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18회)

김  삼  복            

 

35

 

새해의 정월달, 저멀리 동녘하늘에 푸르그름한 려명이 시작되고있을뿐 사위는 아직 어두웠고 삼라만상이 추위속에 땅땅 얼어붙은듯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승용차를 타고 살림집들이 건설되고있는 수도의 중심거리를 돌아보시였다. 승용차는 벽돌축조로 건설되는 아빠트들을 지나면서 천천히 달리였다. 박기환이가 다른 나라 설계를 가져다 짓게 한 아빠트들이였다. 수령님께서 알아보신데 의하면 이 아빠트 한층의 높이는 4메터이다. 무엇때문에 우리 사람들의 체질과 생활감정에 맞지 않게 멋없이 층고를 높이고 뻬찌까를 놓고 자재를 랑비해야 하겠는가.

도로 건너편에서는 조립식으로 짓고있는 살림집들이 보였다.

그 건설장들에서는 밤교대가 일을 마무리하고있는지 어떤데서는 조명등들을 켠채로 작업장이 조용했고 어떤데서는 모닥불이 타오르는데 그 주변에서 밤을 샌 건설자들이 서성거리였고 어떤데서는 아직 작업중이여서 호각소리가 울리고 조명등을 높이 단 기중기의 팔이 부재를 물고 회전하고있었다. 10월전원회의이후 평양시살림집건설장에서는 조립식건설의 비중이 결정적으로 높아졌다.

한 건설장에 이르신 수령님께서 차에서 내리시였다. 책임부관이 뒤따를뿐 수행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어둠을 밝히며 가물가물 타오르고있는 모닥불옆에서 불을 쪼이고있던 청년이 이쪽을 살펴보더니 일어서며 혀아래소리로 뒤쪽에 대고 말했다.

《반장동무, 간부동지가 오셨습니다.

쎄찌야식의 살림집은 지금 한창 3층을 조립하는중인데 아래층 어디에선가 컴컴한데서 키가 후리후리하고 어깨가 넓은 사람이 걸어나오는것이 모닥불빛과 조명등불빛속에 환히 보이였다. 버들로 엮은 안전모를 쓰고 솜옷을 두툼하게 입은 그는 작업장에 쌓여있는 모래무지를 에돌아 급히 오다가 흠칫 놀라며 허리를 꼿꼿이 펴고 멈추어섰다.

그의 오른손이 자기도 어쩔사이없이 군대식으로 안전모옆에 올라가붙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청년작업반은 작업중에 있습니다. 작업반장 장일남.

1월의 새벽날씨라 대기가 몹시 찼기때문에 반장의 입에서는 이러한 힘찬 보고와 함께 흰김이 뿜어나왔다. 밤을 샌 피로가 느껴지는 석쉼하게 갈리는 목소리였으나 추위에 언 대기를 쩡쩡 울리는 패기에 넘친 보고였다.

《수고하오. 제대군인이요?

수령님께서 미소를 지으며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어디서 복무했소?

《전선동부 근위제3보병사단에서 복무했습니다.

《오진우사단말이지. 339고지전투에 참가했겠구만?

수령님께서는 조국해방전쟁의 마지막을 빛나게 장식한 가렬처절했던 339고지습격전투를 잠시 생각하시며 물으시였다.

《참가했습니다.

《어제날의 전선용사가 오늘은 수도건설에 참가하고있단말이지. 장일남동무, 그래 어떻소? 조립식으로 주택을 지으니 말이요?

장일남은 차렷자세를 한채로 여전히 군대식으로 대답을 드리였다.

《저희 직장은 벽돌축조식아빠트를 짓다가 외부작업이 끝나면서 10월전원회의이후 이곳에 와서 조립식아빠트건설에 착수하였는데 벌써 3층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걸린것이 많고 손에 익지 못해 애로가 있었습니다. 건설을 다년간 해온 경험자들은 조립식이 손에 익지 않아 달가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제대군인들이 앞장서서 당결정을 관철하기로 하고 청년작업반을 조직하여 시범을 보이였습니다. 달라붙어 하니까 이내 손에 익숙해졌고 속도가 났습니다. 조립식건설은 비할바없이 우월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청년이 너무도 대견하시여 등을 두드려주시였다.

