 길옥실의 4작업반은 뒤꼬리를 따라가고있었다. 수치심으로 하여 옥실의 오동통한 뺨은 확확 달아올랐다.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온 나라가 강선제강소의 모범을 따라 천리마로 달리는데 이 무슨 꼴이냐. 강선제강소의 분괴압연기에서 9만t을 결의하고 12만t을 생산한 기적이 창조되여 온 나라를 흥분의 도가니속에 끓게 했던 그 나날에 길옥실이도 얼마나 흥분했던가. 올해에 들어와서는 그러한 기적이 도처에서 창조되고있으며 날마다 신문에 나고 방송에서 떠들어대고있다. 그런데 자기 작업반은?… 객관적조건이 있었다. 전재고아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작업반이 복잡해지고 생산실적이 떨어졌다. 하지만… 《기분 나쁘군요, 반장언니.》 등뒤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박채운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채운이는 목소리가 원래 맑고 노래하는듯한 듣기 좋은 목소리인데 지금은 어쩐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응 기분이 나빠.》 옥실이는 이렇게 대답하고 같이 작업반휴계실로 향했다. 오후교대에 들어가기 위해 그리로 가던 길이였다. 옥실이는 채운이를 좋아했다. 채운이가 여전히 새침하고 다른사람들과 잘 사귀려 하지 않았지만 일에 들어가서는 열성이 대단했다. 그리고 이 녀자들로만 이루어져있는 작업반에서는 서로 질투하고 뒤소리하고 말을 나르고 일에 태공하는 등 각이한 성미의 처녀들로 하여 하루도 싸우지 않거나 사고가 나지 않는 날이 없다싶이 한데 채운이는 일체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고 다툼질에 말려들지 않았으며 검은 큰눈에 깊은 생각을 담고 조용히 지냈다. 옥실이는 아직 채운이와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어떤 불행과 슬픔을 안고있는 처녀일것이라고 짐작하고있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아픈 상처를 건드려서는 안되는것이다. 다른 생각없이 안정되여 일을 잘하고있는데 무엇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 다시 그를 괴롭히겠는가. 만일 불행이 없는 처녀라면 물론 더욱 좋을것이다. 옥실이는 그러기를 바랐다. 채운이가 랭기를 풍기고 신경이 예민하고 훌쭉하게 여위여 미움과 동정을 동시에 사던 첫시기, 그래서 사고도 내고 결근도 했던 그 시기의 이상한 행동과 동정을 자아내던 모습이 다른 원인때문이였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래 옥실이는 그가 다시 일을 나오고 열성이 높아진 지금 그런 문제를 공연히 끄집어낼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옥실이 자신이 불행을 겪지 않았는가. 그는 자기에게 강기룡이라는 애인이 있었으며 그 남자가 해주-하성간 철도부설공사장에서 반동놈들의 파괴행위로부터 철교를 지켜내고 희생되였다는것을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작업반이나 직장에서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길옥실반장의 얼굴에 늘 떠돌던 웃음이 사라지고 새별처럼 반짝이던 눈빛이 어두워지고 말이 적어진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을뿐이였다. 또 그 아픔을 오래 가슴에 품고 슬픔에 잠겨있을 시간이 없었고 길옥실자신이 이내 자신을 다잡았기때문에 그의 얼굴에 떠돌던 어두운 그림자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만 그 슬픔을 가슴속에 남모르게 간직하고있을뿐이였다. 