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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16회) 김 삼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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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양역에서 다섯사람이 기차에 올라 평양쪽으로 향하고있었다. 기양기계공장 기사장 문상혁이와 그를 따라가는 기술부의 기술자들이였다. 차창으로는 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흘러들었다. 전야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 바람이 불 때마다 황금의 파도를 일으키고있었다. 문상혁의 일행은 평양에 잠간 머물렀다. 사리원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서였다. 평양은 그간 많이 달라졌다. 그가 1년전에 기차를 타고와 이곳에서 내렸을 때에 비해 도시의 륜곽이 더 뚜렷해졌다. 어느새 1년이 흘러갔는가.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갔다. 기양에 들어박혀 훌쭉하게 여위도록 몸을 돌보지 않고 일했다. l년만에 처음으로 먼 려행을 해본다. 그는 지금 사리원뜨락또르부속품공장으로 가는 길이다. 이 공장은 쏘련의 기술협조로 건설된 공장이다. 이곳에서 뜨락또르의 내장을 구체적으로 볼수 있을것이다. 그것들을 들여다보아야 언제쯤부터 만들어볼수 있겠는지, 또 실지 우리가 자체로 만들어낼수 있겠는지 가늠할수 있다. 공장의 개건확장공사는 상당히 추진되였으나 역시 아직도 시작한데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뜨락또르제작을 할수 있겠는가? 부속들을 보고 자신심이 있다면 래년부터 시제품을 하나 만들어볼 필요가 있을것이다. 시제품을 만든다는것은 도면을 얻는것과도 같다. 해질녘에 사리원에 도착하여 려관을 잡고 려장을 풀었다. 그리고 한사람을 데리고 우선 인사를 하려고 공장으로 찾아갔다. 지배인과 기사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힘으로 뜨락또르를 만들어보자는겁니까?》 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장이 있습니까? 뜨락또르공장말입니다.》 《건설중입니다.》 문상혁이 대답했다. 《건설중인데 벌써… 하기야 미리 연구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설계도면은 있어요?》 《없습니다.》 《그럼?》 《뜨락또르를 해체하면서 하나하나 재고 도면을 치고 해야지요.》 상대방은 침묵을 지켰다. 얼마후 지배인이 말했다. 《하여튼 래일 아침부터 부속품들을 구경하고 연구도 하십시오.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뜨락또르를 만들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에 머리 아프게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 그들은 더 시끄러운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문상혁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였다. 지금 뜨락또르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의 공장에 있는 기술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성에 이르기까지 아마 한명도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문상혁은 그러한 론의가 오히려 머리를 아프게 할뿐이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믿고있었다. 문상혁일행은 이틀에 걸쳐 뜨락또르부속품들을 전면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려관에 들어앉아 론쟁을 벌리였다. 