《잘했소. 보수주의를 짓부시는데서 제대군인들이 앞장서야지. 건설이란것이 신비할것이 조금도 없소. 동무들이 10월전원회의결정을 관철하는데서 모범을 보이오.

사실 10월전원회의 문헌토의사업은 건설부문 기관, 기업소들에서 날카로운 사상투쟁의 방법으로 진행되였다.

장일남이가 속해있는 주택건설사업소에서도 지배인이 투쟁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지배인은 새로 온 당위원장이 사전에 그가 더 큰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강하게 투쟁하여 이끌어주었기때문에 바른 길에 들어서고있는 상태였다. 그래 지배인은 출당, 철직을 면할수 있었다.

그는 당위원장방에 찾아가 당위원장의 손을 꽉 잡고 말눈같이 컴컴한 눈을 헤둥거리며 말했다.

《당위원장동무! 당위원장동무는 나더러 언제인가는 자기에게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될거라 했지요? 지금 바루 그렇게 됐습니다.

당위원장의 대답은 이러했다.

《조립식건설에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합시다.

건설사업소에서는 한개 직장을 먼저 조립식주택건설에 인입시키기로 했다. 대동강반에 지은 축조식아빠트가 채 완공되지 않았으나 거기에 붙었던 직장에서 장일남이가 속한 작업반이 손을 떼고 우선 조립식건설에 진입하게 되였다.

사상투쟁회의때 장일남이도 토론했었다. 그는 자기네 건설사업소가 범하고있는 과오를 예리하게 분석했고 건설부문에 경험주의, 보수주의가 심하다는데 대해서 비판했다.

《집을 짓는데 무슨 신비할게 있습니까. 나는 제대군인들로 청년작업반을 조직해서 생신한 활력을 가지고 경험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우리 제대군인건설자들의 결의를 제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위원장의 지지를 받아 곧 제대군인들로 청년작업반이 무어졌고 장일남이 작업반장이 되였다.

장일남의 이전 작업반장이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일남이와 헤여지며 말했다.

《경험이 필요없단 말이지… 어디 너희들끼리 해봐.

장일남은 중앙도서관에 다니며 건설공학에 대하여 학습하기 시작했다.

수령님께서 치하해주시니 장일남은 지나간 일들이 추억되여 긍지를 느끼였다.

청년작업반원들인, 조립공, 용접공, 신호수, 기중기운전공처녀 등이 모여와 수령님께 제가끔 인사를 올리였다. 그들의 힘찬 목소리들이 새벽공기를 쩡쩡 울리였다.

수령님께서는 모여든 청년작업반원들을 둘러보시며 대견해하시였다. 《다 제대군인들이구만. 어제날 미제를 때려부시는 싸움터에서 용맹을 떨치였던 동무들인데 건설에서도 미제를 치던 그 본때로 혁신을 일으켜보시오.

《알았습니다!

힘찬 합창이 울리였다.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을 표시하시고 장일남에게 물으시였다.

《반장동무는 장가를 갔소?

평양시 복구건설에 참가하고있는 제대군인들이 장가가자해도 집이 없어 못간다는 문제가 상정되고있는 때여서 이렇게 물으신것이였다.

장일남이 얼굴을 붉히였다.

《수상님, 저는 저의 고향도시 평양을 일떠세운 다음에 장가를 가려합니다.

이때 일남이는 가슴속에 깊이 묻혀있는 《그 처녀》의 아련한 모습이 피뜩 상기되여 당황해짐을 금치 못했다.

수령님께서 허허 웃으시였다.

《부모님들을 모시고있소? 집은 어디요?

《집은 평천리인데 폭격을 맞아 주추돌마저 없어졌습니다. 지금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토굴집에서 살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동정을 금치 못하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당장은 집이 없어 처녀가 있어도 데려올수 없겠군.

전선에서 싸운 제대군인들이 집이 없어 장가를 못들고 안해가 있어도 가정생활을 제대로 못하는것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으시는 수령님이시였다. 어찌 제대군인뿐이랴.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토굴집에서 살고있는가.