그래서 길옥실이는 이전보다 퍽 숙성해보였다. 그러한 불행을 겪은후 옥실이는 박채운이를 더 따뜻이 대해주려 했다. 아직은 무엇인지 알수 없었으나 채운이가 아픈 상처를 가슴에 안고있다고 확신하고있기때문이였다. 옥실이는 채운이의 기능이 속히 높아져 작업반의 핵심이 되여주기를 바랐다. 일에 열성을 내고있는데다가 경박하지 않고 말이 없는 채운이가 혁신자로 될수 있다고 보았고 또 그것을 희망했다. 그런데 채운이는 손동작이 좀 떠서 높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있었다. 길옥실이가 채운이를 작업반의 핵심적인 혁신자로 키우려고 희망하고있는데는 다른 원인도 작용했다. 지금 작업반에 신입공들이 많이 보충되여왔기때문이였다. 그것도 대부분이 학원을 마치고 온 고아들이였다. 이 고아들때문에 지금 4작업반의 실적이 하강선을 긋고있었다. 그래도 작업반이 유지되여가는것은 직맹분초급단체위원장 윤희나 한때 지각, 결근을 자주 했으나 지금은 혁신자가 된 오랜 조사공 명옥이 같은 핵심들이 있기때문이였다. 채운은 명옥이가 혁신자가 된데서 고무를 받아 그처럼 일하려 애쓴다. 이것은 기특한 일이였다.… 이날 작업총화때 옥실이는 경쟁에서 뒤떨어지고있는 사실을 놓고 자기의 안타까움을 하소연했다. 이래가지고는 작업반이 추서지 못한다, 수령님께서는 전국혁신자대회에서 혁신운동은 한사람이나 몇사람에게만 국한시킬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한사람뿐아니라 많은 사람이 영웅이 되여야 한다고 교시하시였는데 우리 작업반이 이래가지고는 집단적혁신운동을 할수 없다, 이렇게 말했다. 구체적으로 작업반원을 짚어가며 지적하는것은 피하고 일반적으로 결근도 없애고 기능도 높이고 작업시간에 정신을 집중해서 일하자고 호소했다. 윤희가 자기 의견을 말했다. 《반장동무의 심정은 알만해요. 사실 반장동무는 작업반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아글타글 애써요. 이건 누구나 다 인정해요. 벌써 이틀째나 결근한 길복이의 기대를 맡아서 그 애 몫까지 일하느라 얼마나 수고해요? 그런데 그렇다구 달라진게 뭐가 있어요? 여기 앉아있는 순임이는 뭐라 했는지 알아요? <나두 래일 결근할가. 난 꼭 가봐야 할데가 있어. 반장언니가 내 기대를 봐주겠지뭐.> 이랬어요.》 그러자 순임이가 발끈했다. 《아이참, 어처구니가 없네! 내가 언제 그랬어?》 《난 너를 비판하자는게 아니야. 반장동무가 반원들의 버릇을 궂히고있다는 말을 하자는거야.》 《그럼 내가 버릇이 나빠졌나?》 《넌 가만 있으라는데.》 《아니, 제가 뭐라구 중뿔나게 나서서 남까지 걸고들면서 연설일가? 흥! 별꼴 다 보겠다.》 《직맹분초급단체위원장이니까.》 옆에서 만숙이가 하는 소리에 몇몇 처녀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조용들 해.》 다른 처녀가 말했다. 《반장언니, 나는 길복이를 단단히 혼내주자는걸 제기해요. 계속 결근 아니면 지각, 조퇴. 그런데두 별로 대책이 없어요.》 《옳아요. 래일 나오면 비판무대에 올리자요.》 직맹분초급단체위원장인 윤희도 주장했다. 《혼내줄건 혼내줘야 해요.》 옥실은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모두 입을 삐죽거리며 분개해서 길복이를 욕했고 반장이 지내 무던하고 일밖에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런것에는 상관없이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맵시를 보는 처녀, 소설책을 읽는 처녀, 옆에 와 소곤거리며 키득거리는 처녀들도 있었다. 옥실이는 입을 삐죽거리는 처녀들중 일부는 사실 길복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길복이는 일단 기대에 붙으면 일에 몰두했고 매일 자기 계획을 했다. 