《간단치 않소.》 《아니요. 신비할게 조금도 없소. 엔징이 좀 문제되지 총체적으로는 별게 아니요. 크랑크축, 분배축도 매우 어렵긴 하겠지만 할수 있소.》 문상혁이 주장했다. 단지 정밀도가 l,000분의 1인 분사구와 쁠룬제루(연료펌프부란자)만은 안될것 같았다. 그것은 어쩌는수가 없다. 물론 앞으로 기계공업이 발전하면 만들수 있겠지만… 그들은 밤을 밝혀가면서 의견서를 작성했다. 중요한 부속품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였다. 다음날 일행은 지체없이 사리원을 떠났다. 평양역에서 문상혁이는 네사람을 먼저 기양으로 보내고 자기만 떨어졌다.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성의 인정과 승인을 받아야 하는것이다. 그는 기계공업성을 찾아갔다. 현시택부상이 담당이니 그와 만나야 했다. 문상혁은 1년전 이곳에 소환되여왔을 때 앉으라는 소리도 없이 극히 실무적으로 대하던 얼음처럼 차거운 현시택에 대해 환멸을 느꼈던 생각을 하자 그냥 돌아서고싶었다. 하지만 그가 사람은 차도 실무에는 귀신이라니 혹 찬성할수 있지 않을가? 하여튼 절차는 밟아야 하니 만나보자. 현시택부상은 돋보기를 끼고 앉아 일본어로 된 책을 읽으며 필요한것들을 발취하고있었다. 문상혁이 인사를 하자 돋보기너머로 피뜩 바라보고 머리를 한번 끄떡하는것으로 답례를 끝냈다. 《부상동지, 저희들이 사리원뜨락또르부속품공장에 가서 부속들을 다 보았는데 자신있습니다.》 《…》 부상은 아무 반응도 없이 발취를 계속하였다. 《뜨락또르도 결국은 기계가공품인데 만들수 있습니다.》 그는 만들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부속들을 꼽아가며 그것들을 어떻게 주물하고 어떻게 깎으면 된다는것을 한동안 설명하였다. 부상이 돋보기를 벗었다. 《헷트(기관머리부)도 할수 있다?》 그가 물었다. 안듣는가 했더니 다 듣고있었다. 그는 머리가 비상해서 남의 말을 들으며 책도 읽는다는 사람이다. 《할수 있습니다.》 《쁠룬제루는?》 문상혁은 이 사람이 과연 기계속은 귀신이구나 하고 감탄하였다. 뜨락또르부속에 정통하지 않고는 이처럼 요진통들을 찌를수 없다. 부상은 뜨락또르도 잘 알고있는 모양이다. 문상혁이 미처 대답 못하고있는데 부상은 계속 따지였다. 《분사구도 할수 있소?》 《그건… 쁠룬제루와 분사구만은 안될것 같습니다. 자신없습니다.》 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내놓구는 다 자신있습니다.》 《시험제작직장의 설비상태는 어떻소?》 부상이 연방 질문을 해댔다. 문상혁이는 아직은 빈약한 기계설비들의 갖춤실태를 이야기하고 그렇지만 온 공장이 다 붙어야지요 하고 덧붙여 말했다. 《당장 필요되는 농기계생산은 줴버리구? 기사장동무, 나는 뜨락또르문제를 지금 동무와 이야기하는것은 오직 시간랑비로만 된다고 인정하오.》 이와 같이 랭정하게 말하고 현시택은 돋보기를 다시 걸고 보고있던 책우에 머리를 숙이였다. 《저도 오늘 당장 만들겠다는건 아닙니다.》 하고 문상혁이 항의했다. 《의견서에도 그렇게 썼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신심을 가지고 추진시켜보렵니다.》 현시택은 벌써 그를 상대하지 않고있었다.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랭혈동물이군. 보수주의자!) 극도의 증오심이 끓어올라 문상혁은 이렇게 속으로 부르짖으며 그의 사무실을 나왔다. 그에게 그 어떤 기대를 걸었던것이 참으로 가소로왔다. 저런 인물이 어떻게 성의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지 알수 없었다. 좋다, 부상이 안된다고 해서 될 일이 안될건 없다. 최일참사도 같은 태도였지. 하지만 나는 해낼테다. 아니, 우리 공장의 로동계급은 해낼테다. 그는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대담하고 혁신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하신 수령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렇다! 