평양시건설에서는 살림집을 짓는것이 급선무이다. 자금과 자재, 로력을 적게 들이면서도 아담한 살림집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많이 짓겠는가, 바로 이러한 심려를 안으시고 수령님께서 오늘 새벽에 건설중의 거리들을 돌아보시는 길이였다. 10월전원회의에서 건설부문에서 나타나고있는 본질적결함들을 비판하고 대책을 강구하시였으나 올해에 살림집건설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 자신께서 직접 나서신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쎄찌야식주택의 층고와 구조 등에 대해 알아보시고 말씀하시였다.

《쎄찌야식은 방이 두세칸씩 되고 살기에 편리하오. 층고가 아직 좀 높지. 이런 주택도 지으면서 층고가 조선사람의 키에 알맞춤하고 보다 쉽고 빨리 조립할수 있는 새로운 식의 살림집도 지을수 없겠는가 연구해보아야 하오.

《수상님.》 장일남이 말씀드리였다. 《저희들은 한칸짜리라도 좋으니 빠른 시일내에 많이 지을수 있는 그런 살림집을 요구합니다. 쎄찌야식이나 우리들이 벽돌로 쌓은 저 대동강반의 화려한 주택같은것은 앞으로 천천히 지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청년의 대답에 현단계에서의 시민들과 제대군인들의 심정과 의향이 반영되여있다고 보시였다. 청년의 대답이 자신께서 구상하고계시는 새 살림집건설방도와 일치하였다.

그렇다. 화려하고 고상하며 구조가 다양한 주택들은 천천히 짓자. 당장 시민들이 들 집이 없지 않는가. 한칸짜리라도 빨리 짓자고 하는 요구는 현시점에서 절박한 문제로 되고있다. 후날 한칸짜리 살림집들을 헐어버리고 화려하고 고상하며 보다 쓸모있는 살림집들을 그 자리에 다시 짓게 될수 있을것이다. 그래도 현재의 절박한 문제를 풀자. 인민들이 그것을 요구하고있다.

《동무들의 생각이 그렇단 말이지?

《예!》 건설자들의 힘찬 대답소리가 다시금 새벽대기를 흔들었다.

수령님께서는 그러면 어떠한 형식의 주택이 좋겠는가, 계단, 간벽, 문짝들을 줄이면서 주택면적을 늘일수 있는 방도는 무엇이겠는가, 어떻게 하면 건설원가를 줄이겠는가 하는 문제를 연구해보라고 말씀하시였다.

《설계가들과도 토론해보고 실지 현장에서 일하는 동무들의 의견을 특히 참작하려 하오.

《저희들이 토론하고 연구해보겠습니다.

어느덧 푸르스름한 려명이 하늘로 넓게 퍼지고 동녘하늘이 불그레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살을 에이는듯한 새벽추위도 차츰 물러가고있었다.

수령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제대군인건설자들의 웃음소리에 건설장이 들썩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평양시안의 건설부문 책임일군들을 당중앙위원회에 부르시였다. 국가건설위원회 부위원장과 새 건설상 등도 참석한 협의회였다.

수령님께서는 먼저 《건설에서 우리의 최대의 목적은 지금 준 돈을 가지고 집을 더 짓는데 있습니다.》 하고 협의회의 기본 취지를 말씀하신 다음 여기서 첫째가는 고리가 설계인것만큼 우선 설계일군들, 설계가들과의 협의회를 가지려 한다고 하시였다.

국가건설위원회 부위원장이 10월전원회의에서 비판받은후 설계가들이 자기반성들을 했으며 종파분자들의 여독을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고있지만 상당히 위축된 상태에 있다는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리였다.

《그러면 안됩니다. 동무들이 설계가들과의 사업을 잘못하고있는것 같습니다. 그들은 지성인들이고 창작가들인것만큼 비판서를 쓰라 어쩌라 하며 졸렬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래일 그들을 한사람도 빼놓지 말고 다 여기에 부르시오.

이것은 과오를 범한 설계가들에 대한 크나큰 믿음이였다.