그런데도 그가 말밥에 오르니 자기의 허물은 보지 않고 혼내주고 비판하자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자기를 다치면 저 순임이처럼 무섭게 반발하며 대든다. 유감스러운것은 이들중에는 이전부터 같이 일해오는 조사공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신입공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이 다양하고 복잡한, 각이한 개성의 작업반원들이 한마음한뜻으로 뭉칠 때 집단적혁신이 일어나고 생산실적이 높아지고 천리마를 타게 된다는것은 너무도 자명한 리치였다. 그러나 지금 같아서는 어떻게 해야 한마음한뜻으로 뭉치게 되겠는지 막연하기만 했다. 다른데서는 어떻게 했을가? 안타까운 나머지 한번은 채운이에게 속심을 터놓았다. 《채운이, 만약 강선제강소에서 작업반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더라면 12만톤을 해낼수 있었을가? 거기 작업반도 처음에는 반원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았을수 없었을테지? 그런데 어떻게 마음을 하나로 합칠수 있었을가?…》 박채운이는 눈을 내리깔고 잠시 반응이 없었다. 채운이는 아직 자기가 그 유명한 분괴압연기에서 일하는 압연공의 딸이라는것도 또 자기가 들쓰고있던 오명을 수령님께서 벗겨주시였다는것도 옥실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얘기를 하자면 어차피 수치스러운 과거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였기에. 하지만 안타까와하는 반장을 도와야 하겠다는 의리심이 발동하여 전혀 모르는척할수가 없어 눈길을 쳐들고 말했다. 《내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수상님께서 제강소로동자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셨대요. 제강소로동자들속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었는데 수상님께서는 그들의 아픔을 헤아려보시고 과거가 어떻든 지금은 한식솔이다, 나는 동무들을 믿는다, 동무들도 나를 믿고 강재1만톤을 증산하자 이렇게 호소하시였대요. 그래 로동자들이 모두 울면서 궐기했다지 않나요.》 《아, 그랬구나 !》 길옥실은 채운이가 그런 소식을 어떻게 알고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의 말을 듣고 감동을 받은 옥실이는 로동자들의 심장이 움직일 때 혁신이 일어난다는 리치를 새로 발견한듯 그 생각에 깊이 잠겨있었다. 옥실이는 사람의 심장을 움직이자면 그들을 믿고 따뜻이 대해주고 옳게 이끌어야 할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수령님의 로작들을 탐독하면서 그것을 확신했다. 자기 작업반원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믿어야 한다. 사람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 사랑과 믿음을 줄 때 반원들은 반장을 따를것이다. 그러면 집단이 자연히 한마음한뜻으로 뭉칠것이다. 작업반장이 되였을 첫시기 지각, 결근을 자주하여 말썽이던 명옥이를 찾아가보고 받았던 충격이 되살아났다. 그때 명옥이네 집형편을 알게 되면서 모든 작업반원들이 다 제나름의 생활과 고민, 슬픔과 기쁨이 있을것이라고 느꼈었다. 그래 그들을 도와주려고 애썼지만 그시그시 도와 주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명옥이를 혁신자로 만든 경험이 필요했다. 