현시택이 같은 사람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가, 수령님께 직접 의견서를 올리자, 수령님께서만은 이 문상혁이를 지지하실것이다. 그는 만수대언덕아래의 내각청사를 찾아갔다. 세번째로 되는 걸음이다. 정일룡이 찾아서 갔고 그자신이 최일이를 만나러 갔었고 지금은 비상한 용기를 내여 수령님을 만나뵈러 가는 길이다. 어떻게 되여 그런 용단이 내려졌는지, 아마 현부상에 대한 강한 반발때문일수 있었다. 접수실에 앉아있는 군관이 증명서를 보고나서 물었다. 《무슨 용건입니까?》 《예, 저는 수상님을 찾아왔습니다.》 하고 그는 당돌하게 말했다. 그는 거절당하지 않겠는가 하는 위구심으로 온몸이 긴장되였다. 《수상님께서 부르셨습니까?》 군관이 다시 물었다. 《아니요. 저는 수상님께 올릴 의견서를 가지고왔습니다. 뜨락또르생산과 관련한 의견서입니다.》 군관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수상님께서 지금 계시지 않습니다.》 문상혁은 울상이 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그는 자기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되였는가 하는것을 두루 설명하면서 군관에게 호소해보았다. 군관은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듣고나서 그러면 그 의견서를 여기에 맡기고 가라, 해당부서를 통해 수령님께 제출될것이다 하고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의견서에 다 씌여져있으니까요. 그럼 맡기겠습니다. 그런데 군관동무, 이건 매우 중요한 의견서입니다.》 《예, 걱정놓으시오.》 군관은 웃으며 대답했다. 문상혁이는 그래도 미타해서 군관을 한번 더 돌아보고 내각사무국을 떠났다. 문상혁의 의견서는 그날로 최일참사에게 올라갔다. 최일은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작년말에 내각에까지 와서 강재를 해결해달라고 하던 문상혁의 볕에 타고 여위였으나 눈빛만은 록록치 않게 번쩍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의견서를 읽어보니 뜨락또르를 만들 자신이 있다는 내용이였다. 기어이 자기의 주장을 관철해보려고 수령님께 제출해달라고했다 한다. (이 사람이 분별이라고는 도무지 없는 사람이군. 공명심이 꼭뒤까지 꽉찬 사람이군. ) 그는 화가 나서 문서를 탁상에 던졌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것에 생각이 미치자 함부로 내던질 문서가 아니라고 인정되여 골머리가 아팠다. 수령님께 올려야 하는가, 자기가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데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 뜨락또르를 당장 만들수 없다는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의견서에도 당장 착수하자는것은 아니고 일정한 물질기술적토대가 갖추어지면 착수하겠다는것, 그러나 자신있다는것, 시제품을 하나 만들어볼 용의가 있다는것 등등의 설명이 가해지고있었다. 그러므로 당장 수령님께 올릴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자기가 깔고앉아있는것도 바람직한것이 못된다. 그는 생각끝에 기계공업성의 현부상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 자기의 결심채택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송수화기를 들고 문상혁이 의견서를 제출한데 대해 말하고 부상의 의견을 물었다. 《그가 나한테 먼저 왔댔습니다. 안된다고 했는데 기어이 내각에까지 갔구만요. 나는 그 코막고 답답한 사람에게 더 다른 소리를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최일이 이렇게 부상을 다시 떠보았다. 《그러니까 참사동무는 지지를 주자는것입니까?》 부상이 반문했다. 《나는 과학성과 현실성이 담보되는지 알고싶어 묻는것입니다.》 《나는 반복해서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능성과 현실성은 다른 개념입니다. 