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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12회) 김 삼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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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상혁은 무엇을 하고있는가? 무엇을 생각하고있으며 개건확장공사를 어떻게 추진시키고있는가?… 정일룡부수상은 성을 통해 기양기계공장의 실태를 료해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나가보기도 했다. 문상혁은 훌쭉하게 여위고 까맣게 탄 얼굴에서 눈만이 광채를 발산하고있었다. 정일룡은 그가 힘들어한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사실 그는 힘들어하고있었다. 과연 5개년계획기간에 뜨락또르생산기지를 꾸려놓을수 있겠는지 자못 걱정이 되였다. 문상혁은 웃으며 《꼭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는데 그때 드러난 하얀 이가 눈부시였다. (사람은 잘 골라온것 같은데…) 정일룡은 국가투자가 부족해 그가 애먹는다고 인정했다. 수령님께서 정일룡을 부르시였다. 《기양기계공장확장공사가 어떻소? 우리가 보낸 기사장이 일을 잘하오?》 그이께서 이렇게 물으시였을 때 정일룡은 자기가 현지에 가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실태를 그대로 보고드리였다. 《문상혁이가 꼭 해내겠다고 했단말이지.…》 수령님께서는 집무실을 거니시며 혼자 말씀처럼 뇌이시였다. 《이것 보오. 부수상동무, 나는 단 하루도 뜨락또르와 자동차생각을 하지 않는 날이 없소.》 그이께서 서있는 정일룡에게로 다가오시며 말씀하시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들을 5개년계획기간에 생산해낼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이요.》 정일룡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수상님, 사실 지금 형편으로는 생산기지를 꾸리기만 하여도…》 그의 말을 수령님께서 손을 내저으시여 제지시키시였다. 《그건 다 알고있소. 그런데 우리가 그런 정상적인 경로를 밟아가지고서야 언제 뜨락또르와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업국이 되겠소? 비약이 없이야 어떻게 앞선 나라들을 따라가겠는가 하는거요. 부수상동무, 생산기지를 꾸리면서 한편으로 뜨락또르를 만들어보면 안되겠소?》 정일룡은 아직 상상도 못해본 일이여서 대답을 못하고 서있기만 했다. 공장개건확장공사와 뜨락또르생산을 동시에 내민다?… 수령님께서 그의 표정을 살피시며 말씀하시였다. 《하여튼 좀 연구해보오. 아니, 그럴것없이 나하고 같이 기양에 나가봅시다. 기양로동계급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지 문상혁이와 의논해봅시다. 부수상은 여기 내각에 있지만 기사장은 현장에 있으니까.》 이렇게 하여 12월 어느날 정일룡은 수령님을 모시고 기양기계공장에 나가게 되였다. 내각참사 최일이를 일행에 포함시켰다. 필요되는 자재와 설비를 다른 성들과 맞물리는 사업을 그가 맡아 해야 하기때문이였다. 정일룡은 새로운 짐을 어깨에 짊어졌다고 느끼였다. 5개년계획기간에 뜨락또르를 생산해야 한다. 이것은 그 자신은 물론 성사람들이나 특히는 문상혁이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였다. 그런데 수령님께서 일단 제기하신 문제니만큼 그것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사색하고 일을 전개해야 한다. 그는 아직 수령님께서 자신이 내놓으신 문제를 도중에서 포기하신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그이의 의도대로 실현되였다. 한것은 수령님께서 과학적타산이 없이 제기하시는 법이 없기때문이였다. 그러므로 정일룡은 뜨락또르를 생산하는 문제가 지금으로서는 전혀 타산이 서지 않고 앞이 내다보이지 않았지만 어차피 수령님께서 의도하시는대로 되지 않을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공장정문에서 지배인, 당위원장과 함께 기사장이 수령님을 영접하였다. 수령님께서는 지배인과 당위원장은 한번 만나보셨기때문에 알고계시였다. 문상혁이는 처음 보신다. 두눈에 정기가 도는, 젊고 지혜가 엿보이는 사람이였다. 