그렇게 작업반원들을 이끌어야 할것이다. 작업반원들에게 심장을 주자. 길옥실이는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신입공들중에서는 춘애라는 애가 제일 속을 태웠다. 아직 애티가 가셔지지 않은 춘애는 신입공들중에서도 나이 어린 축에 드는 고아였는데 초등학원을 졸업하고 기능전수학교에서 양성기간을 거쳐 조사공이 되여 길옥실작업반에 배치되여왔다. 꽁하고 사람을 피하여 혼자 있기 좋아했고 게을렀으며 일솜씨가 서툴렀다. 우울한 얼굴로 말도 안하고 웃는 일도 없었다. 길옥실이 알아본데 의하면 아버지는 내무원을 하다가 전략적후퇴시기에 적들과의 격전에서 전사했고 어머니는 놈들에게 학살당했다. 춘애가 오작품을 많이 내서 길옥실이는 여간 애를 먹지 않았다. 직장장이 욕을 퍼붓자 춘애는 씩씩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없이 서있더니 불시에 씽하니 작업장을 떠나갔다. 길옥실이가 급히 따라갔다. 춘애는 합숙으로 가더니 짐을 싸기 시작했다. 《너 어디 가려고 그러니?》 대답이 없다. 《직장장이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똑똑한 조사공이 되기를 바래서 욕을 좀 했는데, 앞으로 일을 채심해서 하면 되지 않니?》 《…》 옥실이가 타일렀다. 《같이 있자. 네가 어딜 가겠니? 갈데가 있니?》 그러자 춘애가 서글픈 어조로 말했다. 《초등학원 어머니한테 가겠어요!》 어머니한테!… 길옥실은 충격을 받아 한동안 서있었다. 그러니 공장에서, 아니 작업반에서 초등학원의 어머니처럼 돌보아주지 못했구나. 이 애한테는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품이 그리운거야. 길옥실은 작업반장으로서 잘못했다고 자기를 비판하며 춘애를 오래도록 설복했다. 그래서 겨우 보자기를 풀고 다시 작업장으로 돌려세웠다. 그렇지만 춘애는 보짐을 싸들고 초등학원으로 가지 않았을뿐(사실 그곳에 다시 간대야 부질없는 행동으로밖에 취급당할것이 없었다. 사회에 일단 진출한 다 큰 원아가 초등학원에 가서 뭘 하겠는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며칠후 옥실이는 춘애의 기대가 비여있는것을 보았다. 기대가 혼자 돌아가는데 실오리들이 끊어지고 엉키고 해서 말이 아니였다. 한동안 애를 써서 겨우 바로 잡아놓고 기다렸으나 춘애는 나타나지 않았다. 짐을 싸들고 초등학원으로 떠난게 아닐가? 급히 합숙에 가보니 짐이 그대로 있었다. 다시 작업장으로 오는데 공장의 정원나무 그늘밑에 무엇인가 희슥한것이 눈에 띄여 다가가보니 춘애였다. 춘애는 하늘에 떠가는 흰구름을 보며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를 부르고있는데 소슬한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락엽이 처녀의 어깨에 내려앉고 발치에서도 흩날리여 더욱 쓸쓸한 감을 자아내고있었다. 춘애의 눈에 눈물이 글썽해있었다. 《춘애야, 너 어머니 그립니?》 길옥실이도 목이 메여 이렇게 더듬더듬 물었다. 춘애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닦고는 말없이 직장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내 잘못이다. 내가 춘애를 어머니다운 사랑으로 보살펴주지 못했기때문이야.) 얼마전에 학습한 회상기 《어머니사랑》의 내용이 떠올랐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간고한 항일혁명투쟁시기에 대원들을 친어머니의 사랑으로 키워주고 이끌어준 회상기의 내용이 이때처럼 가슴을 친적은 없었다. 길옥실은 도서실에 가서 그 회상기를 다시 읽었다. 춘애를 어머니다운 사랑으로 보살펴주자면 말로 설복하거나 기대가 비였을 때 대신 해주는 값눅은 도움으로는 안되는것이다. 