이 말씀을 전달받은 시안의 설계가들은 격동에 넘쳤고 흥분에 떠 어서 새날이 오기를 기다리였다고 한다.

1 18, 수령님께서 회의장주석단에 나오실 때 설계가들은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로 그이를 맞이하였다.

수령님께서 설계가들을 향하여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이 비판을 받은후 위축되여있다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동무들은 국가건설위원장의 지시를 당의 지시로 알고 과오를 범했습니다. 동무들은 당의 의도를 옳게 리해하지 못하고있었습니다.

빨리 고민을 털어버리고 일에 달라붙어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고민이나 하고있을 짬이 없습니다. 건설이 바빠 눈코 뜰새 없는 시기입니다.

과오는 일하는 과정을 통해서 대담하게 고치면 됩니다. 나는 동무들을 믿습니다.

우렁찬 박수가 터져 그이께서는 잠시 말씀을 중단하시였다가 그들이 할 과업에 대하여 언급하시였다.

《동무들은 원가를 낮추고 더 많은 집을 더 빨리 지을수 있는 방도를 연구해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허식과 랑비를 없애고 값눅고 빨리 지을수 있는 집을 많이 짓는것이 필요합니다. 설계에서 15%만 절약해도 약 1,000세대의 집을 더 지을수 있습니다.

박기환에게 추종했거나 리용되였던 설계가들과 종파분자들에게 맹종맹동한 탓으로 비판을 받고 고민속에 모대기고있던 설계가들은 수령님의 말씀속에서 기쁨과 감격을 억제하지 못하며 오늘을 기념하여 수령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청을 드리는데까지 이르렀다. 수령님께서는 그들의 청을 기꺼이 받아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성인들이고 창작가들인 설계가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터놓으시였다.

《나는 페허로 된 이 평양에 가장 현대적이고 고상하고 웅장한 건축물들을 일떠세워 세계적인 도시를 건설하고싶습니다. 이것은 항일혁명투쟁을 할 때부터 그려온 나의 숙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민들을 토굴집에서 하루빨리 나오도록 하기 위하여 단층 집도 짓고 한칸짜리도 지으며 원가를 극력 낮추어 빨리 많이 짓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고상한것보다 우선 많이 지어야 합니다. 25개년계획기간에 가서는 고상한 집들을 지읍시다. 공업이 발전하고 생활이 유족해지면 인민들의 요구수준도 높아집니다. 지금은 한칸짜리 집이라도 만족하게 여기지만 앞으로는 두칸, 세칸짜리 집에서 살기를 희망할것입니다. 우리 공화국의 수도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계속 높아질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현대적인 새 거리들을 계속 일떠세워 20, 30층아빠트들이 숲처럼 꽉 들어차게 하여 평양을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도시로 건설하려 합니다. 동무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 현대적이고 웅장한 수도건설은 단꺼번에 이룩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를 이어 가며 세계적인 도시로 평양을 건설해야 합니다.

설계가들은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한푼의 자금이라도 아껴써야 하고 인민들을 토굴집에서 속히 내와야 하는 전후의 이 어렵고 절박한 시기에 평양에 당장 외국식의 《화려한》 살림집만을 건설하려 한 박기환의 주장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아름답고 웅장한 도시》의 건설이라는 보자기를 씌운 가식과 사대주의로 일관된 반인민적인 사상이였던가를 느끼게 되였다.

(이 협의회에 젊은 건축가로 참가했던 강처한은 1980년대에 김정일동지의 지도밑에 세계적인 거리, 광복거리를 건설하면서 이날에 하셨던 수령님의 말씀을 가슴뜨겁게 추억하였다.)

수령님께서는 또 하루가 지나 이번에는 시건설부문 로동자협의회를 지도하시였다. 장일남이도 참가했다. 여기서 구체적인 방도들이 직접 건설을 맡아하는 건설자들의 머리에서 많이 제기되였다.

설계가들은 그이의 뜻을 받들어 외랑식다층살집설계안을 내놓아 건설원가를 50%이상 낮출수 있는 담보를 마련했다. 그후 진행된 평양시건설부문 열성자회의에서는 7천세대분의 자금으로 1 7천세대이상의 주택을 지을 결의를 다졌다. 조립식건설비중을 90%이상 높이기로 하였다.