그가 올리는 인사를 받으시며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문상혁이구만.》 문상혁은 얼굴을 붉혔다. 《자, 부수상동무와도 인사를 하오.》 정일룡은 문상혁이를 보며 《우리는 구면입니다.》 하였다. 그러니까 정일룡은 김책이 그러했던것처럼 기양기계공장에 파견하는 기술지도일군을 직접 만나 료해하고 과업도 준 모양이다. 김책은 광복후 산업건설에 쓸 인재들을 한명한명 골라 수령님께 보고드려 적재적소에 배치하군 했다. 수령님께서는 여위고 가무잡잡한 문상혁이에게 위병이 있는가고 물으시였다. 당위원장이 그가 식사를 제때에 하지 않고 때로는 밤을 새군 한것때문에 몸이 허약해졌다고 말씀드리였다. 《그러다간 위병에 걸리겠소. 일이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꼭꼭 제시간에 해야 해. 사람이 우선 건강해야 일도 더 잘할수 있고 혁명에 충실할수 있단 말이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지금 뭘 만들고있소?》 기사장은 쁘라우, 지그자그써레, 탈곡기, 축력파종기, 보습 등을 만들며 수령님께서 작년도에 오시여 강냉이탈곡기를 만들어보라고 한 과업을 수행하였다고 대답을 드리였다. 《강냉이탈곡기를 만들었소?》 그이께서는 기쁨을 금치 못하시였다. 농촌에 나가시면 산더미같이 쌓인 강냉이이삭을 손으로 비벼 알을 터느라고 농민들이 고생하는것을 자주 보시게 되여 과업을 주었더니 만들어낸 모양이다. 《어디 있소?》 《시험제작직장에 있습니다.》 《가봅시다.》 수령님께서는 지배인과 기사장의 안내를 받으시며 공장구내를 걸어가시였다. 걸어가시며 지배인으로부터 새로 짓는 직장건물들의 상태를 료해하시였다. 건물들은 지금 완공된것도 있고 지붕을 얹는것도 있었다. 위치만 정해져있고 기초작업도 시작 못한데서는 새초가 바람에 설렁이고있었다. 군데군데 파괴된 옛 건물의 잔해도 눈에 뜨이였다. 공작기계들도 대단히 불충분했다. 여기서 뜨락또르를 만들어내라고 하면 문상혁이 펄쩍 놀랄것이다. 수령님께서는 그가 제 몸도 돌보지 않고 애쓰는것이 대견스러웠고 한편 동정도 가시였다. 《당위원장동무, 이 기사장동무의 건강을 추세우도록 대책을 세우시오.》 제대군관출신의 당위원장은 군대식으로 씩씩하게 대답올렸다. 《알았습니다.》 《생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아껴야 해. 사람들이 생산을 하지 기계가 하는건 아니란 말이요. 기계는 사람들이 돌려야 비로소 생산에 참가하오. 특히 기술일군들을 아껴야 해.》 《명심하겠습니다.》 당위원장의 대답은 쇠소리처럼 울리였다. 문상혁은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라 머리를 숙이였다. 그는 리웅천의 충고가 있었지만 아직 가족들을 데려오지 못했다. 가족들이 있으면 시끄러울것 같아 합숙에서 지내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비교적 덩지가 큰 제관직장건물을 가리키시며 문상혁에게 물으시였다. 《뜨락또르를 만들자면 저런것의 몇배쯤 건설하면 되겠소?》 《5∼6배 정도의 건물이면 될것 같습니다.》 문상혁이는 정확한 기술적타산밑에서 항상 생각하고있던바를 말씀드리였다. 수령님께서 손을 내저으시였다. 《아니요. 좀 더 통이 크게 작전해야 해. 7∼8배 되여야 할것 같소.》 문상혁이 기껏 크게 생각했던것보다 더 크게 확장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도 그 어떤 짐작이 아니였다. 그이께서는 쏘련의 뜨락또르공장에 대해서 이미 연구를 하셨던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상혁은 수령님께서 뜨락또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못지 않게 잘 알고 계신다는것을 느끼게 되였다. 그뿐이 아니였다. 시험제작직장에 들어서신 수령님께서는 선반작업을 하고있는 처녀기대공에게 먼저 눈길이 가시였다. 한것은 그가 몹시 어려보였기때문이였다. 어깨도 좁고 허리가 가냘팠으며 키도 작아서 나무로 만든 발판을 놓고 일하고있었다. 수령님께서 다가가시자 그가 인사를 드리였다. 《소녀, 몇살이요?》 기대공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며 물으시였다. 가는 어깨뼈가 손에 잡히였다. 수령님께서는 애처로운 심정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열여섯살입니다.》 보기와는 달리 구슬같은 목소리가 떨리며 흘러나왔다.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숙인 소녀의 얼굴을 보시려고 허리를 굽히시였다. 얼굴은 작았으나 눈은 새별처럼 반짝이였다. 《이름이 뭐요?》 