문상혁이 뜨락또르를 어떻게 뚜드려 맞추어서 한대 만들수야 있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무슨 의의를 가집니까? 문제는 계렬생산을 하는것인데 그 준비가 되여있습니까? 참사동무도 그들의 시험제작직장을 구경했지요?》 (그렇다, 지금 뜨락또르를 한대 시제품으로 만든다는것은 아무런 의의도 없다. 우리가 아직 뜨락또르를 만들수 없다는것을 현실이 말해주고있다.) 최일은 손으로 이마를 긁었다. 《그런데 문상혁이는 의견서를 접수에 맡기면서 수상님께 드려달라고 했답니다.》 이제는 최일이가 현시택에게 전적으로 매달리는 립장이였다. 《그러면 제출하지요.》 현시택이 랭정하게 말했다. 《아니, 우리가 동의할수 없는 문건을 수상님께 제출한단 말입니까?》 《그러면 제출하지 말아야지요.》 《음-》 최일이는 신음소리 비슷한 소리를 냈다. 결심은 자기가 해야 했다. 그는 심사숙고하던 끝에 의견서를 서류철에 끼워 서류장에 넣었다. 문상혁이 힘을 넣어 만든 의견서는 이 서류안에서 그후 넉달을 보냈다. 최일자신이 후에 감감 잊어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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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제강소는 최후의 돌격을 하고있었다. 분괴압연직장이다. 박상두는 운전실에 들어와 뒤에 벋치고서있는 리웅천지배인을 돌아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교대시간이 됐습니다. 기계를 세우겠습니다.》 리웅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쿵당거리며 강편을 밀어내던 분괴압연기가 불시에 김빠진 소리를 냈다. 전동기가 멎기 시작했다. 쉭-쉭- 랭각수소리만이 여전하다. 얼마후 그것도 조용해졌다. 리웅천은 잠을 자지 못해 뻘겋게 충혈진 눈으로 박상두를 바라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소.》 썩썩 갈리는 목소리이다. 박상두는 어쩐지 성난듯한 표정이다. 그는 지어 지배인이 손을 잡아줄 때 이마살을 찡그리기까지 했다. 그는 지배인이 운전실에 들어와 교대시간이 될 때까지 지켜서있은것이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세번째교대인 후야근까지 해서 오늘로 12만t을 결속짓게 된다. 일이 되자니까 그 교대가 박상두에게 차례졌다. 그런데 지배인은 12만t결속을 직접 보고싶어 이렇게 현장에 와있는것 같다.… …9만t에서 10만t으로 다시 11만t으로 생산실적이 올라가자 리웅천이는 직장장에게 《용섭이, 12만t을 밀라!》 하고 소리쳤다. 입에서 더운 김이 확확 풍겼다. 《지배인동지, 너무 욕심부리는게 아닙니까?》 언제나 시원스러운 대답대신 까박붙이기를 잘하는 용섭의 성격은 변함이 없다. 《아니야, 이건 욕심이 아니야. 수상님께서 천리마를 타라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고있겠지?》 《기억하고있지요.》 《그러면 답새겨대, 박상두, 해내라!》 이번에는 박상두에게 소리쳤다. 치렬한 년말전투가 벌어졌다. 압연공, 가열공, 기중기운전공, 수리공, 절단공모두가 현장에서 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지배인도 사무실과 현장에서 자고 먹었다. 가족들이 식사를 날라왔고 지원사업으로 고기국을 끓여왔다. 이렇게 해서 방금 박상두의 후야근까지 12만t을 끝냈다. 지배인이 이 결속을 직접 보고싶어한것은 리해된다. 하지만… 아니, 내가 지배인이라도 그랬겠어. 눈살을 찌프렸던 박상두의 생각이다. 그는 사실 성공의 순간 모든 사람들이 벌씬거리며 야단법석 떠들 때면 이렇게 성난것처럼 무뚝뚝해지는 습관이 있었다. 지배인은 고봉이, 재수, 경호 등 모든 교대성원들의 손을 일일이 다 잡아주었다. 《수고했소, 수고했소. 자 내려들 갑시다.》 박상두는 맨 마지막에 내려가려 했다. 한것은 운전실밑에서 직장장이하 아침교대에 나온 직장사람들, 제강소의 사무실사람들이 그들을 축하해주려고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박상두는 이런데 나서는것을 제일 싫어했다. 