수령님께서는 그에 대해 보고를 받으시고 원가를 낮추어 빨리, 많이 지으면서도 건설의 질을 높일데 대하여 간곡히 교시하시였다.

 

36

 

인간의 정열은 결코 외곬으로만 불타지 않는다. 장일남은 살림집을 건설하는 그 바쁜 나날에도 자기가 구원했으며 견딜수 없이 마음이 끌리는 《그 처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벌써 1년간이나 그 처녀를 보지 못했다. 그 처녀에게 다시는 만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심장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그 처녀를 두번 만난것은 우연이였고 그후 아직 만나지 못한것도 우연이였다. 이러한 우연에 기대를 걸수 없었다. 장일남은 적극적인 행동에로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다시 말하여 주동적으로 그 처녀를 찾아가기로 작정했다. 그것이 가능했던것이다. 그가 처녀를 맡겼던 평천리 병원의 의사를 찾아가면 처녀의 집을 알수 있을것이다. 단지 그렇게 할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 쎄찌야식으로 짓던 살림집건설을 끝내고 새로 외랑식살림집을 맡아 건설하게 되면서 그 준비단계에서 며칠간의 여가가 생겼다.

그리하여 어느날 저녁 그는 채운이가 살고있는 이모네 집의 대문을 두드리였다.

어리무던하게 생긴 얼굴이 넙적한 녀인이 나오차 씩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한가지 물어봅시다.

《예, 뉘신지요?》 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집에 제사공장에 다니는 처녀가 있습니까?

《그런데 무슨 일인지. 공장에서 왔소?

《아닙니다. 좀 아는 사이입니다. 저는 주택건설사업소 로동잡니다.

녀인은 잠간 생각하는것 같았다.

《하여튼 들어갑시다.

녀인을 따라 방안에서 나오는 불빛이 비치는 마당을 지나고 마루에 올라섰다. 녀인이 방문을 열었다. 방안은 비여있었다.

방금전까지 이모와 이야기하고있던 채운이가 웃방으로 피해간것이였다. 이모도 《제사공장에 다니는 처녀》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구태여 밝히지 않고 어물거리며 마음속으로 채운에게 적당하게 행동할 여유를 주려했던것이다. 채운이와 관계되는 일은 본인뿐아니라 집사람들모두가 조심하며 매우 심중하게 처신하고있었다.

채운은 자기를 찾아온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누군지 알았으며 이모가 적당히 대답하면서 여유를 준데 대해 더없이 고맙게 생각하며 즉시에 몸을 피했다.

 최근에 채운은 별 근심걱정없이 일을 잘 다니고있었다. 아버지가 일하는 분괴압연기의 눈부신 혁신적성과들에 대한 소식을 집에서 오는 편지들과 신문지상을 통해 자주 알게 되면서 박채운은 압연공의 딸답게 재생의 길을 확고히 걸어갈 결심을 더 굳게 했으며 그리하여 조사공으로서 성실하고 꾸준하게 일하여 속히 기능을 높이고 길옥실이와 같은 혁신자가 되려고 남모르는 애를 쓰고있었다. 처녀는 자기가 로동계급의 딸이며 자신이 또한 로동계급의 한 성원임을 긍지높이 자각했다.