《리애숙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소녀의 기름묻은 작은 손을 만져주시였다. 팔목이 새다리처럼 가늘었다. 《손이 시리겠구나… 선반작업이 힘들지?》 《힘들지 않습니다.》 《왜 힘들지 않겠나. 하루 몇시간 일하오?》 《8시간 일합니다.》 소녀가 8시간을 일하다니! 수령님께서는 허리를 펴시고 작업반장을 찾으시였다. 《이 애가 고아요?》 고아가 아니라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일하랴싶어 물으시였다. 《부모가 있습니다.》 부모가 있다 해도 그 부모들이 늙었거나 불구여서 일을 못해 이 어린것이 일을 해서 부양하는 모양이였다. 소녀가 딱해할것 같아 가정형편은 더 묻지 않고 이렇게 짐작하시였다. 아픈 상처를 자꾸 다쳐 무엇하겠는가. 《이 소녀를 소년로동시키시오. 누가 8시간로동을 시키라고 했소? 동무들이 로동법령을 어기고있소!》 수령님께서 엄하게 지적하시였다. 《오늘부터 6시간로동을 시키시오. 공장에 이 소녀처럼 어린 기대공이 또 있소?》 지배인이 몇명 있기는 한데 다 남자들이며 어른 못지 않게 일을 잘한다고 대답을 드리였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면 되겠소? 어째서 우리가 로동법령을 채택할 때 열네살미만자의 로동을 금지시켰고 열여섯살까지의 소년들에게 6시간로동제를 실시한다고 밝혔겠소? 동무들은 왜정때 어려서부터 밥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였던 처지를 벌써 잊었소? 우리 나라는 인민의 나라요. 사람을 제일 중시하오. 이 소녀가 열여섯살에 로동을 할 때에야 무슨 사정이 있을게 아니겠소? 우리는 언제나 사람을 먼저 봐야 하오.》 수령님께서는 눈물을 머금고있는 소녀의 어깨를 다시 쓸어주시였다. 《고아들을 모두 학원에 보내고 부모있는 아이들은 6시간 로동을 시키시오.》 《예, 말씀대로 집행하겠습니다.》 지배인이 죄스러움을 금치 못해하였다. 《건강해서 일을 잘하라구.》 《수상님배려에… 보답하겠습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머리를 숙이는 소녀의 등을 두드려주시고 강냉이탈곡기쪽으로 향하시였다. 그 기계를 만든 로동자가 인사를 드렸다. 《음, 평범한 기능공이 만들었단 말이지.》 의미깊게 말씀하시며 강냉이알들이 쏟아지는 작업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시였다. 《사실 이것도 신비한것은 없소. 강냉이이삭을 손으로 비비던것을 기계로 하는것이요. 착상을 해서 만드니까 되지 않았소. 그렇지 않소?》 기능공은 《그렇습니다.》라고 대답을 드리였다. 《우리의 로동자, 기술자들이 달라붙으면 무엇이나 다 만들수 있소. 뜨락또르도 마찬가지요.》 수령님께서는 직장안에 있는 몇대 안되는 기대들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너무도 빈약했다. 그렇지만 이제 희천공작기계공장이 조업하면 여기에도 공작기계들을 많이 넣어줄수 있을것이다. 미래를 확신하고 동요없이 전진해야 한다! 수령님께서는 직장건물에서 밖으로 나오시였다. 12월의 찬바람이 그이의 얼굴에 사정없이 불어쳤다. 외투자락이 펄럭거리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신듯 외투주머니에 두손을 지르시고 생각에 잠겨 걸으시였다. 매우 어려운 과업을 주어야 하겠는데 공장일군들이 어떻게 접수하겠는지?… 《수상님.》 지배인이 말씀드리였다. 《날씨가 몹시 찬데 저희들 사무실로 들어가십시다. 수상님을 모실 형편은 못되지만… 이 추운 밖에 계시는것보다는…》 이것은 일군들의 한결같은 심정이였다. 그들은 수령님을 모실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는것이 몹시 죄송스러웠다. 《괜찮소. 여기서 이야기를 합시다. 내가 추우면 동무들도 춥지. 이런 추위는 백두산밀림속의 추위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요. 그러니 걱정할건 없소. 걱정할건 뜨락또르생산문제요. 나는 오늘 이 문제를 동무들과 의논해보자고 하오. 그런데 이곳에 와서 공장의 개건확장정형과 공작기계들의 대수를 보니 차마 입이 열리지 않소.…》 문상혁은 가슴에 묵직한 돌이 매달리는듯한 심정이였다. 지배인도 당위원장도 그리고 정일룡부수상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무엇이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 괴로운듯 머리를 숙이고있었다. 문상혁은 현재의 빈약한 공장실태를 그이께 보여드리게 된것이 자기의 잘못으로만 느껴졌다. 그이께서 큰 신임을 주셨는데… 그이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외국사람들에 비해서 왜 조선사람들이 늙으면 등이 구부러들고 오래 못사는지 압니까? 