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 《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정 기 종
( 제 51 회 )
마감이야기
1
일찌기 그렇듯 많은 설계가들이 독립가옥 하나를 놓고 재능과 기술을 다퉈본적이 없을것이다.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이 살 집이였다. 전국적인 현상모집이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설계가, 건축가들 그리고 건설사업소지배인들이 충분히 토론한 끝에 제일 좋은것으로 평가했다는 10점의 설계도안을 집무실로 가져오게 하시였다.
집이란 삶의 보금자리이다. 편리하고 쓸모있고 또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
각자의 취미에 따라 아담하고 정갈한 집을 선택할수도 있고 크고 화려한 집 혹은 민족적색채가 진한 량통기와집을 고를수도 있다. 설계가들은 이 모든 점을 충분히 고려한듯 했다. 특히 수십년간 철창속에서 모진 고생을 겪은 비전향장기수들을 위한 집이므로 집의 내부구조는 물론 뜨락의 소정원장식에도 각별한 주의를 돌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하나하나의 설계도안을 주의깊게 살펴보시였다.
모든것이 훌륭했다. 지붕만 해도 사각지붕, 합각지붕, 유리지붕을 예견했는가 하면 로대와 토방도 있고 어떤것은 원형홀을, 또 어떤것은 대리석원주로 된 현관도 있었다. 서재와 침실, 부엌의 가구장식은 물론 갖가지모양의 담장, 뜨락의 나무 한그루, 꽃밭에도 심혈이 기울여져있었다.
아늑한 조화미, 최상의 편리를 예견한 내부구조, 조형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장식들모두가 나무랄데 없었다.
한폭의 명화작품을 감상할 때처럼 눈을 떼기가 아쉬우실 지경이였다.
중앙설계기관의 로실장이 하나하나의 설계도안들에 대하여 설명해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지막도안까지 세세히 살펴보신후 일군들에게 물으시였다.
《어느 도안이 제일 마음에 듭니까?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그러나 누구도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열점의 도안만을 골랐으랴. 그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것은 열자식중에서 평생 의지할 어느 한자식을 미리 점찍는것만치나 어려운것이였다. 그러한 고충을 권형일비서가 말씀드렸다.
《장군님, 우리로서는 더이상 골라낼수가 없습니다. 장군님께서 정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다?!》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나도 정하기 힘드니 이거 어쩐다…》
모든 사람들이 따라 웃었다. 그러자 때를 기다리고있었던듯 시공을 맡게 될 책임일군이 한발 앞으로 쑥 나섰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정해주시면 시공은 저희들이 와닥닥 해제끼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물으시였다.
《언제까지 말이요?》
《한달안으로 끝내겠습니다.》
《한달안으로?》
《예, 장군님, 자신있습니다.》
《음-》
그이께서는 생각에 잠기시였다. 대기념비적건축물건설에서 벌써 여러번 솜씨를 보인 일군, 그는 허풍을 모른다. 그에게 63채의 독립가옥건설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처럼 빨리 시공을 끝내면 벽체는 언제 마르겠는가?…
《좋습니다. 이 문제는 좀 더 두고 생각해봅시다. 당장은 주택들을 앉힐 현지에 나가봅시다.》
해질무렵이였다. 서켠하늘에 널린 솜털같은 구름장들이 황금빛으로 물들고있었다.
비전향장기수들을 위한 주택구역은 시내에서 멀리 벗어난 교외의 풍치좋은 산기슭이였다. 로송들이 들어찬 안침진 골어구, 아늑하고 평온했다. 유정한 개울물소리와 메새들의 지저귐소리뿐, 멀리서 울려오는 기적소리조차 웅글은 메아리처럼 정답게 들려오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해가 지도록 산기슭을 거니시였다. 밤나무, 가래나무, 오동나무도 있다. 개울가엔 물황철나무가 빼곡이 차있고… 일군들이 이러한 장소를 고르느라고 무진 애를 썼을것이다. 역시 나무랄데 없는 적지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땅거미가 깃들고있는 개울가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비전향장기수들이 어둠을 제일 싫어한다는것을 상기하시였다.
어둠, 고독…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진저리나는것인지 보통사람들은 상상도 못할것이다.
어둠은 빨리도 닥쳐왔다. 개울가의 징검돌조차 가려보기 힘들 지경이였다.