물론 결심을 실천에 옮긴다는것이 쉽지 않다. 채운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여기서 채운의 그러한 노력에 장애로 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본인의 각오와는 관계없는 외부적요인에 있었다. 채운은 언제인가는 누구의 손에 꺾이여야 할 꽃이였다. 언제인가는 사랑과 결혼, 가정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 들어서기마련인 미혼의 처녀였다. 일반적으로 처녀들에게 있어서는 이 중대사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눈에 드는 총각의 모습을 그려보며 활랑거리는 가슴을 진정 못해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꾸기마련인것이다. 하지만 채운은 사랑과 가정에 대해서 지금은 생각할수 없었다. 그 생각은 오직 그에게 쓰겁게 괴로운 눈물만을 자아낼뿐이였다. 그래서 채운은 그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려 했고 일에만 전념하려 했다. 그런데 이것이 결심대로 되지 않았던것이다. 더구나 채운은 그를 한번 본 사람은 남자는 더 말할것도 없고 녀자들도 뒤를 다시 돌아보지 않을수 없게 하는 미모를 타고났으니 본인이 어떻게 마음먹고있든 상관없이 청년들이 부단히 그에게 달라붙었다. 그렇게 달라붙는 청년들중에는 징그러운 대상도 있었고 마음에 드는 대상도 있었다. 가령 채운이가 두번씩이나 만나게 된 그 제대군인청년은 마음에 드는 사내다운 청년이였다. 인정도 깊어보였다. 그러나 채운은 그 어떤 상대건 다 피했다. 그들이 만일 채운이와 관계가 밀접해져 어쩔수없이 처녀의 추문을 듣게 된다면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급급히 피해 달아날것이다. 이런 생각은 채운이로 하여금 피눈물을 삼키게 했고 모진 마음을 먹게 했다. 그 어떤 남자도 자기의 세계에 들여놓으려하지 않았으며 랭정한 고독속에서 오로지 로동의 기쁨만을 맛보며 살아가리라는 독한 마음을 더 가다듬었다.

자기를 살려냈으며 우연히 길에서 두번씩이나 만난 청년이 집에까지 찾아온것은 커다란 불안을 야기시켰다. 채운은 그 청년을 고맙게 여겼으며 제대군인답게 시원시원하고 진실한 사람이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그 청년이 자기에게 가장 가까이 접근하고있는것으로 하여 즉 자기가 자살하려했다는것을 알고있는것으로 하여 몹시 경계했다. 만약 그와 더 가까와진다면 왜 자살하려했는가 하는것을 파고들려 할것이다. 그는 채운이에게 오직 무거운 정신적부담만을 안겨줄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의 집을 알아냈고 이렇게 불쑥 찾아까지 왔다. , 정말이지 남자들을 피할수는 없는가!

아래방에서 이모와 찾아온 청년간에 이야기가 시작되였다.

《이 집 딸은 없습니까? 아직 공장에서 퇴근 안한게지요?

《… 예…》

(이모, 고마워! ) 채운이는 웃방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서 불안에 떨며 속으로 이모에게 말했다.

《저는 이 집 딸과 잘 아는 사이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채운이는 내 딸이 아니라 조카라우.

《조카딸도 딸이나 같지요.

《주택건설사업소에서 일한다고 했던가?

《예. 청년작업반 반장입니다. 수도시민들을 토굴집에서 나와 집다운 집에서 살게 하려는 당의 뜻을 받들고 저희들은 날이 가는지 밤이 가는지 모르게 일하고있습니다. 마침 한 대상을 끝내고 새 대상을 맡아 이동하게 되면서 틈이 좀 생겼지요. 그래 하늘이 파랗다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여태 사시절이 언제 바뀌는지 몰랐지요. 그렇게 지었는데도 수도시민들의 살림집은 아직 풀리지 못했습니다.

이모는 혀를 찼다.

 《수도건설자들이 정말 수고해요. 이렇게 볕에 타서 검실검실하고 목소리도 찬바람을 맞아 석쉼하구만, 얼마나 고생이 많겠소.

《저희들이야 뭐, 수상님께서 시민들의 살림집때문에 심려하시는데 비하면 아직 멀었습니다. 올해 정월달 추운 새벽에도 몸소 건설장을 찾아오시여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빨리, 값눅게 짓겠는가를 저희들같은 평범한 건설자들과 의논하시였습니다.

《아니 그럼 청년은 수상님을 만나뵈웠나?

《예…》 겸손한 대답이였다.

《어디 그 얘기를 좀 듣자구.》 이모는 바싹 구미가 당기여 어서 얘기하라고 졸랐다.

청년은 새해 정초 쎄찌야식주택건설장을 이른 새벽에 찾아오신 수령님을 만나뵙던 이야기와 당중앙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협의회에 건설자들을 대표해서 참가한 이야기를 실감있게 들려주었다.