그것은 등짐을 많이 지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호미를 가지고 허리를 구부리고 고되게 일하기때문입니다. 기술혁명이란 힘든 일을 헐하게 하면서도 수확을 더 많이 내는것입니다. 발전된 나라들에서는 농민들이 다 기계로 일합니다. 그들은 농촌경리의 공업화를 실현했습니다. 그러니 쉽게 일하면서도 수확을 많이 냅니다. 우리 농민들도 그렇게 일하도록 하려는것이 나의 평생소원입니다. 나는 광복후 김제원을 비롯한 농민들이 나라에 바친 애국미를 종합대학을 짓는데와 뜨락또르를 사오는데 쓰도록 했는데 그렇게 사온 뜨락또르가 논을 갈아 번지는것을 보면서 만세를 웨치며 환성을 올리던 재령벌 농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내 얼마전에 원화리에 갔었는데 우리 농촌이 협동화가 되여 사회주의적으로 발전할 길은 열리였지만 기계화를 따라세우지 않으면 우리 농민들을 온갖 락후와 고된 로동에서 속히 해방할수 없습니다. 공업은 급속히 발전하는데 농업은 의연 뒤떨어져있습니다. 그러니 농촌경리의 기계화를 하루도 미룰수 없습니다. 당은 4∼5년내에 그것을 해내려 합니다. 그러자면 뜨락또르를 매해 5천 내지 7천대씩 생산해야 농촌경리의 기계화에 필요한 뜨락또르 2만 5천 내지 3만대를 보장할수 있습니다. 이 많은 뜨락또르를 우리가 수입에 의존할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믿을것은 오로지 우리 자체의 힘밖에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찾았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일을 무엇때문에 자기일처럼 성의를 다해 해주겠습니까. 우리 로동계급이 해야 합니다. 여기 기양의 로동계급이 해야 합니다.》 수령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구절구절이 그대로 문상혁의 뇌리에 파고들면서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 우리 농민들도 발전된 나라들에서처럼 기계로 일하도록 하는것, 그것을 하루라도 앞당겨 실현하시려는것이 우리 수령님의 소원이다. 그러니 4∼5년내에 3만대의 뜨락또르를 생산하여 농촌에 내보내자면 지금처럼 늦잡아가지고는 안된다. 수령님께서 절절히 말씀하시였다. 《나는 몇년안으로 우리가 뜨락또르를 만들어낼수 없겠는가, 이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소.》 몇년안으로! 공장일군들의 표정은 공통된 놀라움으로 긴장되였다. 몇년안으로 (적어도 4∼5년안으로) 생산기지를 꾸리는것이 아니라 뜨락또르를 생산할수 없겠는가 하는 말씀이다. 뜨락또르생산이 장래의 일이 아니라 눈앞에 박두한 절박한 문제임을 문상혁은 깨달았다. 수령님께서 얼마나 간곡하게 말씀하시는가. 《우리는 남들처럼 정상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서는 이 목표를 5개년기간에 달성할수 없습니다.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혁신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세월을 주름잡아 달려야 한단말입니다. 기사장동무.》 그이께서 문상혁을 가리키시였다. 《개건확장공사를 다그치는것과 함께 뜨락또르를 만들수 있겠는지 기술자, 로동자들과 함께 진지하게 의논해보시오.》 《예!》 문상혁이 어찌 다른 대답을 드릴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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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맵짠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우리 농민들을 위해 농업의 비약적발전을 위해 찬바람을 맞으시며 장시간 뜨락또르문제를 절절히 말씀하시던 수령님의 그 모습! 문상혁은 그 모습을 가슴에 안고 며칠간 모대기였다. 수령님의 심려를 덜어드리지 못한다면 나의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느냐, 수령님께서 평생소원이라 하신 문제를 풀어드리지 못한다면 나의 존재의미는 없다. 수령님께서 다녀가신 그 밤 문상혁은 늦도록 공장구내를 돌아보며 격정에 달아오르는 심장을 달래이였다. 뜨락또르를 만들어내자. 사생결단의 각오로 달라붙자. 그는 우선 개건확장공사를 앞당기는것이 급선무라고 인정하고 여기에 박차를 가했다. 일정한 토대가 마련되여야 뜨락또르를 만들수 있기때문이다. 