마침내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이 문제도 좀 더 생각해봅시다.》
×
밤이 깊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63명 비전향장기수들의 사진을 한장 또 한장 여겨보고계시였다. 63명, 아직도 전부는 아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쪽에 떨어진 사람들, 약간의 허물도 있어 조국의 품에 안기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도 30년이상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싸워왔었다. 그들모두를 데려와야 한다. 한때 반역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까지 갱생의 길을 희망하는 사람이면 모두 품에 안아주는것이 우리 당과 조국의 품일진대 약간의 허물이 피흘려 싸워온 수십년보다 더 중하단말인가?…
그이께서는 또 한장의 사진을 쳐드시였다. 홍문규… 그의 딸과 사위는 지금 각기 지배인으로 일하고있다. 피덩이같은 자식들을 남기고 떠나갔던 그가 인제는 아들딸, 손자, 손녀들을 수없이 거느린 백발의 로할아버지가 되였다.
그들은 어떤 보금자리를 원하고있을가. 불굴의 통일애국투사인 홍문규자신은 무엇을 바라고있을가?…
그이께서는 전화로 권형일을 찾으시였다.
《아직 쉬지 않고있었습니까?… 좋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나와 같이 시내를 좀 돌아봅시다.》
얼마후 그이께서는 권형일과 같이 단잠에 든 수도의 거리로 차를 달리시였다. 행인들은 물론 오고가는 차들도 뜸해졌다. 중심거리의 가로등들조차 멀리 하나씩만 불을 밝히고있었다.
승용차는 마지막궤도전차의 굴음소리도 멎은지 오랜 평양역사앞을 미끄러져가고있었다.
《가만.》 그이께서 차창밖을 내다보며 말씀하시였다. 《저 집이 어떻습니까?》
너무도 뜻밖의 물으심에 권형일은 성기여가는 머리칼만 긁적거릴뿐이였다.
《차를 세우시오.》
차가 멎자 그이께서는 눈앞에 솟아있는 초고층살림집을 손짓하시였다.
《이 집말이요. 여기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있는지 알고있습니까?》
권형일이 대답올렸다.
《저… 중앙기관일군들이 들어있습니다.》
《음. 그렇다면 됐습니다. 이 집을 비전향장기수들이 들게 합시다.》
《예?!》 권형일은 깜짝 놀란듯 했다. 《그럼 아까 보신 설계도안은…》
《내겐 이 집이 더 마음에 듭니다. 80년대 대건설로 들끓던 때 내가 몇번 나와 시공을 봐준 집인데 어데 내놔도 손색이 없는 집입니다.
성, 중앙기관일군들이 들어있다면 그들도 기꺼이 내줄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
권형일은 못박힌듯 서있을뿐이였다.
《왜 비서동문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아니, 그런게 아닙니다. 장군님, 이 집도 고급아빠트이긴 하지만 아까 보신 그 설계도안의 집들은 최상의 수준에서…》
《아, 알만합니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물론 그 집들은 흠잡을데가 없이 설계되였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시오. 이제 조국의 품에 안길 비전향장기수들은 한생 어둠과 고독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또 아늑한 곳이라 해서 조용한 교외에 자리잡게 해야 옳겠는가?… 그들이 바라는것은 들끓는 생활의 한복판일것입니다. 사람들이 붐비고 경적소리 그칠새 없고 노래소리, 웃음소리 차넘치는 생활의 한복판!… 어떻습니까. 독립가옥도 좋지만 수십년간 생사운명을 같이 한 동지들과 때없이 어울리고 노래속에, 웃음속에 늘 몸가까이 느끼게 하는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앞으로 품들여 고급아빠트를 지어주기로 하고 당장은 여기에 들게 합시다. 조국의 장한 아들들이 수도의 벅찬 생활을 호흡하며 살게 합시다.》
어느 한 창문에서 불이 환히 켜졌다. 그 불빛에 비쳐진 권형일의 얼굴은 벅찬 흥분에 실룩거리고있었다. 그는 마치 새로 켜진 창가의 불빛을 걸탐스레 마시고있는듯 했다. 목소리조차 밝은 불빛에 잠겨든듯 싶었다.
《알겠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 인젠 말씀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그이께서도 밝게 웃으시였다.
다시 승용차는 미끄러져갔다. 수도의 중심구역을 몇차례 돌고 또 돌았다.
아직도 두동의 건물을 더 골라야 했다.
어느덧 8월의 밤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낮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포장길이 식고 버들잎들도 생기를 띄였다.
그 버드나무가지에 걸려있던 보름달도 밤이슬로 곱게 씻은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새로 정한 주택을 어떻게 보수하며 가구비품들은 어떻게 장만할것인지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잠들수 없는 밤이였다. 오랜 세월 비전향장기수들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시던 그이께서 지금은 또 그들의 여생을 행복하게 해주시려 밤을 지새우시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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