웃방에서 앉은뱅이책상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박채운이도 어느새 잡념을 잊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였다. , 수령님! 나에게도 재생의 길을 열어주신 은인! 그 자애로운 위대한 수령님을 두번씩이나 만나뵙고 가르치심을 받은 작업반장청년이 지금 곁에 와있다. 그가 부러웠다. 그리고 그가 돋보이였다. 수령님의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고 수도시민들의 살림집을 풀기 위해 볕에 타고 목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밤낮으로 일하는 청년이다. 그는 평범한 수도건설자의 한사람이지만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채운은 신문을 통해 수도건설자들이 《23개월간 예비를 더 탐구하여 7천세대분으로 2만세대를 지을것을 결의》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나도 그렇게 일하리라… 채운은 불안한 마음이 어데로 사라졌는지 알수 없었다.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하는구만. 여보게, 이야기를 더 해달라구. 우리 가두에서도 소랭이를 들구 나가 평양시복구건설을 지원하고있지만 우리야 뭘 아는게 있나?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니 세상이 환해지는것 같구만. 나는 우줄우줄 일어서는 아빠트들에 그처럼 감동깊은 사연이 깃들어있는줄 몰랐구만. 정말 수상님께서는 만백성의 어버이이시야! 종파놈들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으셨다던데…》

이모는 옷고름으로 눈물을 씻었다.

청년은 종파놈들때문에 평양시건설이 한해 지연된 사실, 5개년계획의 첫해에 다 비약적성과를 올렸는데 건설만은 부끄럽게 계획을 미달한 사실, 그래 올해는 결정적인 전환이 일어나고있다는 내용 등에 대해 말해주었다.

청년의 이야기는 그와 마주 앉아 있는 녀인에게도 웃방에 숨어앉아있는 쳐녀에게도 다 깊은 인상을 주었다.

《허, 이거 밤이 늦어지는군요. 전 가겠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아니 저녁이나 자시고 가지. 이제 곧 채운이 이모부가 퇴근해 올텐데!

이모가 말린다.

《아 괜찮습니다.

《저, 그런데 채운이는 어떻게 잘 아나? 난 아직 그애한테서 주택건설사업소에 다니는 청년을 안다는 이야기는 들은적이 없는데!

채운은 입술을 감빨았다. 호기심 많은 이모를 나무랐다. 가려고 일어서는 청년을 무엇때문에 붙잡아 또 이야기를 시키는것일가?

《그랬을수 있습니다.》 청년의 대답이였다.

《실례이지만 청년의 이름은 어떻게 부르오?

《예, 장일남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모님, 내가 어떻게 채운동무를 찾아왔는가를 이야기할가요?

채운은 속이 덜컹 내려앉는것 같았다. 장일남이라고 하는 청년이 과연 무슨 말을 하게 될것인가? 처녀는 속이 한줌만해졌다.

《그럼 말하겠습니다. 저는 군대식으로 직방 말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어머니의 간곡한 요구에 따라 장가를 가려고 토굴집에 잇대여 방 한칸을 지었습니다. 처녀만 있으면 이제라도 데려오면 됩니다. 저에게는 데려올 처녀가 없는것이 아닙니다. 전 솔직히 다 말합니다. 그러니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사실 괜찮은 처녀들이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채운동무를 한번 만나 알게 되고 길거리에서 두번 만나본후는 다른 처녀들을 더 보게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같이 지내보지도 않고 경솔하게 생각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채운동무가 꼭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그런지 눈만 감으면 그가 떠오릅니다. 얼굴이 곱기때문일가요?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얼굴이 곱다해서 마음이 다 끌리는것은 아닙니다. 채운동무에게서는 뭐라할가… 어쩐지 제가 그를 꼭 돌봐주어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채운동무는 나의 심장속에 깊이 자리잡았습니다. 다른 처녀들은 다 상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모님,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물론 이미 상대자가 있다면 할수 없습니다.

《…상대자는 없소.…》

이모가 코맹맹이소리를 냈다.

《그러면 됐습니다. 그렇다고 그 동무가 나를 싫다하는데도 억지로 손을 잡으려는것은 아닙니다. 사실 채운동무에 비하면야 제가 볼것이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 아니야… 자네는 정말 훌륭한 청년이야. 정말 욕심이 나.…》

이모가 흘쩍거리고있었다.