아직 뜨락또르의 내장을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그자체는 수령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기술적으로 신비할것이 없다고 인정해도 토대가 일정하게 구축되여야 하는것이다. 우선 강재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성에 제기했더니 《강재를 추가적으로 줄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추가적으로 못준다해도 계획된 분이라도 제때에 줘야 할게 아니요?》 문상혁이 전화통에 대고 국장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어찌겠소. 강재는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받는거고 거기서는 또 금속공업성에서 받아 분배한단 말이요. 동무네가 정 급하면 좀 높은데 제기해보오.》 《높은데라니요?》 《국가계획위원회라든가, 참, 이번에 수상님께서 현지지도하실 때 최일참사도 동행했다니 그에게 한번 제기해보오. 강재를 풀어달라고 말이요.》 국장은 이렇게 몸을 빼려했다. 문상혁은 국장과 말씨름을 해야 소용없을것이라고 보았다. 그가 귀띔해준대로 내각의 최일참사한테 직접 제기하는것이 현명할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수령님과 함께 동행했던 뚱뚱한 참사가 시종 입을 다물고 침울해있던 인상이 떠오르며 선뜻 그를 찾아가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기마련이다.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찾아가보자. 해서 문상혁은 내각으로 최일을 찾아갔다. 최일은 접수실에 나와서 그를 만나주었다. 씩씩거리며 문상혁의 제기를 다 듣고나서 그는 우선 화부터 냈다. 《수상님앞에서 그때 제기했어야 할것을 뒤늦게 들고다니면 어쩐다는거요? 왜 수상님앞에서는 제기 못했소?》 문상혁은 말문이 막혀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사실 그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 무엄하게 강재를 풀어주십시오 하고 어떻게 제기드린단 말인가? 그리고 그때로서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았었다. 《나는 뒤수습이나 해주는 사람이 아니요.》 최일이 얼굴이 뻘개가지고 계속했다. 《나는 당신의 공명심을 북돋아줄 생각이 없소. 공명심이 낳은 후과를 같이 책임질 아량은 더우기 없고…》 문상혁은 깜짝 놀랐다. 《공명심이라니요?》 《동무가 공명심에 떠있지 않았더라면 응당 수상동지께 실태를 사실대로 보고드렸어야 했단말이요.》 (그러니까 그때 내가 수상님께 뜨락또르를 몇년안으로 만들수 없습니다 하고 대답을 드렸어야 했단 말인가? 뜨락또르를 왜 앞당겨 생산해야 하는가를 그처럼 절박하게 말씀하시는 수상님께?… 그래 못한다고 말씀드리지 않고 《예.》 하고 대답드린것이 공명심에서 나온 대답이란 말인가?) 그는 푸르죽죽하고 넙적한 최일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강재가 지금 얼마나 긴장한지 아는가? 이러한 국가사정이 동무에게는 상관이 없는가? 그래 뜨락또르를 진흙으로 빚겠소? 더우기 도면은 어디서 나고? 눈짐작으로 만들겠는가?… 하여튼 동무가 하겠다고 대답했으니 해보오. 나는 뜨락또르생산 그자체를 말하자는건 아니요. 하루라도 앞당겨 생산하면 좋지요.》 문상혁은 기양으로 쓸쓸한 심정을 안고 돌아왔다. 가족을 데려와야 하겠다고 생각했던것은 감감 잊어버렸다. 그런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당위원장이 희천에 가서 처와 아이들 그리고 얼마되지 않는 가장집물들을 자동차에 싣고왔다. 몇달만의 반가운 상봉이 있었다. 안해는 사람이 너무 말라죽게 됐다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러면서 닭곰을 해먹인다, 어쩐다 하며 분주탕을 피웠다. 하지만 문상혁이는 다 귀찮은듯 침울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아부지, 우리 노래하자요.》 안해가 추겼는지 저녁에 큰 아이가 일어나서 말했다. 희천에 있을 때 가끔 가족오락회를 하군했었다. 문상혁의 바이올린연주가 대인기였다. 안해가 케스를 열고 바이올린을 꺼내왔다. 문상혁은 바이올린을 손에 들고 중얼거렸다. 《그래, 최일참사! 두고보자, 내 기어이 뜨락또르를 만들어내겠다. 그래 공명심이다! 어쨌단 말이냐?》 안해는 남편이 정신이 헷떴는가 해서 공포에 질려 쳐다보았다. 