윤희의 비판이 정당했다. 심장을 바쳐야 했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생명도 서슴없이 바친다. 길옥실은 집에 가서 보짐을 싸들고 합숙으로 들어갔다. 고아들과 같이 먹고 자지 않는한 그들의 참다운 방조자로 될수 없다고 생각했다. 옥실이가 합숙생활을 시작하자 박채운이는 집이 가까운 반장이 왜 그러는지 알수 없어 놀라움을 나타냈다. 옥실이는 합숙으로 들어가자 춘애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부터 춘애하고 같이 잘가?》 옥실이가 이렇게 춘애에게 말을 붙이며 옆에 자리를 폈다. 춘애는 잠자코 있었다. 《우리 이불을 하나는 깔고 하나는 같이 덮는게 어떻니?》 《…》 여전히 춘애는 침묵이였다. 그러더니 옥실이가 자기 이불속에 들어오는것을 겁내듯 이불을 자기 몸에 똘똘 감고누워 등을 돌려대는것이였다. 그래도 옥실이는 싫은 티를 내지 않고 웃으며 물었다. 《넌 잘 때 좀 갈개는 축인 모양이구나. 하여튼 오늘은 이대로 자자.》 그러나 이튿날에도 춘애는 같은 모양을 하고 혼자 잤으며 옥실이가 이것저것 말을 걸어보았으나 대답은 두가지 《예.》 《아니예요.》 하는것뿐이였다. 한번은 침대가녁으로 지내 피해 가다가 밤중에 떨어지기까지 했다. 옥실이는 잠에서 깨여나 놀라며 《너 어디 상하지 않았니?》 하고 걱정스레 물었다. 춘애는 새침해서 《일없어요.》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이불을 몸에다 똘똘 감았다. 옥실이는 괘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였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만일 친어머니라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안타까와할뿐이였다. 춘애의 침대밑에는 빨래감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이불도 어지러웠다. 길옥실은 그것을 춘애없을 때 빨아주려 했지만 그러한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궁리하던끝에 휴식일날 가극관람을 조직했다. 호실의 모든 성원들이 집체적으로 관람할수 있게 극장에 가서 표를 떼왔다. 처녀애들이 손벽을 치며 좋아했다. 그런데 꼭 가야 할 춘애가 처음에는 좋아하더니 곧 시무룩해지면서 자기는 가지 않겠다고 하는것이였다. 《왜 그러니?》 옥실이가 물었으나 춘애는 어딘가 다른데를 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옥실이는 한동안이 지나서야 춘애가 갈아 입고 갈 변변한 옷이 없어 그런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옷을 제때에 빨아입지 않고 침대밑에 쌓아두는데도 원인이 있었지만 춘애는 워낙 극장이나 영화관에 갈 때 입고 갈만한 치마저고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나이 처녀들은 맵시를 몹시 보았으며 극장같은데 가서 남보다 옷이 못하면 몹시 창피를 느낀다. 길옥실이도 그랬다. 그래서 옥실이는 비로도로 지은 외출용치마저고리를 트렁크속에 넣어두고 있다가 꺼내입군했다. 옥실이는 즉시에 자기의 트렁크를 열고 붉은 바탕에 꽃문양이 있는 비로도치마저고리를 꺼냈다. 《춘애, 이걸 입고 가라.》 비로도옷을 보는 순간 춘애의 눈에서 불꽃이 튀였으나 눈빛이 이내 흐릿해졌다. 《언니는요?》 《오, 나는 회의가 있어서 못간다.》 물론 거짓말이였다. 《그럼 내가 빌려 입고 갈가요?》 《그래서 내놓지 않았니? 키도 비슷하니까 꼭 맞을거야.》 춘애는 옷을 입고 너무 좋아서 거울을 들고 맵시까지 보았다. 옥실이도 마음이 즐거웠다. 