그리고 오늘 새해를 3일 앞두고 12만t을 한것도 직장사람들모두의 공로이지 자기네 교대가 삐여지게 잘한건 없다. 그런데 자기네 교대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해서 특별히 축하받아야 하겠는가. 밑에서 사무원들과 기술자들, 압연공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박상두는 머리를 숙이고 어디론가 조용히 사라져버리였다. 직장사무실에 들어선 리웅천이는 전화를 하려고 직장장의 걸상에 앉는 순간 무섭게 밀려드는 피로를 느끼며 깜빡 졸았다. 용섭직장장과 제강소의 부직간부들이 그를 따라들어왔는데 그는 그들이 왜 자기를 따라왔는지 리해할수 없었다. 그는 박상두처럼 눈살을 찌프리였다. 모든것이 흐리멍텅하게 보였다. 그는 크게 하품을 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지배인이다. 평양 금속공업상한테 대라.》 하고 그는 교환수처녀에게 지시하고 다시 하품을 했다. 그리고 기사장이며 직장장을 얼핏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요?》 하고 기사장에게 물었다. 그의 후임인 이 젊은 기사장은 김책공업대학 제1기졸업생이다. 기사장 주영태의 아버지는 왜정때 반일지하투쟁을 하다가 잡혀서 옥사했다. 주영태가 이 제강소에 배치되여오자 그의 아버지의 친우들이 리웅천에게 그를 잘 돌보아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러나 리웅천의 보살핌이 없이도 주영태는 일을 책임적으로 잘했으며 조국해방전쟁시기에는 전선에 나가 잘 싸웠다. 리웅천이 기사장으로 되자 주영태가 그의 후임으로 생산부장이 되였다. 지배인으로 임명된후 리웅천이는 직접 수령님께 그를 자기의 후임으로 제의했었다. 《아닙니다. 그저…》 기사장이 어물거리였다. 사실 그자신도 왜 여기로 들어왔는지 알수 없었다. 지배인이 들어오니 그저 따라온것이다. 무슨 지시가 있을지 모르는것이다. 지배인이 손을 내밀었다. 기사장은 금속공업상과 통화하려는 지배인의 의도를 제꺽 알아맞히고 수첩을 꺼내여 몇장 번진 다음 그의 앞에 내밀었다. 《상동지가 나왔습니다.》 교환수처녀의 목소리였다. 《강선제강소 리웅천입니다.》 《아, 지배인동무요. 밤새 편안했소?》 《예. 상동지, 보고하겠습니다. 1957년도 계획을 141프로로 수행했습니다. 구체적인 부분별수자는 문건으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는 기사장의 수첩을 덮었다. 《강재만이라도 먼저 말하오. 얼마요?》 강영창의 흥분에 떠는 목소리였다. 그에게는 그것이 첫째가는 관심인듯싶었다. 《12만t입니다. 방금까지 다했습니다.》 《12만t! 여보게 웅천이! 수고했소, 수고했어! 내 수상님께 곧 보고드리겠소! 이 사람, 왜 가만있나?…》 너무 기뻐 상은 너나들이로 말했다. 그때 리웅천은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용섭이에게 말했다. 《내 좀 눕겠소.》 딱딱한 긴 나무걸상에 눕자마자 직장장사무실이 떠나가게 코를 골며 잠에 곯아 떨어졌다. 용섭이가 입고있던 솜옷을 벗어 그의 머리밑에 고였다. 리웅천지배인에게서 늘 욕을 먹군하는 용섭이였다. 작년 11월 그가 수령님앞에서 무엄하게도 내부예비탐구정형이 아니라 무엇무엇을 해결해달라고 제기해서 극도로 분노한 리웅천은 용섭이를 아주 직장장자리에서 떼버릴 결심까지 했었다. 그래 수령님께서 평양으로 올라가신후 라용섭이를 사무실에 불러들여다놓고 꽥꽥거리며 한시간가량 욕설을 퍼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선포했다. 《너는 이 시각부터 직장장이 아니야. 부직장장한테 사업을 인계하라.》 얼굴빛이 사색이 된 라용섭이 입술을 푸들푸들 떨며 무언가 변명을 하려 했다. 《썩 물러가!》 리웅천이 소리쳤다. 라용섭이는 머리를 푹 숙이고 나갔다. 그런데 얼마후 당위원장 한국성이가 들어왔다. 그는 성이 가라앉지 않아 사무실안을 서성대는 지배인을 침착하게 바라보며 한동안 서있다가 걸상에 가앉았다. 《지배인동무, 여기 와서 앉으시오.》 리웅천은 시뿌둥해서 그의 맞은편에 앞탁을 가운데 두고 앉았다. 《진정하십시오. 너무 떠들썩하길래 무슨 일인가 해서 내 밖에서 잠간 들었는데, 지배인동무의 심정은 리해됩니다만 라용섭이를 직장장에서 뗄것까지야 없지 않겠습니까.》