문상혁은 속이 좀 꽁한편이여서 모욕과 분노를 이내 삭이지 못하고 속에 오래 품고있는 성미였다. 그는 활을 들어 바이올린에 가져다댔다. 그가 좋아하는 노래 《고향길》의 향토색짙은 선률이 울리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조용히 앉아서 감상했다. 한동안 울리던 바이올린소리가 문득 멎었다. 문상혁이 주먹으로 무릎을 쳤다. 《내 참, 그 생각을 왜 미처 못했을가?》 《무슨?…》 그는 안해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차 한정거장을 가면 리웅천이가 있소. 강재를 생산하는 리웅천이 말이요. 하… 그 사람한테 찾아갔더라면 될걸, 쓸데없이 돌아다녔소. 내가 이렇게 막힐 때가 더러 있소.》 안해는 그저 한숨을 쉴뿐이였다. 하지만 궁냥이 트인 문상혁은 신이 나서 바이올린연주를 계속했다. 이튿날 아침 지체없이 강선제강소에 일찌기 찾아갔다. 리웅천이는 항상 분주하고 만나는 사람이 많은데다가 얼마전에 문상혁이와 전화로 인사가 있었던만큼 늘 만나던 사람을 맞이하듯 했다. 《어, 자넨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침 일찍 나타났나?》 리웅천이는 책상빼람을 열고 무엇을 찾다가 문상혁이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그새 편안했습니까?》 문상혁이 인사하며 걸상에 앉았다. 《밥을 세끼 꽝꽝 먹어제끼니까 건강했다구 봐야지. 그런데 당신은 왜 그 모양이요? 새까매져서 눈만 번쩍이는구만?》 《그래두 밥은 세끼 꽝꽝 먹으니 탈이 난건 아니지요.》 리웅천이는 껄껄 웃었다. 그리고 전화종이 울리자 떠들썩하게 한동안 전화를 받았다. 전화내용을 들으니 그는 당중앙위원회 12월전원회의에 참가하러 떠나기에 앞서 분주한 상태에 있었다. 자기가 없는동안 할 사업에 대해 지시를 주는것이였다. 전화를 걸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한동안 떠들어대다가 손님에게로 관심이 돌아왔다. 《자네는 전원회의에 참가 안하나?》 리웅천이 물었다. 《우리같이 자그마한 공장 기사장이 어떻게 허…》 《그래 용건이 뭔가? 일이 있어 왔겠지.》 《물론이지요.》 문상혁이 수령님의 현지지도를 받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공장개건의 전망을 펼치였다. 리웅천이는 전화를 받기도 하고 지도원이 들여온 문건에 결재도 하며 들었다. 《알았네. 그런데 강재는 국가계획위원회에 가서 계획에 맞물려야 해. 여기 강재는 우리가 생산하지만 1kg도 마음대로 처분못해.》 리웅천이 갑자기 딱딱해지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걸 몰라서 왔겠소? 그러지 말고 좀 주시오.》 《여보, 지금 강재가 없어 평양에서 살림집을 짓는데 지장받고있고 기계도… 뭐 그건 그만 꼽자구. 그런데 그 기계공장확장이야 급하지 않지 않겠나?》 《기사장동무는 밥을 먹지 않고 사오? 그 쌀을 농민들이 어떻게 생산하고있는지 압니까?》 리웅천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침울한 눈으로 문상혁이를 바라보았다. 《좀 도와주시오. 강재 몇십톤이 뭐 많다구 그러시오?》 리웅천이는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문상혁이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졸라댔다. 이윽하여 리웅천이 일어서며 랭정하게 말했다. 《돌아가오. 내 굶으면 굶었지 강재를 줄수 없소. 아니, 나에게 권한이 없소. 또 실지 남아돌아가는 강재가 없소. 나를 좀 생각해주오. 자, 나는 더 이야기할 시간이 없소.》 분개한 문상혁이는 그에게 잘 있으라든가 평양에 잘 갔다오라든가 하는 인사도 하지 않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강재를 더 받아오기 위해 애쓰던 문상혁의 마지막 희망마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자기 생각에는 뜨락또르를 빨리 만들어내는 일처럼 더 긴요한 일이 없을것 같은데 누구도 선뜻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제일 믿었던 리웅천이한테서까지 랭대를 받고보니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시는 리웅천이한테 손을 내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니, 그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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