혼자 남은 길옥실은 춘애의 더러워진 이불안을 뜯어내고 침대밑에서 샤쯔, 속내의, 치마 지어 양말까지 찾아내여 목욕탕에 가서 비누칠을 해서 깨끗이 빨았다. 말리워서 풀을 먹이고 다림질까지 하고나니 해가 저물었다. 그새 다른 애들은 돌아왔으나 춘애만은 고맙게도 늦어 나타났다. 다른 애들은 모두 작업반장만을 빼놓고 구경간것을 미안해 했고 춘애의 빨래를 한데 대해서 여러가지로 고맙게들 말했지만 늦게 나타나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춘애만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길옥실은 그애가 산뜻한 새옷을 갈아입는것이 여간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같이 목욕하고 그애의 머리를 곱게 땋아주었으며 저녁식사는 공장밖의 국수집에 가서 같이 했다. 밤에 잘 때 춘애는 따로 제 이불을 몸에다 똘똘 감지 않고 길옥실이 하자는대로, 즉 같이 덮고 자자고 하는대로 따랐다. 이것은 춘애에게 있어서 하나의 변화였다. 한동안 지나 다른 애들은 모두 쌔근쌔근 자는데 춘애만은 자는것같지 않아 조용히 불러보았다. 《춘애.》 《예 …》 춘애는 나직이 대답했다. 《너 자지 않니?》 《…》 《잠이 잘 오지 않는거구나. 그럼 내 한마디 할가, 응? 춘애야, 이제부터는 새롭게 살자. 아버지, 어머니의 원쑤를 갚아야지!》 춘애는 눈물을 삼킬뿐 그냥 대답이 없었다. 춘애의 입을 열게 한다는것은 쉽지 않았다. 마음을 헤쳐보이며 서로 정을 나누도록 되자면 아직 멀었다고 옥실이는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를 탓하지는 않았다. 자기의 정성이 아직 모자란다고 생각할뿐이였다. 춘애도 목석은 아니였고 작업반장의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발달되지 못했거나 가슴이 아주 얼어붙은 애는 아니였다. 이튿날부터는 일에 열성을 내였다. 그러나 워낙 게으르고 손이 굼떠서 명주실뽑는 섬세한 일에 애착을 느끼지 못했으며 기능이 늘지 않았다. 길옥실은 락심해 하는 그를 고무해주며 자주 그의 기대로 가서 도와주었다. 그런데도 춘애는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다가 실이 끊어진것도 모르고있을 때가 있었고 여전히 꽁했고 사람들을 피했다. 겨울이 다가오고있었다. 아마 그래서 춘애는 아버지, 어머니생각, 초등학원의 어머니생각이 더 간절해진듯 싶었다. 날씨가 몹시 차졌다. 감기를 앓는 애들이 생겼는데 몸이 허약한 춘애가 첫번째로 자리에 누웠고 열도 제일 심했다. 열에 떠서 몸부림치는것을 보는 옥실이는 울음이 터질듯했다. 이 애가 부모의 슬하에 있다면, 따뜻한 온돌에서 어머니의 간호를 받는다면 이처럼 애처롭지 않을것이였다. 옥실이는 춘애의 곁에서 이틀밤을 꼬박 밝혔다. 윤희가 걱정했다. 《그러다간 반장동무까지 앓겠어요.》 작업반원들전체가 춘애를 간호했고 약을 구해왔고 옥실의 어머니도 따뜻한 음식을 해가지고 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침내 춘애는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밝아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내돋았다. 《이제는 됐구나! 살았어.》 옥실이는 춘애의 손을 잡고 기뻐했다. 춘애는 말없이 옥실이를 쳐다보기만 했다. 《너 뭐 먹구푼게 없니? 이럴 때는 먹구싶은걸 먹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난대.》 하고 옥실이가 물었다. 그러자 춘애가 입을 열었다. 《언니, 삶은 닭알이 먹구파요.》 응석처럼 나직이 말했다. 춘애가 옥실이한테 처음으로 하는 청이였다. 이런 청은 혈육에게만 특히는 어머니에게만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오, 춘애야, 고맙다! 