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놈이 진짜 반동이요. 난 용서할수 없소.》 리웅천이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뜻밖에 한국성이 허허 웃었다. 《왜 웃소? 여기 뭐가 우스운게 있소?》 리웅천이 성을 냈다. 《라용섭이 진짜 반동이라 하니 웃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것보시오. 지배인동무, 진응원이문제는 내가 잘못생각했지만 라용섭이를 떼려는건 지배인동무의 잘못이요. 물론 성난김에 한 소리겠지요.》 아직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인 리웅천이는 짙은 눈섭을 찡그리긴 했지만 잠자코있었다. 《수상님께서 너그럽게 그의 제기를 들어주시고 도와주라 하셨는데 지배인동무도 그를 용서해줘야 할것 같습니다. 그도 가책을 깊이 받았겠지요.》 리웅천이는 더 쓰다달다하지 않았다. 《내 용섭직장장을 밖에서 기다리라 했는데 불러들일가요?》 당위원장이 넌지시 물었다. 《그건 무엇때문에요?》 《아, 용서해줘야지요. 잘못을 일을 통해 씻도록 합시다.》 《당위원장동무 생각대로 하오만 지금은 그를 만나지 않겠습니다.》 《그럼 내가 대신 만나지요.》 이렇게 해서 라용섭이는 직장장자리에 그냥 붙어있게 되였다. 그후 그는 사람이 아주 달라졌다.… 송수화기에서 《강선, 강선.》 하고 찾는 소리가 그냥 들려 기사장이 쳐들고 귀에 댔다. 《예, 강선제강솝니다.》 《누구요?》 《기사장입니다. 상동지이십니까?》 《그래. 그런데 전화를 하던 지배인은 어디 갔소?》 《잠을 잡니다. 년말까지 12만t을 하겠다고 현장에서 뜨지 않고 압연공들과 함께 밤을 밝히다나니…》 기사장은 목이 메여 더 말을 못했다. 상도 조용했다. 이윽고 《알겠소, 푹 자게 놔두오. 오전중 자게 하오. 알았지, 기사장?》 하고 그는 마치 잠자는 지배인이 깨날가봐 저어하듯 조용조용히 말했다. 사실 강영창은 이때 손수건을 안경밑으로 넣어 눈물을 씻고있었다. 그는 곧 수령님께 전화로 보고드리였다. 수령님의 격정에 넘친 목소리가 찌렁찌렁 울려왔다. 《장하오! 강선로동계급이 정말 장하오. 6만t능력의 분괴압연기에서 9만t을 결의하고 12만t을 했단말이지. 이것이 조선사람의 본때요. 강영창동무, 리웅천동무를 부르시오. 같이 나한테 오오! 내가 그를 직접 축하해주겠소.》 《수상님, 그런데 오전에는 안될것 같습니다. 지금 리웅천동무는 저에게 전화로 보고하고는 그대로 쓰러져자고있습니다.》 《자고있다!…》 이어 침묵이 흘렀다. 《수상님, 오후에 가면 안되겠습니까?》 강영창이 조심스럽게 문의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혼자하시는 말씀이였다. 수령님께서는 리웅천이를 생각하고계시느라 송수화기를 드신채 침묵을 지키셨던것이다. 《예, 좀 무리한것 같습니다.》 《알아보오. 알아보고 이상이 있으면 대책을 세워주오. 다른것이 없다면 오후에 만납시다.》 《알았습니다.》 강영창은 조용히 송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큰 숨을 내쉬였다. (기적이란 무엇이겠는가. 이런것이 기적이 아닐가?) 이렇게 생각하는 그의 머리속에는 작년 12월 강선제강소에 나가시여 몸소 강철과 강재생산의 예비토의사업을 지도해주시고 돌아오시며 승용차안에서 하셨던 수령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때 하신 수령님의 말씀, 항일무장투쟁시기의 고난의 행군때 앞뒤로 왜놈들이 포위하고 조여드는 긴박한 정황이 조성된 위험한 순간 오직 앞으로 전진함으로써 적들을 수세에 몰아넣고 《승리의 행군》을 할수 있었다고 하신 그 말씀, 그 정신! 오랜 지식인인 자기에게는 그런 공격정신과 의지가 빈약했다. 그래 2만t 강재때문에 수심에 잠겨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있을 때 수령님께서 몸소 돌파구를 열어주시였다. 그리하여 고난의 행군때처럼 지금 기적이 창조되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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