《이모님의 견해지요. 그러니 채운동무를 꼭 만나 확답을 듣고싶습니다.

《그러자구. 내 그 애한테 다 전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가겠습니다. 후날 시간이 있을 때 다시 오겠습니다.

이어 방문이 여닫기고 대문에서 딸랑딸랑 울리는 종소리…

채운이는 책상에 어푸러져 눈물을 쏟았다.

이모가 들어오더니 말했다.

《채운아, 내가 너를 없다고 한게 잘못 되지 않았니? 저렇게 끌끌한 청년이 찾아들었는데… 얼마나 사내싸고 씨원씨원하고 잘 생겼니? 정말 나는 마음에 들어.

이모가 안타까움을 호소하였다.

《아니야, 이모! 없다고 하길 잘했어. 고마와요.》 채운이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고 말했다.

이모는 머리를 가로 흔들었다.

《그래 대체 어떻게 알게 된 청년이냐?

《그 동무가 나를 대동강에서 건져냈어요. 

《뭐? 그런데도 그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하였지. 참 사람이 돼먹었구나. 처녀가 자살하려했을 때는 무슨 사연이 있을것이라고 짐작하며 꺼릴수 있겠는데… 참 그 사람이 말했지. 자기가 채운이를 꼭 돌봐줘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구. 인정이 깊은 청년이구나.》 이모는 한숨을 내쉬였다. 《내가 잘못했구나. 그런줄 알았더라면 사실을 다 말할걸! 수상님께서 오명을 벗도록 해주셨구 사실 처녀로서도 깨끗한데 추문이 잘못 돌아 창피를 느끼고있을뿐이란걸 다 말하면 그 사람이 리해했을걸.

이모는 여간 아쉬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순결한 처녀로서 자존심이 강한 채운이는 그런 구차한 설명을 하는것자체를 참을수 없었다. 또 그 청년을 너무도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했기때문에 진실은 어떠했든 종파놈과 련관이 있었던 자기로서 량심이 허락치 않았다.

이모는 어쨌든 아무때건 시집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자면 창피스러워도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을수 없지 않느냐며 다음번에 그가 찾아오면 이야기를 하자고 사정하다싶이했다.

채운이는 완강하게 머리를 내저었다.

《싫어요. 이모, 제발 나를 건드리지 말아요. 일에 재미붙이고 안착되여가는데 이 아픈 가슴을 자꾸 헤짚지 말아달라요.

하며 채운이는 눈물을 또 쏟았다.

이모는 두루 생각끝에 시간이 좀 더 지나가야 채운이의 배우자문제를 꺼낼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직은 이르다.

채운이도 마음을 독하게 먹었으나 장일남이가 나타난 사실에서 정신적충격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튿날 조사기앞에 섰으나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한 생각에 빠져 그만 사고를 냈다. 며칠을 두고 그 충격의 여운때문에 생각에 옴해 있다보니 밥맛도 잃고 몸이 더욱 허약해져 결근까지 하였다. 마음은 한없이 쓸쓸했다. 대동강에 뛰여들었을 때 죽지 못한것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압연공의 딸답게 재생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하신 수령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훌쭉하게 여위여 두눈이 커진 채운이가 다시 출근하자 그를 휴계실에서 만난 길옥실이는 너무 반가와 《너 앓았댔구나, 얼굴이 몹시 상했어. 미안해. 병문안 못가서! 집이 어딘지 알아야지, 하긴 구실이야. 성의가 부족했어. 이젠 일없니? 오늘 쉬염쉬염해.》 하고 한바탕 떠들어대며 그의 손을 꼭 잡고 놓지 못했다.

장일남이가 그후 이모네 집을 다시 찾아갔다가 헛걸음을 친 이야기는 더 할 필요가 없을것이다.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네이버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우리민족끼리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E-mail) : urimanager@silibank.com 홈페지내용에 관한 문의(E-mail) : uriminzok@silibank.com
Copyright © 2003 - 2013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gotop
기사종합
 
도서, 잡지
 
영화, 음악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