옥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덤벼치면서 《알았다. 내 이제 곧 가져오마.》 하고는 호실밖으로 달려나가 벽에 어깨를 기대고 흐느껴울었다. 이 기쁨 어디에 비기랴. 기다려라. 춘애야 내 삶은 닭알을 가져오마. 캄캄한 밤이였다. 상점에 가니 철야매대에 닭알이 없었다. 다 팔렸던것이다. 옥실이는 더 생각할새없이 당상동의 농촌마을을 향해 달리였다. 5리 남짓이 가서 처음 맞다들린 농가의 문을 두드리였다. 주인집할머니가 춥고 깊은 밤에 찾아온 처녀를 놀랍게 바라보았다. 할머니와 함께 부엌에 불을 지피고 닭알들을 삶았다. 닭알이 익는 동안 부엌바닥에 앉아있던 옥실이는 깜박 잠이 들었다. 피로가 몰리였던것이다. 할머니가 깨웠다. 옥실이는 깜짝 놀라며 《닭알이 다 익었어요?》 하고 다급히 물었다. 할머니는 익은 닭알들을 신문지에 싸며 혀를 끌끌 찼다. 《앓는 동무를 위해 정성도 지극하지!…》 그렇지만 옥실이는 기다리고있는 춘애에게 오히려 잠시나마 잠을 잔것이 미안스러웠다. 닭알꾸레미를 품에 간수하고 할머니에게 인사한 다음 밖에 나서니 캄캄하고 추웠다. 그래도 삶은 닭알이 생겨 기쁨을 이기지 못해 기다리고있을 춘애를 향해 다시 달리였다. 등뒤로부터 승용차의 전조등불빛이 강렬하게 비치였다. 승용차는 여러대였다. 첫차가 지나치고 두번째 차도 지나쳤다. 두번째 차는 좀 컸다. 길옥실은 자기를 앞질러 달려가는 승용차에 관심을 돌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뒤에서 전조등이 계속 비쳐오는것을 보아 승용차들이 더 달려오는것 같았다. 문뜩 저쯤 앞서 갔던 두번째의 승용차가 멈추어서더니 거기서 어떤 사람이 내렸다. 그리고 승용차들은 가던 길을 계속했다.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은 지나치는 군용차를 한대 세워 대기시켜놓고 그 시각에도 종종걸음을 쳐 제사공장합숙으로 가고있는 길옥실이앞을 막아섰다. 《처녀동무 !》 그 사람이 말했다. 군복은 입지 않았으나 군인같았다. 그 사람은 옥실이의 등뒤에서 춤추듯하는 외태머리를 보고 처녀로 짐작한것 같았다. 《이 밤중에 웬일이요? 어디에 있소?》 무척 친근한 목소리였다. 《평양제사공장에 있습니다.》 옥실이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거기서 무슨 일을 하오?》 《조사공입니다.》 《그런데 이 깊은 밤에 웬일로 그렇게 뛰여가고 있소. 무슨 사연이 있는것 같구만.》 기다리고있을 춘애때문에 초조해난 옥실이는 그간의 사연을 간단히 설명했다. 《앓는 작업반동무를 위해서!… 고아라고 했지, 그가?》 《네.》 《자, 내가 데려다줄테니 이 차에 타오.》 그 사람이 대기시켜놓았던 군용차를 가리켰다. 《전 일없습니다.》 《어서 타오. 처녀동무.》 사람이 좋은 일을 하면 도와주는 귀인이 생기는 법일가? 옥실이는 기쁘고 황송했다. 차안에는 운전사밖에 없었다. 차를 타고가며 그 사람이 묻는 말에 옥실이는 차근차근 대답했다. 춘애가 어머니의 사랑을 갈망하는 고아인데 작업반장으로서 자기는 어머니답게 대해주지 못했다는것, 그런데 감기에 걸려 앓는 동안 간호해주었더니 여태 속을 주지 않던 그 애가 삶은 닭알을 먹고싶다고 했다는것, 그 순간 너무 기뻐 울었다는것… 《그 애가 얼마나 애를 태웠으면 삶은 닭알이 먹고 싶다는 말을 할 때 울었겠소. 그 애가 고마워 울어야 할텐데 동무가 울었으니…》 하며 그 사람은 뒤말을 더 잇지 못했다. 군용차가 공장정문에 도달했다. 《다 왔습니다.》 《음, 조사직장 4작업반장 길옥실이라고 했지. 앞으로도 고아들을 잘 돌봐주기를 부탁하오. 수상님께서는 부모잃은 고아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시며 심려하고계시오. 그럼 어서 가보오.》 길옥실은 차에서 내렸으나 발걸음을 뗄수 없었다. 부모잃은 고아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시였다는 수상님의 말씀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 말씀을 자기에게 전하며 고아들을 잘 돌봐주기를 부탁하는 이 아저씨는 누구일가. 수상님께서 품고계시는 심려를 알고있는 이 아저씨는 큰 간부임이 틀림없다. 《고맙습니다.》 옥실이가 그에게 감동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작업반에서 일하는 고아들을 잘 돌보고 이끌어주겠습니다.》 《수고하겠소.》 《안녕히 가십시오.》 군용차는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옥실이는 마치도 자기가 꿈을 꾸고있는것만 같았다. 그는 군용차가 사라진 어둠속을 이윽히 바라보며 서있다가 고아들때문에 수상님께서 심려하신다는 그 사람의 말이 머리속에 번개치듯하여 다급히 합숙으로 향하였다. 합숙에 들어가니 그때까지도 춘애는 기다리고있었다. 다른 처녀들도 동무해주며 자지 않고있었다. 옥실이가 들어서자 모두 반기며 일어났다. 《춘애야, 미안하다. 늦어서.》 이 추운 밤에 땀을 흘리며 숨이 차하면서도 미안해하는 옥실이! 처녀는 서둘러 솜저고리밑에 품었던 닭알꾸레미를 꺼냈다. 닭알이 식을가봐 신문지로 싸고 벼짚을 감고 보자기에 다시 쌌었다. 춘애에게 따뜻한 닭알을 먹이려고! 찬닭알을 먹으면 체할수 있었기에… 보자기를 풀고 벼짚을 벗기고 신문지에 싼 따뜻한 닭알을 꺼내들고 옥실이는 행복에 넘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춘애야, 어서 먹어. 아직 따끈하다.》 춘애는 닭알이 아니라 옥실이의 두손을 와락 거머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옆에서 기다리던 다른 동무들도 눈물을 흘렸다. 《언니!… 난… 안먹어도 돼요.…》 춘애는 길옥실이 입고있는 아직 차거운 솜옷에 얼굴을 묻고 그냥 흐느끼였다. 반장동무에 대한 고마움, 그를 애태운 지난날에 대한 후회, 잘못산 과거에 대한 반성, 한마디로 가슴에 뭉쳤던것이 일시에 녹아내리며 걷잡을수없이 울음을 터치는것이였다. 옥실이도 목이 메이였다. 《식기전에 어서 먹으라는데…》 얼마후 저으기 진정된 춘애는 닭알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옥실의 얼굴이 얼마나 따뜻한 모습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던지!… 춘애가 옥실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언니는 어쩌면!… 꼭 엄마같아요.》 옥실이는 어서 먹으라고 손짓을 하였다. 《내가 언니의 속을 많이 태웠지요? 이제부터는 일을 잘해서 꼭 혁신자가 될래요.》 눈물속에 닭알을 먹으며 춘애는 속삭이였다. 춘애는 그때부터 옥실이를 어디 가나 졸졸 따라다니며 그의 곁을 한시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춘애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수도 있을가? 춘애의 기능이 높아지고 처음으로 계획을 수행해서 벽보에 나고 유선방송에도 소개되였으며 명랑해지고 예술소조에도 망라되여 노래를 부르게 된것은 다 그후의 이야기이다. 길옥실이는 확신했다. 세상에 타고난 락후분자란 없다고!… 그리고 결심했다. 고아들을 어머니심정으로 돌봐주리라고! 옥실이는 저금한 돈을 찾아 춘애에게 그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비로도치마저고리를 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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